어제 오후 사촌 여동생의 결혼식이 63빌딩 2층 대회의장에서 있어 참석했다. 소회의장도 아니고 대회의장이라니 얼마나 으리으리한 결혼식일지 가슴이 설렜다. 서른한 살 동갑의 신랑신부는 너무 잘 어울렸다. 6,7백 명은 족히 앉을 수 있는 대회의장은 멋지게 차려입고 온 신사숙녀들이 삼삼오오 모여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었고 간혹 입술의 루즈가 지워질까 신경을 쓰며 조심스레 떡을 집어 입가로 가져가는 여인들도 보였다.

무대의 오른쪽에는 대형 전광판이 있어 아기 때부터 최근 야외촬영 모습까지 신랑신부의 사진을 계속 보여주고 있었다. 예상했던 대로 사촌동생의 중고등학교 때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그때 그녀는 무척 뚱뚱했기 때문이다. 귀여운 것! 나라도 그랬을 것이다.

무슨 한방병원 원장이고 교수라는 주례의 주례사는 너무나 길고 지루하고 어이가 없어서 코웃음이 자꾸 나왔다. 상대의 옷차림에도 신경을 써주고 출근할 때 아내는 남편의 넥타이를 직접 골라주어야 한다는 그런 이야기였다.

사촌이 강의를 나간다는 대학의 학생들이 열 명쯤 우르르 몰려와 축가(무슨 노래인지 모르겠음)를 불러주었는데 그 중 녹색 골덴 재킷에 청바지를 입고 온 남학생이 내 시선을 끌었다. 그 아이는 눈을 지그시 감고 손을 귓가로 자꾸 가져가는 것이 혼자 열창을 하는 가수 같았다. 튀어 보이려고 그러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것이 어색한 나머지 궁여지책으로 나온 동작이란 걸 난 알 수 있었다. 악보를 잡은 손끝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으니까.

바닷가재 수프와 스테이크가 나왔다. 수프는 꼬숩고 맛있었으며 스테이크는 별로였다. 평소에도 나는 스테이크보다 동네 분식집의 돈가스를 더 좋아한다. 식이 끝나고 얼마짜리 스테이크냐고 물어봤더니 4만 원짜리라고 했다. 아아, 아무리 하객이 많았다고는 하나  남는 게 조금은 있어야 할 텐데......

우리 부모님은 물론이고 친척들이 모두 상경하여 자기 자식들, 즉 우리 사촌들의 화합을 종용하니 어쩔 수 없이 일산 신부의 집으로 몰려가야 했다. 올케와 나는 그 와중에도 살짝 빠져나와 근처 상가에서 아이들의 옷을 하나씩 골라들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척 어른들.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는지 부모님이 오늘도 그곳에서 주무시겠다고 하여 늦은 밤 동생네와 우리는 먼저 집으로 돌아왔다. 오는 길에 농수산센터에 들러 광어회와 대하, 굵은 소금을 사가지고 와서 구워먹으며 한잔했다. 우리 올케는 아이들 먹인답시고 스테이크를 두 접시나 시켜 자기가 해치웠음을 고백하고 사죄했다. 그렇게 비싼 건지 몰랐다나? 그러면서도 구운 새우를 아구아구 잘도 먹어 우리의 눈총을 받았다.

나는 오늘 그 아이의 방 책꽂이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의<치즈케이크 모양을 한 나의 가난>을 발견하고 슬쩍 가방에 집어넣어 왔다. 나중에 집들이 때 초대하면 가져가서 슬그머니 꽂아놓고 올 생각이다. 내가 그동안 선물한 책이 열 권도 넘으니 설령 들키더라도 용서해 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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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두기 2004-10-24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과 저는 어제 저녁 같은 걸 먹었네요. 대하....맛있던데^^ 위장이 놀래시진 않았는지, 점심과 저녁을 그렇게 잘 드셔서 말입니다.
요즘 결혼 비용이 평균 7800만원이라더니 결혼식의 모습이 꽤나 화려하군요. 그 십분지 일만 들여도 저처럼 잘 살 수 있는데...히힛^^

urblue 2004-10-24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하 맛있겠어요.
어제 먹은 아구찜도 무지 맛나긴했는데. 콩잎도 그렇구요. ^^

에레혼 2004-10-24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에 어우러지는 삽화를 골라넣는 솜씨가 일취월장하고 있습니다!^^ (웃음과 동심과 따뜻함이 어어러진, 일관된 분위기의 그림들..... 로드무비님의 이미지와 일치!)

옷장 정리를 하다가 잠시 들어와 봤는데, 너무 맛난 메뉴들이 줄을 이으니 갑자기 몹시 시장기가 느껴지네요.
결혼식장의 풍경, 그런 장소에서 마주치는 삽화는 다 엇비슷한 것 같아요, 적당히 겉돌고 적당히 정겹고,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가운데 혼자만의 상념을 따라가게 되는.....
그나저나 점심 때 뭘 먹어야 하나...... 머릿속엔 소금 친 대하 구이가 빙빙 돌아가지만, 만만한 짜파게티나 하나씩 끓여 먹을까 싶은 현실!

superfrog 2004-10-24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즈케이크 모양을 한 나의 가난을 저는 93년도에 샀습니다. 우연찮게도 같은 과 선배언니의 애인이 그 책의 번역자라서 그 당시 골머리를 앓고 있던 제2외국어 일어 작문을 그 언니를 통해 전문번역자가 일작을 해줬죠. 그 작문 덕으로 다행히 낙제를 면해 졸업했답니다..ㅎㅎ

로드무비 2004-10-24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깍두기님, 역시 사다가 직접 구워먹으니 훨씬 경제적입디다.
동네 포장마차에서는 새끼손가락만한 것 열댓 마리에 15000원하잖우.
검지중지 합친 것보다 큰 걸 30마리쯤 주더라고요, 2만 원에.
맛도 몇 배.^^
블루님, 콩잎 맛있었다니 다행이구랴. 조금밖에 못 넣었는데......
라일락와인님, 옷장정리하세요? 재채기하면서? 헤헤.
맛있는 것 드세요. 짜파게티도 물론 맛있지만...그리고 전 자료랄 것이 없어서
갖고 있는 사진 대강 글과 끼워맞춘답니다. 님이 부러워요.^^
금붕어님, 낙제를 면하셨다니 다행입니다, 헤헤.
아침에 앞부분 좀 읽었는데 아주 재미나네요.
오늘도 일감에 코를 박고 있으세요?^^

2004-10-24 15: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nugool 2004-10-24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엊저녁에 먹었어요. 대하소금구이.. ^^:;;

마냐 2004-10-24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으..방금 너굴님 댁에서도 배 쪼르르 하는 소리 났는데...로드무비님이 확실하게 도장 쾅.
알라딘 곳곳에서 불어버린 대하 바람...으으.
그나저나....언제나 그렇지만 새삼 로드무비님 글이 얼마나 맛깔스러운지 전 속으로 즐거워하고 있었슴다.

balmas 2004-10-24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글도 재미있고 그림도 좋군요.
추천을 하지 않을 수 없네요.^^

chika 2004-10-24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즈케잌모양을 한 나의 가난... 제목이 맘에 드는군요.
- 7천만원도 없을뿐더러, 그 돈이 있다면 우리 집 옥상에 조립식 건물 하나 올려서 제 서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네요. ^^

stella.K 2004-10-24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책 재미있어요. 하루키의 단편들은 왠지 다 괜찮더라구요. 책도둑은 도둑이 아니라던데, 로드무비님 짖궃게 멋있습니다요.^^

미네르바 2004-10-24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려한 결혼식 풍경과 그것에 대비되는 로드무비님의 감상과 책 제목인 <치즈케이크 모양을 한 나의 가난>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 책 왠지 읽어보고 싶게 만들어요.

플레져 2004-10-24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뚱뚱한 사진만 빼고 보여줬다는 신부가 맘에 드네요.
저는 아직도 남편에게 보여주지 않은 사진이 있어요. 고딩때 사진, 특히.
아가 셋 낳으면 보여주겠다 했는데... 흠, 제가 선녀가 아닌 것 같으니 평생 안보여 줄지도 모르겠어요. ㅎㅎ 로드무비님 글 너무 맛나요~! ㅊㅊ!!

잉크냄새 2004-10-25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결혼식 음식하면 칼국수랑 갈비탕밖에는 구경해보지 못했군요.^^

로드무비 2004-10-25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우님/ 제목이 좋죠? 그런데 몇 개 읽어보니 아주 재미나네요.
시치미 딱 뗀 유머('')(..)라고 할까요.
너굴님은 아주 포도주랑 제대로 드셨더구만요.
우리도 소주와 맥주와 제대로 먹었어요.^^
마냐님은 새침한 인상과 다르게 먹는 것이라면 침을 흘리며 달려드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시는군요. 조옿습니다아.^^
발마스님, 항상 감사해요.^^
치카님, 좋은 사람 제대로 만나면 맨몸으로도 결혼할 수 있어요.
옥상 위 서재보다는 결혼 쪽을 권하고 싶은데요.^^
스텔라님도 이 책 읽으셨군요.
하루키는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하고 그래요. 무슨 말인지 아시죠?
이 책은 좋은 쪽이에요.^^
미네르바님, 이 책 구하기 어려우시면 저에게 귓속말로 말씀하세요.^^
플레져님, 저는 초등학교 때 빼고 날씬했던 적이 한번도 없기 때문에 말이죠.
그런데 님은
어쩜 그리 귀엽고 사랑스러우신지......
잉크냄새님, 전 결혼식장에서 칼국수는 한 번도 안 먹어봤는데요.
잔치국수 말씀하시는 거 아니예요? 히히.
전 스테이크는 본래 안 좋아해요. 웬지 님도 그러실 것 같은데요?
아님 말고.^^


잉크냄새 2004-10-25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보니 왜 칼국수라고 쓴지 모르겠네요.^^ 그냥 국수면 국수지...ㅎㅎ

숨은아이 2004-10-25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고파졌어요... 철푸덕. __(__)__

2004-10-27 13: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tarsta 2004-10-28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다른 이야기지만.
아까 빨래통에 빨래를 넣다가 문득, <치즈 케잌을 한 너의 가난> 이란 제목이 떠올랐습니다. 나의 가난, 이 아니고 너의 가난. 그러니까 다른 사람의 가난에 대한 이야기죠. 그런 사람이 있죠 왜, 나는 집도 없고 차도 없어, 통장에 있는 돈이라곤 200만원이 전부야, 아이들 식비만 한달에 엄청 깨지지, 세혁이 작아진 옷 있음 나 주라, 난 내복도 900원짜리 중고만 사서 입혀...
그래서 만날 때마다 밥값이며 차량제공이며 아이들 간식까지 다 책임져주고 손 필요할 때마다 가서 도와주고 그랬는데... 그런데 어느날 떡하니 30평대 아파트로 이사를 가고 중고지만 좋은 차를 한대 뽑고... 그러는 사람.
요즘도 저는 등에 아이업고 손에 아이 잡고 시장바구니 들고 힘겹게 걸어가는 아줌마를 보면 창문 내려 내 차에 타라고 하고 싶고 바구니 들어주고 싶고 그런 맘이 들기는 하지만... 그 친구정도가 마지막이 되면 좋겠어요. 물질도 마음도 다 퍼줬는데 돌아서니 너무 공허한 느낌은 오래도록 저를 조금씩 조금씩 갉아먹더군요. 요즘은 그런식으로 그 동생을 대한 내 태도에 문제가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해요. 그러면서 <치즈케이크 모양을 한 너의 가난> 이라는 말이 떠올랐죠. 달콤하고 맛있는, 입에서 살살 녹는, 부르조아의 냄새가 폴폴 풍기는 치즈케익을 한 너의 가난에 나는 홀딱 쏙았구나. 하는 그런 느낌으로 말입니다. 흐흐...

로드무비 2004-10-29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사람이 꼭 한 명씩은 있어요. 그죠?
파란여우님도 어제 그런 친구 얘길 올리셨던데......
 


영원한 사랑이라니, 그런 말을 잘도 나불대는 입을 보면 나는 머리통을 한 대 쥐어박고 싶다. 결혼해서 남편이랑 싸움다운 싸움 한 번 해보지 않고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는데도 말이다. 나는 남편이 귀엽고 안쓰럽고 가끔은 무척 좋다. 그런데 열정적인 사랑에 대한 책이나 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인지 연애랍시고 사귈 때도, 그리고 결혼해서 몇 년째 함께 살면서도 덤덤하기만 할 뿐 우리가 사랑하는 사이라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는다. 사랑이라면 좀더 가슴 설레고 눈앞이 아득하고 뭐 그래야 하는 것 아닌가? 밥상머리에서 방귀를 붕붕 껴대는 남편이나 잘 빗지 않아 까치둥우리 머리를 한 아내에게 사랑을 느끼긴 어려운 일이리라.

소설가 이경자의 <할미소에서 생긴 일>이라는 단편집을 아주 오래 전 재미있게 읽었다.  스물아홉 살에 친한 남자 둘과 함께 어울려 술을 퍼마시고 여관에 들어가 두 남자 사이에 누운 주인공의 독백이 인상적이었다. "나도 내 남자를 가지고 싶어졌다." 그런데 나는 '내 남자'라는 그 표현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과연 어떤 남자를 내것으로 하나 차지할 수 있을까? 그런 날은 영원히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작가 자신이라고 짐작되는 그 여주인공은 그 중의 한 남자와 결혼을 했는데 잘살았는지 어찌됐는지는 기억이 안 나나 소설가 이경자는 작년인가 올해 남편과 헤어졌다. 몇 개월 전 본인이 <허스토리>에 그 기막힌 스토리를 모두 공개했으니 내가 그에 대해 좀 언급해도 큰 실례는 안되겠지? 밥상머리에서 남편이 어느 날 갑자기 으르딱딱대더란다. 더이상 너랑 못살겠다고......그리고 집을 나가버렸다나? 나는 마음 한구석에 언제 나에게도 그런 날이 닥칠지 모른다, 생각하며 살고 있다. 어쩌면 내가 그렇게 말하고 집을 떠나갈지도......앞으로의 일을 어떻게 알겠는가?

어제 왕가위의 영화 <2046>을 보았다. 매점도 문을 열지 않은 조조의 극장 텅빈 객석. 아아, 내가 너무나 사랑해 마지않는 인생의 순간이다. 예닐 곱 명의 관객은 여기저기 혼자 흩어져 영화를 보았다. 옛날 국도극장에서 <광란의 사랑>을 보았을 때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자 내 옆옆 자리에 앉았던 여자가 갑자기 몸을 기울이더니 내 어깨를 잡고 마구 흔들었다. "영화 너무 좋죠? 너무 좋죠?" 나도 열정적으로 그의 손을 잡고 흔들었다. "정말 좋죠? 정말?" 왕가위의 영화를 보고 나서 모르는 사람의 어깨를 마구 흔들기엔 아무래도 무리가 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너나없이 상대에게 이렇게 묻고 있었다.

 "나를 사랑하긴 했나요?"

조금 신물나는 대사가 아닐 수 없다. 그들은 자신의 상처에 전전긍긍하고 무엇이 그렇게 엄청난 비밀이라고 쥐도새도 모르게 털어놓을 곳으로 앙코르와트 사원의 석벽이나 구멍을 크게 파낼 수 있는 나무를 찾아 헤맨다. 하긴, 나의 치통은 당신의 십이지장궤양보다 아픈 법이지. 하지만 왕가위는 지난 5년 동안 엄청난 영화를 만들고 있다고 무성한 소문을 뿌리더니  사람들이 저마다 자신의 상처와 비밀을 털어놓고 묻어버릴 수 있는 그 구멍을 찾아 그렇게 헤매었더란 말이냐. 꽤 의미심장한 대사인 것처럼 나무옹이는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몇 번이나 반복해서 나오는데 사실 나는 좀 어이가 없었다.

이 영화에서 나는 장쯔이가 좋았다. 양조위도, 공리도, 장만옥도, 왕정문도, 유가령도, 기무라 다쿠야도 전부 지나치게 멋만 부리는 것 같고 유령처럼 현실감이 없는데 장쯔이 혼자 웃고 울고 땀냄새와 싸구려 향수 냄새를 풍기며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당신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자유이지만 내 사랑을 막지 말라고 하는 그녀의 대사도 기가 막혔다. 그리고 슬펐다.

그리고 주인공들이 오리엔탈 호텔의 옥상 위에 혼자 슬며시 올라가 네온 옆에서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 제일 좋았다. 그 호젓한 시간이라니!

왕가위는 이 영화에서 "사랑은 타이밍!"이라고 잘라 말한다. 타이밍을 놓쳐 한 번 어긋나면 결코 되돌릴 수 없는 것이 사랑이라고......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시비를 좀 걸고 싶으나 적당한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나는 왕가위의 영화 때문에 사람들이 지나치게 쓸쓸해 하고 심란해 하지 않았으면......하는 생각을 하며 극장을 빠져 나왔다. 왕가위는 이 가을 쓸쓸함이라는 바이러스를 세상에 뿌려놓고 정작 자기는 예쁜 마누라랑 좋아하는 선글래스에 깜장옷만 입고 너무 잘살고 있지 않나. 일단 겉으로만 보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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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10-20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헥헥!! 숨찹니다. ^^ <서른살의 강>을 읽고 있습니다. 저도 문득 내가 지금 사는 남자를 사랑하고 있나? 그리고 뒤따른 질문은 과연 이 남자가 언제 날 배신할지 몰라~~ 라는 생각도 합니다. 너무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

2004-10-20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재밌네요..2046을 하고 있군요.극장에서..안 봐야 할 것 같은데요..^^

urblue 2004-10-20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텔 옥상의 그 장면이 제일 좋죠? 그죠? ^^

로드무비 2004-10-20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폭스바겐님, 재밌게 읽으셨다니 기분이 좋습니다.
그런데 설마 남자들이 우리같이(?) 좋은 여자들을 배신하려구요.^^
참나님, 이런 분위기파 영환 극장에서 봐야죠. 무슨 말씀이세요.^^
블루님, 저는 인간이 혼자 있는 순간의 그 호젓한 표정이 참 좋습니다.
이 영화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공간이었어요.^^

숨은아이 2004-10-20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닥 좋지 않은 여자라... 좀 걱정될 때도 있습니다. ^^ / 영화나 드라마나 소설에서 "내 남자" "내 여자"란 말을 들으면 왠지 껄끄러웠는데, 그래서였군요. 이 글 읽으며 생각하게 돼서 좋았습니다.

hanicare 2004-10-20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왕가위의 영화 때문에 사람들이 지나치게 쓸쓸해 하고 심란해 하지 않았으면......하는 생각을 하며 극장을 빠져 나왔다. 왕가위는 이 가을 쓸쓸함이라는 바이러스를 세상에 뿌려놓고 정작 자기는 예쁜 마누라랑 좋아하는 선글래스에 깜장옷만 입고 너무 잘살고 있지 않나. 일단 겉으로만 보면 말이다.
--이 부분이 로드무비님의 글에서 빛을 발합니다. 로드무비님만이 쓸 수 있는 부분이지요.후훗.재미있게 읽고나니 저 영화 본 듯한 착각이 들어요.원 참.


로드무비 2004-10-20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은아이님, 저도 그런 표현 밥맛이었다오. 그래도 내 남자 하나 확보해놓고 나니
편하죠? 도망 안 가도록 잘해주자고요.^^
하니케어님, 님의 몰운대행, 샘실 산책 모두 읽고 멘트는 안 남겼어요.
멘트가 주르르 달리는 게 어색한 격조있는 글들이라고 생각해요.(참, 변명도...^^;)
님의 칭찬이 너무 달콤하군요. 고맙습니다.^^

superfrog 2004-10-20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를 사랑하긴 했나요.. 좀이 아니라 많이 신물나죠.. 사랑은 타이밍이다도 마찬가지..
그 신물나는 대사로도 저런 영화를 만들 수 있구나.. 하고 감탄하며 봤어요. 장쯔이가 사랑스러워서 견딜 수가 없었어요. 뭐 이전 작인 화양연화와 비교해 이러쿵 저러쿵 하기에는 좀 색이 다르긴 하죠.

깍두기 2004-10-20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디~~~게 맘에 드는 글이네요. 아, 부러워.혹시 님에게도 천부적인 재능이......?
(스바루를 보고 괴로와하는 건 나 하나로 충분해ㅠ.ㅠ)

하얀마녀 2004-10-20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왕가위 영화랑은 별로 궁합이 안 좋은 듯 합니다. 별로 좋은 걸 못 느끼겠어요. 해피 투게더는 학교 축제 때 영화 동아리에서 보여줘서 봤었는데 20분도 못 보고 그냥 나왔었습니다. 그런데 로드무비님의 리뷰는 정말 끝장나게 좋군요. 추천은 이럴 때 하라고 있는거죠. 흐흐흐흐.

파란여우 2004-10-20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의 타이밍을 못 맞추고 지금 이때껏 혼자 늙는 여인네도 있답니다. 언제 타이밍을 잘 맞추는건가요?^^ 페이퍼 끝내주게 잘 쓰셨습니다.

로드무비 2004-10-20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붕어님, 님을 잠깐 안아보고 싶어요. 잠깐만! 힝, 저는 동성 취향은 아니라고요.
깍두기님, 이 글이 되게 좋다니 님이 더 좋아지려고......홍홍홍^^
백발마녀님, 끝장나게 좋다니 그 표현이 저를 잠시 설레게 합니당.(뭐냐? 이 콧소리!)
파란여우님, 사랑의 타이밍은 언제일지 몰라요. 그런데 벼락같이 온답니다.
님은 언제라도 멋진 사랑을 하실 수 있는 분 같아요.^^

진/우맘 2004-10-21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쯔이....연인에서의 그 가늘가늘 이쁜 모습이 어찌 표현되었으려나....아~~ 연인을 마지막으로, 영화 본 지 한 달이 넘었어요...TT

프레이야 2004-10-21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페이퍼 매력적입니다. 내남자, 라는 말 새삼 괜찮은 느낌이네요.^^

마냐 2004-10-21 0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저두 하니케어님께 동의...마지막이 압권입니다. 그리고 아무리 뭐라해두...전 '2046'만큼은 꼭 극장에서 보렵니다..음화하핫. (전 떨림이 그리워요. 설레임과 멍청한 아픔에 배고파요. 대리만족이라도...)

로드무비 2004-10-21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 이 영화 꼭 보세요.
장쯔이가 무지 예뻐요. 그녀의 팬이라면.
배혜경님, 매력적인 페이퍼라고 해주셔서 기뻐요.^^
마냐님, 떨림과 설레임, 멍청한 아픔......저도 무지 좋아해요.
그 속에서 홍야홍야 정신 못 차리는 것.^^

플레져 2004-10-21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영화를 보고 왔어요.
우리들, 여섯 명만 객석을 차지 하고 있었죠. 그래서 더 떨렸는데...
추억은 눈물을 부른다~ 도 있지요.
왕가위, 말 많아 진 것 같아요.
영화보기 전에 이 글 먼저 읽었으면 기대 더 많이 해서 로드무비님께 괜한 화풀이 할 뻔 했네요. 영화보다 더 맛있는 글!! 추천~ (당근이쥐~ ^^)

로드무비 2004-10-22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호호.
조조로 영화 자주 봐야겠어요.
얼마나 행복하던지......
맛있는 글, 이라는 맛있는 표현...감사해요.^^

릴케 현상 2004-10-23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막차를 탔는지 모르겠지만 여하간 추천하고...
이 글이 맘에 들었어요. 저는 영화를 '즐긴다'기보다 '봐 주지 뭐' 하는 편이어서 영화에 늘 관대하면서 늘 인색하답니다. 그래서 이런 정서가 묻어나는 영화평을 보는 걸로 만족해 버리곤 해요. 제가 이 영화를 안 보면 로드무비님 때문이라는 뜻-_-

로드무비 2004-10-24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명한 산책님, 추천과 댓글에 막차는 없답니다.
이 글이 마음에 드셨다니 기뻐요.^^
 

드라마나 영화들을 보면 부자 아빠 덕분에 잘 먹고 잘살던 여주인공이 어느 날 갑자기 쓰러진 아빠나 사업의 실패로  하루아침에 가난뱅이로 전락하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온다. 가까이는 이은주가 주인공인<불새>라는 드라마가 그랬다.

최고급 브랜드만 걸치고 손에 물 한 방울 묻히고 살지 않다가 산동네 단칸방이나 지하셋방으로 쫓겨온  우아한  여주인공들은 형편이 달라지자 갑자기 사람이 달라진 듯 팔을 걷어붙이고 생활전선에 나선다. 그리고 그녀들은 허름한 옷을 입고 노점상이나 파출부를 하더라도 군계일학으로 반짝반짝 빛난다. 그동안 부자로 살았던 것은 결코 허튼 것이 아니었다는 걸 증명해 주는 듯. 귀한 태생은 숨길 수 없다는 듯......

마찬가지로 드라마 속에서 묘사되는 벼락부자들은 어떻게 운좋게 돈은 거머쥐었는지 모르나 그 천박한 태생은 감출 수 없다는 식으로 보석을 주렁주렁 매달고 최고급 브랜드의 옷을 소화시키지 못하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나온다. 드라마니 시나리오를 쓰는 작가는 물론, 시청자니 관객들도 어릴 때 읽었던 천편일률적인 동화의 영향에서 아직 벗어나려면 한참이나 멀었다.

두 친구가 생각난다. 중학교 때 친구 A. 독수리전축이 집에 있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였던 시절 그 친구네 집엔 일제 황금빛 파이오니어가 거실 중앙에 떠억하니 있었고 그때 벌써 일본 <스크린>을 구독하고 있었다. 고등학교 때 아버지의 잇단 사업실패로 산동네 두 칸짜리 낡은 전세로 이사갔는데 자신과 동생 둘이 함께 쓰는 방의 천장과 벽을 스크린지에서 뜯어낸 좋아하는 배우들의 사진과 기사로 전부 도배해 버렸다. 나는 이상하게 그 현실과 유리된 듯한 이상한 방이 너무 좋아 버스를 두 번 갈아타면서도 자주 놀러갔다.

등록금이 없어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그 친구는 조그만 사무실에 용케 취직이 되더라도 두 달을 채우지 못했으니 한마디로 사장님과의 가치관의 차이가 너무나 컸다. 쥐꼬리만한 월급을 준답시고 온갖 허드렛일을 시키는 무식하고 볼품없는 사장을 견디지 못했고, 그 사장은 또 사장대로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주제에 너무나 도도하고 우아한 내 친구를 견디지 못했던 것이다. 친구는 돈이 좀 생기면 꼭 읽고 싶었던 책과 갖고 싶었던 가수의 테이프와(일제 파이오니어는 단칸방으로 이사할 때 결국 팔아치웠다 꽤 비싼 값을 받고...) 우표와 편지지를 한 무더기 샀다. 그것이 당분간 자신을 버티게 해줄 비상식량이라는 것이다.

B는 사회 친구.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끼리 어울릴 기회가 많았는데 나중에 어쩌다보니 아주 친한 친구가 되어 있었다. 이 친구는 예전에 아주 잘살았다고 들었다. 그래서인지 그 당시 박봉임에도 불구하고 닥스 오리지널 백을 들었고 계절이 바뀌면 메이커 옷을 큰맘먹고 장만했다. 언제인가 내가 아는 후배에게 500만 원인가를 한달만 쓰겠다고 빌려가서는 1년이 지나도록 갚지 않으면서 여전히 술값은 앞장서서 내고 메이커 옷을 사는 것도 여전했다. 나는 그 친구의 모습이 몰락한 부자의 격 있는 생활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 여겨 마음 한구석으로 존경하기까지 했다. '부자로 살던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다르구나!'라고까지 생각했다.(어디까지나 나의 쫀쫀함과 비교하여 그랬다는 말이니 오해 없길 바란다.)

그런데 그 멋진 이미지를 와르르 구기는 사건이 생겼다. 아버지와의 충돌로 임시로 집을 나온 이 친구, 옷들을 미처 챙겨 나오지 못했나보다. 우리 집에 와서 대성통곡을 하는데,

"엉엉, 내가 모래내 시장 구루마에서 3000원짜리 티를 다 사 입고......"

우는 친구를 열심히 위로하고 격려하던 나, 그 순간 짜증이 치솟았다.

"아니 자기는 3000원짜리 티 사 입으면 안되는 사람이야? 3000원짜리 티 입는 사람은 날 때부터 정해져 있는 거냐고!"

꼭 그것이 계기가 된 건 아니겠지만 그 친구와 나는 지금 연락이 끊겼다. 자신은 대학을 나오지 않았으면서 대학 나오지 않은 사람을 경멸하고 자신이 얼마나 부유하게 살았는지를 입만 열면 되새김질하는 그가 어느 순간부터 지겨웠기 때문이다. 그는 내가 지겨워하는 것을 눈치챘을 테고......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졌다. 부자로 살다가 몰락한 사람, 물론 안됐다. 얼마나 불편하겠는가. 하지만 한번도 부자였던 적이 없는 사람, 부유한 생활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이 좀더 맛있고 고급스런 음식도 먹어보고 좋은 옷도 한번쯤 걸쳐보고 돈 걱정 안하는 쾌적한 여행을 경험해 보기를 나는 바란다. 드라마나 영화 같은 데서 너무 부자였던 주인공 위주로 옹야옹야하는 걸 보면 나는 짜증이 난다. 경제적인 거든 문화적인 거든 좀더 골고루 누리고 사는 공평한 사회가 되기를 나는 바란다. 원하는 사람에게 적어도 기회가 한 번은 주어지는......지금 이 사회처럼 철저하게 봉쇄되고 되물림되는 것이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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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두기 2004-10-14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돈 안갚았다는 부분이 제일 짜증나는군요......

물만두 2004-10-14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돈은 돌고 돌아 돈이라 하지 않습니까... 돈 좀 돌았으면 합니다... 있는 사람에게서 없는 사람에게로...

urblue 2004-10-14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천원짜리 티셔츠에 만원짜리 바지 입고도 잘만 삽니다만.
많은 돈으로 이런 거 저런 거 누리는게 자랑이 되지 않는 곳이었으면 합니다, 내가 사는 이 곳이.

마태우스 2004-10-14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음, 삶의 성찰을 불러일으키는 좋은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해서 추천!

sooninara 2004-10-14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만원짜리 바지 잘 입고 사는데..
드라마에선 작가들이 너무 단순하고 쉽게 쓰는것 같아요..매번 디자이너나 재벌이세..
혈연의 비밀..부자와 가난한자..흠...

하얀마녀 2004-10-14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이 늘기는 쉬워도 줄이기는 어려운 것처럼 씀씀이도 그렇더군요.
드라마는 거의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습니다만 불새가 그런 설정이었나봐요?

로드무비 2004-10-14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어설픈 생각을 충동적으로 적어나간 글이라 올려놓고 조금 찜찜했는데
친절한 답글 달아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마태우스님 특히 헤헤...추천 고맙습니다. 꾸벅(_ _)

선인장 2004-10-14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학교 때 아버지 사업이 망했어요. 그 전에도 아주 부자 축에 끼지 않았던 덕분인지, 우리 형제들은 비교적 잘 적응을 했지요. 살던 빌라 팔고, 그 빌라 지하에 있는 셋방에 살면서도 우리는 매일 낄낄거렸어요. 매일매일 얼굴 맞대고 살던 사람들이라 더 챙피했을 법도 한데, 연탄도 꾸러 다니고, 밥도 얻어 먹으러 다니고, 공동 세면장에서 만나도 싱글싱글 인사도 잘 하고... 그 지하 구석방까지 친구들을 잘도 끌어들였었는데... 너무 어려서 그랬을까요?

로드무비 2004-10-14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돈 많은 것이 유일한 자부심인 부자들이 문제인 거지요. 나름대로 나누려 애쓰며
겸손하게 사는 부자들도 있지 않겠습니까.
선인장님, 저는 아주 부자인 친구와 아주 가난한 친구 둘 다에게 선망을 느껴 본 적이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문학적으로다가......
저는 항상 딱 중간의 형편 정도에 머물렀거든요. 제 생각에...
진짜 부자는 자신이 가난해져도 신세 한탄하지 않고 여전히 잘사는 사람들일 거예요.
선인장님 형제처럼......^^

숨은아이 2004-10-14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른 살이 넘도록 빈대로 살아왔지요. 그러다 어느 순간 동무에게 밥을 사고, 후배에게 술을 살(한 달에 5만원 이내. ^^) 수 있게 되자 그게 그렇게 좋더군요.

로드무비 2004-10-14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은아이님, 저도 친구들에게 그랬어요.'그래도 큰소리치며 얻어먹었어요.
나중에 열 배로 갚아줄 거라고.
그러다 서울로 줄행랑을 놓았지만...ㅎㅎㅎ
꼭 그 친구들에게 갚아야 한다고 생각 안해요.
인생은 돌고도는 것이니까요.^^

내가없는 이 안 2004-10-14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커가면서 집안의 돈 분량이 눈에 보이더군요. 어렸을 때는 몰랐는데 점점 쇠락해가는 느낌이 들었죠. 그것도 뭐 엄청 부자에서도 아니고 그냥저냥 먹고살 만하다, 에서 조금씩 가라앉는. 사실은 그 바톤을 자식에게 또 자식에게 물려주는 게 대부분 가난한 사람들의 모습이겠죠...
 

내 첫번째 펜팔 친구는 80년대 중반 우체국에 근무하는 시인 지망생이었다. 부산일보에 실린 그녀의 시가 너무 좋아 어느 날 나는 우체국으로 엽서를 보냈다. 내가 막 대학을 졸업하고 백수로 시립도서관이나 재개봉관을 들락거릴 때의 일이다. 제깍 답장이 왔고 우리는 한 50여 통의 편지를 주고받았다. 우리는 나중에 아주 친해져 서로의 집을 들락거리기도 했다. 그녀는 가난 때문에 여상을 졸업하자마자 공무원 시험을 치르고 도망치듯 결혼을 했는데  그 결혼생활이 평탄치 않았다. 외롭고 가난한 그녀의 시가 어느 날 내 심경을 건드렸던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 이혼을 한 그녀가 우리 집 근처로 이사까지 왔는데 덜컥 내가 취직이 되어 상경해 버리는 바람에 나로서는 그녀를 떠올릴 때마다 두고두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

내 두번째 펜팔 친구는 카이스트에서 박사 과정을 밟던 초등학교 동창 녀석이었다. 긴 백수 생활에 지쳐갈 때쯤 우연히 연락처를 알게 되어 편지질을 시작했다. 녀석은 과학도임에도(?) 글을 아주 잘 썼다. 나는 성적이나 뭐로 보나 그 아이하고 어울릴 만한 그 무엇이 없었는데 초등학교 때 함께 백일장 같은 데 학교 대표로 뽑혀 다닌 기억이 있어 편지질이 아주 자연스러웠다. 이 두 펜팔 친구는 내가 상경하면서 서서히 연락이 뜸해지다가 지금은 아주 소식이 끊겼다.(초등학교 동창은 그 무렵 고향에 내려가 젊은 나이에 교수가 되었다.)

 세번째 펜팔 친구는  함께 자취하던 내 사촌동생의 고향친구였는데 서울에 올 일이 있을 때마다 우리집에 와서 사나흘 머물다 갔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영국에 공부하러 가 있는 몇 해 동안 나에게 편지를 보내왔다. 나도 그의 편지 요청에 응했다. 답장을 안 쓸 수 없는 아름다운 편지였으니까. (그런 편지가 있다.)  너무 예민하고 수줍어서 저래 갖고 앞으로 한 남자의 몫을 제대로 수행하며 인생을 살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는데 켐브리지에서 박사학위를 따가지고 와서 어디 연구원으로 들어가 잘산다. 나의 염려는 기우였던 것이다.(로드무비야, 남 걱정말고 너나 잘살아, 제발!) 그는 귀국인사로 나에게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두툼한 사진집 한 권을 선물해 주었다. "누나 이건 필독이에요, 필독!" 하면서 하이젠베르크의 <부분과 전체>를 앵기기도 했는데 아직까지 안 읽고 그대로 책꽂이에 꽂혀 있다.

네번째 펜팔 친구는 90년, 장기수후원회에서 하도 편지쓰기를 권장하여 말지(신상기록과 명단이 실렸다)를 꺼내어 펼쳐놓고 고른(?) 광주교도소에 복역중인 한 장기수 선생님이었다. 유독 마음이 끌리는 분( 좀 웃기는 말이지만)이 있어 전우익 선생의 책을 사서 간단한 자기 소개와 함께 편지를 보냈다. 지금 생각해도 나는 좋은 펜팔 친구는 아니었다. 마음을 활짝 열어놓고 편지를 쓰진 않았으니까. 나는 철저하게 그분의 입장에서만 생각하려고 했다. 한마디로 상대를 배려한답시고 오만방자했던 것이다. 외로울 땐 외로워요라고 쓰는 게 당연한데 나는 끝까지 그렇게 하지 못했다. 자신의 이념을 지키기 위해 30년이 넘는 세월을 손바닥만한 방에 갇혀 지내는 분께 외롭다느니 괴롭다느니 입에서 나오는 대로 지껄인다는 건 모욕이라고 생각했다. 사진작가 최민식의 <종이거울 속의 슬픈 얼굴>이 나왔을 때 당장 사서 보내드렸더니 너무너무 좋아하셨던 기억이 난다. 시를 짓고 서화에도 능한 선비 같은 분이었다.

97년인가,  98년 이 분은 출옥하셨다. 그 전 해 연애에 정신이 팔려 나는 편지 보내는 일을 소홀히 했다. 아이를 낳고 그 소식을 올렸더니 얼마나 기뻐해 주셨는지.  나의 네번째 펜팔 친구를 실제로 본 건 그의 결혼식장. 출옥하자마자 독신의 한 전문직 여성의 마음을 나꿔챈 것이다.  유능하기도 하시지! 얼마나 사람들이 많이 몰려왔는지 우리 부부는 아이를 안고 그 하객들과 취재진 사이를 돌파할 수가 없었다. 인사 드리는 것을 포기하고 우리는 근처 지하식당에 마련된 피로연장에서 맛있게 밥을 먹고 돌아왔다. 그리고 작년 김동원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송환>에서 나의 펜팔 친구를 다시 볼 수 있었다. 그분은 칠순이 가까운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활기차고 멋진 모습이었다. 나는 흐뭇한 마음으로 극장을 빠져나왔다.

 



'청솔 푸른 그늘에 앉아 서울 친구의 편지를 읽는다'로 시작되는 소설가 이제하가 고등학교 때 썼다는 시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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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굼 2004-10-08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가 그냥 흐뭇해지네요: )

로드무비 2004-10-08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절반쯤 쓰다가 졸려서 자고 아침에 일어나 마저 쓴 페이퍼랍니다.
소굼님, 고맙습니다.^^

깍두기 2004-10-08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웬지 부럽다.

에레혼 2004-10-08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더니, 로드무비님은 어찌 이리 좋은 벗과 지인들을 많이 보듬고 있는지...... 님의 그 따뜻한 품과 깊은 속이 아름답네요!
역시 재산 중에 진짜 재산은 '사람'일 터... 님은 참 부자십니다!

비로그인 2004-10-08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장기수 할아버지의 인터뷰 자리에서 덩달아 이야기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았는데,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서늘함이 느껴졌었지요.
지금의 북한의 실상을 알고나서는 어떤지 몰라도 "우리 공화국정부는 남한보다 도덕적인 우월함을 지니고 있다"는 요지의 자부감은 가슴을 울렸지요. 어떤 신념이 사람을 혼자서 수십년간을 감옥에서 버티도록 만드는지, 거인의 서늘함이었어요. 인상적입니다.
아마도 그 때 당시의 인민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은 북한이었던 것 같은데, 확실히 전쟁의 경험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돌려놓았던 것 같아요.
그 외엔 유연성과 융통성이 있는 대화를 하시는 분이었죠.
개인적으론 저도 나라와 국가에 대해서 그런 자부심을 지닌 수 있는 것이면 좋겠다 싶어요.

로드무비님은 참...

urblue 2004-10-08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야 이 페이퍼를 봤네요. 이런 일은 추억이 되는 걸까요.

(로드무비야, 남 걱정말고 너나 잘살아, 제발!) 님의 유머는 가공할 수준이라니까요. ^^

내가없는 이 안 2004-10-08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이 멋진 이야기를 의도적으로 가볍게 처리하셨어요. ^^
근사한 펜팔친구가 있었던 님이 너무 부럽습니다.

水巖 2004-10-08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슴 따듯해지는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나의 펜팔 친구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잉크냄새 2004-10-08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중한 이야기들을 간직하고 계시네요.

선인장 2004-10-08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로드무비님 편지 받고 싶어요!!!!

마냐 2004-10-08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편지 잊고 산지 오래인데...오늘 벌써 두개의 페이퍼가 확 앵기네요...으으..로드무비님 이야긴 그래도 훨씬 따뜻하고 좋습니다. ^^

밥헬퍼 2004-10-08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억을 따뜻하게 기억하도록 도와주는 글입니다. 저도 편지를 주고받았던 사람들을 다시 생각하게 말입니다. 

청솔 그늘에 앉아

                   이제하 시/이제하 곡/장순아 노래


청솔 푸른 그늘에 앉아

서울 친구의 편지를 읽는다

보라빛 노을을 가슴에 안았다고 해도 좋아

혹은 하얀 햇볕 깔린

어느 도서관 뒤뜰이라고 해도 좋아

당신의 깨끗한 손을 잡고

아늑한 얘기가 하고 싶어

아니 그냥 당신의 그 맑은 눈을 들여다보며

마구 눈물을 글썽이고 싶어


아아 밀물처럼 온몸을 스며흐르는

피곤하고 피곤한 그리움이여


청솔 푸른 그늘에 앉아

서울 친구의 편지를 읽는다


엔리꼬 2004-10-08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펜팔친구가 있었다.
중삐리 때였다.
당시 유명했던 음악 잡지인 '음악세계' 맨뒤 펜팔란을 통해 만났다.
우연히 이름도 나와 같았다.
함께 듀란듀란을 좋아했다.
글씨를 너무 이쁘게 잘 썼다.
시골 살던 나는 그가 산다는 서울 홍은동에 대한 환상을 가지게 되었다.
그것과 더불어 그에 대한 환상도 커져갔다.

그 뒤로 몇년이 흘러 난 서울로 이사했다..
홍은동에 가보았다.
환상은 깨졌다.

그렇지만 그때의 그 홍은동 중삐리 여인에 대한 환상은 아직까지도 남아있다.

분위기 맞지 않게 좀 깨는 글 올려 죄송합니다. ^^ 갑자기 펜팔 하니 그녀가 생각나서리...

oldhand 2004-10-08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주옥같은 글입니다.
장기수 선생님과의 인연은 마치 <완전한 만남>의 한 꼭지를 보는 것 같아요.
메마른 제 영혼에 단비를 내려 주시는 군요. 흑흑.

2004-10-08 16: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4-10-08 18: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4-10-08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암님, 그리고 여러 분 말씀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런데 제 이 페이퍼에서 음악이 들리는데 다른 분들 귀에도 들리시나요?
밥헬퍼님께 고맙다는 말씀 전합니다.
펜팔 친구,라는 옛 추억을 건드려봤습니다.
멀어진 사람들이 사무치게 그리운 계절 아니겠습니까.
한 말씀 한 말씀 잘 들었고요.
고맙습니다.^^


릴케 현상 2004-10-08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감동적이네요
펜팔 같은 거 나도 해 봤으면 좋았겠다 싶네요^^

숨은아이 2004-10-09 1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송환"에서 본 기억이 나요. 아름다운 추억 부럽습니다. 노래 들려주시는 밥헬퍼님께도 감사.
 

금요일엔 전영경 시인의 시(아, 황량)를 오래 된 수첩에 올리다가 코멘트가 어째 술 이야기로 빠져버렸다. 대구뽈탕에 뽈찜에 당장이라도 종로 뒷골목에서 모일 것처럼 수다를 떠는데 세상에, 우리의 수암님까지 가세하시는 게 아닌가! 그 골목 빈대떡이 뭐 어떠시대나!

그날은 마침 술마시기 딱 좋은 날, 금요일 저녁이었다. 한달에 두 번은 꼭 가는 동네 꼼장어집에서 퇴근한 동생 부부랑 남편이랑 꼼장어구이를 안주로 소주를 마셨다. 술이 엄청나게 달았다. 움직이기도 귀찮고 그냥 그집에서 전어구이를 시켜 술을 계속 마셨다. 숯불에 구운 전어가 얼마나 부드러운지 입에서 살살 녹았다. 세살짜리 조카녀석이 제 엄마 품에서 자길래 집으로 데려다주고 우리는 딸아이까지 데리고 포장마차에 갔다. 즉석에서 회를 쳐주는 집인데 우리는 소금구이 새우를 세번째 안주로 골랐다.

남동생이 내 알라딘 서재에 들어와 봤다고 했다. 제 누이가 밥먹다가도 슬그머니 나가서 컴퓨터 앞에 앉고 하는 꼴을 몇 번 보더니 조금 궁금했던 모양이다. 녀석과 지 마누라  흉 안 보기를 잘했지. 나는 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책장수님에, 부산 사는 여동생에, 이제 남동생까지......나는 알라딘에서 빼도박도 할 수 없다. 아, 방을 하나 새로 만들어야 하나?

맥주를 사들고 와 집에서 계속 마셨다. 모처럼 아주 뽕을 뺐다. 몇 년 전 나와 어쩌다 헤어진 친구가 있는데 며칠 전 일 관계로 연락을 했더니 내 남편의 목소리를 확인하고 다짜고짜 울더라고 했다. 그 소리를 듣고 나도 울었다. 남편이 연락할 마음이 없냐고 묻길래 없다고 했다. 그런데 왜 우냐고......우는 건 우는 거고 상관하지 말라고......

이 나이쯤 되면 사람 관계 맺히고 닫히는 일 없이 잘 풀려나갈 줄 알았다. 그런데 똑같다. 너무 좋아하는 사람은 만들면 안되겠다. 나는 사람 때문에 우는 게 낭패스럽고 민망하다.

토요일은 숙취로 하루종일 엎드려 있다가 오후에서야 꼼지락거릴 수 있었다. 오래 전 읽었던 윤태호의 <로망스>가 눈에 띄길래  꺼내어 읽고 30분 만에 리뷰를 하나 써제꼈다. 뿌듯했다. 공친 하루가 아닌 것이...... 그리고 어제 아침엔 신경림 시인의 산문집 리뷰를, 또 오후엔 알라딘에 주문한 책이 도착하여 <나른한 오후>를 읽자마자 흥이 올라서 또 리뷰를 썼다. 맹세컨대 리뷰를 쓰려고 책을 읽었던 것은 아니었다. 물론 서재순위 30이나 적립금 5000원이 머리속에 아주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오늘 아침 서재순위를 확인하니 아홉 번짼가 열 번째다. 별로 무리한 것도 아니었는데 사실은 무리였던 것일까?  왠지 자기 자신에게  질리는 기분이 든다. 머리도 무겁고 코도 맹맹하고.

리뷰를 쓰기 위해 책을 읽지는 않겠다. 책을 읽고 별 흥이 없는데도 리뷰를 쓰겠다고 낑낑대지는 않겠다. 이것이 오늘 아침 나의 결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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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아이 2004-09-20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아... 암튼 서재 순위에 올라가시는 분들 보면 그냥 대단하단 생각뿐입니다. 로드무비님 어제 올리신 리뷰 다 멋있었어요. 그런데 저도 뭔가 경험을 하나 하고 나면 서재에 글을 써야 정리되는 기분이 들어요. ^^ (물구나무선 당나귀, 아이 이쁘다.)

▶◀소굼 2004-09-20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요르녀석..푸우에서 제가 좋아하는 캐릭터^^;
리뷰쓰려고 책읽는거라도 했으면 좋겠어요 전;;둘다 못하고 있다는- .-;;
다행히 전 가족들한테는 알라딘은 아직 모르는 곳이라;;홈페이지 쪽은 다 알아버려서 자멸상태-_-;

로드무비 2004-09-20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은아이님, 소굼님, 저도 이요르 제일 좋아해요.
좀 멍청하게 생긴 아해들이 좋은 건 동병상련의 뜻이랄까.

2004-09-20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술빨이었어~~^^:;; 리뷰를 쓰려고 책을 읽으면 스트레스죠..즐거움이 아니라..책을 즐겁게 읽어도 리뷰가 안써질 때가 있고 책을 그냥저냥 읽었는데도 리뷰가 술술 나올 때는 허걱 이 구라를 올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고민하게 되죠..음 암튼 가을 전어 냄새가 여기까지 풍겼다는 사실만 알아 주십쇼..오늘 날씨 구리구리하네요..폭 쉬세요.

아키타이프 2004-09-20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알라딘에 서재를 만들고 제일 난감했던게 <리뷰>에 대한 압박이었습니다.
책을 읽을때는 : 집중해서 얽고 리뷰 적어야지(헉-_-;;), 라는 머리속에 꼬릿표가 붙어서 책읽다가도 내가 좋아서 읽는건지, 리뷰를 적기 위해서 읽는건지 혼란스러워서, 그 혼란이 더 마음을 어지럽혀서 진작 저만의 글읽기가 안되고 있다지요.
알라딘를 좀 등한시 하는 경향이 그런 이유 때문이라면 좀 귀여운 변명 아닌가요(헤~)

_ 2004-09-20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예전에는 10편당 5천원때문에 썼다가, 그러다가, 이주의마이리뷰를 노렸다가, 다음에는 구 명예의 전당을 노리면서 리뷰를 써나간거 같아요. 그러다가, 한계점에 다다러서, 푸웅~하고 가라앉아버렸고, 저도 이제는 책을 보고, 뭔가 기억에 남는 책만 남기고 있습니다. 목적의식을 버렸지요. 서재를 잠시 떠나 있는동안 있었던 개인적인 일들을 그냥 책과 연관시켜 적어내고(다수에게 공개하는 리뷰로는 분명히 부적절함을 알지만;) 있었는데, 이제 그것도 바닥이 나나 봅니다. 크흐,

바람구두 2004-09-20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대체 나는 왜 쓰는 거지? 흐흐. 노리는 게 뭘까? 그런 생각이 드네요.

superfrog 2004-09-20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저 밑으로 툭, 떨어지고 나니 홀가분해요..^^
이제 숙취는 다 사라진 거죠? 비오는 오후가 스산하기만 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시길..

로드무비 2004-09-20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나님, 맞아요. 술빨로 주말에 리뷰 세 편 썼어요. 그런데 님은 뭔빨로 그렇게
많이 쓰셨대요? 흥=3 잘 쉬고 있어요. 저녁에 전어 사서 드세요.
가하님, 리뷰 쓰기 거시기하면 페이퍼 쓰심 되잖아요.
알라딘에서 님이 틀어주는 음악과 얘기 더 많이 듣고 싶어요.^^
바람구두님, 자기만족이든 뭐든 사람들마다 노리는 게 있으니까 긁적이는 거겠죠.
그런데 님은 글 안 쓰시면 안 될 분 같습니다.
앞으로도 부탁드릴게요.
(부탁 받고 글쓰면 저는 기분좋던데......)
금붕어님, 술...그거 괴로워요.
감기가 옴팡지게 걸렸습니다.
자업자득이죠, 뭐.
금붕어님도 쾌적한 오후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