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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와 오늘 낮 혜화동 바탕골소극장에서 <춤추는 모자>라는 가족뮤지컬을 보고  왔습니다.

저는 너무 게을러서 평소 아이를 데리고 극장이나 미술관 등을 자주 찾는 편이 아닙니다.

그런데 며칠 전 선배가 티켓을 우편으로 보내와서 마지막 공연일인 오늘  무거운 몸을 일으키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입니다.

배우들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조금 엉성한 감이 있는 작품이었지만 아이는 처음 본 연극

무대가 꽤나 신기하고 즐거운 모양이었습니다.

무대 여기저기 널려 있는 다양한 디자인의 야광 모자들이 꽤 눈길을 끄는 세미 뮤지컬인데요.

버려진 모자들은 간절히 자신을 써줄 주인을 기다리고, 어느 날 다리를 다쳐 그토록 좋아하는

무용을 못하게 된 주인공 소녀 하늘이가 자신에게 맞는 모자를 찾아 하나하나 써본다는 뭐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자아찾기, 어른의 눈으로 보면 조금 진부하다고 할 수도 있는 이야기죠.

초등학생 자녀들을 데리고 온 젊은 엄마아빠들이 객석을 가득 채웠습니다.

핫팬츠, 멋지게 머리 위에 올려붙인 선글래스 등 아이 엄마라기에 그들은 너무나 젊고 패셔너블해

저는 속으로 혀를 내둘렀습니다.

앞에 앉은 자매는 지루한지 몸을 비비 꼬며 "이거 언제 끝나?"하고 연신 제 엄마에게 묻더군요.

배우들이 저 소리를 들으면 얼마나 힘이 빠질까 신경이 조금 쓰일 정도로 큰 목소리였습니다. 

 

집으로 오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종점인 역에 내렸는데 대여섯 살의 여자아이가 승강장 앞에

꼼짝않고 서서 울고 있었습니다. 무슨 일인가 다가가봤더니  원피스 밑으로 흘러내린 응가가

종아리를 적시고 바닥에도......

엄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흘끗대며 지나가고요. 아이는 울고......

이럴 때 엄마가 와서 아이를 닦아주고 그것을 깨끗이 치워주기만 기다리는 건 아이에게 너무

가혹한 일이 아닐까요?

가지고 있는 휴지로 종아리를 닦아주며 아이를 안심시킨 후 그 아이의 엄마를 기다렸습니다.

화장실로 데려가 다짜고짜 아이의 옷을 벗기고 궁둥이를 씻어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은 했지만

그새 엄마가 나타나면 어떡하나 싶어(사실은 그렇게 핑계를 대고 뭉기적거린 거죠) 눈에 보이는

똥이나 닦으며 아이 옆에 있었습니다.

저보다 고작 두어 살 많은  딸아이가 옆에 있으니 아이도 안심이 되는 듯 울음을 멈췄고요.

10분쯤 뒤 그 아이의 젊은 할머니가 헐레벌떡 나타났습니다.

저는 나머지 휴지와 비닐봉지를 하나 건넨 뒤 자리를 떴습니다.

 

사실 생각해 보면 그 정도 일은 인생에서 아무것도 아닙니다.

조금 당황할 정도의 사소한 일이지요.

그런데도 그 순간의 기억이 아이의 마음 속에 빼도박도 못할 비관과 고독을 심어버린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 곤란한 순간에 함께 엄마를 기다려준 사람들이 있었음을 그 아이가 기억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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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4-08-22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잘하셨네요....
얼마나 놀랬을까요??
동물원 원숭이가 된 듯 민망했을 거예요..
참 좋은 분이시군요...살면서 우리 아이들도 좋은 이들을 많이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깍두기 2004-08-22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의 슬픔이나 절망은 어른의 그것에 비해 결코 가볍지 않다.......이 비슷한 말을 에리히 캐스트너가 했지요, 아마.
그럴 때 옆에 있어주는 어른이 되어야 할 텐데요, 우리 모두.
그 아이는 함께 해준 님을 절대 잊지 않을 거예요. 내가 괜히 고맙네.

starrysky 2004-08-23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은 언제 어디서나 멋지시군요. 햐아~ 다시 한번 감탄했습니다. ^-^
근데 왜 아이는 거기 그렇게 혼자 오랫동안 버려져(?) 있어야만 했던 건지 상황이 좀 궁금하군요..

내가없는 이 안 2004-08-23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너무 좋은 이웃이에요. ^^

로드무비 2004-08-23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헤 반딧불님, 깍두기님, 스타리 스카이님, 이 안님 반갑습니다.
칭찬 듣고 싶어 슬그머니 올렸습네다.
님들은 더 잘해주실 거면서...
아이 아빠와 약속한 시간이 10분이나 늦어지는 바람에 경위를 듣지
못했네요. 저도 궁금해요. 왜 그렇게 아이를 혼자 오래 뒀는지...

비로그인 2004-08-23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함께 해준 사람들이 있었음을... 그 아이는 꼭 기억할 겁니다. 예쁜 로드무비님.
 

휴가중 달리는 차 안에서 우연히 듣게 된 모르는 가수의 노래 두 곡에 난리를 쳤던 로드무비를

기억하시나요?  불과 사흘 전 일입니다.

두어 시간 전 MBC 홈페이지에 들어가 한참을 버벅거리다가 전화를 걸었습니다.

"저기 8월 17일 2시 50분에 라디오 방송중 '불행아'라는 노래와 밥 딜런의 곡을 멋들어지게 부른

가수가 누구인지 알고 싶어서 전화를 했는데요."

(내가 발음에 자신이 없어 차마 읊지 못한 그 노래 제목은 Knockin on Heaven's Door이다.)

"담당자가 지금 자리를 비우셨으니 나중에 전화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조금 전 정말 전화가 왔다.

"불행아, 부른 가수 말씀이지예? 박상운이라고 부산 지역에서 라이브 활동하는 가수입니다."

"혹시 음반을 내신 분인가요?"

"제가 알기론 그냥 라이브로 조그만 무대에서 노래부르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혹시 그분이 활동하시는 무대가 어딘지 알 수 있습니까?"

"아, 그건 잘 모르는데요. 필요하시면 알아봐 드릴까요?"

"아, 알고 싶긴 한데...돼 됐습니다. 그 정도로 하죠, 뭐."

"박상운 씨에게 꼭 전해드리겠습니다. 지나가다가 노래 듣고 너무 좋아서 전화를 걸어온 분이

계시다고..."

'예, 꼭 전해주세요. 너무 좋았다고...헤헤헤."

그러고 나는 전화를 끊었다.

 

그의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나는 당장 그의 팬카페라도 만들 듯 흥분했었다.

가수 박강성의 것 부럽잖은 팬카페를 만들어 선봉에 설 결심도 했다.

그런데 오늘 자신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자기 귀로 들어가며 통화를 하다보니 점점 나의 집착이

눈에 띄었다. 그것이 무엇이든 무얼 꼭 제것으로 하고야 말겠다고 난리를 피우는 일은

볼썽사납다고 머리속에 입력이 되어버린 나다.

도대체 사귄 지 15년도 넘은 베스트 친구를 사소한 일로 불같이 화를 내고 절교통보를 한 인간이

지나가다가 우연히 노래 두 곡 듣고 팬카페는 무슨 얼어죽을 팬카페란 말인가!

나는 그 일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자신이 믿을 수 없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것보다 더 무서운 상처가 세상에 또 있겠는가.

나는 어느 새 자신의 선택조차 의심을 품는 기분 나쁜 인간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 가수가 누구인지를 추적하는 일은 이쯤에서 끝낼까 한다.

생각해 보니 그날 단 한 번 들은 것으로 족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의 노래는 이미 내 마음속 턴테이블에서 쉴새없이 돌아가고 있으니까...

나나나나나나나나~~~~~~~~나나나나나나나나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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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rsta 2004-08-20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정말 맞는 말같아요. 살다가 정말 괴로운건 내가 이렇게 별볼일없는 인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인것 같습니다. 아이가 만약 그런 생각을 한다면 그보다 더 괴롭겠지요.

아까 우체국 다녀왔습니다. 97%의 확률로 내일 도착할꺼라고 했으니까 ^^ 97%의 기대를 가지고 기다려주세요. 히히..

로드무비 2004-08-20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97프로의 확률이라, 슬슬 안주 준비에 들어가야겠군요.
타스타님이 너무 좋아요!(이 뻔뻔함!)

tarsta 2004-08-20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킹온 해븐즈 도어를 저는 건즈 앤 로지즈의 노래로 들었는데요. 아 건즈앤 로지즈.. 94년 제 마음을 몽땅 뺏어간 그룹입니다. 아름다운 미성만 마음을 울릴 수 있는게 아니죠. 수세미 같은 액슬로즈의 목소리가 그렇게 절절할 줄. 몰랐습니다. 비록 해체되었지만. 건즈앤로지즈 파이팅!
(이상은 댓글과 전혀 상관없는 댓글;;;)

superfrog 2004-08-20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박상운이라는 사람이 노래를 잘 부른 것도 있지만 아마 그때의 햇빛과 바람과 로드님 옆에 계신 분들과 뭐.. 기타등등 이 온갖 것들이 딱 100% 맞아떨어져 최고보다 더한 오라를 갖고 님 귓속으로 쏙 들어가 심장을 쾅쾅 울린 게 아닐까요.. 헤헤.. 뭔소리냐구요.. 한마디로 그냥 그때 멋진 노래를 들었노라, 라고 기억하고 계시는 게 더 좋을 듯 하다는..;;

호랑녀 2004-08-20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한 밤무대가수를 따라, 호프집을 옮겨가며 맥주를 마시던 기억이 있네요.
음, 그오빠... 목소리가 김광석이랑 비슷했는데, 지금 어디서 뭐하나 모르겠다...
그 호프집도 그대로 있을까?
여울효주님도 부산분이시구나...^^

아영엄마 2004-08-20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타스타님! 저도 건앤로즈 팬이야요!! 아참 여긴 로드무비님 서재인데..^^;;
아참 부산에 사시나요? 그냥 혹시나 싶어서...
보림 그림책 전시회

부산 롯데 백화점과 부산 교보문고에서 보림 그림책 전시회를 합니다.
보림의 유명한 그림책의 그림 39점과 책을 만나 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전시회에 오시는 분들께는 무료로 책을 한 권씩(매일 선착순30명)드리고 도서목록도 드립니다.
부산 지역 독자님들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장소: 부산 롯데백화점 본점
날짜: 2004년 8월23일(월)~25일(수)

장소: 부산 롯데백화점 동래점
날짜: 2004년 8월26일(목)~28일(토)

장소: 부산 교보문고
날짜:2004년 8월30일(월)~9월18일(토)

明卵 2004-08-20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부산MBC에 전화거셨다는 말에 '아니, 그럼 부산에 사시나?'하고 생각했습니다. 반가운 마음으로..^^
맞아요. 한 번 듣고 반한 걸로 괜찮은 것 같아요. 계속 반해있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나중에 혹시나 혹시나 음반이라도 내면 한 장 사 주시는 건...
건즈 앤 로지즈의 나킹 온 헤븐즈 도어도 들어봐야겠네요. 밥 딜런과 메탈리카 버전밖에 안 들은 것 같은데.

아키타이프 2004-08-27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엑슬로즈~♡ 원츄입니다.
don't cry/november rain/patience/welcome to the jungle/yesterdays/since i don't have you...그 외에도 많지만 지금것은 제 추천곡입니다. gun's N roses를 보는 순간 반가운 마음에 딴소리만 적네요.
am을 들으신건가요. fm은 부산문화방송은 2시의 데이트 하거든요...
박상운씨라는 분이 얼마나 잘 부르셨는지는 몰라도
11월 해운대 백사장에서 딸랑 기타 하나의 반주로 노래 부르는 아저씨만 할까요(자랑질~~)
이럴때가 부산에 산다는게 가장 큰 잇점이죠.
끝까지 실없는 소리만 지껄이다 가네요
 

오늘 아침에 일감을 보내기로 했는데 마치지 못했다.

어제는 아예 알라딘 근처에 걸음도 안하겠다 생각했으나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서재 방문객 수를 보니 형편없이 떨어져 있어 주먹을 불끈 쥐고 페이퍼를 쓰기 시작했다. 마이리스트에 뽑히고 난 이후 내 서재 방문객 수는 엄청 늘었다. 아니 어쩌면 슈렉 체스판을 페이퍼에 올렸던 게 원인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다시 방문객 수가 줄어드는 건 하나도 이상한 일이 아닌데 그래도 이상하게 신경이 조금 쓰인다.

방을 처음 만들었을 떄 나는 마음 속으로 다짐한 게 있었다. 사람들이 몇 명 오는 것에 연연하지 않고 차분히 앉아 좋은 글을 쓰겠다고. 나중에 우리 주하가 커서 엄마의 방에 써놓은 글들을 보고 나를 좀 더 이해해주고 좋아해 주기만 바라고 시작한 일이었다.

그런데 나의 상상은 안하무인지경이 되었다. 내가 죽고 나서 예쁘게 성장한 주하가 눈물을 글썽이며 나의 글들을 읽는 것이다. 그리고 엄마의 리뷰를 보고 감동, 책꽂이에서 그 책을 찾아내어 읽고 오래 전의 영화들을 구해 보는 것이다. 같은 기분을 느끼고 싶어서...

하나하나 내 글을 꺼내어 읽으며 '아아, 우리 엄마는 정말 멋진 분이었구나!', 하고 주하는 감탄을 금치 못할 것이었다. 그 장면은 상상만 해도 황홀하고 가슴이 뭉클했다.

나의 형편무인지경의 망상은 계속되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출판사의 발행인이나 편집자가 우연찮게 나의 서재에 발을 들여놓게 되는 것이다. 아니 이럴 수가, 이렇게 좋은 글들이 방치되어 있었다니! 놀라서 서재 주인을 수소문해보는데 안타깝게도 이미 그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이다. 남편과 아이는 뒤늦게 세상에 나온 엄마의 책 때문에 생각지도 않은 큰돈을 손에 쥐게 된다.

그렇게 고상하고 원대한 꿈을 꾸며 시작한 알라딘 서재였다. 그런데 오늘 아침 정신을 차리고 생각해보니 어쩌자고 일이 엉망이 되어버렸다. 즐겨찾기해준 사람 숫자나, 또 내가 쓴 글에 코멘트가 달리나 안 달리나 따위에나 신경을 쓰고 있는 꼬락서니라니!  아아, 나는 이래봬도 인생을 번쩍 들었다가 놓을 줄도 아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어젯밤에는 술까지 한잔 마시고 얼근하여 서재에 기어들어왔다. 막상 들어왔더니 뭐 하나 쪼가리 글이라도 써볼까 하는 욕심이 생겨 쓴 것이 페이퍼  40캐럿. 아침에 읽어보니 가관도 아니었다.

알라딘 서재 시작한 지 어느 새 한달 열흘째. 생각해보니 그때 막연하게나마 세웠던 여러 가지 원칙들 중  형체라도 조금 보존하고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 그나마 의욕 없던 인생에 알량한 의욕이나마 생겼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담당자에게 일이 하루 늦어지겠다는 전화를 하려면 출근을 해야 하니까 한 시간이나 남았다. 또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는 시간도 그 비슷한 시간이었다.  그래서 나는 어젯밤 술 먹고 쓴 페이퍼를 사람들이 보기 전에 없애기 위해 아침부터 알라딘 서재에 들어왔다.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두어 줄 정도만 고쳐주면 뺄 것까진 없겠다 싶어 조금 손보고 밤새 내 글에 남겨진 코멘트를 따라 서재 마실을 다니기 시작했다. 아침이라는 사실을 잊고,,,

아뿔싸, 컴퓨터 하단에 기록된 시간을 보니 8시 50분. 어린이집 버스는 8시 57분에 정확하게 우리 동 앞으로 온다. 미친듯이 거실로 뛰어가 어린이 프로를 넋놓고 보고 있는 아이 손에 팥빵을 하나 앵기고 머리를 묶고 옷을 갈아입히고 물수건으로 얼굴을 닦아주었다.점심 먹고 나서 먹을 감기약까지 약통에 담아 챙기고 나니 8시 57분.

아슬아슬하게 아이를 어린이집 버스에 태워보내고 집에 들어와 떨리는 목소리로 전화를 걸었더니 담당편집자가 휴가중이란다. 야호!야호호호!

그리하여 아까 꺼지도 않고 나갔던 알라딘 서재, 다시 기어들어와  이렇게 주옥같은 글을 쓴다. 정말 예사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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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4-08-12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ㅎㅎㅎㅎ 축하합니다. 서재 폐인의 경지를 ^^

chika 2004-08-12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 ? 폐인의 모습을 보게 되는군요... ^^

chika 2004-08-12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엉? 내가 쓸땐 아무런 코멘트가 없었는데... 역시... 컴의 속도가...? ㅡㅡ;

sooninara 2004-08-12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년을 그렇게 살아보십시요..남는것은 어깨 손목의 통증뿐..그렇다고 서재가 끊어지냐구요..
마약보다 더 징합니다...^^ 저도 축하드려요..폐인의 경지에 들어선 새 어린양을...
그리고 저도 찌찌뽕...감격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아이들이 커서 엄마 서재 보면서 저에대해 이해해주길 바란답니다..그리고 자기들 키울때 감정들도 알아주기를...ㅋㅋ

반딧불,, 2004-08-12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감축드려야 하남요??

전 같이 울어드립니다..꺼이꺼이~~

비로그인 2004-08-12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재밌네요. ^^

호랑녀 2004-08-12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예사일이 아니에요... 진짜루...

잉크냄새 2004-08-12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7분의 대혈투!
왠지 비디오의 빨리 감기 버튼을 누르고 보는듯한 일상입니다.^^

2004-08-12 13: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balmas 2004-08-12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정말 경지에 오르셨군요 ...

플레져 2004-08-12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무엇을 위해 서재를 꾸미고 있나... 서재가 생기기 전부터 틈틈이 북 리뷰를 썼기 때문이고, 북 리뷰를 쓰는 이유는 뭔가 남겨두고 싶어하는 욕망때문이겠죠...
물수건으로 주하의 얼굴을 닦다, 이 장면이 젤 맘에 듭니다 ^^

미네르바 2004-08-12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 폐인... 그 단어의 뜻이 무엇인지 저도 알죠. 저도 실질적으로 서재 시작한 지, 석달 열흘밖에 안 되었는데 처음에는 감당이 안 되더라구요. 처음엔 일종의 배설의 욕구 같은 것. (그 전에는 비공개로 썼거든요.) 내 감정을 그냥 글로써 토로했던 것이죠. 지금도 가끔 비공개 카테고리에 혼자만의 글들을 써 놓기는 해요. 전 스스로 여기서 벗어날려고 꽤 노력하는데 쉽게 안 되더라구요. 님의 글을 읽으며 많이 공감한답니다.

2004-08-12 18: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4-08-12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 폐인 된 것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다들 기뻐하시다니!!
더더 열심히 서재 들락거리겠습니다, 라고 할 줄 알았죠?
코멘트 달아주신 분들 너무너무 감사드려요.^^

starrysky 2004-08-13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연히 더더 열심히 서재활동 해주셔야지요. ^^
내일부터 더위도 한 풀 꺾인다니까 기대할 거예요! 기대할래요~!!!
(근데.. 일은 다 끝내셨나요? 혹시 지금 시간까지 일하고 계신 거여요??)

내가없는 이 안 2004-08-13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찌 동작이 그리도 번개같으신지요? 역시 글처럼 행동도 불같이 번쩍이는가 보군요. ㅋㅋㅋ

검둥개 2005-08-07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나는 이래봬도 인생을 번쩍 들었다가 놓을 줄도 아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 ^_________^
 

일은 잘 안 되고, 약속한 날은 점점 다가오고... 그럴 땐 모든 걸 잊고 쇼핑이나 하는 게 딱이다.

5만 원 들어올 예정이면 미리 10만 원을 쓰는 인간형인 나는 다행히 남편 잘 만나(맞는 말일까?)

사고 싶은 것 눈치보지 않고 사면서 살고 있다.

사실 처음부터 내가 이렇게 헤펐던 것은 아니다.

어느 글엔가 간단하게 사정을 쓴 적이 있는데 전재산을 홀랑 잃는 경험을 한 후 인생관이

바뀌어 버렸다고 할까?

의도적으로 가볍게 처리하는 이야기인만큼 어디 가벼운 기분으로 써볼까?

97년, 전세 계약을 하러 갔더니 주인 부부가 나보다 그리 나이도 많지 않은데 으리으리한 목욕탕 건물 

꼭대기 80평 독채에 살고 있었다. 건물만 네 채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나는 그 엄청난 재산 규모보다 큰맘먹고 산 우리집 냉장고의 세 배는 족히 되어 보이는 외제냉장고와

치렁치렁 끌고 나타난 안주인의 반짝이 홈드레스에 한눈을 팔았다. 입고 싶어서가 아니라 신기해서...

그런데 알고보니 그 모든 것이 은행빚과 우리 같은 세입자들의 전세금을 받아 마련한 것이라잖나.

 

IMF 가 절정일 때 주인 부부는 야반도주를 했고 눈치 빠른 세입자들은 그 집에 몰려가 냉장고며

세간살이며 닥치는 대로 들고 나왔는데 우리 부부는 먼 풍문인 듯 그 이야기를 듣고만 앉아 있었다.

몇 달 후 우리가 사는 건물을 경매로 낙찰받은 험상궂은 인상의 여자가 인부들을 데리고 와

집수리를 하기 시작했을 때 나는 우리 사정을 좀 봐줄랑가 하여 하루는 땀을 뻘뻘 흘리며

밥까지 해서 먹였다.

(병신!! ) 그것은 내 인생에서 몇 번째로 꼽히는 수치스러운 기억이다.

그 여자는 두어 달 새 오천 만원인가의 이익을 남기고 우리 몰래 건물을 팔아치웠다.

 

 <in 서울>과 <상처> <THIS>는 내가 아주 좋아하는 문흥미의 만화이다.

어제 모처럼 한 사이트에 들어갔더니 절판된 것들을 포함 문흥미의 모든 만화가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 가족은 지금 서울에 살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in 서울>이라는 문흥미의 만화를 떠올리면 남의 돈으로 흥청망청 사치를

하고 살다 도망간  집주인 내외의 얼굴과, 소송을 취하해 주면 100만 원을 주겠다고 하여

이사 비용이라도 건져보자고 취하했더니 안면을 바꾸던 모 교회의 장로와, 기타 등등 내게

모욕과 상처를 준 인간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이상한 결론이지만, 우리 부부는 그때 허리띠 졸라매며 살지는 말자고 약속했다.

아직 은행 대출금도 얼마간 남아 있고 하지만 우리 부부는 꼭 사고 싶은 것 사면서 먹고 싶은 것

먹으면서 복장 편하게 살고 있다.

<in 서울> 등 문흥미 만화 입수한 것 자랑하려고 쓰기 시작했는데 이상한 얘기가 나와버렸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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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4-08-10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어렵고 힘든일을 겪으셨는데도.. 남다른 마음가짐이시군요..^^
존경스럽습니다..
저는 문흥미의 만화를 읽으면 마음이 무겁더군요.. 그 뒤까지 길게 남는 여운이라니~
좋아하는 만화를 다 구하셨다니.. 축하합니다..^^*

로드무비 2004-08-10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가끔 님의 코멘트가 힘이 됩니다.
사람은 강한 척하면서도 사실 얼마나 약한 존재인가요.
<원피스>는 어제 부쳤다네요.
책 받으면 어떤지 얘기해 드릴게요.^^

미완성 2004-08-10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This가 너무 좋았었어요. 세상에서 제일 가난한 우리집, 이었던 가요.
문흥미씨 그림은 된장국같아요. 구수했구.
로드무비님은 그걸 처절하게 몸으로 겪어내셨구, 또 문흥미님의 그림 속에 담긴 것을 볼 수 있는 눈을 갖고 계시잖아요. 앞으로도 편안하게...사시길 바랄께요.
가끔 삶은 감옥같지만, 사실 감옥 안에서두 밥 잘 먹구 잘 싸구 하다보면 꽤나 재밌잖아요?
헉. 이건 아닌데 ㅠㅠ

반딧불,, 2004-08-10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거의 저하고 같군요..
그러고 나서...
가끔 무쟈게 후회하는 날들을 보내는 이랍니다ㅠㅠ

책장수 2004-08-10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장 편하게 사는 게 야무지게 사는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렇게 오래오래 살아봅시다. 다함께~ 차차차~

로드무비 2004-08-10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돈 잃은 것보다 그 여자하고 인부들에게 땀 뻘뻘 흘리며 밥해준 게
왜 그리 수치스러운지... 반딧불님의 스토리도 궁금하네요.
내일 님 방에 갈게요.^^
따우님, 헌책을 샀는데 이건 새책이더란 말입네다.호호^^
책장수님, 그래요, 우리 잘살아보자고요.~~

플레져 2004-08-10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창시절 저의 소원은, 내가 사고 싶은 책과 보고 싶은 영화를 보고 싶을 때 보자 였어요.
책 사고 영화 볼 때는 돈에 대한 개념이 없어집니다. 너무 황홀해서...ㅎㅎ
그 이상은 너무 많이 생각하는 바람에 '나중에~'를 외쳐버리지만...
님께 요모조모 많이 배웁니다.
 

나는 아귀찜을 무지 좋아한다.

언젠가 동네 어물전에서 깨끗하게 손질 된 아귀를 싸게 팔길래 한 마리 사와서

무 넣고 탕을 끓여 먹었다.

소금 간에 대파만 쑹덩쑹덩 썰어넣었는데도 시원하고 참 맛있었다.

(지난 여름 묵호에서 사먹은 곰국(아귀탕)과 비슷했다.)

자신감을 얻은 나는 다음엔 뻘겋게 아귀찜을 해보리라 마음먹었다.

얼마 전 마트 앞을 지나는데 소쿠리에 담은 아귀 두 마리를 5000원에 파는 것이 아닌가.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덥석 그것을 사가지고 왔다.

그런데 집에 오는 내내 뭔가 찜찜했다.

조금 전에 지나온  마트 앞으로 기억을 되돌렸더니 맙소사!

손질이 되지 않은 통아귀가 등장하는 것이다.

나는 어떻게 되겠지 하고 집으로 돌아와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늘 아귀찜 맛있게 해줄테니 집으로 빨리 와서 아귀 손질해줘!"

공교롭게도 남편은 그날부터 꼬박 사흘을 밤늦게 돌아왔고,

아귀는 봉지째 그대로 조그만 김치냉장고 속에 방치되어 있었다.

그런데 무얼 하든  아귀가 머리속을  맴도는 것이다.

'저 아귀를 네 손으로 직접 손질하지 않으면 너는 결코 어른이라고 할 수 없는 거야!'

하는 밑도끝도 없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리고 또,

"두려움이 많으면 세상 살기가 힘들어지는 거야!" 하는

채플린의 영화  '라임라이트'의 대사도.

 

그 다음날, 나는 용기를 내어 그걸 도마 위에 올려놓고 봉지를 풀었다.

흐물흐물하고 퀘퀘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흐린 그 눈.

나는 마음속으로 "으악!" 소리를 지르고 서둘러 다시 봉지를 묶었다.

그리고 그대로 밖에 가지고 나가  음식물찌꺼기 통 속에 풀어넣었다.

결국 아귀를 손질하지 못했으니 나는 진정한 어른이 못 되는 것인가?

두려움이 이렇게 많으니 겁장이로 비겁하게 살다 죽을 건가?

걱정이 밀려왔다.

그래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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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icare 2004-07-08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에 한 표.ㅠ.ㅠ
여기도 그런 인간 또 하나 있습니다.

40일백 2004-07-08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까운 아귀를 그렇게 버리시다니요.
제 가슴이 찢어지는 듯이 아파옵니다
보기에는 흉물스럽게 생겼지만 생긴거하고는 반비례로 엄청 맛있다는 걸 잘 아시면서

제사는 동네에서는 아구라고 부르고 그래서 저도 아구찜이라고 하는데.....
어쨌든 반갑습니다. 자주 들르겠습니다. ^.^

로드무비 2004-07-09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구찜님, 죄송해요.
없어서 못 먹는 아귀지만,
그래도 직접 내장을 꺼내야 하는 건 너무 무서웠어요.
앞으론 잘 손질 된 아귀만 사다가
맛있는 아귀찜 만들어 먹을게요.

마냐 2004-07-12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정말 아깝습니다. 무섭지만, 저는 아무래도 아낙스피릿이 먼저인듯 합니다. ^^;;;

로드무비 2004-07-12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냐님, 아낙 스피릿이 뭔지 몰라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아낙스피릿이라면 저도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습니다만,
아귀의 감촉은 정말 무섭더군요.^^;;;

panda78 2004-08-02 0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귀를 사신 것만으로도 저는 존경합니다. 아구찜 같은 음식을 저는 언제쯤이면 만들어 볼 수 있을런지.. ㅡ..ㅡ;;;

로드무비 2004-08-10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잉? 언제 판다님이 글을...
판다님은 아귀 같은 것 사지 마세요.
돈 많이 벌어서 맛있는 집 것만 사서 드세요.^^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은 미모로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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