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일기'라는 MBC 최장수 드라마가 끝난 지도 한참 되었다.  지금부터 10여 년 전 겨울, 전원일기를 보다가 마침 통화가 된 친구 때문에 신촌의 그녀 집으로 달려가 술을 퍼마신 일이 있다. 때는 바야흐로 새해 새날을 이틀인가 사흘 앞둔 날. 애인도 없이 나이만 한 살 더 먹게 되는 게 무지 심란하던 때.

그날 전원일기의 주인공은 노총각 응삼이었다. 지지리도 가난한 한 농가의 장남으로 태어나 농사 짓고 동생들 뒷바라지 하느라 장가도 못 가고 속절없이 늙어버린 응삼이. 남동생은 서울에서 대학에 다니며 방을 얻어 자취하고 있었다. 학비며 책값이며 용돈이며 모두 형인 응삼이 주머니에서 나온 것은 당연지사.

노처녀라는 것말고는,  남동생과 함께 자취를 할 때였으니 가끔 술자리에서 소녀가장임을 사칭하긴 했지만,  응삼이와 나의 공통점은 사실 별로 없었다.  그런데도 나는 해가 바뀌기 직전의 묘한 기분에다가 동병상련의 눈물을 철철 흘리며 그 드라마를 보았다. 나쁜 놈의 시키! 글쎄 그 동생놈이  못배우고 못생긴 형 응삼이를 그렇게 구박하고 무시하는 거다.

동생이 제대로 뭘 끓여먹고 사는지 걱정이 되어 자기가 가진 옷중 제일 좋은 것을 꺼내어 입고 서울 자취방에 올라온 응삼.  애인과 시시덕대던 동생놈은 형의 방문에 화들짝 놀라는데 글쎄 응삼을 애인에게 형이라고 소개도 안하는 것이다.

집으로 돌아와 술을 퍼마시고 친구 어머니인 복길 할매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펑펑 눈물을 흘리는 응삼이.

눈물콧물을 짜고 있는데 가까운 동네에 사는 친구가 전화를 걸어왔다. 전원일기를 보고 내 생각이 났닸다. 남편이 출장을 갔는데 집에 몇 년된 더덕주가 있으니 응삼이 동생 욕하며 한잔하자는 얘기였다. 나는 말 떨어지기가 무섭게 택시를 잡아타고 그 집으로 갔다.

꽤 큰 유리병 속의 그 귀한 더덕주 한 병을 그날밤 우리 둘은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마셔버렸다. 얼마나 향기롭고 혀에 착착 감기는지......응삼이 동생놈을 향해 친구와 나는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욕을 번갈아가면서 해주었다. 욕설의 카타르시스를 나는 그날 처음 경험했다. 평소에 얌전하고 우아하던 친구의 입에서 별 희한한 욕이 다 나오니 너무 우스워 나는 방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내가 한 욕 중 제일 웃겼던 건 '똥물에 튀겨 죽일 놈"이었다!)

신촌 아저씨 낙지찜 옆, 자신이 다니는 출판사 건물 2층에 세들어 살던  그 친구의 좁은 집이 생각난다. 집은 좁아터졌지만 소설가 김승옥 선생이 그려준 내 친구의 초상이랑 이제하 선생의 말 그림이 걸려 있던 세상 어느 저택이 부럽지 않던 안방.

새벽에 일어나 보니 더덕주 병이 방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나는 쓰러진 병을 일으켜세우고 친구에게 이불을 덮어준 뒤 그 집을 빠져나왔다. 그 새벽, 그 골목 풍경을 잊을 수 없다.

 

결국 부부가 된 응삼이와 가겟집 숙이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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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dhand 2005-05-17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옛날 이야기는 언제나 너무 재밌다니깐요. 근데 "똥물..."이 욕이라니.. 저같은 어둠의 혓바닥들은 숙연해 집니다. -_-;

물만두 2005-05-17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말 울 엄니가 잘 하시는데^^;;;

클리오 2005-05-17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똥물에 빠뜨려도 아니고, 튀겨서 죽일려면 끓여야 되는건가요? 아앗! 쓸데없는 말 해서 죄송합니다.. ^^;;;; =3=3=3 (마음속 뭔가를 줄이고 그냥 도망가버릴랍니다)

산사춘 2005-05-17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울컥! 했어요. 뒷야그에서 더욱요. 날이 궂어서 그런가봐요.

로드무비 2005-05-17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사춘님, 반가워요.
그런데 어느 대목에서 울컥하셨을까나?
쓰러진 술병 부분이요?ㅎㅎ
클리오님, 저 욕 정말 웃기지 않아요?
상상을 해보세요, 똥물에...ㅎㅎㅎㅎ
그런데 왜 자꾸 도망을 가시는지?
좀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나눠봐도 좋으련만.=3=3
물만두님, 정말이에요?
소녀같은 물만두님 어머니가.....ㅋㅋ
올드핸드님, 님 서재에 진득하니 계신 거 정말 오랜만에 뵈어요.
님도 계시니 페이퍼 하나 더 쓸까요?ㅎㅎ(무궁무진)

날개 2005-05-17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똥물로 로드무비님과 클리오님이 본격적으로 얘기하시는 광경이 보고파요~ ^^*

인터라겐 2005-05-17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요...그물에 튀기려면 손수 불을 지펴야 하는데 전 안할래요...ㅎㅎㅎ

추억할께 많은 사람은 복받았다고 하잖아요...ㅎㅎ 로드무비님께 걸리면 재미없는 이야기도 재미있어 질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책장수님께 힘을 좀 써달라하셔서 로드무비님이 책을 하나 내심이..교정교열 로드무비 저자 로드무비..감수 알라디너...표지사진 마이도러....

파란여우 2005-05-17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삼이....사무실 노친네 별명이기도 했던.
그러나 분명 이 응삼이는 그 응삼이하고는 다릅니다.
왜냐하면 로드무비님의 응삼이는 쓰러진 술병 땜시롱....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이 아니라.^^

비로그인 2005-05-17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삼이 만세-.-/ 로드무비님 만세-.-/

클리오 2005-05-17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윽. 똥물을 끓인다는 말을 하다가 냄새날까봐 도망갔습니다. 다음엔 좀더 길~게... ^^;;;

하루(春) 2005-05-17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좋은 글입니다. 똥물에 튀겨죽일 놈이라니... 한번 타이핑해보고 싶었어요. ^^;

조선인 2005-05-17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원일기를 참 좋아한답니다. 응삼이 아저씨가 그립네요.

로드무비 2005-05-17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 그대로 고스란히 한번 옮겨보고 싶은 문장이 있지요?
그런데 그게 똥물이라니!(항상 고마워요, 하루님^^)
클리오님, 생각보다 비위가 약하신 분이군요.
으윽=3 그런데 가만히 그 장면을 상상해 보니 냄새가 장난이 아니네요.^^;;
비숍님, 엥? (저도 따라서) 비숍님 만세-.-/
파란여우님, 그러고 보니 님의 사무실 페이퍼에서 응삼이 이름을
본 기억이 나는군요.
그런데 그거 아세요? 알라딘에도 응삼이 있는데......ㅎㅎㅎ
인터라겐님, 안 그래도 옆구리 찔러봤는데 안된다네요.;;
언젠가 책 한 권 내고 싶은 욕심은 있습니다.
(교정교열비도 안 드는데 좀 내주면 안되나? 그죠?ㅎㅎ)
날개님, 본격적인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클리오님이랑 똥물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다정한 모습 다시 보셨죠?^^

로드무비 2005-05-17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새 조선인님이...
전 응삼이를 아저씨가 아니라 이성으로 좋아했답니다.^^

sooninara 2005-05-17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라겐님덕에...이밤에 떵.냄새가 집안에 퍼지는듯 하여이다..
철없는 동생도 나중엔 응삼형의 고마움을 알까요?
오늘 다음뉴스에서 형은 동생 가르치고 도와주느라 22평 분양 받고..기자인 동생은 34평인가 분양 받은 이야기 읽고 거시기했는데..로드무비님이 뭐시기하게 만드시는군요^^

killjoy 2005-05-17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물 글썽~

인터라겐 2005-05-18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책내시면 제가 일착으로 사는 영광을 누리게 해주세요.... 아 그러기에 앞서 로드무비님 마태님처럼 사인하나 연습하고 계셔야 하지 아닣을까요?
사인받기 위해 책을 사는 분들도 있나고 하잖아요...

로드무비 2005-05-18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라겐님, 날개님과 가위바위보, 하세요.(거만거만^^)
사인은 마이 도러에게 맡길까요? 요즘 사인 연습하고 있던데.....
새벽별님, 아마 그럴걸요?
결혼식 장면은 못 봤지만 핑크빛 무드가 조성됐었잖아요.^^;
killjoy님, 혹시 빈농의 장남(혹은 장녀)으로 태어나셨나요?
눈물 글썽~하셔서요.;
수니나라님, 떵 냄새 구수하죠?
아무튼 형이나 누나 능가하는 동생 없다니까요!^^;;;
(제가 바로 장녀입니다요.)

비로그인 2005-05-21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정말 중독자예요, 무비 언니! ^,.~;
신촌의 그 친구 분은 지금 뭐 하실까, 궁금하네요. ㅎㅎ

로드무비 2005-05-22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친구분은 지금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출판사의 발행인이에요.
^,.~; 너무 재밌다!^^
 

요 며칠 속이 괜히 부글부글 끓었다. 특별한 일도 없었는데......그런데 원인 없는 일이 어딨겠는가!  사안은 두어 가지. 그 중 하나는 우리집을 제 집처럼 드나들며 나의 만화를 빌려다 읽는 모 여인 때문.

나는 너무 재밌게 읽은 만화는 메모해 두었다가 좋은 기회가 있으면 사는 편이다. 20세기 소년도 갤러리 페이크도 그렇게 샀다. 항상 읽을 책이 밀려있으니 그렇게 배달된 책은 래핑도 뜯지 않고 주구장창 책꽂이에 꽂혀있기도 한다. 처음에 책을 빌려갈 때 조심스럽던 그녀. 이젠 내가 아직 개봉하지도 않은 책까지 예사로 집어간다.  1년 정도에 걸쳐 우리집 책꽂이의 만화를 대부분 읽은 그녀. 급기야 며칠 전엔 내가 부산 여동생에게도 아직 빌려주지 않은 히로카네 겐시 모 전집을 준비해온 쇼핑백속에 집어넣는 것이 아닌가! (살 수도 없는 책이다!)

나는 속으로 "어어!" 비명을 질렀을 뿐 나머지 책을 꺼내어 그녀의 쇼핑백에 직접 넣어주기까지 했다.

그녀가 가고 나서  무척 허탈했다.  만화를 빌려다 읽으라고 먼저 제안한 건 나였다. 래핑 뜯지 않은 책도 먼저 가져가서 읽는 판에 그리고 그것은 하나도 속상하거나 이상하지 않았는데 정말 무지하게 속이 쓰렸다.

"xx 엄마, 그 책은  빌려주기 싫어! 나도 그런 책 하나쯤은 있어야지!"

아니 웃으면서 왜 그렇게 말을 못했단 말인가!

내가 인간관계에 두려움을 갖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별 대수로울 것도 없는 일이 꼬투리가 되어 불편해지고 어색해지는 것.  원인제공자가 누구이든 간에......

그녀는 지금 죄도 없이  나에게 미움을 받고 있다.  나는 '그깟 책, 닳는 것도 아닌데 좀 빌려가 읽으면 어때?' 하고 마음을 다잡으려고 노력중이다. 만화 문제만이 아니다.  사람과 친하게 지내다보면  생각지도 않은 장면에서 꼭 이 비슷한 일이 발생한다.

 어쩌면 인생에서 소중한 것이 너무 없는 나의 허무와 퇴폐 때문에 만화책 스물몇 권에 그렇게 혼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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瑚璉 2005-05-10 2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애시당초 책빌리겠다는 사람들에게 인상을 팍팍 쓰고 노려본다, 2) 어떤 책을 빌려달라면 아예 사서 던져준다(-.-;) 등등의 신공으로 대처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내 책이 네 책이고 책이란 돌고 도는 것이라는 만류귀종, 원전부단의 신공을 익히지 않는 이상 말이지요.

릴케 현상 2005-05-10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로드무비님 넘 귀여워요*,.*

야클 2005-05-10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마음이 여리시군요. 정신과 의사 이시형씨나 김정일씨 책 읽어 보면 나중에 후회할듯한 상황에서는 언제나 웃으면서 No를 씩씩하게 외칠수 있어야 한다네요. 저도 연습중~ ^^

날개 2005-05-10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된 친한 관계는 너무 허물없어지는 바람에 가끔 속상하죠.. ㅠ.ㅠ 그럴땐 차마 매정하게 하지도 못하고....
허물없는 관계라도 한번씩 예의를 차려주고, 긴장감을 가져주면 서로서로 좋으련만....

panda78 2005-05-10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아무리 로드무비님이 먼저 권하셨다 하더라도.. 남의 책 빌려갈 땐 한 번 물어보기라도 해야 하는데... 빌려주기 싫은 책도 있는 게 당연하니 말이에요.
저도 NO말하기 연습 중! 담번엔 꼭 웃으면서 말씀하시기를- 아자!

nugool 2005-05-10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음... 어쨌거나..** 엄마께 문제가 좀 있긴 있네요. 아무리 친한 사이지만.. 비닐도 뜯지 않은 책을 빌어 간다는 것은 좀 지나쳤어요. 음..친한 사이일 수록 예의를 지키는 일은 어렵고도 쉽지 않은 일...

미누리 2005-05-11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대 놓고 하기 어려운 말이 안되요!라는 말이잖아요.
저도 거절 잘 못 해요. 그래도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또 한편으로 생각하면 내가 많이 냉정한 사람이 되가는 것 같기도 해서 씁쓸해져요.
그리고 또 이상한 것은요. 싫은 소리 좀 해 줄 걸 하여 다음에 맘 먹고 싫은 소리 했다가 속 시원하기는 커녕 오히려 싫은 소리 한 것이 마음에 걸려 내내 불편해 하게 되니 말예요.
정말 부드럽게 웃으며 문제를 해결하는 현명한 방법을 아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정말 그야말로 오묘모호?합니다.^^;;

클리오 2005-05-10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말을 해야할지, 연습을 하지 않으면 잘 안나오는 것 같애요..

겨울 2005-05-10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런 일 허다합니다. 내 마음보다는 상대방의 민망함이 먼저 신경이 쓰이는 일요. 적당히 에둘러 기분 상하지않게 말하기를 몇 번 연습해도 정작 그 말을 할 땐 표정이 장난아니게 굳어지거든요.

깍두기 2005-05-10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로카네 겐시 모 전집>이 보고 싶어요......(뜬금없죠?^^ 로드무비님이 빌려주기 싫어하는 책은 어떤 것일까?)

실비 2005-05-10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놓고 말 못할때가 많죠. 이건 아닌데 이건 아닌데 하면서...
말이 자꾸 입에서 맴돌아요.^^: 말하기도 모하고 말안할려니 속이 끓고.^^:;

2005-05-10 22: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05-05-10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성정으로 봐서 아마 싫다고 말했으면 또 그것땜에 내내 속상해 하실 것 같네요. 에구 좀참을걸 하면서 자학하시는 모습이 눈에 선...

stella.K 2005-05-10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저에게 보내주시겠다던 책 외에 갤러리 페이크를 덤으로 보내주셨던 로드무비님이 생각나요. 화끈하고 오지랖 넓은 로드무비님이 그대로 느껴져서 저는 좋은데...히히.

숨은아이 2005-05-10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고 가라고 자리에 앉히시는 건 어떤지... ^^

chika 2005-05-10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책을 잘 안빌려주는 얌체예요. ㅠ.ㅠ
그리고 책쥔장이 읽지도 않은 책을 내가 먼저 보는 건 좀 실례인거 같아요. 그런거 무시하고 먼저 읽으라는 녀석을 둘 알고 있는데, 그런 녀석들은 좀 특이한 녀석들이고 대부분은 그리 좋아하진 않쟎아요. 가족에게도 지킬 예의가 있는 것처럼 아무리 친한사이라도 지켜야 하는 것들이 있어요. 그죠?

난티나무 2005-05-10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녀'가 죄가 있네요. 죄도 없이 미움을 받다니요. 미움 받을 짓을 했구만요...
저도 거절을 잘 못하는 성격이지만 저도 읽지 않은 제 책을 빌려줘 남이 먼저 읽는 꼴(!)은 못 봅니다.ㅠㅠ
로드무비님께서 벌써 그렇게 빌려줘 버리셨으니 조금 난처한 입장이긴 하나, 담번에도 또 그런다면 솔직하게 심정을 털어놓으심이 어떨지요?
아마도 그 분은 빌려가도 괜찮나 보다 하고 그러시는 것 같은데...

Phantomlady 2005-05-11 0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럴 땐 저건 선물하려는 책인데 다른 거 빌려가면 안 돼? 같은 액션이라도 취하셔야죠. ^^; 저도 같이 사는 친구가 제 껄 빌려가면 아끼는 책의 경우 (안 된다는 말은 못 하고) 조마조마하답니다 깨끗히 읽는 편이 아니거든요. 시디도 빌려가서는 케이스에 보관하는 게 아니라 책상에 굴러다니는 걸 보면 혼자 화를 삭히는 수 밖에 없죠.

문제는 빌려가는 사람은 이런 걸 전혀 모른다는 거예요. 성격상 모르는 사람이 있어요. 그 모 여인도 전혀 생각이 없을 걸요. 그런 타입은 얘기를 해봐도 문제자체를 인식 못하기 때문에 의만 상하기 쉽상. 저도 이 글 읽으니까 너무 화가 나서 댓글도 길어 지네요.. ^^;

2005-05-11 08: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인 2005-05-11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음, 전 이렇게 대처하죠.
"아, 미안, 그거 파본나서 반품해야되는 책이거든?"이라고 말한 뒤, 손님이 돌아가면 침대 밑에 숨깁니다. -.-;;

urblue 2005-05-11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조선인님 대답이 더 재밌습니다.
어쨌거나 내가 손도 대지 않은 책을 다른 사람이 먼저 보는 건 정말 싫어요.

인터라겐 2005-05-11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그렇게 해서 책 몇권 돌려받지 못했어요... 그러고 나면 얼마나 속상한지...
그래도 아직 뜯지도 않은 책을 가져간다는건 그사람이 이상한것 같아요..
조선인님처럼 대처를 해보심이.... 스트레스 받다 보면 병납니다..

oldhand 2005-05-11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적절하게 거절할 수 있다는 것은 인간관계에서 대단한 스킬인것 같아요. 특히 책 빌려 달라는 사람들 뿌리치는 것은 정말 어렵지요. 빌려주고 회수하지 못 한 책들만 해도 얼맙니까. 흑흑.

로드무비 2005-05-11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드핸드님, 역시 알라딘 사람들은 돈 떼인 거보다 책 돌려받지 못하는 걸
더 마음아파하는 것 같아요.
아기 쑥쑥 잘 자라죠?^^
인터라겐님, 병날 정도로 속상한 건 아니에요.
네, 저도 조선인님의 지혜를 한수 배우겠습니다,
블루님, 님은 제가 읽지도 않은 책 먼저 빌려드린 거 아세요?흥=3^^
조선인님, 침대 밑 말고 상자에 넣어 베란다에 숨길게요.^^

starrysky 2005-05-13 0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그런 말 절대 못해요.
속은 썩어 문드러져도 겉으로는 웃으면서 "그거 재미있어요~" 정도로 끝났을 듯.. ㅠㅠ
인간 관계에 대한 두려움이 때로는 속병을 낳습니다요. 히잉.

로드무비 2005-05-13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타리 스카이님,
님은 저보다 정도가 심하시군요.
앞으로 저에게 기술 좀 배우세요!(큰소리!)
인간관계는 영원한 숙제이지만 전 그것에 휘둘릴 생각없어요.^^;;;
(조금 덜 바쁘세요? 아아, 아까운 청춘. 이제 서재에 글도 좀 올리시지.)

비로그인 2005-05-13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속 상하셨겠어요. 그 사람 되게 염치없네..주인의 손길이 닿지도 않은 새 책을! 그 사람이랑 놀지 마요!

urblue 2005-05-13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왜 이러세요, 저도 읽지 않은 책 먼저 빌려드렸다구요.

로드무비 2005-05-13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님, 어머 그랬어요? 몰랐네!('')(..)
복돌이님, 이거 다음 페이퍼 안 읽어보셨구나!
저 이 동네에서 아는 학부모 그 사람 한 명인데요?^^;;;
 

8500원에 학교 앞 문방구에서 파는 꼭두각시 의상에 뭐 멋진 색감이나 꼼꼼한 바느질까지 기대하지는 않는다.  나도 그 정도는 알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건 정말 심했다. 전체적으로 한복을 흉내만 내었달 뿐 앞섶에 고름 달려 있고 저고리 동정이랍시고 목부분에 있으니 한복이라고 짐작하는 정도다. 저고리에도 치마에도 단추나 호크가 하나씩은 있어야 옷을 입었을 때 매무새가 정리된다. 그런데 어떻게 된 셈인지 단추가  하나도 달려있지 않다.(장난감이든 학용품이든 어린이용 제품을 만드는 사람들, 제발 대오각성 좀 하길!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뭘 보고 배우라고 그렇게 조잡하게 엉터리로 만드는지......)

급기야 선생님은 알림장에 '꼭두각시 의상 아래위에 단추를 달아서 다시 보내세요!'하는 메모를 붙여 보내셨다. 마침 바지 수선 맡길 게 있어 그걸 갖다주고 단추 좀 달아달라고 슬그머니 엉겨붙을 속셈으로 세탁소에 갔다. 그런데 내가 우리집 겨울옷 드라이크리닝을 몽땅  다른 데 맡긴 걸 눈치챈 것일까? 세탁소 안주인은 쌀쌀맞게 똑딱이 단추와 호크만 내밀며 나보고 직접 달아주라고 한다. (가슴 철렁.)

하기 싫은 일은 끝까지 미루다가 더이상 버틸 수 없을 정도가 되어야 마지못해 하는 못된 버릇을 아직도 가지고 있는 나. 마이 도러가 바느질 언제 할 거냐고 몇 번이나 채근하는데도 모른척하고 있다가 밤 아홉시경 드디어 바늘과 실을 찾아 손에 들었다. 얼마만에  만져보는 바늘과 실이냐!  그런데 충격적인 건 눈이 침침해진 건지 형광등이 침침한 건지 실을 바늘에 꿰는 데만 10분쯤 걸렸다는 사실이다.

똑딱이 단추가 그 중 좀 만만해 보여 대강 눈치로 위치를 잡고 저고리에 꿰맨 것까진 좋았는데 볼록부분과 오목부분을 바꾸어서 다는 바람에 뜯어내고 다시 바늘에 실을 꿰고 단추를 맞춰보니 저고리가 심하게 울어서 다시 뜯어내고......그렇게 해서 간신히 치마와 저고리 단추를 다 달고 나니 열시 반.  무려 한 시간 반이 걸렸다.

그 시간까지 엄마가 제대로 단추를 달고 있나 책을 읽으며 감시하느라 마이 도러는 안 자고 있었다.  단추 다 달았다고 의기양양하게 아이를 불렀더니 아이의 얼굴이 흐려지며 너무나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묻는다.

"엄마, 왜 빨간 치마에 흰실로 달았어? 빨간 실 놔두고......"

그 순간 든 생각. ' 아아아, 나는 죽어야 돼!  여덟 살 아이도 하는 생각을 왜 못했단 말인가!'

하지만 나는 시치미를 뚝 뗐다.

"그대신(?) 엄마가 절대 안 떨어지게 엄청 튼튼하게 달았거든. 엄마 허리 아파 죽겠다!"

이렇게 얼렁뚱땅 달래며 옷을 입혀봤더니 뭐가 잘못됐는가 저고리와 치마 사이에 10센티미터 정도 벌어지며 내복이 허옇게  드러난다.

오늘아침 엉망으로 단추를 단  꼭두각시 의상을 그대로 아이 손에 들려보냈다.  저고리와 치마 사이가 왜 그렇게 벌어지는지 원인을 규명하지 못했기 때문에......

조금 전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왔는데 세상에나 꼭두각시 의상을 다시 들고 왔다.

"엄마, 선생님이 치마 옆을 '꼬매어' 오래!"

'도대체 치마 옆 어디를 어떻게...날더러 어쩌라고???'  나도 모르게 아이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를 뻔했다.

그놈의 꼭두각시 의상 하나 때문에 인생이 이렇게 고달플 줄이야......대낮부터 맥주를 한 캔 따려다가 꾹 참고 바느질 못하는 비애를 페이퍼로 올린다.

 

 


 내성적인 성격의 세일즈맨. 집집마다 현관에서 문전박대를 당하고 대낮의 공원에서 우두망찰, 맥주를 한 캔 마시는.(내맘대로 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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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5-04-28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 정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십니다. ;;;;
(로드무비님의 내맘대로 캡션은 정말 딱! 인 거 같아요. ^^)

icaru 2005-04-28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맘대로 캡션!! 훌륭하옵니다 ^^

BRINY 2005-04-28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놀다가 치마 튿어졌다고, 교복 단추 뜯어졌다고 담임에게 와서 꿔매달라는 여중생들도 많이 봤지요. 엄마는 바쁘셔서 그런 거 못해주신다나요.

미누리 2005-04-28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아닌 밤중에 왠 꼭두각시 의상이예요? 학교 학예회인가...
그나저나 고생하셨네요. 그런데 저는 읽으면서 왜 그렇게 웃음이 나는지.죄송.
대신 추천 누르고 가는 거 맞지요?

하루(春) 2005-04-28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꿋꿋하게... 그런 일로 좌절하시면 주하가 얼마나 서럽겠어요

깍두기 2005-04-28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한테 보내요. 나 작년 1년동안 애들 바느질 가르쳤어^^(똑딱단추도 포함되어 있지요)
오늘 조선인님 번개에 실이랑 바늘이랑 가져오면 해드릴텐데....

난티나무 2005-04-28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 웃고 갑니다... (저도 죄송... 추천...^^;;)

클리오 2005-04-28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초등용 애들 대상으로 파는 것은 정말 1회용이예요.. 왜들 그러는지..

마냐 2005-04-28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안. 로드무비님...남의 불행에 이렇게 웃음이 나오다니, 저 못된거 맞죠? 으하하(흠, 하지만...님의 위기가 곧 제 상황이겠군요. -,.-)

날개 2005-04-28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로 웃으면 안되는데...ㅎㅎㅎ 주하를 빨리 가르치는 수밖에 없겠군요..^^

인터라겐 2005-04-28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 보면 울 언니는 참 행복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어요...꿰멜것은 온통다 엄마가 해주시거든요..조카들도 으레 실밥이 뜯어지거나 하면 엄마네로 들고 오거든요..
고생많으셨어요...가까이 살면 저희 엄마한테 부탁해서 멋지게 해드릴텐데.. 앤드 저두 재봉틀질좀 하는데... 안타까워요...

로드무비 2005-04-28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라겐님 언니가 부럽군요. 전 미니 재봉틀 장식용(?)으로 사긴 했습니다.^^
날개님, 저도 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마냐님, 2,3 년 뒤 로드무비의 이 페이퍼를 떠올리며 미안해 하시기를...
클리오님, 심각합니다. 정말...
난티나무님 추천해 주셔서 용서해 드릴게요.^^
깍두기님, 오늘 재밌는 시간 되시길.
어쩐지 수상해서 님께 부탁하고 싶은 생각은 안 드네요.=3=3

로드무비 2005-04-28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 예! 꿋꿋하게 잘난척하겠습니다.^^
미누리님, 저랑 처지가 같은 것 아니신가요?^^
(추천은 고마워요.)
브리니님, 제 딸은 기필코 그렇게 안 만들게요.^^;;;
복순이 언니님, 판다님, 저 내성적인 세일즈맨에게 추천 좀 해주고 가시지
그러셨어요.^^

어룸 2005-04-28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쩝니까...저도 우,웃음이...^^:;;;;;;;;;;;;;;;
(얼른 분위기바꾸며) 내맘대로 캡션에 감동했어요!!! 추천도 했어요!!! ^^

로드무비 2005-04-28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투풀님, 고마워요.
내맘대로 캡션 좋아해 주셔서 얼마나 기분좋은지......
새벽별님, 좋으시겠어요.
그것도 위로라고.=3=3=3

nrim 2005-04-28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사연이 있었던거로군요. ^^

하얀마녀 2005-04-29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역시 어머니는 위대합니다. ㅜㅜ

2005-04-29 0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04-29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그렇게 말씀하시니 제가 미안해지잖아요.^^;;;;
하얀마녀님, 그렇게 말씀하실 것까지야.....술 드셨남유?^^
느림님, 사연이라고 말씀하시니 슬픔이 복받쳐오르는 느낌이...^^

nemuko 2005-04-29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후..새벽별님도 저랑 비슷하시군요. 저도 단추 다는데 1시간씩 잡아 먹기 땜에 떨어진 단추들은 맨날 주워서 통안에 담아 두었다가 시어머니께 내밀거든요. 그러는 와중에 대부분 잃어버리구요.
로드무비님 수고하셨습니다^^

딸기 2005-04-29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꼭두각시 무용은... 제가 국민학교 2학년 때 운동회에서 했던 건데,
요즘도 하나보군요.
로드무비님, 그런 일 있으면 택배로 저한테 보내세요. 제가 또 한 바느질 하거든요.ㅋㅋ

로드무비 2005-04-29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월의 딸기님 나중에 딴소리하시기 없기예요.
5월 4일에 운동회를 한답니다.^^
네무코님, 반가워요. 바느질 못하신다니!
동지를 만난 것 같아요.^^
 

월요일부터 오늘까지 사흘간 이야기를 갑자기 늘어놓고 싶다. 누구에게랄 것 없이,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엊그제 월요일은 모처럼 영화를 보러 나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는데 어이없는 이유로 놓치고 말았다.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면서부터는 정오 조금 지나면 집에 돌아와 밥을 먹고 특기교육을 받으러 가는 바람에, 한두 달에 한 번꼴로 영화를 보러 나가는 즐거움마저 원천봉쇄된 상태. 그런데 그날은 코엑스 아쿠아리움에 가서 오후 네 시경에나 돌아온다는 것이 아닌가!  조카도 두시 반경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는데 그날은 세시 반에 보내달라고 쪽지까지 써서 원아수첩에  붙여보냈으니 외출을 하기에는 만사 오케이였다.

아침부터 일어나 샤워를 하고 서둘러 김밥을 싸서 아이를 보낸 후 지아장커 감독의 <플랫폼>을 볼까, 류승완 감독의 <주먹이 운다>를 볼까 인터넷으로 시간을 좀 알아보려는데 전자레인지 앞에 두고간  도시락 주머니가 눈에 띈다. 순간 가슴이 철렁. 시간을 보니 아홉시가 다 되어가고 조카 녀석도 어린이집 버스를 타야 할 시각이다. 미친 듯이 아이를 안고 도시락 주머니를 들고 집 밖으로 나왔다. 학교 가는 길에 어린이집이 있으니 버스를 중간에 만나든가 안하겠나! 다행히 모퉁이 길에서 차를 만나 아이를 태워 보내고 나는 3,4백 미터의 길을 정신없이 달렸다. 집에서 신는 통굽구두가 유난히 불편하고 발이 아팠다.

다행히 어린 종다리 같은 아이들이 반별로 줄을 서서 인원 점검 같은 걸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머니와 할머니들이 5,6십 명쯤이나 자기 아이를 배웅하느라 웅성거리고 서있었다!  마이 도러의 담임 선생님은 사십대 후반의 여성으로 새빨간색 캐주얼한 옷을 아래위로 한 벌 입고 계셔서 내 눈에 금방 띄었다.

선생님과는 눈인사만 하고 아이 이름을 부르니 놀란 눈으로 나를 보고는 배시시 웃는다. 아이의 가방에 도시락을 넣어주는데 서너 명의 아이들이 나를 에워싼다.

"아줌마가 주하 엄마예요?"

"그래."

"얘가 주하 짝꿍인데요, 주하를 괴롭혀요."

"어떻게 괴롭히는데?"

"때리기도 하고요, 꼭두각시 춤출 때 바닥에 누워버려요."

두세 명의 아이가 주하를 대신하여 녀석의 비행(?)을 내게 일러바친다.  주하의 짝이라는 녀석을 보니 개구져 보이지만 어질게 생겼다.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잘 다녀오라고 아이에게 인사한 후 그곳을 빠져나와 집으로 오는데 갑자기 엄청난 피로가 몰려들었다. 설마 아침부터 김밥 좀 쌌다고,  3, 4백 미터쯤 달렸다고 그렇게 피곤할까? 정신적인 피로였다. 마을버스와 전철을 갈아타고 서울에 가 영화를 보는 일도, 봄옷을 좀 사는 일도 거의 불가능한 일로 여겨졌다.

세탁소에 전화를 해 겨울옷들 드라이크리닝을 맡기며 아이의 한복치마도 무릎 위 길이로 바느질해 달라고 부탁했다. 어린이날 전날 운동회가 열리는데 꼭두각시 춤을 춘다는 것이다. 알림장에 보니 그게 준비물이라고 써있었다. (참고로 나는 바느질, 다림질 이런 건 완전 젬병이다.) 아저씨는 고개를 갸웃하며 돌아갔는데 오후에 주하 남자친구 엄마랑 통화를 하다가 꼭두각시 의상을 문방구에서 팔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세탁소에 부랴부랴 전화를 걸어  바느질 중지를 부탁하고.(하마트면 큰일날뻔했다. 새 한복치마를 못 쓰게 만들 뻔!)

어제 오후엔 조카가 갑자기 열이 나고 아픈 바람에 병원 문 닫을까봐 가슴 졸이며 병원에 다녀왔고. 밤에는 학교앞 문방구에 꼭두각시 의상을 사러 갔다. 저고리가 아이에게 너무 커서 작은 사이즈가 없냐고 물었더니 밤 열한시 경에 가져오기로 했단다. 그리하여 아이를 재우고 혼자 밤길을 걸어 다시 문방구로 갔다. 아이에게 꼭 맞는 저고리를 살 수 있게 되어 기뻤다.

오늘은 처음으로 녹색어머니회 활동이 있는 날,  2단지와 3단지 사이의 건널목에 노란조끼를 입고 어깨띠를 두르고 한 시간 가량 서있다가 왔다.  내 맞은편 길에서 나와 마주보며 깃발을 들고 서있는 이는 학부모 회의 때 인상이 좋아 내가 제일 호감을 느꼈던 바로 그 여성이었다. 알고봤더니 왜소증 아이의 엄마.  고3, 중2의 아들들이 있다고 했다. 묻지도 않았는데 먼저 아이가 키가 클 수 없는 병에 걸렸다고 이야기해 준다. 중간에 담임 선생님이 일부러 내려오셔서 수고가 많다며 내 어깨에 손을 잠시 얹어주셨는데 나는 그 손길이  그렇게 황감할 수가 없었다.  내가 이렇게 겸손한 인간이었다니! 학부모의 심정이란 이런 것인가!

여덟시 오십분쯤 되자 거짓말처럼 아이들도 출근길 차량도 딱 끊겼다. 오늘 당번이었던 엄마들은 나를 포함하여 모두 네 명.  우리는 학교측에서 마련해놓은 조그만 콘테이너 사무실에서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좀 나누다가 헤어졌다. 그녀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알아낸 건 큰 수확.

그런데 오늘 한 시간 동안 내가 그 건널목에서 본 것은 막연하게 상상했던 활기찬 등교길이나 출근길이 아니었다.  아이들의 어깨는 축 처져 있었고 표정은 대부분 침울했다. 날씨 탓인가? 아니면 내가 잘못 본 것일까?

모르긴 몰라도 아이들도 사는 게 많이 힘든가 보다. 배가 아프다고 울며 집으로 돌아가던 고학년 여학생이 하나 있었는데 지금쯤 괜찮아졌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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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4-27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라겐님 서재에서 보고...ㅎㅎㅎ

날개 2005-04-27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일간 정신없으셨네요.. 그럼 주하 소풍 비슷하게 갔다온건가요? 도시락을 빠트릴뻔 했다니 제 가슴이 철렁 내려앉습니다..ㅎㅎ
하기야, 울 성재는 멀쩡히 넣어준 도시락도 못찾아서 '엄마가 도시락 안싸줬어요'라고 말하고선 다른 애들꺼 얻어먹은 전력이... 얼마나 화가 나던지..-.-;;
녹색어머니회도 드셨군요.. 굉장히 힘들어보여 감히 한번도 신청 못했던건데..존경스럽습니다..^^

로드무비 2005-04-27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뭐 정신없었던 건 아니고요.
한마디로 이렇게 사소한 일들이 버겁게 느껴지고 피곤하다는 거죠.
녹색어머니는 1년에 두 번만 활동하면 된다해서 면피용으로 들었답니다.^^

urblue 2005-04-27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힘드셨겠구나, 안타까운 마음으로 스크롤바를 내리다가, 저 움직이는 머리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푸헐~

2005-04-27 1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04-27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커피는 드셨남요?
택이 좋아요. 민이만큼은 아니지만...ㅎㅎ
따우님, 냉면 먹고 밤에 배고파 죽는 줄 알았네요.
야밤에 쥐포튀김 해먹었죠 뭐. 흑.
블루님, 별로 힘든 일도 아닌데 힘들다고 느끼는 자신에게
문제의식을 느낍니다.^^;;;
남들은 저보다 서너 배 일을 하면서 암시랑토 않게 살아가는데...

sooninara 2005-04-27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쁘셨군요^^ 저도 다음달에 녹색 서는데...
왜소증아이가 셋째군요..주변에 힘든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많으신데..
그런아이를 키울만큼 마음이 넓으신 엄마들에게 그런 아이가 가더군요..
저처럼 못된 엄마에겐 그런 아이가 안오구요..

바람구두 2005-04-27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도 타이틀 바꿨네요.
이제 네 사람 남았다.

깍두기 2005-04-27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하가 첫소풍을 도시락도 없이 보낼 뻔 했네요. 그래도 건네줘서 다행!^^
로드무비님, 사람이 지치는 건 카운터 펀치가 아니라 잽인 것 같습니다. 살다보면 자잘한 일이 쌓이고 또 쌓이고....저도 그게 힘드네요.

인터라겐 2005-04-27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이 막힐정도로 치열하게 보내셨네요....그래도 한복입고 꼭두각시 춤을 출 주하는 상당히 귀여울것 같아요...딱입니다요.... 아이들의 축처진 어깨는 부모님의 욕심이 누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해방(?)이 되어서 제 어릴때 처럼 골목에서 땅따먹기도 하고 색깔찾기도 하고...다방구도 하고.... 공부와 상관없이 튼튼하게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고 싶어요...흑흑

로드무비 2005-04-27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라겐님, 그러게요. 옛날 내가 학교 다닐 때와 너무 달라서요.
부모들이 대오각성해야 하는데......저부터 자신이 없으니......
깍두기님, 님은 가끔 깜짝 놀랄만큼 멋진 말을 구사하십니다.
그거 아세요?^^
바람구두님, 저건 어디까지나 임시!
님이 주신 건 조금 있다가 다시 꺼내 걸 거예요.
다시 빼앗아 가려는 것 아니죠?(양해 못 구해 죄송!)
수니나라님, 님 페이퍼 유심히 봅니다.
특히 학교 관련.
한수 배우려고요.^^
맞아요. 하나님은 능히 감당할 만한 사람에게...라는 말이
떠올랐어요. 너무 멋진 여성이었거든요.^^

로드무비 2005-04-27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별님, 학교앞 문방구와 계약이라도 맺을까 봐요.^^;;;

바람돌이 2005-04-27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등학교 학부모는 엄청 바쁘고 힘든거군요. 헉~~

난티나무 2005-04-27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친 듯이 아이를 안고 도시락 주머니를 들고 집 밖으로 나왔다."
아아, 미치겠어요... 로드무비님 너무 재밌으신 거 아니어요???^^
이 구절 얼마 전에도 한 번 본 거 같아요. 크크크...
초등학생 뒷바라지가 엄청나네요.. 미리 겁이...--;;

로드무비 2005-04-27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티나무님, 저는 괴로워 죽겠는데 재밌으시다뇨.ㅎㅎ
제가 정신머리가 좀 없습니다.^^
(로드무비도 하는 초등학생 학부모 노릇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새벽별님, 정신 바짝 차리고 매일매일 챙겨줄래요.
맞벌이로 바쁜 주부나 저래야 할 듯.^^;;
바람돌이님, 사실 별거 아닌데요. 제가 좀 과장이 심한 인간이어서...^^;;

줄리 2005-04-27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가 한말이 생각나더군요. 애들이 아기때는 몸이 피곤하더니 애들이 좀 크니 정신이 피곤하다구요. 애들 키우는 일 쉽지 않나봐요...

로드무비 2005-04-29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줄리님, 저는 아이가 아기 때나 지금이나 항상 몸도 마음도 피곤하니 별일이죠?
언니 아이는 다 컸겠네요?^^
 

<씨네 21>이 어느덧 창간 10주년이란다. 

나는 한겨레신문을 창간호부터 지금까지 한달도 빠트리지 않고 구독한 애독자로서  어느 날  한겨레신문을 통해  <씨네21> 창간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그런데 당시 창간을 앞두고 한겨레에서 좀 흥분했던가, 내가 보기엔 정기구독자를 끌어모으려는 것치고는 좀 비열하고 지나친 광고문안을 실었다.

<씨네21>  애독자의 조건으로 1, 2, 3, 4, 이런 식으로 자기들이 생각하는 문화인의 조건을 나열해 놓았는데 네다섯 번째 조건으로 컴퓨터를 능숙하게 사용할 줄 아는 이를 대문짝만하게 명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문안을 보는 순간 컴맹이었던 나는  열을 팍  받았다. 그때만 해도 마음이 가는 대부분의 영화를 개봉일 극장에 직접 가서 보았고, 그뿐인가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홍은동 어느 비디오숍에 가서 명화들을 한꺼번에 일고여덟 편씩 빌려다 볼 때였다.

나는 당장 항의 편지를 써서 창간호 편집장으로 내정된 이에게 팩스로 보냈다. 고급잡지를 표방하는 것도 좋지만 컴퓨터 사용 여부로  애독자의 자격 유무를  논한다는 건 너무 건방진 자세 아니냐고......잡지를 읽고 말고는 우리 독자들이  판단한다고......

웃기게도 나는 '한독자'라는 이름으로 그 편지를 보냈다. 나의 항의가 먹혀든 것인지 어쩐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 수상한 광고는 딱 한 번으로 그치고 말았다.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난 < 씨네21>을 정기구독하진 않았다. 당시 나는  영업을 뛰시는 한 장기수 어른의 부탁으로 <말>지를 5,6년째 정기구독하고 있었는데 나의 형편상 두 잡지를 모두 구독할 순 없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사실 그때 우리 사무실 사람들은 비서실 소속으로  본사에서 따로 나와 있었는데 모두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분위기였다.

98년인가 그 다음해 동생네 부부가 결혼하면서 연남동 단독연립의 우리 옆호(301,302호)에 둥지를 틀었다. 나는 나의 게으른 모습과 지저분한 살림솜씨를 올케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 극구 뜯어말렸는데 남의 속도 모르는신랑신부는 막무가내로 밀고들어왔다.(그때부터 지금까지 따라다니며 바로 옆에 붙어 산다. 내 팔자야!^^)

그런데 어느 날 우리 올케가 "형님, 형님!" 하고 벽 저쪽에서  불러서 건너가봤더니 광고회사에 다닌다는 매력적인 여성이 올케의 친구라고 놀러와 있었다.  털퍼덕 주저앉아 한잔 얻어마시다 보니 그녀가 <씨네21>  편집장의 시누라는 게 아닌가!  그녀의 올케(편집장)를  약간 의식하며 주거니 받거니 영화 이야기를 열나게 하다보니 나중에는 엄청 취해버렸다. 영화 이야기에 취하여 우리는 늦게 퇴근한 남동생까지 데리고 홍대 앞 클럽으로 진출했고......그때는 테크노댄스가 유행일 때였다.  내가 놀기엔 너무 서구적이고 세련된 분위기여서 취한 중에도 좀 머쓱했던 기억.

그건 뭔지 좀 부끄러운 기억이다.  지금 생각해도......부끄러움의 정확한 내용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서림님이 몇 달 전 <씨네 21> 엄청난 분량을 방출하셨을 때 나는 덥석 집어왔다.  이 자리를 빌어 서림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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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19 16: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04-19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네 맞아요.
뭐 인연이랄 것은 없고 한번 그렇게 어울린 건데요, 뭐.^^

날개 2005-04-19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 <씨네21>을 한번도 정기구독하지는 않았겠군요..^^ 하기야 정기구독을 안하더라도 인연이 있어 손에 들어올 책은 들어오나봅니다..

2005-04-19 2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루(春) 2005-04-19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조선희 편집장의 시누이인가요? 창간호부터 5주년 기념호까지 만들고 그만뒀으니까... 그렇군요.

인터라겐 2005-04-19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씨네21이 창간10년을 맞는동안 한번도 안본사람도 있답니다...ㅎㅎㅎ 문화예술쪽으론 담을 쌓고 지내는지라...

2005-04-20 0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hika 2005-04-20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922555 

전 한때 키노를 끼고 살았었습니다. 키노에 실린 영화들 중 상당수를 보진 못했지만.. 가끔 애들 끌고 갔다가 비난 받은적도 있지만... 나름대로 재밌는 시절이었는데... ^^;;;


내가없는 이 안 2005-04-20 0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치카님처럼 씨네21보다는 키노를 더 좋아했어요. 혹자는 관점의 차이를 들어 얘기를 하던데 전 관점은 모르겠고, 훨씬 폼나게 만들어지길래요. ^^ 지금도 책장에 고~이 보관하면서 즐거워하는. ^^ 그런데 로드무비님은 언제나 의견개진에 적극적이세요. 혼자서 주먹 불끈하는 부류와는 참 다른 길을 걸으시네. ^^

로드무비 2005-04-20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안님, 저도 물론 <키노> 꽤 사봤죠.
하지만 전체적으로 좀 현학적인 체하는 분위기는 거슬리더군요.
결론적으로 전 <씨네 21>이 훨씬 좋습니다.
그리고 전 엄청 수줍은 인간인데요, 가끔 아지못할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치카님, 지금도 재밌게 사시면서 과거완료형으로 말씀하시다니요!^^
속삭이신 님, 좀 추어주려고 예쁜 글이라 했더니...아무튼 알았어요.^^
인터라겐님, 호호 그럼 님은 뭣과 벗하며 청춘을 지내셨을까나요?^^
하루님, 그렇게 이름을 밝히실 것까지는......ㅎㅎㅎ

비로그인 2005-04-20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귀챠니즘 환자 중의 환자라 신문도 구석구석 읽을 때가 거즘 없다고 봐야 해요. 영화에 열광하던 적이 별로 없어서..음악 잡지두 그림만 보구..암튼 죄다 별루구..활자하고 친해질려면 신문이라도 제대로 봐야 하는데..부끄럽습니다..근데 한독자, 라는 가명으로 꼰지른 거..그건 잘 하셨네..우오우오, 쫙쫙쫙..

2005-04-20 13: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숨은아이 2005-04-20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짝짝짝.

로드무비 2005-04-20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돌이님, 제 귀차니즘도 장난 아니에요.
그런데 그동안 바쁘셨나봐요. 궁금했는데...
저 성질 불뚝하면 무섭습니다?ㅎㅎ
사실은 솜방망이예요.^^
숨은아이님 고마워요. 짝짝짝 박수쳐주셔서......^^
속삭이신 님, 제가 님 방에 갈게요. 심야에......

하루(春) 2005-04-20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아니라고 부인하시지 그러셨어요? ^^;;

2005-04-20 22:4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