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이틀, 바닷가에서 정다운 이웃과 어울려 잘 먹고 잘 놀고 집에 돌아와,
뒷풀이랍시고 치킨과 생맥주를 먹으며 텔레비전을 시청하다가 
책장수님과 언쟁이 벌어졌다.

KBS 일요 스페셜인가?
세 여성이 주인공이었다.
강제로 징용되어 전쟁에 끌려갔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위패를
일본 야스쿠니 신사에서 빼오려고 투쟁중인 초로의 우리나라 여성과,
딴에는 일본의 역사를 바로 세우겠다며 선봉에 선 일본의 초로의 여성,
그리고 역시 당시 자국의 피해 상황을 연구하고 널리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인
대만의 한 여성.

각 여성의 삶을 세미 다큐 형식으로 보여주다가 마지막에 셋이 한자리에 모였다.

일본 할머니는 처음부터 끝까지 흥분한 기색도 없이 얌전하고 차분한 외모에 걸맞게
야스쿠니 신사에 국적을 떠나 참전한 군인들의 위패를 모신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고
은혜를 베푼 것이라는 식으로 자신의 논지를 전개해 나갔다.

자식들이 원하지 않으니 우리 아버지 위패는 야스쿠니 신사에서 빼달라고
우리 나라 할머니가 계속 강경하게 요구하니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아버지는 일본의 군인으로 전쟁에 참여하여 기쁜 마음으로 싸우다 전사하셨는데
왜 아버지의 뜻을 무시하는 거지요?" 라고.

우리 할머니 참다참다 못해 벌떡 일어나,
"말이 아예 안 통하니 도저히 대화를 계속할 수 없다"고 선언하셨다.
그러자 일본 할머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왜  대화중에 흥분을 하고 화를 내는지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지 모르겠다고, 정말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 말에 내 분통도 폭발했다.
오래 전 우리 할머니들이 자신의 체험을 증언하기 위해 일본에서 주최한
어떤 행사에 참석했을 때 자신의 이야기를 하다가 울음을 터뜨리고 종내에는 흥분하여
소리를 지르고 하는 모습을 보고 일본인이나 일본 언론은 꼭 저 할머니 같은 반응을 보였다.
피를 토하며 그 자리에 고꾸라지고 싶은 그 절통한 스토리를
아니 그럼 생글생글 웃으며 보고하라는 건가?

얼핏 보면 논리적이고 지적인 데다가 겸손하기까지 해 보이는 일본 할머니가의 입에서
나불나불 나오는 아집으로 똘똘 뭉친 말 같잖은 말에 나도 부르르 몸이 떨렸다.

"요사스러운 할망구"라고 흥분하여 욕을 하자 책장수님이 나를 흘끗 보더니,
"우리측  할머니도 잘못한 부분이 있는데 뭐!"라고 대꾸하는 게 아닌가!

대표로 저런 자리에 섰으면 어디까지나 흥분을 가라앉히고 최대한 노력하여 끝까지
논리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말이었다.
아니 누가 그걸 모르냐고, 하지만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일본 할머니를 함께 욕해줘도 분이 풀릴까 말까인데 도리어 우리 할머니에게도
문제가 있다고 나오니 노발대발했다.
이상한 인간이라는 식으로 그의 태도를 문제 삼으니 책장수님도 언성이 높아졌다.

좀체 보지 못한 엄마아빠의 말싸움에 주하가 애가 타 중재에 나섰다.

"엄마, 아빠는 아빠가 생각하는 걸 말하는 거고,
아빠, 엄마는 엄마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뿐이야!
엄마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고, 아빠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거야."

아이가 겁에 질려 중간에서 교대로 팔을 잡아끄니 할수없이 상을 주섬주섬 치우는 걸로
그 자리를 파했다.
그리고 뛰쳐나와 동네를 두 바퀴 돌았다.(운동 겸 생각 정리 겸)

조금 전 문득 생각나서 아이에게 물었다.
어제 아빠랑 싸우고 나서 엄마가 집을 뛰쳐나갔는데 왜 붙잡으러 나오지 않았냐고.
개그콘서트가 눈에 들어오더냐고......
(집에 돌아왔더니 개그콘서트를 보며 부녀가 낄낄거리고 있었다.)

그러자 아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하는 말.

"엄마가 언제 집을 나갔었어? 난 몰랐지.
그리고 엄마가 나갔으면 짐을 싸서 나갔겠지.
뭘 먹어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 
엄마가 어디 빈손으로 집을 나갈 사람이야?"

아이의 태도와 말이 너무 신통방통하여 어젯밤과 오늘 아침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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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6-08-14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구..저도 먼저 감정이 앞서는 적이 많은지라 무비님과 같은 반응을 내는 수가
백에 아흔아홉번은 될 것 같아요. 어쨌든 아이들은 어쩜 그렇게 신통방통한지.
주하에게 추천을 안할래야 안할 수가 없습니다.

waits 2006-08-14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할머니들의 언쟁을 읽으며, 오늘 내내 포털에 떠다니는 연대 행사 불허, 단전단수 어쩌고 하는 얘기가 겹쳐져 심각했는데... 마지막 주하 말에 무너졌습니다. 아이의 태도와 말이 신통방통~ 괜히 그런 게 아니겠지요? ^^

nada 2006-08-14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데굴데굴..

(집에 돌아왔더니 개그콘서트를 보며 부녀가 낄낄거리고 있었다.)

이 부분, 상상하니까 너무 귀엽고 재밌어요. 맺힌 게 없으니 '논리'적일 수 있는 거겠죠. 논리란 것도 그들식의 논리인 거겠지만... 내일도 고이즈미는 신사 참배를 하러 갈 테고..

건우와 연우 2006-08-14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주하의 완승입니다.
그리고 저도 뭐 그 일본할머니 교양있어보이지만 요사시럽다고 생각합니다.
진정 반성의 자세가 되어있다면 흥분하는 할머니앞에서 무릎이라도 저절로 꿇어져야 참회의 자세가 되어 있는거 아닐까요? 그저 세련된 교양으로 남들앞에 포장할 만큼만 반성하고 있었던게지요...^^

해리포터7 2006-08-14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공 주하님의 말씀이 지당하옵니다..못당하겟군여^^ㅋㅋㅋ 두분이 참으셔야겟어요!ㅎㅎㅎ

아영엄마 2006-08-14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젤루 똑똑한 건 주하! 흠.. 그리고 로드무비님은 나가도 빈손으로는 나가지 않으시군요.. ^^ (당사자들은 자기 생각을 주장하면서 싸우는데 옆에서 보는 3자 입장에서는 왜 그런 문제로 다투나 싶을 때가 있죠.. 하긴 뭐 저는 혼자 열받고 삐쳐서 제 주장도 제대로 못 해보는 사람이지만... ^^;;)

oldhand 2006-08-14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하는 이미 인생의 진리를 통달한 것처럼 보이네요. 오오.. 천재소녀 같아요! ^^

에로이카 2006-08-14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 열받아서 분통 터지는 상황이 그대로 전해져 오는 것 같습니다. 따님 또한 역시 압권... 정말 훌륭한 기록입니다. ^^

치니 2006-08-14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저 프로 은근히 많이들 봤나보네요. 저도 후반부만 봤습니다.
벌떡 일어서는 아주머니 쪽이 심정적으로 이해가 가지만, 시각의 차이란건 무시할 수가 없는 거라, 일본인들 혹은 냉담한 제3자가 보면 저러니 자꾸 지지 라는 소리가 나올거 같기도 했어요.
결국 힘의 논리가 밑바탕에 깔려 있어서, 이러구 저러구 하다가도, 그 옛날에 식민 시절 되기 이전에, 좀 더 치열하게 버틸 수 있는 국력이 되었어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들고. 찝찝한 여운을 남겨주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라주미힌 2006-08-14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말이 안통하면 막 흥분하는 스타일인데, 예전에 한일 번역 채팅으로 일본애들하고 얘기를 해봐도 다 저런 반응이었어욤. 모르거나 그럴 수도 있다식..
흥분하지 않고 대화를 잘 이끌어가는 것이 맞다고 봐욤.
주하가 제일 현명하네욤 ㅋㅋㅋㅋㅋ TV를 보면서도 엄마가 집을 나가면 그냥 나가지 않을 거라는 통찰력을 보여주다니욤. 대단합니다. 30년 내공은 쌓아야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sandcat 2006-08-14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육아의 노하우를....

mong 2006-08-14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맙소사
엄마가 어디 빈손으로 집을 나갈 사람이야?"
털썩~~~주하 만세~~~

마노아 2006-08-14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아이가 자라서 저런 토론회에 나가면 제대로 이겨주지 않을까요. 저의 반응도 로드무비님과 거의 같을 것 같아요^^;;

딸기 2006-08-14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으으... 읽고만 있어도 열받는군요, 그 일본 할머니의 태도...

근데 주하는 .. 짱입니다 ^^

Mephistopheles 2006-08-14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죄송합니다..순간 `심슨가족'이 떠올랐습니다..=3=3=3=3=3

BRINY 2006-08-14 1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봤어요. 다리미질하면서 땀 주루룩 흘리면서. 처음에는 그 일본 할머니가 '서로가 서로의 입장을 어쩌고..'하길래 '그래, 저 할머니도 할아버지가 저렇게 죽었으니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했는데, 자기 할아버지는 미일 강화조약 전에 죽었기 때문에 전범이 아니라 전사자며, 독일인이 유대인 죽인 건 독일인이 자기 국민 죽인 거니까 일본인과 비교가 안된다라느니, 야스쿠니에서 차별 안하고 한국 사람도 모셔주고 있는데...하면서 계속 일본 법만 들먹이는데는 '정말 말이 안 통한다!'란 생각밖에 안들더라구요.
하지만, 타이완 국회의원의 냉정함도 배워야할 거 같아요. 감정을 드러내면 진다고 하잖아요.
근데, 주하 정말 깜찍해요^^ 앞으로 어떻게 성장해갈지^^

날개 2006-08-14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에 글 읽다가 열이 파라락 올랐는데.. 주하의 <엄마가 어디 빈손으로 집을 나갈 사람이야?>란 말에 그만 웃음이......흐흐흐~

플레져 2006-08-15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는 로드무비님께서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이런 시간을
갖게 되지 않을까...ㅎㅎㅎ 주하, 명재판관입니다! ^^
참참, 어디 외출할 땐 식구들이 다 알아들을 수 있도록 요란하게 나가야겠다는
생활 지침서도 하나 배웠습니다... =3=3

로드무비 2006-08-16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필화사건'도 있고요, 아직 풀지 못한 야그가 많습니다.
주하는 평소에는 똑똑한 편이 아닌데 아주 가끔 똑똑해지더군요.
부부싸움 후에는 서랍을 소리내어 닫고 열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세요.
저도 이제 그렇게 하려고요.^^

날개님, 참 의외의 말이죠?
바람처럼 표표히 사라질 엄마를 보고.=3=3=3

FTA 반대 새벽별님, 저는 돌아가시는 줄 알았어요.

브리니님, 타이완 여성 참 멋졌죠?
전 이성적으로 조곤조곤 말하는 사람, 낯빛 한 번 안 바뀌는 사람이
좀 무서워요. 흥분상태에서도 그런 사람.
사실 부럽기도 하고요.
아무튼 그 일본 할머니는 꼬집어주고 싶었어요. 너무 얄미워서...

메피스토님, 심슨가족이요?
마음에 듭니다. 호호~~

딸기님, 한편으로는 제가 그렇게 물질에 집착하는 탐욕스런 인간으로
딸아이 눈에 비쳐졌는가,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그럴만하다는 결론을 얻었답니다.;;

마노아님, 아아, 희망을 주시는군요.
그렇게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님도 저처럼 흥분부터 먼저 하는 스타일이시라고요?
반갑습니다.^^

mong님, 주하에 대한 애정이 식은 줄 알았어요.
님의 만세 소리가 정겹습니다.^^

샌드캣님, '솔직함으로 승부한다'가 제 육아 캐치프레이즈.
그런데 아이에게 존경 받는 건 포기해야 합니다.=3=3=3

Fuck TA 라주미힌 님, 흥분하지 않는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아서요.ㅎㅎ
주하의 말은 별 말이 아니고 다문 식빵 한 봉지라도 챙겨서 나갈 사람이다,
그런 뜻이었습니다.
아무튼 우아한 엄마상과는 아주 거리가 멀지요.
이미지 쇄신의 필요성을 느낍니다.^^





로드무비 2006-08-16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니님, 심정적으로 이해는 가지만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아는데도
저도 그렇게 하거든요.
냉정과 무심을 가장하는 것도 어렵고.
어려운 문제예요.
좋은 방법이 없는지 궁금합니다.
짚이는 생각은 있는데......

에로이카님, 기록으로 남기길 잘했네요.
잊어먹을까봐 재빨리 썼답니다.^^

올드핸드님, 보통땐 아주 어리숙하고 걱정되는 면이 많은 아이인데.
콩주가 말을 하기 시작하면 올드핸드님도 여러 번 기절하실 듯.
육아일기라 생각하고 페이퍼 기록으로 남겨주세요.^^

아영엄마님, 싸울 것까진 없는 일인데.
흥분이 도를 넘었나 봅니다.
주하가 두는 훈수는 흥분 중에도 귀에 쏙쏙 들어오더군요.
아이 무서워 부부싸움도 하기 어려워요.^^;

해리포터 7님, 딸아이가 어떻게 나오나 싶어 싸움을 좀더
자주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3=3=3

건우와 연우님, 저와 거의 생각이 같으시군요.
'요사스럽다'라는 단어가 절로 떠오르더군요.
입술에 침만 바른 반성이요, 얄팍한 세련이었습니다.

꽃양배추님, 고이즈미는 어제 신사참배를 강행했고.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였다고 하는데 다른 공약이나 제대로 지킬 것이지, 췟.
그건 그렇고 정말 데굴데굴 구르셨어요? 히히~~

FTA 반대 나어릴때님, 연대 행사 단전단수가 아니어 그나마
다행이었어요.;;
엄마는 엄마의 생각 어쩌구 하는 말은 가만 생각해 보니
제가 평소에 잘 쓰는 류의 말이더군요.
아이들은 엄마아빠의 말을 기억해놨다가 필요한 순간
꺼내어 쓰나봐요.^^

반딧불님, 님도 저처럼 흥분부터 하는 스타일?
헤헤, 반갑습니다.
좋게 표현해 인간적이고, 신랄하게 말하면 어리석은.
그래도 할 수 없어요. 그죠? 반딧불님.^^

sooninara 2006-08-21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프로그램은 못 봤지만 글만 읽어도 가슴이 답답하네요.
일본 사람들은 혼네가 어떻고..국화와 칼이라고들 하죠.
우리나라 사람들이 욱하긴 해도 진실적이라면 일본사람들은 가식적으로 보여요.
그냥 이렇게 욕하고 말자구요.
주하는 정말 깨물어 주고 싶네요. 주하가 가방을 많이 싸더니..이젠 엄마가 꼼작을 못하시는군요.(전에 주하가 가방을 싸다가 풀다가 했죠?)

로드무비 2006-08-21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니나라님, 어제 또 이어서 방송하더군요.
천불이 나서(시간도 없고) 안 봤습니다.
입으로만 나불나불하는 친절 싫어요.
입만 웃고 눈은 안 웃는 식.
주하 보따리 싼 것 오래 기억하시는군요.ㅎㅎ
은영이는 언제 쌀지 궁급합니다.=3=3=3
 

좀 전 메일을 확인하러 한 포털에 들렀다가 메인에 뜬  기사 제목을 보게 되었다.

'반지하방만 골라 성폭행.'

안 그래도 더워 죽겠는데 열불이 확 솟는다.
침입이 쉽고 쥐도 새도 모르게 의도한 일을 해치울 수 있는 거처만 골랐다는 말이다.
거처뿐이겠는가, 만만한 대상을 골랐다는 말도 된다.
쥐새끼 같은 놈들.
내 결혼식을 앞두고 반지하방 중심으로 신혼집을 고르러 며칠 돌아다녀봐서
살아보진 않았지만 마치 살아본 것처럼 잘 아는 것 같은 기분.
그곳에 둥지를 튼 사람들도......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오늘아침 산사춘님이 올린 페이퍼  '도둑이 들왔어요.'를 읽고
오래 전 일이 떠올랐다.
사촌 둘과 남동생과 허름한 골목 다세대주택에서 자취하는 동안 도둑이 두 번 들었다.
그런데 묘한 건 내 방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그냥 갔다는 것이다.
대학에 다니던 사촌여동생도 사치랑은 거리가 멀었지만 그래도 방에 들어가면
제법 화장품 냄새도 풍기고 침대도 있고 여학생 방답게 화사했다.

여동생의 책상 서랍 속 비상금과, 입학선물로 받은 금반지와 목걸이 세트, 시계,
그리고 조그만 휴대용 카세트 겸용 녹음기를 귀신같이 찾아내어 들고 갔다.

어떻게 생각하면  몹시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내 방은 책장도 없이 회사에서 허락받아 얻어온  몇 개의 서랍을 조립식 책장삼아
그 안에 그리고 위로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이 책들만 가득 쌓여 있었다.
그리고 낡은 비디오 겸용 텔레비전 한 대만 달랑.
흘낏 봐도 땡전 한 푼 안 나올 것 같았나?

잘 찾아보면 제법 멋스러운 하늘색 화장가방(연예인이 들고 다닐 것 같은
그 생뚱맞은 가방은 어느 날 골목에서 누가 버린 걸 주운 것) 안에
통장 두 개와 비상금 약간도 들어 있었는데 말이다.
좀더 프로페셔널한 도둑이었다면 그런 실수는 하지 않았을 텐데...... 

요즘 도둑들은 그 집 사정 뻔히 알면서 넘기 쉬운 담장만 넘고 허술한 문짝만 노리는가 보다.
훔칠 게 정 없으면 아이 방의 저금통까지 들고 가고......

엊그제 한 지인에게 안 들었으면 좋을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고급아파트의 브랜드 인지도를 조사하기 위해 xx팰리스라든가 xx캐슬 등에 사는 사람 몇이
자신이 다니는 회사를 방문, 설문에 응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곳의 시설이나 사는 내용 이야기를 전해듣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것까지는 좋았다.
아파트 관리비가 100만 원이라길래,

"아니 관리비를 한 달에 백만 원씩 내는 사람들이 잔돈 몇푼 벌려고 더운 날
남의 꼬지리한 사무실에 나와서 설문에 응해?"

하고 물었던 것.
갑자기 그 사실이 궁금했다.

벤츠를 타고 와서 한두 시간 그들이 도도한 자세로 설문에 응하고 받아가는 돈은 2,3십만 원.
일반 주부들이 반갑게 버선발로 달려와 생활용품이며 뭣이며에 관한 설문에 응하고
받아가는 돈은 그 십분의 일이란다.

세상 참.......
나는 거친 동작으로 맥주를 한잔 가득 따라 벌컥벌컥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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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8-10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날 도둑은 발각시 소리지르면 그냥 도망갔는데...
요즘 도둑은 발각시 강도로 돌변한다는 것이죠...쩝..

해리포터7 2006-08-10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둑님들은 증말 무서버요...

2006-08-10 15: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영엄마 2006-08-10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헛, 참 비싼 곳에 사는 분들은 돈도 더 비싸게 줘야 행차를 하시는군요. 주부 모니터 같은 거 해도 일 회 방문에 3-5만원 주는데... (윽, 그리고 저도 자취할 때 도둑 든 적 있어요. 내 피 같은 돼지저금통 털어가고, 제일 아끼던 블라우스-달랑 하나 있는..- 도 찢어 놓고..ㅠㅠ)

mong 2006-08-10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지하방에 친한 언니가 사는데
저도 열불이 확-
쳐죽일 놈들 ㅡㅡ;;;

건우와 연우 2006-08-10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세상 참...입니다..

물만두 2006-08-10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ㅜ.ㅡ

아키타이프 2006-08-10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만한 대상을 골랐다에 저도 열이 확 뻗치는데요.
술은 건강상 안되고, 마음으로 한잔 들이켰습니다.

로드무비 2006-08-10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키타이프 님, 빨리 깨끗이 나으세요.
시원하게 한잔 부딪쳐야죠.

FTA 반대 물만두님, 오늘 페이퍼 쓰고 앉았을 시간이 없는데
그 기사 제목 보고 나도 모르게 로그인을 했답니다.
속에 하도 부글대는 것들이 많아서.;;

건우와 연우 님, 이 페이퍼 제목 잘 짓고 싶은 마음도 없더군요.
제목에 신경 좀 쓰는 편인데......;;

mong님, 아이고, 님의 욕 한 방에 잠시 시원.
저도 쥐새끼 같은 놈들, 이라고 금방 페이퍼에 한 줄 덧붙였습니다.;

아영엄마님, 세상에, 남의 단벌 블라우스는 왜 찢고 난리래요?
이상한 놈 많아요.
같은 일에 대해 아르바이트비를 그렇게 책정한 놈들에게
화가 치미는군요. 사정을 떠나서.

천생 파시스트님, 저도 그 과입니다.
언제 우리 이 우라질 세상을......!!!

해리포터 7님, 가진 게 없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덜 무서워야 되는데
또 그게 그렇지 않으니 말이지요.;;

메피스토님, 그만큼 살기 어렵다는 거고 악에 받쳤다는
말도 되겠죠.
성폭행범들은 또 다른 문제지만.




blowup 2006-08-10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 님 글에는 상황의 국면을 누그러뜨리는 장치가 늘 있어요. 분개하는 도중에도 슬며시 웃게 만드는.

로드무비 2006-08-10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amu 님, 장치라니 무신 말씀을.
떠오르는 순간 아무렇게나 써제끼는 글인걸요.
쓰면서 마음을 좀 다잡긴 합니다.
날것 그대로의 흥분 상태를 좀 무서워 하거든요.^^

가랑비 2006-08-10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일이 있었군요. 세상에.

비로그인 2006-08-10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쁜 놈들

nada 2006-08-10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계형 도둑은 그나마 이해(?)한다 쳐도 생계형 강간범은 없잖아요. 성폭행범은 정말 다 나빠요.

국경을넘어 2006-08-10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참 드럽네요. 우쒸

하루(春) 2006-08-11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글에 날이 서 있네요. ^^

산사춘 2006-08-11 0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주변 피해인들도 다 '만만한' 곳에 살았답니다. 대부분 범죄피해자도 다 '만만한' 사람들인듯 싶구요. 상담소 다닐 때 강도강간 피해자 데리고 경찰서 간 적이 있는데 해결안된 유사사건이 8건이나 지도에 다닥다닥 표시되어 있더라구요. 겨울엔 기어올라가기도 힘든 그 산동네에요. 동일범이든 그 이상이든 아주 만만한 데라는 거죠.

sweetrain 2006-08-11 0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아르바이트...
대학생과 직장인의 아르바이트 페이가 다르구요;;(물론 직장인이 더 비쌈)
양주 드시는 분들이 두배 정도 더 비싼 돈을 받더군요...;;;

로드무비 2006-08-11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단비양 님, 직장인은 고정적으로 들어오는 돈이 있으니
아르바이트비를 좀 적게 줘도 될 것 같은데...ㅎㅎ
부익부 빈익빈은 어디에나 적용되는군요.
대학생은 또 그렇다고 쳐요.
.......

산사춘님, 산동네는 반지하보다 더하려나요?
도둑들이 부자들을 집중공략하라는 말은 아니지만
만만한 곳에 사는 만만한 사람들만 구워먹고 쥐어짜는 현실에
짜증이 치솟더라고요.
모르는 사실도 아니면서 새삼스럽게....

FTA반대 하루 님, 이런 글은 가급적 안 쓰고 싶어요.

폐인촌님, 저도, 우쒸.

꽃양배추님, '생계'라는 단어 앞에서 모두 약해지지요.
님 말씀대롭니다.

비숍님, 저도, 나쁜 시키들!!

FTA 반대 벼리꼬리 님, 그러니까요.

 

일요일 오후,  아이들을 시원한 물 속에 좀 빠트려 주자고 하여
집 근처 다리 밑 개울가에 가기로 했다.
남편이 출퇴근하며 유심히 봐둔 가까운 개울은 그늘도 물의 양도 신통찮아서 그냥 통과,
퇴계원의 왕숙천까지 갔더니 그곳은  캠핑 지역이어서 제법 많은 돗자리와
그늘막 텐트가 진을 치고 있었다. 
그날은 올케가 삼겹살을 준비하기로 하여 우리 가족은 빈손으로 갔다.

다리 밑 그늘에 용케 끼어들어 자리 두 개를 펴고 아이들은 바로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주위를 살펴보니 풍경이 근사하거나 그런 게 아니고 단지 차들이 지나는 다리 밑으로
개울이 흘러서 근처에 사는 가족들이 하나둘 모여들다 보니 이런 풍경을 이루게 된 것이었다.
아무튼 조그만 튜브 두 개를 빵빵하게 부느라고 남동생과 책장수님은 땀을 뻘뻘 흘리고, 
여자 둘은  고기 굽느라고 땀을 뻘뻘.

주변을 살펴보니 돗자리 위마다 가스버너에 준비해온 음식을 해먹느라 난리들이다.
간단한 도시락 정도가 아니다.
살림을 이고 지고 싸매어 왔다.
우리 오른쪽에는 열 명쯤 단체로 온 일가친척이 갈매기살 항정살을 구워 먹고 나서
조그만 프라이팬을 꺼내더니 반죽을 부어  부추전을 부쳐 먹는다.
(빈 소주병이 무수히 비닐 속에 뒹굴고......)
푸릇푸릇 깻잎까지 넙적하게 섞인 전이 얼마나 맛나 보였는지......

우리 뒤에 자리를 편 부부는 짐이 좀 많다 싶더니만 압력밥솥을 꺼내어 닭을 넣고 물을 붓고
기세좋게 백숙을 끓이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음식 해먹을 준비를 해오지 않은 사람들은 치킨이며 피자를 시켜 아구아구.
삼복염천에도 아랑곳 않고 뭔가를 먹는 사람들로 다리밑과 개울 옆이 왁자했다.
(다리 기둥에는 중국집, 치킨집, 족발집 전화번호가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준비해온 삼겹살이 동이 나서 책장수님은 다리 위 매점으로 고기를 사러 가고.
아이들이 노는 물도 뭐 그리 맑고 청정해 보이진 않았지만 그래도 신나라~~

노릇노릇하게 구워 먹는 삼겹살은 맛있었지만 더위와 마치 피난민 대열 같은
그 기이한 광경은 정답다기보다 약간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짐작대 중하류층 가족의 대표적인, 그리고 가장 경제적인
나들이 풍경이 이렇지 않을까.

"서민적이야,  그야말로 서민적!! "

내 감탄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고기를 한 점이라도 더 집어먹으려 정신없는  와중에도......

입가심으로 준비해온 라면 두 개를  끓여 먹으며 다음에 올 때는 옆자리 사람들이
눈이 휘둥그래질 정도의  메뉴를 준비해 오자고  올케와 쑥덕였다.
물 속에서 나온 아이들도 날름날름 주는 대로 구운 고기를 잘 받아 먹었다.
백숙이 다 끓었는지 옆자리 압력밥솥의 추가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나는 백숙보다는 옆자리의 부추전에 자꾸만 눈길이 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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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8-09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마 개울가에서 만한전석을 차리시진 않으시겠죠..^^
가끔 올리시는 음식페이퍼 보면 분명 맛스럽고 풍족한
나들이 밥상이 되겠군요..^^

sooninara 2006-08-09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도 다리밑은 아니지만 개울가에서 놀았는데..
시어머님이 해주신 찰밥에 김 싸서 밥 먹었어요.
나중엔 치킨 한마리 시켜 먹고..
옆에 있던 집은 자장면에 탕슉에..맛나보이더군요
내년에는 그렇게 시켜 먹으려구요.
서민적인 물놀이...아이들은 캐러00베이처럼 잘 놀던걸요^^

프레이야 2006-08-09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 귀여워라~~ 시원하겠네.. 같이 놀고시퍼~~

물만두 2006-08-09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더운데 시원해보여요^^

로드무비 2006-08-09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FTA반대 물만두님, 아이들만 신났답니다.
실컷 먹어놓고 엉뚱소리.ㅎㅎ

배혜경님, 요즘 둘이 앙숙인데 저때는 얼마나 사이가 좋던지요.^^

FTA 반대 새벽별 님, 처음엔 어이가 없었는데 나중엔 부럽더군요.ㅎㅎ

수니나라님, 좀 초라해서 가슴이 뭉클한 부분도 있더군요.
찰밥에 치킨도 맛났겠어요.
물론 생맥주도 한잔 곁들이셨지요?^^

메피스토님, 만한전석이 멉니까?
사전 찾아봐야겠군요.
다음에 제대로 준비해 가면 사진 찍어 올릴게요.
나들이 밥상, 생각만 해도 신납니다.^^


건우와 연우 2006-08-09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리밑 개울가에서 고기구워먹고 놀다보면 정말 그말이 절로 나와요. 그야말로 서민적이라는...^^
그래도 내가 먹고싶은 음식 먹으며 맘편히 놀기에는 그만한 장소가 드물죠...^^

瑚璉 2006-08-09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저는 PS2와 함께 꿋꿋이 집을 사수하렵니다.

2006-08-09 17: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레져 2006-08-09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이기도 힘들지만, 일단 가족끼리 친한 사람들끼리 모이면
무엇을 먹느냐가 참 중요한 것 같아요.
무더윈들 어떻겠습니까. 맘맞는 사람들끼리 모였는데 ^^
정말 맛났겠어요, 삼겹살. 흑.

어룸 2006-08-09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쩝쩝....입맛만 다셔봅니당

해리포터7 2006-08-09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딜가나 먹는게 빠지면 섭하지요 ㅋㅋㅋ 전 개울가에서 족발시켜먹었는뎅 ㅎㅎㅎ

2006-08-09 2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산사춘 2006-08-09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의 자연과 음식과 인정이 어우러지는 집안분위기 너무 부러워요.

니르바나 2006-08-10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어른들은 어른대로 정이 소록소록 들 것 같은 정경입니다.
음식백경- 제가 단 로드무비님 책 이름입니다.^^

로드무비 2006-08-10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르바나님, 음식백경이라니, 하하 메뉴가 몇 가지 안되는데......
그것도 찌질한 음식들.
정이 너무 들까봐 무서운 정경이었습니다.

산사춘님, 한 점이라도 더 자기 입에 넣으려고 쌍심지를 돋우는 풍경을 봤으면
인정이 어떻고 그런 소리는 못 하실 텐데요.^^

귀여븐 것들 님, 소장함 좀 공개하시라니까요.
주문할 때마다 수시로 제것도 좀 체크해 주시고요.
한나절 경제적으로다가 잘 놀고 왔습니다.^^

따우님, 제법 다정해 보이죠? 흐뭇.
평소에는 둘이 앙숙입니다.

해리포터 7님, 우와, 족발도 괜찮지요.
쟁반국수도 함께 먹으면 맛난데...ㅎㅎ

투풀님, 님은 혹시 과자와 아이스크림으로 연명하시는 것 아니어요?
갑자기 그런 의심이.ㅎㅎ

플레져님, 마음은 별로 안 맞습니다.
가차이 살다보니 자주 어울리게 되는 거죠.
삼겹살은 역시 밖에서 먹는 게 맛있어요.
집에서 구워 먹으면 고작 900~ 1000그램인데
저날은 600그램 추가했습니다.^^

호질님, 피부가 백옥같으시겠어요.
볕을 못 봐서.
안 그래도 피부 좋기로 소문 나셨더만.^^
(책을 덮고 음악을 끄고 다리 밑으로 가자, 라는 말 못 들어보셨어요?
테라야마 슈지가 한 말인데.('' )

건우와 연우님, 뭔가 눈물 겨운 데가 있었어요.
"서민적"이라는 말이 정겹기도 하고 좀 지겨운 데도 있지요.
아무튼 집 근처 개울가는 가깝고 편리해서 좋아요.^^



아키타이프 2006-08-10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리밑... 기피 지역인데요... 어릴때 너희 진짜 부모는 다리밑에 있으니 찾아 가라는 소리를 들어놔서... 정겨운 장소는 아니네요. 글고 보니 한번도 다리밑에서 놀아본 기억이 없네요. 정말로 진짜 부모가 다리밑에 있을거라고는 생각 하지 않았지만 애들이 말을 안듣거나 겁을 주기 위해서 자기 자식임을 거부하거나 부정하는 말(농담이라도)은 이런식으로라도 영향을 미치네요.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찬물 끼얹는 소리를... 너무 덥나봅니다.

로드무비 2006-08-10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키타이프님, 찬물은 아니고 미지근한 물 끼얹는 소리였습네다.ㅎㅎ
전 다리 밑이 막연한 동경의 대상이었는데......
(거지의 피가 흐르는 것 같아요. 여러 가지 정황으로 봐서.)
 

모 방송의 아침 프로 '웰빙 맛사냥'을 꼭 보고 있다.

어제는 '옛 골목 식당의 정취'인가 하는 소제목으로 오래된 식당 몇 곳을 소개했는데
그 중 내 눈을 사로잡은 건 단연, 대전의 30년된 두부두루치기 식당이었다.
멸치육수를 우려 그 끓는 국물에 큼직하고 굵게 썬 두부를 넣어 멸치향을 스며들게 한 후
고춧가루와 설탕 조금, 대파 굵게 썬 것을 넣어 그냥 팍팍 끓이는 것이었다.
두부두루치기 하면 신김치나 돼지고기가 함께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 식당은 두부만 넣었다.

요즘은 '웰빙' 바람이 식당에도 불어 육수를 우릴 때 온갖 한약재를 넣고 끓이지 않으면
명함도 못 내미는 분위기다.
족발을 삶을 때도 마찬가지.
이름도 듣도 보도 못한 온갖 한약재를 큰 솥에 넣고 끓이는 모습을 으시대며 보여주는
식당 주인을 보면 솔직히 그 집엔 별로 가고 싶지 않다.
'예쁘장한 젊은 여성 한의사'(안 예쁘면 안 된다!)가 나와 뭐는 뭐에 좋다느니 하며
한마디 거드는 것도 조금 꼴불견.

오늘 아침만 해도 '웰빙 진귀한 보양식'이라고 하여, 삼계탕용 닭의 뱃속에 복어를,
또 오리탕에 전복을 넣고 펄펄 끓이는 메뉴를  보여주었다.
그런 요리가 몸에 좋다고 하니 그 식당을 찾아 인터뷰에 응한 손님들도
대부분 열광적인 반응을 보인다.
그런데 나는 그런 음식엔 여간해서 구미가 동하지 않는다.

'진귀한 보양식'에 이어 북촌미술관 반쪽이의 폐품이용 작품 전시회 소식과 함께,
감상 후 자녀들과 함께 먹으러 가면 좋은 음식으로  '한국식 누룽지탕'을 소개했다.
손질한 숙주나물에 직접 만든 누룽지와 각종 채소, 몇 가지의 해물을 넣고 팔팔 끓이는 게
아주 간단해 보였는데, 식당 주인장은 "간단한 게 맛의 포인트"라고 소개했다.
재료도 간단하게, 조리법도 간단한 것이 음식 재료의 맛을 최대한 이끌어 낸다는 뜻이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해물삼계탕이니 도가니아귀찜이니 듣도 보도 못한 짬뽕 음식들을 보면 신기하긴 하지만
입맛을 다시게 되지는 않는다.
내 입이 그 음식의 맛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어쩌면 희미한 거부감마저
들기도 한다.
어느 날 어쩌다 그런 음식을 먹고 너무 맛있다고  연신 엄지 손가락을 추켜들지는 모를 일이지만......

프로그램이 끝나자마자 컴 앞으로 달려와 딸아이와 컴 쟁탈전이 벌어지기 전에 페이퍼를 쓴다.
어제 본 맛집 대전 두부 두루치기 식당(대흥동 진로집)의 정보를 구하다가 운좋게
그 집 두부 두루치기 사진도 구했다.
1인분 4000원.
얼마나 눈물겨운 가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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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8-04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덥다고 툴툴대다 사놓은 두부가 상해버렸는데 저거 해먹었음 좋았을걸 아쉽네요

Mephistopheles 2006-08-04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나 말입니다. 가끔 TV에서 접하는 음식관련 프로그램들을 보면
얼마나 시청자들에게 다가가느냐라는 관점보단 이런 진귀한 재료들로
음식을 만드니까 몸에 좋은 줄 알고 비싸도 사먹어라..!! 라는 느낌이
자주 들더라구요.. 그놈의 웰빙이 음식의 본질마저 야바위하는 듯한
기분에 불쾌해 지더라구요..

기인 2006-08-04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방에 먹을 것이 아무것도 없고, 나가기는 귀찮고, 시켜먹을 돈도 없고...
애인이 뭐 가지고 올 때까지 굶고 있는 중입니다...
저 두부.. 고문이네요 ㅜㅠ

urblue 2006-08-04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우님 말씀 동감. 쓰읍.

반딧불,, 2006-08-04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올! 역쉬 저도 그렇게 생각한답니다.
그래서 님의 음식들이 더 눈에 들어오는거군요. 딱!입니다.
참, 저는 멸치육수 따로 안내고 멸치 자체를 그냥 넣습니다.게을러서^^;;;

로드무비 2006-08-04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인님, 음식 볼 줄 아시는군요.
요즘 다이어트 중이시죠?
두부가 그렇게(건강에, 다이어트에 두루두루) 좋다네요.
그나저나 애인님이 빨리 와야 할 텐데......
조금만 참으세요.^^

따우님, 제가 똑같은 요릴 만들어 일간 올리겠습니다.
저것보다 더 먹음직스럽게...^^

메피스토님, 그러니까요.
온각 한약재로 우린 육수나 섞은 소스에 전 별로 흥미 없어요.
음식의 본질마저 야바위, ㅎㅎ 통렬한 표현입니다.
저랑 입맛이 비슷한지도...^^

건우와 연우 2006-08-04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칼국수면을 삶아서 뜨거운채로 건져 저 국물에 비벼먹기도 해요...^^
고등학교때 친구들하고 우우 몰려가 많이 먹었어요...^^

국경을넘어 2006-08-04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로집이 테레비에 나왔나 보군요. 대전하면 별로 자랑할 만한 음식이 없습니다. 굳이 꼽아보라면 두부두루치기가 유명합니다(묵밥을 꼽기도 하지만). 소개된 진로집은 저도 가끔 가는 곳입니다. 매운 것을 좋아하는 옆지기가 특히 ^^* 같이 모임하는 녀석의 직장 동료(여 선생님)가 그 집 딸이라서 그 친구하고 함께 가면 잘해줍니다. ㅋㅋㅋ 그 동네에 있는 광천식당(도청 앞)이나 한밭식당(대전역 근처)의 두부두루치기도 먹어볼 만 합니다. ^^

nada 2006-08-04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어제 콩국수에 두부 얹어 먹었는데. 두부 진짜 좋아해요. 두부는 만능이에요, 만능~

로드무비 2006-08-04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양배추님, 제가 제일 많이 사는 식재료가 두부와 양파, 달걀입니다.
배고파요.
아이 학원 간 새 열나게 사진 찍어 포토리뷰 올렸더니, 꼬르륵.^^;

폐인촌님, 묵밥집은 논산 어딘가 봐뒀어요. 몇 년 전에...
봐두기만 한 데가 수십 군데.ㅎㅎ
진로집 꼭 가보렵니다.
우연히 마주치면 소주 한잔 해요.^^

건우와 연우님, 국수사리 1000원.ㅎㅎ
식당 위치까지 파악해 뒀습니다.
대전 쪽에 사시나 봅니다.^^

건우와 연우 2006-08-04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등학교를 대전에서 다녔어요...^^

로드무비 2006-08-04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그러셨군요.
고등학생이 두부두루치기를 좋아하다니, 일찍부터 맛을 아셨군요.^^

로드무비 2006-08-04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앗, 하늘바람님,
제가 깜빡했어요.
저도 조금 전 약간 표면이 끈끈해진 두부 1/3모 버렸어요.
구워 먹으려 킁킁거리다가 불안해서.
오늘 새 두부 사서 맛나게 해 먹자고요.^^

에로이카 2006-08-04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군요... 살을 빼려면, 두부를 먹어야 하겠네요.. 음.. 오케이..
그건 그렇고, 오늘은 로드무비님께서 컴퓨터 쟁탈전에서 완전 승리하신 걸로 보이네요.. ㅎㅎ

로드무비 2006-08-06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는 실패했습니다.
컴 앞에 얼씬도 못했거든요.
두부 정말 맛있어요.
제가 만든 두부 두루치기 사진도 일간 올릴게요.^^

sandcat 2006-08-10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에 멸치국물에 고춧가루, 대파, 설탕 넣고 팍팍 끓였는데 맛이 안 나오더라구요. 양조간장 두어 숟가락 넣고 나서야 계우 먹을 수 있었음. 나중에 로드무비 님이 만드신 두루치기 사진 올릴 때 요리법도 자세히 써주시면 좋겠어요. 두부를 좋아하지 않지만 두부 요리는 잘하고 싶습니다. -_-
 


이번 휴가에 부산의 여동생과 동주네와 남포동 광복동 일대를 한 바퀴 돌았다.
최종 목적지는 자갈치시장 꼼장어구이 노천식당.
남자 둘은 뻘쭘한 표정으로  뒤떨어져 여자들을 따라오며 어서 빨리 이 염천의 쇼핑이
끝나기만 바라는 눈치.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는 눈을 빛내며 상점들의 진열장을 훑었다.

드디어 자갈치시장으로 건너가는데 지하상가에서 여동생이 나를 다짜고짜 잡아끌더니
트레이닝복과 나이키 운동화를 한 켤레 고르라고 했다. 
쪄도 너무 쪄 못 봐주겠다며 앞으로는 운동을 하라는데, 거의 협박과 애걸에 가까웠다.
할 수 없이 가벼운 운동화만 하나 골랐다.

동생이 비싼 운동화를 사준다고 기다렸다는 듯 당장 운동에 나서는 건 쪽팔리지 않나?
그래서 어제까지는 딴전을 부리다가 조금 전에야 운동화를 신고 문 밖을 나섰으니
아파트 꼭대기층까지 한 번 걸어서 올랐다 걸어서 내려왔다.
뭐든지 처음부터 너무 무리를 하면 안된다는 게 나의 지론이다.

아파트 계단을 오르며 엘리베이터 앞이나 계단에 내놓은 자전거나 재활용 쓰레기,
유모차 같은 걸로 그집 가족 구성원을 대략 파악할 수 있었다.
603호인지 604호인지는 아기에게 모 사의 분유를 먹이고 있고 그집 아빠는
분유깡통을 재털이로 아예 계단 구석에 내놓고 담배는 xx.를 피운다.
그 층의 모퉁이를 지날 때 던힐의 희미하고 부드러운 향이 코끝에 맡아지는 듯했다.

16층 왼쪽편 집 여인은 꼼꼼함이 지나쳐 강박 증세가 좀 있는 듯.
초등학교 아이의 두 발 자전거에 검정색 매직으로 아이 이름과 동호수를
도배를 해놓다시피 써놓았다.
아무도 거들떠 볼 것 같지 않은 낡은 자전거인데......

18층의 어느 집에선 미니 오디오를 내놓았는데 xx사의 것으로 겉은 멀쩡했다.
내려오는 길에 집에 들고 가서 연결해 볼까나 하는 생각을 하며 계단을 올랐다.

10층을 지날 무렵 약간 호흡이 가빠지는 증상이 있었지만 1분여 멈춰서서
심호흡을 해주고 나니 괜찮았다.
건너편 아파트 복도의 창에 마침 담배를 피러 나온 시인이 있어
건너편 아파트의 모든 계단을 헉헉대며 걸어 올라가는 뚱뚱한 아줌마의 모습을 지켜본다면
시가 한 편 나올 것인가?
제목, 고독한 여인.

계단을 내려올 때는 너무 수월해서 그런지 아파트 복도와 상관없는
제법 다른 생각들이 떠올랐다.
이번 휴가 때 문경의 한 휴게소에 들렀더니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는데
"잡상인은 연민의 대상이 아닙니다"였다.
그 구호는 이상하게 시도때도 없이 눈앞에 나타난다. 헛것으로.

우리들이 자갈치의 한 노점에서 꼼장어구이를 먹을 때 입성이 초라한 한 할아버지가 다가와
소주를 반 병만 먹을 수 있겠는가 하고 주인 여자에게 물었다.
안주 없이.......
우리 꼼장어를 조그만 접시에 담아서 드리고 소주든 맥주든 한잔 대접하고 싶었는데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할아버지를 그냥 보내는 주인 여자가 너무 냉정하다고 투덜거렸더니
모두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는 것이 할아버지를 도와주는 거라고......
글쎄, 과연 그럴까?

사흘째, 한여름에 문을 꽁꽁 걸어닫고 방학(어린이집도 학원도 며칠간의 방학이 있다)을 한
아이들과 세 끼를 챙겨 먹으며 지내다보니 비상식량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낀다.
결국 어제 저녁에는 모 홈쇼핑을 보다가 충동적으로 바비큐 폭립을 주문했다.
오늘 보니 아파트의 복도에는 홈쇼핑의 빈 택배 상자들이 2, 3층  걸러 한 집 꼴로 나와
재활용품을 분류하고 담아놓는 상자로 쓰이고 있었다.
사람들 사는 모습이 어쩜 그리 빤한지.......

집에 돌아와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현관문을 활짝 열었다.
마흔 두 집 중에 어떻게 문을 연 집이 한 집도 없다냐?
나를 포함하여 모두 무슨 꿍꿍이로 사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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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8-02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 아파트를 오르락 내리락 하시면서
주변사물을 관찰하시는 모습이 마치 미스마플 같습니다...^^

하루(春) 2006-08-02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뒤집어졌다가 일어나서 눈물을 훔쳤어요. ^^;
운동하고 싶으신 생각이 없으신 거로군요.

로드무비 2006-08-02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FTA 반대 하루 님, 어느 대목에서 뒤집어지셨는데요?
고독한 여인, 부분?ㅎㅎ
운동을 좀 하긴 해야 할 텐데, 우선 하루 한 번 복도나 오르내리려고요.;;

메피스토님, 미스마플이 누구죠?
관찰한 게 아니고 그냥 눈에 띈 대로 지껄인 것에
불과하다니까요.

Mephistopheles 2006-08-02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 중 한명이에요.^^
할머니인데 뛰어난 관찰력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캐릭터..라더군요..

물만두 2006-08-02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관문 닫으세요~!!! 요즘같은 세상에... 시절이 하수상하잖아요 ㅠ.ㅠ

mong 2006-08-02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사는 아파트는 복도식이거든요
일요일에 문 열어 놓고 있으면 다른 집 애들 혼나는 소리며
반찬 종류며 다 알수 있어요 히힛

라주미힌 2006-08-02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소한 일상인 듯 하면서도 소소하지가 않네용...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까욤. 흠.. 저도 살 빼야 하는뎅..

ceylontea 2006-08-02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말입니다... 요즘 무슨 꿍꿍이로 사는지 이 더위에 모두 문을 꽁꽁 잠가 놓고 있지요..--;

urblue 2006-08-02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뱃살 빼는 데는 역시 줄넘기가 최고라고 해서 오늘부터 줄넘기 할까 생각중이에요.

조선인 2006-08-02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윽, 이 더위에 어떻게 문을 닫고 견디죠? 놀랍네요.

nada 2006-08-02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던힐의 희미하고 부드러운 향의 세계를 아신단 말이어요? 남을 돕는다는 게 뭔지 잘 모르겠어요. 누군가 나를 돕는답시고 한 일도 내겐 황당할 때가 있는 걸 보면.. 그래도 할아버지랑 술 한 잔, 괜찮을 거 같은데.

로드무비 2006-08-02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우님, 모두 무슨 보물단지라도 숨기고 사는 것이면 차라리 좋으련만....
우리 집은 저층인데도 모든 창문은 에브리데이 활짝활짝입니다.^^

FTA 반대 조선인 님, 어쩌면 옷차림이 너무 민망하고 그래서
그런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덥다보니 다들 벗다시피......^^

블루님, 할까 생각중이면 안 되고요,
저처럼 실천을 하시는 게 중요합니다.=3=3=3
(흥, 날씬하기만 하더만.=3)

실론티님, 굳게 닫힌 문들 앞에서 절로 '꿍꿍이'라는 단어가
생각나더군요.;;

FTA 반대 라주미힌 님, 이것저것 모두 언급하면 너무 잡다해져서.
어쩌면 소소한 일상이 인생의 거의 모든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라주미힌님도 떽끼!! 뺄 살이 어딨다고.=3)

mong님, 저녁 무렵 어디선가 반찬 냄새가 풍겨오면
코를 벌렁거리는 것도 한 즐거움.
깻잎 간장에 졸이는 냄새랑 잘 끓인 된장국 냄새가
참 좋더라고요.
그 대신 치고 박고 싸우는 소리가 들려오면 가슴이 조마조마.;;

FTA 반대 물만두 님, 30 분 만에 문 닫았어요.
좀 거시기해서....^^;;

메피스토님, 뛰어난 관찰력은 좋은데 할머니라굽쇼?ㅎㅎ
언제 읽어봐야겠군요.

로드무비 2006-08-02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양배추님, 제가 모르는 게 어딨다고.(거만거만.)
왕년에 음주가무('무'는 빼고...)의 세계에서 저도 한 가닥 했다고요.ㅎㅎ
내가 할아버지라면, 하고 처지를 바꾸어 보면 됩니다.
선행이라고 할 것까지도 없는 어떤 일을 할까 말까 망설일 때는.....
전 먹고 죽자 쪽이거든요.

해리포터7 2006-08-02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잡상인은 연민의 대상이 아닙니다'ㅋㅋㅋ 어디에서도 본적이 없는 감상적인 문구군요.ㅎㅎㅎ 이더운날에 계단을 올랐은 님을 생각하니 제가 다 호흡이 가빠집니다.^^

로드무비 2006-08-02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리포터7 님, '잡상인'에 다른 단어들을 넣어봤어요.
노숙자, 전과자, 기타 등등.
2년 전에도 한 번 계단 오르기를 해본 적이 있는데 그때보다 오히려
숨이 덜 차더라고요.
책을 읽으며 계단을 오르내리면 심심하지도 않고
괜찮을 것 같다 했더니 깜짝 놀라서 말리더군요 남편이.
굴러떨어져 다치면 어떡하냐고.ㅎㅎ

해리포터7 2006-08-02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말리고 싶어요..제가 책보며 가끔 계단 밟다가 놓치는 경우가 많아요..ㅎㅎㅎ

로드무비 2006-08-02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휘청,하는 경우는 양반이지요.
말려주셔서 고맙습니다.^^

2006-08-02 17: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날개 2006-08-02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계단 오르내리는건 무릎관절에 무리가 많이 간다 하더이다..^^
평지 걷기로 바꾸시지요...

야클 2006-08-02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마.... 서재이미지의 진공청소기 든 아줌마 정도는 아니겠죠? ^^

니르바나 2006-08-02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마 로드무비님을 엄청 사랑하시는
남편자랑, 동생자랑 하시려는 꿍꿍이는 아니겠지요.^^

에로이카 2006-08-03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저는 거울을 보다 너무 뚱뚱해서 운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 마음을 먹으면, 갑자기 볼 책도 많아지고, 할 일도 많아지고, 만나고 싶은 사람들도 많아지는 걸까요? ^^ 운동 꾸준히 하시기를 빕니다.

플레져 2006-08-03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계단 여행 다녀오셨나요? ^^
우리 층에는 자전거가 무진장 많아요. 정작 자전거가 자리를 비우는 건 한번도 못 보았네요. 오늘은 뭐 발견하셨나 궁금!

반딧불,, 2006-08-03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쉬 무비님 페이퍼는 달콤해.(이건 중독증세)

건우와 연우 2006-08-03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씩 아파트의 닫힌 창문들을 베란다에서 물끄러미 바라다보면 다들 무슨 생각들을 하며 사는지...할때가 있어요.
그러면서 사는게 외로워지기도하고 또 사는것에 단련되는 느낌도 들고...
로드무비님은 사는 여러모습들을 문득문득 깨우쳐주시네요...^^

로드무비 2006-08-03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우와 연우님, 저도 가끔 그런 생각을 합니다.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다가도 문득.
그런데 '깨우쳐 준다'는 말은 거두어 주세요.^^

반딧불님, 호호, 말씀도 달콤하셔라.^^

플레져님, 계단 여행 오전 열시에 다녀왔습니다.
다리가 아파 죽갔시요.
뭘 발견했는지는 <도쿄기담집> 리뷰에 썼답니다. 읽어주세요.^^

에로이카님, 그러니까요.
살을 좀 빼볼까 생각하면 맛난 음식 먹을 일이 얼마나 많이 생기는지!ㅎㅎ
운명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계단 오르기 당분간 꾸준히 할 생각입니다.^^
(님도 찌셨다니 이렇게 반가울 수가!=3=3=3)

니르바나님, 아이참, 저의 그런 꿍꿍이를 노출시키시면
어떻게 한답니까.ㅎㅎ

야클님, 뭐 비슷합니다.^^

날개님, 그, 그, 그래요?
요즘 더워서 걷기는 좀 그런데, 핑계김에 운동 가을까지 미룰까요?ㅎㅎ

시작이 반 님, 가끔 댓글 남겨주시와요.
모처럼 제 페이퍼에서 만나니 얼마나 반가운지요.^^

2006-08-03 19:0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