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말도 안되는 원고를 한 달 동안 꼬박 주물러 그래도 기본 꼴을 갖춰 세상에 내보낸 적이 있다. 그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저술가이고 유명강사이다. 세상에 그렇게 횡설수설 말도 안되는 원고는 또 처음 보았는데 그래도 그 책은 저자의 명성과 편집자의 교통정리와 교열 아르바이트생의  노고에 기대어 가벼운 베스트셀러로 떠올랐다. 대한민국에서의 그의 입지는 더욱 확실해졌고......

일본에 있는 친구의 남편이  인생의 전기를 맞아 참고하기 위해그 책을 어렵사리 구해 읽었다는 말을 듣고 나는 깜짝 놀랐다. "비단은 나하고 편집자가 짜고 비단옷은 그 사람이 입고......" 하고 투덜댔더니 남편이 아서라 말아라  한다. 그게 그렇게도 원통하면 책을 직접 쓰라고......

나는 책을 낼 만큼 세상에 하고 싶은 말이 없다. 정리된 생각도 없다. 그런데 그에게는 그것이 있었던 것이다. 횡설수설 별것 아닌 걸 부풀려 말하는 재주도......아아, 지금 하고 있는 일도 그렇고, 허울 좋은 책들이 세상엔 너무 많다.

(조금 짜증스러운 내용의 글이라 제목으로 장난을 좀 쳐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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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5-01-25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도 책을 내세요.. 제가 1번 독자가 되어드리지요..^^*
이리저리 쓰신 글 다 모아도 책 한권일텐데.. 아까와요..

숨은아이 2005-01-25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문제는 그거죠,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과 없는 것. 허울의 움직이는 책, 정말 죽이는 말씀이에요!

로드무비 2005-01-25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아까워하실 것 없어요.
이렇게 읽는 게 더 생생하고 재미나요.^^
숨은아이님, 문제는 그거예요.
할 말이 있는 것과 없는 것. 그런데 할 말은 언제 생기는 걸까요?^^

파란여우 2005-01-25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님! 책 내시면 반드시 저에게 제일 먼저 주셔야 합니다.(압박을 조이며..^^)

비발~* 2005-01-25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비로그인 2005-01-25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하 사진 너무 이쁘게 나왔네요. ^^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동문서답하는 폭스)

어룸 2005-01-25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넘 훌령해서 저도 모르게 추천을~!! ^^

로드무비 2005-01-25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여우님, 그럴게요.^^
비발~*님, ^^*
폭스바겐님, 매력적이세요.^^
투풀님, 제목이 넘 훌령해서......고마워요. 흑흑.

하얀마녀 2005-01-25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사람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전 로드무비님이 더 좋아요. ^^

미누리 2005-01-25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짜는 언젠가 들통나기 마련! 무엇보다도 자기자신이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이 그에게는 짐이 아닐까요? 스스로도 양심의 상처를 안고 있을 거예요.

플레져 2005-01-25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싸인해서 주세요.
근데, 책은 책이고, 매일 맛난 페이퍼만 하나씩 올려주세요.
제목 죽입니다!! ㅋㅋ

nugool 2005-01-25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내세요!! 여기에 있는 글을 다 모아도 멋진 책이 될텐데요? 저도 열혈독자할래요!!!

깍두기 2005-01-25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말도 안되는 원고를 써서 로드무비님에게 준 사람은 도대체 누굴까....이런 것만 궁금해 하는 깍두기....^^
그리고 님, 책 내세요. 저도 저자 사인있는 책 좀 소장해 보게...(설마...싸인 안해 주시겠다는 건....???)

로드무비 2005-01-26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얀마녀님을 사이에 두고 깍두기님과 쟁탈전을 벌여야 할 듯.
에잉? 이미 끝났다고요?ㅎㅎ
(말씀이 어찌 그리 다정하신지......)
미누리님, 가짜 뭐 그렇게 얘기할 건 아니고요.^^;;;
아이디어는 나름대로 많은데 그걸 글로 잘 못 쓰는 사람 있잖아요.
출판사마다 그의 책을 내고 싶어하는 걸 보면 뭐가 있긴 하나봐요.
(제가 좀 심술을 부린 거랍니다. 어제도 비슷한 성격의 일을 하다가
신경질이 나서 그만......)
플레져님, 마음에 드는 제목이 머리에 떠오르면 무지 즐겁답니다.
책은 플레져님이 내셔야죠.^^;;;
너굴님, 말씀이라도 감격. 흑흑.
되도록 재미있는 소재로다 페이퍼 부지런히 올릴게요.^^
깍두기님, 저라도 그럴 거라오.
책은 님이 출판사 차려서 내주실래요?ㅎㅎ

icaru 2005-01-26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의 댓글을 종합하건데...아~~ 그럼..로드무비 님 책 내시는 일만 남은 건가요?? ( 너무 앞서갔는감요..) 그나저나 님이 작업하셨다는 몇년 전 ..그 책...어떤 책인지 궁금하네요!!!

제목에 장난 자주 쳐주세요...재밌어요 흐흐...

2005-01-26 13: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01-27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순이언니님, 이 페이퍼 뺄까 생각하다가 그냥 둡니다.
제가 읽어봐도 좀 재수가 없네요.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그것도 저인걸요.
(제목에 장난치는 건 저도 아주 재밌어요.^^)
 

지난주 코를 빠트리며 일한 일감을 오늘아침 출근하는 남편 편에 부쳐야 하는데 깜빡했다. 알라딘 서재에만 안 들어왔어도 목요일까지 너끈히 마칠 수 있는 일이었는데 말이다. 금요일까지 어떻게 안되겠느냐고 담당 편집자가 사정사정하는 걸 하루에도 몇 번씩 서재에 들어와 노느라 어젯밤까지 붙잡고 있었던 것이다. 알라딘 서재활동은 이렇게 생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할 수 없이 조금 전 퀵서비스 아저씨를 불렀다. 내 사는 동네에서 서울 신당동까지 2만 5천 원. 이것도 아주 싼 가격이다. 그런데 이 아저씨는 아무래도 노느니 소일삼아 집에서 아르바이트로 퀵서비스를 하시는 분같다. 나는 보통 일감을 출근하는 남편 편에 보내어 퀵으로 보내고, 남편이 일터에서 전해 받은 일감을 퇴근과 동시에 전해 받는다. 그런데 어쩌다 남편 출근시간까지 일을 못 마치면 퀵서비스 편으로라도 보낼 수밖에 없다. 비싼 요금을 치르고서라도.

그런데 이 아저씨 정말 퀵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분이 맞는 건지......나는 최근 약속시간을 못 지키는 이상한 병에 걸려버렸다. 그러니 거짓말(?)을 밥먹듯 하게 되고 언제나 약속시간에 쫓겨 쩔쩔매는 편이다. 심지어는 퀵서비스 아저씨를 불러놓고는 소파에 잠시 앉아 기다려 달라 하고 30분 가까이나 남은 일을 해치울 때도 있다. 정신없이 일하는 와중에 "아저씨 커피 한잔 드릴까요?" 하면 이 아저씨 마다하는 법이 없다. 보면서 기다리시라고 신문을 갖다드렸더니 "한겨레신문 보시네!" 하면서 좋아하는 기색에서 그의 성향을 약간 짐작하고 반가웠전 적도 있다. 또 알고봤더니 그는 내 고향(부산) 까마귀였다. 나이도 엇비슷, 얼굴도 호탕, 그러다 보니약간 마음이 설레이려고까지. (퀵서비스 아저씨랑 이렇게 느긋하게 우정 비슷한 걸 나누는 분 또 계신가요?)

오늘 아침은 마음이 두 갈래였다.

(1)퀵 요금이면 책 두 권 내걸고 이벤트도 벌일 수 있는데......

(2) 일이 없어 몇 달 못 봤는데 퀵 아저씨 잘 지내시는가?

새해들어 처음 받은 일이니 퀵 요금 아까워하지 말고 일감을 보내기로 했다. 그리하여 조금 전 아저씨는 내 전화를 받고 아주 반가워하며 득달같이 달려오셨다. 그리고 벨을 두 번 눌렀다. 아아, 저 소탈한 웃음이라니!

그런데 아저씨에게 일감을 주어 보내고 문을 닫으면서 나는 깨달았던 것이다. 오늘 아침 나는 세수도 양치질도 하지 않았다. 사흘째 감지 않은 떡진 머리의 흉악한 몰골이라니! 그리하여 나는 비호같이 컴퓨터 앞으로 달려와 이 페이퍼를 쓴다. 무슨 경사가 났다고, 내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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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ninara 2005-01-17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설레일려고까지..흐미 부럽슴돠..그아저씨 여기까지 와주시나요??
일거리를 만들어볼까요??
그런데 세수도 양치도 머리 안감은것도 그 아저씨는 모르실걸요^^ 걱정마세요..

비로그인 2005-01-17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시카 무비님, ㅎㅎ^^재미난 글 덕분에 기분좋게 하루를 시작합니다~
생활하면서 마주치게 되는 이런 소소한 우정들은
지친 얼굴에도 미소를 반짝반짝 심어주네요^^

바람구두 2005-01-17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야한...

nemuko 2005-01-17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게도 일어나는 일상적인 일들이 늘 로드무비님 손에서는 이렇게 재미난 글들로 변신하게 되는군요. 오늘도 님 덕분에 푸하하 웃고 갑니다^^

물만두 2005-01-17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퀵스비스를 이해를 못했답니다. 그거랑 택배가 같은 줄 알았는데 장난 아니게 비싸네요 ㅠ.ㅠ

진주 2005-01-17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한 인연이네요!
그리고, 퀵서비스 아자찌는 두 번 울리는군요..택배 아자찌는 한 번 울리던데 핫하 ^^*

잉크냄새 2005-01-17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포스러운 분위기의 글이라면 어둠속에서 벨이 울린답니다.

kleinsusun 2005-01-17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하하하하하.넘 웃겨요.
바쁜 와중에 "커피 한잔 드릴까요?" 푸하하.
지난번 조기축구 사건 때(실종 사건) 남편을 찾으러 나가면서도 마실 커피 타고,
꼬마 만두 사진 찍었다는 글 읽고도 많이 웃었거든요.
로드무비님은 에세이집을 하나 내셔도 좋을 것 같아요.넘 재미있어요!!!

로드무비 2005-01-17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저도 언젠가 에세이집 한 권쯤 내게 될까요?ㅎㅎ
(전 사실 이런 시시껄렁한 글 쓸 때가 제일 즐거워요.)
제 글 읽고 수선님이 웃으셨다니 이렇게 좋을 수가!^^
잉크냄새님, 어둠 속에 벨~ 어쩌고 하시니 시드니 포에티에가 생각 나잖아요.^^
박찬미님, 전 택배 아저씨들과도 친해요.(언젠가 글 하나 써서 올릴까요?^^)

로드무비 2005-01-17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다른 데는 3만 5천원을 부르더군요.
운좋게 이 아저씨와 인연이 닿았답니다.(퀵 요금 좀 비싸죠?)
네무코님, 아침부터 저 때문에 푸하하 웃으셨다니 행복합니다.
마치 착한 일이라도 한 것처럼.^^
바람구두님, 야하다니, 도대체 무신 생각을 하신 겁니까?^^
난니님, 제시카 무비라니 너무 근사하네요.
앞으로도 꼭 그렇게 불러주세요.^^
(소소한 일들에서 미소를 짓게 되죠.)
수니나라님, 전화번호 알려드릴까요? ㅎㅎ
오늘은 만남의 시간이 너무 짧아 아쉬웠답니다.
그나저나 몰골이 정말 최악이었어요.ㅠ.ㅠ

숨은아이 2005-01-17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유만만 퀵 아저씨! *.* 멋져요. 서울 퀵서비스 아저씨들은 살벌하던데... 미처 포장 못해놔서 잠시만 기다리라 하면 안절부절못하며 서성대고... 수익은 떨어지고 고객들은 "빨리빨리"만 외치니까 그렇겠지만요.

날개 2005-01-17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세이집 내라는 말에 적극 찬성입니다.. 꼭 사볼께요.. 호호~^^

깍두기 2005-01-17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작년인가 친정아버지가 심심하시다고 실버퀵을 하신 적 있는데(실버퀵은 전철, 버스로만 왔다갔다 해요) 아마 우리 아버지도 이렇게 멋진 퀵서비스 할아버지 였을 듯.(기다려도 주시고 한겨레신문도 보시고 ㅎㅎ)

urblue 2005-01-17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아니면 절대 쓸 수 없는 글. ㅎㅎ 너무 재미있다니까요.

조선인 2005-01-17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하여 나는 비호같이 컴퓨터 앞으로 달려와 이 페이퍼를 쓴다. 무슨 경사가 났다고, 내 참!"
->서재폐인다운 자세입니다. 추천 한 방!

로드무비 2005-01-17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별님, 퀵 요금이 무지 올랐다네요.
가까운 거리도 7, 8천원이라니, 택배가 최고예요.^^
따우님, 사실 얼마나 한심해 보이겠습니까!
퀵을 불러놓고 그제야 일을 하고 앉았다니!ㅋㅋ
그러고보니 한번도 세수한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네요.^^;;;
조선인님, 저 서재 폐인 벗어나려고 얼마전 몸부림쳐봤거든요.
그런데 그게 안 되더라고요. 닷새 만에 항복!^^
블루님, 제가 아니면 누가 퀵아저씨 30분씩 붙잡아놓고 일을 하겠습니까!
참 한심한데 그래도 조금 귀엽죠?ㅎㅎ
깍두기님, 실버퀵 참 좋아보이던데요.
아버지께서는 건강 회복하셨습니까?
(그런데 제가 언제 퀵아저씨가 할아버지라고 했나요? 흥=3)

로드무비 2005-01-17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님의 응원에 힘입어 언젠가 꼭 에세이집 한 권 내볼게요. 불끈=3
숨은아이님, 그렇죠? 서울이라면 어림도 없는 일이겠죠?
어리숙한 퀵아저씨와 뻔뻔한 고객이 참 잘 만났습니다.^^

하얀마녀 2005-01-18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슨 일만 생기면, 무슨 생각만 떠오르면 서재에 올리고야 마는 이 기쁨... ^^

로드무비 2005-01-18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얀마녀님, 님도 그 기쁨과 보람을 아시는군요.^^
 

마루 유리창에서 밤낮없이 반짝이던 성탄 풍선장식을 조금 전 떼냈다. 1월 3일이 지나면 떼야겠다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열흘을 훌쩍 넘긴 것이다. 어젯밤에도 아이와 먼저 자러 들어가면서 남편에게 풍선장식을 떼달라고 말했다. 컴퓨터 카드 게임에 코를 박고 있던 남편은 "알았어, 알았다구." 하고 건성으로 대답했다.

조금전 일어나 서재에서 30분만 놀고 일을 하기로 굳은 결심을 하고 들어와 가장 최근 올라온 마태우스님과 수선님의 글을 읽으며 키득키득 웃다가 댓글을 달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간신히 떼놓았다. 커피 한잔을 타가지고 방에 들어가려는데 문득 눈에 띈 풍선 장식. 코드를 찾아 뽑고 의자를 놓고 올라가 못에 걸린 실을 빼니 간단하게 떨어졌다. "아니, 이 남자가 왜 이렇게 간단한 일을 안하는 거야!" 그것을 치우며 투덜거리다 보니 문득 깨달아지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로드무비, 니가 치우면 되잖아! 그게 뭐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

섬섬옥수 귀부인도 아니면서 나는 대부분의 자질구레한 일들을 전부 남편에게 떠넘겼다. 생각해 보면 풍선장식 떼내는 정도의 간단한 일도 나는 미리 못한다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게을러서 또 두려워서 내가 엄두도 못 내고 미루었던  수많은 일들. 어쩌면 그 일들은 성탄장식을 떼내는 일처럼 간단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또 하나 깨달은 게 있다. 풍선 장식을 직접 떼내고 그 사실이 너무 대견하고 자랑스러웠던 나는 그 오죽잖은 경험을 페이퍼로 하나 쓰려고 컴퓨터가 있는 방으로 슬그머니 다시 기어들어왔다는 사실. 깨달음은 정말 도처에서 쓰리쿠션으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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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13 04: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냐 2005-01-13 0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쥑이는 제목에다, 근사한 내용임다. 쫌 있음 득도하시겠네요..^^

깍두기 2005-01-13 0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로드무비님. 알고 보니 아침형 인간이시네요. 새벽 세시에 일어나 '일'을 하신다니....

urblue 2005-01-13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깨달음이 사방에서 밀려와도 너무 많이 깨닫지는 마세요. 마냐님 말씀처럼, 그러다 득도라도 하시면, 재미없다구요. =3=3

날개 2005-01-13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가 할 줄 알아도 남편 시킵니다.. 오늘 안하면 다음날 다시 시키고, 다음날도 안하면 그 다음날... 끈질기게 할 때까지 시킵니다..흐흐흐~

좀 시켜야 한다고 봅니다..^^*

▶◀소굼 2005-01-13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할 줄 아시면 그걸로 된겁니다^^;; 나중에 혼자 있을 때 할 줄 몰라 버벅대는 것보다야 낫지요

숨은아이 2005-01-13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아침이 아니라 새, 새벽인데요.

하얀마녀 2005-01-13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주님!

하얀마녀 2005-01-13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러고보니 저도 책 주문하러 들어왔는데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건지... -_-a

진주 2005-01-13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안 시켜 버릇하면 남편이 나중엔 집안일에 무능해지더라는........

"도 닦으며 적당히 시키세!"

icaru 2005-01-13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삶의 도처에서 깨달음을 발굴해 내시는 님~ ...

낯선바람 2005-01-13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 님 서재에선 늘 재밌는 일이 일어나는 것 같아요^^

2005-01-13 15: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01-13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넷이 안되어 시장 가는 길에 잠시 PC방에 왔습니다.

메일 확인할 게 있어서요.

호호, 이 페이퍼 반응이 좋네요.

댓글 달아주신 분들요 고맙습니다.

내일 뵙겠습니다요.^^

니르바나 2005-01-13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도 드디어 道의 세계로 드셨군요.

이런 걸 初見性이라고 하지요. ㅎㅎㅎ

파란여우 2005-01-13 1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쓰리쿠션이라고 해서 당구야근가 했었죠...너무 단박에 대오각성하시는거 아녀요? 저도 함께 깨우칩시다!!^^

로드무비 2005-01-13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르바나님, 오랜만이에요.

저 도에 관심 많아요.

지금은 돈에 더 관심 많지만......^^

로드무비 2005-01-13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여우님 만세!

그동안 고생이 많으셨더군요.

자, 저와 함께 도의 세계로 떠나볼까요? 니르바나님 뒤를 따라......

니르바나 2005-01-13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 그럼 빠져볼까요. 道의 세계로... 로드무비님, 파란여우님.

잠간 격조했던 일은 로드무비님따라하기 중이어서 그랬습니다.

2005-01-13 2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룸 2005-01-13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뜬금없이) 저 쓰리쿠션 성공해본적 있어요!!! ^ㅂ^)/ 왕년에 당구 250이었답니다!!(그걸 자랑이랑고 하냐구요~ 그래도 저희 과에서는 여자 1등이었다구요!!! ^^;;;;;;;;;)

로드무비 2005-01-14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르바나님, 한 말씀 한 말씀이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요?
그런데 파란여우님은 대오각성 과(科)라는데요?

투풀니임, 전 당구장 딱 한번 가봤어요.

투풀님과 당구라 왠지 무척 어울립니다.

흑거미라는 프로당구 여성이 있는데 폼이 아주 멋지더라구요.

투풀님도 아마 그에 못지 않을 듯.ㅎㅎ

2005-01-14 15: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1-14 1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벽에 일어나 절반쯤 남겨둔 김형경의 책을 읽었다. 2년 전인가?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을 읽다가 지겨워서 그만뒀었는데 어쩌자고 이 책을 또 산 것일까?

1990년인가 91년도에  민족문학작가회의에서 주최하는 독서 모임에 나간 적이 있다. 독서란 오로지 혼자 하는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던 골방형 인간인 내가 그 무렵엔 어쩌자고 안 쑤시고 다닌 데가 없다.  '영화공간 1895'에서는 오즈 야스지로의 <동경물어>나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일본영화들과  <카이로의 붉은 장미>니 <시민 케인> 등을 관람했고 , 또 xxx직장청년연합에 가입해 1년 남짓  자발적으로 모임과 각종 시위에 참여했던 것은 지금 생각해도 의외이다.

늦가을 어느 날 그 독서모임에서  대성리로 1박 2일의 엠티를 갔다. 늦은밤, 김남주 시인께서 우리를 격려해 주기 위해 오셨다. 발제니 토의니 준비해간 프로그램이 모두 끝나자 당연히 술이 몇 차례 돌고 몇 사람이 먼저 뻗었다. 나도 그 중 1인이었다. 엄청나게 큰 방에서 남녀 가릴 것 없이 널부러져 잠이 들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가 내 귀에 들어왔다.

"선생님, 피곤하고 바쁘실 텐데 이 오합지졸을 위해 이렇게 멀리까지 와주신 것 감사드려요."

"오합지졸이라니! 나는 젊은이들과 이야기 나누는 것이 너무 재미있어요."

하마터면 나는 벌떡 일어나 내 또래 모 중학교의 국어선생이라는 그녀의 뺨을 한 대 갈길 뻔했다.(아직까지 내 인생에 누군가의 뺨을 갈겨본 일은 한 번도 없다.) 존경하는 시인에 대한 고마움이 사무쳐 인사를 차린답시고  한 말이라고 백번 양보해 보아도 불쾌하기 짝이 없는 말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오합지졸과 계속 섞이고 싶지  않았는지 어느 순간부터 모임에 나타나지 않았다.

김형경의 <사람 풍경>을 읽고 나자 12,3년 전 새벽의 그 불쾌한 느낌이 떠올랐다. 그녀는 확신에 가득 차 있었다.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깨닫기 위해 정신과 의사와 오랜 기간 상담을 하고, 스스로 명리학을 공부하고, 가진 거라고는 집 하나뿐인데 그 집을 팔아 세계각국을 떠돌며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왔다 해서 그렇게 말하면 안 되는 거였다. 방랑벽이 있어 여기저기 떠돌아다녔던 예술가들은 자신의 콤플렉스 때문이고, 다른 사람에게 유난히 친절하고 나누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자기 존재 증명을 위해서라고?(그녀는 어느 독자의 이런 반발까지 예상했는지 어떤 사람이나 사안에 발끈하는 그 심리의 기저란 이런 것이다, 하고 도무지 빠져나갈 수 없는 구석을 마련해 두었다.)

그래서 이제는 자신에 대해서도 타인에 대해서도 솔직해지기로 했으며 그토록 구박하고 돌보지 않았던 자신의 몸과 여성성을 한껏 돌보고 즐기기로 했다니 축하할 일이다. 모쪼록 그녀가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잘 가꾸어가길 바란다.

그런데도 내게는 이 작가의 목소리가 12, 3년 전 새벽에 사람들을 싸잡아 오합지졸로 매도하던 그 목소리와  겹쳐져 약간의 불쾌감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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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4-12-22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책 읽느라 바쁘셨군요.. 아님 다른 일이라도?

비록 님께는 불쾌한 기억을 불러 일으킨 책이었지만, 저는 님의 글을 볼 수 있어 좋군요..^^* 하지만 저도 저런 류의 책은 읽고 싶지 않아요....

로드무비 2004-12-22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친정부모님이 며칠 와계셔서요. 오늘 아침 내려가셨어요.

잘 지내셨죠?

마음 가는 대로 책을 읽는 것이 그 중 좋더군요. 날개님처럼......^^




반딧불,, 2004-12-22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요.

저는 그 말이 그렇게 받아들여지지는 않거든요.

그냥 명망있는 시인 앞에서 조금 낮춘 겸양의 말은 아니었을까요??

스스로에게도 참 박한 편인 분인지라...그런 말을 한 것은 아닌지...

일부러 기분 나쁘게 하신 것은 아닌 듯 한데...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실은 전 그 퍼주는 것이 존재증명이라는 말에 조금은 동감하거든요.

백프로까지는 아니라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말인 듯 합니다.

로드무비 2004-12-22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반딧불님이 그 여성 아니세요?ㅎㅎ

제가 자기애가 좀 강한 인간이어서요.

그래서 그런가 봅니다.

그리고 파고들어보면 사랑을 퍼주기만 하고 뭘 나눠주지 못해

안달하는 사람들 있잖아요.

그 심리의 뿌리가 일정부분 그런 것이라 해도 그렇게 단정지어버리면 안되죠.

그건 그 사람들을 모욕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뭐든 자기 자신에 대한 분석에서 끝냈으면 좋았을 거라는 거죠.^^

내가없는 이 안 2004-12-22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형경 작가의 소설들은 대체로 로드무비님한테 대우를 잘 못 받을 것 같아요. 맞죠? ^^

로드무비님, 올해 잘 보내시구요, 내년에도 좋은 글 많이 써주세요. ^^

반딧불,, 2004-12-22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말씀에는 동감합니다.

사실 저도 조금 나눠주지 못해서 안달하는 인간형이거든요ㅠㅠㅠ



가끔 그러거든요. 아...이건 병이다.

알라딘만큼 잘 나눠주시는 곳은 없었던 듯 해요.

그래서 얼마나 좋았는데요. 저같은 이들이 또 있구나 싶어서요.



그리고, 언젠가 들은 말을 생각한답니다.

세상에 두 부류의 인간이 있답니다.

스스로에 대해 단점만을 말하는 인간, 장점만을 말하는 인간.

저는 분명 전자에 속하는 편이라고 생각했었는데..글을 보니 상당한 자기애를 표현하고 있더군요. 가만 있어야 할 때 가만있지 못하는 병도 같이 있지요.



그리고, 김형경...음..버겁긴 하지만, 예전에 참 좋아했었는데..요새는 안읽히네요.

허긴 최근에 책을 읽었어야 말이지요ㅠㅠㅠ

니르바나 2004-12-22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의 글 속에서 인간이 인간에 대하여 가져야 할 예의를 읽었습니다.

불쾌한 감정이 남아 있으면서도 편견없이 책을 대하시는 자세에서

저는 또 한 공부하였습니다.


반딧불,, 2004-12-22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쓰다보니 이것

김형경 소설에 나왔던 글인가...아닌가...



여하튼 그녀의 글은 마음이 무겁기만 하지요.

읽고 나서 개운한 적이 없었던 듯 해요.



밝은 음악 한 곡 들었음 좋겠네요.

나른하게 늘어집니다.

kleinsusun 2004-12-22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사람 풍경>을 샀는데, 첫 몇장을 출근길에 읽다가 잘 안 읽혀서 접어두고 다른 책을 읽고 있어요. 로드무비님의 글을 읽으니 밀려 있는 수많은 책들 중 <사람 풍경>의 순위가 더 뒤로 밀려날 것 같아요.ㅋㅋ

kleinsusun 2004-12-22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뭘 나눠주지 못해서...누군가에게 더 잘해주지 못해서 안달하는 사람들 있쟎아요.

항상 누구나에게 너무도 잘해 주다 보니까 고맙다는 말도 못듣는....

" 재는 원래 저래." 하며 감사 보다 오히려 좀 무시를 받는....

제 주위에 그런 사람이 있거든요.

그 사람이 생각나서 가슴 아파요.

자신의 "존재증명"만을 위해서는 아닐텐데...

그 사람도 참 많이 상처 받거든요.

더 아이러니한건 때론 그 사람의 over가 주위 사람을 숨막히게도 한다는 거죠.

쓰다 보니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헉

로드무비 2004-12-22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안님, 님은 어떠세요? 김형경 씨 책들이......

전 꽤 재미나게 읽는 작가였는데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부터

뭔가 지루해지기 시작했어요.

저한테 대우를 잘 못 받을 것 같은...이라는 표현에 약간 찔끔하게 되네요.

이안님도 올해 잘 마무리하시고 내년에 좋은 글 많이 올려주세요.^^

반딧불님, 우리 이런 얘기 하면 밤샐 것 같으니까 언제 따로

속닥속닥하게 해볼까요? 본격적으로다가......^^

니르바나님, 그렇게 어마하게 말씀하시면 어떡합니까?

편견, 안 가지려고 노력은 하는데 그게 잘 안되어요.

이미 제 말하는 뽄새 보면 알고 계시겠지만......^^;;;

저야말로 님에게서 뭘 좀 배워얄 것 같아요.

수선님, 김형경 씨 억울하겠네요.

저 때문에 좋은 독자의 독서 순서에서 밀려서......^^
그리고 수선님이 말씀하시는 그런 사람은 꼭 주변에 한 명씩 있어요.
남에게 뭘 줘놓고 좋은 소리도 못 듣는...
그런데 그런 사람이 어느 날 정신차리고 사람들을 냉정하게 대해보세요.
그게 또 얼마나 섭섭하다고요.
하여간 인간의 심리는 알 수가 없어요.^^

로드무비 2004-12-22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별님, 우린 꼭 한번 만나야 혀요.^^

icaru 2004-12-22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최근에 <사람 풍경>을 읽었는데... 나름대로...좋았었거든요~ ^.^
리뷰를 올릴 즈음부터 알라딘 서재 리뷰며 페이퍼며...곳곳에서 저 작품에 대한 사려깊은 혹은 호평을 하는 관련글들이 제 눈에...보이기 시작하는 바람에... 쉽게...리뷰를 못 쓰겠다는 말입지요 ㅠ.ㅜ 저의 오죽잖은 글이 다른 것들과 쩜 비교가 될듯해서용 ㅠ.ㅡ ... 뭐 오죽잖은 글이면 좀 어떤가...있는그대로 느낀 그대로 쓰면되지..그냥...(근데 그걸 못해요 ㅠ.ㅜ)

플레져 2004-12-22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형경씨의 초기작들을 좋아해요. 사랑을 선택하는... 에서부터 작가의 힘든 삶과의 투쟁, 기록이 낱낱이 소설에 스며들면서 그녀의 소설은 좀 다른 색깔이 나기 시작했어요. 사람 풍경, 사놓고 앞에만 조금 읽었어요. 그녀가 소설가와 의사의 경계에 들어서려는 것 아닌가 하여 가슴이 아프네요. 하지만, 전...끝까지 김형경씨만은 좋아할거예요. 왜냐면... 언젠가 그녀가 제게 한 말이 있거든요. 저만 기억할테지만...^^

로드무비 2004-12-22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순이 언니님, 제가 좀 삐딱한가봐요.

누가 뭘 단정짓듯이 얘기하면 재미가 없어요.

저도 사실 꽤 재밌게 읽었으면서 말이에요.

전 마냐님의 밑줄긋기와 리뷰를 읽었는데 제가 밑줄을 긋는 부분은

또 다른 곳이더라고요. 그러니 감상도 뭐 제각각이겠죠.

전 복순이 언니님의 이 책 리뷰가 궁금한데요?^^

플레져님, 언젠가 그녀가 님께 한 말이 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책을 읽고 약간의 불쾌감이 남았달 뿐 김형경 씨를 싫어하는 건 아니에요.

플레져님도 꽤 의리파이시구만요.^^


내가없는 이 안 2004-12-23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형경 씨가 대우를 잘 못 받을 것 같단 말은 제 얘기가 반쯤 들어 있는 건데요. 뭐.

전 그 작가 소설을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니거든요. 그렇다고 뭐 딱히 싫다고 말할 것까진 없지만 읽을 때마다 편치 않아서 내키지 않았어요. 그런데 저 이 책은 서점 가서 몇 번을 들춰보면서 읽어보기로 했어요. 작가가 집 팔아서 떠난 여행이라니 왠지 더 마음이 안 좋아지기도 하구요...

마냐 2004-12-23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리뷰야 그렇다쳐도, 밑줄긋는 부분도 그리 제각각이라니, 조금 놀랍습니다. 하지만, 님이 전해주신 에피소드는 정말 속뒤집는 내용이군요. 나중에 리뷰도 올려주세요. 기둘리겠슴다. ^^;;
 

금방 눈이라도 뿌릴 듯 하늘이 잔뜩 찌푸렸다. 마태우스님의 페이퍼를 보니 한 해가 저물고 있다는 실감이 난다.  허전하고 섭섭하다. 항상 뭔가 정리를 해야 할 텐데...생각하는데 정리할 것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고 있다. 한 가지는 확실하다. 집안 대청소. 우리집 창들이 투명해지고 반짝반짝 빛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뜬금없는 이름들이 생각난다. 전경연. 초등학교 고학년 때 친구. 어느 날 무슨 일로 버스를 함께 탔을 때 내 차비를 내어준 친구이다. 나는 친구의 차비를 대신 내준다는 건 상상도 못해봤다. 그런데 그녀는 뽐내는 기색도 없고 너무 태연한 것이 아닌가. 나는 뒤통수가 후끈거렸다. 하긴 그때 친구의 차비까지 낼 형편도 아니었지만......

또 한 명은 중학교 때 친구 박정숙. 이 친구랑도 어느 날 무슨 일로인지 버스에 함께 올랐는데 내 우산을 달라고 하더니 주름을 한 개씩 정리, 얌전하게 착착 접어 단추까지 끼어 내게 내밀었다. 나는 요술을 보는 것 같았다. 나는 교복 치마단이 터지면 옷핀 같은 걸로 대충 꿰어 며칠을 입다가 엄마에게 들켜 욕을 한 바가지 얻어먹는 아이였다. 그녀의 단정한 매무시, 찰랑찰랑한 밤색 단발, 깨끗한 덧니...그 모든 것이 너무 신비로웠다. 나는 그녀에게 이성에게 대한 듯 경외감까지 품게 되었다.

그 친구 둘보다 더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으니 학교를 졸업하고 하릴없이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몇 년째 시립도서관에 다니고 있을 때의 일이다.  어느 날도 한나절을 열람실에서 책을 읽고 또  몇 권 빌려서  버스에 올랐는데 버스가 갑자기 흔들린다 했더니 내 옆자리의 아주머니가 나를 확 껴안는 것이 아닌가. 열린 창문 사이로 가로수 가지가 갑자기 그녀의 머리를  후려쳤고  아줌마는 그 순간 자신의 아이 보호하듯 몸을 던져 나를 감싸안았던 것이다.

나는 버스 옆자리에 앉은 생판 모르는 처녀를 몸을 던져 보호해준 그 아줌마를 지금도 가끔 생각한다. 남을 돕겠다는 의지나 노력이 개입하기 전에 본능적으로 사람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무심하기 짝이 없는 데다가 머리까지 나빠서 학창 시절 친구들의 이름을 열 명도 기억하지 못하는 나인데 이상하게 나랑 별로 친하지도 않았던 그 두 친구의 이름과 얼굴은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리고 그 아줌마의 얼굴도......오십대 초반의 수수한 아줌마였다.

그들은 나에게 무언가를 준 사람들이었다. 본인들은 몰랐겠지만 각각 다른 무엇을 내게 최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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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4-12-15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아주머니 참 대단하시군요.. 누군가의 기억속에 그렇게 오래도록 남을 수 있다는 것도 행복한 일입니다.. 님도 다른 사람에게 그런식으로 기억되고 있지 않을까요?

연말이라 로드무비님의 글이 더더욱 감상적으로 느껴집니다..^^*

깍두기 2004-12-15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과 글의 조화가 압권이오...

진/우맘 2004-12-15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문구는 뭘로 넣을까요?

로드무비 2004-12-15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저도 이런 날은 감상적이 된다구요.

저한테 잘해준 사람들이 새록새록 생각나네요.^^

깍두기님, 그렇죠?

님도 안목이 높으십니다.^^

진/우맘님, 제깍 가서 메모 남겼습니다.^^

urblue 2004-12-15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길가다보면 이상해 보이는 사람들 있잖아요. 길바닥에 주저앉아 있다던지, 아파 보인다던지 등등...저만치서부터 보기 시작하면 엄청 신경쓰이는데, 막상 그 사람 앞을 지나치면서도 무슨 일이냐고 묻지를 못하겠더라구요. 보이지 않을 때까지 고개 돌려 흘끔거리기만 합니다.

님을 보호해준 그 아주머니, 훌륭한 분이시네요.

로드무비 2004-12-15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님, 저는 가까이 가서 일단 물어는 봅니다.^^;;

그 아줌마 생각하면 조금 덜 외로워요.^^

2004-12-15 17: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란여우 2004-12-15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아주머니가 제 엄마라는 소문이 있습니다. 엄마가 돌아가셨으니 대신 저에게 지금이라도 고마움을 표시하심이...=3=3=3=3

파란여우 2004-12-15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님! 어제 퇴근해서 님이 보내주신 책을 잘 받았습니다. 사진은 한 이틀있다가 한 번에 올릴께요...400쪽에 달하는 허걱하는 책이지만 대충 펼쳐보니 만족합니다. 고맙습니다....지난번에도 언급했지만 님을 알게 된 2004년은 행복한 한 해였습니다. 잘 읽을께요^^

로드무비 2004-12-15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파란여우님도 그러면 고향이 부산?

이거이거 반갑습니더!

그라고 책 잘 갔다니 다행입니더.

고마움을 표시하라는 부분은 모른척.('')(..)=3=3=3

oldhand 2004-12-15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까운 사이는 아니더라도 자신의 삶에 강렬한 한 방을 남기고 멀어진 사람들이 간혹 있는 것 같아요. 연말에 어울리는 아주 따뜻한 글입니다. ^^

하얀마녀 2004-12-15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아줌마 너무 멋지신데요? 거의 로드무비님 수준이에요.

기다림으로 2004-12-15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에 꼭 가로수 가지가 차창을 뚫고 들어왔을 때 앞에 앉은 누군가를 안아주고 말아야지..라는 가능성 없는 다짐을 가슴깊게 새기게 만드는 글입니다.

누군가의 기억속에 남을 수 있는 삶을 살았다면, 그게 그저 한 줄의 이야기일 뿐이라도, 그렇다면..정말 행복 하겠군요.

아마, 내일 친구를 만나러 전철을 탔을 때 누군가 제 옆을 지나친다면 혹은 창 밖으로 마른 나뭇가지를 본다면, 로드 무비님이 생각나지 않을까요? 아주 기분 좋은 웃음을 짓고 있을 것 같아요. 아마도.


파란여우 2004-12-15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님! 제 고향은 조오기 '인천'입지요....울엄니 고향도 인천짠물...그냥 웃자고 한 소린데 어캔데요? 아잉, 죄송하게 됐심더, 내사 마 아무 뜻없이 한 소리라요. 괘념치 마소!!^^

2004-12-15 2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인 2004-12-15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드핸드님 말씀에 한 표. 정말 강렬한 한 방을 안겨주신 아주머니네요. 내 나이 50에 그럴 수 있길 바랄 뿐입니다. 추천도 한 방!!!

잉크냄새 2004-12-15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소한 일상에서 건져올리는 가슴 훈훈한 이야기........

로드무비 2004-12-16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별님, 작은별이 코트 단추 빨리 달아주세요.

비즈 작품에만 매진하시면 답니까?^^

잉크냄새님, 소소, 훈훈...예쁜 단어네요.^^

조선인님, 님은 너끈히 그러고도 남을 분이십니다. 추천 한 방 고맙.^^

속삭이신 님, 아침에 해장은 하셨어요?^^

파란여우님, 저도 웃자고 한 소리였어요.

저의 유머 감각에 문제가 있군요.^^;;;

기다림으로님, 페이퍼를 하나 쓰셨군요. 제 페이퍼 밑에......

서재 사진이 너무 애잔합니다.^^

하얀마녀님, 저도 노력할게요. 불끈!=3

올드핸드님, 안 그래도 연말이라 생각난 거예요.

오랜만에 님을 만나니 무지 반갑습네다.^^

숨은아이 2004-12-16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다림으로님 말씀에 동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