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낮, MBC 요리 프로를 보며 라면을 함께 먹고 있어야 할 시간에 남편이 전화를 걸어왔다. 목소리가 잔뜩 쫄아있다.

"로 로 로드무비, 나 나 나야."

"지금 어디얏!"

"친구네 집.어제 그만 술마시다가......"

"마누라가 울고불고 난리가 났는데 당장 집에 달려오지는 못할망정 이럴 수가 있어?"

금요일 저녁 남편이 집에 전화를 걸어왔을 때 나는 혼자 맥주를 마시며 울고 있었다. 그런데 중요한 약속이 있어 저녁을 먹고오겠다던 남편이 외박을 한 것이다. 그러고 나서도 그 집에서 한잠 늘어지게 자고 오후 세 시에나 기어들어왔다(이렇게 표현해도 된다! 되고말고.).

남편이 묻는다.

"어떻게 하기로 했어?  이런 식으로 하면 일 못한다고 통보했어?"

"미쳤냐? 그렇게 하면 일해준 게 다 헛일이 되잖아. 돈도 못 받고......"

"그래서 엉엉 울면서 일 마무리 해갖고 보냈어?"

남편의 눈에 경멸의 빛이 살짝 지나간다. 나도 이런 내 자신이 한심해 죽겠다. 맥주를 마시며 울다 잠들었던 나는 새벽에 일어나 남은 일을 얼렁뚱땅 마무리하여 퀵으로 보냈다. 한가지 확실한 건 남편이 그런 일을 겪었다면 내가 길길이 뛰며 그깟 돈 포기하라고 난리를 쳤을 거라는 사실이다.

갈수록 사는 일이 수치스럽고 가야 할 길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나는 계속 잘난척하며 살기로 했다. 안 그러면 어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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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2-20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는 저의 지난주 금요일 페이퍼 '앞통수뒤통수'에 남겨주신 님들의 댓글에 대한 저의 성실한 답변입니다.^^

반딧불,, 2005-02-20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거 아세요??
뒷모습 그림이란, 상처받은 마음..기댈 데 없는 절망의 마음을 나타낸다는 것을요.
혹은 정말로 믿을 것이 없다라는 마음이라고 어떤 아동미술 심리 책에 나와 있었어요. 주하의 뒷모습인가요?? 아닌 것 같은데....


어쨌든 힘내시라는 말씀밖에 들일 말씀이 없습니다.
그리고, 있죠. 그래도 님을 비난할 사람은 하나도 없을 거라는 것도요. 아쉬죠??

2005-02-20 13: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5-02-20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죄송합니다. 님이 슬픈 시기에 저라도 위로를 드렸어야 하는데........으흐흑. 전 하여간 로드무비님 편이어요

로드무비 2005-02-20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그 말씀만 들어도 위로가 되옵니다.^^
속삭이신 님, 하나도 두서없지 않습니다.
친절한 말씀 정말 고맙습니다.^^
반딧불님, 저 사진은 어느 님 블로그에서 보고 퍼왔어요.
정처없는 제 심정 같아서요.
걱정하지 마세요. 저 이제 아무렇지도 않아요.^^

깍두기 2005-02-20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잇, 사는 게 쉽지 않군요. 그래도 계속 잘난척 하셔야 됩니다.

2005-02-20 13: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5-02-20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는 게 모욕이고 수치더라구요..사회나 개인, 모두 통틀어 굴종의 시대를 산다는 느낌이 들어요..조금씩 그 순간들이 잊혀질 거지만, 그렇지만 기억하자구요. 로드무비님의 재능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계속 그 사람과 대화하고 토론하고 노력하는 수 밖에요..앗싸~로드무비님, 화륑!

하루(春) 2005-02-20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맘에 쏙드는 글과 사진이구먼요. ^^*

로드무비 2005-02-20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 마음에 쏙 드는 글과 사진에는 추천 한방 날려주는 거랍니다.^^;;;;
복돌이님, 그렇죠? 제가 비록 엄살을 떨고는 있지만 제 케이스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힘든 분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속삭이신 님, 제가 언제 기운을 잃었다고 기래요.
님만 보면 땡깡을 부리고 싶으니......^^;;;
깍두기님, 제가 계속 마지못해 잘난척하겠으니 얄밉다 생각하시면 안됩니다.^^

하루(春) 2005-02-20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줄리 2005-02-20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아이는 곰돌이와 함께 바다를 건너고 싶은가 봅니다....

비로그인 2005-02-20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사라진 페이퍼, 뭐라 말도 안올리고 슬쩍 보고만 간 이로썬 참 죄송한 일이에요. 맨날 저는 슬금슬금하기만 하거든요.
기운 다 내신 후니 다행입니다. 더 힘내세요. 무비언니.

플레져 2005-02-20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로드무비님이에요. 제가 꼭 님의 반만 닮았으면....

sooninara 2005-02-20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사는게 나이든 지혜 아니겠습니까? 전 소심한 A형이라서 대충대충 좋은게 좋은거라 살아갑니다요..

balmas 2005-02-20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세상에 이런 일이 있었단 말입니까??

누가 감히 로드무비님께 그런 짓을, 버럭!! (늦게 와서 큰 소리는 ...-_-a)

힘내세요, 로드무비님. 그깟 일 때문에 로드무비님의 실력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고 ...

저는 시간이 지나면 로드무비님이 옳았다는 게 밝혀지리라고 굳게 믿습니다, 우하하하.

그러니 언짢은 감정 털어버리시길 ...

그런 뜻에서 추천 한 방~~

그리고 개운하게 털어버리라는 뜻에서 그림 하나~~(^^;;;)


조선인 2005-02-20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 분부대로 마음에 쏙 드는 사진에 추천 한 방.
그런데 마음에 쏙 드는 글은 아닐 지도 몰라요.
아니, 마누라가 홀로 술 먹고 우는데, 감히 외박을 하다니, 형부 실망이에욧!
(은근슬쩍 동생을 자처하며 오바하다. -.-;;)

로드무비 2005-02-20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형부라니 왜 내 가슴이 다 설레이지요?ㅎㅎ
발마스님, 이렇게 고마울 수가.
저 님의 말씀에 용기백배했습니다.
정훈이 만화도 너무 고마워요. 흑.
수니나라님, 플레져님, 잘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처음과 끝님, 정말 오랜만에 오셨죠? 흑.
그 페이퍼는 사실 웃자고 쓴 거고요.
님을 보니 너무 좋습니다.^^
dsx님, 말씀도 어쩜 그리 귀엽게 하시는지......
하루님, 호호.^^

날개 2005-02-20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뒤늦게 댓글 달기도 뭣하여 그냥 갈까 하다가...
추천만 날리고 갑니다.. 다른 분들이 좋은 말씀 많이 해주셨네요..^^

2005-02-21 09: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02-21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댓글 많다고 그냥 가시면 안돼요.
제가 삐질 거니까.^^
속삭이신 님, 공감해 주셔서 고마워요.^^

숨은아이 2005-02-21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우셨군요. ㅠ,ㅜ

로드무비 2005-02-21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통곡을 했답니다.ㅠ,.ㅜ

하얀마녀 2005-04-14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치는 경멸의 빛, 수치스럽고 나아가야할 길이 보이지 않는 상황... 그런데 왜 이렇게 재미나게 쓰신거에요! 버럭!
 

오전에 무슨 페이퍼를 하나 올렸다가 한 시간 만에 지웠다.  세일하는 <크리스마스 악몽>  DVD랑 이벤트 하는 책들 주문하고 나서 딴에는 좋은 정보를 공유한답시고 올린 페이퍼였다. '땡스투 눌러주시라니깐요~~' 호들갑을 떨어놓고 한 시간 만에 다시 들어와 삭제한 이유는 땡스투는커녕 아무도 댓글을 달아놓지 않아서였다. 슬럼프 끝에 의욕적으로 올린 작품이 관객에게 외면당하는 연출가나 배우의 심정이 이럴까? (말은 이렇게 하지만 사실은 자체 심의였다. 책이나 DVD 산 것  굳이 떠벌릴 건 뭐람, 하는 새삼스러운.)

그리고 오후에는 슬픔을 잊고자 붙잡고 있던 일감에 매진했다. 그런데 이럴 수가! 내가 스스로의 실력에 감탄하면서 최근 붙들고 고쳐놓았던 모든 문장들이 제자리로 돌아온 정도가 아니고 말도 안되는 문장으로 바뀌어 있는 게 아닌가! 그러니까 나는 생애 최초로 교열 교정자로서 내가 고친 문장들을 어느 출판사의 한 새파란(?) 편집자에 의해 교열 교정 당한 것이다.

나는 스스로 대한민국에서 제일가는 문장 수선공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만 해도 어디냐 하는......말이야 바른 말이지만  조금 구차하고 수상쩍은 자부심이었다. 그런데 오늘 나는 그것을 심히 훼손당한 것이다. 그리고 좀 더 솔직히 말하면...... 언젠가는 맞을 펀치였다.

내가 맞은 건 앞통수일까 뒤통수일까? 그리고 나는 이 위기를 어떻게 빠져나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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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2-18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로드무비님, 크리스마스 악몽, 브리핑에서 잠깐 봤는데 계속 인수인계해 준 직원과 통화중이어서 ..변명같지만..정말 죄송해요. 정말 미안해요.
그리고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죠? 왜 그런 일이 벌어진 거죠? 로드무비님, 저도 너무 놀라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일단 심하게 무례한 그 편집자에게 차근차근 자초지종을 들어보심이 어떨까요? 이런 때 왜 제 머릿속은 늘 상투적인 문장 밖에 생각이 나지 않는 걸까요? 로드무비님, 기운 차리시고 힘 내세요..

icaru 2005-02-18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판사 편집자에게 그런 일을 당하셨다는 글을 읽고... 핫....님의 그 기분...아주 자알 ~ 알조랍니다...전요....
저도 가끔 물론 저라고 배터랑은 아니지만...일을 하다보면...그리고 소위 크로스 교정이라는 걸 하다보면... 얼굴이 화끈화끈 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죠....내 어이없는 실수를 참담하게 인정해야 할 때와, 그와 반대로..상대가 수정한 것의 어이없음에 대한 짜증... 그 정도가 심할 땐...다 때려치우고 싶다...한다니까요...(속으로만 골백번요...)

오전에 한번 서재에 들어왔었는데...크리스마스 악몽은 못 봤시융... 가끔 그렇게 여러 서재 브리핑 속에 뭍혀 버려 놓치고 갈때가 왕왕 있더라고요...

2005-02-18 18: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깍두기 2005-02-18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삭제한 페이퍼를 살려내라 살려내라~~~나에게도 볼 기회를 줘야지!!!
그 겁없는 편집자는....왜 그랬을까요.....????

플레져 2005-02-18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본때를 덜 보여주신 건 아니었어요?
간 큰 편집자네요...로드무비님 글을 훼손하다뉘~!!

로드무비 2005-02-18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직히 말하면 제가 간 큰 아르바이트생이었던 거죠.
복돌이님, 너무 심려마세요.

날개 2005-02-18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페이퍼 못봤었어요.....ㅡ.ㅜ 거 참 이상하네~ 계속 들락날락 했었는데..
여하튼, 기분 푸시어요..! 그 세계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얼마나 기분이 상하셨을지가 생생히 느껴져요..ㅠ.ㅠ
글구, 삭제한 페이퍼.. 다시 올려주세요..!

비로그인 2005-02-18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이 로드무비님이 원하시는 방향으로 잘 해결되었으면 좋겠어요. 로드무비님, 우리가 응원할게요..맘이 정말루 짠해요..

니르바나 2005-02-18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힘내세요.
이 세상에서 열심히 사시니까 그런 일도 겪는 게 아니겠어요.
속 상하시긴 하시겠지요.
그럼 어쩌겠어요. 참아야지요.
지는 게 꼭 지는 게 아니고, 이기는 게 꼭 이기는 게 아니랍니다.
온갖 더러움을 다 담아내어 아래로 아래로 흐르지만 결국 하늘로 오르는 게
노자가 말한 상선약수 아니겠습니까?
로드무비님의 넉넉하신 물같은 품격을 저는 늘 기억하고 있답니다.

기다림으로 2005-02-18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통수든 뒤통수든, 띵~하게 울리는 머릿속때문에 꽤 마음 심란하셨겠어요.
하지만..누군가에게 펀치를 맞으셨대도 전 로드무비님의 자부심에 힘을 드리고 싶은데요? 저는, 좋아요. 다른 사람에게 고쳐졌다고 해도 분명 로드무비님께서 쓰신 글 한 줄이 제 마음에 더 와닿았을 거에요~ 힘네세요!!

비로그인 2005-02-18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즘 누구한테서든지 정신없이 흠씬 두들겨 맞고 싶은 심정인데... 그럼, 무비 언니가 저를 패주시면, 무비 언니는 스트레스 풀리실테고, 저는 또 저대로 만족하고. ㅋㅋ 앗, 이거 영화 [거짓말] 같은데... 오잉~

조선인 2005-02-18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음음, 제가요, 요새 질러 페이퍼엔 되도록 댓글을 안 답니다.
이달 카드한도가 달랑 몇 만원 남았거든요.
도무지 통제가 되지 않아 아예 카드 이용한도를 줄여놨더니
조금은 절약하게 되더라구요.
최소한 결제일 전주가 되면요. -.-;;
이게 아까 댓글을 안 단 이유에요. 부디 용서를.

비로그인 2005-02-19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고 싶어요~님의 페이퍼~보고 싶어요~^0^~

비발~* 2005-02-19 0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럴 땐 글 하나를 놓고 담담하게 편집자에게 한 수 일러주세요~^^ 단, 그럴 가치가 있을 때만!

kleinsusun 2005-02-19 0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새내기 편집자가 너무 "오버"를 했네요.
신입사원 특유의 뭐 그런거 있쟎아요. 뭐라도 해야 되고, 나서고 싶고 하는....
혹시 할일이 없어서 고친건 아닐까요? 쩝....저까지 화가 나요.

로드무비 2005-02-19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요즘 걸핏하면 심란한 페이퍼를 올리고 있군요.
여러 님들이 위로해 주시니까 재미들린 것인지도 몰라요.
사실 이 정도의 일이야 뭐 일이랄 것도 있겠습니까?
세상에는 구체적이고 무시무시한 슬픔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아무튼 따뜻한 위로 남겨주신 분들께 고맙다는 말씀 전합니다.^^

니르바나 2005-02-19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을 응원하기 위한 소생의 짧은 페이퍼 들어갑니다.
기대하세요.

하루(春) 2005-02-19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접속중이어서 제 댓글을 보신다면, FM 107.7MHz의 방송을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

숨은아이 2005-02-19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초에 이벤트 참여에 매진하느라고 요즘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 글을 잘 못 읽어요. ㅠ.ㅜ 교열 문제는 참 민감해요, 그렇죠? 각자 자기 스타일이 있고, 중요시 여기는 부분에 대한 소신이 달라서... 양보할 것은 하고 털어버려야지요. 하지만 정말 지켜야 할 것은 싸워서 지키기로 해요. (우리끼리 하는 이야기지만 기획 중심으로 일하는 편집자 중에는 한국어 문법도 잘 모르는 친구가 꽤 되지 않습니까? "두 장수"를 "두 명의 장수"로 고친다든가 하는 걸 보면 돌아버릴 지경이죠. 뒷담화예요. ㅋㅋㅋ)

2005-02-19 23: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02-20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제가 님 때문에 웃는다니깐요.ㅎㅎ
대강 얼버무려 일 끝냈습니다.^^
숨은아이님, 나이가 드니까 교정 아르바이트도 못하겠어요.
나 어린 편집자들은 말로만 선생님, 선생님 하면서 무시하고.
뭘 해먹고 살아야할지......
하루님, 저 FM107 메가헤르츠...저 놈이 뭐시랍니까?
혹시 그 시간에 근사한 음악이라도 나왔는지요? 궁금.
니르바나님, 고맙습니다. 다시 한 번......^^

하루(春) 2005-02-20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울전자음악단이 나왔지요. 말솜씨는 없더라구요. ^^
 

몽상자님을 비롯하여 알라딘의 젊은 주인장들이 설날 귀향기를 실어놓으셨다.  고향집, 늙은 부모, 오랜만에 눕는 내 방의 낯섦과 정처없는 마음......나 또한 이십대 후반에 극적으로 취직이 되어 서울에 상경, 근 10여 년을 추석과 설날 선물보따리를 손에 들고 고향 가는 열차에 올랐었다. 그리고 항상 혼자였다.

어느 해 설인가는 엄마와 싸우고 맨발에 슬리퍼 바람으로 뛰어나와 골목길에 서서 울고 있었다. 엄마를 용서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지금은 무슨 일로 싸웠던 것인지 기억도 못한다. 엄마를 용서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만......맨발보다도 그 마음이 더 나를 얼어붙게 했다는 것만 희미하게 기억한다.

어느 해 추석인가는 아버지와 엄마가 한판 붙으셨다. 찔끔찔끔 우는 엄마를 모시고 나와 동네 재개봉관에서 철이 지나도 한참 지난 영화 <자유부인>을 보았다. 내 딴에는 엄마를 위로한답시고 매점에서 먹을것도 사서 나르고 곰살맞게 굴었는데 어느 순간 이상해서 옆을 보니 코를 골고 주무시던 엄마. 엄마의 상심이 그리 깊지 않은 것에 안심이 되는 한편으로 같은 여성으로서 묘한 배신감도 느꼈다.

영화 <초록물고기>를 보면 가족이 모처럼 야유회에 가서 싸움이 붙는다. 이상하게 가족이란 게 그렇다. 모처럼 만나 그럭저럭 화기애애하게 잘 놀다가 그래서 아아, 오늘은 무사했구나 마음을 쓸어내리는 순간,  꼭 누군가가 상을 뒤엎는다.

어느 해 나는 직장을 그만두고 집으로 다시 내려와야겠다는 말을 하려고 했는데 부모님 앞에 차마 하지 못하고 새 이불만 하나 얻어 서울행 기차에 올랐다. 짐도 있고 하니 딴에는 머리를 써서 택시를 쉽게 잡아보겠다고 영등포역에 내렸는데 한 시간 동안 택시를 잡을 수가 없었다.  솜이불 보따리는 얼마나 무겁고 부피가 큰지 차라리 서울역에 내렸으면 순서대로 택시에 오를 수 있었는데......안 그래도 올라오기 싫었던 서울이 나를 막 가라고 밀쳐내는 것만 같았다.

겨우겨우 택시에 오른 나는 기사 아저씨에게 택시 잡느라고 한 시간을 길에서 떨었다고 하소연했다. 무거운 이불보따리를 보고는 차들이 다 피해 가더라고. 그런데 이 아저씨 한마디 대꾸도 안하시는 거다. 택시가 양화대교를 지날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막 흘러내렸다.  '내 다시는 세상에 대고 하소연 같은 것 하나봐라. 엄살은 여기서 끝이다. 썅!'

나는 정말 그 결심을 지켰다. 농담의 형식을 빌어 "저 고독해요!"라는 소리는 했지만 어느 질펀한 술자리에서도 아무리 힘들어도 나의 슬픔과 문제를 깊이 토로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잘한 짓인지 잘못한 짓인지 아무튼 친구들을 많이 잃었다. 어찌 생각하면 친구란 자신의 슬픔을 과장하여 하소연해야만 유지되는 관계인 것 같기도 하다.

나는 나를 그토록 민망하고 무참하게 했던 그 택시 기사를 잊을 수 없다. 심지어는 그를 만난 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그토록 싫어하는 엄살을 하루아침에 딱 끊게 했으니! 

명절 무렵 귀성 인파를 보여주는 역전만 보면 생각나는 그 아저씨. 그런데 얼마 전부터 이런 생각이 드는 거다. 그 아저씨는 내가 모르는 무슨 힘든 일이 있었는지도 모른다고. 이불보따리를 들고 택시를 잡지 못해 길에서 한 시간을 헤맨 아가씨의 하소연이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고민이......

누가 알겠는가? 각 처소의 각자의 사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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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5-02-11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은 위로를 하고 싶지만, 적당한 말이 떠오르지 않을때가 있어요.. 글로 쓸 때는 그나마 시간을 두고 생각해서 뭐라고 써놓기도 하지만, 말로는 더 힘들어요.. 저같은 경우에 그렇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그냥 조용히 들어주기만 할 때가 많답니다.. 그 아저씨도 속으로는 "에구 저런...."이라고 하셨을지도 몰라요..
그렇게 생각하시고, 이제는 하소연을 마음껏 해 보시어요..^^* 혹, 위로의 말을 제대로 써 주지 못하는 경우라도, 마음으로 항상 위로를 전하는 저를 기억하시구요..ㅎㅎ

2005-02-11 2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완성 2005-02-11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다는 게 참, 사연이 있는 것도 슬픈 일이요 사연이 없는 것도 무미건조하여 슬픈 일인데, 생각해보면 사연이 없다는 것 또한 하나의 사연일테니 각자에게 사연 없는 사람 하나 없이 우리 모두 다른 냄새의 슬픔을 갖고 각자의 인생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거겠지요?
정말로, 그 택시기사 아저씨는 그날 무슨 일이 있으셨던 걸까요. 하지만 넓은 치마폭으로 이제는 그 아저씨의 숨겨진 사연까지 감싸 안는 로드무비님의 푸짐한 마음씨가 부러운걸요. 연륜이란 그런 건가 봅니다. 님은 엄살이라 생각하고 꾹 참으실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그 사연을 푹푹 떠서 두꺼운 사기그릇에 담아 나눠주셔요. 저희는 님이 엄살이라 생각하시는 그 사연조차 맛있고 감사하게 받아먹을테니까요. :)

Laika 2005-02-11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을 읽는데, 코끝이 찡해지네요....

줄리 2005-02-11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속의 장면처럼 살아 펼쳐지는 로드무비님의 회상같네요. 사연과 회상은 늘 함께 동반하는것 같아요. 현재의 우리를 이루는 사연들에 대해서 따뜻하게 바라볼수 있는 로드무비님은 지금 행복하신 분이시라구요. 안그런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그 택시 기사 아저씨도 이제 남의 작은 어려움에 따뜻한 말한마디를 건넬 만큼의 온화함이 생기셨으면 좋겠네요.

비연 2005-02-11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 찡한 글이네요...그 아저씨, 지금쯤 어디에서 무얼 할까요..
로드무비님. 각 처소에 저마다의 사연이 있다는 말씀, 잊지 않으렵니다..

숨은아이 2005-02-11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지금도 엄살 많이 부리는데요... ^^ "용서하지 않겠어"란 말을 보니 생각나네요. 결혼하고 얼마 안 되어서였는데, 옆지기랑 싸우고 "오늘 일 절대 잊지 않을 거야"라고 말했어요. 그런데 무슨 일이었는지 지금은 전혀 기억 안 납니다. +_+ "절대 잊지 않을 거야" 하고 내가 뇌었던 것만 기억나고. 하핫.

플레져 2005-02-11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안에 아픔이 제일 클 수 밖에 없지요.
그 무심한 택시운전사 아저씨를 이해하게 된 로드무비님처럼,
그 아저씨도 어느날의 아가씨를 떠올리며 무심할 수 밖에 없었던 사연을 마음속으로나마 변명하고 계실 것 같아요... 찡해요.

urblue 2005-02-12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저녁에 돌아왔습니다.
이번 설은, 엄마가 몸이 안 좋으셔서 차례도 안 지내고, 실컷 놀기만 했네요.
오늘은 늦잠자려고 했는데, 어쩐 일인지 8시에 깨버렸습니다.
피곤하기는한데 다시 잠은 안 오고, 뭘 해야 할까 궁리중이에요.
여러 페이퍼 보니 잘 지내신 듯 합니다. ^^

조선인 2005-02-12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직 한참 멀었군요. 용서하지 않겠어, 절대 잊지 않을 거야, 라고 내뱉었던 날들을 너무나 또록이 기억하고 있는걸요. -.ㅜ

2005-02-12 1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02-12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은 분이 추천 누르고 댓글 달아주셨네요.
제가 어제오늘 바쁘게 일하는 게 있어 조금 전에야 들어왔습니다.
알라딘 청년들 귀향기 읽고 문득 생각나서 쓴 글인데 좋아해주시니 고맙습니다.
다정한 댓글 남겨주신 분들 고맙습니다.
귓속말 남겨주신 청년 두 분, 감격입니다.^^

2005-02-14 1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02-14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님도 그 우울한 추억 중 한 개 털어놓아보시죠.^^

하루(春) 2005-02-15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머칠 전 저도(?) 집에서 스트레스 왕창 받아서 우울하게 있는데, 친구가 나오라고 전화하는 바람에 술 마시며 서로 화난 얘기 다 풀었는데... 전 집에서 화나는 일 생기면 친구한테 말하고 풀게 되더라구요. 그렇게 제 얘기를 하면 그 친구도 자기집 얘기를 하니까 더 친해지는 것 같아요. 며칠 전 일로 인해 저 스스로 이제는 마음을 좀 키워야 겠다고 다짐했는데 그렇게 하니까 확실히 맘이 편한 것 같아요. 어젠 제가 엄마한테 '말아톤' 보고 엄청 울었다고 하니까 엄마가 "넌 착한 거니? 바보니?" 하시길래 제가 "난 바보야. 그런 것 같아."라고 했어요. ^^; 어쩔 땐 제 감정을 주체할 수 없어서 서로의 관계를 최악으로 만들 수도 있는 말을 내뱉기도 하지만, 결국 돌아갈 곳은 집이라는 걸 이제야 깨달았어요.

하루(春) 2005-02-15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댓글질을 하니 참 할 말이 많군요. ^^ 이창동 감독의 영화에는 주인공의 주변인물들이 다 모이는 장면이 꼭 있습니다. 초록물고기에서는 가족들의 야유회, 박하사탕에서는 옛 직장 동료들과의 야유회, 오아시스에서는 부모님의 회갑잔치. 하지만, 그렇게 사람들이 많이 모인 자리에서 이창동은 꼭 싸움을 붙이죠. 제가 심심해서 생각해 봤는데, 너무 오랜만에 만났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물론 종종 연락은 하지만, 이미 처소는 다 달리 하고 있고 따라서 서로의 맘을 예전처럼 알 수 없기 때문에 그만큼의 거리를 포용하지 못해서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로드무비 2005-02-15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 엄마와 딸, 참 묘한 관계죠?
이창동 감독의 영화에는 정말 님 말씀처럼 잔치 끝에 싸움박질하는
광경이 꼭 나오네요.
잘해보겠다고 어색한 노력을 기울이다가 문득 폭발하는 화.
그 속에 짠한 뭔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쎈연필 2005-03-16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쩐 일인지 이 글을 이제야 읽었네요. 히잉...

검둥개 2005-08-07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이렇게 저를 울리시는군요. ㅠ.ㅠ (추천은 그래도 절대 잊지 않고 꾸욱.)
 

13,4년  전 현대문학에 실린 한 신인작가의 단편 제목이 생각난다. <쓸쓸함, 그 지랄같은>.  제목도 작품도 너무 좋아서 읽고 친구에게 복사를 해줬더니 행동파인 이 친구 그 작가에게 연락을 취해 떠억하니 약속을 잡아놓았다. 그래서 우리는 어느 날 밤, 신촌의 한 카페에서 만났는데 그는 40대 초반의 우아한 여성이었다.

그 후 뭐가 별로 안 맞았는지 친구는 슬쩍 빠지고 우리는 가끔 전화통화도 하고 만나게 되었다. 내 결혼식날, 이분은 몸도 영혼도 피폐할 대로 피폐할 때였는데 검은색 바바리코트를 입고 오셔서는 식장과 로비를 들락날락 줄담배를 피우고 계셨다. 나중에는 담배가 떨어져 내 후배 남자아이들에게 담배를 빌려달라고 하셔서 피우고......나는 멀찌감치서 그 모습을 보고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사는 것도 유복하고, 인간성좋고 유능한 남편에, 재주있고 착한 오누이까지 두신 분이 왜 저러시나...하고 의아해했었다. 더구나 소설가로 등단까지 하셨으면서......그리고 저 나이에 방황이라니 조금 웃긴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인생은 알 수 없다. 저마다의 사연과 고뇌가 있다. 세상 다 산 듯 시니컬한 얼굴로 살던 그때 사실 나는 얼마나 젊었던가. 그때 내가 무지무지 젊었고 좋았다는 사실을 이제서야 깨닫는다. 그리고 10년 뒤, 나는 오늘을 또 그렇게 기억하리라. 소고기국밥 사진을 찍어 올리고 아구아구 국밥을 먹고  일감을 밀쳐둔 채 알라딘 방에서 오전내내 노닥거리던 그때가 좋았다고......


'영화 '파니 핑크'를 혼자 보세요. 이 영화는 혼자 보는 영화입니다. 그리고 김광석의 테이프를 데크에 걸고 <사랑,고통, 그리고 빌어먹을 것들>을 읽으세요. 함박눈 펄펄 내리는 날 구매하시면 반값에 드립니다.' (이상한 가게 주인장 백)

가끔 가는 인터넷가게가 있는데 어제 이런 광고문안과 함께 상품을 내놓았다. <사랑, 고통, 그리고 빌어먹을 것들>은 영화  '파니 핑크'의 감독 도리스 되리의 장편소설. 함박눈 내릴 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어 그냥 내놓은 가격에 사고 말았다.  이 소설 때문에 오늘 아침 <쓸쓸함, 그 지랄같은>이라는 제목의 단편을 오랜만에 떠올렸다. ...그리고 그분은 지금 잘 살고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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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icare 2005-02-01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할 말이 많아서 오히려 못 쓰겠는데요.
도리스 되리가 쓴 그림책도 있거든요. '엄마, 공주옷 입을래요'던가? 아이가 무척 좋아하는 책인데 지금 어디 숨어버렸어요.그림은 다른 사람이 그렸는데 웃기지만 당연한 것은 그 그림책의 모녀가 도리스 되리가 아니라 일러스트레이터모녀를 빼박은 점이었어요. 그리고 그 가게, 어딘지 궁금하네요.이상한 가게라...이상은의 외롭고 웃긴 가게도 떠오르고 뜬금없이 꿈을 찍는 사진관도 떠오르고.,,,너무 알려지는 게 싫기도 하실 것 같구.다소 마이너하지만 완전 딴 세상취향은 아닌 본인으로서는 우수고객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음.
(헐리우드 영화도 재미없고 지나치게 매니아적인 영화도 별로.)
흔해빠진 자아실현의 피라미드인가 뭔가 하는 거 있쟎아요. 안전의 욕구 사랑받으려는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 그 다음엔 허무 그 다음엔 도통일지 원...내가 알게 뭐람.^^;
>추신; 시험 앞두고 재밌는 책에 티비프로그램이 눈앞을 가리듯 일감 쌓아놓으면 왜 이리 딴짓하고 노닥거리고만 싶은지...제 버릇 개주기 어려운가 봅니다.
>추신 한 개 더; 옛날에 채팅방에서 잠깐 부딪친 왕재수인간이 떠오르는군요.좋아하는 영화로 파니 핑크랑 기타 등등을 댔더니 하는 말- 완전 쌈마이로군. 적어도 차례로 익사시키기 아길레라 신의 분노,,,정도는 대야지 하며 끝없이 경망스럽고 길게 이어지던 영화제목들. 게름뱅이 난 책으로만 본 영화 그넘은 시네마테크에서 자만심에 떨며 본 영화들의 행렬.에잇 아직도 재수없는 놈일세.알량한 지식(?)나부랭이가 천박한 자의 주머니에 들어가면 더불어 얼마나 재수없어지는지 훌륭한 견본이 되었던.

로드무비 2005-02-01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우님, 저 심각한 얘기 가볍게 참 잘 쓰죠?ㅎㅎ
저는 댓글도 저 좋은 대로 해석합니다. 말리지 마셔요.^^
하니케어님, 님께 갑자기 뜨거운 우정을 느낍니다.
파니핑크 영화 얘기 하나 따로 쓸까봐요.
쓸 건 무궁무진 많은데 필이 꽂혀야 쓰게 되니...참.
싸구려 감수성 휘감고 살기도 참 어렵습니다.
그 이상한 가게 궁금하시다고요? ㅎㅎ

2005-02-01 12: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02-01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접수했습니다.
그 비화 기대하고 말고요.^^

하이드 2005-02-01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keine liebt mich...
je ne regrette pas... 아, 쓸쓸하다. 그 영화 해피앤딩 맞아요? 전 항상 해피앤딩 영화에서, 앤딩을 쉬이 잊는 버릇이 있어서요.

하루(春) 2005-02-01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게 비디오 테이프군요. 다시 자세히 읽어보고 알아챘네요. 파니 핑크.. 정말 느낌 확~ 와닿는 독특한 영화로 기억하고 있는데... 좋으시겠어요. 소장의 영광을 누리셔서요. ^^ 그런데 이 가게가 어딘가요? 좀 가르쳐 주시면 고맙겠어요. (__)

낯선바람 2005-02-01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니핑크'라는 말에 냉큼 들어와봤습니다. 길거리에서 비디오테잎 팔고 있으면 이 영화 없나 찾아보는데 아직까지 못 찾았어요^^; 그건 그렇고, 지랄같은, 빌어먹을 것들이라는 말...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요즘 밤에 잠이 잘 안 오는데(뭐 그리 머릿속이 복잡한지!) 자기 전에 이 말 내뱉으면 잠이 잘 올 것 같은 이상한 예감이 드네요.ㅋㅋㅋ

2005-02-01 14: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숨은아이 2005-02-01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 (10년째 이 노래로 버티고 있습니다. --;)

2005-02-01 15: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Laika 2005-02-01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on! Rien de rien ...
Non ! Je ne regrette rien...
"파니핑크" 를 떠올리면 제일 먼저 에디뜨 피아프 노래가 생각나네요...오늘 집에 가서 한번 다시 음악을 들어봐야겠습니다.

로드무비 2005-02-01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이카님, 미스 하이드님 그렇죠?
파니핑크 하면 이 음악이 제일 먼저 떠올라요.
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아...하는 가사가 어쩌면 그리도 감미롭게 느껴졌는지......
숨은 아이님, 이상은의 노래 저도 18번이었는데.^^
사수자리님, 그 두 개에다 하나 더 가르쳐드릴까요?
썅~이라고 해보세요.
속이 시원해져요.^^
하루님, 소장의 영광 씩이나......
님도 어지간히 파니핑크를 좋아하시는군요.
'이상한 가게'가 어디냐 하면요.^^

비발~* 2005-02-01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기분에 걸맞게 삐죽이빼쭉이합니다?! 하.하.하.

로드무비 2005-02-01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잉? 비발님?

kleinsusun 2005-02-02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Ich bin klug.
Ich bin stark.
Ich liebe und Ich bin geliebt.
파니핑크가 매일매일 나는 영리하고,강하고, 나는 사랑하고 사랑 받는다. 외우는 장면 기억나세요? Ich liebe und Ich bin geliebt를 매일매일 외우면서도, 사랑을 받고 싶어서 사진 찢은거 까지 먹으면서 사랑을 하지 못했던, 사랑을 받지 못했던 파니핑크. 제목이 멋있네요,<사랑,고통,그리고 빌어먹을 것들>

낯선바람 2005-02-02 0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캬캬캬^^ 잘 배우고 갑니다.

하이드 2005-02-02 0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아무래도, 불작한게 아리송해서, 다시 확인하고, 맞는거 올리러 왔는데, 라이카님께서 이미 올려주셨군요;;

2005-02-02 02: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02-02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그 장면 참 좋았어요.
나는 영리하고 나는 강하고 나는 사랑받기에 충분한 사람이다.
우리 매일 아침 저 주문을 외워볼까요?^^
사수자리님, 어젯밤 해보셨나요? 썅~이라고.^^
미스 하이드님, 서재 사진이 바뀌었네요.
저번 것도 좋았는데...히이웨이 표지판.^^
속삭이신 님, 찾는 게 있었다니 그게 뭔데요?궁금^^

2005-02-02 1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02-02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도 파니핑크 모임에 드실 거죠?^^
(귓속말인 줄 몰랐어요.^^;;)

플레져 2005-02-02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니핑크.....!!! 제가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좋아하는 영화에요.
영화 만든 도리스 되리 감독의 소설도 너무너무너무너무 좋아하구요. 헥헥...^^
나중에 꼭 빌려주세요! 주셔도 좋아요. =3 =3 아, 추천 하고 갈게요. =3 =3

로드무비 2005-02-02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바쁜 일 이제 끝나셨어요?
역시 우리는 쿵짝이 맞군요.
숨이 턱에 닿도록. ㅎㅎ
당근이죠.
그리고...파니핑크 테이프 혹시 파는 거 보면 플레져님 것도 사드릴게요.^^
 

오늘 새벽 다섯 시에   컴퓨터 앞에 앉아 약속을 지키지 못해 미안하다는 메일을 쓰고 앉아 있었다. 그런데 더 웃긴 건 약속을 사흘째 지키지 못하고 있는 건 바로 나인데 그런 상황에 막 화를 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었다. '내가 지금 이 나이에 이러고 있어야 해?' 아니 누가 그러랬나? 지나가는 멍멍이가 웃을 일이다. 가해자의 뻔뻔한 자기연민.

어제는 정말 하루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마음은 부산의 어느 대학병원 수술실에 가 있었다. 밤 열 시, 갑자기 컴퓨터가 다운되었다. 마우스를 아무리 움직여도 화면은 요지부동. 마음 한구석에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어 섬찟했다. '요 며칠 내가 한 일 다 날아가버리면 좋겠다. 그래서 새로 시작할 수 있었으면......'  뭔지 헝클어져버린 일들. 하고 있던 그 일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어쩌까나. 내가 망쳐버린 일들, 관계들. 어떻게 수습해야 하지? 이런 느낌은 살다가 또 처음이었다.

자정 무렵 돌아온 남편이 안타깝게도(?) 컴퓨터를 고쳐놓았다. 바탕화면에 깔려 있던 일감은 멀쩡했고 그러니 나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마무리를 해서 오늘 아침 담당자에게 보내야만 했다. 그런데 새벽 다섯 시에 나는 또 항복을 하고 약속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한 사과 메일을 쓰고 있었다. 식은땀을 흘리며......

아침부터 참치깡통을 들고 온 네 살짜리가 뚜껑을 열어달라고 하도 졸라서 뚜껑을 따다가 손을 베었다. 대단치 않은 상처였지만 손가락을 베이던 순간의 서늘한 느낌은 지금까지 남아 있다.  대일밴드를 붙이고 앉아 이 글을 쓰는데 마음이 조금 진정이 된다. 어젯밤엔, 아니 오늘 새벽엔  정말 죽을 것만 같더니! 나에게 만정이 떨어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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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르바나 2005-01-27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이 아주 힘드시군요.
'禍不單行'
어려운 일이 닥칠 때는 왜 그런지 이 사자성어가 꼭 들어맞아서 더 우리를 지치게 하지요.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을 해보니 힘든 일을 쭉 이어놓는다면 더 고통스러울 것이니 한꺼번에 치르고 일어나라는 뜻이 숨어 있는 것이 아닐까요.
로드무비님 힘내시라고 니르바나가 응원합니다.

비로그인 2005-01-27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고, 로드무비님. 거 많이 아프실텐데..작은 상처가 오히려 더 아프게 느껴지는 법이거덩요. 생활도 많이 불편해지고. 힘 내십쇼..화이륑!

숨은아이 2005-01-27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산의 어느 대학병원 수술실... 누가 아프신가요? 시간에 쫓겨 일할 땐 팔 다리 어깨 허리 얼굴 근육까지 안 아픈 데가 없고, 그러다 보면 자기 자신을 비롯해 걸리적거리는 모든 것에 다 화가 나고... 저 그럴 때 있어요. 그럴 때 차라리 한숨 자고 스트레칭이라도 한판 하면서 산소 공급도 하고 그러면 해결책이 보이던데... 일, 며칠 늦어진다고 세상이 무너지는 거 아니잖아요.

비로그인 2005-01-27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그래요??? 힘내요.

반딧불,, 2005-01-27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괜찮으세요??
무슨 일인지 뫼르지만, 빨리 해결되었으면..^^

어룸 2005-01-27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치캔이 미안하대요, 반성의 여행을 하고 오겠답니다^^
그래, 참치캔! 넌 반성좀 해야됏!!


릴케 현상 2005-01-27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 힘내세요" 주하가 노래불러 주던가요^^

플레져 2005-01-27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치캔에 베이고 나서의 로드무비님이, 절실하게 다가옵니다.
서늘...해요. 산다는 게...

깍두기 2005-01-27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자신이 싫어지는 거, 그거 진짜 힘든데. 남 탓 할 수도 없고 말이에요. 걱정되는 일도 있으신가 보네. 뭔 일들은 꼭 겹친다니까요. 빨리 해결되고 한 숨 돌리시길...

starrysky 2005-01-27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마감이 연이어 펑크날 꼬라지에 처해 있는데도 이렇게 알라딘을 기웃거리고 쓰잘데기 없는 게임을 하고 하는 저 자신을 발견할 때마다 화가 나 죽겠습니다. 아호, 이걸 확 패줄 수도 없고 어쩌죠? (패면 아푸니까 시려.. ㅠㅠ)
사랑하는 로드무비님, 빨리 일 마무리하시고 요즘 로드무비님을 뒤덮고 있는 우울함도 확 날려버리시고 주하와 즐겁게 까르르~ 웃으며 하루하루 보내시어요. 아자아자!! ^-^

2005-01-27 15: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발~* 2005-01-27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긴말 할 것 없이 한잔 하입시더!

비발~* 2005-01-27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질나서 안되겠네요. 일루 갑시다!


로드무비 2005-01-29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발~*님, 투풀님 사진 너무 웃겨요.ㅎㅎ
오늘 꼼짝없이 일했습니다.
다행히 오늘은 집중이 되네요.
어제 여동생이 꽤 큰 수술을 받았거든요.
오늘 전화로나마 짱짱한 목소리도 확인하고 하니 한결 낫네요.
머리가 너무 아프고 가슴이 너무 두근거려서 이러다 뇌출혈?
혹은 심장마비? 하는 걱정까지 하다보니 그만......
어제, 오늘 새벽은 정말 지랄맞았습니다.
함께 걱정해주시고 따뜻한 말씀 남겨주신 분들 고마워요.
오늘은 작정하고 신세타령을 해보자, 하고 한 거거든요.^^
그 정도로 괴롭긴 정말 괴로웠답니다.
사는 건 정말 장난이 아닌 것 같아요.
그런 것을 내 모르는 바는 아니었으나......^^;;;

kleinsusun 2005-01-28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많은 분들이 로드무비님을 걱정하고 또 사랑해요. 힘내세요!
만약 내일 또 힘드시면( 내일은 기분 좋으시길 바라지만), 만약 그러시면 또 쓰세요.사방에서 에너지를 보내 드릴껍니다. 제 장풍은 쫌 약하지만서도...ㅋㅋ

2005-01-28 00: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냐 2005-01-28 0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동생분, 짱짱한 목소리라니...제가 다 반갑습니다. 로드무비님, 참치캔에 베인 손만큼이나 동생분도 빨리 완쾌하시길 바랍니다.

hanicare 2005-01-28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일상에 잠복하고 있는 투명한 덫.뭐라 말이 떠오르지 않습니다.엉크러진 실타래,산발한 마음, 못마땅한 자기자신이 연주하는 불협화음. 그냥 그대로 이불 속에 쏙 들어가 만사 잊고 자고 나면 우렁각시가 나타나 깨끗이 정리해주면 좋을텐데요.후훗.어른이란 건 결국 자기가 해결해야한다는 것의 동의어인듯.어른에게도 방학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soulkitchen 2005-01-28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생분 목소리가 괜찮으시다니 수술도 잘 되신 걸 꺼라 생각하고 안심합니다. 요샌 저도 웬 일인지 제 모든 일을 깽판쳐 버리고 싶어요. 아예 바닥을 쳐버리면 다시 훅~솟아오를 것 같은 그런 기분 있잖아요. 컴퓨터가 다시 고쳐졌을 때의 안타까움, 좀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아요. 흐흣..

숨은아이 2005-01-28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생분이 얼른 쾌유되시기를... 그리고 때로는, 엄청 고민스럽던 일도 한숨 자고 나니 별거 아니더라구요. 그럴 때는 "잠"이 바로 우렁각시이겠지요?

기다림으로 2005-01-29 0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걱정해야 하는 순간은, 머리의 복잡함보다는 가슴의 답답함이 더 크지요. 아마, 그 사람을 위해 가슴 한 구석을 내어줘야 하기 때문인가봅니다. 동생분의 쾌유를 바라는 이 착한 분들의 마음씀씀이로 로드무비님을 좀 달래드리면 안될까요..? ^^ 힘내세요.

2005-01-29 08: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01-29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생은 경과가 좋아 다음주 퇴원한답니다.
저는 어제 하던 일 마무리해서 일단 넘겼고요.
걱정해주신 분들 모두 고맙습니다.
제가 너무 호들갑을 떤 것 같아 죄송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