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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화났다 그림책이 참 좋아 3
최숙희 글.그림 / 책읽는곰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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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순간 엄마의 손길이 필요하던 시기가 지나면 아이는 혼자서도 숟가락을 제법 능숙하게 하고, 가끔은 혼자 노는 것도 즐길 줄 알게 된다. 아이가 장난감 놀이나 색칠하기-TV나 비디오로 자기가 좋아하는 영상물을 볼 때도-에 몰입한다 싶으면 아이와 놀아주느라 미뤄두었던 집안일이나 식사 준비, 혹은 다른 볼일을 후다닥 해결하려고 잠시 자리를 뜨곤 한다. 아이가 혼자서도 조용히 있는 순간은 대게 어떤 일의 재미에 폭 빠져 있을 때인데 그럴 때라도 결코 방심해서는 안 된다. 아이가 엄마를 찾지 않는 평온함이 가져다 준 잠깐의 방심이 불러온 처참한 결과를 보게 될 때면 이성보다 감정이 먼저 달려 나간다.

 예기치 않은 상황에 어이없어 하며 순간적으로 "ㅇㅇ야!"하고 아이 이름을 큰 소리로 부르고는, 아이에게 눈을 홀기면서 뒷수습을 하는 와중에 큰 소리로 야단을 치고... 눈물바람으로 안겨드는 아이를 보고서야 그 나이 또래면 다 하는 행동인데 싶어 그제야 감정이 앞섰던 것을 후회하며 아이를 품에 안고 달래곤 한다. 이 그림책을 보며 달리 남의 집 이야기일까, 작가도 아이를 키우며 다양한 일을 경험했을 텐데 그것을 작품에 참 잘 녹여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 그림책은 엄마가 아이에게 화를 내게 되는 몇몇 순간을 포착하여 담아냈다. 산이가 식탁을 지저분하게 만들어가며 자장면을 손으로 먹는 모습을 본 엄마는 이맛살을 찌푸리며 가만히 앉아 얌전히 먹으라고 말한다. 얼룩덜룩해진 얼굴을 씻으려고 욕실에 들어가서는 거품놀이의 재미에 빠져 든다. 일전에 우리 집 막내가 혼자 욕실에 들어가서는 조용하기에 가보니 손 안 닿는 곳에 놓은 줄 알았던 손세정제를 가져와 뚜껑을 열어 반 이상을 세숫대야에 들이 부어놓고 거품 장난을 하고 있었다. 수돗물을 틀어 놓고, 치약을 짜놓고, 아이가 있는 집이면 대게 한 번쯤은 겪어보는 일들이지 않을까.
 
 엄마에게 혼난 산이는 그림을 그리기로 한다. 가만히 앉아서. 그런데 그리다 보니 종이가 너무 작아 여기저기에... 종이 안에만 물감 질을 했으면 하는 건 엄마의 바람일 뿐이고, 아이가 그것으로 만족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다. 종이 대신에 자기 손에 물감을 칠하기도 하고, 서툴거나 혹은 과감한 붓질로 종이를 벗어나 바닥 여기저기에 흔적을 남기기도 한다. 벽이며 마룻바닥에 그림을 그려놓은 것을 본 엄마가 산이 때문에 못 살겠다고 화를 낸다. 불같이. 큰소리로 야단맞는 순간의 아이에게는 정말 엄마 입에서 불이라도 뿜어져 나오는 것으로 여겨질지도 모르겠다.

 산이가 사라졌다. 엄마의 입에서 뿜어져 나온 뜨거운 불길이 산이를 삼켜버렸다. 엄마는 산이를 찾아 나선다. 아이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성이 보일 때마다 정신없이 달려가 보지만 산이는 없다. 앞서 산이가 엄마에게 야단을 맞았을 때 산이가 가지고 놀던 물건들의 집합체가 엄마를 보고 가슴이 너무 답답하다고 하소연한다. 엄마가 소리를 지를 때마다 거품이 툭툭 터져 작아질 것 같다고, 엄마는 걸핏하면 자기 때문에 못살겠다고 하지만 자기는 엄마가 정말 좋다고... 산이를 찾아 떠난 엄마가 찾아간 성과 주변 풍경, 성 안에 어른거리던 그림자의 주인공들의 모습을 하나하나 살펴 앞의 그림 속의 사물들과 비교해 보는 이색적인 즐거움을 준다. 

  산이를 찾아 헤매는 사이에 엄마가 입고 있는 옷의 노란 색감이 탁하게 퇴색하고, 밑단이 헤지는 등 점점 남루해져간다. 그것을 나보다 먼저 알아챈 건 함께 듣고, 보고, 묻던 아이다. 그림책은 그림을 먼저 충분히 감상하는 최근에는 그림책에 대한 감이 많이 무디어진 탓인지 글에 먼저   내가 글에 집중하고 있을 때 아이는 그림을 보고 있었던 차이를 보여주는 순간이랄까. 막내가  "엄마 옷이 왜 그래?"하고 묻기에 내심, '호, 나름 관찰력이 있는 걸~" 하고 대견한 마음이 들었다. 

 엄마가 미안하단 말을 반복하며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렸을 때 감쪽같이 사라졌던 산이가 모습을 나타난다. 어느 사이에 다시 원래의 색을 되찾은 엄마의 꽃무늬 노란 치마 밑에서. 서로 꼭 안아 주는 산이와 엄마가 바로 내 아이와 나의 모습 같다. 나는 종종 남편에게 화내지 않고 아이를 키우려면 도를 닦아야 한다고 말하곤 한다. 대게의 양육서를 보면 아이에게 일단 화부터 내는 것을 자제하라고 말한다. 그런 책들을 읽었음에도 현실적으로 화를 참기란 쉽지 않다. 순간을 억누르지 못하고 화를 냈다면 그 뒤에 상처 입은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고 다독거려주며 사랑을 확신시켜 줄 때 아이와 부모 모두의 감정이 치유되지 않나 싶다. 아이의 행동에 화가 날 때 잠시 숨을 고를 필요가 있을 때면 이 그림책을 봐야지.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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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연필]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빨강 연필 일공일삼 71
신수현 지음, 김성희 그림 / 비룡소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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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를 가리지 않고 중구난방으로 떠오르는 생각과 두서없이 떠오르는 문장의 편린들. 헬륨가스로 가득 찬 풍선처럼 잡아 묶어 두지 않으면 아차 하는 순간 둥실둥실, 멀리 사라져버리는 그것. 그래서 머리 속을 난무하는 생각과 의도에 반응하는 안테나가 달린 자동 타자기-요즘은 자판- 같은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참 많다. 마음먹은 대로 글이 안 써지는 와중에 습관처럼 탄력이 사라져 거부할 힘마저 상실한 머리카락 끄트머리를 한참이나 쥐어뜯을 때면 그 생각이 더 간절해진다.

  그 순간 성능치가 더 추가되어 글 주제만 주어지면 내가 쓴 것보다 열 배는 더 잘 쓴 글을 휘리릭~ 뱉어내 주는 자동 타자기가 마술처럼 내 앞에 나타난다면! 두어줄 썼다 지웠다, 옮겼다 하느라 아까운 시간만 죽이고 있는 오늘 같은 새벽이라면 한 스푼의 양심을 덜어내고 '이번 한 번만...'의 유혹의 늪에 풍덩, 빠져버리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실수로 친구가 아끼는 유리 천사를 깨트리자 이를 몰래 숨긴 다음 날, 민호는 책상 위에 놓여 있는 빨간 연필 한 자루를 발견한다. 손에 잡기만 하면 제가 알아서 글을 제조해 주는 신기한 빨간 연필. 선생님께 칭찬도 듣고, 친구들 앞에서 낭독을 하고, 엄마의 칭찬에 더해 '이 달의 글'에 뽑히는 등 빨간 연필이 쓴 글들이 민호에게 가져다 준 것들은 생크림과 메이플 시럽을 듬뿍 얹은 와플만큼이나 달콤하다. 시험 만큼이나 아이들이 싫어하는 것이 글짓기이다. 어른이 된 지금도 글쓰기는 참 어려운 일이다. 그러니 손만 빌려주면 근사한 글을 술술 써주는 도구가 항시 대기하고 있다는 건 떨쳐버리기 어려운 거대한 유혹일 게다. 

- 책 제목을 보고 바로 <검정 연필 선생님/창비>라는 작품이 떠올랐는데 그 이야기에는 컴퓨터 칩이 내장되어 틀린 답은 써지지 않는 검정 연필이 등장한다. 주인공도 망설이다 시험 볼 때 그 연필을 쓰지만 친구와 실랑이 끝에 결국 연필을 부러뜨리는 선택을 한다.


 민호와 갈등의 축을 이루는 재규는 공부뿐만 아니라 글짓기도 잘해 '이달의 글'이며 교내외 글짓기 대회에서 상도 많이 타는 아이다. 갑자기 글짓기 실력이 는 민호가 친구들의 박수와 조명을 받고, 이 달의 글로 교내 글짓기 대회에서 금상까지 타기에 이르자 재규는 누군가가 글을 봐주고 있을 거라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유명한 작가가 학생을 뽑아 가르치는 인터넷 카페에 들어가고 싶어 엄마들이 줄을 서는 이유가 대학 입학 특기 전형에 목을 매는 씁쓸한 세태를 반영하고 있다.
 


  민호는 '우리 집'을 주제로 한 글짓기 시간에 계속된 갈등과 망설임 끝에 빨간 연필을 다시 손에 든다. 아빠와 야구를 하고, 엄마는 쿠키를 구워 세 식구가 먹고 주말농장에 가서 고구마를 캐고. 사각사각. 빨간 연필이 쓴 새빨간 거짓말. 하나의 진실도 없이 온통 거짓으로 꾸며진 글. 민호의 가슴에 아픔으로 자리 잡은, 부부싸움 끝에 집을 나가 버린 아빠. 글짓기 대회에서 금상을 탔다는 문자에도 연락 없는 무정한 아빠. 빨강 연필이 거짓으로 써내려간 글은 아빠가 돌아와 화목한 가족이 되길 바라는 민호의 소망일뿐이다. 거짓은 거짓을 잉태하고 질주하고 민호는 비밀 일기장에조차 쓸 수 없는 비밀이 생긴다.

 민호와 재규는 전국 어린이 백일장에 참가하여 대면하면서 갈등이 최고조로 상승한다. 민호는 빨간 연필 없이 "자신을 돌아보고 고민하며 글을 쓸 용기"와 수아에게 붙인 흔적이 남은 유리 천사를 돌려주며 진실을 말할 용기를 낸다. 엄마와 이전보다 가까워지고 아빠에게 먼저 다가가는 아이로 성장해 있다


 2011년 황금도깨비상 수상작인 이 작품은 민호가 빨간 연필을 쓰게 될 때마다 겪는 심리적인 갈등도 잘 묘사 되어 있고, 두 개의 일기장-선생님에게 검사받는 일기와 혼자만 보는 비밀 일기-을 따로 쓰는 이유 등 공감이 가는 부분들이 많이 담겨 있다. 민호가 집안 일(여기서는 부부싸움)을 일기에 솔직하게 썼다가 엄마에게 그런 걸 일기에 쓰면 어떡하느냐고 핀잔을 듣는 장면에서는 가슴을 바늘로 콕 찌른 것처럼 뜨끔. 민호가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긴 했으나 글짓기는 싫어하는 것이 꼭 우리 집 아이들 같다. 살아가다 보면 많은 유혹이 자신이 가는 길옆에 늘어서서 함께 가면 더 편하게 갈 수 있다고 속삭인다. 그 유혹들을 이겨내기란 쉽지 않겠지만 자신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에게 당당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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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지도를 바꾼 탐험가 이야기로 쌓는 교양 7
햇살과나무꾼 지음, 여미경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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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 참 편해졌다. 인터넷을 통해 (구글 어스 같은) 검색 엔진 서비스를 이용하면 세계 각국의 지역 정보-지도와 위성 이미지, 지형, 건물 정보 등-를 손쉽게 접할 수 있다. 우리는 이렇게 직접 가보지 않고도 어느 지역에 어떤 나라가 있는지 동서양을 넘나들면서 살펴볼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지리적인 정보가 거의 없는 탓에 다른 대륙, 다른 민족, 다른 문화권의 존재도 잘 알지 못하고 교류도 이루어지기 않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런 시대에 남들이 가보지 못한 곳을 향해 나아가며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선구적인 업적으로 역사 속에 족적을 남긴 탐험가들이 있다. 

  이 책은 중국과 유럽을 이어 주는 비단길을 개척한 장건을 비롯하여 달에 첫발을 디딘 세 명의 우주인 등 "한 시대의 틀을 깨뜨린 일대 사건"의 중심에 선 탐험가들을 다루고 있다. 로체샤르 등정에 성공한 우리나라 산악인 엄홍길씨도 포함시킨 것이 인상적이다. 책을 읽고 있노라면 미지의 세계를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는 탐험가라는 존재가 참 대단하게 여겨진다. 그들이 개척한 길을 통해 교역이 이루어지고 문화가 전파되기도 했지만, 콜럼버스나 피사로처럼 병과 군대를 끌어들인 역사적인 사건도 있었다. 

  각 탐험가에 대한 이야기 뒤에는 연관된 다양한 역사 지식을 담은 정보 페이지-인물에 대한 일화나 세계 역사에 미친 영향, 그 시대의 세계정세 등-를 통해 세계사의 흐름도 짚어준다. 이 책은 탐험의 이면에 숨어 있는 역사의 어두운 부분도 다루어 역사를 보는 시각이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유의한 점이 마음에 든다. 과거에는 콜럼버스를 (인도에 가려다) 신대륙을 발견한 위대한 탐험가로 추앙받았지만 현대로 접어들면서 아메리카 인디언들을 학살하거나 노예로 만드는 등의 악행을 저지른 인물로 재평가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의술을 펼친 리빙스턴도 선교와 탐험 등 그의 업적과 아프리카를 진정으로 사랑한 마음 자체는 높이 살만 하나 결과적으로 아프리카 식민지 개척과 무관하지 않았음을 언급하고 있다.

 황금에 눈이 멀어 잉카 제국을 멸망시키고 남아메리카 대륙에 무자비한 약탈과 학살의 신호탄을 올린 피사로 같은 인물도 있는 반면, 학문적인 관심을 가지고 남아메리카를 탐험하고 다양한 관찰을 통해 자연지리학의 기초가 되는 저서를 남긴 훔볼트 같은 탐험가도 존재한다. 북극 탐험에 성공했다고 믿은 피어리, 남극을 정복한 아문센, 그리고 남극 정복에 실패했지만 최고의 탐험가로 손꼽히는 위대한 실패자 섀클턴 등 한 번쯤 접해 본적이 있는 탐험가의 이야기도 있고, 배도 아니고 뗏목을 타고 태평양을 횡단한 헤이에르달 같은, 비교적 낯선 탐험가도 접할 수 있다. 

 지구를 한 바퀴 돈 마젤란 선단과 세계 일주 항해를 한 챌린저 호. 대서양을 비행기로 가로지른 린드버그와 뗏목을 타고 태평양을 횡단한 헤이에르달. 여성 비행의 선구자로 대서양 횡단 비행에 성공하고 하와이에서 캘리포니아까지 단독 비행한 아멜리아 에어하트.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한 여러 탐험가들의 도전 정신과 용기는 <이야기로 쌓는 교양> 시리즈는 두 번째 보는 것인데 구성이며 내용이 알차서 시리즈에 속한 다른 도서도 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다양한 역사 관련 도서를 통해 새로운 지식을 얻는 것이 참 즐겁던데 아이들도 이런 즐거움을 알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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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13 08: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너도 보이는 것만 믿니?
벤 라이스 지음, 원지인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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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상 속의 친구들에 대한 한 소녀의 믿음이 가족과 마들 사람들에게 가져다주는 변화를 감동적으로 그린 이야기를 통해 보이지 않는다고 하여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일깨워주는 작품이다. 책을 읽는 동안 줄거리만 따라가게 하는 작품도 있고, 등장인물의 입장과 상황과 생각해 보게 만드는 작품이 있는데 이 책은 후자에 속한다. 그리 두껍지 않은 분량의 책이지만 책장을 덮을 때쯤이면 애잔한  감동의 추가 가슴 속에 가만히 내려앉는 작품이다. '서머싯 몸 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오팔 드림(Opal Dream)>이라는 제목의 영화로도 제작되었다고 한다.

 '포비'와 '딩언'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상상 속의 친구가 존재한다고 믿는 한 여자 아이(캘리앤)가 있다. 작품의 화자로 등장하는 오빠는 그런 여동생을 바보 같다고 생각하고, 딸의 친구들이 먹을 음식도 함께 준비해주는 엄마와 달리 아빠는 '진짜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는 딸이 못마땅할 따름이다. 상상 속의 친구를 만들어 내는 것은 인형이나 장난감을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대하는 것과 유사한, 성장 과정에서 겪는 과정의 일부이다. 캘리앤은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이기도 하겠지만 이사 같은 환경적인 변화나 부모의 잦은 다툼 등의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여 위안이 될 대상을 창조해 냈지 싶다.

 엄마와 말다툼을 한 후 아빠는 -엄마에게 앙갚음을 하기 위한 계책으로- 포비와 딩언을 현실에 존재하는 대상처럼 말도 걸고 챙긴다. 그러던 어느 날 광산에 갈 때 포비와 딩언을 데리고 간다고 하고 나가서는 나중에 혼자 돌아오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애초에 두 친구의 존재를 믿지 않던 아빠는 이리저리 말을 지어내며 딸을 달래려 할 따름이다. 하지만 캘리앤에게 포비와 딩언은 필요할 때면 불러내거나 그 자리에서 금방 만들어내는 상상 속의 친구가 아니라 눈에 보이는 실체가 있는 존재이기에 그 말을 믿지 않고 찾아 나선다.

-  이 가족은 오팔 광산이 있는 라이트닝 리지라는 작은 마을에 살고 있는데 마을 사람들 중에도 캘리앤의 보이지 않는 친구들을 진지하게 생각해주는 이들이 있다. 그 투명한(?) 친구와 말도 하고, 같이 노는 캘리앤을 이상한 시선으로 대하지도 않고 안부를 묻기도 하고, 간식거리를 챙겨주기도 한다. 그리고 나중에 마을 사람의 반이 캘리앤의 두 친구를 찾아 해맨다! 

 그런데 아빠에게도 보이지는 않지만 존재한다고 믿는 것이 있다. 땅 속에 묻혀 있을 것이라 믿으며 지난 이 년간 찾고 있는 오팔. 엄마에게는 아빠가 구경도 못해 봤으면서 끊임없이 꿈꾸며 말을 걸기도 하는 오팔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언젠가는 레드 온 블랙(오팔)을 찾아내게 될 것이라 여기는 아빠의 믿음과 포비와 딩언이 보이지는 않지만 존재한다고 믿는 캘리앤. 과연 이 두 사람의 믿음이 다르다고 보아야 할까?

 로렌 차일드의 그림책 <난 학교가기 싫어>의 한 장면을 보면, 롤라가 오빠 찰리에게 '소찰퐁이'와 집에서 밥을 먹고 싶다고 말하는데, '소찰퐁이'가 바로 롤라의 보이지 않는(상상 속의) 친구이다. -그림 속에 투명한 재질로 소찰퐁이를 표현해 놓았는데 그 모습을 보면 롤라의 분신임을 짐작할 수 있다.- 찰리는 소찰퐁이를 염려하는 동생의 말에 "너희 둘 다" 즐겁게 지낼 것이라며 다독거린다. 이 오누이가 나오는 작품들을 보면서 늘 느끼는 거지만 찰리는 동생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배려해 주는 모법 답안 같은 오빠이다. 작품 초반에 동생을 바보라고 여기며 놀리던 에슈몰도 캘리앤이 친구를 잃은 슬픔에 병에 걸리자 포비와 딩언을 찾는 벽보를 붙이거나 광산에 들어가 찾아 헤매는 등 동생을 위해 애쓴다.

 아빠는 포비와 딩언을 찾는 과정에서 이웃의 오해로 도둑으로 몰려 법정에 서게 되고, 광산에서 딩언의 배꼽(?)을 찾아 낸 에슈몰은 동생을 위해 장례식을 준비한다. 포비와 딩언을 찾기 위해 애쓰던 에슈몰이 눈에 보이지 않아도 진실일 수 있음을 깨닫게 되는 장면, 판사가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다는 것이 어떤 것이며 일상적인 것인지 일깨워주는 장면, 마을 사람들이 캘리앤의 보이지 않는 두 친구의 장례식에 참석한 장면 등이 인상 깊게 다가온다. 보이지 않는다고 하여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우리 삶에 숨은 보석같은 가치를 일깨워주는 이 작품을 보며, 세상 사람들을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부류와 믿지 않는 부류로 나눈다면 나는 어느 쪽에 속한 사람일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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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어린이/청소년>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 어찌 된 일인지 이 달에는 신간평가단에게 안내차 보내오는, 주목할만한 신간에 관한 페이퍼 작성 안내 문자가 월초에 오질 않아 혹 평가단 기한이 벌써 끝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낮에 서재에 들어와 확인-해보니 9월까지 활동-을 해 보게 만들었다. ^^; (기한을 알리는 문자가 저녁 때 도착~--) 그래도 7월에는 페이퍼 작성 기한을 이틀이나 더 보태주어 감사한 마음~~. 

 이르게 찾아온 장마가 가져다 준 끈적끈적함과 두 아이의 시험 공부에 협력(?)하느라 책보다는 아이들 문제집을 들여다 본 시간이 더 많았던 6월. 7월은 아이들의 여름방학이 시작되기에 비교적 여유로운 마음으로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기인지라, 아이들도 함께 읽어보면 좋겠다 싶은 책들을 골라 보았다.


  육식공룡이 생각지도 않게 자신의 먹이감인 초식공룡의 아빠가 되어 버린, 웃지 못할 이야기로 감동을 전하는 <고녀석 맛있겠다>가 애니화(고 녀석 맛나겠다 (2010))되어 상영을 앞두고 TV에서 광고를 하는 걸 보았다. 아이들이 그 광고를 본 날은 재미있게 보았던 원작을 다시 꺼내들고 보곤 하는데 이 시리즈의 2탄이 출간되었다니 이어지는 이야기냐며 관심을 보이면서 당장 보고 싶단다. 이번에는 하늘을 나는 공룡과 땅 위의 공룡 간의 우정 이야기로 잔잔한 감동을 안겨주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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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고 녀석 맛있겠다 시리즈 2권.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 프테라노돈은 바위더미에 깔린 티라노사우루스를 발견한다. 그건 바로 프테라노돈을 잡아먹으려 했던 무서운 티라노사우루스였다. 프테라노돈은 겁이 났지만 눈도 보이지 않고 몸도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다친 티라노사우루스가 가여워 보살펴 주기로 하는데…. 




  남미 쪽의 그림책은 거의 접해보지 못해서 어떤 특색을 보이는지 궁금하여 선택한 작품. 개인적으로는 낯선 작가이지만 소개글을 보면 남미를 대표하는 최고 작가라고 언급해 놓았던데 그 점이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준다. 내용과 더불어 표지 그림이 일러스트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만드는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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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남미를 대표하는 최고의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에두아르도 갈레아노가 약하고 소외된 자들을 위한 사랑의 실천이 무엇인지를 전하는 내용의 그림책을 펴냈다. 아주 오래전부터 브라질의 북동부에서 전해져 내려오던 앵무새의 전설은 작고 약한 앵무새가 죽자 이를 진심으로 슬퍼하고 안타까워하는 친구들의 사랑이 모여 더 멋진 앵무새로 부활했다는 이야기로 후손들이 서로를 사랑하며 평화롭게 살아가길 바라는 조상들의 마음과 지혜가 담겨있다. 

 


  명승지나 별자리 등에 얽힌 이야기가 다양한 것처럼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꽃에도 동서양에 걸쳐 얽힌 이야기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 아름답거나 소담스러운 꽃에 얽힌 이야기를 옛 이야기처럼 잠자리에 든 아이에게 한자락씩 들려주기 좋을 듯 하다. 주로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 슬픈 사연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던데 이 책에는 어떤 꽃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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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아들이 글을 쓰고 아버지가 그림을 그린 책. 꽃들은 각각에게 알맞은 꽃말이 있고 전설이 있다. 꽃말과 전설은 꽃이 가진 모양에 따라, 피는 시기에 따라, 때로는 색깔에 따라 전 세계 어느 민족에게나 있다. 저 멀리 그리스시대부터 가깝게는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꽃에 나라마다 다른 여러 가지의 꽃말과 전설이 전해져 온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에 얽힌 50가지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인디언 처녀의 사랑'은 어떤 꽃이며 '동박새로 변한 두 아들', '양치기가 된 임금님', '꽃이 된 소녀' 등은 무슨 꽃말과 어떤 전설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본다.

 

  가상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으로도 정말 접하고 싶지 않은 것이 '성폭행'을 다룬 작품이다. 우리가 접하고 있는 현실을 보면 강간, 추행 사건이 끊이질 않을 뿐만 아니라 더욱 증가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그런 일을 저지르는 연령대가 점차 어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성에 대한 호기심이 왕성해지는 나이라고는 하지만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끔찍한 짓임을 인지하고 있는걸까? 절대 저질러서는 안되는 추악한 범죄임을 인식시켜줄 만한 작품인지, 아동 문학 쪽에서는 인지도가 높은 황선미 작가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작품은 어떤 식으로 소화해 냈는지도 궁금증이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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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탄탄한 문장력과 앞서가는 주제의식으로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어린이청소년문학 작가로 꼽히는 작가 황선미가 상처와 사라진 기억 속에서 아파하고 성장하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청소년 집단 성폭행과 출생의 비밀이라는, 어찌 보면 선정적이고 상투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으나 황선미 특유의 섬세한 심리 묘사와 진지한 문제의식은 이를 한 차원 높은 곳으로 이끈다.




  김려령 작가가 <완득이>로 강한 인상을 주었듯이, 루이스 새커는 <구덩이>라는 작품으로 탁월한 글솜씨를 지닌 작가라는 인식을 심어주며 나와 우리 아이들을 그의 작품의 팬이 되게 만들었다. 다른 동화들도 다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번 작품은 중학생을 주인공으로 한 성장소설이라니, 같은 또래인 작은 아이와 큰 아이도 공감할 수 있는 면이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선정했다. 주변 사람들이 경멸하거나 하찮게 볼지라도 이에 굴하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고 원하는 길을 향해 나아가며 꿈을 이루어 가는 이야기는 아직 자신의 꿈을 찾지 못하고 있는 작은 아이에게 감동과 깨달음을 안겨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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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루이스 새커가 쓴 성장 소설로, 주위의 조롱에도 불구하고 꿈을 향해 한 발 한 발 내딛는 중학교 1학년생 게리 분의 이야기가 큰 웃음과 뭉클한 감동을 안겨 준다. 꿈이란 누가 일러 주고 이끌어 주는 것이 아니라 제 마음속에서 스스로 찾아내고 길을 내야 하는 것이라는 가르침도 일깨워 주는 작품이다.입만 열면 어처구니없는 농담을 늘어놓는 중학생 게리 분. 전교생이 대놓고 얼간이라고 부르지만, 게리는 그저 농담으로 화답한다. 게리의 꿈은 위대한 코미디언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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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11-07-07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 녀석 맛나겠다.. 제목부터 웃겨요. 초식공룡의 아빠가 되다니.. 이런 이런..ㅋㅋ 더 멋진 앵무새로 태어난 이야기도 재밌겠는걸요~

아영엄마님 잘 지내세요? 정말 정말 오랜만이네요~ 그쵸? 비 많이 오는데 감기 조심하시구요~ 서재브리핑 보다가 아영엄마님 보고 반갑고 기뻐서 달려왔어요~^*^

아영엄마 2011-07-07 22:01   좋아요 0 | URL
꼬마요정님~~ 반가워요!
예전같지 않게 서재에 드문드문 들어오다 보니 블로거 교류도 거의 없는데, 이렇게 달려와 반겨주시는 분이 계셔서 고맙습니다. ^^* 다시 장마가 시작된 것인지 비가 줄창 오네요. 꼬마요정님도 건강 유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