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의 상인 - [할인행사]
마이클 레드포드 감독, 제레미 아이언스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처음 영화보기 전에 가진 기대.

1. 셰익스피어의 문장을 어떻게 표현했을까 궁금
2. 알파치노가 연기하는 악역 샤일록은 어떨까. devil's advocat 만 할까
3. 베니스의 풍광은 어떻게 나타날까

영화 다 보고 나니
1번은 어째 어정쩡하게 개작된 것 같아 잘 모르겠다
2번은 샤일록이 유태인 세계 전체를 대변하려고 나서는 것 같은 느낌이 많이 들었다.
주변과 같이 어울리지도 못하는 슬픈 모습인데 배우의 무게 보다는 낮았다.
3번 일부 충족되었으나 그렇게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기대가 너무 컸나?

종합 평점은 별 세개.

처음 출발은 친구를 위해 위험에 놓인 자산을 바탕으로 빚을 내는 것이다.
배가 실고 올 화물이 있으니 이 정도는 빌려도 된다 단 대여조건이 목숨을 거는 것이 된다.

여기서의 교훈은 절대로 빚을 내서 무엇을 하려고 하면 안된다가 된다.
남을 도와준다. 그런 바보짓이 있나? 자기 처신도 못하는 친구가 빌린 돈 가지고
부잣집 상속녀 잘 꼬셔서 다시 갚겠다고 하는 일종의 사기극에 돈을 대준다.
이건 절대로 따라하면 안 될 일이다.
현대판으로 고치자면 주인공 베사니오가 배와 노꾼을 빌려가는 것은
고급 외제차 리스해서 타는 것이고 겉 모습 잘 꾸미는 것은 명품족이 되는 것이다.

이런 친구한테 돈 빌려주고 싶습니까?
더구나 목숨 걸고.
셰익스피어 인 러브라는 영화를 보면 몰락한 귀족이 신흥 상인의 딸을 맞는데
목적은 막대한 지참금이라는 내용이 나온다.
아마 여주인공의 경우도 구혼자들의 면면은 그런 특성을 가졌을 것 같다.
여자들의 신데렐라 스토리 만큼이나 남자들의 온달 스토리가 되는 것이다.

샤일록이 아니더라도 현대판 몸팔아서 빚 갚아라 하는 이야기는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도박묵시록 카이지에 잘 나오는데 그런 이야기가 요즘에는 한국에서도 나타난다.
강원랜드, 바다이야기 등.

결과적으로 보면 유태인이 왜 법조계에 많이 진출할 수 밖에 없는지 이유가 자명하게 나온다.
살점을 떼네면서 피를 보지말라는 것은 어쩌면 과도한 문구의 해석인지 모른다.
저울을 놓고 더도 덜도 떼어가면 안된다고 윽박지르는 것 또한 지나친 감정의 싸움이다.
말장난 같은 논쟁에 의해 채무는 물론 전재산을 잃게 되는 샤일록의 슬픈 운명을 보면서
계약서가 왜 그렇게 복잡하게 될 수 밖에 없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변호사들이 자기 밥벌이를 어떻게 하는지 알게 된다.

영화가 전반적으로 주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약속의 무게다.
법은 모두가 지켜야 할 약속이다.
특히 상인 공동체로 타국과의 무역을 하는 베니스로서는 법의 중요성은 매우 높다.

채무도 약속이다.
돈을 빌려가며 곧 갚을께 말하고 제대로 못 갚으면 친구를 죽음으로 몰수도 있다.

결혼도 약속이다.
사랑해 절대로 우리 사랑의 증표를 놓치지 않을께라고 말했지만
주변 환경 덕분에 그 반지를 남에게 주고 부인에게 혼이 난다.

이 모든 약속들이 셰익스피어가 보기에는 사실은 불안정한 것이다.
실 없는 사람이 되지 않으려면 되도록 약속을 덜 하도록 하는게 현명하지 않을까.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레이야 2008-02-09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약속의 무게가 강할수록 위반의 강도도 심해지겠군요.
그런점에서 법은 최소한의 권력만 행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를 아직 못 봤는데 봐야겠다 싶어요.

사마천 2008-02-10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아주 재미있지는 않더라고요. 알파치노는 열심히 연기하고 베니스의 풍광은 아름답기는 하던데... 그래서 별은 셋으로.. ^^;
 
로봇
크리스 웨지 감독, 이완 맥그리거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05년 12월
평점 :
품절


다 보고나니 딱 떠오르는 생각은
이거 <찰리와 초콜릿 공장>과 똑 같잖아 였다.

스토리 요약.

가난하지만 희망을 잃지 않는 소년이
어느날 큰 기업에 접할 기회를 만나고
자신의 노력을 보여주어 기업의 후계자가 된다.

그러면 일반적인 동화 스토리.

가난한 소년이 큰 꿈을 가지다 보니
큰 공을 세우거나 난제를 풀어서
공주와 결혼하게 되어 왕국의 후계자가 된다.

전에 읽은 책 중에 인간사회가 만들어낸 스토리라는 건 수십가지로 한정된다라는
구절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확인이 되었다.

영화를 좀 더 뚫어져라 보면.

주인공이 로봇이라 일반 사람을 주인공으로 casting 했을 때 보다
과학기술의 발전된 면모를 많이 보여줄 수 있었다.
도시로 진입하기 위해서 Speed 있게 움직이는 장면이 멋있었고
성격은 다르지만 도미노 장면도 꽤 시원하게 느껴진다.

남는 것? 동화책 한권 읽었다고 느끼면 적당한 것 같다.

과거의 왕국은 이제 기업으로 바뀌었다.
영주의 역할은 자본가가 되고
아이들에게도 왕자가 되기 보다는
CEO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보다 적극적으로 가르켜야 하겠다.

CEO가 왜 좋은지, 이사회라는 건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그 자리를 잘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런 질문을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계기는 된 영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메종 드 히미코 SE (2disc) - (일반 킵케이스)
이누도 잇신 감독, 오다기리 죠 외 출연 / 와이드미디어 / 200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들간의 사랑에는 여러 유형이 존재한다.
그 중에서 소수지만 같은 성을 가진 사람들 사이의 사랑도 얼마간 비중을 차지한다.
그 역사는 매우 깊어서 우리가 잘 아는 일리아드의 영웅 아킬레스를 비롯해
수 많은 그리스,로마의 인물들이 동성애에 깊이 빠져있었다.
글래디에이터에서 주인공에게 무엇을 해줄까? 여자 혹은 boy라고 묻기도 하고
플라톤의 러브를 동성애의 변형이라고 비꼬는 사람도 있는 등 그 뿌리는 매우 깊다.
성경에서 소돔과 고모라를 멸망시키는 주요 계기 또한 이방 남자들에 대한 이들의
탐욕이었는데 이들이 바로 천사였기에 하늘에서 내려온 분노가 불로 머리위에 퍼지게 된다.

하지만 동성간의 사랑은 분명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고 있는 것이다.
자연의 가장 기본인 생물로서의 종의 보전에 기여하는 바가 없다.
인간이 또 다른 인간을 만들고 그 안에서 자신을 이어가는 영원한 삶이라는 유태적 불멸론이
통하지 않는다.

영화 중간에도 나오고 맨 마지막을 울리는 선율은 드보르작의 <어머니가 가르켜주신 노래>다.
세상과의 혈연이 나에게서 더 아래로 이어지지는 못하지만 그들도 또한 혈연을 가지고 태어난 존재다.
어머니의 고통을 안고 세상에 나왔지만 자신은 더 이상 같은 고통을 지고 싶어하지는 않는 존재.
하지만 여성성이라는 의미에서 어머니와 가장 닮고 싶어하는 존재.
그런 모순의 복합체인 덕분에 세상의 질시를 한껏 받고 몰이해 속에서 왜 내가 이렇게 태어나야 했을까?
다음 생이라면 난 다르게 살고 싶어와 같은 끊임없는 고뇌가 영상위에 반복된다.

그들에게도 분명 혈연에 대한 갈망이 존재한다.
조역 중 하나였던 루비의 마음을 흔들었던 존재는 어린 손녀였고 마지막에 그가 의존하게 되는 집단
또한 가족이었다.
그리고 주인공과 아버지 사이에서도 오랜 갈등을 넘어 무언가 이어주는 끈이 존재하는 것이다.
중간 다리의 적극적 노력을 통해 만난 아버지와 딸이지만 갈등은 쉽게 해소되지는 않는다.

책임감 없이 사회가 부여한 의무를 모두 팽개치고 가족과 직장을 버리고 그렇게 너 멋대로 사는 것이
좋냐라고 쏘아붙이는 딸을 조용히 응시하며 자신의 삶을 반추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그들의 약한 모습이다.

미워하고 다투고 갈등하지만 그들을 완전히 떼어놓기도 어렵다.
가장 큰 이유는 이 영화처럼 그들도 누군가의 아들,딸이기 때문이다.
미움이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이해로 변해가면서 영화는 우리 삶의 또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잔잔한 영상들 속에서....

동성애자의 마을을 가보면 색감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는다. 덕분에 예술인 중에 그 비율이 올라가게
되는데 영화의 배경이 되는 메종과 주변 풍경이 아름답고 집안 곳곳에서 섬세함이 느껴진다.

영화가 감동적이었다면 이어서 권하고 싶은 만화들이 몇몇 있다.
뉴욕뉴욕, 이마 이치코의 어른의 문제 등이다.

조금 더 나와 다른 존재에 대해 개방적인 모습을 갖추었으면 하는 바람이 작품들 속에서 이어진다.
참고로 영화와 마찬가지로 다 일본작품들이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06-09-07 0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려고 생각만하면서 자꾸 미룬 작품인데 꼭 봐야겠습니다..^^

사마천 2006-09-07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보고 리뷰 쓴 다음에 사야님의 멘트가 달릴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미 보시고 새로운 시각을 주실 잘 알았습니다만... 안 보셨군요. 하여간 기대하겠습니다 ^^;

프레이야 2008-02-09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와 다른 존재에 대한 열린 마음. 사랑의 출발이겠죠.^^

사마천 2008-02-10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도 꽤 있었고 의미도 꽤 주어지는 좋은 작품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생각이 많고요 ^^
 
비포 선셋 (1disc) - [할인행사]
리차드 링클레이터 감독, 에단 호크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우선 영상미가 제로다.
장면은 딱 4곳 - 서점,카페,유람선,집 - 이고 보이는 풍경으로 볼만한 것은 노틀담 한쪽 면 밖에 없다.

진행 또한 정말 인색할정도로 영상이 없이 모조리 말로 때운다.
쉬지 않고 속사포로 이어지는 두 사람의 말들은 왜 그들이 이제야 만났는가
바꾸어말하면 속편이 이제야 제작되었는가를 보여줄 따름이다.
미국인과 프랑스인, 기타 유럽인들의 차이도 보이기는 하지만 굳이 이 영화를 통해
깨달아야 할 만한 건 별로 없어 보인다.
그렇게 이야기가 오가다가 갑자기 70분 좀 넘어서 끝나버리니 도대체 허탈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최근에 보았던 한국 영화인 <사랑을 놓치다>가 이 작품 보다 훨씬 섬세하게 감정표현 했고
대사도 알차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레이야 2008-02-09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을 놓치다, 은근히 매력있더군요. 저도 비포 선라이즈가 더 낫더이다.

사마천 2008-02-10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 작품은 꽤 감동이었는데... 흑 형만한 아우가 없어서. 아쉬움이 잔뜩 남았죠. 다행히 극장에서 안봐서...
 
청연 (1disc) - 아웃케이스 없음
윤종찬 감독, 장진영 외 출연 / 에스엠픽쳐스(비트윈) / 2006년 3월
평점 :
품절


워낙 논란이 많은 영화였기에 보기도 전에 많은 정보가 머리에 차 있었다. 그런 선입견을 접고 잠시 영화에 몰두해보았다.

주인공 박경원이 여자로서 비행사의 꿈에 도전했고 남자들과 겨루어서도 당당하게 우위를 가졌다는 인물이라는 점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부잣집 딸이 아니었기에 스스로 학비를 벌어야 했고 여자라 받을 수 밖에 없었던 본원적 차별과 식민지 출신으로서의 차별을 이겨냈다는 것은 분명 칭찬받아야 할 내용들이다. 아마 현대적 의미로 보면 커리어우먼의 이미지가 포개질 것이다. 같은 대학 교육에 같은 역량에 같은 성과를 내고도 뒤로 밀려야하는 많은 한국의 딸들에게 그녀가 이루어낸 성취는 하나의 목표 내지 희망이 될 수 있다.

여기서 일본에 가까웠다는 점이 비판이 되곤 한다. 고이즈미의 조부와 가깝다는 등의 이야기를 잠시만 접어두고 근대라는 시간이 우리에게 무엇이었는지를 먼저 살펴보았으면 한다.
시대적으로 볼 때 근대의 물질적 특징은 과학과 산업이고 정신적 특징은 자유였다. 일제시대가 되면서 사회적으로 남과녀, 상놈과 양반 등의 차별은 근대에서 무너지기 시작했다. 덕분에 당시 조선에서 막 발흥되었던 천민들의 권리 찾기 운동의 지도자가 친일로 돌아선 것이나 채만식의 <태평천하>에 나왔던 중인 출신의 지주가 일제시대가 훨씬 낫다고 외치는 것이 다 이런 연유에서 나온 현상이다.
종교의 자유가 외형적으로 허용되는 것 또한 대원군이 벌였던 수만명의 천도교인을 죽인 학살극과 대비된다. 무너져가는 권위를 유지하려고 피를 보고 경복궁을 보수했지만 제국은 그냥 그렇게 무너졌을 따름이다.
여성의 입장에서도 교육의 기회가 상대적으로 넓게 부여되어 신여성이라는 이념상이 나타나는 것 또한 하나의 진보였다.

그리고 또 하나의 근대의 측면인 과학 기술의 적용도 놀라왔다. 약품의 보급이 유아사망율을 급속히 떨어뜨려 인구가 증가하게 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기술의 총아는 비행기였다. 린드버그의 횡단 비행이 받았던 성원이나 하워드 휴즈의 세계 비행 등 공간을 더 좁게 하고 시간을 빨리 돌리려는 과학 문명의 핵심에 비행이 있었다. 땅에서 바다로 나간 인간이 이제 하늘에 올라서면서 무한한 자유를 만끽하는 것이다.

그렇게 세상의 꿈들은 높아지고 커져가는데 비해서 조선의 현실은 상대적으로 비참해지고 있었다. 교육은 훈육으로 바뀌어 근대 산업에 맞는 노동자의 양성에 초점을 맞추고 다시 전쟁에 병사로 투입되도록 강요당한다. 식민지의 딸들은 전쟁에 또 다른 노예로 끌려가 아픔을 안아야 했다.
그런 점에서 근대는 분명 양날의 칼이다. 외면할수도 없지만 힘이 약해 피동적으로 끌려가면 그만큼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된다.

친일이라는 이야기를 다시 돌아보자면 박정희는 일본 군사학교의 우수한 학생이었고 제국에 충성을 바쳤다. 그의 후배 박태준도 마찬가지고 잠시 대통령에 머물렀던 최규하 등도 매한가지다. 조금 시선을 돌리면 동아일보의 김성수, 이화여대의 김활란 등 한국 사회 곳곳에서 그 뿌리가 깊게 내려있다.
무엇보다 영화의 장면에 나오는 고문은 깊게 뿌리 내려 박정희, 전두환 시절에 우리 주변에서 경찰과 안기부에 의해 마음껏 자행되었다.

친일에 대한 비판은 필요하지만 정확하게는 우리 속에 아직 남아 있는 그늘을 제대로 알고 이겨내야만 할 것 같다. 포스코가 놀라운 기업인 것은 분명하지만 정신대 할머니에게 돌아갈 돈을 가로채고 시침 뚝 뗀 행위까지 칭찬받을 수는 없을 것이다. 박정희의 성과 또한 매한가지였고 아니 크게 보면 한국 사회의 공간 상당수가 그런 상태였다. 

우리는 일본을 제국주의라고 미워하고 그 협조자로서 친일파를 증오한다. 힘을 앞세워서 약자를 핍박하며 자기의 이해만 관철하는 나라를 제국주의 행태를 보인다고 한다. 이 대목에서 현대의 미국이 보이고 있는 행태가 떠오르지 않는가? 가깝게는 이라크,베트남 조금 멀리는 멕시코와 필리핀에서 보였던 미국의 침략 또한 제국주의의 모습이었다.
그럼 우리는 미국이라는 제국주의와 무관하게 존재할까? 아침에 먹는 스타벅스 커피 한잔에 지불한 나의 돈이 유태인 CEO의 손에서 이스라엘 후원금으로 바뀌어 팔레스타인 소년의 가슴을 꿰뚫는 총탄이 될 수도 있다. 근면 성실하게 낸 세금이 이라크 지원금이 되어 이라크의 장애인 가족의 머리위에 퍼붓는 폭탄값이 되곤 한다. 이런 식으로 우리 또한 근대적 삶을 살아가면서 제국주의와 동거하는 것이다.

박경원은 자기의 한번 뿐인 삶을 누리기 위해 근대가 만들어준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했다.  가난한 집안, 여자 등 여러 기본적 한계를 스스로의 노력을 통해 극복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었다는 점에서 그녀는 근대의 찬양자였다. 그리고 그 근대를 이끌어간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협력과 옹호와 이어질 수 밖에 없다. 그런식으로 당대의 선각자들은 일본과 손을 잡게 된다. 이광수를 비롯해 대다수의 한국 지식인들이 그 길을 갔다. 그런데 이러한 환경속에서 박경원이라는 인물의 평가에서 그녀가 이루어낸 성과 보다 과정에서 불가피 했던 친일만 문제 삼는 것은 좀 불공평한 점이 있지 않을까?

내가 볼 때 꿈을 이루어낸 그녀의 삶은 쉽게 부정하기는 어렵다. 지금도 아무나 하기 어려운 목숨을 건 도전을 통해 인간의 한계를 넓혀간 적극적 노력과 성취를 매몰차게 깔아뭉개기는 아까운 점이 많다. 오히려 솜씨 좋게 이용해낸 기교를 보며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리고 그 기회를 만들어준 근대라는 공간을 무조건 미워할 수도 없다.

당대의 백정과 중인은 양반에게 받던 차별이 없어진 근대적 삶에서 전통으로 되돌아가고 싶어하지 않았기에 친일을 했었다. 이제 박경원에게 가난한 농촌으로 되돌아가 무학의 여성으로 전통이 주는 억눌림 속에 편안히 살아가라고 강요할 권리가 누구에게 있었을까?

영화 자체를 다시 본다면 실패한 원인은 아마 치졸하게 스토리를 뒤바꾸려고 한 자세에서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기본적으로 친일 할 수 밖에 없었던 조건이 주는 아픔 보다 이를 어설프게 독립운동으로 엮어보려다 보니 앞뒤가 잘 맞지 않았다. 

관객을 창공으로 데려가는 영상은 아름답고 그렇게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걸었던 모험가의 삶을 보여주겠다는 의도도 나쁘지 않다. 그에 비해 스토리의 구성력은 너무나도 엉성하다. 주인공들이 주고 받는 말이 너무 많고 이를 통해 스토리 전개를 훌쩍 뛰어넘거나 배경설명을 한번에 해결하려는 것은 너무나 어설프다. 영화 구성 자체로 놓고 볼 때 부족한 점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런면들을 다 긁어 본다면 종합적으로 볼 때 미진한 점도 많지만 무조건 배격하기에는 아까운 점이 많은 영화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ayonara 2006-10-02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제대로 읽은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
박경원이 친일을 했다고 해서 이 작품을 비판하는 사람보다는 '친일을 해서라도 자신의 꿈에 다가가려 했던 뚝심있는 (나름대로 멋진) 여성'을 얼토당토 않은 애국지사로 그려냈기 때문이 아닐런지... ^^;;

사마천 2006-10-02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가지가 다 있는 것 같습니다. 애국지사로 드라이브 했던 제작사의 얄팍한 술책은 인터넷 시대에 더 이상 통하지 않았죠. 처음 분개한 사람들의 태도는 이해갑니다.
그렇지만 아예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하기에는 박경원의 성취가 놀라운 면이 있죠. 대원군 시대의 조선에서 그런 여인이 가능했을까요? 개화파가 거의 친일파가 되어 버린 역사적 흐름에는 무언가 이유가 있습니다. 정말 친일파 다 빼라고 하면 이광수, 박정희 다 역사에서 빼어버려야죠. 차라리 남녀평등, 캐리어우먼 부분을 강하게 하고 편집을 압축했다면 어떠했을까 생각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