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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군 - 역사인물 다시 읽기
한명기 지음 / 역사비평사 / 200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잘 만든 영화다. 해외로 수출 되면 한류의 내실화에 기여를 할 수 있을 만한 작품이다.
몇가지 각도에서 살펴보겠다.
1. 사람을 바꿔치는 수법을 쓴 영화가 몇 편 있었다
구로자와 아키라의 <가케무사>
<마르텡 게르의 귀환>
<써머스비> 등이 그것이다.
사람이 바뀌면 위험도 묘미도 있다
바꾸려는 사람은 당연히 원래 보다 더 높은 사람의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처음에는 익숙치 않지만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된다. 그래도 계속 가지는 못하고 마지막에는 확 뒤집어 지는 반전을 제공한다.
바뀌는 자에 대한 주변의 평가는 호의적이다. 왜냐면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가장 쉬운 길은 정서적인 면이다.
그는 주변 사람에 잘 대한다. 이전과는 달리 말이다.
작은 일에도 함께 생각해준다.
덕분에 처음에 혼선이 생긴다
그러나 일정 시간 지나면 팬이 생긴다.
그래서 또 관객을 고심하게 만든다.
사람들이 헷갈릴 때 정답을 찾는 방법에는 고전적인 공식이 있다
몸에 난 특징을 보는 것이다.
두 사람만 아는 은밀한 그 무엇을 기억해내라고 하는 것인데
이는 아주 머나먼 옛날부터 쓰이던 방법이다.
오딧세이가 돌아오자
반신반의하는 사람들에게 이 방법으로 믿음을 준다
하녀에게는 멧돼지 사냥에서 난 상처를 보여준다.
가장 의심이 많았던 부인에게는 침대가 산나무 가지에 걸려 있다는 비밀 퀴즈를 통과해서야 확신을 줄 수 있었다.
이러한 수법은 이 영화에서도 반복적으로 사용된다
광해는 처음에는
덜익숙하여서 여러가지 웃음을 만들어낸다.
점점 익숙해지고 뒤로갈수록 자율적으로 움직이고
나중에는 제멋대로 몇가지를 해낸다
목숨은 하나인데 그걸 걸고 머무는 자리라면 뭔가 멋지게 해보고 싶은 자연스러운 욕구도 있지 않았을까?
가케무사도 마찬가지였고
서머스비에서도 주도적으로 일을 하다가 마침내 사고가 난다.
가면을 쓰고 지내다가도 결국은 의식이 내면화되면서 그 삶을 직접 살려고 한다
가짜가 진짜가 되고
진짜가 가짜가 되는 묘한 변환이다.
영화 광해는 그런 미묘한 심리와 해프닝들을 잘 묘사하고 있다.
2. 다시 영화로 가보자
권력을 만들어간 인물들을 보면 묘한 특징들이 있다
부하들이 목숨을 걸게 만드는 것이다
캐사르의 운명이 걸린 결전이었던 파르팔로스 전투에서
백부장 한 명은 막 진군하면서 캐사르에게 오늘 장군이 감동할 정도로 싸워보겠다고 했다. 그는 그렇게 전투를 이기고 목숨을 잃었다.
김유신은 백제군의 결사항전에 막히자 화랑들을 차례로 투입시킨다.
또 전쟁에서는 그런 모습이 다양하게 보여진다
영화속에서는 기미상궁과 호위무사가 그런 역할을 한다
짧은 시간속에서도 누군가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면
그는 능히 군주가 될 수 있으리라.
왜냐하면 목숨은 하나이기에 단순한 의무만 가지고 쉽게 되지는 않는다
인정해준 자에 대한 보답이 있는데
선비는 알아준 이를 위해서 죽는다고 하지 않는가?
그런 권력의 속성 하나를 여기서 잘 보여주었다.
3. 광해군에 대한 역사적 평가
한명기 교수의 광해군이 워낙 뛰어난 책이었다
최근에 다른 분이 광해군은 폭군이었고 비판 받는 것이 맞다는 논지의 책을 내셨다
광해군이 그런 임금이라면 뒤엎고 자리를 차지한 인조는 어떠한 인물인가
전쟁을 두 차례 부르고
아들을 독살한 인물이고
개혁 보다 폐쇄로 나간 역사에서 배우지 못한 군주다
병자호란이라는 거대한 패배가 남긴 트라우마는 매우 커서 쉽게 잊혀지지도 않고
북벌이라는 공허한 구호로 국력을 또 소모하게 만들었다.
결국에는 근대로 나아가는 길을 막으면서 식민지로의 전락 까지 이어지게 되지 않았을까 한다.
그 길 보다는 광해군의 통치가 낫지 않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