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일반판 (2disc)
전윤수 감독, 임원희 외 출연 / 엔터원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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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에 많이 못 치는 것 같아서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허영만 선생의 원작 또한 일본의 맛의 달인이나 초밥왕에 어느 정도 처진다고 생각헀는데 거기에 비해서 영화는 더욱 작품성이 떨어집니다.
타짜는 꽤 영화로 잘 만들어졌는데 왜 식객은 잘 안되었을까? 아쉬움을 가지면서 몇자 적어봅니다.

우선 스토리 구성력이 약했다는 점.
짤막한 단편을 무지 많이 연결해 만들어진 식객이라는 작품을 영화로 만들려다보니
그 중 몇개를 가지고 하나의 일관된 메시지를 담는 장편을 구성해보았다.
하지만 그 메시지가 정확히 만화 식객을 통해 독자가 느끼던 감동을 재생시켜낼지는 의문이다.

중간 중간에 과장이 너무 많다.
좋은 소를 찾는 과정이나, 숯을 찾아가는 과정 등 여기 저기에서
보통 범위를 넘어가는 오버 액션이 나타나고 선과 악의 극단적인 대립에 치중한다.
이렇게 되면 권선징악이 쉽게 나타나는 아동물이 되어 버리는데 작가는 그냥 그 수준에
머물고 말았다.

시합으로 좁혀들어가보자.

소재로서 한국적인 맛을 찾는 것은 좋지만 그 방법에 대해서 고민은 크지 못 했다.
보통 사람이 접하기 어려운 황복을 더구나 회로 보여주는 방법이 과연 한국적일까?

소를 해체하는 작업은 또 다른 직업 분야다. 굳이 요리사가 몰두한다고 해서 승패를
평가할만한 비중을 둔다는게 오히려 이상하다.
일본의 초밥요리사야 생선 고르기 부터 시작하는게 타당하다고 해도 직접 낚시를 들고
험한 파도 넘어 바다로 나나게 하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
마찬가지로 먹는 재료의 과정을 잘 보여주는 것은 좋지만 그래도 이를 요리사의 업으로
평가하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

마찬가지로 숯의 질이 구이의 질을 그대로 평가한다는 것도 동의하기 어렵다.

무언가 메시지를 주려고는 하는데 너무 뻔하거나 전달방법이 엉성하다보니
포만감은 적게 된다.
영화를 다 보아도 여전히 허전하게 느껴지는 것은 내손에 팝콘이 없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래도 다음에는 더 좋은 작품이 나와주기를 기대하는 마음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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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ky 2008-08-19 0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원작을 능가하는 영화는 나오기 힘든가봅니다. 저는 식객을 영화로 처음 접했던지라 원작과의 비교가 불가능했고, 그래서인지 아주 재밌게 봤었거든요. 사마천님의 리뷰 읽고나니 식객을 만화책으로 꼭 보고 싶어요. 맛의 달인, 초밥왕도요..

사마천 2008-08-19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짜는 만화도 영화도 둘 다 잘 만들어진 케이스입니다. 맛의 달인을 보면 음식 그리고 사람 이야기가 많습니다. 결국 맛을 만드는 존재도 맛을 느끼는 존재도 사람입니다. 서로 눈치 보면서 상대에게 맞추어가는 노력이 재미있습니다.
 
바람난 가족 일반판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04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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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하나의 붕괴되는 모습을 통해 많은 감정을 느끼게 한다.

감독은 여러 유형의 죽음의 적나라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우리에게 진정 산다는 모습이 무엇인지를 표현해내려고 한다.

먼저 6.25에 부역자로 희생된 사람들의 유골 발굴 작업이 나온다. 울고 있는 가족들 사이로 땅에서 유골들 하나 하나가 나타난다.
노인의 죽음도 있다. 배가 삽시간에 불룩해지고 잎에서는 피가 갑자기 쏟아져 나와 사방을 뻘겋게 적시운다. 병간호 꾸준히 하는 효자 없다는 말이 이런 경우구나 하는 느낌을 준다.
그리고 가장 슬픈 아이의 죽음이 있다.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 술취한 배달부에 의해 아버지와의 갈등의 희생으로 죽어버린 그런 아이의 모습은 너무나 큰 슬픔을 준다.
다른 영화에서 쉽게 찾기 어려운 이 장면들을 연달아 보여주는 의도는 무엇일까?
무릇 없음은 있음의 반대이고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의 진정한 가치는 그것을 잃어보아야 깨닫게 된다.

연달은 죽음의 장면을 보면서 우리가 깨닫게 되는 감정은 죽음의 가벼움이다. 우연하게 찾아올 수도 있고 6.25 전란에서 대단한 잘 못 없이 줄 하나 선 덕분에 죽을 수도 있고 어린 아이의 모습에서 보듯 도덕적 책임이 없이도 찾아올 수도 있다. 이 모든 과정에 놓인 죽음들은 마치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삶의 가벼움을 보였듯이 <참을 수 없는 죽음의 가벼움>을 느끼게 한다.

죽음과 대비되어 우리를 살아있도록 느끼게 해주는 감정은 무엇일까? 바로 욕망이다. 그 중에서도 원초적 욕망인 성욕에 대해 느끼도록 한다.
원래 인간의 말단에는 식욕과 성욕이 자리한다. 이 영화에서는 식욕을 자극 하는 장면은 거의 없는 것을 보면 성욕쪽으로 몰아가는 쪽이 작가의 의도라고 짐작된다.

남편들의 외도는 쉽게 용납되기 마련이다. 사업상, 남자이기 때문에라는 여러 명분이 활용된다. 반면 이 영화에서 충격적으로 다룬 것은 여자들의 솔직함이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로 15년만에 다시 시작한 성생활을 즐긴다는 어머니를 필두로 남편과 아내는 따로 애인을 찾아간다. 가족 모임에서 버젓이 공개되면서 아내는 남편에게 어머니의 솔직함을 받아들이라고 한다.
그리고 한 걸음 나아가 본인도 욕망의 자유를 찾아나선다. 그 상대인 연하남 그것도 고교중퇴생을 엮어내는 솜씨는 꽤나 우스움을 자아내게 만든다. 그리고 그들이 어렵사리 도달한 즐거움의 절정의 모습에 대한 묘사는 제법 훌륭했다. 여자로서의 쾌락의 절정을 보여주고 그 대가인 2세의 임신을 버젓이 드러내는 것 이른바 혼외정사의 공식화라는 범죄행위에 대해 전혀 부끄러움도 미안함도 없이 솔직해지자라고 외치는 그녀들의 모습이 놀라움을 준다.

결국 죽은 것은 가족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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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17 1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여인의 향기 - 아웃케이스 없음
마틴 브레스트 감독, 크리스 오도넬 외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여인의 향기

감미로운 탱고 연주가 흐르는 속에서의 미인과의 멋진 춤 솜씨, 법정을 방불케 하는 치열한 논리의 공방 속 에서 청중의 감동을 이끌어내는 명연설까지 정말 여러가지 즐거움을 주는 영화였다.

시작은 소년과 어른의 만남이었다. 명문 고교에 장학생으로 다니는 소년은 이제 막 어른이 되려고 한다. 어른이 된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아마 말에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소년은 자신의 입에서 나온 말에 의해 스스로의 운명이 결정 되는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다. 교장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깝게 지내던 친구의 비행에 대해 증언을 해준다면 처벌은 면한다. 그들이 스스로 죄를 고백해주면 좋으련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의 증언을 거부하면 교장의 분노와 함께 퇴학에 이를 정도의 갖은 불이익을 뒤집어 쓰게 된다. 그 친구들은 부모의 권위에 숨거나 교묘히 책임을 회피하고 있으니 정말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그런 어려움을 안고 있는 와중에 휴일 아르바이트로 만난 어른이 한 명 있다. 이제 인생의 화려함을 다 보내고 서서히 내리막길을 걸어 내려고 있는 어른이다. 그에게 없는 것은 생에 대한 갈망이다. 화려함에 대한 추억을 아직 안고 있고 이를 다시 한번 즐기려고 하는 욕구는 있지만 그것도 잠시 일뿐 순간에만 머무는 쾌락은 잠시 피다가 결국은 꺼지게 되는 불꽃일 따름이다.
그에게는 정말로 멋진 재주들이 있다. 왈도프 아스토리아라는 명문 호텔에 숙박하고 식당에서는 화려한 춤 솜씨를 멋진 여인과 함께 보여준다. 이어서 스포츠카 드라이빙 등 인생의 즐거움에 대한 다양한 만끽도 보여준다. 아 생이란 이렇게 여러 방면의 즐거움이 채워져 있구나하는 느낌을 관객에게 안겨준다.

그렇지만 그의 삶에 활력은 없다. 즐거움은 결코 지속적이지 못하다. 매일매일 똑 같은 삶을 유지하기에는 그의 재력도 버텨내 줄 힘이 못 될 것이다. 잠시 머물다 사라지는 것은 사람에게 더 한층 갈증을 남길 따름이다.

소년은 그에게 손과 발 내지 눈이 되어주는 조건으로 함께 있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활력을 넘겨주는 것이다. 자진해서 목숨을 끊으려는 그에게 당신의 삶이 멋지고 그로부터 배울 점이 많았다는 메시지를 전하게 된다. 한명에게라도 소중하게 여겨지는 삶이라면 그것 또한 의의는 있을 것이다.

그래 바로 이 순간 그가 가지고 있는 귀한 것이 발견된다. 바로 지혜다. 오랜 풍상에 닳아진 마음이지만 그에게는 대의가 무엇인지 아는 분별력, 아무런 거리낌도 헤쳐나갈 수 있는 용기, 그리고 남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는 호소력 등을 모두 가지고 있다. 이것들 모두가 바로 지혜를 구성하고 있다.

그 지혜의 소유자는 이제 막 소년에게 도움을 주게 된다. 어디서? 바로 법정에서 말이다. 학생들은 관객이 되고 배심원이 된다. 소년은 주변의 조력 없이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를 변호해 한다. 마치 그리스의 법정에 선 소크라테스 처럼. 누가 아는가 그 법정이 가장 불합리한 판결을 내려 역사의 웃음거리가 된 것처럼 오늘 나이 어린 소년의 앞날을 끊어 놓을 지 말는지를.

바로 그 순간 어른이 나타난다. 바로 뒤에 앉았고 법정의 진행을 잘 들었고 앞으로 나선다. 교장의 엄격함에 눌려 있는 청중에게는 과연 이 공동체가 지향해야 하는 근본적인 가치가 무엇인지 깊은 곳에서부터 떠올리게 만든다. 올바름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야말로 도덕과 법의 근본을 이룬다. 그리고 명석함을 발휘하도록 논리를 세워준다. 아주 깊은 마음속의 감동을 일으키면서.

판결이 끝나고 밖으로 걸어나가며 또 한 명의 여인의 향기를 맡는다. 남자는 여자와 함께 있으며 빛이 나게 마련인가 보다. 향기로운 여인과 함께 하는 그의 얼굴은 점점 밝아진다. 대통령의 보좌역까지 역임하며 쌓은 정치적 식견, 월남전에서의 치열한 전투를 이겨낸 용기도 이제 새롭게 사람에게 전수되며 가치를 빛낼 것이다.
빙긋하게 웃는 어른, 막 짐을 덜어내어 홀가분해진 소년 서로 생의 의미와 지혜를 나누게 되는 모습이야말로 정말 아름답게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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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8-02-09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대간에 생의 의미와 지혜를 나누는 모습으로 보셨군요. 저도 그런 점에서
감동이었어요. 탱고, 너무 멋진 장면이었죠. 사마천님의 서재 이름이
책의 향기였군요. ^^

사마천 2008-02-10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늘 머리에 좋은 추억으로 남는 훌륭한 작품입니다. 영화에 탱고 나오는 레스토랑이 뉴욕에 있다고 하던데 꼭 가보고 싶더군요 ^^
 
이키루 - [초특가판] 일본 고전명작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 시무라 다카시 외 출연 / 프리미어 엔터테인먼트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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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흑백 화면에 소리도 깨끗하지 않고 아무런 스펙터클도 없는 일본 영화지만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은 다른 여느 작품 보다 크다.

매일 반복적인 생활을 하는 시청 공무원이 있다. 시민과장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그는 반복적으로 도장만 찍어댈 뿐이다. 마침 한무리의 아주머니들이 자신의 집앞에 공원을 만들어달라는 민원을 들고와도 그는 그냥 듣고 다른 부처로 보낼 뿐이다. 이게 공원과의 일인지 토목과의 일인지 이곳저곳 다니다가 결국 아무런 해결이 없다. (딱 이 대목에서 우리나라 공무원 내지 노무현 정부 같지 않은가? 보다가 실소를 금치 못했다)

그런 그에게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바로 위암 선고를 받은 것이다. 이제 시한부 인생이다.

곰곰히 자신을 돌아보니 무엇을 위해 살았는지 발견하기 어려웠다. 가장 소중했던 명분은 아들이었다. 아내를 젊어서 잃고 홀로 키우며 갖은 고생을 다했다. 그런 아들이지만 이제 관심이 있는 것은 아버지의 퇴직금 정도라는게 너무 가슴에 슬픔을 안겨주게 되었다. 안그래도 위장약 먹다가 쓰리게 된 속에 말이다.

잠시 환락도 추구해보았다. 어느 착한 시인이 자처하는 메피스토의 모습에 이끌려서 말이다. 이곳저곳 다녀보았디만 그건 본래 그의 체질은 아니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그가 찾게된 깨달음은 무엇일까?

작은 아이들 완구를 만드는 옛 부하직원이 던진말은 자신이 돈만 벌기 위한 노동자가 아니라 이 만듬을 통해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데 자신의 의의를 찾는다고 했다.

그래 바로 이 대목이다. 삶은 남을 위해서 살아서는 안된다. 더 해서 각자가 할 수 있는 소명을 찾아야 한다. 그냥 때워서는 안된다. 나에게 주어진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서 무엇인가 남을 위한 일을 해야만 한다.
인간이 공동체라는 것은 나에게 먹을 것을 위해 흙을 파야 할 노동을 면해주었다. 반면 당신이 세상이 기여하는 것이 무엇인지 묻게 된다.

짧은 시간에 그로서 최대한 많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일은 바로 그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서 사람들이 절실히 바라던 공원을 만들어주는 것이었다.
그 앞길은 그냥 마음만 먹어서 되는 것은 아니었다. 얼마전 자신처럼 뭉개고 가만히 버티는 다른 과장들을 설득하기 위해 3일간 옆에서 설득하기도 하고 말단에 까지 머리를 숙이는 것은 약과다. 처음에는 모멸감 주는 상사는 나중에는 권위로 제압하려고 한다. 옆에서는 다들 말린다. 왜 가만 있으면 중간이나 가는데 나서서 정맞냐고... 더해서 가끔은 야쿠자한테 신변의 위협도 받는데 목숨도 별로 아까와하지 않는 그의 모습에 상대방이 질려버렸다. (하긴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는데 ... )

이 대목에서 삶이란 무엇인가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주인공은 먼저 자신의 삶이 이제 끝나감에 따라 무엇이 세상에 남는지를 물어갔다.

전통적인 의의는 인간 복제, 즉 자손을 남기는 것이고 당연히
1번으로 떠올랐지만 실제 확인해 보니 그만큼의 의의는 가지기 어려웠다.
아들은 그냥 낳고 키우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준 기쁨 이상의 답이 되지 않았다.

다음으로는 유형적인 사물, 즉 자신이 만든 공원이 남게 된다.
눈에 보이는 이 공간속에서 존재감을 얼마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공원의 이름에 자신의 이름이 박힌 것도 아니고
개소식에서 공치사라도 자신의 이름이 거론된 수준도 아니다.
오히려 공을 가로채려는 상사들의 행동들이 눈에 거슬리기는 했다.

그래도 더 남는 것은 역시 사람들의 마음 일 것이다.
적어도 혜택을 입는 많은 아줌마 등 많은 사람들은 그가 진정으로 이 일을 하고 싶었고
제대로 노력했다는 점을 잘 알고 감사의 예를 표한다.
더해서 주변의 동료들에게 좋은 자극이 되었다.
일을 하기 위해 직접 흘린 땀과 수고에 대해 이들은 잘 알고 자신 스스로 비교하면서
개인들로서 느낀 바가 많다.
덕분에 그들이 우리도 고인의 사례를 모범으로 삼아 제대로 해보자하고 마음 먹고 결의하는 것
(실제로는 잘 안되지만)은 분명 사람을 변화시킨 것이다.

고대로부터 영웅은 꼭 대단히 힘을 많이 쓰고 전장에서 무공을 세운 사람만 뽑아서 열전이라고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사마천의 사기를 보면 하나의 절의를 지킨 자객이라던가 장사꾼,예인들에 대해서도 그 삶의
의의를 발견해서 기록을 남겼다.
주변을 자극하고 마음의 변화를 주어 오래 기억에 남는 것 이것이 또 하나 삶이 영원히 지속될
수 있는 장치의 하나다.

우리 삶 속에서도 교훈은 계속 이어진다.

작가는 존재의 가치를 외부에서도 내세에서도 찾지 말라고 한다. 바로 오늘 당신 자신에게서 찾아 스스로 변하면 그 여파는 점점 퍼져 주변의 모두에게 의의를 준다고 말이다.

하루의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입하고 머리를 차지하는 당신의 일 그 자체에서 매력을 찾지 않는다면 어느 것도 한계에 부딪힐 따름이다.
그 일을 잘 해나감이 바로 내일의 나를 더 낫게 만들고 궁극적으로는 삶의 마지막에 아쉬움이 없도록 해주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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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술 2007-05-01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무현 정부라는 대목에서 저도 웃었습니다.

사마천 2007-05-02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 역시 걸작인 것 같습니다.
노무현 정부 ㅎㅎ
 
라디오 스타 일반판 (2disc) - 할인행사
이준익 감독, 박중훈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07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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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시대는 듣기 위주다. 전파를 통해 흘러나오는 곡이 좋으면 물결이 되고 나중에는 거대한 파도가 되어 사방에 퍼져나갔다. 라디오는 그 진원지였고 그 파도를 잘 타는 사람들은 곧 스타가 되었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 사람들이 놀던 공간은 라디오에서 이제 TV와 인터넷이 되어버렸다.
TV는 무엇보다 보는 즐거움을 원한다. 밋밋하게 서서 부르는 노래 보다는 이왕이면 예쁜 얼굴,
서 있기 보다는 춤추기를 원하게 된다.
최근 HD 방송이 활발해지자 정말 피부 좋은 사람들을 찾게된다는 이야기도 있을 정도다.

더불어서 가사가 바뀌었다. 미국식 랩이 들어왔는데 여기에 사회 비판 이야기가 잘 실려 청소년들의
심금을 울려버렀다. 공연장으로 우르르 몰려가는 아이들이 원했던 것은 밋밋한 이야기가 아니라
직설적인 메시지들이다. 특히 사회성이 잘 담긴.

이런 시대는 라디오 스타들이 적응하기 힘든 공간이다. 몸도 무거워 율동을 하기는 쉽지 않다.
원래 춤추며 노래 잘하는 애들은 거꾸로 춤만 추고 노래는 립싱크로 때우지 않는가?
야 저것들은 정말 노래를 모독하는 거야 하고 불만스럽게 해도 이미 많은 관객들을 빼앗기고 만 다음이다.

아니 빼앗긴 것이 아니다. 그냥 원래의 팬들과 함께 늙어버렸을 뿐이다.
그리고 그 팬들은 더 이상 노래를 듣지 않는다. 특히 사지도 않는다. 하지만 노래방에서 자신들만의 레퍼토리로 스스로 부르기를 원한다. 덕분에 마음 한구석에 분명 강하게 남아있으면서도 그들은 더 이상 경제적으로 과거와 같이 생존하기 어렵게 되어버린다.

더구나 곳곳에 새로운 스타들이 나오고 있는 현실에서는 말이다. 인터넷에 뜨는 UCC 스타. CD가 아니라 스스로 편집하는 MP3 음반들. 이렇게 다양해지는 환경 속에서 점점 라디오 시대의 스타가 살아갈 공간은 좁아진다.

그런데 이걸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 바로 스타다. 과거의 성공체험이 크면 클수록 그때 굳어진 행동 양식에서 벗어나기가 어렵다. 야 이대로 하면 잘 되었어 하고 말만 할 따름이다.

그럼에도 그들이 사는 방법은 깨달음을 통한 변화일 것이다.
노래부르던 높은 공간에서 갑자기 확 아래로 뛰어내리는 멋진 장면이 있다. 그런데 누가 그를 받아주나?
온 힘을 다 던져 우리의 우상의 털 하나 다칠까봐 몸으로 받치는 사람들. 바로 그들이 팬이다.
어제 얌전한 교실 속 소녀, 회사의 오피스 레이드로부터 그 열정을 끌어낼 수 있는 힘이 바로 스타의 위력이다.

이제 과거에는 무리로만 보던 그 사람들을 하나 하나 바닥에 서서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한명 한명을 볼 때 참 모습은 더 잘 보인다.

자신이 대접 받고 싶은 만큼 남을 대접하라. 오랫동안 내려오던 이 규칙이 여기에도 똑 같이 적용된다.

영월은 좁은 공간이다. 다방의 커피 배달 아가씨, 짜장면집 주방 아저씨, 고스톱 치다 룰 가지고 싸우는 할머니 등 하나 하나의 사람은 모두들 소중한 인생을 살고 있다. 각자가 스토리를 가지고 있고 각자가 자신의 삶이 소중하다.
그들의 아픔과 고민을 하나로 품어가면서 어제의 라디오 스타는 이제 시련을 이겨낸 존재로 하나 이상 업그레이드 되고 있다.

우리들 삶에서도 이런 존재를 자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어제는 대기업의 임원으로 사방을 호령하다가 오늘은 작은 곳에 몸담게 된다. 하지만 아직 가오가 남아 있어서 눈을 부라리며 주변을 대한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여전히 꽁한 마음이 남아 있다. 내가 왕년에는 혹은 내가 이런 곳에 머물 사람은 아닌데 등등.

하지만 이제 잘 알아야 한다. 그리고 바뀌어야 한다. 정말 필요한 사람은 이제 내가 연락을 해야만 만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렇게 먼저 연락하는 것이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만약 여전히 과거의 지위 격차를 생각해 이것들이 왜 나에게 숙이고 들지 않을까 하면서 배은망덕 한놈 외쳐보았자 돌아오는 것은 공허한 메아리 텅빈 접견실, 방문객 일지의 빈 공간일 뿐이다.

세상의 넓음을 아는 것은 물론 산의 정상과 같이 높은 곳에서 였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의 깊이를 아는 것은 아마 바닥과 같이 낮은 곳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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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술 2007-03-04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저기 아래 아는 여자 리뷰를 읽고 궁금한 게 생겨서 글 남깁니다. 아는 여자 리뷰에 '회사일을 전쟁처럼 하는 동료 얘기를 딴 글에 쓴 적이 있다. 끝이 좋지 못했다'라고 적으셨거든요. 사마천님 서재 기웃거린 지 꽤 되지만 그 동료 얘기는 아직 못 읽었거든요. 어느 숨었는지 힌트를 좀 주시와요. 앞으로는 내성적 성격도 고칠 겸 흔적을 종종 남겨 보겠습니다. 실은 전에도 한 번 님 서재에 첫인사를 남긴 적 있는데 그것만 남기고 도로 잠수타고 있었다가 아는 여자 리뷰 보고 궁금함을 견딜 수 없어서.

사마천 2007-03-04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제 있었던 일이라 그 분이 제 글을 읽으면 멱살잡고 덤빌까봐 조심스럽기는 합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참 좋은 재능 너무 아깝구나 하는 안타까움도 있습니다.
마이페이퍼 링크 주소 : http://www.aladdin.co.kr/blog/mypaper/666816

사마천 2007-03-04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제 마이페이퍼 구조를 보면 캐리어라고 되어 있는데 그 아래쪽 글들이 그런 유형의 캐리어에 대한 이야기들입니다. 한번 참조해보세요 감사 ^^

심술 2007-03-05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유,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