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오전 7시 30분에 집을 나서서 휴게소에서 아침 먹고 꽉꽉 밀리는 경부고속도로를 겨우 통과하여 청주에 도착하니 11시가 훨씬 넘었다. 누가 가라고 시킨 일도 아니니 불평불만을 품으면 안되는 일. 

옛연초제조창을 살려서 전시공간으로 꾸며 놓은 것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건물이 크고 깊어서 작품이 다소 왜소해보이긴 하지만 그것도 생각하기 나름이고 보기 나름이다. 

하지만, 그러나, 작품만 있고 그 작품 옆에 당연 있어야 할 작가이름이나 작품명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있는 거라곤 수인번호 같은 번호와 한쪽 벽에 고고하게 붙어있는 QR 코드뿐.  스마트폰으로 작품 설명을 보라는 얘긴가 본데, 7년째 사용하고 있는 내 휴대폰으로는 도저히 감당 못할 일이다.

첨단으로 가는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기가 벅차다는 생각이 들다가 불끈 짜증이 나는 건 내 못난 탓?  

관람객중에는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이나 어린이들도 많고 나처럼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들도 많은데, 이렇게 무시당하며 관람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물론 한쪽 구석에는 작품 도록이 긴 끈에 묶인채 대롱대롱 달려있긴하지만 일일이 책을 뒤적거려 볼 사람이 몇명이나 될까? 연신 사람들로 복작거리는 공간에서 말이다. 

무릇 공예라 함은 '손'으로 만든 작품을 일컫는 말일텐데 내 몸의 한계를 벗어난 이 첨단과의 괴리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는지... 이번 행사의 슬로건인 '유용지물'이란 단어를 내내 되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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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이 페이퍼를 쓰려면 알라딘에 나와 있는 '새로운 책' 코너 만으로는 부족하다. 구독하는 신문 한 종류에 오마이 뉴스(http://www.ohmynews.com)를 약간 참고하여 쓰지만 늘 새로운 정보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여기저기 뒤지고 다니기에는 내 일상의 삶이 발목을 잡는다. 회를 거듭할수록 이 페이퍼를 작성하는 게 숙제처럼 여겨진다. 알라딘에서 분류해놓은 에세이 부분의 신간을 훑다보면 에세이라는 분야가 포괄하는 폭이 어디까지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새삼 에세이가 어려워진다고 할까. 그건 그렇고, 새 책은 새로나온 그 무엇보다도 반갑다.  

 

제목에서 오랫동안 숙성된 된장을 떠올린다. 예전부터 귀에 익은 작가지만 사실 이 분의 책은 읽어본 게 별로 없다. 그러나 귀에 익은 오래된 작가이기에 그의 글에서 어떤 오래 묵은 빛깔이나 향기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외국인이 쓴 한국체류기. 우리를 바라보는 이방인의 생각이 퍽 궁금하다. 우리는 우리끼리 잘났다고 하지만 그건 우리만의 생각일 때가 더 많다. 우리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궁금하다. 

 

 

 

 

 

'기자의 눈으로 바라본 지구촌의 눈물과 희망 메시지 "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책이다. 예리한 기자의 눈으로 보는 지구촌 구석구석을 들여다보고 싶다. 내면보다 외부로 멀리 던져진 시각으로 이 세상을 읽고싶다. 

 

 

 

 

지리산을 누비고 사는 시인 이원규의 산문집이다. 그의 오토바이에 편승한 기분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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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알라딘 무료 문자메시지 서비스를 잘 활용하고 있다.  게다가 문자보관함까지 있다. 다음은 나의 일상적인 문자 생활 모습이다. 물론 나의 무능을 드러내는 행위이기도 하다.

8월 29일 : 00 , 주번학급 봉사활동 불참,5교시 무단결과, 다른 반 학생과 시비,교과서 찢어서 던지기..놀부 같은 하루를 보냈답니다. ......( 이 녀석은 전교에서 짱으로 불리는 거물급 말썽꾸러기이다. 아이들 조용히 시킬 때는 나 보다 더 잘한다.)

8월 31일 : 00, 청소도망, 도대체 준법정신이란게 전무하네요. 녀석한테 기대할 게 없다는 게 슬프네요. 벌점 때립니다. ....( 위의 짱 녀석으로 청소는 우습게 여긴다. 부모는 멀리 떨어진 도서지역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대입 재수생인 형이 전적으로 부모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부모의 보살핌 없는 야생 내지는 방목에 가까운 생활을 하고 있다. )

9월 2일 : 00, 말을 조심하지않고 뱉어내는 습관때문에 오늘 제게 혼났습니다. 매일 이런 상황의 반복이어서 피곤하고 지도가 어렵습니다....( 이 녀석은 1학기 때 식판을 2~3주 동안 사물함에 넣어두었다가 발각되어 호되게 꾸지람을 들은 녀석인데 말도 안되는 소리를 질러대는 통에 대거리하다가 결국은 싸움으로 번지기까지 한다. 상대방 생각을 해 본 적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런 적 없단다. 어릴 적 부모이혼으로 인한 충격으로 인간에 대한 불신 내지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다.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9월 7일: 00,교실 바닥과 벽에 침 뱉는 버릇이 고쳐지지않는군요. 바른 모습을 늘 기대하지만...( 역시 위의 짱 녀석이다. 일 년 내내 고치지 못하는 버릇이다. 물론 담배 탓이다.)

9월 7일: 000, 교복 속에 흰색옷을 입을 수 있도록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 수업 시간에 엎드려자기 일쑤. 자지 말라고 하면 '수업을 재미있게 해야 안'자지 재미도 없는데 어떻게 안 자냐고 목에 핏발을 세워가며 따지는 녀석이다. 감정 기복이 심하고 남에 대한 배려 같은 거? 해본 적 없다. 색깔 티 입는다고 늘 지적을 받아도 끄떡하지 않는 강심장이 녀석이다. 중1짜리의 심성이 너무나 거칠다. )

9월 8일 : 00가 교과서가 없어서 수업시간을 그냥 흘려보내고 있습니다....( 고정 멤버가 여럿 있다. 오히려 책이 없어서 즐거운 인생들이다.)

 

때때로 선생도 학생에게서 상처를 받는다. 이런 문자메시지의 목적은 학부모에게 고통분담을 요구하는 것이다. 자녀 교육을 학교에 전적으로 맡겨버리는 부모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에 종종 놀란다. 감당하기 버거운 책임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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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변화무쌍한 나라에 살아서 그런가. 내 마음도 덩달아 늘 변화무쌍하게 바람을 탄다.  

읽고 싶은 신간에세이를 처음 쓰기 시작할 땐 나름 즐겁더니 이제는 그 기분도 시들시들해진다. 내가 거론한 책들이 그간 별로 선택을 받지 못해서인가. 이번에도 별 기대감없이 몇 권을 뽑아보지만 누군가 내 손을 들어주리라고는 애초부터 마음 먹지 않기로 한다.  

 

나는, 꼭 행복해야 하는가. 나는, 꼭 남들처럼 살아야 하는가. 나는, 꼭 조직에 충실해야 하는가. 나는, 꼭 부모에게 효도해야 하는가. 나는, 꼭 자식을 훌륭하게 키워야 하는가. 나는, 꼭 나다워야 하는가...이렇게 질문을 던져보게 하는 이 책이 무척 마음에 들지 않나요? 

 

 

 

 

나는 이 분을 볼 때마다 우리 큰 오빠가 생각난다. 몸집도 비슷하고 몸 재주 많은 것도 비슷하다. 얼굴은 우리 오빠가 조금 더 잘 생겼는데...때를 만나지 못했다. 그보다 꿈이 없었다. 이 분의 꿈을 엿보고 싶다. 

 

 

 

 

산 속에서 사는 사람들 얘기도 궁금하지만 세상을 무대 삼아 걸릴 것 없이 사는 사람들 얘기는 더욱 매혹적이다. 잠시 고민해본다. 산 속에서 살까, 세계를 무대로 누빌까. 이 두 세계를 한꺼번에 살아보는 건 어떨까. 하여튼 재밌을 성싶다. 

 

 

 

 

 

그래도 아직은 세계를 누비고 싶다. 온갖 나라에서 온 사람들과 친구가 되는 꿈을 아직도 꾸고 있다. 

 

 

 

 

 

기행집이다! 그래도 사람 얘기가 제일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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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생김새를 한번 정리해보고 싶었다.

1. 정수기 회사에서 기사가 나왔다. 말은 서비스차 나왔다고하나 7년된 정수기를 새 것으로 교체하라고 은근히 설득하기 위해서 나온 걸로 보인다. 기사가 정수기를 체크하는 동안 그 옆에 서있기도 뭣해 방으로 들어와 인터넷이나 할까하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기사 왈, 

" 인터넷도 하실 줄 아세요?" 

" 인터넷이 다 뭐예요. 블로그도 운영하는데요..." 

자꾸 내 얼굴을 들여다보는 걸로 보아 못믿겠다는 표정이다. 믿거나 말거나. 

2. 퇴근 길에는 늘 걷다보니 매일 비슷한 시간대에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있다. 한번은 내 또래의 어떤 아줌마가 말을 걸어온다. 

"아줌마, 매일 보네요. 어디 다니세요?" 

"예, 음....저기 학교에 근무해요." 

"아, 청소하세요?" 

"아니요. 아이들 가르쳐요. 아줌마는 어디 다니셔요?" 

"좋은 일 하시네요. 저는 저쪽에 있는 00아파트에서 청소해요." 

3. 식구들과 어떤 이야기를 하다가 6촌 동생 얘기가 나왔다. 건강이 좋지 않아 직장에 다니지 못해서 안타깝다는 말 끝에 형제 중에서 인물이 닮은 사람이 별로 없고 좀 처지는 것 같다고 말했더니, 얼마나 못생겼는지 궁금해하는 딸이 한마디 물어온다. 

"엄마 보다?" 

4. 몇 년 전 일이다. 이것도 퇴근 길에 만나는 사람과의 대화다. 종종 마주치는 한 아주머니(나보다 10년 연상쯤된다)가 뭔가 궁금했는지 말을 걸어온다. 

"아줌마는 어디 다니시우? 00공단에 다니우?" 

"아니요, 저~기 학교에 다녀요." 

"거기서 뭘하우? (혹시 학교 식당에서 일하우?)" 

"그냥.... 아이들 가르쳐요." 

"그러면 선생이우?" 

"예. 아주머니는 무슨 일 하셔요?" 

"그전에 00공단에 다니다가 지금은 쉬고 있다우." 

5. 그간 연락도 뜸하던 대학 동창이 오랜만에 전화를 했다. 얼마전 대학 총동문회에 다녀왔다며 동창들의 소식을 물고왔다. 그중에는 벌써 세상을 떠난 친구들이 둘이나 있었다. 내 기억에 그들은 인물이 곱고 상냥한 성격으로 여자인 내가 봐도 괜찮은 외모를 갖고 있었다. 가족에게 그 얘기를 하며 "역시 미인은 박명인가봐."라며 혀를 쯧쯧 찼더니, 가만히 듣고 있던 딸내미가 한마디 던진다. 

"엄마는 걱정마. 엄만, 불사조야." 

6. 가족이랑 <혹성탈출> 영화를 즐겁게 봤다. 뭔 얘기 끝에 남편이 그런다. 

"당신은 영화에 나오는 침팬지의 (얼굴은 물론) 눈도 닮았네그려. 노랗고 초록빛이 나는 게 똑같아. 흐흐흐흐흐"

7. 이건 푸릇푸릇한 내 20대의 얘기다. 친동생 같은 이종사촌동생이 어느 날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누나, 누나는 말야. 이모와 이모부의 안 좋은 부분만 닮은 것 같애." 

그러고 세월이 흘러 각각 자식을 한 둘씩을 둔 중년이 되어가고 있는데, 어느 날 이 이종사촌동생의 처되는 사람, 그러니까 올케가 이런 말은 하는 거다. 

"고모, 00(내 딸아이)는 고모와 고모부의 좋은 점만 닮았어요." 

 

진화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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