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딸들 - 뒤라스, 보부아르, 콜레트와 그들의 어머니
소피 카르캥 지음, 임미경 옮김 / 창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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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라스, 보부아르, 콜레트, 프랑스를 대표하는 여성 작가 세 명을 각자의 엄마와 딸의 관계를 집중 분석하여 엮어낸 책이다. 모녀간의 모질고, 치열했던 사랑의 관계는 결국 글을 써야 했던 이유였고, 글을 씀으로 딸들은 어머니를 한 여성으로 관대하게 바라 보는 계기가 된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어떤 어머니가 되어야 할지? 생각이 많아지기도 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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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레트의 어머니 시도는 딸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집착하고, 소유하려는 의지가 강하여 콜레트 또한 그런 어머니에게서 벗어나 주체적인 본인의 모습을 찾아가는 삶을 선택한다.
콜레트의 어머니는 콜레트가 훌륭한 대작가가 되길 기대하고, 격려하고, 독려하였으나, 콜레트는 부담의 짐이 되었다.
막상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어머니의 나이가 되니 콜레트는 어머니의 마음과 상황을 가슴으로 이해한 듯 하다.

엄마와 딸의 관계란 무엇인가?
줄곧 질문이 따라다니게 만드는 책이었다.

아이와의 줄다리기에서 지는 쪽은 매번 어머니이다.
해결책은 이 악순환을 끊어버리는 일이다. 불평하고 꾸짖는 일을 멈춰야 한다. 대신 사랑의 전략을 써야 한다. 연인들 사이에서 활용되는 거의 연애전략 같은 것이다. 아이가 다시 입을 열어 말하게 하려면 조심스럽게 다가가야 하고, 요구하는 대신 받아들여야 한다……… 어째서 우리는,
어머니들은 이런 일에 번번이 실패하는 것일까?
시도는 딸의 침묵 앞에서 식물의 침묵과 맞닥뜨릴 때처럼 무력하다. 사고작용이 멈춰버릴 정도다. 그처럼 지적인 어머니, 선인장꽃의 개화를 기다릴 수 있을 만큼 인내심강한 이 어머니가 딸의 침묵 앞에서는 자기 통제력을 잃는다. 딸을 대하는 시도를 보면 서툰 정원사가 물을 주고 또주는 바람에 결국 화초가 물에 잠기는 모습이 떠오른다.
어머니와 아이, 특히 어머니와 딸의 관계는 한 존재와 다른 한 존재의 관계이다. 즉 어머니와 딸의 사랑도 연인의 사랑과 다를 바 없다. 요구한다고 얻어지는 사랑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우선 상대방을 향해 서서, 자신의 이야기를하고…… 그러고는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시도는 나이 들고, 병도 들고, 게다가 소유욕을 버리지 못한다. 정신의학자 마리 리옹쥘랭은 딸에 대한 기대와 기다림이 과도한 어머니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진단한다. "그런 어머니들은 딸을 사랑하고 딸에게 관심을 기울인다는 인상을 준다. 하지만 그럼으로써 그들은 사실 자신이 사랑을 받으려는 것이다." - P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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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7-18 22: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식이 원하는 어머니와 어머니 자신이 생각하는 어머니의 이미지가 같은 경우는 거의 없을듯요. 저렇게 훌륭한 글을 쓰는 작가들 대부분 어머니와의 관계가 좋지만은 않았을 듯한데요. 그 두 존재의 긴장에서 오는 고뇌가 글쓰기를 가능하게 하지 않았을까 짐작해봅니다. ㅎㅎ

책읽는나무 2022-07-19 09:07   좋아요 0 | URL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여자는 많이 배우지 않아도 된다, 여자는 몸가짐이 올발라야 한다, 결혼을 잘 해야 한다. 라는 사고 관념이 강하던 시기였던지라 생각했던 것보다 더 관계가 좋지 않았네요.
특히 뒤라스 작가의 경우는 큰아들만 편애하여 오냐오냐 키워, 뒤라스는 오빠에게 폭력을 당하고 컸어도 옆에서 엄마는 묵인하고 방치했더군요.ㅜㅜ
그럼에도 대작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녀들이 어릴 때부터 조숙했었고, 지능이 뛰어났던 덕분이 아녔을까? 싶어요. 성숙했었기에 어머니와의 관계도 결국엔 스스로 용납하고, 화해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구요.
자서전을 읽는 느낌이었습니다.
콜레트라는 작가는 처음 이름을 알게 되었는데 그녀들의 소설을 읽어 보아야겠어요. 특히 뒤라스의 ‘태평양을 막는 제방‘은 어머니의 모습이 많이 담겨 있는 소설이라는군요? 알라디너님들 리뷰로 먼저 접했었는데 그 소설도 읽어봐야겠구요.
보부아르와 콜레트 작가도 그 작품을 읽고, 언급했더라구요^^
 

시몬 드 보부아르의 어머니는 딸에 대한 애정과 헌신이 넘쳤지만, 그 잣대와 기준이 엄격하고, 까다로워 시몬의 기민함과 영리함은 그 틀 속에 가둬지기는 커녕 숨 쉬기 힘들어 했었고 점차 반항적인 면모로 나아갔다. 사춘기 딸과 어머니의 관계는 끊어진 줄과 같았으나,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해 시몬 드 보부아르는 비로소 어머니와 마음 속으로 화해를 했고(어머니도 시대에 희생된 여성이란 생각에 이르렀다.), 회한에 힘들어 했지만, 그녀는 더욱 더 강인한 정신력을 갖춘 위대한 철학자가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글의 마지막 부분 사르트르와의 대화가 마음에 든다.

그렇다. 시몬은 어머니에 대해 글을 쓸 것이다. 어머니는 결함투성이였고, 강철 같은 의지를 넘어 독선적이었고,
그의 사랑은 넘치다못해 어긋났지만, 시몬으로 하여금 자유를 향해 나아가게 한 것은 바로 어머니의 그 결함과 비타협성과 무절제한 사랑이다.
글을 쓸게.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 아니, 그보다는 늙음에 대해 쓸게." 시몬이 대답한다. "늙음이 진행되는 과정에 대해, 사회 안에서 나이 든 사람에게 주어지는 자리에대해. 또 고통에 대해서도 『제2의 성의 노인 버전이라고 할까...." - P272

시몬은 다시 울음을 쏟아낸다.
"어머니가 돌아가셨어, 사르트르, 그래도 살아야지. 끝까지 살아야 해. 지금 이런 말을 한다는 게 어울리지 않는걸 알지만, 이야기하고 싶어. 나와 넬슨 사이의 일을 후회하지는 않아. 그건 삶의 여담 같은 것이니까. 사르트르,
정신은 아무것도 아냐. 우리를 지배하는 건 바로 육체야!
그러니 우리가 어떤 질문에 답을 얻기 위해 그렇게 맹렬히사유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지 자문해봐야 해. 개념을다가 삶을 놓치고 있어. 우리는 이미 안전선을 넘어갔어. 남은 시간이 별로 없어."
시몬은 목이 멘다. 한번도 운 적이 없다가 오늘 처음으로 울어보는 기분이다. 분노한 적은 많았다. 하지만 이렇게 눈물을 쏟아본 적은 없었다.
전화선 저편에서 사르트르가 담배를 한모금 빨아들이고 있을 것이다.
이윽고 그가 비음이 섞인 느릿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살아야지, 더 치열하게. 당신 말이 옳아, 카스토르, 살아야 해. 살면서 사랑하고 글을 써야 해. 글을 쓰고 사랑하면서 살아가야 해. 어디로든 당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해. 다만 전보다 더 치열하게 나아가기만 하면 돼" - P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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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그리트 뒤라스 작가에게 마리 도나디외라는 엄마는 큰 오빠만을 편애하여 뒤라스 딸에게는 무심한 엄마였다.
‘모범적인 어머니‘상이 아녔기에, 뒤라스는 자신만의 길을 찾아 일찌기 자아를 찾고, 특유의 상상력으로 자신만의 글쓰기를 선택할 수 있었다고 하니 참 아이러니하다.
특히 뒤라스는 <태평양을 막는 제방> 소설에서 어머니를 모델로 그려낸 것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뒤라스의 소설은 아직 읽어보질 못했고, 그저 <연인> 영화만 보았었기에 뭐라고 느낌을 말할 수 없는 작가이지만, 유년시절 그녀의 이야기들은 좀 측은하게 느껴진다.
책을 읽고 나면 뒤라스의 소설들도 찾아 읽어봐야겠다.


열한살인마르그리트는 원주민여자아이들처럼 자기 일을 혼자 알아서 한다. 그건 오빠들도 마찬가지다. 맨발로 산책하고 숙제도 혼자 해낸다. 마리 도나디외는 피로에 절어 아이들을 돌볼 여력이 없다.
기질이 열정적인 사람들, 작가의 꿈을 품은 이들이 대개 그렇듯이, 마르그리트는 늘 아침 일찍 일어난다. 마르그리트는 동틀 무렵을 좋아한다. 그 시간이면 마음껏 숨 쉬고,
상상하고,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욕구가 샘솟는다. 이른 아침, 머릿속으로 문장들이 몰려온다. 시구가 떠오를 때도 있다. 그럴 때는 시구를 종이에 끄적거려본다. 마르그리트가 일찍 일어나는 걸 좋아하는 이유는 사실 밤의 어둠이 두렵기 때문이다. 이곳 빈롱의 밤은 너무 어둡다. - P84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어머니가 ‘문학에는 까막눈‘이었다 해도 마르그리트는 어머니 덕분에 작가가 되었다는 점이다. 하나의 모범이 반드시 ‘닮은꼴‘을 빚어내는 것도 아니고 ‘모범적인 어머니‘가 반드시 ‘모범적인 딸‘을 낳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반모범,
이를테면 거지 여자라든가 마리 도나디외처럼 ‘어머니 역할에 실패한 어머니‘가 한갈래 혹은 여러갈래의 샛길을 가리켜 보임으로써 아이가 자신만의 길을 찾아 나아갈 수 있게 해준다. 이렇게 해서 때로 미성숙함을 노출하고 그래서 부끄러움을 안겨주기도 하는 어머니로부터 딸은 오히려 어머니가 줄 수 있는 가장 값진 영향을 끌어낸다. 특별한 그 자신만의 목소리를 빚어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뒤라스가 글을 쓰고 특유의 상상력으로 독특한 - P97

작품세계를 창조하기까지는 캄보디아에 불하받은 토지, 캄포트 부근 방갈로 가옥, 그 시절의 경험도 큰 몫을 했다. - P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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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의 미친 여자
샌드라 길버트.수전 구바 지음, 박오복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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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책, 이 한마디면 충분하다 하고, 여성학과 문학을 공부하는 여성들이 일제히 흥분해서 환호한 책이라고 하니, 어찌 동하지 않겠는가!!
흥분의 광기를 책으로 느낄 수 있다니...
그 광기 나도 느껴 보고 싶다.
무척 기대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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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2-07-14 00: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은 읽지 않았지만, 이 책 무척 두껍다는 게 생각났습니다 미출간이라는 말이 보여서 보니, 이번엔 펀딩으로 나오는 거군요


희선

책읽는나무 2022-07-14 08:47   좋아요 2 | URL
안그래도 천페이지가 넘는다더군요!!
요즘 벽돌책이 너무 많다 보니 천페이지는 놀랍지도 않네요?
꽤 오랜시간 걸리겠구나~ 예상하고 조금씩 읽어나가면 되지 않을까? 미리 쪽수 계산해 보았습니다^^
절판되어 이번에 북펀딩으로 재출간을 하게 되나 보더군요.
펀딩 수와 펀딩 금액이 어마어마하더군요.
많은 사람들이 기다려 왔었나 봅니다^^

mini74 2022-07-15 21: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광기에 탑승했습니다. 차마 펀딩이름은 남기기 부끄러워서 ㅎㅎ 나무님 같이 곱게 미쳐보아요 ㅎㅎ

책읽는나무 2022-07-17 07:31   좋아요 1 | URL
탑승하셨나요?^^
펀딩 후원자 이름 남기시지 그러셨어요.
전 작년에 도스도옙프스키 양장본 살 때는 굳이 이름을? 하고 생각 했었는데 어떻게 이번엔 좀 생각이 달라져서 남겨 보았습니다.^^
처음엔 저도 소심해져서 눈에 띄지 않게 하려고 ‘깨수깡‘으로 했다가...공쟝님이 수정해 달라고 해서, 갑자기 용기가 샘솟았는지..미친💕 책나무로 표기했네요ㅋㅋㅋ
생각해 보니까 깨수깡이 좀 장난스러워 보이더라구요^^
미니님도 펀딩 이름 남겼음 제가 밑줄 그어 드릴 수 있었는데 아쉽군요ㅜㅜ
그래도 님의 마음을 아니까, 우리 함께 미친 듯이 읽어 봅시다. 책이 어마어마하게 두껍다죠? 진짜 미친 듯이 읽어야 할 판이에요ㅋㅋ
파이팅입니다^^

mini74 2022-07-17 11:46   좋아요 1 | URL
ㅎㅎ 나무님 글 읽고 변경했어요. 미친 미니라니 ㅎㅎ 저도 책 받음 밑줄 긋고 별표해드릴게요 나무님 *^^*

책읽는나무 2022-07-17 21:41   좋아요 1 | URL
미친 사이에 하트 넣어야 좀 덜 미쳐? 보일텐데요ㅋㅋㅋ
독서괭님도 미친 독서괭이라고 쓰신 것 같던데 말이죠^^
암튼 우린 모두 잘 미쳤어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