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는 알고 있다 블랙 캣(Black Cat) 20
로라 립먼 지음, 윤재원 옮김 / 영림카디널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이야기의 시작 자체가 눈길을 확 끌어 당긴다. 한 여자가 차를 타고 가다 접촉 사고를 내고 도망을 가다 경찰에 잡힌다. 여자는 경찰에게 순간 이상한 이야기를 하고 만다. 30년전에 일어난 베서니가의 실종 사건의 헤더 베서니가 바로 자신이라는. 그러고 그녀는 변호사없이는 그간의 사정을 이야기하기를 거부한다. 경찰은 그녀를 믿지 않는다. 그녀의 말을 믿기에는 그녀가 너무 비밀을 많이 갖고 있고 교묘한 거짓말장이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거짓말을 할 필요가 있었을까? 그녀는 도대체 누구고 베서니가의 사건은 30년만에 해결될 것인지 궁금하게 만든다. 그리고 제목 '죽은 자는 알고 있다'는 무슨 말일까? 

작가는 작품을 단순한 실종 사건, 그에 따르는 잔인한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다. 과거와 현재의 비교를 통해 달라지지 않은 점과 달라진 점을 보여주고 각각의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조각 퍼즐을 맞추듯이 하나의 사건과 두 자매의 삶의 발자취, 남은 사람들의 인생까지 돌아보게 한다. 그로 인해 또한 아무 관련없어 보이는 이의 삶까지 관심을 갖게 만든다. 마치 그때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이 그들의 삶에 끼어들었듯이 말이다. 인간의 삶이란 이렇듯 혼자 만들고 감당할 수 없고 고립되기도 쉽지 않고 그 반면 고립당하기 또한 쉬운 아이러니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30년전 서니와 헤더가 실종되던 날부터 시작해서 천천히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를 슬로우 비디오를 보여주듯, 비가 내리는 흑백 영화를 보여주듯이 설명을 한다. 그 관점이 모두 제각각이다. 그날 동생 헤더를 데리고 가야 했던 서니의 심정과 언니를 따라 가고 싶고 언니의 우둔함을 비웃는 영악한 헤더의 심술굿음이 잘 묘사되어 있고 그날 하필이면 바람을 피우던 엄마 미리엄과 장사가 안되서 괜히 아내 탓만 하며 이상한 종교에 더 몰두하는 데이브의 서로 다른 행보, 아이들의 실종에 대처하는 자세를 보여준다. 또한 끝까지 아이들의 실종 사건을 해결하려 노력한 나이 든 경찰의 허무함과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것 같은 볼티모어의 경찰들의 현재의 모습까지 각 인물들을 생생하게 잘 묘사하고 있다. 특히 발로 뛰어 다니는 인판티가 인상적이다.  

실종 사건은 가장 가족을 힘들게 하는 사건이라고 한다. 살아 있는 지 죽었는 지 알 수 없어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들고 그렇다고 무작정 기다리자니 거기에만 매달리기에는 앞으로 살아가야 할 날들, 그들만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과제가 있기 때문이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한 가족에게 일어난 실종 사건은 그들 가족의 시간을 아이들이 실종된 시점에서 멈추게 만든다. 그렇게 그들은 고인 삶속에 황폐화되고 서로 어긋나게 된다. 물론 이 작품에서 미리엄과 데이브의 이혼이 아이들과 무관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그것조차도 사건과 무관하다 할 수 없다. 

작품은 이렇듯 실종 이면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아이들이 실종된 후 아이들만을 기다리며 살다 죽은 데이브, 아이들이 죽었다 생각하고 멕시코로 떠나 새 삶을 산 미리엄, 그리고 간간히 보여주는 실종된 뒤 혼자 살아남은 헤더가 어떤 일을 겪고 어떻게 살아 왔는지를 단편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읽다보면 과거와 현재, 그리고 이 사람, 저 사람 이야기가 툭툭 튀어 나와 당황하게 된다. 하지만 그런 것들 모두가 합쳐져서 하나의 현실성을 띤 작품을 만들어 냈다. 정말 희생자의 삶이 얼마나 처절한 지 교묘하게 요소 요소에 배치해두고 있어 마지막에 가슴 아프게 느끼게 된다. 정말 열다섯, 열둘이라는 나이는 삶을 빼앗기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다. 작가는 그것을 독자가 공감하게 하면서도 침착하게 읽기를 기대하는 듯하다.  

스릴과 서스펜스, 속도감있는 작품을 원한다면 이 작품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읽은 뒤 많이 생각하게 하고 좀 더 깊이 있는 추리소설을 원한다면 이 작품은 분명 만족을 줄 것이다. 여기에 과거와 현재가 만나 찾아내는 단서와 반전은 놀라움을 선사한다. 아주 단순한 사건 -실제 있었던 실종 사건을 모티브로 삼았다고 한다.-에 대한 작가의 폭 넓은 관점과 사회의 문제점, 가정의 문제점, 가장 기본이 되는 자기 자신, 인간 개인에 대한 근본적 문제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작품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결국 모두가 너무 늦게 깨닫게 되는 잘 되거나 잘못 된. 많은 추리 마니아들의 입소문이 무성하던 작품이다. 읽게 되어, 작가를 알게 되어 영광이다. 볼티모어 경찰 시리즈만이라도 출판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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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9-11-19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의 리뷰는 늘 저로 하여금 보관함을 누르게 만든다는..흑!
추천도 함께 꾸욱입니다~

물만두 2009-11-19 13:55   좋아요 0 | URL
헤헤헤 그게 제 목표일지도 몰라요^^

무해한모리군 2009-11-20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좋다. 또 땡투 보관함에 쓱~

물만두 2009-11-20 10:11   좋아요 0 | URL
읽어보시어요^^

stella.K 2009-11-30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연속 2주 마이리뷰 당선이라!
이런 일도 있군요. 이런 일 알라딘은 절대 안하는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알라딘이 그대만 좋아하는가 봅니다.
암튼 잘된 일입니다. 축하해유!^^

물만두 2009-11-30 15:02   좋아요 0 | URL
으흐흐흐 제게도 이런 일이 생기는군요^^
저도 깜딱 놀랐답니다.
감사합니다^^

요구르트소녀 2009-12-16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의 리뷰는 너무 재미있게 쓰셔서 꼭 책을 사고싶게 만들어요..
만두님께서 리뷰를 계속 잘 쓰셔서 저의 우상이 되어주세요~~! ^^

물만두 2009-12-17 10:5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아라비안 나이트 살인 노블우드 클럽 5
존 딕슨 카 지음, 임경아 옮김 / 로크미디어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개인 소유의 박물관 앞에서 미치광이를 만난 경관에서부터 시작해서 하나의 사건에 관여된 인물들이 펠 박사를 찾아왔다. 캐러더스 경사, 그 박물관 소유주와 막역한 사이인 부국장 버트 암스트롱 경, 해들리 총경이 각기 겪은 이야기와 사건에 등장한 증거물들을 가지고 기데온 펠 박사에게 사건을 해결해 달라고 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마치 천일야화를 패러디한 일일야화를 보는 느낌을 준다. 

흰수염을 단 미치광이는 갑자기 사라지고 대신 이상한 남자가 박물관에 들어가려다 경찰에 연행된 뒤 기절하는 일이 벌어진다. 그 후 박물관을 조사하다 시체를 발견하게 되어 살인 사건 수사를 하게 된다. 그곳의 경비원은 모르는 이라고 하고 우연히 만난 그곳의 딸인 미리엄 웨이드를 만나 박물관 큐레이터를 찾아 간다. 그가 사는 곳에는 많은 이들이 모여 있었는데 미리엄의 친구와 오빠, 오빠 친구도 있었다. 그들 모두는 그곳에서 파티를 벌이고 있었다고 하는데 그가 그곳에서 그들과 대화를 하던 중 가짜 경찰 제복을 입은 그들의 다른 친구가 등장해서 사건은 기묘해진다. 

누군지 모른다던 피해자는 그들이 잘 알던 자였다. 잘못하면 미리엄에게 큰 타격을 줄 스캔들을 일으킬 남자였고 그들은 그가 죽던 시각에 박물관에서 미리엄의 약혼자를 놀려주기 위한 연극을 준비중이었음이 밝혀진다. 그렇다면 이들 중 누가 범인이란 말인가? 그리고 어떻게 그 시체는 마차 안에 들어갈 수 있었을까? 캐러더스는 서막을 장식하고 뒤를 이어 자신이 살인을 목격했다는 목사가 버트를 찾아온다. 여기에 사건은 해들리 총경에게 넘어가 범인을 다 잡는가 싶었는데 순식간에 사건은 뒤집어진다. 

그 시대, 이 작품이 쓰여진 1936년을 작품속에서 잘 묘사하고 있다. 이라크가 영국의 식민 통치에서 벗어난지 꽤 되었지만 아직도 그곳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그러면서 그들 아랍인을 조롱하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던 시대에 아일랜드인, 잉글랜드인, 스코틀랜드인이 머리를 모아 피부색이 조금 다른 남자, 조금의 동정의 가치도 없는 피해자를 죽인 살인범을 찾기에 힘을 모은다. 그들이 외치는 건 정의가 아니다. 그들을 조롱하고 그들의 손에서 벗어난 범인을 응징하고 싶을 뿐이다. 

작품은 당시에는 획기적이었을 구조로 이어지고 있다. 릴레이 서술 구조를 가지고 하나의 사건에 세 사람이 이어서 살을 붙이고 조사를 더해 하나의 사건의 시작에서 끝까지를 일목요연하게, 그러면서도 자신들이 겪은 이기를 잘 전달함에 무리가 없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이유로 기데온 펠 박사가 등장하지 않고도 이야기가 마지막까지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이다. 고전적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다. 오컬트적이지 않은 딕슨 카의 정통 추리소설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한정된 공간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 그 한정된 공간에는 방이 너무 많고 또 용의자도 너무 많다. 그래도 그들의 알리바이만 제거하면 된다. 그리고 누가 진실을 이야기하는지, 누가 거짓말을 하는 지도 가려내야 한다. 모두가 자신들은 떳떳하다고 자발적으로 경찰을 찾아와 증언하고 눈물로 호소하고 여인의 매력을 발산할 지라도 흔들림없이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모든 것을 명백하게 말이다. 지문도 조사하고 비밀 계단도 조사하고 그들의 말에서 무심코 실수를 하지 않았나 심사숙고하는 진지함과 냉철함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는 기데온 펠 박사가 필요한 부족한 2퍼센트가 있었던 것이다.    

이 한밤의 광란의 이야기는 아라비안 나이트처럼 펠 박사를 잠 못들게 한다. 하지만 그는 그들의 어리석음을 조목조목 짚어줄 뿐이다. 언제 기데온 펠 박사가 등장해서 사건을 해결하나 기다렸는데 기데온 펠 박사는 마지막 에필로그에 잠깐 등장한다. 사건을 총 정리하기 위해서. 그리고 자신이 잠을 잔 게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마지막 마무리는 좀 황당했다. 하지만 기데온 펠 박사는 정곡을 찌르고 있고 그것은 독자에게 잘 전달된다. 역시 고전 추리소설의 명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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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9-11-14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추리소설 애호가라면 필독해야 될 작품이죠.만두님 리뷰를 보니 당장 읽고 싶어지는데요.
근데 뜬금없는 이야기지만 물만두님은 만두를 좋아하세요?
오늘 찾아라 맛있는 TV를 보니 변씨 만두가 맛있어 보이던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나네요^^

물만두 2009-11-14 14:26   좋아요 0 | URL
카스피님은 응당 읽으셔야죠^^
만두를 예전에 밥처럼 먹었답니다. 지금은 그냥 그래요.
 
블러드 워크 - 원죄의 심장,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23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
마이클 코넬리 지음, 김승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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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마이클 코넬리라는 작가 이름만으로도 작품을 읽는데 망설이지 않게 하는 작가가 바로 마이클 코넬리다. 그의 작품은 해리 보슈 시리즈는 시리즈대로 좋고 시리즈가 아닌 작품은 또한 크라임 스릴러로서의 매력이 넘치게 좋다. <시인의 계곡>을 읽은 뒤 나는 이 작품이 혹시 그 작품에 언급된 해리 보슈와 함께 해결했다는 작품인가 생각했다. 아니었다. 그럼 버드가 말한 헐리우드 영화로 만들어졌다는 사건? 그걸 알기 위해서는 <시인의 계곡>을 한번 더 읽어도 좋다. 아직 안 읽는 독자라면 이 작품을 먼저 읽고 <시인의 계곡>을 읽는 게 낫다. 그리고 제발 작품은 시리즈든 아니든 이렇게 앞 뒤로 연관이 되게 작가가 썼다면 연도순으로 출판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심장이 고장나서 FBI를 그만두고 심장이식을 기다리다 심장이식을 받고 이젠 아버지가 물려준 배를 고치며 어찌 살까를 생각하고 있는 매케일랩에게 한 여인이 찾아온다. 그녀는 강도 살해당한 동생을 위해 범인을 잡아 달라고 부탁하지만 매케일랩은 거절한다. 하지만 그녀의 한마디가 그를 움직인다. 그의 심장이 바로 한 아이를 남기고 죽은 그녀의 동생 것이었다는. 이제 선택의 여지가 없어진 매케일랩은 사건을 재조사하기에 이른다. 수사관들은 이미 미결 사건으로 남긴 뒤라서 그가 조사하는 것을 달갑게 생각하지 않자 그는 안면있는 기자에게 비슷한 사건이 또 있었는지 알아보고 비슷한 사건을 담당한 그전에 도움을 주었던 보안관에게서 도움을 얻는다. 점차 사건은 평범한 강도 사건에서 연쇄 살인 사건으로 바뀐다. 매케일랩은 퍼즐 조각을 맞추듯 범인이 남긴 단서들을 모으기 시작하고 그 모은 단서로 범인을 추적한다. 그때 그는 몰랐다. 그 뒤에 숨겨진 엄청난 사실을.  

작가는 과도한 잔인함, 폭력은 보여주고 있지 않다. 물론 강도 사건만으로도 충분히 잔인하지만 기존 작품들이 보여주던 그런 보여주기 위한 폭력적 잔인함은 배제하고 있다. 매케일랩은 천천히 사건을 조사하고 비디오를 열심히 본다. 그 장면에 많은 할애를 하고 있는데 그것은 근본적인 악이 어디서 오는가를 독자가 느끼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나 싶다. 작가는 그러면서 경찰이 조사하지 않고 넘어간 단서를 제대로 조사했야 하는 이유, FBI가 미해결 사건을 해결했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범인을 빨리 잡는 것이 왜 중요한지 말이다. 그것이 또 다른 사건을 막는 예방이 되기 때문이다.  

작품은 악이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고 인간이 그 악을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는 지 극한으로 몰고 간다. 매케일랩을 통해서 작가는 차근차근 범인에 접근하는 과정을 세밀하게 잘 나타내고 있다. 그렇게 숨죽일 필요없이,  과도하게 긴장하지 않아도 되게 처음에는 경찰 소설을 읽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매케일랩이 진정한 사건의 의미를 안 순간부터 작품은 숨 막히는 악의 도가니에 빠지게 되고 심장이 조여드는 느낌을 공감하게 만든다. 인간이 극복해야 하는 것들은 많다. 하지만 인간에게 죄책감을 심어주고 극복하기를 바라는 건 힘든 일이다. 이건 자신의 근본을 탓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나는 추리소설을 읽는 동안 왠만한 악인, 최악의 범죄자를 봤다고 생각했는데 세상에나 정말 최악의 범죄자가 남아 있었다.  

등 뒤를 조심하라. 매케일랩의 아버지가 배에 붙인 '더 팔로잉 시'의 숨겨진 뜻이자 이 작품의 숨겨진 뜻이다. 범죄자는 항상 등 뒤를 노린다. 당연히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등 뒤로 와서 순식간에 집어 삼킬 수도 있다. 그때가 언제인지, 누가 그러는지 희생자는 알지 못한다. 그저 당할 뿐이다. 왜 당했는지 알기라도 했으면 하는 것이 피해자 가족의 바람이다. 누가? 왜? 이유를 알고 싶다. 그건 경찰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언제나 걷는 피해자 위에 뛰는 경찰, 그 위에 나는 범죄자라는 공식이 있다. 범죄자는 늘 자신의 뒤를 조심한다. 심지어 다른 사람의 등 뒤에 함정을 파기도 하고 자신의 등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래도 결국 피투성이가 되더라도 악의 등 뒤를 쫓아가서 제거해야 한다. 아마도 그것이 매케일랩같은 이들의 숙명이 아닐까 생각된다. 

마이클 코넬리 최고의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는 이 작품을 다 읽고 나는 '오, 마이 갓!'을 외쳤다. 정말 잔인한 이야기다. 아이고 맙소사. 매케일랩에게 신을 믿으라구? 이런 상황을 매일 겪다가 심장이 고장난 FBI 프로파일러한테? 그거야 말로 잔인한 일이다. 이런 일이 현실에서 일어난다면 무서울 것 같다. 악이 그림자가 날로 커지는 것 같아 두렵기만 하다. 이런 작품을 쓰다니 작가는 정말 대단하다. 느긋하게 서서히 다가가다가 이렇게 처절하게 현실적인 느낌을 주는 <시인>과는 전혀 다른 작품을 작가는 만들어냈다. 바로 이 점이 마이클 코넬리를 크라임 스릴러의 대가로 만든 것이리라. 그의 상상력은 악마적이라고 말하고 싶다. 사람들이 왜 마이클 코넬라를 크라임  스릴러의 대가라 부르는 지 알고 싶다면 이 작품을 보라. 마지막까지 절대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최면을 걸리게 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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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9-11-11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라임 스릴러? 그게 뭔가요?

물만두 2009-11-11 22:30   좋아요 0 | URL
범죄소설이지요. 그냥 추리소설이예요.

이매지 2009-11-23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 마이리뷰 축하드려요~
산전수전 다 겪으신(?) 만두님께서 최악의 범죄자라고 하니 혹하네요.
워낙 코넬리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

물만두 2009-11-23 14:0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읽어보시면 공감하실 겁니다.
그럼 읽으셔야죵^^
 
유괴증후군 증후군 시리즈 2
누쿠이 도쿠로 지음, 노재명 옮김 / 다산책방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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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쿠이 도쿠로의 증후군 시리즈 두번째 작품이다. 이번의 소재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유괴'다. 아이들이 유괴된다. 범인은 그 가족이 마련할 수 있는 범위에서 돈을 요구한다. 일반적인 유괴사건에서처럼 거액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 소액, 유괴 금액으로는 의아할 정도의 금액만을 요구한다. 그 돈을 받으면 다음날 아이를 무사히 돌려준다. 대신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 조건으로. 부모들은 아이가 무사히 돌아온 것에 감사하며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중 한 사람이 경찰에 신고를 한다. 

한편에서는 다마키 게이고의 비밀수사팀의 일원인 탁발승 무토가 또 다른 유괴 사건에 연관이 된다. 우연히 같은 지하도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휴지를 나눠주며 그림책을 그린다는 남자는 사실 유명한 기업의 외아들이었고 아버지가 반대하는 한국 여자와 결혼을 해서 집안과 인연을 끊은 상태다. 그런 그의 간난 아기가 유괴되고 1억엔이라는 돈을 범인들이 요구를 한다. 거기에 돈의 운반자로 무토가 지목된다. 경찰에게 용의자로 의심을 받기도 하지만 잘 전달하고 아이를 돌려 받을 생각이었던 무토는 그만 돈을 빼앗기고 아기는 살해된 채 발견된다. 

각각의 유괴 사건을 소액 유괴 사건은 그 사건에 연관된 사람들이 먼저 움직이며 사건을 진행시키겨가고 무토가 연관된 유괴 사건은 무토 개인이 의협심과 죄책감에 범인을 찾아다니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두 사건 모두 공통점은 있다. 자신도 모르게 사건에 끌려들어간 사람과 그런 사람을 자신이 신이라 생각하고 조정하는 선민의식에 사로잡힌 미치광이, 그리고 일본인들이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한국인에 대한 우월감에 사로잡힌 미치광이. 이런 미치광이들이 자신들이 미쳤다고 인식하지 못하고 저지르는 일이 범죄인 것이다. 작가는 그것을 잘 나타내고 있다. 

처음 시작부터 타인과의 접촉을 등장시킨다. 컴퓨터 채팅을 통해 알게 된 사람을 보지도 않고 환상에 빠져 맹목적으로 신뢰하며 그가 시키는 일을 의심없이 하는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어하는 여자와 경찰을 그만 두고 탁발승이 되어 지하철 입구에서 탁발을 하고 또 휴지 나눠주는 일을 하며 같은 공간에 있다가 인연을 맺게 된 현실 속의 남자들, 그리고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온 어린 아이들. 현대인은 고독하다. 사회가 그들에게 단절을 강요한다. 인간은 모두 어떤 관계속에 살아가게 되지만 그 관계를 악용하는 사람들 때문에 관계의 신뢰가 깨어진다. 그런 이유로 단절과 고립을 선택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하나의 증후군처럼 퍼진다. 이 작품은 유괴를 통해 인간 관계에 대해, 현대인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다. 

유괴란 얼마나 치졸한 범죄인가. 그것을 선택한다는 것 자체가, 그것을 이용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자신은 인간 이하의 존재로 전락한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다니 그 정신 상태가 대단하다. 어린 아이를 대상으로 벌이는 범죄는 사라져야 하지만 그런 범죄를 저지르는 인간은 자신의 나약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이다. 자신보다 약한 존재를 납치하고, 그 약한 존재를 보호하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걱정에 정신이 없는 부모를 협박해서 돈을 갈취하는 것은 천재의 머리에서 나올만한 것이 아니다. 지니어스라는 익명 뒤에 숨은 자의 열등감만 보여줄 뿐이다. 하지만 이런 범죄는 증가하고 있다. 쉽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경찰의 대응 방법도 중요하고. 이 작품이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 

다마키 게이고와 그를 따르는 비밀 수사팀을 보면 이런 이들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도 들지 않는 건 아니다. 이런 일이 잘 쓰일 수만 있다면 말이지만. 어린 시절에 보던 만화 주제가가 생각이 난다.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짜짜짜짜~'. 말 못하고 사는 이들이 얼마나 많을까? 그런 이들을 위해 음지에서 일하는 이들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이들이 없기에 다마키 팀을 보며 위안을 삼는 것인지도 모른다. 누쿠이 도쿠로의 증후군 시리즈가 일본을 열광시킨 이유는 이들 다마키 팀이 절실했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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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9-11-07 21: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괴는 최악의 범죄라고 외국에선 제일 높은 형량을 주더군요.사실 전문적인 유괴단이 아니라면 유괴로써 아이 부모한테 돈 받기가 힘들다고 하던데(게다가 유괴범은 아이의 숨겨들 장소를 마땅히 구하기 힘들어 대부분 죽인다고 하더군요),왜 어린 아이를 유괴하는지 도통 모르겠어요.

물만두 2009-11-09 10:30   좋아요 1 | URL
범죄자의 심리를 이해한다는 건 악을 이해하는 것과 같지 않을까 싶네요.
 
어둠이여, 내 손을 잡아라 밀리언셀러 클럽 10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인간에게는 선과 악이 공존한다. 그것이 충돌해서 어떤 것이 드러나느냐가 문제다. 누구도 완벽하게 선하거나 완벽하게 악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 때는 선하기고 했다고, 한 때는 악하던 사람이 라고 말을 한다. 변하는 것이다. 폭발하는 것이다. 자신 안의 악을 누르지 못하고 그것이 범죄라는 이름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악은 마약과도 같다. 중독성이 아주 강하다. 한번 중독되면 더 강한 것을 원하게 된다. 빠져나오기도 힘들다. 악이 보여주는 환상과 환각은 인간이기를 망각하게 만든다. 어떤 말로도 미화할 수 없는 그 어둠이 손을 내밀 때가 있다. 그때 그 손을 잡는다면 어둠에 빨려 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니 당신의 어둠이 다른 어둠과 손 잡지 않게 꼭꼭 누르고 있기만을 기원한다.  

켄지와 제나로 시리즈 2편이다. 패트릭 켄지와 앤지 제나로는 어릴적부터 친구다. 그리고 지금 살던 동네에서 쭈욱 살고 있다. 앤지는 이혼 진행 중이다. 그녀의 폭력 남편도 어린 시절 그들의 친구였다. 그렇게 관계는 이어지는 것이다. 이제 언젠가 만났던 한 교수가 사건을 의뢰한다. 정신과 의사인 친구가 상담을 해준 성이 켄지라는 여자의 갱단 남자 친구가 그녀가 말한 내용으로 협박을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외아들을 스토킹해서 사진까지 보내왔다고. 그 남자 또한 그들의 친구였다. 이제는 사이코 갱이 되었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패트릭과 앤지는 그들의 가장 믿음직한 친구 부바의 도움을 받아 갱 두목과 접촉한다. 그런데 이상한 편지나 메시지가 패트릭에게도 오고 패트릭이 사귀는 그레이스에게도 온다. 도대체 사건이 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살인이 일어나고 그제서야 패트릭은 우왕좌왕하다가 예전 사건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다시 부바에게서 결정적 도움을 받는다. 

영화에 씬 스틸러라는 말이 있다. 주연보다 빛나는 조연이라는 뜻이다. 이 켄지와 제나로 시리즈를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켄지와 제나로보다 내게는 부바가 더 빛나보인다. 부바는 사이코에 전쟁광이다. 아는 건 폭력뿐이고 믿는 사람은 패트릭과 앤지뿐이다. 집 밖에 부비트랩을 설치해두고 있고 무기 밀거래를 한다. 그런데도 무식하고 단순하고 폭력적으로 그려지는 그가 나는 더 인간적이고 더 똑똑해보이고 늘 이 시리즈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생각이 든다. 말만 많고 잔머리 굴리는 것처럼 생각많고 우왕좌왕하며 중심을 못 잡는 패트릭보다 고집세고 내유외강적인 면을 감추려 애를 쓰는 앤지보다 더 낫다. 큰 일이다. 주인공들보다 조연이 더 눈에 들어오는 작품이라니.  

참 슬픈 작품이다. 작품 속 아이들은 모두 외롭다. 어린 시절 패트릭과 친구들은 모두 학대당하는 아이들이었다. 가정에 문제가 있는 아이들끼리 어울린 것이다. 그들 부모들은 아이들을 돌보지 않았다. 그러면서 당당했다. 마치 분노를 해소하는 도구로 아이들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그런 아이들 중 어떤 아이들은 아버지와 반대로 자라지만 어떤 아이들은 아버지처럼 자랐다. 대물림이라는 이야기다. 아버지 세대들은 모두 사라졌는데 이제는 추억으로밖에 남지 않았는데 여전히 고통스러워 해야 하는 사연들. 그 사연을 관통하는 감옥에 있는 사이코 살인마. 그리고 밖에 돌아다니는 살인마. 그리고 여전히 아이들은 밤이면 집을 나온다. 어른이 되어서도 고독하다.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인지 어둠은 이렇게 깊고 넓게 자리하고 있다. 

작품은 빠르게 전개된다. 순식간에 방향 전환을 하는 곡예 비행기를 탄 느낌이다. 아슬아슬하고 스릴 넘친다. 여기에 작가 특유의 짜임새있는 글솜씨와 사회의 문제를 날카롭게 잡아내는 점은 이 작품을 품격있게 만든다. 그나저나 켄지는 왜 늘 당한 뒤에야 모든 것을 깨닫고 피해를 볼 때로 본 후에야 사건을 해결하는 걸까. 어쩌면 이것이 평범한 사립탐정의 한계를 잘 드러내는 것은 아닐까 싶다. 여기에 늘 켄지를 찾는 의뢰인들은 거대한 사건들을 몰고 온다. 자의든 타의든 거기에 켄지는 제나로와 함께 엮인다. 이 시리즈의 패턴처럼 느껴진다.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켄지와 제나로가 자신들이 자란 곳, 더 이상 나빠질 수 없을 것 같은 문제투성이인 동네를 떠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마치 내 고장은 내가 지킨다같은 느낌을 준다. 지키지 못할지라도 패트릭이 마지막에 원하는 친구들이 있는 곳이니까. 낙원은 어디에도 없다. 단지 발 디딘 곳을 좀 더 낫게 만들 수 있을 뿐이다. 이제 한 작품 남았다. 이 시리즈의 빈 틈을 메우는데는. 그 시리즈에서 부바가 또 어떤 활약을 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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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zydevil 2009-11-17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바.... 정말 사랑스러운 캐릭터입니다. 저도 켄지나 제나로보다 부바가 좋아요. 이런 읽을 수 밖에 없겠군요..ㅠㅜ

물만두 2009-11-17 10:27   좋아요 0 | URL
그죠. 이시리즈는 부바때문에 더 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