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키스 레인코트
로버트 크레이스 지음, 전행선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새로운 탐정을 만나는 일은 늘 즐겁다. 그 탐정이 지금 막 탄생한 탐정이 아니고 뒤늦게 만나게 된 거라면 더욱 반갑다. 세상에는 많은 추리소설이 있고 많은 탐정 캐릭터들이 있다. 그 모두를 다 알아야 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런 탐정 한번쯤 봤으면 하는 탐정, 누군가 좋아하는 탐정이라면 만나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로버트 크레이스의 앨비스 콜처럼 말이다. 

헐리우드가 있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사립탐정을 하고 있는 전직 베트남 참전 용사 앨비스 콜은 파트너 파이트가 총기류 판매에 열을 올리는 바람에 혼자 사무실을 꾸려가고 있다. 하와이언 셔츠에 하얀 리바이스 바지를 입고 있는 바람둥이 타입으로 모든 여자들이 자신의 매력에 빠질거라고 생각하고 또 대단히 유머러스하다고 생각하는 인간이다.  

그런 그에게 두 여자가 사건을 의뢰한다. 남편의 실종을 조사해달라는 의뢰다. 남편 모트가 아들을 데리고 집을 나갔는데 아내 앨런은 경찰서보다 탐정을 찾아왔다. 그녀의 여자친구는 계속 그녀를 닥달하지만 앨런은 너무도 소극적이다. 엘비스는 사건을 맡는다. 모트의 실종 즈음 모트의 여자친구도 자취를 감췄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그와 알던 남자가 보디가드를 고용해서 공포에 떨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하지만 모트는 살해당한 채 경찰에 발견되고 아들은 여전히 실종 상태다. 도대체 모트는 무슨 일을 하고 다닌 건지 엘비스는 그의 주변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탐정에는 두 종류의 탐정이 있다. 경찰과 사이가 나쁜 탐정과 경찰과 그럭저럭 사이가 좋은 탐정. 엘비스는 후자다. 그에게는 믿음직한 경찰이 있다. 포이트라스라는. 앨런이 다시 실종되자 엘비스는 포이트라스에게 신고를 한다. 그때 그는 배후를 알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다짜고짜 엘비스에게 자신들에게서 가져간 마약을 내놓으라고 협박을 한다. 엘비스는 이제 마약을 찾아 나선다. 하지만 경찰은 특수작전팀에게 사건을 가로채기 당하고 엘비스는 일에서 손떼라는 협박을 경찰에게서 받는다. 누가 나쁜 놈인지 사건은 점입가경이 되어 가고 엘비스는 동료 파이트와 함께 둘이 나서기로 한다.  

탐정이 람보가 되는 작품은 또 난생 처음 본다. 베트남 전쟁의 후유증이 아닐까 싶다. 총을 너무 사랑하는 파이트의 영향도 있고. 하지만 이렇게가 아니라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었겠는가가 좀 과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때 반대쪽에서 든 생각이었다. 한마디로 화끈한 작품이다. 화끈하지만 아이를 찾기 위해 애를 쓰는 모습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지고 작품 속에서 서서히 변하는 앨런의 모습을 보면서 사람이 환경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게 되는 지도 알게 된다. 그러면서 나중에 웃음도 선사한다. 다시 생각해보면 파이트의 장면은 웃기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파이트 워~워~ 

작품 속에서 LA에서 사는 것은 전쟁터에서 사는 것과 같다는 말이 나온다. 전쟁터가 맞다. 아이가 납치되고 마약이 거래되고 배신과 음모가 난무하고 결정적으로 자신의 목숨은 자기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점에서 전쟁터보다 더하다. 엘비스는 워~워~를 자주 내밷는다. 읽으면서 어떤 상황에서는 나도 워~워~를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마지막에서 '잘했어.'하고 등을 두드려주고 싶었다. 그 정도도 몰입하고 동화되게 만드는, 끝까지 스릴 넘치는 작품이었다. 물론 끝으로 갈수록 엘비스도 멋있어진다. 이 시리즈 계속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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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02 14: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9-03 1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9-03 1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9-03 1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9-03 1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거짓말, 딱 한 개만 더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가 교이치로 형사 시리즈를 처음 접한 것은 가장 늦게 나온 <붉은 손가락>이었다. 시리즈는 처음 작품부터 읽어야 하는데 그 작품이 가장 먼저 번역되어 출판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다. 그 작품을 읽으며 나름대로 가가 형사의 이미지를 생각했었다. 내가 생각한 가가 형사의 이미지는 휴머니즘이 좀 더 강하게 느낄 수 있는 모습이었다. 이렇게 세심하게 관찰하고 끈질기게 탐문하고 치밀하게 몰아세우는 그런 이미지는 아니었던 것 같다. 물론 이 이미지가 덜 인간적이라는 것은 아니지만 날카로운 눈을 가진 형사와 작은 것 하나에 집착하는 것 같은 모습은 좀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을 보게 되서 약간 아쉬웠다. 맘에 드는 캐릭터임에는 분명하지만 그의 수사 방법이 너무 타이트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 작품은 단편집이다. 모두 다섯편의 작품을 모았다. <거짓말, 딱 한 개만 더>를 읽는 순간 <잠자는 숲>이 다시 생각났다. 혹시나 가가의 로맨스가 나오는 건 아닌가 기대했는데 안타까웠다. 발레단이 다시 등장한다. 발레를 하다 사고를 당한 뒤 발레 교습소를 차리려던 발레단 직원이 발코니에서 떨어져 죽은 사건을 조사하는 이야기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자백만으로 증거없이 범인을 잡을 수 있느냐는 점이다. 뭐, 추리소설이니 끈질긴 가가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것이겠지만. <차가운 작열(灼熱)>은 집 안에 강도가 들어 아내가 살해되고 아이가 유괴된 사건을 조사하는 이야기다. 정말 가가 형사의 눈썰미는 대단하다. 정말 형사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도 흘려 보면 안된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제2지망>은 알리바이에 대한 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단 둘이 사는 모녀와 그녀의 집에서 살해된 남자 친구. 제목이 의미심장한 작품이었다. <어그러진 계산>은 가장 마음에 든 작품이었다. 어느 정도 가가 형사가 어떤 식으로 수사를 하는 지 알 수 있는 작품이다. 아무 관련 없을 것 같은 한 남자의 실종 사건을 남편을 갑자기 사고로 잃은 여자와 엮어 수사하는 가가 형사. 점차 드러나는 관계. 하지만 가가 형사도 예상하지 못한 결말. 가벼운 반전 속에 모든 사건이 생각과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것이 바로 인생의 아이러니지 싶다. <친구의 조언>은 가가 형사의 친구가 졸음 운전으로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가가 형사가 오지랖도 넓게 의뢰하지도 않은 사건을 조사해서 친구에게 조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부자연스럽기 때문에 눈에 띈다. 예상한 대로 결과가 나온다. 범인은 그 사람일 수 밖에 없다. 결국 형사나 추리소설을 읽는 독자나 추리소설가나 마찬가지의 길을 걷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머리속에서 생각하고 일단 그 생각에 사건을 짜맞추다가 다시 수정하고 단서를 찾고 뭔가 하나만 더 결정적인 것이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 거기에 인간의 마음을 넣고 사회의 문제를 지적하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만든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그것을 잘 하는 작가다. 하지만 역시 작가에게는 장편이 잘 어울린다. 단편은 말이 너무 많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작가에게는 어울리지 않음을 느끼게 된다. 가가 교이치로 형사 시리즈가 앞으로도 계속 나오기를 기대한다. 그가 어떤 작품에 나오든 캐릭터 자체만으로도 읽을 가치는 충분하기 때문이다. 보너스로 사생활에 대한 이야기도 좀 많이 해주면 더 고맙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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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9-09-01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가시노 게이고는 혹시 한 사람이 아닌게 아닐까요? 한사람의 능력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 많은 책이 쏟아져 나옵니다. ^^ 독자가 따라가기 힘든 양이라니... ^^;;

물만두 2009-09-01 11:22   좋아요 0 | URL
다작을 하는 작가고 그렇게 문장에 신경쓰는 작가가 아니니 소재와 아이디어만 많다면 혼자 쓰긴 하겠죠. 어쨌든 대단하긴 합니다^^

soyo12 2009-09-17 0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다작이라 부담스러울 정도인데, 전 이상하게 가가시리즈와 갈릴레오 시리즈가 좋네요.

다른 작품은 몇몇 실패도 해서 좀 그런데 ^.~

물만두 2009-09-17 10:47   좋아요 0 | URL
저도 그 작품들하고 밤의 연작 시리즈는 좋아합니다^^

[그장소] 2013-08-03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쨌든 지금은 믿고 읽는..^^
 
패배자들의 도시 블랙 캣(Black Cat) 19
릴리안 파싱거 지음, 문항심 옮김 / 영림카디널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독일 추리작가협회 '프리드리히 글라우저 상'이라는 조금은 생소한 상을 수상한 작품이라고 해서 언제 사건이 일어나고 어떻게 전개되는지 기다리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사건이 일어날 기미가 보이질 않는 다소 황당하지만 나름 독특한 작품이다. 독일 추리작가협회라는 말에 나는 자꾸 배경인 비엔나를 독일로 착각을 했다. 오스트리아인데도. 이렇게 사람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작품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마티아스가 여자친구 트릭시와 싸우고 벌거벗은 채 나오면서 시작된다. 그는 기타도 잘 치지 못하면서 기타를 소중히 여기고 늘 노래를 부른다. 여자에 대한 아쉬움이 없는 마티아스는 기타를 던진 것에 화가 나 정처없이 돌아다니다가 동물원에 들르는데 거기에서 자살 시도를 한 벨라를 발견하고 그녀의 생명의 은인이 된다. 그리고 벨라는 마티아스를 찾아와서 그들은 연인이 된다. 

이렇게 마티아스가 일인칭 화자로 등장해서 하나의 이야기를 끌고 가는 한편에서 박사 학위까지 있는, 하지만 대학에서 학생수 미달로 잘린 역사학자 엠마가 앞에 새로운 미용실이 생기는 바람에 망한 미용사 믹과 함께 탐정 사무소를 차린다. 그들이 하는 일은 그저 아프다고 병가를 낸 노동자가 그 기간에 일을 하는 건 아닌지 감시하는 일, 바람 피우는 남편의 현장 잡기, 등 소소한 일들이다. 물론 이마저도 꽃가루 알러지에 뚱뚱한 몸에 힘겨워하며 놓치기 일수인 조수 믹에의해 지지부진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때 한 의뢰인이 입양을 보낸 아들을 찾는 의뢰를 하는데 그가 바로 마티아스다. 이렇게 그들 사이에는 접점을 갖게 된다.  

어린 시절 입양된 집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자란 마티아스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 보인다. 그는 늘 나이 든 여자들을 등처먹고 사는, 한마디로 나쁜 놈이다. 그러면서 그녀들을 경멸하지만 그녀들은 그와의 사랑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이런 그에게 난데없이 자신을 버린 엄마가 찾아왔다고 해서 반가운 일은 아니다. 그에게 세상 모든 나이 든 여자는, 아니 여자들은 모두 마녀일 뿐이다. 그에게 거짓말을 하는 벨라도 마찬가지다. 더 놀라운 사실은 가끔 누군가 자신을 다른  사람으로 혼동하는 일이 있어서 의아하게 생각했었는데 진짜 그에게 쌍둥이 형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형은 엄마가 키우고 자신만 버림받았다는 사실에 그는 분노한다. 

끈적끈적한 더위가 달라붙어 찜찜한 기분을 털어버릴 수 없는 그런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비라도 한바탕 퍼부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 딱히 추리소설이라고 정해서 말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추리 소설, 범죄소설이 사라진 것은 아니고 경계가 무너진 것도 아니다. 이 작품은 어떻게 보면 카뮈의 <이방인>이 연상되는 작품이다. 카뮈의 <이방인>을 추리소설이라고 본다면 볼 수도 있다. 살인이 있고 범죄자를 잡고 재판을 하니까. 이런 내 관점에서 보면 살인과 범죄가 등장하는 모든 작품은 추리소설이다. 경계가 무너지고 모호해진 것이 아니라 원래 그렇게도 있었던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독특한 것은 작품이 마치 두 가지 별 개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처럼 느껴지게 쓰였다는 점이다. 마티아스를 중심으로 한 조마조마하게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같은 이야기 전개가 한편있고, 그 변두리에 그 이야기와 스쳐 지나가면서 무심하게 자신들의 삶을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엠마와 그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서로 엇갈려 진행된다. 마티아스의 이야기를 접하면 답답하고 서글프고 찜찜하고 엠마의 이야기가 나오면 웃기고 풀어지고 사건의 중심에서 벗어난 안도감을 느끼게 된다. 대신 인간의 무심함에 죄책감이 더 들게 되지만. 마지막 엔딩도 두 가지로 나뉜다. 그들의 스침은 거대했지만 누구도 인식하지 못하고 각자의 길을 가는 두 이방인의 이야기로. 현대인은 이방인들일 뿐이다. 관계는 한정적이고 소통은 일방적이다. 결국 작가가 말하고자 한 것은 이것이었던 것 같다. 

'나'를 중심으로 세상을 보면 누구나 삐딱한 시선으로 보게 되는 경우가 있다. 가끔 욕도 나오고 화도 나고 폭력적이 되기도 하고 그렇지만 그런 '나'가 객관성을 띄게 되면 그런 것이 조금 완화된다. 그런 이유로 마티아스는 '나'로 등장하고 '엠마'는 나로 등장하지 않는 것이다. 엠마도 '나'가 되면 마티아스처럼 불만이 생길 거리는 많다. 믹도 그렇고 필립도 그렇고 엠마의 주변인 누구나 마찬가지다. '나'만 봐도 이 도시 비엔나는 패배자 마티아스의 도시다. 엠마의 망령난 나치 시대를 살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 또한 나치의 패배한 도시이기도 하다. 그리고 엠마의 탐정으로서의 자질 부족으로 목숨을 잃게 되는 할머니에게도 패배한 도시다. 누구도 자신을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산다는 게 결국 그런 패배에 익숙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패배에 길들여지는 것이야말로 진짜 패배자들의 도시를 만드는 것이 아닐까.  

의미심장한 제목과 함께 나른한 여름 또 다른 뫼르소를 본 느낌을 준 작품이었다. 조금은 나약하고 지금의 시대에 맞게 패배한 젊은이가 등장하는. 뫼르소는 아랍인을 살해하지만 믹은 무슬림이 되고자 하는 그런 시대의 이야기. 부조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작품이 있던 시대와 부조리에 대한 이야기조차 버겁게 되어 버린 시대의 모습을 담은 작품. 하지만 여전히 태양이 뜨겁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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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3 - 상 - 바람치는 궁전의 여왕 밀레니엄 (아르테) 3
스티그 라르손 지음, 박현용 옮김 / 아르테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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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작품을 전체적으로 보면 재미있다. 리스베트에 의한, 리스베트를 위한, 리스베트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녀의 활약상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겠다. 내가 만난 최고의 여자 캐릭터로 꼽고 싶다. 정말 리스베트가 아니었다면 이 작품은 아무 가치없는 그저그런 평범한 추리소설이 되었을 것이다. 이런 작품을 쓴 고인의 명복을 빈다. 

병원으로 옮겨진 리스베트, 병원으로 리스베트를 옮기고 또 글만 쓰는 미카엘, 리스베트가 얼마나 위험한 상황인지 짐작도 못하는 이런 남자를 주인공으로 끝까지 봐야 한다는 사실이 곤욕스러웠다. 미카엘은 미카엘대로 리스베트의 무죄와 음모로 박탈당한 그녀의 정상적 시민권 획득을 위해 싸울 준비를 한다. 여기에 보안회사 사장 드라간, 리스베트의 전 후견인, 생각있는 경찰과 사포의 헌법수호대가 합동 작전을 펼치며 사포 내의 살라첸코를 책임지고 있던 섹션을 잡기 위해 애를 쓴다. 

또한 섹션은 다시 음모를 꾸민다. 여전히 그들의 목표는 리스베트를 정신병원에 가두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일을 알고 있고 발설할 위험이 있는 인물들을 제거하기 시작한다. 첫번째로 제거된 인물이 아이러니하게도 살라첸코였다. 리스베트에게 복수할 준비를 하던 살라첸코는 이렇게 사라지고 그들은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한 인간의 일생에 관여하고자 한다. 

이 작품이 왜 리스베트에 의한 작품이냐 하면 모든 일은 미카엘이 처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적으로 결정적인 도움은 리스베트가 주기 때문이다. 1편에서 미카엘이 다시 기자로서 명성을 얻을 수 있었던 것도 리스베트의 조사덕분이었다. 여기에서도 리스베트가 모든 것을 해결한다. 심지어 시간이 남아 에리카의 문제까지 해결해준다. 미카엘은 그동안 열심히 한눈 팔고 있었다. 리스베트를 위한 작품이라는 것은 이야기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문제고, 리스베트의 작품이라는 건 얼핏보면 주인공이 미카엘처럼 보이고 모든 명성을 미카엘이 차지하고 도움을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리스베트가 모든 것의 핵심이라는 뜻이다.  

국가 권력에 맞서 12살때부터 싸워온 리스베트다. 정신병원에 감금되었으면서도 온전한 정신을 가지고 있고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을 한다. 만약 리스베트의 엄마가 1편에 등장한 반에르 가문의 딸이었다면, 리스베트가 반예르 가문의 손녀였다면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었을까? 그러니 미카엘의 1편과 3편 리스베트의 회상에 등장하는 질문은 어이없는 것이다. 경우가 다르니까. 그리고 리스베트는 확실하게 해결을 했다. 이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이제 대단원의 막은 내려졌다. 아쉽게 내려졌다. 작가의 갑작스런, 불행한 죽음이 아니었다면 리스베트를 더 볼 수 있었을텐데 아쉬움이 크다. 리스베트가 스웨덴 시민으로 활약하는 것, 스스로 행복을 찾고 인간 관계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사람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그런 이야기들이 이어졌으리라는 생각이 들어 그저 상상속에서나마 리스베트의 행복을 빈다. 작가의 명성과 함께 리스베트의 이름 또한 추리소설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위대한 여전사의 모습으로. 여전사여, 영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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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족 2009-08-28 11: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미카엘도 좋았어요. 이야기의 균형추지요. 2편에서 물만두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주류와 비주류로도 볼 수 있는 그런 거요. 리스베트도 멋지지만, 리스베트만 있다면 권력의 횡포에 맞서는 방법은 항상 제도권 밖에서 이루어지는 방식이 되잖아요.

물만두 2009-08-28 11:55   좋아요 1 | URL
제가 미카엘을 싫어하는 이유는 바람피우느라 정신없어 누가 위기에 처한지를 까먹는다는 점에 있습니다. 사건 해결 중에도 아주 열심히 바람둥이 기질을 발휘하죠. 1편에서는 자신의 딸이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으면서 까먹구요. 너무 전형적인 주류형 인간인데 포장은 또 기가 막히게 좋게 하구요. 그 점이 마음에 안드는 겁니다. 힘든 일은 리스베트가 다 하고 스포트라이트는 미카엘이 다 받고요. 전 진짜 맘에 안들어요 ㅜ.ㅜ

별족 2009-08-28 17:41   좋아요 1 | URL
ㅎㅎ 리스베트는 나름 실속을 차렸잖아요. ㅋ

물만두 2009-08-28 19:27   좋아요 1 | URL
ㅋㅋㅋ 완벽한 응징도 하죠^^
 
무심한 듯 시크하게 Nobless Club 17
한상운 지음 / 로크미디어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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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볼 때 작가의 프로필은 보지 않는데 우연히 이 작가의 프로필은 보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백야행>의 영화를 각색했다는 점이 눈에 확 들어왔다. 오호~ 기대하고 있는 영환데 어떻게 각색했을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책에 대한 기대도 더 높아졌다. 사실 이 작가의 작품을 처음 읽기 때문에 작가 스타일을 몰라서 사실 아무 기대가 없었다. 단지 추리소설이라는 점에 읽을 생각을 했을뿐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 영화 가운데 이명세 감독의 작품 <인정사정 볼 것 없다>라는 영화가 있다. 그 작품에서 박중훈이 형사로 등장하는데 주인공 정태석을 보는 순간 딱 그런 타입의 형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식하고 개념없고 무작정 주먹을 휘두르고 보고 지기 싫어하고 한번 물면 죽는 한이 있어도 안놓는 독종. 한편 인간적으로는 무심한듯 시크해보이지만 가슴 깊숙히 인간적인 면을 간직하고 있는 대한민국 보통 남자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 정태석이 중년 형사 유병철과 콤비를 이뤄 마약 밀매범을 잡으려고 나이트에서 큰 건을 물어 온다. 

성형외과 의사가 마약 밀매를 한다. 정태석은 그 잘생긴 의사에게 두번이나 싸움에서 지고 분통을 터트린다. 그러다가 그를 잡기 위해 여러 곳을 뒤지다가 살해된 변성수와 같이 다니던 이들의 시체를 발견하고 그들을 살해하는 전문 킬러가 등장했음을 직감한다. 사건은 점점 단순한 마약 밀매에서 야쿠자가 가담한 거대 범죄로 발전을 하고 거기에 변성수의 전적이 콜롬비아 마약상에게 까지 닿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변성수와 연쇄 살인범을 한꺼번에 잡아야 하는 일이 대한민국 열혈 형사 정태석의 눈 앞에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경찰 소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쌈박한 작품은 보지 못했다. 대한민국다운, 대한민국 스타일의 경찰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다. 인정사정 볼 거 없이 약한 놈에게는 거짓말과 협박도 하고 센 놈에게는 힘으로 밀어 붙여 나가 떨어지기도 하고. 총은 있지만 쏠 수는 없고 범인 쫓다가 사고내면 경찰이 물어내야 하고 칼 맞을 두려움과 박봉에 시달리면서도 깡 하나로 버티는 대한민국 경찰들. 뭐 나쁜 경찰도 있지만.  

여기에 대한민국의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는 잘 생기고 외국 대학 나오고 직업이 소위 '사'자가 들어가면 무조건 통하는 현실을 지적하고 있다. 마약 청정국가로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고 그럼에도 마약 경유지로 이용되고 있는 점과 마지막에 살포시 등장하는 반전과 추리소설적 묘미까지 보여주고 있다. 또한 캐릭터가 모두 좋다. 정태석뿐만 아니라 이 팀원들 한명 한명이 개성있게 그려지고 있다. 정말 기대감이 적었는데 만족감이 높은 작품을 만나 행복하다. 

잘 읽힌다. 재미있다. 정태석의 사생활보다 좀 더 경찰의 활약을 진지하게 다뤘더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도 들지만 작가의 의도가 그게 아니라면 괜찮다. 경찰 생활의 고단함을 유병철을 통해 잘 보여주고 있다. 중년의 위기감도. 사랑에 대한 생각도 유머러스하게 잘 풀어내고 있다. 정태석 시리즈가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도 안 무심하고 하나도 안 시크하지만 그 아이러니가 잘 어울렸다. 영화로 만들어도 괜찮을 것 같고. 작가의 이름을 잘 기억해야겠다. 좋은 추리소설로 또 만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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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9-08-27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재밌다고요? ^^ 급호감 상승중... ^^

물만두 2009-08-27 13:26   좋아요 0 | URL
재미있어요. 그냥 한국 추리소설 본다 생각하고 봤는데 이 작가 계속 주목할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