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된 시간
예정된 장소에 자리잡고 앉아
커피를 마신다 물컵도 옆에
바람 불고 나부끼기로 한 것들
리허설하듯 나부끼고
모든 것이 준비된 카페에
주연만 빠졌다
들이치기로 한 빗방울
창문을 세차게 들이받기로 한 빗방울
주르륵 흘러내리기로 한 빗방울
사정없이 흐느끼기로 한 빗방울
주머니엔 손수건도 있건만
나는 커피만 마신다
막이 오르기도 전에 끝난 연극
나만을 위한 연극
언제나
주연만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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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트50 2019-09-07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좋네요^^
낭만적인 날씨~
이런 날엔 커피 세 잔도 가능하겠죠^^*

로쟈 2019-09-10 16:36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lea266 2019-09-10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보러 가야하는데 비가 너무 내려서 베란다에 앉아 비그치기를 기다립니다 그러며 이 시를 읽으니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운 시란 생각이 드네요 들이치기로 한, 창문을 들이받기로 한, 주르륵 흘러내리기로 한, 흐느끼기로 한...... 그 빗방울들 여기도 내립니다 빗줄기들이 추락하는 깊고 아득한 세상 ... 시의 세상도 참 아득하니 아름답다

로쟈 2019-09-10 16:36   좋아요 0 | URL
네 오늘은 펑크를내지 않았네요.~
 

생각을 해봐 
생각이란 걸 해보란 말이지
럭키처럼 프와송 쁘와쏭
생각은 그렇게 쑥쑥 자라기도 하고
럭비공처럼 튀기도 하고
생각은 동작이 아니지만
생각은 정중동이지 생각은
고여 있지 않아 생각은
넘쳐흘러야 돼
생각만큼 생각할 수 없는지도 몰라
생각지수란 것이 있을까
어쩌면 눈뜨고 생각하는 게 가능할지도
아니 눈을 감아야 할까
아니 이런 게 생각일까
생각은 얼만큼 생각을 생각할까
럭키처럼 생각은 힘든 일일까
힘겨운 일일까
이건 누구의 생각일까
생각은 언제 멈춰질까
생각하기 나름일까
생각을 혼내고 싶다
생각하지 말자
생각을 가두자
생각을 다시 어항속으로
프와송
쁘와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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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트50 2019-09-06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퐁퐁 뽕뽕거리며
제 집으로 침잠하는 물고기
귀엽기도 하고 안스럽기도 하고

난데없는 물고기 연작시
난해한 은유의 세계
문학에도 철학에도 나오는 은유
무지를 탓할 수도
시인에게 떼쓰기도 뭐한

로쟈 2019-09-06 22:37   좋아요 0 | URL
고도를 기다리며를 염두에 두고 쓴 시예요.
 

물고기는 퇴근하지 않는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밤하늘 야간비행으로 산맥을 넘는다
여기가 히말라야인가 안데스인가
물밖이 아니라면 어디라도
물고기는 꿈꾼다
버스를 타고 이륙한다
지하철로 해저터널을 지난다
보드카 안주로 맥주를 마시고
모닝커피에 냉수로 해장하는 나날
물고기는 출근하지 않는다
물고기는 꿈꾼다
이 세상 밖이라면 어디로도
가지 않는다
어디로도 
퇴근하지 않는다
어디로도 이륙하지 않는다
어디로도 출근하지 않는다
물고기는 꿈꾼다
꿈은 무겁다
물고기는 물고기가 무겁다
이제 가라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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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샤워하지 않는다
물고기의 자존심
너를 보내는 마음이 그렇다
흥건한 마음이 그렇다
이런 건 내보이지 않는다
물고기는 물벼락을 맞지 않는다
물벼락을 맞고 살 수는 없다
물벼락은 존재하지 않는다
물벼락을 구걸할 수는 없다
물벼락과 타협할 수 없다
물고기의 자존심이다
물고기는 자기 자리를 지킨다
물고기는 샤워하지 않는다
물고기는 물을 먹지 않는다
물고기는 먹는 척할 뿐이다
물고기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물고기는 살 수 없다
물을 먹을 수는 없다
물벼락을 맞을 수는 없다
물고기는 죽을 수 없다
물고기는 죽으면 안 된다
물고기는 물고기다
물고기를 부인할 수 없다
물고기가 그립다
이를 악문다
물고기에게 물어서는 안 된다
마음이 마음이 아니다
너를 보내는 마음이 그렇다
물고기의 마음이다
이렇게 살 수는 없다
물고기의 자존심
물고기는 샤워하지 않는다
물고기는 물만 틀어놓는다
바닥이 흥건하다
물고기는 물고기를 잊었다
물고기가 물에 잠긴다
세상이 물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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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3 23: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9-03 2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9-03 2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너는 어디로 갔는가
황금빛 봄날이여,  
라고 렌스키는 썼다
청춘이여, 너는 어디로 갔는가
아직 청춘에
렌스키는 그렇게 썼다
이튿날 결투에서 죽을
운명의 렌스키
너무 이르게 세상을 떠날
렌스키
너는 어디로 갔는가
탄식의 온기만이 
렌스키에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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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3 19: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9-03 22:0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