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북캘린더를 보니 이번주 2월 6일이 프랑수아 트뤼포의 생일이다. 1932년 2월 6일생.(1984년 10월에 세상을 떠났다.) 그러면서 소개된 대표작이 <히치콕과의 대화>(한나래, 1994)다. 흠, 절판돼 유감스럽다고 몇번 언급한 책. 소장도서였지만 행방불명인 책이기도 하고(결과는 같은 셈인가?). 다시금 유감이 되살이나 재출간을 독촉하는 의미로 또 한번 언급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의 러시아어본을 갖고 있고, 영어본도 구할 참이다. 히치콕 영화에 대해서 뭔가 써보기 위한 준비를 조금씩 하고 있는데(내년쯤엔 영화에 관한 책을 쓰려고 한다. 영화에 관한 책이면서 영화책에 관한 책), 당연히 이 책도 중요한 참고도서다.

 

 

 

트뤼포를 검색하다 보니 앙드레 바쟁의 <장 르느와르>(한나래, 2005)에도 트뤼포가 엮은이로 뜬다. 프랑스의 대표적 영화평론가 바쟁의 책은 국내에 네댓 권 소개돼 있는데, 작가론으로는 <오손 웰즈의 영화미학>(현대미학사, 1996)이 더 번역돼 있다. 

 

 

 

개인적으로 더 관심을 갖고 있는 건 그의 영화론 <영화란 무엇인가>(시각과언어, 1998)이다. 이번에 다시 찾아보니 대학도서관에서 볼 수 있었던 영어본이 보급판으로 나와 있다. 여유가 생기는 대로 구해볼 참이다.

 

 

더 찾으니 영화학자 더들리 앤드루의 평전 <앙드레 바쟁>(2013)이 근간 예정이다. 예전에 나온 책이 있는데, 개정판인지 새로운 책인지 모르겠다. 바쟁의 <잔혹영화>(현대미학사, 1995/2012)는 (아마도 품절됐다가) 작년에 다시 찍었다. <전후 뉴웨이브까지의 프랑스 영화, 1945-1958>(2012)도 영어본이 눈에 띈다.

 

 

말이 나온 김에 프랑스 영화사에 관한 참고도서를 찾아봤다. 르네 프레달의 <오늘날의 프상스 영화>(동문선, 2012)가 가장 최근에 나온 것이고, 장 피에르 장콜라의 <프랑스 영화사>(동문선, 2003)는 절판됐다. 김호영의 <프랑스 영화의 이해>(연극과인간, 2003) 정도가 국내서. 독자가 없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영화학 쪽도 빈곤하기 짝이 없다...

 

13. 02. 03.

 

 

 

P.S. DVD로는 '프랑소와 트뤼포 베스트 콜렉션' 같은 게 나왔었지만 현재는 모두 품절 상태다. 그래도 데뷔작 <400번의 구타> 같은 대표작들은 개별 타이틀로 구해볼 수 있다. <프랑스와 트뤼포의 400번의 구타>(성신여대출판부, 2008)라는 국내 저자의 연구서도 나와 있는데, 왜 검은 색 표지를 썼는지는 모르겠다. 오래 전에 본 영화이지만 한번 더 보고 싶다.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를 트뤼포 버전으로 말하면 '400대는 맞아야 어른이 된다'가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주 국제영화제가 한창 진행중인데, 영화사의 고전 가운데 새롭게 발굴/복원된 작품을 소개하는 2012 JIFF ‘되찾은 시간’ 코너의 '오프스크린' 행사 강연자로 참석하게 됐다. 내가 맡은 영화는 아르헨티나의 감독 우고 산티아고(Hugo Santiago)의 <인베이전>(1969)이다. 보르헤스가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영화 소개를 옮겨놓는다. 영화는 오늘 저녁에 상영된다(http://www.jiff.or.kr/g00_event/g10_special_0102.asp).  

 

 

혁명의 열기가 세계를 휩쓴 직후인 1969년, 아르헨티나는 기나긴 군사독재 중 유화 국면을 맞는다. 검열이 느슨해진 틈을 타, 우고 산티아고는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및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와 함께 군사 쿠데타를 빗댄 <인베이전>의 시나리오를 쓰고 제작과 연출을 도맡는다. 권총 한 자루만으로 무력 침공을 시도하는 잔악한 무리를 막으려 동분서주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감독이 어느 인터뷰에서 언급한 것처럼 ‘일리어드’를 떠오르게 한다. 침공을 막기 위해 제거해야 하는 트럭과 송신 장치는 트로이의 목마와 닮았고, 용맹하고 정의로우나 시작부터 패퇴가 예정되어 있는 인물들의 운명은 트로이인들과 같다.

 

고다르의 <알파빌>처럼, B급 범죄물이면서 현실 풍경을 배경으로 한 저예산 SF의 외양을 지닌 영화는, 가상의 도시 아킬레아를 무대로 삼았으나 기실 항구도시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담은 지정학적 다큐멘터리이기도 하다. 또, 20세기 라틴아메리카 사를 극사실주의로 기술하는 역사물처럼 보이기도 한다(1976년 아르헨티나에서 또 한 번 일어날 쿠데타와 길고 엄혹한 저항의 시간을 예감하는 결말 시퀀스는, 1973년 칠레 산티아고 스타디움에서의 학살마저 미리 보여주는 듯해 소름이 끼칠 정도다).

 

한편, 괴수나 새의 울음, 노이즈, 탱고 선율 등이 직조하는 초현실적 사운드스케이프, 흑백 필름이 드리우는 빛과 그림자를 마술처럼 활용하는 미장센과 외화면 구성의 아름다움은, 이 작품을 상투적인 정치 영화가 아니라 세계영화사의 숨은 보석으로 기억하게 한다.(제13회 전주국제영화제 메인 카달로그 리뷰어. 신은실)

 

오프스크린 3 : <인베이전>

• 강연자 : 이현우 (인문학자, 인터넷 서평꾼 ‘로쟈’)
• 일시 : 4월 29일(일) 20:00
• 장소 : 전주시네마타운 5관

 

12. 04. 29.

 

P.S. 참고로 영화는 유튜브에서도 전편을 볼 수 있다(123분 분량). 자막이 없는 게 흠이지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필요 때문에, 거기에 덧붙여 재발한 관심 때문에 영화 관련서들을 사들이고 있는데, 미처 주목하지 못했던 책들도 눈에 띈다. 로버트 스탬의 <영화이론>(케이북스, 2012) 같은 경우가 그렇다.  

 

 

 

보통 영화를 공부한다고 하면 영화이론과 영화사에 관한 '교과서'를 구비해놓는 게 기본이었는데, 바로 그 영화이론 교과서라 불릴 만한 책이다. 원서는 진작에 구입해놓은 터라 번역본 출간이 반갑다. 스탬은 영화이론 앤솔로지 <영화와 이론>의 공동편자이기도 하다.  

 

 

초급 단계의 영화이론을 학습했다면 바로 다음에 읽어볼 만한 책이 스탬의 <어휘로 풀어읽는 영상기호학>(시각과언어, 2003)이다. 책이 출간됐을 때쯤 한번 소개한 기억이 난다. 당시엔 문화기호학과 영화기호학 관련서들이 드물지 않게 나왔었고 스탬의 책은 그중 요긴한 가이드북이었다. 그의 책으론 <자기 반영의 영화와 문학>(한나래, 1998)이 가장 먼저 소개됐었는데, 지금 다시 검색하니 절판됐다. 어디에 두었는지 한번 찾아봐야겠다.

 

 

영화사 책으로 가장 많이 읽혔던 건 잭 C. 엘리스의 <세계영화사>(이론과실천, 1988)였는데, 어느새 절판된 지 오래다. 새로 나온 건 버지니아 라이트 웩스먼의 <세상의 모든 영화>(이론과실천, 2008). 원서도 6판까지 나온 걸 보면 가장 많이 읽히는 영화사가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 갖고 있는 책은 <옥스포드 세계영화사>(열린책들, 2006). 996쪽에 이르는 '중량감 있는' 책이다.  

 

 

거기에 더 얹어서 크리스틴 톰슨 등의 <세계영화사1-3>(시각과언어, 2000)도 과거엔 필수 아이템이었는데, 이 역시 절판된 지 오래군.  

 

 

 

영화이론과 영화사로 들어가는 게 전공수준의 공부라면 교양수준의 영화공부도 물론 가능하다. 교과서격의 책은 루이스 자네티의 <영화의 이해>(현암사). 찾아보니 역자와 출판사가 바뀌었고,  얼마전 12판의 번역본이 나왔다. <영화의 이해>(케이북스, 2012). 판을 거듭하는 것으로 보아 이 역시 가장 인기 있는 교과서인 듯싶다.   

 

 

 

그렇게 책들을 구비하고 나서 독서와 함께 해야 할일은 물론 영화를 보는 것이다. 개인적으론 지젝의 <삐딱하게 보기>(시각과언어, 1995)를 다시 읽는 김에 히치콕의 '전작'에 도전하기로 했다. 말 그대로 '전작'에 모두 도전하는 건 아니고, 구할 수 있는 작품들은 대충 다 구해서 보자는 정도다. 물론 그래도 20편은 훌쩍 넘어간다. 히치콕에 관한 책은 그간에 모아두긴 했는데, 분량 때문에 미뤄둔 패트릭 매길리건의 방대한 전기 <히치콕>(을유문화사, 2006)을 이번에 구입했다. 오래전에 간단한 리뷰를 적기도 했지만 가장 간명한 전기는 로로로 시리즈의 <앨프레드 히치콕>(한길사, 1997)이고 가장 요긴한 자료는 프랑수아 트뤼포의 <히치콕과의 대화>(한나래, 1994)다. 절판된 게 심히 유감스러운 책. 개인적으론 분실한 책이라 더더욱 아쉽다. 재출간되기를 기대한다. '히치콕 컬렉션'에 대해선 다음에 따로 적어야겠다...

 

12. 03. 2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난해의 화제작 <도가니>도 못본 처지이긴 하지만, 새로 개봉한 영화 <부러진 화살>에 대한 호평을 연이어 접하다 보니 이번 설연휴에 시간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랜만에 영화 소개기사를 옮겨놓는다. '김영진의 시네마즉설'이다.

 

 

 

한겨레(12. 01. 16) 관객 쾌감 명중시킨 ‘부러진 화살’

 

정지영 감독이 13년 만에 연출한 장편 <부러진 화살>은 영화인들 사이에 화제였다. 지난해 부산영화제 일정을 끝내고 올라오는 길에 이창동 감독, 김유진 감독, 제작자 이춘연씨를 김해공항 식당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이구동성으로 문제작이라고 치켜세우는 것이었다. 이 영화의 기자 시사회를 다녀온, 필자와 같은 학교의 교수이기도 한 황규덕 감독은 <공동경비구역 제이에스에이(JSA)>를 볼 때의 흥분을 느꼈다며 꼭 보라고 강권했다.

 

직접 내 눈으로 본 <부러진 화살>은 솔직히 말해 완성도가 대단히 뛰어난 영화는 아니다. 전개는 투박하고 출연진의 연기 수준도 고르지 않으며 사건을 축조해가는 방식과 주변인물들을 그 사건에 연관 짓는 방식도 낡았다. 이를테면 주인공 김경호를 변호하는 변호인과 김경호를 취재하는 기자 사이를 선후배의 연으로 묶고 플롯의 지렛대로 활용하는 방식이 특히 그랬다.

 

그런데도 이 영화는 관객의 마음에 강력하게 ‘한 방’ 먹이는 게 있었다. 그 한 방에는 누구도 저항하기 힘들 것이다. 정지영 감독은 석궁테러 사건으로 세간에 알려진 이 실화를 영화화하면서 주인공을 영웅화하지 않았다. 안성기가 연기하는 전 대학교수 김경호는 괴짜 수준의 인물이 아니라 속된 말로 ‘진상’으로 부를 수 있는 성격의 소유자다. 주변에 그런 인물이 있으면 아주 피곤할, 고지식하고 융통성 없는 원칙주의자인데, 이런 성격의 소유자가 부조리한 법정의 복판에 서자 굉장한 극적 흥분을 만들어낸다.(게다가 이것은 실화이다.) 그는 민사소송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판결을 내린 판사에게 석궁을 쏜 혐의로 형사법정에 서게 됐으면서도 법대로 하라고 판사와 검사를 몰아붙인다. 법정에서 판사와 검사를 모두 고소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한다.

 

 

 

국가권력의 잘못된 전횡에 김경호가 대들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배운 사람’이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혹은 그가 타고난 유전자의 반제도적인 기운 덕분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건 그의 돌연변이 행동은 관객에게 쾌감을 준다. 감독은 김경호를 플롯의 주인공으로 삼았을 뿐 영웅화하진 않았는데 도저히 좋아할 수 없을 것 같은 이 인물을 우리는 좋아하게 된다. 그건 이 인물에 거창한 명분을 갖다 붙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경호는 자신의 정당함을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 자신의 죄의 일부를 인정하지만, 실제로 화살을 쏘지 않은 상황에서 화살을 쐈다고 주장하는 반대편 논리의 허점을 주장하는데도 그에 관한 증거를 채택하지 않는 재판부와 검찰을 규탄한다. 캐릭터에 대한 미시적인 집중이 거대한 파도를 만들어낸다. 캐릭터가 하도 매력적이어서 <부러진 화살>이 좀더 법정 장면에 집중하는 쪽으로 드라마를 만들어갔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판사 역으로 나온 문성근과 이경영의 존재감도 훌륭했다. 문성근의 유들유들하고 강고한 행동이 어떤 공격에도 상처받지 않는 기득권자들의 우월감을 생생하게 각인시킨다면, 애매한 표정과 망설임으로 일관하지만 자기 태도를 바꿀 의지는 전혀 없는 이경영의 판사 연기도 잊기 힘들 것 같다. 영화는 결국 이런 인상들의 고정점을 남겨주는 데 존재 의의가 있는 것이다. <부러진 화살>은 몇몇 이미지의 잔해를 불타는 채로 관객에게 넘겨주고 생각하게 만든다. 쓰고 보니 내가 애초 매긴 평점보다 훨씬 좋은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김영진 영화평론가·명지대 교수)

 

12. 01. 1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애니메이션 다큐영화 <맑스 재장전>에 대해선 작년초에 들어본 듯한데, 지난가을 국내 영화제에서 상영되기도 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게다가 감독이 알랭 바디우 전공자 제이슨 바커란 사실도 이번에 알았다. 늦었지만 오랜만에 영화 인터뷰기사를 옮겨놓는다.  

 

 

한국일보(11. 09. 26) "마르크스 유행이 허세일 수도 있지만 정치를 생각하게 한다면 문제 안돼"

 

다큐멘터리 '맑스 재장전'(2010)의 감독 제이슨 바커(39)는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 번역가, 저술가로 활동하며 영화도 찍는데 본업은 이론가다. 영국에서 태어나 정치철학을 공부했고, 현존하는 프랑스 최고의 철학자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알랭 바디우를 사사해 카디프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가 쓴 <알랭 바디우 비판적 입문>(2002)은 영미권에 바디우 철학을 최초로 소개한 입문서로, 2009년 국내에서도 번역 출간됐다.

 


'맑스 재장전'이 제3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22~28일)에 초청돼 24일 한국을 찾은 제이슨 바커를 만났다. 인터뷰에는 바커의 <알랭 바디우 비판적 입문> 국내판 해제를 쓴 철학자 서용순씨가 함께 했다. 서씨 역시 바디우를 사사해 파리 8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 다큐의 전제처럼 유럽 등에서 마르크스주의가 다시 주목받고 있는가. 그렇다면 이유가 뭔가.

바커 "나는 경제위기 이후 유럽과 영미에서 마르크스주의가 각광받고 있다고 보는데, 유럽에서 유행하는 반 세계화(Anti-globalization) 운동도 그 영향을 받은 것이다. 이유가 뭐냐고? 사실 내가 이 영화에서 던지는 질문이 바로 그것이다.(웃음)"

-한국에서도 마르크스주의가 유행한다고 보는가.

서용순 "그렇다. 2006,2007년 16회에 걸쳐 마르크스 철학을 무료로 강의한 적이 있는데, 매번 70~80명의 사람들로 붐볐다. 유행의 이유를 찾자면 현실의 참혹함 때문일 것이다. 현재의 정치, 경제적 위기를 벗어나고 싶은데 대안은 많지 않고, 그나마 대안을 얻을 수 있는 학자가 마르크스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다큐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맞춰 마르크스의 계급, 노동, 착취 등의 개념을 다시 사유한다. 한국과 영국의 사례를 통해 달라진 마르크스의 개념을 설명한다면.

서용순 "대표적인 것이 착취의 개념이다. 우리나라도 신자유주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자본이 더 싼 노동력을 찾아 해외로 빠져나간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진중공업 사태다."

바커 "다큐에서 슬라보예 지젝은 "이제 노동자들은 '착취 구조에서 벗어나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착취 구조에 머물게 해달라'고 말한다"고 지적한다. 그가 말하는 착취는 노동시간에 의해서만 정의되는 게 아니다. 예컨대 우리가 TV를 볼 때, 광고를 봄으로써 또 다른 착취 메커니즘에 들어가게 된다."

서용순 "'해방의 정치'란 개념도 그렇다. 마르크스는 미래에 국가가 사라지고 사람들이 스스로의 이해를 대변하고 조정할 수 있다고 했지만, 우리가 겪은 20세기 역사는 정확히 그 반대 지점이었다. 다큐에서 내가 인상적으로 본 것은 마르크스 이론에 찬성 또는 반대하는 학자 모두 국가를 비난한다는 점이다. 이제 의회민주정치가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정권을 장악한 정당은 항상 불리한 위치에 놓이고 매 선거마다 정권은 수시로 바뀐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고, 자민당이 계속 집권했던 일본 역시 최근에 그런 경향을 보인다."

바커 "마르크스가 살던 시대의 국가와 지금의 국가 개념은 다르다. 이제 국가는 국민을 통제하는 시스템으로 존재한다. 영국에서는 국가차원에서 사람들을 통제하는 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최근의 '안철수 현상'도 정당정치가 힘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보나.

서용순 "크게 본다면 그렇다. 정당 같은 국가 장치에 의한 정치를 국민이 신뢰하지 믿지 못하는 거다. 안철수 현상은 정당정치로부터 벗어난 인물에게 정치적 기대를 거는 것이다."

-마르크스가 일종의 패션이 된 시대, 그 유행에는 지적, 윤리적 허영심이 깔려 있는 게 아닐까. 그래서 한국의 '강남좌파'나 유럽의 '캐비어 좌파'에 대한 냉소도 있는데.

바커 "어떻게 보면 마르크스 유행도 미디어가 만든 허상일 수 있다. 하지만 정치문화적인 허세가 사람들을 정치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 수 있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다큐에서 학자들에게 마지막으로 던진 질문처럼, 현실의 문제점을 깨닫게 하는 빨간 알약과 현실을 받아들이게 하는 파란 알약 둘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서용순 "파란 약이든 빨간 약이든 약은 약이다. 현실이 병들고 아프다는 말이다.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빨간 약을 고르겠다."

바커 "나 역시 빨간 약을 고를 것이다."

 


맑스 재장전

다큐멘터리 '맑스 재장전(Marx Reloaded)'은 영화 '매트릭스'의 한 장면을 애니메이션 기법으로 패러디하며 시작된다. 소파에 앉은 마르크스에게 러시아 혁명가 트로츠키가 빨간 알약과 파란 알약을 내민다. 이때 트로츠키의 한마디. "빨간 알약을 먹으면 영구혁명이 얼마나 진척됐는지 보여주리다." 이후 최근 각광받는 현대 인문, 사회과학자들의 인터뷰가 이어진다.

제이슨 바커 감독은 이 다큐를 통해 2007년 미국발 세계금융위기 이후 "마르크스의 유령이 다시 유럽을 배회한다"고 말한다. 슬라보예 지젝, 자크 랑시에르, 안토니오 네그리, 닌나 파워, 알베르토 토스카노 등을 차례로 만나며 감독은 묻는다. "마르크스주의가 오늘날 경제, 환경, 정치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 줄 수 있는가?" 다큐는 좌우파 학자들의 입장을 번갈아 소개하며 마르크스 이론이 왜 다시 회자되는지를 짚고, 신자유주의 시대에 이 이론들이 어떻게 변형, 발전됐는지를 소개한다. 2009년 독일 TV ZDF와 메데아 필름의 지원으로 만들어져 ZDF를 통해 방송됐고, DMZ영화제를 통해 한국에 처음 소개됐다.(이윤주기자)

 

12. 01. 0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