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할꺼다.

청소해야지.

청소해야해.

청소합시다.

청소하시지.

청소하던지.

청소하자고.

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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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5-02-21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겆이만 근근히 끝내고 분리수거할 것만 근근히 나누다. 그래도 장하다. -_-a

하루(春) 2005-02-24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팟 갖고 계신가 봅니다. 그쵸?
 

 

 

 

 

전집을 사기로 마음 먹고, 사 놓았던 '무진기행'을 드디어 펼쳤다.

오늘 기차타고 천안에 가면서 읽기 시작했는데,

'작가의 말'을 읽고 나니, 나머지 세권 사는 것이 주저된다.

|작가의 말 |

 

나와 소설 쓰기

제 1회 이상문학상 수상작이라는 관사가 붙어다니는 [서울의 달빛 0장]을 쓰고 난 이후로 나는 소설을 거의 쓰지 않고 지냈다. [서울의 달빛 0장]을 쓴 해가 1977년이니까 그 이후 십팔 년동안 나는 소설가이기를 그만둔 꼴로 지내온 것이다.

1980년에 동아일보에 장편 연재를 시작했으나 광주사태의 참극으로 인한 충격과 분노는 펜을 잡고 있을 수 없을 만큼 손을 떨리게 했다. 연재 십여 회 만에 소설 쓰기를 중단해버렸다. 그 후 몇 군데 사보에 콩트 몇 편을 썼을 뿐, 나는 친구들의 말마따나 '前소설가'가 되고 말았다.

그러나 아무리 1980년대 초의 한국이 피비린내 나는 광기에 휩싸여 있었다고 할지라도, 1981년에 하나님을 만나는 체험을 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이내 다시 펜을 잡고 소설 쓰기에 매달렸을 것이다. 소설 쓰기란 나에게는 항상 직업 이상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소설을 쓰기 위해서 나는 오히려 생계수단으로 다른 일을 하곤했었다. 소설 쓰기는 나에게는 신성한 것이었다. 소설을 구상하고 파지를 내가며 지금 쓰고 있는 장면의 의미를 정리하는 동안은 인생의 혼란과 무의미감에서 일시적으로나마 벗어나 이 세계가 제법 조리 있어 보이고 의미 있어 보이는 구원의 시간이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하나님에 의해서 내 영안靈眼이 열리고, 하나님의 크고 하얀 손을 보게 되고 그 손에 의해서 어루만짐을 받게 되고 "누구냐?"라는 내 질문에 "하나님이다"라는 음성의 대답을 듣게 되고, 또 이후 1982년엔 "그리스도의 명령이다. 인도에 가서 전도하라!"는 음성의 대답을 듣게 되고, 다음해인 1983년엔 예수 그리스도의 발현으로, 그 하얀 내리닫이 옷을 입으신 하얀 몸-하얀 머리칼, 하얀 수염, 하얀 피부의 얼굴 등. 하얀 모습의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내 눈으로 보게 되는 등, 극치의 구원이 나에게 임하신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놀랍기만 한 신비의 연속적인 체험이 나에게는 광주사태 이상으로 충격적인 것이었다.

그후 여러 해 동안 나는 오직 성경과 그 주석서를 읽고 기도 생활에 몰두하며 나의 세계관과 인생관을 교정하는 일밖에 다른 겨를이 없이 지내왔다. 소설 쓰기는 이 시각 교정 이후에나 고려해볼 문제였다. 인도에 가서 전도해야 한다는 소명의식으로서 그 준비와 관련되지 않는 일은 내 일상생활에서 배제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 쓰기의 문제는 해가 갈수록 더욱 새로운 필요성에 따르는 강한 욕구가 되어 나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구원의 원천이신 하나님을 만난 이상 소설 쓰기가 더이상 나의 구원 수단은 아니게 됐지만 소설이라는 언언행위가 하나님의 진리와 진실을 드러내기에 적절한 수단일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게 된 것이다. 소설을 쓰기에 따라서는 하나님께 받은 은혜를 갚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마치 공산주의자들의 선전문학처럼 상투적인 기독교 전도용 소설로 단순화하는 것이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하나님의 진실이 드러나게 하기 위해서는 소설은 오히려 보다 철저한 독창성과 보다 생동적인 형상화를 이루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인간과 사회의 죄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접근과 관찰과 숨김이 없는 기록. 그리고 리얼리티를 오히려 돋우어주는 은유- 그것이 앞으로 내가 써야 할 소설이라는 비전이 날이 갈수록 뚜렷해지는 것이었다.

하나님의 빛이 밝을수록 인간들의 어둠은 더욱 고통스러워보였다. 무신론자 또는 불가지론자였던 시절에는 인간들의 어둠이 때로는 귀엽기도 하고 아름다워 보인 적도 있었는데 말이다.

십수 년 동안 중단했던 소설 쓰기를 새로 시작하려고 보니 기왕에 써냈던 작품세계를 새삼스럽게 검토해보고 싶어졌다. 십수년의 간격이 이전에 썼던 작품들을 하나의 카테고리 안에 집결시키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언제부터인가 나에게 '60년대 작가'라는 별칭이 붙어다니는데, 아닌게 아니라 이제 보니 이 카테고리야말로 1960년대 상황 인식이라는 걸 깨닫게 되는 것이다. 1960년대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내가 써낸 소설들은 한낱 지독한 염세주의자의 기괴한 독백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1960년대라는 조명을 받음으로써 비로소 소설들은 일상적인 모습으로 동작하는 것이다. 내가 '60년대 작가' 임을 스스로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자리를 확인해보려고 고개를 돌려대며 두리번거리는 어린아이처럼 자기 시대의 현상과 징조를 확인하기 위해서 상상력의 빛을 여기저기 들이대보고 있는 젊은 작가의 모습이 다소 그립게 회상된다. '하나님을 모르고도 잘도 견뎌왔군!' 작품 한 편 한 편을 들춰볼 때마다 불안과 초조함으로 입술이 바싹 말라붙은 젊은 날의 내 모습이 눈에 선해지며 저절로 연민 섞인 감탄사가 중얼거려진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무신론의 불타는 가슴을 후벼대며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보다 더 많다고 하면 이 작품들은 더이상 나의 것이 아니고 바로 그 사람들의 것이 되리라. 하나님의 위로가 없는 한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우리들의 상황은 항상 1960년대인 것이다. 이 깨우침이야말로 이 '김승옥 소설전집'을 출판하는 데 동의한 나의 이유이다. 만약 이 소설들이 바로 내가 하나님의 한없이 자애로운 손길에 닿기 이전까지 걸어온 그 궤적의 일부라고 하면 이 작품들이야말로 지금도 1960년대를 살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미로에서 하나님께 이르는 골목으로 들어서게 하는 입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이것이 나의 뻔뻔스러운 희망에 불과하다고 할지라도 이 소설들이 지금 이대로도 바로 그들의 것이라는 사실은 분명할 것이다. 되풀이하지만, 인간의 고통의 궤적을 쫓아서만 하나님의 사랑 깊은 손길이 다가온다는 사실도 분명한 것이다.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해설한다는 것은 ...(후략)

* 볼드체는 내가 한 것임. -_-v

난 소속은 천주교 . 나름 유아세례 받았었고, 어렸을적부터( 아니 어렸을적에는) 성당에 매주 나갔었고, 대학교 들어간 후 2-3년에 한 두 번 갈까 말까 하다가 회사 들어와서는 맨날 지나만 다닌다. 성당신자요. 라고 당당하게 말하긴 뭐하지만, 종교는? 카톨릭이요. 라는 대답이 스스럼없이 나올정도는 된다. 가끔은 이번 주에는 가서 고백성사도 하고 미사도 참가하고 영성체도 모셔야지. ( 영성체를 한다고 하거나 성체를 모신다고 해야지, 영성체를 모신다고 하는건 번역자가 기본적 소양도 없고 어쩌고 해 놓은 리뷰를 봤었는데, 리뷰 보면서 뜨끔했다. 뭐, 우리 세계에선 영성체 모신다고도 했는데? -_-a 암튼) 라는 생각도 해보고 그러는 정도. 세상에 신이 있냐고 물어본다면, 성경에 나오는 하느님이 하늘에서 우리를 항상 지켜보고 계셔.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내 마음 속에, 혹은 컴퓨터 자판 속에, 혹은 알라딘 속에, 혹은 책 속에 있을꺼야라는 생각은 하고 있다. ( 그렇다고 다신론자냐? 묻는 바보는 없겠지)

그런 정도의 '나' 가 싫어하는 것은 좀 과하다 싶은 사람. 그리고 종교로 돈 벌어먹는 사람. 그리고 종교를 빌미로 햇소리 하는 사람 등등등.  예를 들면 쓰나미 재앙은 주님의 심판이셨소! 혹은 스님들이 엔터프라이즈 타고 다니면서 패싸움 하는거.( 진짜 싸움. 말싸움 말고) . 그런것보다는 덜 싫지만,  개인적으로 '주 예수 믿으시오' 하면서 따라다니는 사람도 싫다.  누가 도스토예프스키를 읽으시오. 그러면서 책들고 따라다녀준다면 냉큼 ' 네! 아멘!' 할텐데. 아, 그리고 성모 마리아는 우상숭배 아니야? 천주교에선 고백성사를 왜해? 하며 눈썹 치켜뜨고 묻는 사람들도 싫다. ( 눈썹 안 치켜뜨면 괜찮다.)

다시 김승옥 전집으로 돌아가서. 찝찌름한 기분의 작가의 말을 읽고 소설을 읽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은 재미있었다.'

그래서 다시 고민.

나머지 세권은....

혹은 생각의 방향을 바꿔서 왜 작가들이 글 쓸때 신내렸다고 하잖아? 그래. 그 '신 ' 아닐까? 붓 끝에 영감을 주는 신! 이라고 하기엔 그리스도 전도. 그러니깐. 그의 그리스도는 영감을 주는... 이라고 우기기엔 너무 비약에 오역인거겠지.

'강변부인' 만 한 권 더 사보기로 했다. 왜냐하면.. 저기.. 후략된 작가의 말에 나오는 해설 보고 산다고는 절대 말 못해. ///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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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ky 2005-02-21 0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 단편 작가중에 최고라고 생각하는 작가에요, 저에게 김승옥씨는..고등학교때 처음으로'무진기행'을 접한후 얼마나 가슴이 뛰던지..문장 하나하나에서 느껴지던 섬세함..그의 감각적 문체에 반해서 엄청나게 밑줄 그어가면서 읽었던 책이었지요. 그 후 몇몇 단편들을 읽어봤는데, 언제나 경탄을 금치 못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김승옥 전집은 꼭 소장하고 싶은 전집이에요. (근데 언제가 될련지, 휴..)고등학교 이후로도 1~2년에 한번씩 꼭 무진기행을 읽고 있답니다.^^

하이드 2005-02-21 0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책은 재미가 있더란말이죠. 근데, 위처럼 작가의 말에서 '하나님' '하나님' 하면 왠지 거부감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라서 말이지요. 일단 지금 1권 읽고 있는 중이니깐, 다 읽고 나서 사거나 말거나로 대충 생각하고 있는데, 귀가 파닥거리는 저는 게다가 perky님의 '최고'라는 말에 내심 다 사기로 굳히기 들어가고 있습니다. ^^
 

1. 이벤트 상품들 ^^

발마스님을 위하여

 

 

 

 

깍두기님을 위하여

 

 

 

 

 

연보라빛 우주님을 위하여

 

 

 

 

로렌초의 시종님을 위하여

 

 

 

 

 

2. 시리즈 상품 채우기

 

 

 

 

 

 

 

 

 

 나머지는 다음에;;;

 근대와 현대는 아무래도 안 땡긴다.

 

 

 나머지는 다음에;;;

어쨌든 난 이제 막 한 권을 읽었을 뿐이니;;

 

 

 

3. 쿠폰북

 아, 과학책은 정말 안 읽는데,,

 

 

 

 

 그리고 사실 이것도 안 읽은 상태이긴 하지만, 음. 쿠폰에 약한 모습 보이는 나다.

 

 

 

 

4. 존 버거

 

 

 

 

 

5. 마이리스트 떨어진 기념!

 

 

 

 

음. 내일까지 계속 추가. 혹은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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明卵 2005-02-19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마이리스트 떨어진 기념으로 주문한 게 한 권 있어요. ^^

▶◀소굼 2005-02-19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코스모스...ㅠㅠ 이제 돈 쓰면 안되는데;;

하이드 2005-02-19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927007

^^ 코스모스는 왠지 꼭 사고 싶어요. 그죠?

그넘의 마이리스트는 여러사람 맘 아프게 했네요. 흐흐


panda78 2005-02-19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ㅡ^ 몽테뉴! 요것 제가 보내드려도 될까요?
저도 갈대님께 받은 책이긴 합니다만.. 긁적..
 
숲을 지나가는 길 - An Inspector Morse Mystery 2
콜린 덱스터 지음, 이정인 옮김 / 해문출판사 / 2005년 2월
평점 :
절판


아, 드디어 읽어버렸다. '숲을 지나가는 길'. 이제 3. 사라진 보석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건가. 근데, The jewel that was ours(사라진 보석)1991 이 먼저 나왔는데, 왜 숲을 지나가는 길1992 를 먼저 내 놓은 걸까?

처음으로 우리의 모스경감을 접했던 건 ' 옥스퍼드 운하 살인사건' 그리고 ' 우드스톡을 향한 마지막 버스'. 옥스퍼드 운하 살인사건에서 너무 즐거웠던것에 비해 '우드스톡...'은 좀 실망스러웠다.

그리고 ' 숲을 지나가는 길' 다시 한 번 즐거워졌다. 원제는 The Way Through The Woods. 눈에 쏙 들어오는 제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상한 제목으로 바꾸어 내지 않는 출판사에 감사한다.

몇가지 거슬리는 점부터 얘기하고 책에 대해 얘기해보자면, 왜?왜? 알라딘에 책 소개가 전혀 없는 것인지. 줄거리나, 작가나 번역가에 대한것. 그리고 번역가 정보는 책 날개와 앞 뒤를 뒤져봐도 나와있지 않았다. 이건 또 무슨 일인지. 혹시 찾으신 분 알려주세요. 딱히 멋지거나 거슬리지 않으면 번역가 찾아보지 않는데, 이 경우는 안타깝게도 후자. 뭐, 계속 거슬리는 건 아니고, 페이지를 얼마 안 넘긴 30페이지에

[왼쪽으로 돌아 모스는 브릿지 거리( 원서에는 Broad Street 라고 되어 있으나, 라임리지스에는 Broad Street 라는 지명은 없다. 대신 Bridge Street 가 묘사하는 위치에 들어맞는다. Broad Street 는 옥스퍼드 대학 근처 거리 이름, 작가가 착각한 것으로 보인다) 의 경사진 길을 올라가느라 애를 썼다. ]

아니, 무슨 이런 친절한 번역이 다 있는지. 콜린 덱스터의 팬으로서 이 친절한 역주는 정말이지 불쾌하기 짝이 없다. 그리고 이 책에는 역주가 아래에 달려있지 않고 문장 사이 괄호 안에 달려있다. '역주'를 보지 않을 권리를 보장해달라! 보장해달라!

1년여전의 스웨덴 여대생 실종사건. 그 후 범인에게서 보내진듯한 익명의 편지 한 통이 경찰서로 배달되고, 실종사건은 살인사건이 된다. 휴가지에서 만난 신비의 여인과 사랑에 빠진 모스 경감이 사건을 맡아 와이탐 숲을 수색하게 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올랐던 두가지 소설은 ' 위철리 여자' 와 ' 폭스 이블' . 사건과 상관없어 보이는 이야기들도 모두 사건과 밀접한 관련을 지니고 있다.

이 작품에서는 특히나 더 모스 경감의 매력이 돋보인다. 그의 유머. 머리 좋은 티 내는 점, 뒤로 갈수록 꽤나 놀랍다. 여자만 보면 반해버리는 점 등등 낭만적이고 직관적이며, 술을 좋아하고( 숨쉬는 것과 같다고 하니..)현학적이다. ( 고전음악과 책을 좋아한다) 매 장 앞머리에 인용문이 등장하는데,

그들이 어떻게 같이 있게 되었는가? 그것이 궁금하다!

                   T.S. 엘리엇( 1888~1965 : 영국 시인, 극작가, 평론가<눈물 흘리는 소녀>)

이런식으로 그 장의 내용과 관련이 있는 인용문들. 간혹 인용문을 찾을 수 없을때는 디오게네스 스몰이란 지어낸 이름으로 인용문을 적기도 한다. 원서에서는 작은 텍스트박스 안에 인용문들이 들어가 있다. 콜린 덱스터스럽고, 모스경감스러운 장치인듯하다.

모스경감 시리즈에서 '여자' 는 범인이거나, 희생자거나 대상화되어 나온다는 점은 좀 맘에 안 들지만 ( 어떤 추리 소설이 안그러랴? 손 꼽을 정도일 것이다) 모스경감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경감님이다! ( 음.. 시므농의 메글레 경감 시리즈는 좀 더 안나와주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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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5-02-19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월에나 봐야겠네요. ^^ 요즘엔 바빠서 단편소설 하나 읽는데 며칠 걸린답니다.

하이드 2005-02-19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이 책 꽤나 두껍고 큰 편이에요. 생각보단 시간 많이 걸렸는데, 재밌었어요 >.<
아예 3 사라진 보석 나오면 먼저 보고 이 책은 그 담에 보는게 나을지도 모르겠네요

Fithele 2005-02-21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보았습니다. 실례가 안 된다면 인용하신 각주를 보고 불쾌하게 느끼신 이유를 조금 더 자세히 여쭤 보아도 될까요?

하이드 2005-02-21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콜린 덱스터와 셰익스피어를 비교하면 돌 맞을지도 모르겠지만요, 셰익스피어의 글에 스펠링이 틀린 것이나 틀린 지명이 있었는데, 번역자가 친절하게 수정을 해서 적고, ' 셰익스피어가 착각한 것 같다' 라고 한다면, 뭐, 이런?! 하지 않겠습니까?제게는 콜린 덱스터가 셰익스피어입니다. 물론, 위의 지명에 대해 지식이 없는 독자들에게 '사실'을 알려주고자 하는 의도는 이해 안가는 바가 아니지만, 그렇다고 원작을 수정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각주가 아래에 달려 있지 않고, 문장 중간에 달려 있는 것은 '각주를 읽고 싶어하지 않는 ( 특히나 역자가 달은 경우에는 ) 독자의 권리를 무시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책의 흐름을 끊는 각주는 개인적으로 가장 싫어하는 것 중에 하나이거든요. 반다인의 '그린 살인사건' 같은 경우에는 아예 각주와 역주가 매 장 끝에 달려 있더군요. 전 차라리 궁금하면 뒷장을 넘겨볼 지언정 그와 같은 각주를 선호할 정도이니, 문장 중간중간의 각주가 얼마나 거슬렸는지 아시겠지요? 물론 각주가 중간에 들어간 것을 선호하는 독자도 있겠으나, 일단 번역이라는 한 번의 큰 변화를 겪는 책에서 가능한 원본과 비슷하게 보고 싶은 맘이라고 한다면 너무 큰 바람일런지요. 각주의 위치 빼고는 번역상 거슬리는 부분이 30페이지에 나와있는 지명정도밖에 없는데에 비해 강하게 지적한 것이 아닌가 싶기는 하지만, 이 책에 대한 애정은 이 책 아래에 링크되어 있는 제 페이퍼에서 볼 수 있듯이 의심하시면 안되구요. 책 제목을 눈에 안들어오는 ' 숲에 가는 길' 로 원제에 충실하게 하신 것도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all that remains 를 하트잭이라는 별로 좋지도 않은 제목으로 바꾸어 놓는 걸 보고, 아, 진짜 다행이다. 생각했거든요. 제 지식이 미천하여 예라고 드는 것들이 제가 아는 것에 한계지어져서요, 다른 생각 있으시면, 알려주세요. ^^

Fithele 2005-02-21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세한 답변 감사드립니다. 특별히 다른 생각이 있어서 말씀드린 것은 아니고 리뷰에 쓰신 말씀이 잘 이해가 안 되어서 그냥 여쭤본 것 뿐이랍니다. ^^ 원작 수정은 어떤 글이든 간에 안될 일이라는데 십분 동감합니다.

각주에 대해서는 개인 취향의 문제입니다만 저의 경우엔 뒷장을 넘겨 찾다가 그만 중요한 단어를 보거나 하는 일을 몇 번 당했더니 ^^; 뒷장에 몰아놓은 각주보다는 같은 페이지의 맨 아래줄에 달거나, 그 자리에 다는 형식을 선호하게 되더군요. 그게 서너줄씩 되면 좀 많이 짜증이 나지만요...

하이드 2005-02-21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저는 순간 혹시 번역하신 분인가 해서 뜨끔했었어요. 전 각주 안 읽고 넘어가는편이라서요, 없는 것을 선호하구요. 보르헤스 선집을 보면 페이지의 반 이상이 각주이지요 . 런던 " 영국의 수도 이런식이구요. ^^ 완전 짜증에 패스하고 넘어갔는데요, 닥터 노렐과 미스터 스트레인지의 경우에도 무지하게 각주 많던데, 환타지이니만큼 다 읽어줘야할것 같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이 책의 경우에는 아무래도 결정적으로 번역자가 원본 수정한점에서 짜증이 나면서,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개인적인 선호부분을 짚은거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poirot 2005-02-21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딴지는 아니고 저도 역주에 관해 의견을 말씀드리자면, 역주는 참 맘에 들었습니다. 참 성실하게도 조사했다는 것과 그만큼의 성의를 보인 것에 내심 기분이 좋더군요. 세익스피어에 비유하신 말씀도 일리가 있지만, 역주가 없었더라면 디오게네스 스몰이란 가상의 인물도 모른채 지나갔을 것 같습니다. 이래저래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나봅니다.

하이드 2005-02-22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말씀드렸듯이 각주부분은 개인적인 취향이겠지요.제 개인적인 취향을 리뷰에 쓴 것이고요, 단, 원본을 바꾸는 것은 월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정인 2005-02-22 0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역주 때문에 난리가 났군요. 사실 출판된 책은 제가 원래 단 역주에 비하면 많이 줄어든 겁니다. 번역 작업이란게 번역자가 한 번에 해서 넘기는 게 아니라 번역을 해서 넘기면 출판사 편집자께서 감수 작업과 윤문을 하시고 또 제가 보고 수정을 하고 ... 이런 과정을 몇 번 씩 거치거든요. 다른 번역자들은 잘 모르겠지만 일단 저 같은 경우 역주를 넣는다고 돈을 더 받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저를 기준으로 해서 좀 생소하다 싶거나 독자들께서 알아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주를 넣어주는 편입니다. 특히 거리나 건물 묘사같은 건 영어로만 보면 이미지가 안와서 지도나 사진을 직접 찾아보고 주를 넣어줍니다.
문제를 삼으신 부분도 지도를 찾아보다가 알게 된 거구요. 이런 건 거의 출판사에서 최종 수정을 할 때 거의 날아가긴 하지만 편집자 분이 윤문하실 때 글 흐름을 전반적으로 아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서 꼬박꼬박 넣고 있습니다. ‘옥스퍼드 운하살인사건’도 역주를 꽤 넣었었는데 많이 날아간 거였습니다. 이번 책은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지만 출판사에서 제 정성이 갸륵했는지 주를 많이 살려 준 거구요. 그리고 주 위치는 제 소관이 아니라서.... 개인적으로는 저는 페이지 하단에 있는 게 제일 좋다고 생각하는데 주가 너무 길지만 않으면 지금처럼 하는 것도 예쁘긴 하더라구요.
지적하신 부분에 대해서는 제 생각엔 월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모토는 ‘독자로 하여금 모든 걸 알게하라’입니다. 그냥 고쳤다면 몰라도 작가의 실수가 확실하고 고쳤다는 걸 알렸다면 그걸 월권이라고 하기엔 좀... 아마 그대로 두고 주를 넣는 게 제일 옳았겠지요. 사실 저는 원문 그대로 번역은 좋은 번역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근본적으로 문장 구조의 차이도 있지만 가장 큰 건 대상 독자의 문화와 정보의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지적하신 부분도 영국에 사는 (아마 그 중에서도 라임 리지스에 사는 사람이긴 하겠지만요) 사람이라면 틀린 걸 알텐데, 우리는 모를 수밖에 없는 사실이거든요. 이런 장벽을 극복하기 위해 두 가지 방식이 있을 텐데 영국의 문화적 맥락을 완전히 우리의 문화적 맥락으로 옮겨놓거나(이러면 역주는 필요가 없겠지요, 예를 들어 A레벨 시험 같은 단어를 학력고사나 수능으로 옮기는 방법), 최대한 원문을 살리고 역주를 통해 동일한 정보를 주는 방법이 있을 겁니다.
영화 쪽에 뛰어난 번역가들은 대개 첫 번째 방식을 훌륭하게 사용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활자매체의 경우 궁극적으로는 두 번째 방식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다른 문화에서 생산된 텍스트에 대해 단순한 즐거움 뿐 아니라 문화적 이해를 확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배경 정보가 소설의 주제와 직결될 때도 있습니다. 불충분하게 주가 넣어졌기 때문에 아셨을지 모르겠지만 작품 속의 버밍엄 식스나 길포드 포 같은 사건들은 몰라도 내용을 이해하는데 아무 지장이 없지만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을 알기 위해서는 반드시 정보를 가져야 하는 사건들입니다.
이 사건들은 둘 다 영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오심 사건들로 청소년에 대한 강압적인 수사와 가혹한 처벌이 몇 사람의 인생에 돌이키기 어려운 상처를 줬던 사건들입니다. 콜린 덱스터는 이 사건들을 언급함으로써 소설 속에 나오는 10대 폭주족들에 대한 영국 정부의 가혹한 태도를 은근히 비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업 소설에서 무한정 주를 넣을 수 없기 때문에 저 같은 경우에는 두 번째에 중심을 두고 절충하는 편을 택하고 있습니다.
사실 번역이라는 게 크게 돈이 되는 직업은 아니기 때문에 날림 번역이 많습니다. 그리고 이런 걸 부추기는 출판사도 많다고 듣고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고 독자로서 번역 때문에 짜증나는 경우도 많이 겪었습니다. 어쩌다가 원문을 비교해보고 오역을 발견하면 사기당한 기분을 느끼기도 하구요. 그래서 적어도 저만은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며 번역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제가 한 번역에도 오역이 있겠지만 (실제로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썩 잘하는 번역도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실력이 부족해서지 노력이 부족해서는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이 지나쳐서 나타나는 일이니까 너그러이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덧붙여 알려드리면 콜린 덱스트는 책에 꼭 한 두 가지 씩 실수를 하곤 합니다. 이 책에도 역주로 밝힌 부분 뿐 아니라 서장 제일 첫 부분 비트겐슈타인 인용문도 출처를 잘못 적어놓았더군요. ‘철학적 탐구’가 아니라 ‘논리철학논고’에 나오는 말이었습니다. 이것도 주를 넣었는데 그건 빠졌더군요.)

(미스 하이드님, 책을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감사합니다. 이번 책은 지난 책만큼 빨리 서평이 안올라와서 책이 재미없었나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저는 이 작품이 ‘옥스퍼드 운하살인 사건’보다 낫다고 생각했는데 독자들은 다를 수 있겠다 싶어 좀 불안했었어요)

(피델 님이 올리신 모스 경감 TV 시리즈는 저한테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역주가 맘에 드셨다니 기쁘군요. Poirot님. 처음 덱스터 책 번역을 맡았을 때 인터넷 검색으로 알게 된 사이트들이 ‘하우미스테리’하고 님의 이글루 블로그였습니다.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하이드 2005-02-22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각주가 들어가는 것은 추가적인 노력이군요. 처음 알았습니다. 번역자님이 직접, 그리고 고수분들이 다들 답글달아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네요 ^^;; 역주/각주의 위치는 개인적인 취향이라고 얘기한건 보셨지요? 별로들 안 좋아하는 '그린 살인사건' 과 같은 각주.역주가 제 취향인 것이 대다수 독자의 취향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도 알고 있구요, 그렇다고 마이리뷰에 제 취향을 적으면 안 된다는건 아니시죠? 그리고 다들 원본수정에 대해서는 공감하시는거라고 믿겠습니다. 원본은 그대로 놔두고, 역주에만 표기하는 것이 옳았다고 생각됩니다. 다른 책들에서도 그런 경우를 종종 봐왔구요. 콜린 덱스터는 (전 해문 시리즈로 처음 접했으니, 잘 안다고 할 수 없습니다. 옥스퍼드 운하 살인사건이 처음 접한 작품이었고, 그 작품이 마음에 쏙 들었는데,해문에서 나온다니 너무 반가운 마음인거지요.) '라임리지스' 에 사는 사람들만 보는 작가는 아니지 않나요? 영국의 작가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스테리 작가이지 않나요? 라임리지스에 사는 사람 외에 그 책을 읽고, 여기 거리 이름 잘못썼네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지도까지 찾아보시고 틀린걸 찾아내셨다니, '번역' 이란게 단순히 영어를 우리말로 옮기는 작업이 아님에 감탄스럽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제가 역주, 각주 싫어 잘난체 아무리해도, 역주 없이 봤을때보다 훨씬 더 잘 이해하게 된 것도 사실이구요. 다시 입장 바꿔서,위에 셰익스피어 얘기 나왔으니깐, 한마디 더요. ^^ 제가 요즘 재미있게 읽고 있는 김승옥의 단편이 영어로 번역될때, 번역자가 지명 틀린것을 발견하고 원글의 지명을 바꾸어서 적는다면, 잘못된거란 생각이 들지 않을까요? 사소한 부분이긴 하지만, 작가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 작가는 창작을 하는 '신' 과 같고, 아무리 작가가 틀렸어도, 작가의 동의 없이 수정하기를 바라지는 않지 않을까요? 간단하게 제 생각 말씀드릴 수도 있는데, 얘기가 주저리주저리 길어지네요 ^^ 답글 남겨주신 분들 얘기 듣다보니, 이게 맞나 저게 맞나 생각하다 보니 그랬습니다. 글남겨주신 모든 분들 감사드립니다.^^ 번역자님께서 직접 글 남겨주시고 입장을 말씀해주시니 더 감사드립니다.

Fithele 2005-02-23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정인님, 좋은 번역 정말 고맙습니다. 아마도 이 책 서평이 빨리 안 올라오는 이유는 분량이 많아서 아직 저처럼 다 읽지 못한 사람이 많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 사실 덱스터의 모스 시리즈를 좋아하면서도, 다 읽고 나서 항상 리뷰를 쓰기에는 항상 뭔가가 하나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어 지금까지 단 한 편의 리뷰도 쓰지 못했던 것이 사실인데, 이번 [숲을 지나가는 길]은 정말이지 너무 재미있어서 마치고 나면 꼭 추천 내지 리뷰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모스 경감 TV 시리즈가 도움이 되었다니 더욱 기쁩니다. 그리고 이런 자리를 만들어 주신 미스 하이드 님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

그린브라운 2005-02-24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번역이 성의있게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번역하신 분께서 직접 글까지 올려주시니 더 반갑습니다 ^^ 계속 좋은 번역 부탁드립니다..그리고 이왕이면 서재에 미완의 역주를 올려주시는 것은 어떨까요? ^^ 저는 사실 각주, 역주.. 이런 것을 매우 좋아해서 차근차근 읽는 편이거든요...그리고 이런 걸 읽음으로써 작품에 좀더 가까와지는 기분이 들어서요...

하이드 2005-02-24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저는 개떡같이 얘기해도 콩떡같이 알아듣고, 금떡같이 얘기해도 콩떡으로 알아듣기 때문에, 뭔말이냐? -_-a 아무튼, 책을 쑤욱 쑥 읽어나가는 편이라, 거슬리는거 잘 모르거든요. 근데, 가운데에 들어가 있으니, 저게 눈에 유독 뛰었었나봐요. 다들 성의있는 번역에 박수를 보내니 번역하신 분도 보람이 있으시겠습니다. ^^
 

 

 

 

 

그 해의 마지막 눈 ' 황경신 ' 초콜릿 우체국中

눈이 내렸다. 그들은 이 눈이 이 해의 마지막 눈일 거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제 곧 봄이 온다는 겁니까, 내가 묻자 그들은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요, 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들은 그러니까 나를 이곳까지 안내하는 역할을 맡은 두 사람은, 단정한 카키색 수트 안에 베이지색 와이셔츠를 받쳐입고, 와이셔츠보다 약간 진한 베이지색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넥타이 매는 법' 이라는 책자에 나오는 사진처럼 완벽한 넥타이였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넥타이를 제대로 맬 수 있죠?"

넥타이를 맬 때마다 몇 번씩 풀었다 맸다를 되풀이하는 내가 그들에게 물었다. 나의 오른쪽에서 걷던 넥타이가 대답했다.

 " ……별로 연습을 한 건 아닙니다만."

음음, 하고 나의 왼쪽에서 걷던 넥타이가 헛기침을 했다. 눈은 점점 쌓여가고 있었다. 발을 디딜 때마다 조금씩 빠질 정도였다. 하지만 날씨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포근했다.

 "이제 곧 도착합니다." 왼쪽 넥타이가 말했다. "아주 늦은 것은 아닌 것 같군요.다행히." 오른쪽 넥타이가 말했다.

 "도시에서는 이런 눈을 좀처럼 볼 수가 없었는데."내가 말했다.

"그렇죠." 왼쪽 넥타이가 말했다."이곳의 눈은 폭신폭신하고, 보들보들하고, 아주 신선합니다."

"도시의 눈은 아무래도 거칠고, 퍽퍽하죠." 오른쪽 넥타이가 말했다. 해가 천천히 저물 때까지 눈은 계속 내리고 있었다.

 "저곳 입니다." 오른쪽 넥타이가 불빛이 흘러나오고 있는 작은 집 하나를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목적지인 '겨울'에 도착한 것이다.

나는 그곳의 마지막 손님이었다. 나는 이 곳에 오기 위해 지난 며칠 동안 많은 일들을 처리해야 했는데, 중간에 뭔가 착오가 생겨 정해진 날짜에 출발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깔끔하게 넥타이를 맬 줄 아는 그들이 나를 이 곳까지 안내해준 것이다.

문을 열자 이미 도착해 있던 세 사람이 우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나이가 꽤 들어 보이는 남자 두 명, 그리고 소년처럼 보이는 젊은 여자였다. 그들은 모두 벽난로 앞에 앉아 있었는데, 어디에선가 식욕을 자극하는 고소한 냄새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젊은 여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마지막 손님이지요?"그녀가 말했다. 넥타이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정중하게 인사를 한 다음 그녀 또는 나를 향해"서두르지 않으면 밤이 되어버리니까요."라고 말하고 곧바로 되돌아갔다.

 "저는 이곳의 가이드입니다.좋은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그녀가 말했다.

곧 저녁 식사가 차려졌다. 가짓수는 많지 않았지만, 어쩐지 입맛에 꼭 맞는 음식들이었다. 나를 포함한 네 사람은 별로 이야기도 하지 않고, 묵묵히 식사를 마쳤다. 식사가 끝난 후에는 벽난로 앞에 모여 앉아, 뜨거운 커피를 마셨다. 밖은 완전하게 어두워졌고, 세상은 완벽하게 고요했다.

침묵을 깬 것은 감색 카디건 차림의 남자였다. 그는 가지고 온 가방 속에서 보드카 한 병을 꺼냈고, 작은 병에 그걸 따라서 우리에게 나눠주었다. 우리는 싫다, 좋다는 말도 없이 잔을 비웠고, 감색 카디건은 다시 잔을 채웠다. 투명하고 작은 유리잔에 술이 채워지는 소리, 그 술이 누군가의 목젖으로 넘어가는 소리, 벽난로 앞에 놓인 작은 테이블 위에 빈 잔을 내려놓는 소리들이 완벽한 고요함 위에 작은 스크래치를 남겼다.

 

그날 밤은 그렇게 지나갔다. 다음날, 아침식사를 마친 우리들은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 집 뒤에 있는 작은 언덕에 올라갔다. 바싹 마른 나무들 몇 그루만 서 있는, 쓸쓸한 언덕이었다. 오후가 되자 다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집으로 돌아와 구운 감자로 저심을 대신한 후, 가이드가 말했다.

 "저는 잠깐 외출을 해야 해요. 저녁식사 전까지는 돌아올 거예요. 여러분들은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세요."

 감색 카디건은 소파를 차지하고 금방 잠이 들었다. 다른쪽 남자, 그러니까 회색 터틀네크 스웨터를 입은 남자는 식탁 앞에 앉아 책을 읽었다. 잠도 오지 않고 책도 가져오지 않았던 나는 멍청하게 벽난로 앞에 앉아, 타오르는 불꽃을 보고 있었다. 저녁이 되어 그녀가 다시 돌아올 때까지.

그날도 전날과 비슷했다. 저녁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시고, 감색 카디건이 가져온 보드카를 마셨다. 다음날도 전날과 비슷했다. 아침을 먹고, 언덕에 오르고, 돌아와 구운 감자를 먹고, 가이드는 외출하고, 감색 카디건은 자고, 회색 스웨터는 책을 읽고, 나는 불꽃을 보았다. 전날과 다른 것이 있었다면, 그날은 언덕을 두 개 올랐다는 것이다. 그 다음날에는 세 개 올랐고, 그 다음날에는 네 개 올랐다. 다섯 개의 언덕을 오르는 날부터 점심은 밖에서 먹게 되었다. 역시 구운 감자였다.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은 점점 늦어졌다. 가이드의 외출 시간과 저녁식사 이후의 시간도 점점 짧아졌다. 아홉 개의 언덕을 오른 날, 우리는 보드카 한 병을 다 비우지 못하고 잠이 들었다.

그런데 감색 카디건의 가방 안에는, 도대체 몇 병의 보드카가 들어 있는걸까.

 

열두 개의 언덕에 올라갔던 날, 밤 열 시가 넘어서야 거우 집에 도착했다. 가이드는 외출을 하지 못했고, 저녁식사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다. 우리는 감자를 구워 보드카와 함께 먹었다. 커피는 생략되었다.

 "이게 마지막 병입니다." 감색 카디건이 말했다. 가이드는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 오늘이 마지막 날입니다. 어떠세요. 이렇게 겨울을 보니까."하고 물었다.

"좋군요. 이런 건 아주 옛날 기억 속에나 있는 건 줄 알았는데."회색 스웨터가 말했다.

 "그리 먼 옛날도 아니지만." 감색 카디건이 말했다.

 "그런데 잘 모르겠어요 .내가 왜 겨울을 보고 싶어했던 건지." 나는 십이일 동안 내내 품고 있던 의문을 털어놓았다.

"그리웠겠죠." 감색 카디건이 말했다. "나도 그랬거든요."

 "우리는 겨울 한 철만 손님을 받고 있어요. 그분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에 대해서는 저도 잘 몰라요. 저는 단지 그분들이 여기 묵는 동안, 겨울의 얼굴을 제대로 보여주는 일을 맡았을 뿐이에요. 여러분들이 이번 겨울의 마지막 손님들이죠. 예년에 비해 겨울이 빨리 지나가버릴까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오늘까지는 괜찮네요." 가이드가 말했다.

 " 다들 봤어요? 우리가 첫 날 올랐던 첫 번째 언덕에 서 있는 나무들. 파란 순이 돋았던데." 회색 스웨터가 말했다.

똑똑, 하는 노크소리가 들렸다. 넥타이들이었다." 마중 왔습니다. 내일 아침 일찍 떠나죠. 근데 아세요? 밖에 눈이 오고 있어요. 이 해의 마지막 눈일 겁니다." 그들이 말했다.

"아마, 아니 틀림없이." 감색 카디건이 마지막 보드카를 비우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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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초록색 티는 보드카가 무지하게 땡겼다. 구운 감자도, 커피도, 새벽 3시 에디뜨 삐아프의 노래를 듣고, 한 번에 읽어내리지 못하는 커피테이블 책을 뒤적이며, 베란다 창문에 맞대어 있어 집에서 가장 추운 컴퓨터 책상 앞에 앉아서 언 손을 호호 불어가며 시린 발가락을 꼼지락 대가며 열심히 글을 옮기고 있다. 젠장. 보드카. 마지막 남았던 한 병을 동생 스키장 가는데 들려 보내는 것이 아니었다. 보드카. 레몬 쥬스. 그리고 구운 감자. 양고기 몇점도 웰컴인데... 금요일에서 토요일로 넘어가는 새벽 3시의 그 시간이 아니면, 땡기지 않을 그 보드카가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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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5-02-19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에.. 이 글도 그렇고, 노래도 그렇고.. 특히 새벽의 하이드님께는 더더욱 보드카가 떙겼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