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운 여자

이야- 젊은 사람의 파워엔 못 당하겠어

뭐야? 무슨 일 있었어?

저기 말야 요전에 간만에 밤에 놀러 나갔다가 연하의 남자를 알게 됐거든

근데 꽤- 괜찮아서

잔거야?

그냥 들어봐

그 녀석 세상물정을 아는 것 같고 자립도 했을 것 같고 사는 곳도 좋아 보였는데 글쎄 학생인거 있지 뭐라는 유명한 대학교의. 나- 학생들이 누리는 사치라는 걸 별로 좋게 생각 안 해서. 학생이라서 부모의 뒷받침을 받는 게 당연할지는 모르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비싼 돈 내고 돈 많다는듯이 그런 곳에서 살 필요는 없잖아? 학교도 제대로 안 나간다던데

게다가 옷도 브랜드만 입고?

맞아-맞아 뻔한 얘기지 그래서 부모가 열심히 번 돈으로 잠도 안 자고 놀러 다니는거야.

좀 바보 같다고 생각했지만 생긴 것도 괜찮은데다 좀 더 잘 알게되면 빛나는 지성이나 감성이 있을까 싶어 일단 여러 가지 얘기를 해보려고 하잖아.

하지만 할 말이 별로 없길래 옛날에 내가 강간당한 일이라든가 속옷가게에서 여왕으로 날렸던 얘기라든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떠들었더니

순정파 소년이란 무섭더라 야-

"그런 심각한 이야기를 해 주시다니 저 엄청 신뢰받고 있군요"라는 거야 글쎄.

그래서 나도 설마 다른 사람들한테도 다 떠들고 다닌 다곤 차마 말 못하고 "응" 그랬거든.

그래서 네 번 정도 만났을 때 그 남자 집에 가서 둘이서 술 마시던 중에 갑자기 "진심"이라고 고백받고(웨이터가 서빙한다)  아- 포아로제 록으로 하자.

넘어뜨리길래 나도 술이 들어가고 했으니 하고 싶어지잖아?

"자 한 번 만이야"하면서 연상이라고 내숭을 떨었지 나도

봐 역시 잤잖아 너 그 헤픈 버릇 적당히 고치는 게 낫지 않아?

그야 그렇지만

거기까진 좋았는데 문제는 지금부터였어

그 남자 섹스의 테크닉이 무지 엉망인 거야

장난 아니게...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지만 내 몸을 여기저기 더듬고 앞뒤로 하는 게 아니라 좌우로 움직인다는 느낌이 내 몸으로 XX한다고 밖에는 생각이 안 들더라고

나 역시 가르칠 의욕도 안 나고 해서 그냥 천장의 나무 결이 몇 갠지 세고 있었더니

어디서 들었는지

"어때? 반했어?"

(물을 엎는다) 잠깐.. 지저분 하게 시리..

미안 그만 손이 미끄러져서

그래서

내 긴장이 무지 빠르게 떨어지는데 비해 상대는 초특급으로 올라갔는지

결국에는-

"이 방엔 뻥 뚫린 큰 구멍이 있어. 그 외로운 구멍을 이제부터 둘이서 메꿔 나가지 않을래?" 라는거야

아- 진짜아얏

벌어진 정말 떡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다는 건 이런 경우를 말하는 걸 거야

까하하하하 그 녀석 혼자 9차원 정도 간 거 아니야 장난 아니네( 웃느라 뒤쳐짐)

푼수 같긴-  빨리 오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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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른 작품 아픈 사랑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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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5-03-03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감사합니다! 다른 얘기들은 다 이것저것 생각이 많이 피어오르는데,
저 얘기는 너무 웃겨 죽어요. 9차원까지 뻥 뚫린 구멍 메우러 가버린 연하 남자 크크크크

날개 2005-03-03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몇몇가지 이야기는 웃기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하지요.. 즐겁게 읽으시길~

미세스리 2005-03-03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실소를 짓게 하네요. 근데 저책 만화에요?

하이드 2005-03-03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 만화야. '호박과 마요네즈' 라는 책이 비교적 구할 수 있는데, 정말 맘에 들어.

에이프릴 2005-03-03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키리코 나나난 조아요- 툭툭내뱉는다고해야하나? '블루'도 좋았는데 언니 리뷰본김에 책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저도 블루랑 호박과 마요네즈는 샀거든요 ㅎㅎ

하이드 2005-03-03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어로 치면 디게 느낌 좋아 nananan nananan

미세스리 2005-03-04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박과 마요네즈라,,,보관함 쇼옥! 또 모르니 땡스투!

미세스리 2005-03-04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호박과 마요네즈 절 판!!!
 
작은 별 통신
요시토모 나라 지음, 김난주 옮김 / 시공사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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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모토 나라 .



집에 있는 몇 권의 책( 책이라곤 하지만, 일어로 써져있어 그림만 보는), 그리고 기십만원 하는 요시모토 나라의 시계, 역시 0이 5개나 있는 요시모토 나라의 장난감(?) 까지. 그러고 보면, 그의 어느 그림에서 처럼 'I'm your Fan'

이 책은 요시토모 나라의 일기. 좀 거창하게 말하면 전기이다. 그의 생생한 낙서와 그의 어렸을적부터의 사진들과, 그가 그때그때 들었던 레코드 리스트. 그리고, 그가 찍은 사진들 등이 시기별로 빼곡이 들어차 있다.

'1959년 12월 5일 이른 아침, 나는 이 작은 별을 찾아왔다. ' 로 시작되는 이 예쁜 책은 아오모리 에서 태어나 도쿄에서 학교를 다니다가 나고야로 옮겨 미술을 가르치다가 뒤셀도르프로 유학을 가고, 로스엔젤레스의 UCLA에서 강의를 하고, 파리와 뉴욕을 거쳐 다시 도쿄로 돌아와 있는 그의 이야기이다.

프롤로그에 나와 있듯이, ' 과거를 다시 한번 돌아보는 것은 지금 이 현재에서 과거를 뭐라 뭐라 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최선을 다해 지금을 살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미.술.가. 치고는 많은 책이 이미 나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 많지 않은 나이에 이렇게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는 책을 만들어서 우리 앞에 왔다.

이 책을 읽고 느낀점 몇가지.

*그는 그림쟁이일지는 몰라도 글쟁이는 아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에서의 생활을 오래 해야했던 그는 '말'이란 의사소통보다는 '그림' 으로 소통하고자 했고, 역시, '그림'으로 보는 그가 더 멋지다.

* 요시모토 나라의 그림에 나오는 입 꾹 다문 아이들, 그리고 눈 치켜뜨고 째려보는 아이들, 때로는 눈 감고 웅얼이는 아이들, 책 읽는 개들은 나라 ' 자신' 의 모습이다. 그는 그 자신을 그렸다고 한다.

* 그는 천재다.  - 운이 좋았다고, 기적이었다고 말하고 있지만, 그의 작품에서 나오는 진한 감수성들은 그의 말처럼 그것이 '일본'을 벗어나면서 배경을 벗어버리고 인물에 집중할 수 있게 되면서 나오게 되었든 아니든 간에 그를 도와주는 많은 사람들. 그의 작품을 보고 전시를 요청했던 겔러리들, 말도 유창하지 않은 그에게 강의를 요청했던 학교들까지, 그를 알아본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의 작품을 팬시용품정도로만 알고, 예쁜 그림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로만 알려져 있는데, 새로운 사실이었다.

* 요시토모 나라와 요시모토 바나나-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은 그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현대작가의 책들이라고 한다. 요시토모 나라의 작품집에 요시모토 바나나가 띠지에 글을 넣어 준 것이 첫 인연이였다고 한다.


왠지  일본책 살금살금 모을 때에 비해 시들해진 한국책 출판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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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
밀란 쿤데라 지음, 이재룡 옮김 / 민음사 / 199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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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사랑하는 여자와 다른 여자를 혼동하는 것. 그는 얼마나 여러 번 그런 일을 겪었던가. 그때마다 놀라움은 또 얼마나 컸던가. 그녀와 다른 여자들의 차이점이 그렇게 미미한 것일까. 이 세상 무엇에도 견줄 수 없는, 그가 가장 사랑하는 존재의 실루엣을 어떻게 알아볼 수 없단 말인가'

여기 사랑하는 여자와 남자가 있다. 여자는 남자보다 네살 연상이다. 그것이 사랑이라는 판 위에서 그녀를 약하게 한다. 여자는 남자보다 돈을 다섯배나 더 벌고, 맘에 들지는 않지만, 그녀에게 호화로운 아파트에 살 수 있게 해주는 돈을 많이 주는 광고회사에 다니고 있다. 남자는 스키강사, 요리사, 자동차 정비사, 등등 많은 일을 했지만, 지금은 여자의 아파트에 살면서 그녀를 사랑하는 일만 하고 있다.

그와 같은 '힘'의 불균형은 사랑이라는 판이 깔려 있을 때와 깔려 있지 않을 때 몹시 미묘하다.

책의 제목은 '정체성' .

남자는 여자의 모습에서 그가 사랑하는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들이 얼핏얼핏 보이는 것에 혼란스러워한다. 해변에서 그녀인줄 알고 쫓아갔었는데, 그녀가 아니여서, 그가 사랑하는 그녀조차 혼동한 자신에 혼란스러워한다. 그녀가 직장에 있을때 그녀의 목소리는 그와 있을 때보다 더 크고, 더 높고, 더 빠르다. 그를 만나서 인사를 하고, 약간의 어색함의 순간이 지나고나면, 이제 그녀는 그가 사랑하는 모습으로 돌아온다. 그는 그녀를 맘껏 사랑한다.

여자는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아니 가질 수 있다.

'그래요, 나는 두 얼굴을 가질 수 있어요. 하지만 한꺼번에 두 얼굴을 할 수는 없어요. 당신 앞에서는 내일에 대해 비웃는 얼굴을 하지요. 사무실에서는 심각한 얼굴을 하고. 나는 우리 회사에서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의 서류를 처리하고 있어요. 그들을 추천해 주거나 부정적 회신을 하는 게 내 업무예요.'

서로를 필요로 하고 사랑하지만, '그'와 '그녀' 사이에는 '정체성' 이라는 미묘한 간극이 있다. 서로의 정체성을 묻고, 자신의 정체성을 묻는 그 잠깐의 순간에 '힘'의 균형은 기우뚱기우뚱 시소질을 한다.

'그'의 정체성은 '그녀'가 봐주는대로, '그녀'의 정체성은 '그'가 봐주는대로 쉼없이 조정된다.

책을 덮으며 나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것은 결국 나 이외의 사람들이 나를 보는 모습을 엿보는 것일 뿐이라는 결론을 섣불리 내리고 우울해져버린다. '무관심' 이 유일한 공통의 열정이라는 것은 그만큼 '정체성'을 찾기 힘든 세상이라는 이야기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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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적 킬러의 고백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정창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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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오랜만에 읽은 세풀베다의 소설. 이 책에는 '감상적 킬러의 고백'과 ' 악어' 두 작품이 실려 있다. 두 작품 다 추리소설의 냄새를 물씬 풍긴다. '감상적 킬러의 고백'에서는 당연히 '킬러'가 주인공이고, DEA가 나오며, 마약상이 나온다. '악어'의 주인공도 과거 강력반 형사/인터폴 출신의 보험회사 직원과 형사들이니 등장인물의 면면만 보더라도 추리소설같지 않은가? 추리소설적인 구조에  행동하는 지성으로, 환경작가로 이름 날리는 루이스 세풀베다이다보면 뭔가 멋진 이야기가 떠오르지 않는가?

'감상적 킬러의 고백'- 시종일관 영화화면 넘어가듯 책장이 넘어가는 이 소설의 주인공은 킬러이다. 실패라고는 모르는 킬러. 그리고 프랑스 계집. 이 나이차이나는 관계는 분명 나에게 레옹과 마틸다라는 프랑스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심지어 그가 '킬러'라고 할때 '레옹처럼요?' 라고 하는 장면도 소설 속에 나온다. 실패라곤 모르는 킬러가 '감상적'인 것은 짐잠할 수 있듯이 그 프랑스 계집 때문이다. 그녀를 기다리는 어느 호텔방. 그녀의 전화를 받는다. '특이한 남자를 만나서 사랑에 빠졌어요. 이주 있다가 돌아갈께요.지금은 이 남자가 좋아요.' 애니띵 엘스의 크리스티나 리치 버금가는 뻔뻔스러움이다.

킬러는 그녀를 사랑한다고 생각하지만, 용서할 수 없다. 그녀의 생각이 머릿속을 휘저을때마다 실수하고, 결국 처음으로 맡은 일에 실수를 하고 만다. 그는 실업자가 되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실수를 무마하고 업계를 떠나기로 한다. 원래대로라면 50살에 은퇴해서 바닷가에 집을 짓고 프랑스 계집을 데려가서 살았을 노후를 갑자기 내던져지듯이 그 자신의 의도에 반하여 실업자가 되어 버린다.

그는 결국 임무를 완수하는가?

'악어' - 칠레의 강력반 형사출신인 '나'는 지금은 스위스의 보험회사 직원이다. 보험회사의 VIP고객인 피혁회사의 사장이 사고사나 자연사가 아닌 타살당했다는 증거를 찾기 위해 이탈리아로 파견된다. 그는 자연사가 아닐뿐더러, 그를 죽인 범인까지 찾게 되는 '나'.

두 작품 다 세풀베다의 사회적 메세지를 담고 있다. '감상적 킬러의 고백'에서는 좀 약하고 방법도 옳지 않아 보이긴 하지만, 미국의 멕시코탄압에 대한 복수. 그리고 '악어'에서는 뭐, 제목이나 피해자가 피혁회사인 것에서 쉽게 눈치챌 수 있듯이 아마존의 자연생태계 보호이다. 그 자연 생태계 속의 원주민들은 그들의 언어에서 그들은 ' 물에서 온 사람'이고 그들이 접하게 되는 현대문명의 탈을 뒤집어 쓴 밀렵하는 인간은 ' 물을 증오하는 사람'이다.

루이스 세뿔베다의 다른 소설들에 비해 특히 더 낫다고 말하지는 못하겠지만, 확실히 재미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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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春) 2005-03-01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연애소설 읽는 노인'만 읽었는데, 보고 싶군요. 올해 안에 읽을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

하이드 2005-03-02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구 끝의 사람들하구, 갈메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준 고양이도 재밌어요 ^^ 파타고니아 찬가는 자전적인 이야기인데, 좀 지루했지요.
 
아저씨의 꿈 외 - 도스또예프스끼 전집 도스토예프스키 전집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박재만.박종소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3월
평점 :
절판


"도스또예프스끼는 내가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었던 단 한 사람의 심리학자였다." 고 니체는 말한다.

러시아 작가의 소설들은( 이라고 일반화 하는건 옳지 않을지도 모르지만서도) 보드카와 같다. 무색의 강렬함이다. 차갑게 넘어가지만, 삼키고 나면 뱃속에서 불이 난다.

강렬한 성격의 주인공들은 그러나 보기에 유럽식의 로맨스와도 중남미의 뜨거움과도 비슷하지조차 않다.

이 책에는 '네또츠까 네즈바노바'와 '아저씨의 꿈' 이라는 한 편의 미완성 장편과 한편의 중편이 나온다.

도스또예프스키의 창작활동을 보통 3기로 나누는데,이 책은 그 중 중기에 속한다. 1기는 그가 일약 무명의 청년에서 그의 처녀작 '가난한 사람들' 로 24세의 나이에 평론가의 극찬과 더불어 화려한 작가의 길로 들어서고 사회주의 이론과 혁명적 사상을 옹호하고 당대 러시아 상황에 대한 비판적 모임이었던 뻬뜨라셰프스끼 서클의 회원이라는 이유로 체포되어 시베리아로 유배당할 때까지의 기간이 이 기간에 해당한다. 이후 4년간의 유형 생활을 마치고 복직되면서 작품 활동을 재개하여 중,단편소설을 발표하던 기간이 그의 창작활동 기간중 중기에 속하고, 도스또예프스키의 자아의 정수가 표현되었다고 하는 1864년의'지하로부터의 수기'에서부터 그의 생의 마지막 대표적 장편소설 '까라마조프씨네 형제들'에 이르는 기간이 그의 창작의 마지막 시기가 된다고 대체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중기에 속하는 작품들이 여러 러시아 작가들의 작품들의 글들에서 모티브를 따온것이 분명해 보이는 짜집기식의 스토리에 그 완성도로서도 일반적으로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다음과 같은 점을 보면 나름대로 재미있게 일독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후에 읽을 도스또예프스키 작품의 정수라고 일컬어지는 '까라마조프씨네 형제들', '악령', '죄와 벌' 그리고 '백치' 등에서 등장하게 되는 도스또예프스키의 전형적인 인물상들을 미리 만날 수 있다. 예를 들면 네또츠카에서 등장하는 까챠의 모습.

'여러분도 한번 이상적이라 할 만큼 매력을 지닌 인물. 충격을 줄 정도로 눈에 번쩍 띄는 미인을 상상해 보라. 그런 사람을 보게 되면 어러분은 무엇에 찔린 것처럼 기분좋게 당황하다가 환희에 흠칫 몸을 떨며 문득 발걸음을 멈추게 될 것이다.'

어린 까챠의 모습은 유형이후 도스또예프스키 작품에 등장하는 도도한 여성상의 선구가 된다. ( '노름꾼'의 뽈리나, '백치'의 나스따시야 필리뽀브나,'악령'의 리자 그리고 '까라마조프씨네 형제들'의 까쩨리나 이바노브나. 그리고 '아저씨의 꿈'의 지나의 모습도.  그리고 이에 대비되는 '죄와 벌'의 소냐, '미성년'의 소피아, '악령'의 다사에게서 나타나는 온화한 여성상의 모습을 우리는 네또츠까나 3부에 나오는 알렉산드라 미하일로브나의 모습에서 볼 수 있다.

둘째, 전집 두권씩으로 나온 한 번 말하기 시작하면 두장도 넘어가는 후기의 주옥같은 장편소설에 비해 짧다. 맛뵈기로 읽을만하다. 그리고, 평소 러시아 소설을 안 읽다가 '까라마조프' 같은 책을 읽으면 체하기 십상이니, 체해버리고 도스또예프스키 같은 그러니깐 니꼴라이 베르쟈예프라는 사람이 말하길 ' 도스또예프스끼를 낳았다는 것만으로도 러시아 민족의 존재는 충분히 정당화될 수 있다' 는 정도의 이 초인간의 초작품들을 던져버리고, 죽을때까지 쳐다보지 않는 것보다는 중기의 중,단편들부터 접해도 무리 없다.

셋째, 내가 도스또예프스끼의 작품에서 항상 놀라워하고 느끼는 바는 인간의 심리묘사이다. 그런면에서 니체가 말한 '도스또예프스끼는 내가 무언가를 배울 수 있던 단 한 사람의 심리학자였다'는 말에 깊이 공감한다.

'아저씨의 꿈'에서 마리아 알렉산드로브나가 남편을 어서 빨리 모르다소프로 데려가서 공작을 시골로 모셔가기 위해, 남편이 있는 시골로 가며 조급해 하는 장면이다.

'마리야 알렉산드로브나의 마음속에 뭐라고 표현하기 힘들 만큼 묘한 불안이 계속해서 엄습해 오는 것을 억누를 길이 없었다는 것을 필자는 숨기지 않겠다. 이런 심정은 참다운 영웅에게서도 볼 수 있는 것으로 그들이 정작 목적을 달성하려고 하는 찰나에 느끼게 되는 그러한 기분인 것이다. 어떤 종류의 본능이 그녀에게 모르다소프에 그냥 있으면 위험하다고 소곤거려 준 것이었다.'

'마리야 알렉산드로브나는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 자기 손을 비비면서 방 안을 이리저리 서성거렸다. 하긴 어려움이라야 그리 대수로운 것도 아니고 어떻게든 손을 쓸 수도 있긴 했지만, 문제는 마리야 알렉산드로브나가 모든 것을 정복하지 않고는 견디지 못할 만큼 욕심이 강한 스스로의 성질을 아무래도 억누를 수가 없다는 데 있었다. 그녀는 자기의 성질을 끊임없이 아파나시 마뜨베이치에게 퍼붓고 싶은 욕구를 억누를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전제(專制)를 하게 되면 마침내 그것이 습관화되고 습관은 필요로 변하게 되는 까닭이다. 그리고 마지막 이유로는, 아시다시피 상류 사회에 속하는 우아한 귀부인 가운데는 무대 뒤로 가면 살롱에 있을 때와는 전혀 다른 언동을 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

넷째, 이것저것 짜집기 했으니깐, 어쨌든 재미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다 읽고, 뒤에 작품해설을 읽고 있자니, '아저씨의 꿈'은 블랙코메디로 쓰여진 것이란다. 블랙코메디! ... 뭐, 그렇게 볼 수도 있다. 미국식,유럽식 블랙코메디에는 익숙한 나이지만, 도스또예프스키의 블랙코메디라. 키득. 하며, 다 읽고, 괜히 다시 재미있어했다.

사족 : 러시아 작품 속의 등장인물 이름은 정말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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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ky 2005-03-01 0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참 잘 쓰셨네요. 제가 가장 존경하고 좋아하는 작가이다보니, 기대치가 너무 높았었는지 그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 아저씨의 꿈은 솔직히 별루였었는데요. (타 작가들의 책과 비교했을때는 상당히 좋은 작품이겠죠. 헤헤) 정말 인물 묘사/심리 묘사들이 참 대단한거 같아요. 근데 시베리아 유형지에서 돌아온 후부터는 자꾸 검열을 의식해서인지, 본인 스타일대로 쓰지 못하고 저런식의 코메디 물이나 쓰려고 했던 청년 도스토예프스키가 안쓰럽게 느껴지더군요. 역시 도스토예프스키는 확실히 단편보단 장편에서 실력 발휘하는 것을 느꼈던 책이었습니다.

하이드 2005-03-01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구 감사합니다. 사실 리뷰쓰기 좀 막막해서 미뤄놨었는데, kel님 정말 그럴까요? 다른 나라 애들 이름 들으면, '애게, 그게 다야?' 할까요? 흐흐흐
perky님 ^^a 장편에 대한 첫시도였다고 하니, 그것에 의미를 두고 읽어나갔는데, 꽤 재미있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