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롭지 않은 여자들 민음사 탐구 시리즈 4
임소연 지음 / 민음사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민음사의 이 빨간책 시리즈는 '신비롭지 않은 여자들'로 처음 접하게 되었지만,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여성과 과학에 대한 이야기들이 낯선 것도 아닌데, 참 더디게 읽혔다. 더디 읽히는만큼 더 많이 생각들로 채울 수 있었다. 


저자는 과학에서 소외되었던 여성을 더 잘 재조명할 수 있도록 함께 탐구하고, 과학과 친해지자고 이야기하고 있다. 

더디게 읽히긴 했지만, 어려운 내용은 아니라서 관심 가는 분야들 재미있게 읽혔다. 


'3장 장은 생각한다'에서 폭식증과 우울증이 뇌만이 아니라 장의 문제임을 이야기한다. 에드워드 불모어의 '염증에 걸린 마음' 에서 염증이 뇌에 영향을 미쳐 우을증에 걸리게 한다는 내용도 떠오르는 부분이었다. 장과 우울증의 문제가 이 책 여성과 과학에 나온 이유는 우울증에 큰 영향을 미치는 세로토닌 때문이다. 장은 세로토닌을 만드는 데 필요한 단백질과 탄수화물을 소화한다. 단백질은 세로토닌의 재료를 제공하고, 탄수화물은 세로토닌 수치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탄수화물을 많이 먹으면 인슐린의 분비량이 늘어나고 이에 따라 세로토닌이 대량 생산된다. 단 것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기제이다. 세로토닌의 95퍼센트는 장의 내분비 세포인 장내 크롬친화성 세포에서 만들어진다. 5프로만이 뇌에서 만들어진다고 한다. 우울증은 통상 여성이 남성보다 1.5배에서 2배 가까이 많이 경험하는 질환이다. 섭식 장애를 가장 많이 앓는 집단이기도 하고, 와 단맛과 디저트를 적극적으로 향유하는 집단인 여성의 장문제와 관련이 있을 수 있지 않을까. 2018년 발표된 계명대 의과 대학의 이주엽과 박경식의 연구논문에 따르면 여성 과민증 장 증후군 환자에게서 성적, 신체적 정서적 학대 경험이 더 빈번하게 나타났다고 한다. 


20~ 30대 여성의 우울증과 섭식 장애, 식문화의 관계를 본격적으로 연구한 과학은 아직 없다고 한다. 흥미로운 주제가 될 것 같다. 


" 젊은 여성들의 문화는 달콤한 디저트를 즐기는 우울한 장과 연결되어 있다. 이미 여성의 장은 더 우울하고 더 예민하며, 이에 대한 처방으로 달콤한 음식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제 장이 알고 있는 것을 과학자들도 알아야 할 때가 왔다. 장과 뇌의 연결에 관한 최신 연구는 물질과 감정을 통합해 이해하는 과학이다. 여성의 경험을 과학 속에서 더 많이 공유한다면 우울한 여성, 먹고 토하는 여성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아질 것이다." (60)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머신러닝을 하는 인공지능은 알고리즘에 의해 사회의 차별적 시선마저 배우게 된다. 그러므로 "차별하지 않는 인공지능은 자연스러운 데이터, 스스로 학습하는 알고리즘이 아니라, 인위적인 노력과 개임으로 다듬어진 데이터와 알고리즘에 의해 만들어진다." (107) 


마지막으로 과학과 좀 더 친해질 것을 과학계 여성들의 머릿수가 더 늘어나야함을 강조하며 마무리된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등대지기 2022-07-30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일 디저트 먹고 위장이 안좋은데 제 얘기 같네요 ㅎㅎㅎ...(반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됩니다 ^^
 
Unfu*k Yourself: A Motivational Self-Help Book (Hardcover) - 『시작의 기술』원서
Gary John Bishop / HarperOne / 201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제일 좋아하는 코칭 책이다. 번역본과 오디오북까지 합하면 서너번 읽은듯. 읽어야할 책들이 천만권인데, 서너번 읽었으면 진짜 좋아하는 책인거지. 이번에 또 책을 읽으면서 생각했다. 좋은 코칭 책, 좋은 자기계발서란 뭘까? 좋은 방향으로 적당한 압력으로 밀어주는 책이 나에게 맞는 좋은 자기계발서인것 같다. 개리 비숍의 오디오도 좋아하는데 (아니, 그런 소리는 집어치우고. 당장 하라고! 기막혀 하는 그 스코틀랜드 억양) 


이 책에 나오는 일곱가지 확언assertion 은 내가 몇 년째 모닝페이지에 적고 있는 확언이다. 오랜만에 책 다시 읽으며, 확언들을 다시 확인했다. 내가 생각하는 뜻과 좀 다른 맥락인 것도 있어서 다시 조정. 일곱가지 확언은 다음과 같다. 


I am willing. 나는 할 의지가 있다. 

I am relentless. 나는 부단하다. 

I embrace the uncertainty. 나는 불확실성을 받아들인다. 

I am not my thought; I am what I do. 나는 내 생각이 아니다. 나는 내가 하는 행동이다. 

I expect nothing and accept everything. 나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고,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 

I am wired to win. 나는 내가 생각한대로 한다. 

I got this. 내가 할거야.  


이번에 조정한 것이 I am wired to win. 이게 '나는 이기게 되어 있어' 라는 뜻이지만, 내용 읽어보면, 내가 생각한대로 되게 되어 있다는 의미. 밤에 야식을 먹지 않는다. 라고 다짐하고, 매일 야식을 먹으면, 야식을 먹고자 하는 니 마음이 이긴다는 뜻. 즉 지금의 마음에 들지 않는 내 모습도 내가 생각한대로, 원하는대로의 나라는 거. 


코로나 터졌을 때, I embrace the uncertainty가 도움이 되었다. 일이 확 줄고, 계속할 수 있을지 앞이 보이지 않아도, 인생에 확실한 건 인생이 불확실하다는 것뿐이고, 나는 그것을 받아들인다. 라고 매일 아침 몇 년을 썼더니, 나는 어떤 불확실성에도 덜 흔들리는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확언의 중요성과 그것을 받아들이는건 사람마다 다르지만, 나는 위의 확언들을 믿었고, 각각 속도와 정도는 달라도, 내가 원하는 모습대로 만들어지고 있는 중이라고 믿는다.


시작 부분도 좋아한다. 


Have you ever felt like a hamster on a wheel, furiously churning your way through life but somehow going nowhere?

당신이 쳇바퀴 도는 햄스터같다고 느낀 적이 있는지? 평생 분노하며 일 쳐내고 있지만, 어디로도 도달하지 못하는. 


현실의 한계를 그어주고, 모든 것은 니가 결정한 니 선택이다. 나쁜 습관을 빨리 버리고, 그래야, 그 자리를 좋은 습관으로 채울 수 있다. 는 이야기. 매일 야식하는 니가 쓰레기같이 느껴진다면, 왜 그걸 계속해? 라고 귀에서 게리 비숍이 기막혀 하는 소리가 자동재생된다. why are you still doing it?? 


중요한건 언제나 지금 바로 하는 것이다. 


책의 제목은 unfu*k yourself 부제는 Get out of your head and into your life 

생각만 하지 말고, 삶으로 뛰어들어. 


나는 제법 생각나는 것 바로 하는 사람이 되었고, 바로 못하는 것이 내 탓이라는 것까지 인지하게 되었다. 

근데, 시작한 것을 이어가는건 ... 그건 좀.. 인 사람이지만, 아직이라고 생각한다. 조금씩 나아지다보면 꾸준한 것도 조금씩 되겠지. 


*번역본으로는 '시작의 기술' 로 나와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가 잃어버린 것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32
서유미 지음 / 현대문학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평론가 박혜진은 이 책이 "오랜 시간 동안 계속되어온 여성들의 자발적 고립의 역사 위에 서 있었다. 그러나 과거의 소설들이 혼자라는 상태, 고립이라는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아내는 데 그쳤다면 서유미의 성취는 각자의 고립을 넘어서는 느슨한 연대를 통해 멈춘 듯한 좌표를 이동시켰다는 데에 있다." 라고 평한다. 


앞문장에는 반 정도 동의하지만, 고립을 넘어선 느슨한 연대라는 것에는 물음표가 뜬다. 


서른 일곱의 경주는 또래의 주원과 아이가 생겨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다. 육아 휴직은 고민 끝에 퇴직으로 이어진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게 되어, 취업을 간절히 바라고,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동네의 카페 제이니로 출근하며 구직활동을 하게 되지만, 쉽지 않다. 그나마 연락온 곳에서는 야근과 주말출근이 가능하냐고 물어서 안된다고 하고, 집 근처여서 지원했던 회사가 얼마 후 두 시간 거리로 이사간다고 해서 포기한다. 


초반에 육아로 힘들어하는 것들 읽으면서, 내가 왜 이걸 읽고 있나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너무 많이 읽고, 봤던 이야기들 아닌가 싶었다. 이 책에는 내가 현실에서는 한 번도 듣고 보지 못했던 남편이 나온다. 아니, 이 책은 남편의 좋은 모습에만 포커스를 맞추고, 아이, 남편, 시댁, 가족으로 힘든 일은 편집하고, 경주의 느낌과 깨달음, 힘든 심리에만 집중한다. 


비혼의 친구가 기혼이 되었을 때, 서 있는 자리가 달라졌을 때의 관계에 대한 질문을 남겨준다. 사회에서 우리는 약자의 자리를 지켜줘야 한다는 것을 안다. 육아를 하는 여자는 사회적 약자이다. 하지만, PC도, 배려도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왜일까. '자발적' 고립이어서인 것 같다. '출산'은 선택이어서. 하지만, 아무리 봐도 출산과 육아는 여자에게 외통수인 것 같다. 일과 육아의 밸런스를 맞추는 것은 곡예와 같고, 대부분의 사람은 곡예사가 아니니, 몸과 마음이 갈릴 뿐이다. 


독립해서 살다가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면서, 평소 쓰던 고급 핸드워시를 더 이상 사지 못하고, 취준을 위해 방문한 카페에서 그 핸드워시를 발견하고 좋아한다. 아이가 조금 크니 어른의 것, 어른으로서 어른과 나누던 것들에 목마르게 된다. 임신과 육아로 고립이 되니, 이전에 벽을 유지했던 것과 달리 자꾸 사람들에게 마음을 쉽게 연다. 담당 산부인과 의사에게 호감 이상의 감정을 느끼기도 하고, 집에 놀러와'주는' J를 절친으로 여기고, J를 기다린다. 그리고, 단골 카페 제이니의 여자 사장에게는.. 더 복잡한 마음. 누가 와줬으면 좋겠다. 나는 밖에서 못 만나니깐. J가 와주니 너무 고맙다. 절친이다. 느끼게 되는 것. 절박해 보인다. 서른 일곱까지 비혼으로 친했던 고등학교 친구들 넷은 청첩장을 보내고, 돌잔치에 초대하면서 절연하게 된다. 고등학교때부터 서른 후반까지 절친으로 만났는데.. 어휴.. 


서른 후반의 직장인들이 비혼이거나 말거나 매 주 만나고, 여행하고, 이런 설정은 좀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힘들다고. 서른 후반은. 그런 에너지 없다고. 그런 만남에 결혼준비로, 임신으로, 육아로 빠지게 되고, 그렇게 일년 동안 아마도 소원하다가 돌잔치 초대를 하고. '고립', '자발적' 고립. 그 세계에 들어서기 전에는 몰랐던 감정과 상황과 이야기들. 근데, 정말 몰랐을까? 정말 모르나?  


베스트 시나리오는 지우 (경주의 딸)에게 귀여워 죽는 이모 넷이 생기는 것일 수도 있었다. 뭐가 문제였을까.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르겠기도 하고. 친구 관계가 그 정도였나보지 싶기도 하고. 기혼과 비혼 사이에 건너기 힘든 강인가 싶기도 하고.   


책은 비혼과 미혼에서 기혼으로 넘어간 경주가 어떻게 다른 길을 걷게 되는지를 한 눈에 보여준다.


그리고, 아이를 중심으로 같이 웃고 고통을 공유하는 사이라는 점이 남편과 더 큰 결속력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 그런가? 


경주가 SNS에 단골 카페로 태그를 달아 올리자 전직장 동료가 '대낮 카페 부럽다!'고 메시지를 보낸다. 회사 사진과 함께. 경주는 취준으로 괴로워하는 그 시점에. 


"동료는 경주를 부러워하지만 구직자인 경주의 간절함은 헤아릴 수 없을 것이고 경주는 양쪽 입장에 다 처해봤지만 이제 저쪽의 마음에서 멀어졌다. 


오히려 경주는 지원했던 채용 공고가 하나씩 마감될 때마다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설득해야 했다. 왜 일하고 싶은지, 꼭 일해야 하는지. 경제활동을 해서 빚도 줄이고 생활의 눈금을 여유 쪽으로 옮기고 싶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자기 자리를 가지고 싶었다. 주원의 일, 회사에만 기대는 것도 싫고 지우가 크면서 친구들 쪽으로 좌표를 옮겨갈 때 졸졸 따라다니며 뒷모습만 쳐다보고 싶지도 않았다." (111)


"집에만 있으려니까 답답하지만 그건 답답함이라기보다는 막막함에 가까웠다." (115)


의지하던 집에 와주는 친구 J 와도 마음이 상하게 된다. 

"나는 나를 책임져야 되잖아, 평생. 나를 책임질 사람이 나밖에 없잖아." 


남편이 부인을 책임져주지는 않는데, 누구나 나를 내가 평생 책임져야 하는거 아닌가. 나도 저 말 종종하기는 하지만, 이렇게 보니 그렇다. 독립, 의존,연대,파트너, 돌봄과 책임 같은 것들 단순하고, 복잡하다. 나는 최대한 단순하기를 바라고, 그에 맞게 살지만, 그게 언제까지 될지, 그게 되는 지금이 운이 좋은 것일 수도 있다. 


경주는 주원(남편)에게 말한다. "너네는 가족이잖아. 다 자기 자리도 있고, 친구도 있고." 


'자발적 고립'이라는 말은 함정이다. 자발적인 것 같지만, 다른 길은 없는 함정일 수 있다. 그걸 알면서도 걸어들어가서 '자발적'인 것일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느슨한 연대를 통해 멈춘듯한 좌표를 이동시켰다' 고 하는 평. 

마음의 문제라고 하더라도,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다. 저사람도 나처럼, 혹은 나보다 힘들구나 라는 것이 느슨한 연대를 통해 멈춘 좌표를 이동시킨 것일까? 비혼의 친구들과의 사이에 다리가 놓아진 것도 아니고, 좋아보였는데, 알고 보니 아니었다는 것이 연대의 마음일까? 


나 자신을 지켜내는 것이 일만인 것은 아닌 것 같다. 일이 크기야 하겠지만. 책일 수도 있고, 인간관계일 수도 있고('관계'가 아니라 '타인' 이면 안되고). 봉사나 취미, 공부가 될 수도 있고. 이 책을 읽고 생각하게 된 결론은 다르지만, 생각할 것들은 많이 남았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 나도 비혼으로서 이 문장의 우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경주는 다이어리를 펴고 11시 30분 출근이라고 썼다. 출근이라니, 웃긴다고 생각하면서도 경주는 자기가 써놓은 글자를 한동안 쳐다보았다. 출근의 의미가 돈을 벌러 나감이 아니라 ‘일터로 근무하러 나감‘이라는 걸 알게 된 뒤로 그 단어의 쓰임은 좀 더 각별해졌다. 경주에게는 어딘가로 나아간다는 느낌과 소속감이 필요한 시기였다. 카페 ‘제이니‘에 출근하자마자 하는 일은 그저 커피 주문인데도 시간을 지키려고 애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Wonder (Paperback, 미국판, International Edition) - 『아름다운 아이』원서
R. J. Palacio / Random House USA Inc / 201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원더, 참 착한 책이고, 두 번째 읽어도 같은 부분에서 눈물 찔끔 난다. 

볼륨 있는 챕터북 중에서는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지 싶다. 어려운 책들 중에서는 내용도 영어도 가장 쉽다. 각 등장인물들의 입장에서 같은 이야기가 계속 재구성되며 이야기가 깊어진다. 


친구들간의 갈등, 가족 간의 갈등, 늘 서로에게 좋은 사람일 수 없고, 늘 완벽할 수 없는, 그러나 본심은 선한 사람들간에 쌓인 이야기의 타래가 화자가 바뀌면서 풀려나간다. 


오기, 비아, 미란다, 잭, 저스틴. 저스틴은 음악을 하는 비아의 남자친구인데, 저스틴의 음악같은 말?을 재현하기 위해 모든 문장이 소문자로만 나온다. 이 책은 오디오로도 들었는데, 오기역을 맡은 배우가 나레이션을 정말 잘한다. 영화에서도 배우들이 다 잘하는데, 오기 엄마역이 줄리아 로버츠다. 


얼굴에 큰 장애를 가진 오기와 생활하는 것은 비장애인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일일 것이다. 작게 움찔하고, 눈을 못 마주치는 사소한 바디 랭기지들을 어린 오기는 다 캐치한다. 마지막에 오기의 친구들과 선생님들도, 그리고, 오기 자신도 오기의 얼굴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함께 하고, 기뻐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사회에 필요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익숙해져야 한다. 책으로 읽어도, 영화로 봐도 오기라는 인물에 빠져들어 오기의 얼굴이 도대체 뭐가 문제인가 싶고, 오기가 새로 사귄 친구들도 그렇게 된다.

처음으로 학교에 가게 되면서 자신을 학교에 보낸 엄마와 아빠에게 화 내고, 겁나지만, 오기는 세상이 늘 그랬듯이 학교 또한 그에게 잔인한 것을 알게 되고, 때로는 겁나고, 때로는 상처받지만, 학교에 가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좋은 것들을 알게 된다. 오기가 용기를 내고, 용기를 꾸준히 이어나가 1년을 보낸 것에 모두가 기립박수. 


처음에도, 마지막에도 오기는 자신은 평범한 아이라고 말한다. ordinary kid 

모두가 특별하다는 점에서 그것이 노멀인지도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룰루 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 / 곰출판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과학 전문기자가 쓴 과학 에세이라고 알고 있고, 제목이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이니, 물고기 관련 과학 에세이인가 싶지만,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모두 반전이 있다고 했다. 소설도 아니고, 왠 반전? 싶었지만, 다들 그렇게 이야기하고, 읽고 나니 당연히 스포일러를 읽지 않고, 책을 읽게 되었다. 왜 스포일러가 없는 것이 당연하냐면, 반전이라기엔.. 끝의 반전이라기보다 책을 읽는 내내 반전이었고, 비판적 독서를 이끌어내는 책이었다. 읽으면서, 아, 그렇지. 하고 밑줄치다보면, 바로 다음 페이지에 근데 그럴까? 아니다. 가 계속 반복됨. 허허- 


우울증과 자살 에피소드, 등등을 가진 저자와 인간은 의미없다. 인간이 개미보다 지구에 더 기여하는게 뭐야. 라는 아버지, 긍정방패를 '휘두르는' 데이빗 스타 조던 중에 나는 기질상 아버지와 데이빗 조던에 가까운 사람이다. 극과 극의 서로는 서로를 이해하기 힘들지. 저자에 공감하기 쉽지 않았다. 


저자는 데이빗 조던을 알게 되고, 그가 겪어왔던 좌절들을 어떻게 헤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는지에 집착한다. 이 책은 그 답을 찾기 위한 저자의 여정이다. 


위인전인가 싶다가, 추리소설이고, 자기계발서이고,심리학책이다가  레즈비언 에세이이고, 미국의 추한 역사 이야기이네? 

위인전이라기에는 데이빗 조던이 중간중간 쎄하다. 감탄과 존경을 할 수가 없음. 데이빗이 열정의 선을 넘기 전에는 그가 어린 시절 구박 받다가 자신의 기질을 인정 받는 청년기의 시작점은 좀 감동적이었다. 그의 후반기 삶을 어떤식으로도 옹호할 수 없더라도, 한 인간의 삶은 복잡하다. 


공감하지 않고, 페이지 넘길 때마다 바로 전 페이지에 배신 당해도, 마지막 페이지까지 단숨에 읽게 만드는 힘이 있는 글과 이야기였다. 그래서, 결국 삶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 뭐라고?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우리 발밑의 가장 단순한 것들조차 거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전에도 틀렸고, 앞으로도 틀리리라는 것. 진보로 나아가는 진정한 길은 확실성이 아니라 회의로, "수정 가능성이 열려 있는" 회의로 닦인다는 것." 


"내가 물고기를 포기했을 때 나는, 마침내, 내가 줄곧 찾고 있었던 것을 얻었다. 하나의 주문과 하나의 속임수, 바로 희망에 대한 처방이다. 나는 좋은 것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약속을 얻었다. 내가 그 좋은 것들을 누릴 자격이 있어서가 아니다. 내가 얻으려 노력했기 때문이 아니다. 파괴와 상실과 마찬가지로 좋은 것들 역시 혼돈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죽음의 이면인 삶. 부패의 이면인 성장. (..)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전혀 모른다는 사실을, 매 순간, 인정하는 것. 산사태처럼 닥쳐오는 혼돈 속에서 모든 대상을 호기심과 의심으로 검토하는 것." 


희망과 무지에의 인정, 그리고, 질문하고 탐구. 


.

.

.

.



근데.. 저자가 꿋꿋이 지치지 않고,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는지 데이빗 조던을 통해서 알려고 했던건, 곱슬머리 남자가 떠나서였거든. 몇 년이나 지치지 않고, 쫓아다니다가 연인이 되고, 이걸 어떻게 받아 들여야할지 모르겠는데, 소녀와 사랑을 하고 ( 불륜? 소아성애?까지는 아니라도 미성년과 관계? ) 그걸 남자에게 말하자 남자가 떠난다. 그 남자를 되찾기 위해 '어떻게 나아가는지' 에 집착하고, 그 수단이 데이빗 조던의 전기였단 말야. 그러다가 이야기가 막장과 몰랐던 조국의 추함으로 끝맺음되려는데, 여자를 만났고, 사랑에 빠졌고, 희망을 찾는다. 그 여자가 더 이상 옆에 있지 않게 되었을 때, 여전히 희망찬 결말일런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