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의 위스키 성지여행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윤정 옮김, 무라카미 요오코 사진 / 문학사상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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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하루키의 '위스키 성지여행' 이다.
싱글몰트의 대부분이 생산되는 아일레이섬과 아일랜드를 여행하며 위스키를 마시는 거다.
솔직히 책을 거의 10여분만에 다. 읽.고. 난 지금 얼떨떨, 어벙벙한 기분이다.
분명, 책 모양을 하고 있는 이것은 세보려면 세볼 수도 있겠지만( 140페이지밖에 안되니깐) 귀찮아서 세지는 않을, 하루키 부인의 사진이 글보다 더 많은 (불쾌한)새하얀 종이에 아래 위 여백 대따 많고, 뭐, 그런건 다 괜찮다. 내가 두꺼운 책을 좋아하지만, 내용만 좋다면, 좀 얇으면 어떠리.

하루키가 쓴 책. 특히 여행기에 환장하는 나로서는 하루키의 내공을 볼 수 없어 실망스러운 책이다.
머릿말의 '만약 우리의 언어(言語)가 위스키라고 한다면, 이처럼 고생할 일은 없었을 것이다. 나는 잠자코 술잔을 내밀고 당신은 그걸받아서 조용히 목 안으로 흘려 넣기만 하면 된다' 와 같은 말은 주옥같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내용도, 정보도, 하루키의 특유의 여행중의 감상도 잘 느낄 수 없었다.
대신에 하루키의 책에서 보기 힘든 비유들. 여배우들에 비유한 맥주의 맛 ' 그 맛은 때때로 잉그리드 버그만의 미소처럼 은근하고 크리미(creamy) 한 것이 되기도 하고, 모린 오하라의 입술처럼 하드(hard)한 긴장감이 감돌기도 하고, 혹은 로렌 바콜의 눈동자처럼 하염없는 쿨(cool)함을 내비치기도 한다. ' 라고 말하고, '비유를 하자면, 영혼의 한 가닥 한 가닥까지 모조리 선연하고 극명하게 부각시키는 글렌 굴드의 <골트베르크 변주곡>이 아니라, 어스름 속으로 새어 든 빛줄기를 가늘고 섬세한 손끝으로 더듬는 듯한 피터 제르킨의 <골트베르크 변주곡>을 듣고 싶어지는 그런 평온한 저녁 무렵에는, 아련한 부케 향이 감도는 브나하벤 같은 걸 혼자 조용히 마시고 싶어질 것이다' 라고도 이야기 한다.
그런 거창한 비유들이 나쁘다는건 아니다.
다만 안하루키스럽고, 뭐랄까, 쓸말 없어서 억지로 길게 말 늘이려하는 듯한 과장된 비유들이 맘에 안 들었을 뿐이다.

젠장, 그래도, 하루키잖아. 하면, 뭐,그렇다. 나도 그래서 샀으니깐.
하루키 + 위스키의 조합은 대단하지만, 실망스러운 감정을 감추지는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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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06-02-12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음. 저역시 뭐, 어쩌겠어. 그래도 하루키잖아. 라고 나름 위로했었죠. ^^; 하루키에 목말라할 때 발견하고서 그저 고마와했던. ;;; 오렌지색 해 주신 저 문장, 정말 주옥같죠. +_+;;
 
씁쓸한 초콜릿
미리암 프레슬러 지음, 정지현 옮김 / 낭기열라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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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다크초콜릿빛 표지 구퉁이에 한 소녀가 커피잔, 아니 핫초콜릿이 담긴 잔을 들고 앉아 있다.
그녀의 표정은 보이지 않지만, 아마도, 씁쓸하지 않을까? 책의 제목 씁쓸한 초콜릿'biterschokolade' 처럼 말이다.

책의 아주 첫 페이지부터 이 책의 주인공 '에바'는 소심하기 그지없다.
뚱뚱하다는 컴플렉스 때문에 반에서도 '자기구석'을 정해두고, 항상 그 구석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게다가 방문을 꽝 닫고 들어가 초콜릿을 집어 들고 '레너드 코헨'을 듣는 그녀라니...
모든 것이 중요하고, 처음 시작되는 유년기에서 청소년기로 넘어가는 그 시기.
사랑도, 우정도,

에바는 미헬을 만난다 .
그녀를 창피해하지 않고, 그녀를 좋아하는 소년을 만난다.

새로운 친구 크리스티나를 만난다. 영어를 잘하고, 수학을 못하는 그 친구를 위해 에바는 처음으로 목소리를 높이기까지 한다.

그런 조금씩의 변화에 '허기짐'과의 전투를 멈추지 않는다.
승률이 낮은 전쟁이지만, 멈추지 않는다.

그녀에게 초콜릿은 위안, 죄책감, 슬픔, 동시에 기쁨.
가장 달콤하면서, 동시에 씁쓸한 그 이중적인 맛.
에바는 초콜릿을 입 속에서 녹였다. 화려하고도 은은한 단맛이 났다. 단맛을 삼키고 또 삼켰다. 단맛과 눈물을 삼켰다. 그러고는 입과 뱃속이 위안을 얻는 걸 느끼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항상 입던 날씬해보이기 위한 짙은 색의 옷들을 벗어버리고
분홍 셔츠에 그녀가 생각해도 근사한 그녀의 짙은 금발을 풀어 헤치고 거울을 보니,
그 속에 '뚱뚱한 가슴과 뚱뚱한 배, 뚱뚱한 다리를 가진 뚱뚱한 소녀'가 있다.
'그러나 더 멋져 보인다' 그녀는 깔깔 웃으며 말할 수 있다.
"내가 여름날 같아 보여. 내가. 여름날 같아."

에바의 이야기를,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여름날을 기다리고 있는 소년과 소녀들에게 건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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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g 2006-02-12 0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아주 마음에 와닿아요

조선인 2006-02-12 0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쓴 리뷰, 축하드려요. *^^*

하늘바람 2006-02-12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읽고 픈 책이어요
 
살인자들의 섬 밀리언셀러 클럽 3
데니스 루헤인 지음, 김승욱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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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이야기할때 극적 반전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반전이야기를 빼면 그닥 할 이야기가 없다. 고도 말할 수 있을까.

미친 살인자들이 있는 섬을 방문하는 연방보안관 테디와 처크.
무언가 심상치 않은일이 벌어지고 있는 그곳에서 사라진 죄수/환자 레이첼을 찾으며
테디는 끊임없이 자신의 과거에 대한 꿈에 시달린다.
2년전에 불에타 죽은 자신의 반쪽 돌로레스.

허리케인이 들이닥쳐 비상상태인 섬의 분위기.
실성한 살인자들이 환자복을 입고있고, 그들을 돌보는 간수들과 의사/간호사들.
누구도 믿을 수 없는 고립감이 책을 읽는내내 으시시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잘 만들어진, 헐리우드 스릴러 한 편 보고 난 느낌.
굉장히 익숙한 결말.
그 익숙한 결말을 독자에게 와닿게 하는 설득력과 잊지 못할 책/영화를 결정짓는 '플러스 알파' 가
부족한 소설.


'뭐, 그런대로 괜찮네' 하는 정도의 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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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6-02-11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생각보다 별로였어요, 이 책.

모1 2006-02-11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무서울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하이드 2006-02-11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 네. 분위기가 으시시하더라구요. 빨리 끝까지 읽어버려야지, 하고 부지런히 읽었어요.
브라이니님/ 아, 기대가 너무 컸던걸까요?

한솔로 2006-02-12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데니스 르헤인은 이 책으로 유명해졌지만 개인적으로는 <미스틱 리버>가 훨씬 좋았어요. 영화도 대단했고.
 
이유 - 제120회 나오키상 수상작
미야베 미유키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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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의 670여페이지에 달하는 이 긴 소설은 지금까지 내가 접해보지 못한 종류의 소설이었다.
'네가족 몰살사건' 을 조사하는 무인칭의 화자가 사건의 진행을 르포 형식으로 되짚어 간다. 그 과정에서 사건과 그 정도의 차이를 두고 관련된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과 관련된 사람들. 사건에서 뻗어나가는 그 인맥의 선들이 이리저리 이어져 결국 '범인' 에게까지 가게 되면서 그 모든 방사선은 완결된다.

사회추리소설이라고도 할 수있는 이 작품에서 지은이가 공들이고 있는 것은 '부동산 경매'이다.  그 시스템의 헛점을 이용하는 법의 탈을 쓴 범법자들. 선의의 피해자, 가해자, 결국 평범한 사람들이 '죽음'이라는 극단까지 가게 되는 사건이다.

사건은 벌어지고, 그 사건이 일어나게 된 경과와 결말을 관련인물들의 입을 통해서 되짚어보게 되는데, 이 작품이 흔히 말하는 페이지 터너는 아닐지라도, 실제로 사건이 진행되는 그 추이는 엄청 실감나서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하룻밤 자고 나면, 책 속에는 또 다른 뉴스가 나와 경악케 하고, 또 그다음날 새로운 사실이 발견되어, 사건이 해결되는 것을 며칠에 걸쳐, 실제 책 속에서는 몇달에 걸쳐, 기다리게 되는 것이다.

내가 보는 이 작품의 키워드는 '가족'이다.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넘어오면서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오면서 생기는 불협화음들. 
시간은 '흘러가는 것' 이지. 저 순간부터 이순간까지, 그리고 이순간부터 다시 시작해서... 하는 식으로 그 시대구분이 되는 것은 아니다.
매스컴과 사회의 시스템은 '효율적이 되어라' 고 목소리를 높이고,
따라가고자 하나, 발목을 잡는 구시대의, 혹은 구세대의 가치관.

겉으로는 문제없이 돌아가는듯 하여도, 속을 알고 보면, 이 사회의 가장 작은 구성단위인 가족내의 엄청난 갈등들이 모이고, 모여서 멀쩡해 보.이.는. '사회'를 이루고 있다.

그 꼼꼼한 조사와 구성은 말할것도 없고, 미야베 미유키의 사람의 내면을 묘사하는 능력이 너무나 탁월하여, 읽는내내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책을 만나게 되면, 좋다. 읽어봐라. 고 말할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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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09 13: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06-02-09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라도 오타를 안내면 손구락에 가시가 돋아서요 ^^:;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겨울나기 - 2004 공쿠르 단편문학상 수상작
올리비에 아당 지음, 함유선 옮김 / 샘터사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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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텔레비전을 보면서 포도주 한 병을 비웠다. 얼핏, 슬픔은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이다라는 문장이 귀에 스쳤다.( 중략 ) 그의 모든 얘기가 내 마음을 흔들어 놓았고, 하찮은 말 한마디에도 나는 감동을 받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는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름다운 것을 보면 나는 언제나 죽고 싶은 마음이 들고, 설명하기 힘든 극도의 허약함에 빠진다. (16pg)

아홉개의 단편은 각기 다른 주인공들의 이야기들이지만, 한 사람의 이야기로만 들린다. 몹시 지쳐빠진 어떤 사람. 그 사람은 일에도, 사람에도, 가족에도, 흘러가는 하루하루에도 온통 지쳐버리고 기력없다.
어느 한국 영화의 대사처럼  '겨울이 가면 봄이 오더라구요.' 는 없다. 겨울이 가면 봄이 올 것을 알지만, '인생의 겨울' 다음에 '인생의 봄'이 쉽게 와줄까?

지쳤다는건, 힘들다, 아프다, 는 것과는 다르다. 더 깊고, 우울하고, 원초적이고, 끈적끈적하며, 헤어날 수 없는 (적어도 그렇게 보이는) 상태이다. 그와 같은 '지쳐버림'은 스치고 지나갈때도 있지만, 정통으로 맞을 때는 정말 어찌 할 바를 모르게 되버리고 만다.

이 책 속에서 지친 그들을 만나는 것은 참으로 지치는 일이어서,
특히나 마구 행복해지고 싶은 지금의 마음상태로는 좀 과하게 힘이 드는 일이어서,
거 참 좋지 않은 타이밍이네. 하며, 작고 얇은 회색의 책을 어렵게, 어렵게 내려 놓고 만다.

절망도, 사랑도 못하는 열정이 고갈된 지쳐버린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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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06-02-09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페이퍼 읽고 저도 이 책 샀답니다. 매우 쓸쓸해보여서, 맘에 들었어요. 맞아요. 지쳤다는 건 힘들다. 아프다. 하는 것보다 더 바닥을 치는 의미같아요. 휴일에 집에 들어앉아 한껏 우울해하며 읽고 싶네요. ^^

하이드 2006-02-09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요. 이불 뒤집어쓰고, 커피 홀짝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