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술자리는 사무실 사람들과(고로 왕따 같은 게 아닙니다. 다락방님.) 마시게 되었는데, 이 자리에서 소장마마가 이상한 말씀을 흘리셨다. 2년 전부턴가 강북 쪽에 사무실을 오픈 혹은 직원으로 있었던 소장마마의 친구 분이 사무실이 망해버리는 바람에 재취업을 위해 동종업계를 살펴보던 중 소장마마와 무슨 자웅이 맞았는지 자꾸 우리 사무실로 들어오려고 시도하고 있었다. 물론 난 무조건적인 반대를 피력했기에 소장마마 말로는 ' 저 놈 때문에 못 들어온다.' 라는 근사한 구실을 만들어줬었다. 하긴 소장마마 역시 난감한 상황일지도 모른다. 친한 친구가 수차례 부탁하는 걸 거절하는 것도 한두 번이지 이참에 사무실에 지랄 맞은 팀장 하나가 거품 물고 반대하기 때문에 부탁을 들어 줄 수 없다는 근사한 핑계거리를 만든 걸지도 모르겠다. (이미 사무실은 소장님 친구라는 분 하나가 자리 차지하며 별 도움이 안 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게 일단락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저번 주 초에 그 친구 분은 소장님과 점심이나 먹자고 사무실을 방문하셨고 역시나 또 그 이야기가 흘러나왔나 보다. 그 내용의 전모를 술자리를 빌어 소장마마가 직원들에게 풀어 논 것이 저번 주 금요일 근사한 전에 막걸리를 마실 때였다. 내용은 이러하다. 소장마마의 생각은 일단 친구가 경력이 꽤 되고 우리 업종분야도 많이 경험해봤기에 나름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으로 대화에 임했다고 한다. 하지만 소장마마의 친구 분은 생각이 달랐다. 소장마마가 원하는 방향은 사무실에서 설계도 하고 밖으로 다니며 협의와 회의도 겸할 수 있는 위치를 말씀하셨지만 그 분의 생각은 설계는 힘들다. 협의만 다니겠다는 뜻을 밝혔었다. 다시 말해 허드렛일은 하기 버겁고 외부에 나가 회의만 하고 그 회의내용을 반영하고 진행시키는 건 손대기 싫다는 말씀이시다. 정말 모뙤게 말하면 쉽게 일하면서 돈 벌고 싶은 생각이라고 밖에는 판단이 안 선다. 소장님 입장에선 술자리를 빌어 이야기를 꺼낸 것이고 난 역시 똑같이 반대의견을 주장했다. 하긴 소장님 또한 친구라는 이름으로 한 명이 이미 자릴 차지하고 별별 문제를 다 일으켰던 걸 상기하면 본인 스스로도 쉽게 생각할 수만은 없는 일일 것이다. 술도 들어갔겠다. 속된 말로 받아버리기로 결심을 세우고 입을 열었다. ‘소장님. 이탈리아가 왜 예선 탈락했게요. 세대교체에 실패해서에요. 한 살이라도 젊은 사람을 뽑아 이렇게 저렇게 일 가르치며 사무실 평균 연령을 낮춰야지 이 바닥에서 살아남아요. 그렇게 자꾸 일 편하게 하려는 나이 든 사람만 뽑으면 밑에 있는 직원들이 누가 남아나겠어요. 그러니까 제발 윤허하여 주세요. 네!’ 일단 그 자리에선 없던 일로 하겠다. 단언을 하셨지만 아직 그 친구 분은 포기를 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우리 사무실에 그 지랄 맞은 팀장이 거품을 뚝뚝 흘리고 있는 한 그건 불가능한 요구사항으로 계속 남을 것이다.
3월 말부터 5월 말까지 합사형태로 강남구로 출근을 했을 때. 건물 뒤쪽에 있는 주차장엔 화단이 하나 있었다. 어차피 건축법적인 조경면적 확충이라는 목적으로 환경과는 전혀 무관하게 자리를 차지한 애물단지일수도 있을 것이다. 더불어 하루 종일 그늘진 위치이고 어쩌다 해가 떨어지는 일몰시간에 쪼가리 햇살만 받는 곳에 뭔들 잘 자랄 수 있을까. 이런 말 무색하게 힘겹게 꽃 봉우리를 열심히 올리는 녀석들이 존재했다. 똑같은 품종의 꽃들이 대로변 햇살을 잔뜩 받으며 만개했을 시간에 미완의 답답함을 수일째 보여주고 있었다.
거의 복귀날짜에 임박할 즈음 담배나 피우고자 나간 주차장에서 어렵사리 꽃을 피운 모습을 목격하게 되었다. 다들 꽃잎 떨구며 파장 분위기 낼 때 늦깎이로 피워주는 덕분에 늦은 계절 꽃구경하는 특권을 누렸다.
어제 날씨도 꿀꿀 기분도 꿀꿀 이런저런 복합적인 사정으로 인해 아침부터 술 생각이 문뜩문뜩 나기 시작. 그리하여 별 생각 없이 트윗에다 써 갈긴 단문 한 자락. ' 오늘 술 한 잔 하실 분..?' 잠시 후 올라오는 팔로어 이XX님의 반응.. '우히히 분명 앞에 '각자 집에서'가 빠졌을 꺼야요!' 이어지는 맞장구..맞아 맞아..맞아... 하긴 취미는 낚시 특기는 투망 주 종목이 저인망 어선이다 보니 이렇게 낚임을 두려워하며 본인은 결국 양치기 중년이 돼 버렸다. 그리하여 여차저차 인원들을 모집하여 퇴근과 동시에 술집으로 고고싱! 근데 이동 중 더버더버를 연발하는 모 인물 덕분에 시원하게 맥주하자며 고속버스 휴게소마냥 치킨 집으로 먼저 발걸음을 돌렸다. 그런데 이놈의 닭집 월드컵 특수로 닭 좀 팔았다고 눈에 뵈는 게 없나 보다. 주문을 해도 알았으니까 좀 조용히 해달라고 하질 않나. 500을 두개 시켰다가 하나로 바꾸니까 짜증을 내기까지 한다. 닭도 튀겨 논 닭 데워서 나온 주제에 아주 뒤집어버릴까 하다 냅두고 원래 목적지로 향한다. 그리하여 향한 곳이 전집. 이 집은 이 동네에서 꽤 유명하고 소문났다. 값도 싸고 전도 아까 그 닭집 마냥 튀겨 논 닭 그때그때 온기만 줘서 던져주는 것이 아닌 그때그때 지져준다. 언제나 그렇게 모듬전 시키고 막걸리를 들이켜고 있자니 1차로 안주가 나온다.
안주가 나오는데 시간이 걸리므로 먼저 막거리 한사발 따르고 간장 받고 밑반찬 셋팅.
먼저 동그랑땡과 버섯전, 두부전.
덴드로비움의 볼륨감에 육박하는 동그랑땡의 단독샷. 그리고
요건 단면도. 막걸리 세주전자쯤 비웠을 때 2차로 안주가 나온다.
호박전, 동태전, 깻잎전.
향긋한 깻잎향이 살아있는 깻잎전의 단독샷.
더불어 아식아삭 호박전의 단독샷. 1차 2차 전의 정식 형식이름은 RX78NT모듬전(양산형). 제작비용은 15000원. 언제나 그렇지만 배터지게 저렴하게 먹고 나면 왠지 흐뭇해진다.
요즘 마님과 즐겨보는 미드는 프린지와 슈퍼내추럴이다. 프린지는 X파일과 비슷한 분위기 때문이겠고 슈퍼내추럴은 주인공인 윈체스터 형제의 미모 때문에 마님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기 때문이다. 고로 마님과 내가 공통적으로 즐겨보는 프로그램은 프린지가 되겠다. 전체적인 진행방식은 미스터리한 사건과 사고를 과거 잘나갔던 매드사이언티스트 월터라는 과학자와 그의 아들 피터, 그리고 FBI 수사요원 올리비아가 해결해나가는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각각의 에피소드는 잔재미를 듬뿍 주지만 어제 같은 경우 꽤 감동적인 에피소드를 봤기에 포스팅 해보고자 맘을 먹게 되었다. 사건의 발단은 열차 한 칸에 타고 있던 승객이 전원 돌연사를 하면서 일어난다. 한꺼번에 일어난 심장마비증상을 보인 집단살인사건. 미스터리 투성이지만 사망시간 후 급하게 열차를 빠져나가는 한 인물이 CCTV에 잡힌다. 이미 에피소드 초반부터 범인이 누군지 자명하게 드러난다. 열차를 빠져나간 인물은 MIT에서 천체물리학을 가르치던 팩 박사였고 그의 자택을 급습하는 FBI는 팩 박사를 연행하기 직전까지 몰고 간다. 하지만 그에겐 어마어마한 능력을 가진 사실이 검거 그 순간에 발휘된다. 그가 수년간 연구한 타임 슬립. 다시 말해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기 능력을 발휘해 초반에 보여줬던 열차로 다시 돌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타임 슬립 능력 때문에 에피소드는 도돌이표를 찍는 모습을 보여준다. 수사관 올리비아는 단지 '데자뷰 현상 같다.'라는 오묘한 말만 남기고 팩 박사의 타임 슬립의 쳇바퀴에 놀아난다. 사건의 단서를 가지고 발단을 추리하던 윌터는 그가 타임 슬립을 이용한다는 사실과 그가 진정 가고자 했던 시간은 열 달 전인 약혼자가 자동차 사고로 사망했던 그 시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여기서 월터의 한 가지 비밀이 대비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실 월터 역시 금기시된 다른 차원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며 이미 어렸을 때 잃은 친아들 피터를 다른 차원에서 데리고 온 과거를 드러낸다. (그러니까 월터가 발견한 다른 차원은 이곳의 세계와 판박이인 세계. 지금 옆에 있는 피터는 다른 차원의 인간이란 소리.) 팩을 포위한 FBI가 진입을 시도하기에 앞서 월터는 자신이 그을 회유하겠다며 그의 연구실에 단독으로 진입한다. 여기서 월터와 팩이 나누는 대화는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팩이 무슨 이유로 자신의 신체를 훼손하며 무리하게 타임 슬립을 하려는지 이해하는 월터는 타임 슬립으로 인해 주변의 생체에너지를 죄다 소모하게 된다는 사실(초반 열차에서 집단 살해가 자연스럽게 해석)과 당신이 원하는 과거로 돌아간다고 원하는 결말이 이루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월터 자신이 다른 차원에서 이미 죽은 아들을 빼내온 이야기를 고백하며 회유하기 시작한다. 더불어 과거 자신의 이런 연구가 지금은 후회가 되며 그때 믿지 않은 신의 존재를 지금에서야 느끼게 되었으며 이런 무모한 연구들의 결과에 대한 죄책감에 괴롭고 힘들다고 토로한다. 더불어 신이 나를 용서한다면 이 엄동설한 한파가 몰아치는 겨울에 하얀 튤립을 보여줄 것이라는 말을 꺼낸다. 하지만 이런 월터의 회유에도 팩은 '과학이 신이다.'란 말을 남기며 진입하는 특공대를 따돌리고 월터의 새로운 계산방식을 도입하여 그가 그토록 원하던 열 달 전 약혼녀가 차사고로 죽기 바로 전의 시간으로 돌아가는데 성공한다. 결말이 꽤 감동 깊다. 과거로의 타임 슬립에 성공한 팩은 월터에게 하얀 튤립이 그려진 편지를 열 달 후 받아 볼 수 있게 보내고 어쩌면 팩이 원했던 약혼자와 영원히 함께 하는 길을 선택한다. (사고가 나기 직전 차에 동승하여 함께 죽는다.) 현재로 시간이 돌아와 배달된 편지를 개봉하며 단순하게 그린 하얀 튤립을 받아 본 월터는 나지막이 흐느낀다.
채 한 시간이 될까말까한 미드의 한 에피소드에서 함축적으로 완벽하게 모든 것을 보여주긴 꽤나 어려울 텐데 내가 어제 본 프린지의 에피소드 ‘하얀 튤립’은 아마도 이런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들어 줄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강상중 교수의 고민하는 힘을 읽었다.(석 달 전) 당연한 말씀들을 나열한 것 같지만 의미 있게 다가온다. 특히 나츠메 소세키와 막스 베버에 대한 무한애정은 인상 깊게 다가온다. 그런데 나는 정작 이 책을 통해 위의 두 인물에 대한 동감보다 저자의 로망에 집중하게 돼 버린다. 이유야 다를 게 있나 나와 똑같은 로망을 가지고 계시니까. 책 속에 그의 로망은 바이크를 타고 바람을 맞으며 세상을 유랑하는 것이다. 나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그와 나는 분명 세대가 달라도 한참(?) 다르겠지만 강상중 교수가 원하는 'Born to be wild'나 내가 갈망하는 'Born to be wild'가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에 묘한 동질감을 가지게 되었다.
이 책속에 언급한 'Born to be wild'를 유튜브에서 뒤져보니 제법 튀어 나온다. 나름 명곡은 명곡인 모양이다.
원본- 이지 라이더의 메인 테마로 쓰였던 곡. 5월 29일부로 데니스 호퍼는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검은색 양파망이...참 인상적인...
그래 Hinder 라는 젊은 애들도 열심히 노력했지만...원본의 감흥을 살리긴 힘들다는..
찾아보니 한도 끝도 없이 나온다. 이거야 말로 개소노(개나 소나 부르는 노래)였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