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우리 마님은 엄청난 잔소리쟁이였다. 연애시절엔 그러하지 않았는데 결혼과 동시에 그동안 옵션품목으로 탈착이 가능한 잔소리기능을 장착하시고 엄청난 잔소리를 쏟아 붓기 시작했다. 그니까 나는 마님이 이런 잔소리쟁이 인줄 모르고 결혼을 했다는 소리다.

(그래 솔직히 대부분의 남자가 그러하겠지만 마님과 연애할 때 정말 젠틀하고 깔끔하고 시크 했다. 마님과 데이트 하는 날이면 아침부터 때 빼고 광내고 향수 처바르고 아주 꽃단장을 했더랬다. 하지만 결혼을 하니 이런 데코레이션 과정이 자연스럽게 빠져 나갔다. 아마 마님의 잔소리의 시작은 이때부터였지..)

벌써 10년째 살고 있는 우리 부부는 이제 잔소리를 거의 하지 않는다. 투닥투닥 이리저리 부딪치고 살다보니 서로 맞춰가며 사는 사이가 돼버렸다. 축구장에서 뛰는 축구선수들이 서로의 소통을 위해 소리 지르고 대화하는 과정이 이미 생략된 채 그냥 눈빛만 교환하면 무슨  행동을 할지 말을 하지 아는 사이가 되었다는 말이다.

(우리 마님이 이제 만성이 된 거지. 얼마 전 처갓집에서 하루 자고 왔더니만 하는 소리가. 늬 코고는 소리가 안 들리니까 신기하게 잠이 안 오고 불안하더라. 라고 하신다.)  

유행가 가사야 어리고 젊은 깜찍한 커플들의 닭살스런 멘트 작렬하는 가사가 빼곡하게 채워져 있지만. 이미 결혼 10년차인 우리 마님과 나는 저 정도 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부분에서는 무지 공감가는 부분이 있다.  



 

특히 이 부분...

하나부터 열까지 다 널 위한 소리
내 말 듣지 않는 너에게는 뻔 한 잔소리.


아주 징하게 공감한다.

참고로 우리 마님은 눈에 힘주고 겁주면 제법 무섭다. 깨갱..

더불어

사랑하다 말거라면 안 할 이야기
누구보다 너를 생각하는 마음의 소리
화가 나도 소리 쳐도


마님의 잔소리까진 달콤하지 않다. 솔직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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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22 16: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22 16: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22 16: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22 17: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22 17: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L.SHIN 2010-06-22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잔소리는...듣는 것도 싫지만, 하는 것도 싫어요.
상대방을 위해 가끔 하는 것은 좋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계속 그렇게 되다보니까
내 성격이 이상해지는 거 같더라구요. 그래서 무심해지기로 했어요.
잔소리는 하는 사람이 더 피곤해집니다, 상대에 따라서는. ㅡ.,ㅡ

Mephistopheles 2010-06-23 13:50   좋아요 0 | URL
하지만 분명 노랫가사처럼 그 잔소리마져도 귀엽고 깨물어주고 싶은 경우도 종조 있습니다..^^

순오기 2010-06-22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년의 두배인 20년 이상 살아보면 '잔소리'도 애정의 표현이라는 걸 아실겁니다.ㅋㅋ
잔소리=관심이라고나 할까요.^^

Mephistopheles 2010-06-23 13:51   좋아요 0 | URL
물론 그렇겠죠. 사랑의 반대말이 미움이 아닌 무관심이듯..

전호인 2010-06-22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면서도 왠지 찜찜하긴 합니다.
애정은 관심인 것은 맞는데 술취한 듯 한말 또하고 또하고 하면 뒤집어 집니다. ㅋㅋ

Mephistopheles 2010-06-23 13:51   좋아요 0 | URL
혹시..전호인님 피의자의 신분으로 유경험자신건가요??

전호인 2010-06-23 14:09   좋아요 0 | URL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ㅎㅎ

Mephistopheles 2010-06-23 15:12   좋아요 0 | URL
마구마구 상상의 나래를 펼치보고 있습니다..ㅋㅋ

머큐리 2010-06-22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엘님과 동감... 잔소리는 하는것도 듣는 것도 싫어요...듣는 건 더 싫어요...ㅋㅋ
옆지기를 무서워하는건 비슷하군요...슬프다..ㅋㅋ

Mephistopheles 2010-06-23 13:52   좋아요 0 | URL
지는게..이기는 거라죠..우리집은 마당쇠의 천적은 마님이신데 머큐리님댁의 먹이사슬(?)관계는 어찌되시는지요..

비로그인 2010-06-23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잔소리해서 들을 사람이면 안해도 알아서 잘하죠.
난 결혼하고 15년 동안 울남푠에게 한 번도 잔소리를 한 적이 읍써요.
무관심이라고 비춰질 수도 있겠으나...강한 믿음이라고 표현하고 싶네용.

비로그인 2010-06-23 08:52   좋아요 0 | URL
어흑~~이거 아주 얄미운 댓글이닷~~
재수없어!

야클 2010-06-23 11:01   좋아요 0 | URL
저도 아직까지 잔소리 한번 '못' 들어봤습니다.

얄미운 댓글 2

=3=3=3

Mephistopheles 2010-06-23 13:52   좋아요 0 | URL
이거야 원 답글을 달을 필요도 없이 북치고 장구치고..거기다가 갤러리(야클님)까지 난입하고....ㅋㅋㅋ

마녀고양이 2010-06-23 15:00   좋아요 0 | URL
잔소리를 들었는지 여부는 마기님의 옆지기님 입장에서 들어봐야 합니다. 히힛

Mephistopheles 2010-06-23 15:11   좋아요 0 | URL
그럼요 그럼요. 내가하는 대화가 분명 대상자는 잔소리로 들릴 수 있으니까요..오호호..

비로그인 2010-06-23 16:01   좋아요 0 | URL
더 얄미운 댓글이네~~흥~

마녀고양이 2010-06-23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닭살 페이퍼~ 홍홍

Mephistopheles 2010-06-23 15:11   좋아요 0 | URL
페이퍼가 닭살이 아니라 댓글들이 닭살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06-23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이유 누나의 귀여운 모습만 보입니다.

Mephistopheles 2010-06-23 18:14   좋아요 0 | URL
저기....아이유가 누나라고 하시면...대체 노이에자이트님의 연식은....

노이에자이트 2010-06-23 22:27   좋아요 0 | URL
나이와 무관하게 미인에겐 누나라고 하는 흐름에 아직도 합류를 않으시다니...음...

Mephistopheles 2010-06-23 23:23   좋아요 0 | URL
저기 합류를 하고 싶어도...아이유양과 저는 띠동갑도 훨씬 넘은 띠띠동갑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거기에다 누나라는 호칭은...아..남사스러워요.

비로그인 2010-06-23 23:31   좋아요 0 | URL
나도 젊은 남자들에겐 다 오빠라고 하는데요~~


알아요 알아~~
남사스러운걸 넘어서 주책이라고 하실꺼져?!
노이에님께는 노이에오빠~~이러믄서 예전에 방명록 남겼는데...아직 확인은 안한 모양이고~ㅋㅋ.
메피오빠~~굿나잇~~
어흐~~

Mephistopheles 2010-06-24 00:55   좋아요 0 | URL
엑소시스트의 호러를 능가합니다. 마기님.
 
들어는 봤니? 모건부부 - Did You Hear About the Morgan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부부가 있다. 그들의 겉모습은 아마 대다수의 사람들이 동경하는 이상형을 실현화 시킨 모습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먼저 서식처는 뉴욕. 그러니까 그 대단하신 뉴요커시다. 거기다 여자는 잘 나가는 부동산 중계업자, 남자는 역시 잘 나가는 변호사다.  겉으로 보기에 화려함의 극치를 달리는 두 남녀가 부부가 되었으니 얼마나 멋져 보이겠는가. 그걸 강조하기 위해 영화의 캐스팅 또한 노림수를 십분 활용한 것처럼 보인다.  



섹스 엔 더 시티로 전 세계 여성들에게 브런치의 진리와 신발 오덕후의 모습을 선사하신 캐리 브래드 쇼의 잔재를 떨쳐내기 힘든 사라 제시카 파커가 모건부부의 아내 역을 맡았고 영국식 억양이 여전히 남아있는 멋들어지고 젠틀한 신사 이미지의 휴 그렌트가 남편 역을 맡았으니, 어찌 보면 영화 속 잘 나가는 부부의 역할로는 이만한 배우들도 없어 보인다.

이렇게 최강의 조화를 이룬 두 남녀가 뉴욕이라는 첨단 도시에서 멋지고 아름답게 살고 있다면 애당초 이런 영화가 만들어질 리가 만무할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영화 속 이 두 남녀는 전혀 행복하지 않다. 겉보기와는 다르게 속은 갈 때까지 가버린 부부관계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정도이다. 모든 원인은 남편의 외도에서 비롯되었고 그 결과에 봉착하기에 앞서 두 사람은 출산문제와 개인 간 오해와 반목으로 별거상태로 영화는 시작되고 있다. 더불어 남자가 지은 죄가 있기에 여자에게 계속 용서를 구하며 어떻게든 원만한 부부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영화 초반에 시종일관 보여준다.

이런 위태위태한 부부의 모습에 살인사건의 목격자라는 변수를 끼워 넣어주면서 결국 이런 영화들의 9할이 넘는 결론인 해피엔딩을 향해 영화는 중반부로 치닫게 된다. 그리고 누구나 예상하다시피 이 극적인 도피행각 속에 아 임 소리와 아이 러브 유를 남발하며 이 완벽한 두 남녀는 잘 먹고 잘 살았다. 로 끝을 맺는다.

상투적이고 뻔하며 지지부진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을 정직하게 대입시킨 나머지 영화 제목에 빗대어 말하면 ‘들어는 봤다. 이런 영화’라는 좋지 않은 평가는 불을 보듯 뻔 하지만 이런 영화에서도 건질 수 있는 무언가는 분명 존재한다.  




화려한 주인공 모건부부보다 이들이 증인보호 프로그램으로 인해 텍사스 촌 동네로 대피 후 만나게 된 장년의 보안관 부부들의 모습에서 어쩌면 이 영화에서 그나마 건질 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하게 된다. 모건부부와는 전혀 다른 오히려 상반되는 모습을 보이는 이 부부는 사는 곳도 촌동네고 행동 또한 전혀 세련되지도 멋지지도 않다. 그러나 그들이 잘나가는 모건부부보다 훨씬 더 부부로서 참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서로에게 이유와 구실을 대며 비난하고 서로의 사랑에 대해 신용하지 못하는 그들에게 보안관 지라드의 근사한 참견이 오히려 가장 기억에 남을 뿐이다.

‘당신들은 사랑한다면서 왜 전부를 던지지 않는가?’

주연이 아닌 조연에게 저렇게 멋진 대사와 진리를 주워들었다는 것. 어쩌면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뒤바뀐 것 같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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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10-06-21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도 이런 발랄(?)한 영화를 보는군요...ㅋㅋ 우측에는 무거운 영화만 ...

Mephistopheles 2010-06-21 17:13   좋아요 0 | URL
제가 보는 영화의 기준은 우묵직 좌발랄(?)이랍죠.

머큐리 2010-06-23 06:19   좋아요 0 | URL
좌발랄을 줄이면 좌빨???

Mephistopheles 2010-06-23 13:54   좋아요 0 | URL
어머 그럼 전 이제 빨갱이라는 오명을 쓰고 수사만 받으면 되는 건가요? ㅋㅋ

마녀고양이 2010-06-21 1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리뷰를 보니 보라고 하시는건지 아니면 말리시는건지 조금 헛갈랍니다만.. ^^

Mephistopheles 2010-06-22 11:52   좋아요 0 | URL
음 그건 각자의 자유의지..(나만 당할 순 없다!)
 



두산은 과거부터 '근성의 팀'으로 통했다. 올 시즌도 마찬가지다. 9회가 끝날 때까지 포기하는 법이 없다. 두산 좌익수 김현수가 타구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듯이(사진=두산)



“21세기를 ‘스피디 시대’라고 하지 않나. 한 베이스를 더 가려고 노력하는 ‘기동력의 야구’ ‘발야구’야말로 시대적 요구이자 우리 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돌파구다.”

2006시즌 두산은 리그 5위에 머물렀다. 2004, 2005시즌 2년 연속 포스트 시즌에 올랐던 기세가 한풀 꺾였다. 그러나 이해 두산은 한국프로야구에 새 바람을 몰고 왔다. 과감한 도루와 공격적 주루를 바탕으로 한 ‘기동력의 야구’를 선보인 것이다.

2003년만 해도 두산은 ‘느림보’ 팀이었다. 팀 도루가 고작 58개밖에 되지 않았다. 2004년에도 팀 도루가 71개에 지나지 않아 상대팀 배터리는 두산의 주자가 1루에 있어도 긴장하는 기색이 없었다.

그러던 것이 2005년 팀 도루 103개로 이 부문 2위에 오르며 조금씩 변화의 바람이 일었다. 그리고 1년 후.

2006년 두산은 팀 도루 132개로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느림보’ 두산이 ‘기동력의 팀’으로 거듭나는데 이렇게 짧은 시간이 걸리리라곤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다. 단, 한 사람 예외가 있었다면 그가 바로 두산 김경문 감독이었다.

2006시즌이 끝나고 김 감독에게 “팀 도루 1위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가”하고 물었을 때 그는 어느 때보다 진지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21세기를 ‘스피디 시대’라고 하지 않나. 한 베이스를 더 가려고 노력하는 ‘기동력의 야구’ ‘발야구’야말로 시대적 요구이자 우리 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돌파구다.”

2007, 2008시즌에도 두산은 각각 팀 도루 161, 189개를 기록하며 부동의 이 부문 1위를 지켰다. 야구팬들은 이런 두산의 놀랄만한 ‘기동력의 야구’를 보며 언제부터인가 ‘발야구’란 별명을 달아줬다. 나머지 7개 팀도 두산을 놀라운 눈빛으로 보긴 마찬가지였다. 그 가운데 SK는 두산의 장점을 가장 정확하게 바라 본 팀이었다.

2007년 SK 신임 사령탑으로 취임한 김성근 감독은 두산의 스피드 야구를 누구보다 관심 있게 지켜봤다. 취임 당시 김 감독은 “두산의 기동력 야구를 도루 수로만 평가하지만, 실제로는 상대팀 배터리와 야수를 흔드는 공격적이고 과감한 주루가 더 높게 평가받아야 한다”며 “두산의 팀 칼라가 한국프로야구의 패러다임을 바꿨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 감독이 이끄는 SK 야구는 이후 두산보다 더 공격적이고 과감한 주루로 두산이 창조한 ‘기동력의 야구’가 한국프로야구에 정착하는 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09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이 금메달과 준우승을 차지했을 때도 가장 큰 원동력이 된 건 두산이 씨앗을 뿌린 ‘기동력의 야구’였다.

김경문 감독이 역설한 변화와 미래



일본 미야자키 스프링캠프에서 두산은 새로운 미래를 준비했다. 시즌이 시작하고 이윽고 준비는 현실이 됐다(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타율 3할 이상 타자와 2할5푼 타자를 비교해 보라. 언뜻 3할 타자가 변화에 수동적일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대타자일수록 더 변화하고자 노력하고, 끊임없이 바꾸려고 시도한다. 팀도 마찬가지다. 기존의 것만을 고집하고 변화를 두려워하면 하위권으로 전락하게 마련이다. 팀 성적이 좋으면 좋을수록 감독이 신경 써야 하는 건 팀의 현재가 아니라 미래다.”

2010시즌을 앞두고 일본 미야자키 두산 스프링캠프를 찾았다. 2007, 2008년 2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올랐다가 아깝게 준우승에 그친 두산은 2009년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지만, 플레이오프에서 ‘맞수’ SK에 지며 3위에 만족해야 했다.

‘이번만은 반드시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하겠다’고 별렀던 두산의 원대한 꿈이 또다시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김경문 감독은 스프링캠프에서 “마음을 비웠다”고 말하면서도 “자신은 마음을 비웠어도 두산을 사랑하는 팬들을 위해 다시 한번 우승에 도전하겠다”며 팀을 재정비하기에 바빴다.

이때 <스포츠춘추>가 던진 질문은 “어떻게 우승에 도전하겠느냐”란 것이었다. 사실 특별한 대답을 기대했던 건 아니었다. 두산의 ‘발야구’ 기조가 바뀔 리 만무했기 때문이다. 정작 듣고 싶었던 대답은 일반적인 각오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당시 김 감독이 4년 전처럼 진지한 표정으로 몇 번이나 강조한 말은 바로 ‘변화’였다.

“타율 3할 이상 타자와 2할5푼 타자를 비교해 보라. 언뜻 3할 타자가 변화에 수동적일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대타자일수록 더 변화하려고 끊임없이 바꾸려고 시도한다. 팀도 마찬가지다. 기존의 것만을 고집하고 변화를 두려워하면 하위권으로 전락하게 마련이다. 팀 성적이 좋으면 좋을수록 감독이 신경 써야 하는 건 팀의 현재가 아니라 미래다.”



두산 김경문 감독은 '잘할 때'보다 '못할 때'를 중시한다. 못할 때 '왜 못하는지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철저히 준비하는 선수'에게 더 많은 점수를 준다. 김 감독은 시즌 전 이성열과 유재웅에게 공평하게 기회를 주고자 마음먹었다. 이성열은 못했을 때 더 죽기살기로 매달렸기에 계속 출전기회를 잡았으나 유재웅은 못했을 때 움츠려들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유재웅이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많은 연구를 하는 선수이기에 계속 기회를 줄 것"이라고 공언했고, 유재웅은 이에 보답이라도 하듯 13, 15일 2경기 연속 대타 홈런을 쳤다. 믿음이란 '믿는 자의 인내와 믿음을 받는 자의 노력이 함께 어우러질 때 빛을 내는 것'이다(사진=두산)



여기서 ‘기존의 것’과 ‘현재’는 다름 아닌 ‘발야구’였다. 그리고 ‘변화’와 ‘미래’는 놀랍게도 ‘장타 야구’였다. 당시 김 감독은 2009년 데이터를 토대로 두산의 ‘발야구’가 어느 정도 한계에 다다랐음을 감지했다.

그도 그럴 게 두산의 팀 도루는 2009년 129개로 떨어졌다. 이종욱의 부상과 고영민의 부진이 가장 큰 이유였다. 그러나 김 감독이 감지한 ‘한계’는 30살이 된 이종욱이 과연 내년에도 예전 같은 도루를 할 수 있겠느냐는 것과 고영민이 쉽게 부활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즈음 김 감독이 주목한 이가 있었다. 이성열이었다.

2009시즌이 끝나고 김 감독은 이성열에게 포수 마스크를 씌웠다. 1루수와 외야수를 전전하며 자신의 가능성을 만개하지 못한 이성열을 김 감독은 늘 안타깝게 바라보던 차였다. 김 감독은 이성열에게 중요한 건 노력이 아니라, 자신감이라고 봤다. 노력은 그 정도로도 충분하다고 봤다.

자신감을 심어주려면 자기 포지션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김 감독은 모두의 의표를 찌르는 포수직을 이성열에게 권했다. 이성열이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심정으로 스프링캠프에서 열심히 땀을 흘렸고, 김 감독은 그런 이성열에게 ‘열심히만 한다면’이란 전제하에 ‘출전기회 보장’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미 김 감독은 ‘포수로서의 이성열’에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포수 훈련을 통해 이성열이 자신감을 되찾고 그 자신감을 바탕으로 잠재해 있는 ‘거포 본능’이 살아나기만을 바랐다. 만약 이성열이 거포로 거듭난다면 김동주, 김현수, 최준석과 함께 강력한 타선을 구축할 수 있으리라 예상했다. 그렇다면 이종욱과 고영민의 ‘도루’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일이었다. 과연 김 감독이 준비한 미래가 현실에 들어맞을 수 있을까. 미야자키 스프링캠프에서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미래는 준비된 자에게만 오는 것



시즌 초보다 타율은 다소 떨어졌지만 이성열은 팀 내 타점, 홈런 1위를 고수하고 있다(사진=두산)



“발야구는 무슨 발야구? 올 시즌 두산은 과거 삼성을 보는 것 같다. ‘뻥야구’도 이런 뻥야구가 없다. 쳤다 하면 홈런에다, 주자만 나갔다 하면 득점으로 연결된다. 되레 이전 ‘발야구’가 상대하기 쉬웠다.”

최근 모 팀 수비코치가 털어놓은 진심이다. 이 코치는 “두산의 팀 칼라가 완전히 변했다”고 평가했다. “도루는 준 대신 타선의 폭발력이 늘었다”는 게 이 코치의 소감이었다. 맞는 말이다.

6월 16일까지 두산은 팀 타율, 장타율, OPS(출루율+장타율)에서 2할9푼5리, 4할5푼. 8할2푼5리로 1위, 팀 홈런과 팀 득점은 70개, 369점으로 롯데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시즌 중반이지만, 두산이 창단 이래 팀 타율 2할9푼, OPS 8할 이상을 넘기기는 올 시즌이 처음이다. 많은 야구전문가는 “하반기로 갈수록 팀 타율은 다소 떨어지겠지만, 두산의 팀 타율은 2할9푼대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두산의 막강 타격을 이끄는 이들은 누구나 예상한 대로 김현수, 김동주, 최준석이다. 여기다 김 감독만이 예상했던 이성열이 한몫하고 있다. 이성열은 팀이 치른 62경기에 김현수와 함께 유이하게 모두 출전해 타율 2할7푼2리, 12홈런, 46타점을 기록 중이다. 홈런과 타점에서 팀 내 1위다. 스프링캠프에서 김 감독이 구상한 ‘미래’가 현실에 맞았다고 볼 수 있는 장면이다.

그러나 팀 타율과 장타율이 치솟은 반면 도루는 예상대로 줄었다. 팀 도루 46개로 한화와 공동 5위에 머물고 있다. 5월 하순까진 이 부문에서 아예 최하위였다. 하지만, 6월 12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김 감독은 개의치 않는다는 표정이다.

“(이)종욱의 도루시도가 줄었지만, 타율은 지난해 2할7푼6리에서 올 시즌 3할4푼으로 부쩍 뛰었다. 도루 부담이 줄어들면서 대신 타격 감각이 되살아났다. (고)영민이는 시즌 초 부진해 도루 기회가 많지 않았지만, 일단은 선수 스스로 컨디션을 회복하는 게 급선무다. 도루는 그다음 문제다.”



올 시즌 두산의 팀 도루는 감소됐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기동력의 야구'가 부활하고 있다. 이종욱이 몸을 사리지 않고 도루를 감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산 선수들에게 '희생'은 '플레이 볼!'이란 구호처럼 일상의 단어다(사진=두산)



언뜻 여기까지만 보면 두산의 ‘기동력 야구’는 ‘빅볼’로 변신한 듯 보인다. 그러나 ‘빅볼’의 이면엔 ‘스몰볼’이 숨겨져 있다. 6월 16일까지 62경기를 치르는 동안 두산의 희생번트는 24개다. 롯데의 22개에 이어 가장 적다. 그러나 지난 시즌 두산은 희생번트를 26개만 댔다. 지난 시즌의 절반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 시즌만큼의 희생번트를 기록한 셈이다.

사실 이 역시 스프링캠프에서 이미 예상됐던 ‘미래’였다. 김 감독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려면 기존 작전에서 변화가 필요하다”며 “필요하다면 (희생번트도) 과감히 대겠다”고 공표한 바 있다.

팀의 현재 상황과 예측 가능한 데이터를 중심으로 김 감독은 미래를 내다봤고, 그 미래에 맞춰 팀 칼라를 변화시켰다. 이것이 올 시즌 두산이 투수진의 혼란 속에서도 단독 2위를 달리는 비결 가운데 비결이라고 야구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두산의 또 다른 미래



두산 김경문 감독은 고영민의 부진을 고영민 탓으로 돌리지 않는다. 한단계 성장하기 위한 쉼표쯤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낮은 타율인데도 주전으로 쓰고, 그 기회를 통해 스스로 페이스를 끌어올리길 바란다. 김 감독의 바람대로 고영민은 15일 잠실 LG전에서 6타수 3안타(홈런 2포함)을 치며 부활을 위한 시동을 걸었다(사진=두산)



김 감독이 의중에 둔 또 다른 팀의 미래는 투수진에 있다. 김 감독은 시즌 전 임태훈의 선발전환을 묻는 말에 “아직 팀 전력상 (임)태훈이는 불펜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레스 왈론드, 캘빈 히메네스 두 외국인 투수가 가세했지만, 아직 선발진이 완전하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야구계 일부에서 “두산은 젊고 가능성 있는 투수들이 불펜에 몰려 있다”며 “두산의 미래를 위해선 이 투수들이 선발진에 가세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김 감독이라고 이를 모를 리 없었다.

김 감독은 농담조로 “올 시즌 우승하면 내년부터 임태훈을 선발로 돌릴 수 있을지 모른다”면서도 “상황에 따라 그 시기가 더 빨라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그 시기가 앞당겨졌다.

5월 9일 임태훈이 부산 롯데전에서 데뷔 후 첫 정규시즌 선발로 나선 것이다. 당시 주변에선 “정재훈처럼 선발 수업이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고 했지만, 결과는 5이닝 1실점 선발승이었다.

김 감독은 “임태훈은 이제 우리 팀의 중요한 선발자원”이라고 말한다. 2군에서 컨디션을 회복 중인 이현승만 가세한다면 더 강한 선발진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여기다 이재우가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기고, 선발진에 합류한다면 올 시즌을 넘어 다음 시즌에도 강팀이 되리라 믿는다.

김 감독은 “임태훈을 제외하고 젊은 투수 1, 2명을 내년부터 선발진에 넣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특정 선수의 이름을 공개하는 건 시즌 중이라 부적절하다는 견해이지만, 내심 생각하는 투수가 있다.

“잘 훈련되고 경험을 쌓은 젊은 투수를 선발진에 넣는 것이야말로 팀의 미래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준비”라고 김 감독은 믿는다.

지난 일이지만, 미야자키 스프링캠프에서 포수 마스크를 벗으며 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을 닦던 이성열이 한 말이 있다.

“이제야 사람 구실을 하는 것 같습니다”였다.



우리가 이성열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건 포기하지 않으면 반드시 기회는 찾아온다는 것이다. 그리고 단순히 포기하지 않는 선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죽을 힘을 다해 노력할 때 기회가 찾아온다는 것이다. 그 기회를 내주는 지도자와 팀을 만나는 건 행운과 관련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신인지명 순서와 이름값'이 아닌 '실력과 노력'에만 집중하는 두산과 김 감독은 이성열과 같은 선수들에겐 행운 이상의 존재다(사진=두산)



최근 월드컵 축구를 소재로 한 두산그룹의 TV 광고에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야구의 감동적인 장면과 그 당시 대표팀 사령탑이던 김 감독이 모델로 등장했다. 이 광고의 백미는 “누군가는 2년 전 베이징의 기적이 남아공에도 이어지길 바라지만 우리는 기적을 믿지 않고 사람을 믿는다”는 김C의 내레이션이다.

김 감독과 두산 단장을 비롯한 선수단 전원이 기적을 믿었다면 두산의 지금은 기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기적 대신 사람을 믿고, 그 사람들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변화를 단행했기에 지금이 있는 것이다.

두산은 지난 2001년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지난해까지 8시즌 동안 준우승만 세 차례 했다. 김 감독이 취임한 이후 2005년과 2007년, 2008년 한국시리즈에 올랐지만,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그러나 ‘1등만을 기억하는 세상’에서도 두산은 늘 우승팀 이상의 강팀으로 꼽히고 있다. 게다가 두산은 야구를 통해서 많은 가치와 교훈을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다. 한국프로야구의 패러다임을 ‘실력’으로 바꾸는데 앞장서는 팀도 두산이다.

두산의 팀 칼라 변화가 과연 '기적'으로 연결될지 인내심을 갖고 지켜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출처 : http://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baseball&ctg=issue&mod=read&issue_id=438&issue_item_id=8680&office_id=295&article_id=0000000423&m_url=%2Flist.nhn%3Fgno%3Dnews295%2C0000000423 

 

 

 

 

전 세계가 축구로 흥분하는 난 지금 야구 이야기하고 자빠졌다. 이건 순전히 박동희 기자 때문이다. 오늘 사무실에서 처음 발견한 이 기사는 어떤 야구팬들에겐 편파적 시선과 거북한 마음을 가지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고 보고싶다.

기사는 일단 표면적으로 두산이라는 프로야구팀의 찬양일색으로 도배된 모습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기사에서 프로야구, 두산이라는 주어들을 지워도 근사한 읽을거리로써 가치를 지니고 있다. 

 난 오늘 수십만 권이 출판된 자기 개발서보다 조금 길은 기사 한 토막을 읽고 내가 준비하는 혹은 해야 할 미래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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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10-06-17 0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웬지 '변화'와 '발전'만 강조하는 이 시대가 결국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의 기초라는 점에서...ㅎㅎ 뭐 월드컵도 마찬가지구요..

Mephistopheles 2010-06-17 09:28   좋아요 0 | URL
변명을 하자면....두산 프로야구팀엔 속칭 이름값을 드높인 스타선수가 없어요.(김동주는 제외시켜야 하나.) 요즘 좀 페이스가 떨어졌지만 김현수라는 타자 역시 신인 지명도 못받아 신고선수로 시작한 선수니까요. 실력이 있으나 간판과 스팩에 밀리는 우리나라의 기타 다른 체제나 구단들 보다 두산이라는 팀은 오로지 실력과 노력을 우선적으로 본다는 건 긍정적으로 다가옵니다..^^

무해한모리군 2010-06-17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멋진 기사네요. 올해는 야구장에 못나가고 있어요.

Mephistopheles 2010-06-17 09:48   좋아요 0 | URL
야구를 좋아한다면. 더불어 두산의 팬이라면. 이 기사에 나와있는 선수 하나하나가 너무 애절합니다. 특히 이성열이요.

마녀고양이 2010-06-17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기사네요.. 저희 신랑은 롯데 팬인지라...
저는 롯데의 승점과 근황만 알고 있어염..... 아하하.

Mephistopheles 2010-06-17 22:37   좋아요 0 | URL
혹시..신랑 얼굴이 그제 어제 별로 좋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이틀 연속 역전패했어요...쩝..롯데는 충분히 매력적인 팀인데 어느 한부분이 언제나 아쉬워요

마녀고양이 2010-06-17 10:15   좋아요 0 | URL
크하하, 3연패입니다.
어제 9회말에 7-7 동점 만들었다가, 10회에 깨졌답니다. 히히

비연 2010-06-17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동희 기자는 정말 멋진 글을 쓰는 '야구' 기자이죠. 저도 늘 보고 있답니다.
두산에 대한 설명들, 이성열, 고영민, 유재웅에 대한 이야기들. 참 따뜻한 시선^^

Mephistopheles 2010-06-17 22:47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알게 모르게 타구단에서 두산을 벤치마킹 많이 하더군요. 이번 시즌은 아무래도 두산 2군 감독이었던 박종훈 감독이 부임한 엘지가 많은 부분을 롤모델 삼고 있더군요.

플레져 2010-06-17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새 한화 이글스의 최진행 선수에게 관심이 생겼는데요,
그 선수 역시 왜 안 됐을까...를 생각하며 2군 시절을 보냈다고 해요.
참 좋은 기사입니다.
메피님께도 감사 ^^!

Mephistopheles 2010-06-17 22:49   좋아요 0 | URL
최진행선수..올 시즌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여주고 있더라고요. 근데 삼진이 많은 건 연륜이 쌓이면 나아지겠지만 너무 많아요. 더불어 한대화 감독 부임 후 한화의 팀컬러가 많이 젊어졌습니다. 지금처럼만 리빌딩하면 아마 못해도 2년쯤 후엔 충분히 강팀으로 성장할 것 같습니다.

마태우스 2010-06-18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제가 좋아하는 두산 이야기인지라 댓글을 안달 수가 없네요.
전 이성열 때문에 초반에 무지하게 속상했던 터라 지금도 이성열을 그닥 좋아하지 않습니다. 여전히 공.수 모두에서 임재철이 더 낫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성열의 수많은 타점은 4할이 넘는 출루율을 자랑하던 앞타자들 덕분이었고,
다른 타자가 그 자리에 있었으면 그보다 더 많은 타점을 올렸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이성열이 챤스를 무수히 끊어먹는 바람에
4번인 김현수가 선두타자로 나서는 경우가 아주 많았고,
그 바람에 현수가 타격감을 잃은 측면도 있습니다.
많은 두산팬들이 말했습니다.
"이성열을 중용하는 건 말리지 않겠다. 하지만 3번보다는 6번으로 해달라."
하지만 김감독이 그렇게 하기까진 너무도 많은 이길수 있는 게임을 졌습니다.
이제 이성열은 6번으로 나서고,
여전히 두산 라인업에서 가장 타율이 낮고 삼진이 가장 많습니다만(삼진은 전 선수 중 최다입니다)
사람들은 그다지 이성열을 욕하지 않습니다.
이제야 자기 자리를 찾은 느낌이랄까요.
전 김감독님 참 좋아했는데요
이성열을 중용하면서 생각이 좀 바뀌더군요.
"아, 저렇게 고집이 센 감독이라면 우승은 힘들겠구나."
뭐, 차두리 대신 오범석을 고집한 허정무도 나름의 변명거리는 있겠지만,
많은 이들이 봐서 아니다 싶으면 한번쯤 재고하는 용기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Mephistopheles 2010-06-19 00:06   좋아요 0 | URL
야구를 직업으로 삼고 천직으로 삼는 사람들에게 무언가 다른 시선과 생각이 있을꺼라 생각해요..^^
 

슬슬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다. 합사 사무실 해산하고 본사 복귀 후 좀 널널하다 싶었는데 여기저기 터지는 일의 조짐이 심상치가 않다. 그러다 보니 그 뒤치다꺼리 차원으로 오늘 월요일임에도 불구하고 가뿐하게 야근(그래도 아직까지 금요일이 세 번이나 있는 일주일의 상황은 아니다.)을 땡겨주셨는데.....

날이 습하게 덥고 하니 저녁으로 한 끼 해결하기 위해 밖으로 나가기가 꺼려진다. 그리하여 사천만의 만만한 국민 딜리버리 서비스인 중국집에 주문을 넣기로 합의를 봤다. 일단 야근하는 인원 파악을 해보니 윗사람들 3명만 파악이 된다.(아...그래 어찌하다 보니 이제 나도 노땅의 반열에...) 

그리하여 주문을 챙겨보니 일단 볶음밥이 하나. 미정이 둘. 하지만 역시나 번뇌의 상징물인 중국집 메뉴판을 다시 보며 볶음밥을 주문한 직원이 간자장으로 급 변경. 그리하여 일단 나를 제외한 두사람이 동일한 메뉴로 통일하게 되었다.

수화기를 들고 낭랑하게 외치는 중국집(이집 사장님 아들이 두산 프로야구 선수다.) 사모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네네 xx반점입니다. 뭐로 주문하시겠어요.' /'여기 어쩌고저쩌고 몇 층인데요. 간자장 둘하고 에....콩국수 하나 부탁드릴게요.' /' 예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뚝'

이렇게 주문을 마치고 수화기를 내려놨는데 뒤통수가 따갑게 느껴진다. 슬쩍 뒤를 돌아보니 간자장을 따라 주문한 실장님이 벌떡 일어나 나를 쳐다보며 한마디 던지신다. '너....콩국수..시켰어?' /예. /(3초의 시간이 흐른다.) 어...콩국수....좋지...흠 / 바꿔 드려요? / 어...!!!

수화기를 들고 주문변경을 요청하려는 순간 하나 남은 간자장을 주문한 사람의 시선이 감지된다.

'왜 또..?' / '저기....나도...' / 콩국수로 바꾼다고..? / 어.....!!!

그리하여 결국은 습기로 후덥지근한 저녁시간을 3명이서 머릴 맞대고 열심히 콩국물을 들이켰다. 물론. 여의도에 있는 진짜 끝내주는 콩국수를 말아주는 그 집에 비하면 형편없지만, 더운 날 시원하게 저녁 한 끼 해결하기엔 나름대로 더 없이 좋은 선택이었다는……. 



어디선가 퍼 온 여의도의 '그'집 콩국수. 아마 내가 먹어 본 콩국수 중 서열로 따지면 1위. 더불어 비빔국수까지 끝내주는 집. 여름만 왔다하면 반드시 가줘야 하는 식당 중에 하나. (4계절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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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10-06-15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 음식 포스트 중 처음으로 내가 가본 집이다!!!!!!

Mephistopheles 2010-06-15 01:01   좋아요 0 | URL
암튼 이 집...콩국수는 참 끝내주줘잉...~~~~~~

도넛공주 2010-06-15 0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놔 프랑스!! 콩국수 먹고 싶어요...

Mephistopheles 2010-06-15 02:00   좋아요 0 | URL
아쉬운데로 화이트 크림 소스에 소면이라도 삶아서.....

Forgettable. 2010-06-15 0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뭐........ 털썩.......

Mephistopheles 2010-06-15 09:42   좋아요 0 | URL
뭐긴 뭐.........콩국수....=3=3=3=3

마노아 2010-06-15 0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아침부터 군침이 자르르!!!

Mephistopheles 2010-06-15 09:42   좋아요 0 | URL
이 집 콩국수가 굉.장.히.고.소.하.다.죠....비린맛도 없고..^^

pjy 2010-06-15 0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헤~ 콩국수 집에서 손수 만들어먹는 까다로운 여자예요!!
물론 누가 사준다면 여의도 갈래요^^

Mephistopheles 2010-06-15 09:43   좋아요 0 | URL
앗 혹시 강력분으로 면을 치고 수타로 막 뽑아서...??? ㅋㅋㅋ
(하긴 콩국물은 역시 집에서 직접 갈아먹는 것이 제일 맛있어요.)

무해한모리군 2010-06-15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아름다워요~ 콩국시~
그러나... 저는 소금맛으로 먹는다는 ㅎㅎㅎ

Mephistopheles 2010-06-15 09:44   좋아요 0 | URL
오이지군의 손을 잡고 고고씽 해보시길...오이지군은 콩국수를 떠맡기고 휘모리님은 비빔국수로..^^

레와 2010-06-15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밥을 드셔야죠.
국수는 간식!! ㅎ

Mephistopheles 2010-06-15 11:51   좋아요 0 | URL
간식이라고 하기엔....저 집이 양이 꽤 되죠...(하지만 국수는 배터지게 먹어도 돌아서면 꺼져버린다는..)

순오기 2010-06-15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의도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동네라~~ㅠㅠ
저도 콩국수 집에서 해 먹어요, 면은 그냥 중면 팍팍 삶아요!

메피님의 음식 포스팅이 왔군요, 왔어~~~~~~ㅋㅋㅋ

Mephistopheles 2010-06-15 11:52   좋아요 0 | URL
전 제주도 가서 국수를 먹을 때 놀란 것이 생각보다 굵은 면을 삶아주는 방식이었다죠. 우리집은 그냥 가는 소면으로 삶아버리니까요. 음식 포스팅이야..언제나 그렇듯...허허허..(자자자 턴 레프트님은 어디가셨나요??)

울보 2010-06-15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콩국수 콜,
그런데 엄마만큼 잘만드는 콩국수집을 한번도 맛난적 없음,
우리 엄마 콩국수
엄마 가게는 여름이면 콩국수와 겨울이면 엄마가 참 고생하시는데,
메피스토님덕에 오늘 점심 굶겠네..ㅎㅎ

Mephistopheles 2010-06-16 12:34   좋아요 0 | URL
물론 집에서 만들어주는 엄마표 콩국수야 따라갈 수가 없겠죠..^^ 제 기준은 어디까지나 '돈 내고 사먹는'에 국한되어 있습니다.

전호인 2010-06-15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꾸울꺽!
콩국수를 느무느무 좋아하는 지라 침이 샘솟습니다. ㅎㅎ
여름에 시원한 냉콩국수 냉면 못지않게 일품이지요.
콩국수는 뭐니뭐니해도 콩국이 관건입니다.
구수한 맛!

Mephistopheles 2010-06-16 12:35   좋아요 0 | URL
언제 한번 저집을 방문해보세요. 아주 국물 지대로입니다. 걸쭉하면서 비린내 하나 안나고 고소하고 시원하고...ㅋㅋ

2010-06-15 19: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16 12: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스피 2010-06-15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콩국수 맛있지요.요즘 믿을수 있는 먹거리를 생산하는 풀무원(?)에서도 콩국수 국물을 생산하더군요.이젠 집에서도 간편히 먹을수 있지요^^

Mephistopheles 2010-06-16 12:36   좋아요 0 | URL
사실 국수종류는 국물베이스도 중요하지만 뭐니뭐니해도 면을 삶는 테크닉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L.SHIN 2010-06-15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랏, 나..이 페이퍼 분명히 어제 읽었는데..왜 내 댓글이 없..;; ㅡ.,ㅡ?

Mephistopheles 2010-06-16 12:36   좋아요 0 | URL
그때 엘신님은 내가 남긴 댓글 지우느라 정신이 없으셔서 그런 겁니다.

마녀고양이 2010-06-16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부터...... 설마 메피님 서재에 음식 사진이 있을 줄이야.. 털썩!
밥 먹으러 가야겠습니다, 엘신님 서재의 암호 해독 때문에 너무 배고파염~

Mephistopheles 2010-06-16 12:37   좋아요 0 | URL
해독하면 외계인에게 납치될 수 있는 1순위로 지정된다는 카더라 통신이 있더군요..ㅋㅋ

플레져 2010-06-17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콩국수 먹으려고 메주콩 불리고 있는데! 우연의 일치일치!!ㅎㅎ
역시 사람은 날씨와 계절에 민감한가봅니다~

Mephistopheles 2010-06-17 22:45   좋아요 0 | URL
그런 말이 있다네요. 사람이 어느 특정 음식물이 막 땡기는 이유는 그 음식에 들어 있는 영양소가 몸에 모자르기 때문이라네요..^^(믿거나 말거나)
 
밤의 열기 속으로 - In the Heat of the Night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아버지의 친구 분은 옛날에 서울 한 복판을 지나가는 매우 짙은 피부색을 가진 흑인과 마주쳤다고 한다. 그냥 입버릇처럼 그 친구 분의 입에선 혼자말로 ‘아 그 깜둥이 정말 시커머네..’란 말을 무심코 흘리셨다. 그러자 지나가던 그 피부색이 유난히 짙은 흑인은 능숙한 한국말로 ‘ 깜둥이니까 당연히 시커멓지..’ 란 대꾸를 했더란다. 너무나 당황한 그 분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의 과정을 거쳤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 그 깜둥이..아니 흑인과 친한 관계를 형성하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 웃지 못 할 해프닝의 깊숙한 내면엔 나와 다른 모습을 한 타인에 대한 일종의 극단적 감정이 내포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우월감 혹은 열등감의 표현으로 그게 실수이건, 아님 사심을 가득 담은 진심이라도 이런 감정을 마주치면 불편함이 당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류 역사가 이런 사실을 당연히 불편하게 느꼈었는가? 란 물음표를 달게 되면 결코 그렇지 않다가 맞을지도 모른다. 어찌되었건 인종 차별의 모습은 너무나도 많이 접하고 있으니까 지금도 물론 마찬가지로.  



밤의 열기 속으로 (In The Heat Of the Night, 1967)

감독 : 노만 주이슨
주연 : 시드니 포이티어,  로드 스타이거



오늘 본 영화 역시 이런 불편한 진실을 사심 가득히 내포하고 있다. 그것도 표면적으로 조금 완화된 요즘이 아니 인종차별이 노골적으로 자행되었던 1960년대 그것도 미국의 남부 미시시피의 어느 촌 동네를 배경으로 말이다.

흑인 형사 버질은 영화에서 일진이 사나워도 보통 사나웠던 게 아니다. 단지 휴가를 얻어 어머니에게 돌아가는 과정 중 새벽에 갈아타야 하는 정거장이 있는 동네에서 하필 살인사건이 발생했고 외지인이 범인일 꺼라 확신하는 이 지역의 완고하고 보수적인 백인 보안관 빌의 용의선상에 1순위로 올라버렸으니까.

빌과의 첫 만남 역시 예사롭지 않다. 지갑에 두둔한 돈을 보며 범인이라 단정 짓는 그의 모습이야 몰라서 그렇다 치더라도 자신의 신분이 밝혀진 이후에도 도시에서 자기보다 많은 돈을 받으며 형사를 하고 있는 모습에 심한 반발심을 갖는 건 무식하다고 인정해도 도가 지나칠 정도다.

이렇게 버질과 빌은 시종일관 아옹다옹하며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수순을 밟게 된다. 물론 모든 과정의 해결은 버질의 머리에서 비롯된다. 이런 두 사람의 흑과 백의 갈등과 반목이 고조되며 변화는 빌의 모습에서 나타나기 시작한다.

버질을 본 순간 보이 혹은 니그로로 지칭했던 칭호는 점점 버질이라는 그의 고유이름을 부르며 빌의 변화된 모습이 감지되기 시작한다. 더불어 똑똑한 흑인이 마을을 휘 젖는 걸 용납하지 못하는 백인우월주의자의 테러로부터 버질을 보호한다.

이렇게 영화는 하나의 살인사건이 주는 스릴러와 더불어 흑백간의 인종갈등까지 섬세하게 표현해주는 모습을 보이며 근사하게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한다. 더불어 퀸시 존스의 음악과 레이 찰스의 음색은 부록으로 치기엔 존재감이 느껴진다. 다시 말해 두 명의 명배우와 명감독이 보여주는 시너지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고 있다.

이 영화처럼 명배우 2명+명감독 1의 조합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시너지 효과는 대단하지만 실상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 자존심이 드높은 배우 둘은 현장에서 충돌과 엇박자를 보여주며 스텝들 피곤하게 하고 감독은 감독대로 배우 컨트롤에 애를 먹이며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영화는 삼천포로 빠져나가기 시작한다. 결론은 생각했던 시너지 효과는커녕 욕이란 욕은 죄다 퍼 먹고 아마 그 감독 혹은 그 배우들의 명성에 오점을 제대로 남기는 경우로 발전하기도 한다.

아쉽게도 우린 이런 상황을 많이도 접하게 된다. 거대한 제작비에 비싼 배우를 기용했지만 평도 좋지 않고 흥행도 말아먹는 영화들. 극장 값 아깝고 난 이 영화 보면서 팝콘 먹은 것 밖에 기억이 안나 라는 감상이 나오는 영화들. 그런데 시간을 좀 많이 뒤로 돌리면 이런 과거의 영화에서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EBS를 통해 만나 ‘밤의 열기 속으로’는 1960년대 영화라는 시대적 분류가 무색할 만큼 근래 영화들의 모든 것을 압도한다. 구관이 명관이란 걸 확실하게 보여준 이 영화는 아마 내 다음 세대에도 분명 누군가에게 보여 지게 될 작품 중에 하나일 것이다. 



P.S. 그 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당연히 이 영화는 굉장한 성적을 거두게 된다. 지금보다 더욱 보수적인 아카데미도 인정할 정도로 이 영화의 완성도는 제법 높았나 보다. 하지만 남우주연상의 경우 흑인형사 버질을 열연한 시드니 포이티어가 보안관 빌을 연기한 로드 스타이거 보다 돋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남우주연상의 영광은 로드 스타이거에게 돌아가는 아이러니를 남기게 되었다. 영화는 영화, 현실은 현실인 셈이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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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6-14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좋았습니다. 시드니 포이티에라는 배우를 처음으로 주목하게 된 영화였죠.
그리고 흑인 배우에 대한 제 편견도 불식시킨 영화로 기억합니다. 멋졌죠..

Mephistopheles 2010-06-15 01:05   좋아요 0 | URL
언제나 마음은 태양, 초대받지 않은 손님. 그리고 밤의 열기 속으로. 시드니 포이티어의 대표작인 이 세 편의 영화가 같은 해인 1967년에 만들어 진 것도 참 인상적입니다.

플레져 2010-06-14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이 영화 보고 감탄했어요. 시드니 포이티에의 젊은 모습은 꽤! 멋지더라구요 ㅎㅎ

Mephistopheles 2010-06-15 01:13   좋아요 0 | URL
언제나 마음은 태양, 초대받지 않은 손님도 꼭 보도록 하세요. 아마 이 배우의 모든 매력이 다 나올 꺼라고 보여집니다. 재미있는 건...이런 지적인 이미지를 가진 흑인배우의 탄생 후 1970년대 블랙스플로이테이션이라는 남성상을 강조하는 영화들이 출연하는 재미있는 현상도 있습니다.

카스피 2010-06-14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원작인 추리 소설도 상당히 훌륭한 작품이죠.하지만 국내에선 그닥 잘 알려지지 않았지요^^

Mephistopheles 2010-06-15 01:20   좋아요 0 | URL
존 볼의 원작소설이라는 정보는 찾았는데 애석하게도 국내 정신 출간된 적은 없나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