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드디어 끝났다.
마님이 열광모드로 시청하시던 '꽃보다 남자'가 어제부로 드디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아마도 마님은 다운받은 동영상을 보고 또 보며 한 달여 그 드라마의 끝물에 풍덩 빠지실 것 같은데....본의 아니게 따라 보다 보니 재미있는 사람들이 드라마 곳곳에 포진되어 있더라는.
제목에서처럼 남자, 여자 주인공의 엄마 되시는 분들의 행동과 자세가 눈에 들어오더라.
일단 준표엄마.
돈의 위력을 잘 아시는 양반이고 그걸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잘 아시는 것 같다.
설정 상 대한민국 최고 재벌의 회장님이시고, 돈이 모자라 허덕이실 분은 결코 아니고 오히려 그 돈에 치여 살고 계시는 분 같은데. 자식 교육은 주식이나 펀드마냥 제대로 황금알을 못 나으셨는지 딸 하나 아들 하나 있는데 지어미를 어미로 보지 않더라.
하긴 과년한 딸의 사랑을 돈의 위력으로 처참하게 짓밟으시고 정략결혼을 종용하시더니만 결국 하나밖에 없는 아들놈도 똑같이 밀어 붙이시다가 숙적 금잔디를 만나 제대로 당하신다. 밟아도 밟아도 다시 일어나는 잡초 같은 금잔디에겐 강력한 파괴력을 가진 돈을 제초제 삼아 융단폭격을 하셔도 우리의 금잔디 끄떡도 안하더라.
결국 죽었다는 아빠가 식물인간이 되어 있다는 설정을 숨기다가 지 아들에게 엄마는커녕 강회장 이란 가시 돋친 말을 듣고 막판 이게 아닌데 하셨나 보다. 독한 모습 초지일관 보여주시다 막판 아들의 교통사고로 개과천선을 하셨는지 잔디가 말하는 계란말이, 오뎅 이야기 한귀로 듣고 벤츠타고 집에 가시다 길에서 오뎅 먹는 부자보고 회안의 눈물을 흘리셨도다. 그리고 대충 자기에게 뭐가 부족하고 뭐가 잘못되었는지 판단하시는 것 같은 모양을 보이시더라.
생각보다 준표엄마 같은 분들이 현실에선 제법 계신다.
마님 후배 쪽에도 자기 사위는 '사'자가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 하여 무리하게 개망나니 검사를 중매 받았다가 결국엔 패물 값 홀랑 날리고 파혼까지 경험하신 경우도 있고 그 비슷한 이야기는 입에서 입으로 구전되어지는 여러 가지 설들이 많고도 많이 있다.
세상에 돈이 최고의 가치고 목적처럼 돌아가는 사회이긴 하지만 가장 근본이 되는 뭔가를 놓치게 된다면 아마도 준표 엄마처럼 막판 호된 고통을 당하는 경우도 아주 가끔씩은 존재한다지만 현실 상 대부분 잘 먹고 잘 산다.
그리고 잔디엄마
아...간혹 드라마를 보며 참으로 짜증이 밀려오는 부류 중에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잔디엄마라고 말하고 싶다.
하나 있는 딸을 무슨 정치판 대세를 뒤집을 수 있는 녹취록쯤으로 여기셨는지 상위 1%에 들어가기 위해 온갖 부추김을 거리낌 없이 종용하신다. 그나마 드라마 상 잔디라는 여 주인공이 엄마처럼 사특한 마음씨나 속물근성이 아닌 밝고 긍정적인 캐릭터라 그런지 지 엄마가 원하는 방향으론 움직이지 않더라. 중간에 한 번 준표 엄마 만나 살짝 보여 준 돈의 위력을 껌값으로 받아들이고 소금 바가지 살포했다가 나중에 된통 당하시고는 다소 소극적인 방어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이시더라.
나약하고 비겁한 서민이지만 돈의 위력을 잘 아는 잔디엄마는 어떠해서든 자기 딸 재벌과 엮으려고 무던한 노력을 보이긴 했지만 부실하고 무능력한 가장 덕에 종국엔 바닷가까지 가서 생선장사하는 설움에 봉착하더라. 그곳에서도 정신을 못 차리시고 여기저기 준표 이름 팔며 돈 꾸며 생활하는 모습은 막장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더라는..
분명 현실에도 잔디엄마 같은 양반들도 존재한다. 문제는 드라마에서처럼 엄마의 가치관과는 정반대인 딸은 극히 드문 경우고 그 엄마에 그 딸이라고 똑같이 속물적이고 사특하게 돈 많은 집안과 남자를 밝히는 모녀들도 존재한다. 성별이 문제가 아니다. 이런 남자들도 정말 많다.
몇 년 전 사무실에서 잘린 어떤 직원이 생각나더라. 집은 임대주택에 겨우겨우 살며 빚내서 차를 산 이유가 돈 많은 여자를 만나려면 차가 필수라는 어이없는 발언과 자기가 지금 만나는 여자가 S그룹 친인척이라며 잘만 되면 금맥하나 빵 터진다며 술자리에서 으스대는 모습에 싸다구를 날릴 뻔한 기억이 난다.(그러면서 카드 결제일 돌아오면 월급으로 막는 것도 모자라 직원들에게 돈 꾸고 자빠졌다.)
준표엄마 잔디엄마는 분명 드라마 상 허구의 인물임에 틀림없지만, 현실에서 찾아보면 의외로 쉽게 마주칠 수 있는 인간형의 부류라고 보고 싶다.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며 느낀 점은 한 가지. 부모가 바르고 곧아야 자식도 바르고 곧다는 말. 수백 번 들어도 당연한 이야기이고 지당한 이야기겠다.
우리 아들 녀석이 이 담에 학교에서 누굴 가장 존경해요? 란 질문에 우리 엄마, 아빠요 란 답변이 나오게 하려면 부단히도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