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마님과 즐겨보는 미드는 프린지와 슈퍼내추럴이다.
프린지는 X파일과 비슷한 분위기 때문이겠고 슈퍼내추럴은 주인공인 윈체스터 형제의 미모 때문에 마님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기 때문이다. 고로 마님과 내가 공통적으로 즐겨보는 프로그램은 프린지가 되겠다.

전체적인 진행방식은 미스터리한 사건과 사고를 과거 잘나갔던 매드사이언티스트 월터라는 과학자와 그의 아들 피터, 그리고  FBI 수사요원 올리비아가 해결해나가는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각각의 에피소드는 잔재미를 듬뿍 주지만 어제 같은 경우 꽤 감동적인 에피소드를 봤기에 포스팅 해보고자 맘을 먹게 되었다.

사건의 발단은 열차 한 칸에 타고 있던 승객이 전원 돌연사를 하면서 일어난다. 한꺼번에 일어난 심장마비증상을 보인 집단살인사건. 미스터리 투성이지만 사망시간 후 급하게 열차를 빠져나가는 한 인물이 CCTV에 잡힌다.

이미 에피소드 초반부터 범인이 누군지 자명하게 드러난다. 열차를 빠져나간 인물은 MIT에서 천체물리학을 가르치던 팩 박사였고 그의 자택을 급습하는 FBI는 팩 박사를 연행하기 직전까지 몰고 간다. 하지만 그에겐 어마어마한 능력을 가진 사실이 검거 그 순간에 발휘된다. 그가 수년간 연구한 타임 슬립. 다시 말해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기 능력을 발휘해 초반에 보여줬던 열차로 다시 돌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타임 슬립 능력 때문에 에피소드는 도돌이표를 찍는 모습을 보여준다. 수사관 올리비아는 단지 '데자뷰 현상 같다.'라는 오묘한 말만 남기고 팩 박사의 타임 슬립의 쳇바퀴에 놀아난다. 사건의 단서를 가지고 발단을 추리하던 윌터는 그가 타임 슬립을 이용한다는 사실과 그가 진정 가고자 했던 시간은 열 달 전인 약혼자가 자동차 사고로 사망했던 그 시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여기서 월터의 한 가지 비밀이 대비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실 월터 역시 금기시된 다른 차원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며 이미 어렸을 때 잃은 친아들 피터를 다른 차원에서 데리고 온 과거를 드러낸다. (그러니까 월터가 발견한 다른 차원은 이곳의 세계와 판박이인 세계. 지금 옆에 있는 피터는 다른 차원의 인간이란 소리.) 팩을 포위한 FBI가 진입을 시도하기에 앞서 월터는 자신이 그을 회유하겠다며 그의 연구실에 단독으로 진입한다. 여기서 월터와 팩이 나누는 대화는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팩이 무슨 이유로 자신의 신체를 훼손하며 무리하게 타임 슬립을 하려는지 이해하는 월터는 타임 슬립으로 인해  주변의 생체에너지를 죄다 소모하게 된다는 사실(초반 열차에서 집단 살해가 자연스럽게 해석)과 당신이 원하는 과거로 돌아간다고 원하는 결말이 이루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월터 자신이 다른 차원에서 이미 죽은 아들을 빼내온 이야기를 고백하며 회유하기 시작한다. 더불어 과거 자신의 이런 연구가 지금은 후회가 되며 그때 믿지 않은 신의 존재를 지금에서야 느끼게 되었으며 이런 무모한 연구들의 결과에 대한 죄책감에 괴롭고 힘들다고 토로한다. 더불어 신이 나를 용서한다면 이 엄동설한 한파가 몰아치는 겨울에 하얀 튤립을 보여줄 것이라는 말을 꺼낸다. 하지만 이런 월터의 회유에도 팩은 '과학이 신이다.'란 말을 남기며 진입하는 특공대를 따돌리고 월터의 새로운 계산방식을 도입하여 그가 그토록 원하던 열 달 전 약혼녀가 차사고로 죽기 바로 전의 시간으로 돌아가는데 성공한다.

결말이 꽤 감동 깊다. 과거로의 타임 슬립에 성공한 팩은 월터에게 하얀 튤립이 그려진 편지를 열 달 후 받아 볼 수 있게 보내고 어쩌면 팩이 원했던 약혼자와 영원히 함께 하는 길을 선택한다. (사고가 나기 직전 차에 동승하여 함께 죽는다.) 현재로 시간이 돌아와 배달된 편지를 개봉하며 단순하게 그린 하얀 튤립을 받아 본 월터는 나지막이 흐느낀다.  





채 한 시간이 될까말까한 미드의 한 에피소드에서 함축적으로 완벽하게 모든 것을 보여주긴 꽤나 어려울 텐데 내가 어제 본 프린지의 에피소드 ‘하얀 튤립’은 아마도 이런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들어 줄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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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6-24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린지는 제가 요즘 즐겨보는 미드 중 하나입니다. 예전에 X 파일에 미쳤던 것처럼.
V도 즐겨보는데, 시즌1이 끝나버려서 아쉬워요.
슈퍼 내츄럴은 그 잘생긴 주인공에 불구하고도 어째 보면 5% 모자르는 느낌이라눈.
저만 그런가봐여~

Mephistopheles 2010-06-24 12:28   좋아요 0 | URL
전 처음엔 X파일을 운운하며 선전을 하길래 살짝 빈정상했었는데, 제법 재미있더군요. 특히 정신병자 월터..대단해요..ㅋㅋ 슈퍼 내츄럴은 시즌을 더할수록 스케일이 방대해지면서 좀 갈피를 못잡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시즌 3인가 4에서 윈체스터 형제의 개그 에피소드(키트와 시트콤 그리고 ㅋㅋㅋ CSI 호레이쇼 케인 반장 흉내내는 모습)는 뒤집어졌습니다.

야클 2010-06-24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만 보고 고기에 약한 그 어떤분 처럼 시를 써보셨는지 알았어요. ㅎㅎ

Mephistopheles 2010-06-25 10:01   좋아요 0 | URL
저는 고기에 약한 그 어떤분 처럼 감수성이 예민하지 않기에 시 같은 건 못써요..^^

루체오페르 2010-06-24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린지 알긴 해도 못봤는데 이런 내용 좋네요.

Mephistopheles 2010-06-25 10:02   좋아요 0 | URL
은근슬쩍 X파일을 답습하는 느낍이 들면서도 괘 재미있습니다. 루체님도 시간되면 한 번 시청해보심이..^^

2010-06-25 1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25 16: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토토랑 2010-06-25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 글만 봐도.. 하양 튤립 사진에서 '찌~잉' 하네요 ㅜ.ㅜ
영원히 함께 하는길..

Mephistopheles 2010-06-25 16:09   좋아요 0 | URL
배우자의 죽음이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높은 스트레스 지수라고 연구결과 나왔다더군요. 팩 박사의 연구가 많은 생명을 말소시켰지만, 무작정 잘못되었다고 말할 순 없어 보여요. 일단 그가 타임슬립을 통해 약혼녀의 곁을 지키며 함께 떠남으로써 열차안에서 죽은 사람도 자기 연구실 앞에서 죽은 사람도 죽은 사람이 아닌게 되버렸으니까요.

따라쟁이 2010-06-25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슈퍼내추럴+_+ 윈체스터 형제+_+
(본문과 상관없는 댓글. ㅠㅠ)

Mephistopheles 2010-06-26 20:50   좋아요 0 | URL
그 형제가 영화도 출연했다지요. 형은 블러디 발렌타인에서 살인마로..동생은 13일의 금요일 최신판 사라진 동생을 찾는 오빠로. 하지만 둘 다 공포영화에 재미는 별로입니다.
 



어떤 부자 상인 앞에 악마가 나타나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기서 가장 맛있는 인간을 데리고 와라 그렇지 않으면 널 잡아먹겠다."



그 상인은 목숨이 아까워 젊은 하녀나 살찐 하인을 갖다 바쳤지만, 악마는 납득하지 않았습니다. 



온 마을을 뒤지며 맛있어 보이는 인간을 찾다 드디어 벌꿀과 우유 향이 나는 소년을 찾았습니다. 



즉시 그 소년을 악마에게 데려갔지만, 소년은 악마에게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인간은 당신 눈앞에 있습니다." 



"보십시요 날이면 날마다 그 포동포동한 영혼에 향신료를 듬뿍 쳐 온 남자가 여기 있습니다." 

늑대와 향신료 1기 6화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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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0-04-07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참, 감질맛나게 약올리시는건가요? ^^;

Mephistopheles 2010-04-08 12:47   좋아요 0 | URL
음 그러고 보니 약올리는 걸지도 모르겠군요. 결정했습니다.
약올리는 페이퍼로..! ㅋㅋ

비로그인 2010-04-07 0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믓지네!...또 올라오나요?

Mephistopheles 2010-04-08 12:47   좋아요 0 | URL
애니메이션 중에 삽입된 간단한 동화일 뿐이랍죠. (다시 올라올 일이 없다는 소리)

후애(厚愛) 2010-04-07 0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 올려주세요.^^

Mephistopheles 2010-04-08 12:47   좋아요 0 | URL
또 올려드리고 싶어도 올려드릴 동화가 안나오네요.

토토랑 2010-04-07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늑대와 향신료는.. 만화책만 봤는데.. 만화책에는 이런장면 없는데 .. 애니도 봐야하는 걸까요..
보고싶군요 어흑..

Mephistopheles 2010-04-08 12:48   좋아요 0 | URL
소설과 만화책과 애니는 많은 차이가 있다고 하더군요. 1기 13화로 끝나고 2기까지 나왔다고 하던데..1기는 나름 재미있습니다.

L.SHIN 2010-04-07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영특하기도 하지!
'포동포동한 영혼에 향신료를 듬뿍 쳐 바르는' 인간들이 너무 많죠.

Mephistopheles 2010-04-08 12:48   좋아요 0 | URL
얼마 전 꿈속에서도 햄버거(그것도 초거대)를 집착하는 분이 누구셨더라....=3=3=3=3=3

L.SHIN 2010-04-08 14:19   좋아요 0 | URL
흥, 난 인간의 영혼은 먹지 않아요. ㅡ.,ㅡ

moonnight 2010-04-07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_+;

Mephistopheles 2010-04-08 12:49   좋아요 0 | URL
나름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이더군요. 잔잔하게. 상인과 수백년 묵은 늑대의 말장난도 제법 웃기고..

카스피 2010-04-08 0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무슨책에 있는 내용인가요? 그림체를 보니 갑자기 만화 몬스터가 생각나네요^^

Mephistopheles 2010-04-08 12:50   좋아요 0 | URL
소설로도 나와있고 만화책으로도 나와있고 애니로도 나와있는 '늑대와 향신료'라는 거랍죠. 동화내용은 애니에서 나오는 부분을 캡춰한거라는..
 

1.
점집이라도 차려야 하나. 예상이 딱 들어맞았다. 이리 감추고 저리 감추고 쌩쇼를 벌이더니만 결국엔 북한의 도발, 어뢰에 의한 격침이라는 발표가 나왔다. 이리저리 뜸 들이고 보안이다 기밀이다 할 때부터 냄새가 솔솔 올라오는 것 같더라니... 어찌되었건 남의 귀한 집 아들 다 키워서 군대 보냈더니 개죽음되었다는 사실만큼은 변함이 없다. 그들의 억울한 죽음이 위정자들의 농간에 놀아나는 모습은 이제 식상을 넘어서 분노까지 생기기 시작했다. 아마 이런 분위기 지방선거까지 주욱 끌어갈 건 뻔할 뻔자일 것이다.

동네 미장원에서 머리카락을 자르며 수다 떠는 아주머니들의 말이 정답일 것이다. 다 키운 자식 비명횡사한 집안은 이미 행복이 끝난 거라는...

2.
누나 따라 자살한 어떤 남자 연예인으로 시끌시끌하다.
대충 소식은 들었으나 요즘 세상일에 관심을 가질 시간도 없을 정도로 바쁘게 지내다 보니 점심때 순댓국에 밥 말아 퍼먹으며 식당에 틀어 논 TV를 통해 그의 장례식과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모인 연예인들을 장시간 본의 아니게 시청하게 되었다.

얠로우 저널리즘을 통해 뒷구멍으로 들린 소문은 허허 거참...수준이었고 누나의 부재로 인한 우울증으로 인해 극단적인 방법으로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물론 친누나의 보살핌과 든든한 백그라운드가 보통 대단하진 않았겠지만 적지 않은 나이에 누구에게 기대지 않고 혼자 자립할 수 없었던 그의 모습이 아쉽게 느껴진다. 남겨진 자들이 그 슬픔을 떠안아야겠지..

3.
올해부터 전쟁이다. 선진국이라고 떠들건 GNP가 성장했다고 떠들 건 그건 어디까지나 근사한 포장일 뿐, 내가 느끼는 표면적인 경제지표는 최악으로 향하고 있다. 사무실에 고정적으로 들어오는 일도 경쟁업체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다 보니, 일을 따내기 위해 사활을 걸고 움직여야 할 시기로 접어들었다. 총알을 날리고 칼을 휘두르지 않을지라도 충분히 잔혹하고 살벌한 현실이다.

4.
한 달 전에 입사한 직원이 그만뒀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비교적 윤택한 경제 환경을 가진 직원이었다. 그 나이에 경기도지만 아파트가 한 채 있고 차 역시 H사에서 나오는 RV차종 중 가장 고가의 차를 끌고 다니며, 그의 차 트렁크엔 언제나 골프백이 실려 있었다. 주말엔 골프연습장에서 시간을 보내고 와이프와 함께 연봉을 합치면 1억이 된다는 소리까지 들었다. 우리 쪽 업계 연봉이야 뻔할 뻔자이기에 아마 합쳐서 1억이라는 연봉의 대부분은 와이프의 수입일 것이라고 추측되어진다.(S사에 다닌다고 한다.) 사직의 이유도 보다 높은 연봉과 지위(실장)로의 상승이 원인이었다.

누가 나보다 경제적으로 윤택하건 생활의 여유가 있는 건 신경 쓸 일은 아니지만, 준비기간도 없이 홀라당 자리를 떠버리게 되면 남아있는 사람들이 힘겨워진다. 그것도 파견근무 중에 말이다. 더불어 사회경력이 그리 많지 않은 직원들은 심리적으로 흔들리게 된다. 더불어 지극히 객관적인 판단으로 생각하건데 이 바닥 실장의 자리는 그리 호락호락한 자리가 아니라고 알고 있다. 뭐 어찌되건 그건 내 알바가 아니지만 서도.

하루라도 빨리 직원들을 충원해야 하는데 사람은 없다. 역시 돈을 좀 풀어야 사람이 꼬일 것 같은데 그놈의 수금은 정말 지독하리만큼 지지부진하다. 요즘 들어 존나게 일할수록 가난해진다는 '워킹푸어' 라는 단어가 자꾸 떠오른다. 대체 내가 일해 번 돈을 챙기는 왕 서방은 어떤 놈일까?

5.
간만에 책을 잡았다. 그리고 단 하루 만에 좌라락 읽어버렸다. 고래라는 소설을 즐겁게 봤기에 충분히 기대했고 그 기대는 만족스러웠다. 어쩜 그리 흡입력 있게 글이 쓰시는지 소설 속 대화에 유난히 "씨발" 자주 등장해서는 결코 아니다. 즐겁게 읽었고 그나마 요즘 내 생활을 조금은 유연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았다.  책을 다 읽고 과연 내 얼굴엔 어떤 글씨가 써져 있을까 생각해본다. 아마 대부분 "피곤", "야근&철야", 봉급인상 혹은 월급 좀 제날짜에 나와라! 등등이 써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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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4-03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잡담의 글 치고는 시국과 개인적인 고민사이의 조화가 너무 멋들어집니다.ㅎㅎ그래도 이렇게 열심히 일할 수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할것 같은데....^^*

Mephistopheles 2010-04-05 12:45   좋아요 0 | URL
아핫..멋들어진다고 하시니 마치 제가 글을 잘쓴다는 착각에 빠지게 됩니다..^^

무해한모리군 2010-04-03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3일 철야에 오늘도 출근해서 앉아있습니다.
많은 돈을 바라지도 않는데 이렇게 고달프게 일하지 않으면 실직이라는게 너무 싫습니다.
이렇게 내 삶도 없이 내달려도 마흔에는 덜컥 백수되지 않을까 걱정도 되고요. 휴 ㅠ.ㅠ

Mephistopheles 2010-04-05 12:46   좋아요 0 | URL
참 여유없는 삶이죠. 저도 요즘 생각과 고민이 참 많은 편인데...답이 안나오더군요..^^

L.SHIN 2010-04-03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쩜 그리 흡입력 있게 글이 쓰시는지 소설 속 대화에 유난히 "씨발" 자주 등장해서는 결코 아니다."

어째서, 난 메피님이 꼭 그것 때문에 재밌게, 맛있게 읽었을 거란 생각이 들죠? ( -_-)ㅋ
아아~ 그나저나, 회사가 울 메피님 좀 적당히 바쁘게 했으면...
이거 이거, 메피님 보기 힘들어서야 원..

Mephistopheles 2010-04-05 12:47   좋아요 0 | URL
적당히 바쁘면....월급이 안나오는 사회구조 시스템상. 졸라 일해야 그나마 월급이라도 나온다죠..^^ 암튼 저 왕서방을 빨리 색출해서 패대기를 치던가 해야지 이거야 원..

순오기 2010-04-03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이 바쁘시군요.
세상 돌아가는 건 참 기가 막히지만...그래도 가끔 만나는 메피님 글이 반갑습니다!

Mephistopheles 2010-04-05 12:47   좋아요 0 | URL
초등학교 도덕이나 바른생활 책과는 전혀 반대방향으로 사회가 돌아가고 있다보니 애들에게 어떻게 설명을 해줘야 난감할 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머큐리 2010-04-04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이 요즘 정말 많이 바쁘신 듯 하네요...가끔 출몰해 주셔야 하는데...
경기는 더 어려워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정권 초기 맴버들이 복귀했으니 다들 죽었다고 복창하고 ~나게 뛰어다녀야죠..에공

Mephistopheles 2010-04-05 12:49   좋아요 0 | URL
정권초기 멤버들이야 나라살림이 거덜나던 국민의 대대수가 망해나가던 그닥 피해를 안받는 특수부류층이다보니 아마 이런상태까지 왔나 싶기도 해요. 언제쯤 정신을 차릴까 생각하다가도 절대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라는 진실에 접근하게 되죠.
 

아카데미 결과가 나왔다.
타이타닉을 통해 오스카상을 거머쥐며 "난 왕이다. 껄껄껄" 이란 심히 건방진 소감을 발표했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이번에도 역시 아바타라는 걸출한 흥행 성공작을 발판으로 "난 여전히 왕이다. 껄껄껄."이런 소감을 준비하고 있었을지도 몰랐지만 그 소감은 결코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인연도 이런 인연이 있나. 그를 내내 무대 아래 좌석에 엉덩이 붙이게 한 사람은 다름 아닌 그의 전 부인인 '캐서린 비글로우(http://blog.aladin.co.kr/mephisto/1015159 )' 였다.

그녀의 영화는 위의 페이퍼를 살펴보면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힌다.(더불어 댓글을 보면 카메론의 화려한 결혼생활도 덤으로 알 수 있다.)

사실 그녀는 카메론의 전처 같은 후광으로 판단하기에 꽤 좋은 영화를 많이 만든 실력이 출중한 감독 중에 하나이다. 더불어 그녀의 영화들이 여성 특유의 감성이 아닌 남성들의 전유물이라고 딱지가 붙은 조금은 과격한 영화들이 진가를 발휘한다. 이번 오스카를 휩쓴 영화인 ‘허트 로커’ 역시 이라크 전쟁 폭발물 처리반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니 조용한 영화는 절대 아니다. 그렇다면 이 영화가 기타 전쟁영화들처럼 스케일이 웅장하고 화끈한 액션이 선보이는가 하면 그것 또한 아니다. 그렇다면 왜 아카데미 영감탱이들이 그녀에게 무려 6개의 오스카를 선사했을까.

허트로커 분명 전쟁영화의 장르를 표방하고 있으니, 꽤 진중하게 접근하는 방식을 취한다. 조금은 과장된 전투액션씬이나 화려한 볼거리 대신 전쟁터, 그것도 한 순간의 살수로 시체도 못 찾을 정도로 갈가리 찢겨나갈지 모를 직종에 몸담는 군인들의 이야기를 내면 깊숙이 들어갔다 나오는 방법을 취한다. 고로 전쟁영웅이나 람보 같은 인종은 결코 나오지 않는다.

경쟁작으로 각축을 벌인 아바타와 비교한다면 흥행성적 또한 초라하다. 아바타가 전 세계를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으며 엄청난 흥행에 성공한 것에 비해 이 영화는 흔히 말해 쪽박을 차버렸다. 국내에선 개봉조차 안했다.(장사가 안 될 것 같으니까.)

그럼 여기서 잠깐. 재미도 별로고 흥행도 성공하지 못한 영화가 왜 아바타를 눌렀을까. 물론 일반인의 시선과 아카데미 영감탱이들의 시선의 차이를 먼저 꼽을 수 있겠으나 허트로커라는 영화가 재미는 없을지라도 꽤 잘 만든 영화라는 사실은 부정하기 힘들다. 사실 내 기준으로는 꽤 잘 만든 을 넘어서 역대 전쟁영화 중 손에 꼽을 수 있는 위치에 포진시켜 놨다.

그러기에 이번 아카데미의 결과는 개인적으로는 대만족이다. 더불어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이 앞으로 더 많은 영화를 감독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었다는 것만으로도 그녀의 수상은 의미 있게 받아들이고 싶다.

뱀꼬리1 : 이 기회에 케이블에서 그녀의 과거 작들이 특집으로 편성되길 내심 바라고 있다. 

   

   

뱀꼬리2 : 그녀의 영화는 인트로가 상당히 인상적이다. 허트로커 역시 시커먼 배경에 하얀 글씨로 씌여진

"The rush of battle is often a potent and lethal addiction, for war is a drug."('전투의 격렬함은 마약과 같아서 종종 헤어 나올 수 없을 정도로 중독된다.')  -Chris hedges-

이 영화의 모든 것을 설명하는 짧은 문구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뱀꼬리3 : 그리고......그녀는 꽤 미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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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10-03-09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분이군요...블루스틸과 폭풍속으로...밖에 보지는 못했지만.. 그 두 영화만으로도 훌륭한 감독임을 증명하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봅니다.. 허트로커는 개봉도 안했으니..어둠의 경로를 함 뒤져야 하는 건가요?

Mephistopheles 2010-03-09 11:14   좋아요 0 | URL
아마도 허트로커는..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의 후광으로 인해 우리나라에서 개봉할꺼라고 보여집니다..^^

다락방 2010-03-09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트로커는 개봉예정작이라고 뉴스에서 나오더군요. 곧 개봉할거래요.

그나저나 저는 항상 아카데미 시상식 하기도 전에 두근두근하곤 했었는데, 오, 이번엔 뉴스를 보고서야 비로소 아카데미 시상식이 끝났다는 걸 알았어요. 도대체 저는 뭐하면서 살고 있는거죠? 어제 뉴스로 이 소식을 접하고 흐음, 씨네21 함 사서 봐야겠군, 했어요.

포인트브레이크는 덕분에 키에누 리브스를 발견하고 사랑하게 된 영화죠. 패트릭 스웨이지 때문에 봤다가 키에누 리브스한테 하트뿅뿅 해버렸다는. 아, 역시 여자의 마음은 갈대.

허트로커 꼭 보고 '싶'습니다!

Mephistopheles 2010-03-11 09:57   좋아요 0 | URL
생각보다 재미없을지도 몰라요. 그런데...꼼꼼히 장면 하나하나 잡아가며 보면 의외의 수작이라고 느끼실 수 있을 꺼에요.

L.SHIN 2010-03-09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직히.. 아바타, 영상적인 재미는 있었으나,
주제를 전달하기에는 아주 많이, 아주 많이- 미흡했습니다.

Mephistopheles 2010-03-11 09:57   좋아요 0 | URL
주제나 줄거리는 익히 듣고 보아왔던 것이겠지만. 그래도 카메론 감독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장면장면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더군요.

Tomek 2010-03-09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직히 캐서린 비글로우의 사자후를 기대했었습니다. "I'm the Queen of the world!"

조금 아쉽더군요. ^.^;

Mephistopheles 2010-03-11 09:59   좋아요 0 | URL
그랬다면 볼만했겠죠..ㅋㅋ 그런데 카메론 감독이 자신의 전 부인이 오스카 감독상을 탈때 기립박수를 쳤다고 하더군요..부부의 연 이전에 동종업계 종사자로써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니였나 '싶'습니다.

비연 2010-03-10 0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번엔 이 분이 감독상을! 제임스 카메론 감독, 좀 복잡한 심정이었을 듯^^

Mephistopheles 2010-03-11 09:59   좋아요 0 | URL
그래도 워낙 결혼을 남들 몇배로 많이 하신 카메론 감독이라..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복잡하진 않았을 것 같아요.

카스피 2010-03-10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부가 비록 전 부부지만 두분 다 대단하시네요^^ 저도 K-19를 봤지만 여류 감독 작품인줄 몰랐네요

Mephistopheles 2010-03-11 10:00   좋아요 0 | URL
그녀의 대부분의 작품이 거친 남성세계와 폭력을 묘사하는데 치중하는데 그 와중에서 감성적으로 표현하는 부분이 뛰어나신 감독이라고 보고 싶어요.
 

 

 

Invictus(Unconquered) 정복되지 않은 자들
by William Ernest Henley(1849 - 1903)

Out of the night that covers me,
Black as a pit from pole to pole,
I thank whatever Gods may be
For my unconquerable soul.

저를 뒤덮고 있는 무지의 어둠으로 인해
온 세상이 지옥의 구덩이처럼 캄캄하지만
제어되지 않은 저의 영혼을 위해
신들께서 그 무엇을 마련해 두실지라도
저는 감사 드립니다.

In the fell clutch of circumstance
I have not winced nor cried aloud
Under the bludgeonings of chance
My head is bloody but unbowed.

잔인한 환경의 손아귀에 붙잡혀 쥐어 짜이면서도
저는 겁을 먹어 위축되거나 소리내어 울지 않았습니다.
우연의 곤봉에 난타 당해 제 머리가 피투성이가 되어도
저는 결코 머리를 숙이지 않았습니다.
 
Beyond this place of wrath and tears
Looms but the horror of the shade
And yet the menace of the years
Finds and shall find me unafraid.

분노와 눈물로 가득한 이 자리를 넘어서면
오직 어둠의 공포만이 어렴풋이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하지만 세월의 위협은 지금도 앞으로도
결코 제가 두려워하는 모습을 발견하지 못할 것입니다.

It matters not how straight the gate,
How charged with punishements the scroll,
I am the Master of my Fate
I am the Captain of my Soul.

천국의 문이 얼마나 곧게 뻗어있든
저승의 두루마리에 제 몫의 형벌이 얼마나 적혀있든 상관없습니다.
저는 제 운명의 주인인 것입니다.
  저는 제 영혼의 지휘관인 것입니다.
   

  

 

이제 내년이면 80이라는 나이로 접어드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새로운 영화를 선보인다. 작년 이맘때 체인질링과 그랜 토리노로 다시 한 번 내가 그의 광팬임을 일깨워줬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위의 시는 영화 속 등장인물이며 실제인물이기도 한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인권 운동가이자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넬슨 만델라가 평소 즐겨 읊조리던 월리엄 어네스트 헨리의 시라고 한다.

내가 알고 있는 만델라의 단편적인 지식만으로도 그와 너무나 어울리는 시다. 아마 그걸 알기에 감독은 자신의 영화 제목에 적임으로 보고 선정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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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HIN 2010-03-03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꺅-! 모건 프리만!

이 시, 좋아요. 이 시를 가사로 노래를 지어부르고 싶습니다.
어쩌면 'His eyes is on the spparow' 같은 분위기나 'Note to God' 같은
분위기로 말이죠.(웃음)

Mephistopheles 2010-03-05 09:24   좋아요 0 | URL
작곡부탁드립니다 엘신님...이왕이면 락버젼으로요.

L.SHIN 2010-03-05 10:04   좋아요 0 | URL
아, 멍석 깔아주니 갑자기 하기 싫어지는 기분은 왜..? ㅋㅋ

Mephistopheles 2010-03-05 10:43   좋아요 0 | URL
그렇담 바로 멍석말이 들어가야죠.ㅋㅋ

비연 2010-03-04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좋은 시군요...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능력은 어디까지일까요..

Mephistopheles 2010-03-05 09:25   좋아요 0 | URL
미국에서 가장 지혜로운 감독 중에 하나 라고 하더군요.

다락방 2010-03-04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거 예고편 보다가 기절하게 좋아서 반드시 보리라 하고 찜했어요. 게다가 제가 결혼하고 싶은 유부남 맷 데이먼이 나오잖아요! 전 이영화를 분명 좋아할거에요, 분명!

Mephistopheles 2010-03-05 09:25   좋아요 0 | URL
맷데이먼...완전 떡대로 나오던데...어쩔 수 없죠. 역할이 럭비선수다보니..

레와 2010-03-04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할배만세!!

Mephistopheles 2010-03-05 09:26   좋아요 0 | URL
이왕이면 삼창으로...암튼 대단한 감독이에요. 똑같이 나이들어도 누구는 수구꼴통 앞잡인데 이 양반은 정말 독야청청하죠.

메르헨 2010-03-04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한숨만 나오는 그런 .... 느낌...
정말 멋져서....다른 설명이 필요없는...^^

Mephistopheles 2010-03-05 09:26   좋아요 0 | URL
정말 불굴의 의지가 팍팍 느껴지죠.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고 일어나느..

루체오페르 2010-03-04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처음 전민희님의 판타지소설 '룬의아이들-윈터러' 에서 오래전에 알게된후 정말 멋진 시로 계속 기억해오고 있었는데 영화가 나온거 보고 반가웠습니다. 정말 좋은 내용이죠.
지은이인 어니스트 헨리의 삶이 그대로 녹아 투영되어 있기도 하고요. 정말 불굴의 의지 그대로요.

Mephistopheles 2010-03-05 09:27   좋아요 0 | URL
단 몇개의 단어 조합만으로 저렇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게 아무래도 시의 매력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