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 테마로 읽는 20세기 한국사
KBS다큐멘터리해방제작팀 지음 / 청년정신 / 2000년 8월
평점 :
절판


1945년, 오매불망 기다렸던 민족의 해방을 맞이했다. 그러나 해방된 조국의 주인은 우리가 아니었다.  미군정이 들어서고 소련이 들어서고 결국 우리는 분단을 맞이했고 서로를 바닥까지 떨어뜨리며 전쟁을 치렀다. 그후 온 국민의 희생을 강요하며 무리한 개발을 했고, 경제적 성장을 이루었지만 그 후유증이 지금 속속들이 등장하고있는 중이다.

이 책은 그때 우리가 해방을 맞이했지만 결국 해방되지 못한 열 개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

1. 땅으로부터 해방
2. 무지로부터 해방
3. 식민으로부터 해방
4. 독재로부터 해방
5. 전쟁으로부터 해방
6. 성으로부터 해방
7. 이데올로기로부터 해방
8. 빈곤으로부터 해방
9. 시간으로부터 해방
10. 반도로부터 해방

어느 것 하나 우리와 무관한 것이 없고 피해갈 수도 없으며 자유로울 수도 없는 굴레들. 상처를 치료한 줄 알았는데, 우린 채 아물기도 전에 상처를 강제로 봉합해 버린 것 뿐이었고, 때문에 안으로 상처가 곪아 시간을 다시 돌리지도,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하면서 당황해하고 있다.

이 책이 쓰여진 것은 2000년도인데, 때문에 책의 각 주제가 끝날 때마다 이런 말로 마무리를 짓고 있다.

해방으로부터 50년, 우리는 진정 해방이 되었는가. 우리는 자유로운가?

그 짧은 한문장을 읽으면서 울컥!하고 눈시울이 뜨거워졌었다.  여전히 자유롭지 못한 우리, 여기까지 오는 데에 너무 힘이 들었는데, 이제 쉬어도 될 것 같은데, 여전히 갈 길이 먼....

마치 마라토너가 절반 거리를 달리고 절반 거리가 남아 있는 것 같은 기분. 그만두자니 달려온 길이 너무 아깝고, 계속 달리자니 뛰어온 만큼 다시 달려야 하는 그 막막함.

손 놓고 있을 수 없고, 피할 수도 없는 일임에도,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들이 지내온 시간과 겪고 감당해 온 시간이 너무 가혹하고 서러워서 부드럽게 잘 읽히는 책임에도 불구하고 책장을 넘기는 것이 참 힘들었다.

자그마한 포켓용 사이즈이고 재생지를 사용한 질감도 친숙해서 나는 참 좋았다.

KBS에서 다큐멘터리로 제작되었었던 내용을 보완해서 책으로 냈다고 하는데 영상물로 보았어도 참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구할 수가 없는 것이 안타깝지만.

정말 멋진 책인데, 아쉽게도 알라딘에서는 내내 품절이다. 다른 서점에서 구입하기는 했는데, 좋은 책인만큼 재출간이 되어서 여기서도 다시 구입이 가능했으면 좋겠다.

얼마의 시간이 흐르면, 우리가 바랬던 그 해방으로 더 가까이 다가갈까. 멈추지 않는다면, 분명 더 나아갈 수 있을 테지. 오늘도 노력하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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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네 시
아멜리 노통브 지음, 김남주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아멜리 노통과 처음 만나게 했던 책. 독특한 제목과 서평들의 반응으로 구입하게 된 이 책으로, 나는 그후로도 꽤 오랫동안 노통의 작품을 접하게 되었다.

일단, 책이 무척 쉽게 넘어간다. 그리고 뒷부분이 궁금해서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인 따다다다 쏘는 말투는 사람에 따라 몹시 짜증나게 들릴 수도 있는 여지가 있지만, 아무튼 재밌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리고 작품에서 오후 네시만 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그 이웃집 양반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서 나 자신이 어느새 화자가 되어 상대방의 방문을 불편해하면서 동시에 기다리는 입장이 되어 있는 것이다.

아마, 주변에 그런 이웃이 있다면 미쳐버리고 말 것이다. 우리와는 워낙 다른 문화이기도 하지만, 새로 이사를 가도 이웃과 인사 한마디 없이 대면대면 지내는 요즘의 세태와 비교해볼 때, 어쩌면 더 불쌍해진 것은 우리일지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노통의 작품을 읽으면서 종종 느끼게 되는 건데, 작품 속에서 한번쯤은 몹시 현학적인 말투로 전문 지식을 한바탕 쏟아부을 때가 있다.  그 부분은 그녀의 장점은 별로 눈에 띄지 않고 그저 잘난척하는 분위기로 보일 때도 많았다는 게 솔직한 내 심정이다. 그러나 그러한 내용도 많지는 않으니, 눈 딱 감고 뒤로 넘어갈 수 있다.

아멜리 노통은 파격적인 결말을 짓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그 극단으로 치닫고야 마는 성미는 그녀의 성격을 반영하는 것일지, 혹은 정신 세계를 반영하는 것일지, 하여간 그녀가 평범하지 않은 사람인 것은 분명하다.  사실 난 오래전부터 그녀가 외계인이 아닐까 의심하고 있다.ㅡ.ㅡ;;;;

평범하고 아무 문제 없는 사람도 서서히 미치게 만들 수 있는 그녀의 놀라운 능력에 경탄하며, 마약과도 같은 글솜씨에 또한 감탄하며, 매번 욕하면서도 결국 그녀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는 나를 한탄하며,...

선택은 언제나 독자의 몫이니, 후회도 찬사도 모두 그대의 몫임을 잊지 말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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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04-26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꽤 찔리고, 뼈있는 내용이라 옮겨봅니다.
 

농악을 신명나게 만드는 것은 사물(징, 꽹과리, 장구, 북)인데 이중에서 놋쇠로 만든 징과 꽹과리는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특수한 청동 기술. 즉 방짜1)로 만든 제품이다. 방짜는 구리와 주석으로 만드는 대표적인 청동 제품으로 불그스레한 금빛을 띠게 된다.
구리를 주재료로 해서 아연을 섞으면 황동, 주석을 섞으면 청동(향동, 놋쇠), 니켈을 섞으면 백동이 되는데 징과 꽹과리의 재료는 청동인 놋쇠이다.

방짜의 합금비율은 구리 78%, 주석 22%인데 현대공학에서는 주석의 양이 많아질 경우 깨지기 때문에 실용 용기를 만들 경우 주석의 양을 10% 이내로 추천한다. 그런데 방짜는 22%의 주석이 포함되어 있는데도 깨지지 않는다. 이에 대해 학자들은 거듭되는 망치질과 반복적인 열처리가 방짜가 깨지지 않는 비밀이라고 말한다. 주석은 무르기는 하나 열에 강한 물질로, 달궈져 있는 한 아무리 두드려도 깨지지 않는데, 지속적인 열처리로 주석의 취약한 성질을 극복한 후, 망치질로 주석을 잘게 부숴 흐트러뜨려 깨지지 않게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방짜는 1200도가 넘는 고온에서 주석과 구리를 섞은 후 합쳐진 쇳물로 판을 만들어 망치질로 두드려서 얇게 펴는데 식으면 다시 달궈 망치질을 거듭한다. 얇아진 판들은 서너 장씩 덧대 오목하게 가공한 후 원하는 그릇의 깊이대로 잘라내고 그릇형태를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방짜는 두드려도 결코 깨지지 않으며 징과 꽹과리 역시 마음껏 두드려도 부서지지 않는다.

이러한 방짜의 장점은 최근 들어 더욱 부각되고 있는데 작게는 밥을 담아 놓으면 잘 식지 않는다거나, 방짜 그릇에 물과 함께 미나리를 담가 놓으면 거머리가 방짜 그릇에 달라붙어 미나리를 깨끗이 씻을 수 있다는 것 등이다. 또 농산물을 재배할 때 무분별하게 사용된 농약도 방짜가 족집게처럼 검출한다. 농약 성분이 덜 세척된 재료를 사용한 음식물을 방짜 그릇에 담을 경우 자국이 생기는 것. 당연히 독극물을 가려내는 효과도 있다. 사극에서 왕의 수라상에 올라가는 음식물을 놋수저로 독이 있는지 여부를 검사하는 장면은 방짜의 이같은 효과에서 기인한다.

이외에도 방짜는 몇 해 전 방송실험에서 사람의 생명까지 위협한다는 ‘O157’균을 박멸하는 능력도 보여준 바 있다. 스테인리스 용기와 사기 그릇, 방짜 그릇에 일정량의 균을 증류수에 섞어 넣은 후 16시간 후에 세 그릇에서 추출한 물을 배양했더니 다른 그릇들과 달리 방짜 그릇에서는 단 한 마리의 균도 발견되지 않았던 것. 이와 관련 경원대의 박종현 교수는 방짜 그릇은 항균이 아니라 살균 효과가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허준의 『동의보감』에도 주석은 자체로 상당한 살균 효과가 있다고 적혀 있는데 O157균이 박멸된 것은 바로 청동에 들어 있는 주석 성분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사기 그릇, 스테인리스 그릇, 방짜 등 3개 용기를 대상으로 한 미네랄 성분 검사에서도 방짜는 특이점을 보였다. 방짜에서만 나트륨?구리?아연 성분이 소량 검출된 것이다. 미네랄은 우리가 필수적으로 섭취해야 하는 물질로 우리 몸 안에서는 생성이 안 되기 때문에 외부에서 섭취해야 하는데 이러한 결과는 우리 조상이 놋그릇을 통해 미네랄을 자연적으로 섭취했음을 짐작케 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방짜로 식기를 만들어 쓴 민족은 한민족 밖에 없으며 같은 문화권인 중국에서는 주로 자기를 사용했고 일본은 나무 제품이 주종을 이룬다.
방짜는 오늘날 종가에서도 가보처럼 다뤄지지만 일제 강점기에 일본군이 유기그릇을 모두 거둬갈 때에도 종갓집에서 제일 먼저 대피시킬 만큼 중시됐었다.

그러나 방짜는 주기적으로 닦아 줘야 황금빛을 내기 때문에 관리하기가 매우 힘들고 더구나 일산화탄소와는 천적이기 때문에 연탄이 등장하면서 부터는 한순간에 사라지는 비운도 맛보았다. 그럼에도 방짜가 현재까지 명맥을 유지하면서 전해져 내려올 수 있었던 것은 사물놀이에 쓰이는 4개의 타악기 중 두 개인 징과 꽹과리만은 반드시 방짜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방짜로 만든 식기류들이 모두 사라지던 시대에도 선조들은 징과 꽹과리만은 고집스럽게 방짜를 주장했던 것이다.

주물로 찍어 낸 징은 음의 파장이 직선으로 곧게 뻗어 나가지만 방짜로 만든 징의 경우 맥놀이 현상이 나타난다. 맥놀이란 두 음파가 서로 간섭을 일으켜 진폭이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현상을 말한다. 잘 알려진 에밀레종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는 것도 맥놀이 현상 때문이다.
서양의 종은 같은 주물식이지만 맥놀이가 없다. 그러므로 은은하게 울리지 않고 소위 ‘학교종이 땡땡땡’이란 다소 경박한 소리가 난다. 그런데 우리 대형 종의 성분을 보면 주석 17.5%, 구리 82.5%이다. 주석의 양이 17.5%라면 현대공학상 권장 비율을 넘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선조들은 거대한 종을 만들었으며 특유한 맥놀이 현상까지 일어나는 것을 파악하고 있었다. 방짜가 갖고 있는 독특한 이 음파를 선조들이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려운 시기에도 방짜로 만든 징과 꽹과리만 고집하였으리라.

청동의 소리를 선조들은 놋쇠 소리라고 했다. 놋쇠. 즉 방짜의 소리야말로 한민족의 소리라는 것을 이제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글 : 이종호 ? 과학국가박사)



주1) 방짜 ? 질 좋은 놋쇠를 녹여 거푸집에 부은 다음, 불에 달구어 가며 두드려서 만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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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04-26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저 놀라울 뿐입니다^^;;;
 
 전출처 : 로쟈 > 체르노빌, 잊지 못할 이름

내일, 곧 4월 26일은 지난 1986년 구소련(현재는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에서 원전 폭발 사고가 일어난 지 20주년이 되는 날이다. 작년 이맘때 이런저런 관련 자료들을 검색해본 일이 있는데, 어느 새 1년이 흘렀다. 따로 준비한 건 없고, 대신에 녹색연합의 블로그에서 '체르노빌, 잊지 못할 이름'이란 글을 옮겨온다. 열심히 준비한 글이며 필자는 김미영 활동가이다. 문단조절이나 원문에 첨부된 2장의 사진 외의 이미지 부가 등은 모두 나의 조작이다.

 


 

 

 

 

 

 

 

 

 

 

http://www.greenkorea.org/zb/view.php?id=activity_news05&no=54


06. 04. 25.

P.S. 체르노빌 사고는 당시 한창 진행중이던 사회주의 재건(페레스트로이카) 운동을 '넌센스'로 만들어놓은 사건으로 기억된다. 그로부터 5년후에 소비에트 사회주의 연방은 붕괴되었다. 어떠한 이념도 그러한 재난을 정당화하지는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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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04-27 0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환경 문제를 다룬 만화 "기생수"와 체르노빌을 소재로 쓴 "달의 아이"가 같이 떠오릅니다. 둘 다 상상력과 현실을 기묘하게 조합했지요. 20년 전 오늘의 일이지만, 아직도 어제일처럼 느끼고 있을 그들의 삶은 대체 어떻게 보상될지...아득하고 아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