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깍지 사랑 - 추둘란의 마음이 따뜻해지는 수필집
추둘란 지음 / 소나무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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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인간에게, 감당할 만한 시련을 주신다고 했다.  그러나 남에게 말해주기는 쉬워도 나 자신에게는 더없이 가혹한 이 말을, 아름다운 사랑으로 감내하며 극복, 또 지금도 열심히 살고 계시는 분이 있다.  바로 이 책의 주인공 가족들이다.

다운증후군 아이를 가진 엄마와 아빠, 아이의 치료와 교육 등을 위해서 임용 시험을 포기하고 생업 전선에 뛰어든 아버지, 그 아이를 키우며 해사하게 웃는 어머니의 모습은 감동을 넘어 존경의 지경까지 이르지 싶다.

모르고 나았으니 차라리 다행이었을까. 미리 알았더라면 겪었을 그 고뇌와 번민은 또 얼마나 아팠을까.  그들의 행보에 박수를 보내는 나이지만, 내가 만약 그 경우라면 어찌 판단할 지는 지금도 솔직히 자신이 없다.

그들 가족에게 정말로 다행이고 축복인 것은, 아들 민서의 밝게 자라는 모습이, 그들을 지탱해주는 또 다른 축인 마을 사람들의 따뜻한 정이 아무 상관 없는 독자인 내게도 감사로 느껴진다.

나보다 더 어렵고 힘든 사람을 보며 그래도 나는 저보다 낫지 않더냐... 라는 위로는 사실 잔인한 것이다.  타인의 슬픔으로 나의 슬픔의 무게를 상대적으로 줄여보려는 움직임.  그러나 그것이 인간의 본능이라는 것도 인정한다. 

지극히 평범한 어머니 중의 어머니 추둘란씨는, 그 평범함이 미덕이고 장기인 것처럼 차분하게 글을 썼다.  당신의 슬프과 아픔 고민, 그리고 극복과정의 힘겨움까지...  그래서 글을 보며 '상대적인 안심'에 안주하는 것조차 미안하여 조심스러운 마음가짐을 가졌다. 

콩깍지 사랑,  팔불출 소리를 들을 것이 아니라 부모의 본능적인 아름다운 사랑임을, 이 책은 흥분되지 않은 목소리로 차분히 들려준다. 마음이 따스한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 함께 들어보자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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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답을 알고 있다 - 물이 전하는 놀라운 메시지
에모토 마사루 지음, 양억관 옮김 / 나무심는사람(이레)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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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 책을 읽은 많은 사람들이 그랬겠지만, 나 역시 처음 접하고 나서 엄청 큰 충격을 받았다.  '물'의 중요성이야 익히 알고 있는 바지만, 물이 이토록 신비롭고 대단한 존재인 것을 처음 깨달은 것이다.  내용을 살피면 오히려 비과학적일 것 같지만, 실험 결과를 보면 차라리 과학적이기까지 한 사실들에 감탄을 연발했다.

몹시 충격을 준 내용이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대마이고, 하나는 '언령'의 힘이다.

우리 사회에서 대마는 '마약'으로 취급되어 대마초를 피운 사람들은 경찰서 신세를 져야 하고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어 안 좋은 소리를 듣게 된다.  그런데 이 책에서 대마의 효능과 힘을 살펴보면서 정말로 정부가 대마를 전매하기 위해서 금기하는 것은 아닐까 싶어 혼란이 왔다.  그러고 보니 대마를 피웠던 사람들이 대마 합법화 운동을 했던 기억이 난다.  교육의 '세뇌' 기능을 아는 터인지라, 어쩌면 우리 모두가 단체로 속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서늘한 기분까지 들었다.

두번째 충격은 칭찬과 악담을 해준, 밥풀과 글고 아무 관심도 보여주지 않은 밥풀의 부패로 보여준 '말의 힘'이었다.  미움보다 더 무서운 것이 무관심이라고 말하곤 했는데, 그걸 눈으로 증명해본 셈이 된 것이다.

음악으로 물의 결정체를 보여준다던지, 말로 결정체를 보여준 모습들, 그리고 자연수와 화학 처리가 된 물 등등, 비교 대상은 엄청 많았고, 저자의 노력이 위대해 보일 만큼 열성적이었다.  또 사진으로 보여주는 물의 결정체는 어찌나 아름다운지...

우리 몸 속의 70%가 물이고 지구 전체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우리는 물의 중요성을 너무 쉽게 간과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되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바른 마음으로, 바른 말을 하며 살아야겠다는 교훈을 새기며, 이런 책 집에 소장하고 있음 반드시 뽀대난다고 한마디 해주고 싶다^^

책이 너무 예뻐서 선물용으로도 좋다.  참고로 2권은 1권보다 조금 덜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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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의 선물 - 한 어린 삶이 보낸 마지막 한 해
머라이어 하우스덴 지음, 김라합 옮김 / 해냄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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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장르를 뭐라고 해야 할 지 모르겠다.  소설처럼 극적이지만 실화이고, 에세이라고 하기에는 보다 무거운... 아무튼, 굉장히 슬픈 이야기라는 것만은 확실하다.  사실, 이렇게 아픈 사람의 실화가 담긴 내용을 좋아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비슷한 경로로 소중한 사람을 잃었던 기억이 있기에 이런 내용들은 책장 몇 장 펴기도 전에 눈물부터 쏟고 감정은 더 힘들어진다.  그럼에도 극구 추천하는 친구의 소개로(그러면서 정작 그녀는 울다가 책을 다 못 보고 내게 넘겼다.ㅡㅡ;;;)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책을 만나고 난 뒤의 느낌은? 보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내게도 슬픔을 뛰어넘어 추억으로 승화시킬 기회가 되었으니까.



세살박이 한나는 암 진단을 받고 일년 간 자신의 삶과 죽음 위에 포개어진 채 아주 씩씩하고 용감하게 진실을 받아들인다.  한나뿐 아니라, 아이의 가족들도 그녀와 비슷한 시선을 내내 유지한다.

이 책은 단지 암과 투병한 어린 아이가 얼마나 슬프게 죽어갔는 지를 말하고자 하지 않는다.  눈물이 펑펑 쏟도록 감정을 자극하지만, 더 감동으로 다가오는 것은 그들 가족이 이 어린 생명의 다가오는 죽음을 바라보는 시선과 준비하는 마음가짐이다.  그들은 진실을 외면하지 않았고, 속이려 들지도 않았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되 슬픔으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주어진 시간을 버릴 것 없이 지극히 소중하게 사용한다.

일년 여의 시간 동안 아이의 죽음을 준비했지만, 어머니는 아이를 보내고 난 뒤 한없이 무너져 내렸고, 자신의 삶의 기반의 끈을 모두 놓기까지 이른다.  그러나 진실의 힘이란 과연 위대했다.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과 용기, 그리고 다른 이들을 돌아볼 수 있는 위대함마저도 부여해 주었다.

책을 모두 읽고 나면, 이 책의 제목이 왜 "한나의 선물"인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작지만 아주 큰, 그래서 더 위대해 보이는 선물... 우리의 삶을 보다 따듯하게 바라볼 수 있는 소중한 눈을 우리는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선물하면 참 좋을 것 같다는 기분이 든다.  아주아주 슬프지만, 몹시도 아름다운... 그래서 더 감동이 짙은 책 한 권이다.  뻔할 거라는, 진부할 거라는 선입관에 좋은 책을 놓치지 말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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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난 어린왕자
장 피에르 다비트 지음, 김정란 옮김 / 이레 / 199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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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린왕자를 만난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의 일이었다.  너무 예쁘고 순수해서, 사막에서 그를 만난 생떽쥐베리가 너무도 부러웠던 나였다.  중학교 2학년 때, 교생 선생님과의 국어 수업, "선생님, 생떽쥐베리가 정말 사막에서 어린 왕자를 만난 거죠?"라는 질문에 교실은 온통 웃음 바다, 졸지에 난 현실 감각이 없는 학생이 되어버렸다.  소설이 허구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게 있어 어린 왕자는, 그 허구 속에 틀어박힐 수 없는 대상이었다.  때문에 소설임에도 어린왕자는 내게 실존인물이었다.  그것이 깨졌던 바로 그날, 집에 돌아와서 엄청 울었던 기억이 난다. 웃음거리가 된 게 챙피해서가 아니라, 좀 더 오래 내 안에 있어도 좋았을 어린 왕자를 내 스스로 보내버린 것 같아서...

그래서, "다시 만난 어린왕자"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이 책이 반갑지 않았다.  다시 만나봤자니..ㅡ.ㅡ;;; 요런 시니컬한 반응.  친한 동생이 이 책을 추천해 왔을 때에도 그닥 내키지 않았다.  그래도 그 아이의 안목을 믿었던 터라 한 번 들여다 본 책은, 너무 예상 밖이었고 내 기대를 한참 비켜나갔기에 꽤 충격적이기도 했다.

책은, 원작 어린왕자를 패러디한 내용이다.  그러나 단순한 패러디가 아니라 몹시 철학적으로 접근했다.  생떽쥐베리 대신 장 피에르 다비드를 만나 준 어린왕자의 이야기.  조금은 달랐던 그의 여행기, 그의 요구 조건, 그와의 대화...

몹시, 이뻤다. 여전히 사랑스러웠다.  까닭도 모른 채 눈물이 날만큼 그리운 기분이었다.  그다지 길지 않은 책을 덮으며 참 마음이 벅찼었다.  역자의 후기는 또 다른 해석을 남기며 내 지적 만족감을 채워주기도 하였다.

패러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원작을 해치는 다시 쓰기도 좋아하지 않던 나였는데, 이 책은 그 모든 것에서 예외가 되었다.  역시 스스로의 습관을 너무 고집하면 편벽될 수밖에 없는가 보다. 고집 꺾고 보았더니 좋은 책을 만나지 않던가.  호불호야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지만 좀 더 마음을 열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자세한 책 이야기는 직접 읽고서 느껴보시기를... ^^ 멋진 당신의 어린 왕자를 다시 만날 것이다.  어릴 적의 어린왕자와 달리, 성인이 되어서 만난 어린 왕자도 여전히 매력적일 테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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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석의 한국의 美 특강
오주석 지음 / 솔출판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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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제목은 딱딱하다. 표지 그림의 호랑이도 조금은 부담스럽다.  그러나 속을 열어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저자 오주석 선생님의 강의 내용을 활자로 옮겨놓은 강의인데, 그 쉽고 재미있는 설명과 말투는 몹시 친절하고 소개되는 그림들은 영롱하기 그지 없다. 

오주석 선생님은 김홍도를 전문적으로 연구하신 분인데, 책을 읽고 나면 비록 전문가는 아닐지라도 김홍도에게 조금은 가까이 간 기분이 들만큼 자세한 설명이 고맙다.  물론 책은 김홍도의 작품만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의 스승 강세황과 기타 다른 그림들도 매력적으로 언급하신다.

보면서, 그림을 보는, 미술관을 관람하는 '교양'이라고 하는 것이 내게 얼마나 부족한가를 깨달으며 자숙의 시간을 가졌다.  또 너무나 서양 중심에 익숙해져 있는 한국인의 내 모습에 또 부끄러움을 느꼈다.  우리는 음악을 생각해도 서양 음악이 기준이요, 우리 것은 '한국음악/전통 음악'이다. 미술도 그렇다. 한국 미술/동양 미술 등으로 불러버린다.  그리고 그것이 문제가 있다는 것도 깨닫지 못한다. 안타깝고 답답한 현실이다.

있는 것 그대로 그리고 보여주는 초상화인 터라, 그것이 검버섯이든, 사마귀이든, 자연 그대로를 담아낸 화폭, 인생을, 삶의 연륜을 보여주어야 하기에 오히려 젊을 때에는 초상화를 남기지 않았다던 조선의 그림들, 이쁘고 젊고 화려한 것에만 집착하는 우리네 삶을 돌아보면서 역시 반성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난 다음 주에 "표암 강세황 전"을 보게 되었다. 원래 루벤스 전을 보러 갔던 것인데, 옆 건물에서 전시회를 하고 있었고, 며칠 뒤면 끝날 전시회였다.  뜻밖에 반가운 이름에 들렀는데, 오히려 루벤스 전에서 보지 못한 멋과 느끼지 못한 감동을 여기에서 채웠다.  흔히 말하지 않던가.  "아는 만큼 보인다"고...

알고 나서 들여다 본 그림과 서예와 각 작품들의 멋은 매혹 그 이상이었다.  책에서 보았던 것을 눈으로 확인하고 가슴으로 이해하던 고마운 시간이었다.

이 작품을 지인에게 추천하고 엄청 고맙다는 인사를 들은 기억이 난다.  이런 책을 만나게 해주어서 정말 고맙다고.  나 역시 그랬다.  이책을 만날 수 있어서 참 많이 행복했다.

오주석 선생님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도 그래서 즐겁게 볼 수 있었다.  선생님께서 타계하셔서 너무 충격이었고, 다시 그 분의 작품을 만날 수 없다는 사실도 우리 사회의 크나큰 손실이라고 생각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이런 책이 베스트 중에 베스트 셀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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