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내 애인을 사랑했을까
김탁환 지음 / 푸른숲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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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주로 역사소설을 쓰시는 김탁환씨지만, 내가 읽었을 때에는 역사 소설보다 현대물이 훨씬 더 재밌었다^^;;;

이 책이 그런 예인데, 단편들의 연작으로 이어진 듯 보이지만, 사실은 큰 테두리 안의 하나의 소설로 구성되어 있고,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짧은 제목들과 마찬가지로 글 속의 내용도 짧고 간결하고 압축미가 있어 보였다.  오히려 시대물을 쓰실 때는 말을 너무 현학적으로 해서 거부감이 들었는데, 빠르고 간결하게 써 나가니 내게는 더 잘 맞아 보였다. 작가분께도 그리 보임..^^;;

첫편에서 목사 따님 자살 건은, 읽으면서 좀 눈살이 찌푸려지긴 했지만, 개인적 신앙의 탓이었고, 전반적으로 작품은 재밌게, 그리고 인상깊게 읽혔다.

다만, 김탁환씨 본인의 이름이 등장하는 터라 상당히 난감했다.(것도 동성애자로 묘사되니..ㅠ.ㅠ) 작품 속에 자신의 이름을 넣는 것이 취미인 듯?  독도 평전에서도 그러시더만...;;;;

아무튼 뱀이 꼬리를 문듯 이어지는 내용의 구성이 상당히 특이하게 보였다.  나 황진이 등의 작품에서도 느꼈지만, 새로운 형식의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시는 듯 보인다. 뭐, 나쁘지 않다. 다만 형식이 내용을 묻어버리면 곤란하지만.

나는 김탁환씨의 글을 현대물에서도 보다 많이 보기를 원한다.  그건 이를테면 이런 비유다. 칼의 노래와 현의 노래 등을 쓰신 김훈씨는 시대물이 더 어울린다.  그것은 문체의 힘이고 스타일의 힘이다. 그렇지만 김탁환씨의 시대물은, 추리물 빼고는 그닥 감동을 받지 못했다. 추리물도 역시 앞서 지적한 현학적 보여주기 혹은 잘난척하기에 꼭 한 발자국씩 발을 들여놓지만, 그래도 현대물은 그런 느낌 없이 있는 그대로 감상하기에 좋았었다.  넓이보다 깊이를 더 추구했으면 하는 바람이랄까. (응?)

아무튼, 이 책 무지 재밌었다. 아마 내가 김탁환씨 책 중에서 별 다섯 준 것은 독도 평전에 이어 이게 두번째인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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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특별판 2 Chapter 3, 4
우라사와 나오키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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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라사와 나오키를 처음 알게 해준 것은 야와라였다.  당시 학교에 돌고 있던 해적판으로 본 것이었는데 사실 그때는 작가가 누군 지도 몰랐다.  그리고 다음에 알게 해준 것은 해피였고, 마스터 키튼을 보고 몬스터를 만났다.  그때의 느낌이란, 충격 그 자체였다.

마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 그것도 스릴러와 공포물을 적절히 섞어 놓은 아주 진지한 심리물로.

지금이야 작품이 완결되었으니 다시 들쳐보아도 여유가 있지만, 한권 한권 기다리는 것은 거의 고문 수준이었다.  군더더기 없는 그림도 맘에 들었지만 스토리의 힘은 정말 놀라웠다.(스토리 작가는 따로 있는 것으로 안다.)  인간이란 원래 선하게 태어났다를 단숨에 뒤집을 것 같은 캐릭터 요한.  한 배에서 쌍둥이로 태어났음에도 그의 동생 니나와는 또 어찌 그리 다른지...

주인공은 그저 도의대로 먼저 들어온 환자를 시술했을 뿐인데, 그것이 그의 인생을 그토록 위험하게, 그리고 심난하게 만들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를 믿어주는 사람과, 그를 절대 범인으로 생각하고 쫓는 경감까지, 숨막히는 추적이 작품의 끝까지 이어진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 달릴 수 있는 그 힘이 놀라울 지경.

그런데, 작품의 마지막은 좀 아리송했다. 솔직히. 다른 사람들한테 물어보아도 속 시원히 대답하는 이가 없다.  다들 나만큼 갸우뚱 했나 보다. 그래서 이렇게 열린 결말...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고 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 결말이 난 싫다...T^T

이 만화는, 보는 내내 영화로 제작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조금 오버해서 다빈치 코드 같은 기대치를 불러오지 않을까?  영화가 아직 개봉되지 않았으므로 적절한 비유는 아니지만.. ^^

특히 나는 목요일에 책 읽어주는 학생을 기다렸는데, 사실은 금요일에 나타난 요한 편이 제일 무서웠다. 으... 귀신 얘기 못 듣는 나는, 그 이야기가 귀신 얘기만큼 무섭고 섬뜩했다. 그의 얼굴에 잔잔히 퍼지는 미소란...ㅡ.ㅡ;;;;

대체 이런 얘기를 쓸 수 있는 사람의 머리 구조는 어떤 것일까.  외계인일 지두 모른다.  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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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작이란 소리를 들었으면서도 오래도록 못 보다가 어쩌다가 보게 되었다.  책방에 갔다가 뭔가 보고는 싶은데 딱히 떠오르는 게 없어서 그냥 눈에 띄길래 무심코 빼왔다.  며칠 바쁜 일이 있어서 연체료 물 각오로 뒤늦게 보기 시작했는데, 이런! 대박이다.(>_<)

그림체는 솔직히 별로 이쁘진 않은데, 내용이 압권이었다.  생각해 보면 이런 식으로 음악을 소재로 한 이야기들이 참 좋았던 것 같다.  음악 이야기는 다소 적었지만 올훼스의 창도 그랬고, 수다쟁이 아마데우스도 참 재밌었다.  쿨핫에서 잠시 나온 동경이의 이야기도 좋아했었고... 천계영의 오디션도 좋았었다.

아직 4편까지 밖에 못 봤는데, 아무래도 조만간 구입하려고 두리번 거릴 것 같다.  일단 헌책방을 검색해 보았는데 없다. 아흑, 또 다시 지름신 강림할 것인가....T^T

천재도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아, 태능 선수촌에서도 그런 이야기 나왔었는데...)

범인도 천재의 노력을 닮아가고 있다는 것..

서로 자극 받고 노력하고 또 성장해가는 모습... 너무 멋있다.

개성 만점 주인공들과 독특한 설정, 순정도 명랑도 아닌 새로운 쟝르를 만들어낸 것 같은 전개도 참 좋고,

내가 잘 모르는 음악 이야기에 귀기울일 수 있는 것도 참 좋다.

엄청시리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개성을 지니고 저마다의 능력을 발휘하며 사는 이 땅인지라, 어쩜 이리 수작들이 많은지... 이런 것 다 챙겨보다간 밑도 끝도 없을 것 같다.

뭐, 말도 안 되는 투정이다.  이렇게 좋은 작품을 만났다는 것에 기뻐하면서도 주머니 사정을 떠올리며 잠시 역정을 내보는 것이지. 말은 그래도 입가엔 미소마저 띄우고서.. ^^

아, 근데 완결이던가?  아직 나오는 것 같던데... 검색부터 마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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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6-05-07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나오고 있습니다. 14권까지 나왔나 그래요.

마노아 2006-05-07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래 보이던걸요. 음... 이런 작품은 장편이어도 좋아요^^
 
사도세자의 고백
이덕일 지음 / 휴머니스트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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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다.. 날도 덥지만, 이 책의 리뷰를 쓰자니 갑자기 가슴 속에 화가 치미는 착각이 인다... 음, 오버인가?

영조는, 그닥 나쁜 왕은 아니었다.  그는 애민군주였고, 탕평책을 시행하려고 많이 애썼다.  정조의 보위를 지켜주려 애썼고, 발빠르게 움직인 모습도 보인다.  그런데, 그는 좋은 할아버지는 되었을 지언정, 좋은 아버지는 되지 못했다.  아니, 모두에게 그랬다는 것이 아니고 유독 사도세자에게만은 그랬다.

처음 그가 얼마나 사도세자를 아끼고 자랑스러워 했는 지를 안다면, 그 배신감은 더 커진다.  그는 히스테릭했고, 권력의 비정함을 몸소 실천하며 보여주었고, 다른 면에서는 칭찬을 많이 받았던 것 만큼 그에 비례해서 더 큰 실망을 안겨주었다.

그래서, 첫단추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가 세제시절 보였던 불충한 모습, 부도덕한 모습이 없었더라면, 그는 그렇게 모순 덩어리 임금이 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고, 그토록 잔인한 아버지가 되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역사에 '만약'이란 어리석은 단어지만, 혀를 차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이 책은, 사도세자의 출생 전부터 그의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일들, 그리고 죽음 이후 그의 아들 정조가 즉위해서의 일까지를 시간 순으로 배열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영조가 선왕 경종시절에 보였던 행동들과 그 의도를 먼저 파악해야만 한다.  또 그렇게 올라가자면 숙종 시절 사약을 받은 장희빈의 이야기를 짚지 않을 수 없고, 더 올라가 현종 시절 예송 논쟁과 효종 시절 북벌 논쟁과 그 앞서 인조 때의 친명반청 정책과 소현세자의 비극, 그 위에 쫓겨난 광해군의 이야기, 조금만 더 올라가서 임진왜란 부터 시작을 해야 제대로 이해가 될 것이다.

그 이야기들은 모두 하나의 줄기를 타고 있고, 어느 것도 홀로 독립하지 못한 채 유기적인 연결로, 악연이 끈을 잇기 때문이다.  임진왜란으로 이미 멸망했어야 할 조선 왕조가, 이미 썩을 대로 썩은 양반 지배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 보인 무리수가, 몇 백년 뒤 사도세자의 죽음이라는 상상을 초월한 비극으로 나타난 것이기 때문이다.

읽다 보면, 사도세자는 아버지 복만 없었던 것이 아니라 어머니 복도, 사돈 복도, 마누라 복도 지지리도 없었다.  그의 장인 홍봉한이 보인 행동들과 혜경궁 홍씨의 행태 또한 복장이 터지고도 남을 일이니... 사람이 이렇게 박복할 수도 있을까 싶다.  게다가 그의 또 다른 비극은 그의 아들 정조 대에도 이어지는 처절한 싸움과 죽음이니... 정말 해도 너무하다 싶을 만큼 가엾은 사람이다.

혜경궁 홍씨가 쓴 '한중록'의 함정으로 우린 오랫동안 사도세자가 정신병을 앓고 있다느니의 음모를 그대로 믿으며 살아왔다.  내가 고등학교 시절 국사 선생님도 그렇게 설명해 주셨다.(ㅡ.ㅜ)

내가 직접 그의 삶 속으로 뛰어들가 보니, 알려진 것과는 정말 딴판이었다. (혜경궁 홍씨의 이야기를 더 알고 싶다면 동 저자 이덕일의 "여인열전"을 참고하시길~)

나는, 솔직히 눈물도 났다.  그의 아들 정조가 오랜 인고 끝에 임금이 되었을 때, 즉위 일성이 "과인은 사도세자의 아들이니라"라는 한마디였을 때, 왈칵! 쏟아지는 울분과 설움을 참기가 참으로 어려웠다.  재밌었던 것은, 내게서 그 이야기를 듣던 아이들도 같이 울었다는....;;;;;

살아서 잘할 것이지.. 살아 있을 때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그 마음에 귀 기울이지... 영조는 아들에게 '시호'만을 내려주었다.  너를 생각한다... .너를 애도한다.... 빌어먹을(ㅡㅡ+++)

말이 거칠게 나온다.  또 다시 울컥! 해버렸다..;;;

영조는, 재위 기간이 길었던 만큼, 오랜 시간 사도세자의 죽음을, 자신의 과오를 아파하고 후회했을 것이다.  후회했다고 해서 그의 잘못이 가려지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후회했다면, 후회한 이상으로 반성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졌어야 했는데, 거기에서도 그는 비겁했다.  그리고 그것은 곧 정조에게 짐이 되어버렸고, 그의 치세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겠다.

'권력'이란 부자 사이에도 나누지 못한다지만, 형제의 피를 보고 올라간 자리에서 자식의 피까지 보았다니, 그 사람 영조도, 참 가여운 사람이다. 동정은 보이지 않겠지만, 참 불행한 사람인 것은 분명하다.

며칠 전 만화 '궁'을 보았더니 거기서 영조와 사도세자에 비유하면서 주인공 신과 아버지 임금을 얘기하던데, 역시나 화딱지 나서 혼났다.  솔직히 갖다 붙인 격이 되어 있기도 했거니와, 그렇게 다시 영조와 사도세자의 이름을 보는 것이 불편하기도 했던 것이다.

이 책을 쓰는 동안 꿈 속에서 사도세자를 보았다고까지 하니, 저자 이덕일씨도 심적으로 참 번민이 많았을 것 같다.  2차 사료로 보는 독자가 이럴진대, 1차 사료를 파고든 역사가의 입장이야 오죽하랴.  그래도, 이렇게 독자에게 진실을 알려주는 길을 만들어주어서 언제나 고맙기만 하다.  늘 좋은 소리만 듣지도 못하는데, 그래도 변함 없이 노력하고 애써주어서 참 고맙다.  그러면에서 나는 복받은 독자다.  물론, 읽다가 열불이 나기도 하지만. ^^

"조선왕 독살 사건"과 더불어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조선 후기의 역사를 아주 리얼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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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나막신 우리문고 1
권정생 지음 / 우리교육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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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그 이름 두 글자만으로도 우리 가슴에 불을 지피곤 했다.  일본 사람 개개인을 미워할 이유야 없지만, 일본이라고 하는 나라의 전체성은, 우리가 쉽게 화해를 하기에는 지나온 역사의 골이 너무 깊다.

가장 가까운 역사 속 기억으로 제 2 차 대전을 떠올린다면, 비록 우리가 그 전쟁을 직접 체험한 세대가 아닐지라도 가슴이 타는 통증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랬기에, 애써 그들의 희생과 피해는 외면하려고 했다.  차마 '당해도 싸!'라고 대놓고 말은 못해도, 적극적으로 안타까워하고 가여워하지도 못했다.

그런 마음들에 이 책이 경종을 울려주었다.

2차 대전 중의 일본, 조선인이나 일본인 할 것 없이 모두가 겁에 질려 있고, 전쟁의 공포로 자유로울 수 없었던 그 시절, 그럼에도 작고 소소한 일상의 일들로 고민하고 감격하고 마음 분주한 어린 아이들이 이 책의 주인공들이다.

처음 책을 폈을 때는 조금 부어 있기도 했다. 일본 애들을 이렇게 불쌍하게 묘사해도 돼?  갸들이 피해자면 우린??? 뭐 이런 쪼잔한 마음으로.. ^^

다 보고서, 조금은 부끄럽게 책을 덮었다.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을, 의미 없는 편가르기로 서로를 더 아프게 만들어버린 게 내 마음 같아서 말이다.

그 시절을 살았던 사람들이라면, 나라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지 제대로 알지도, 알 수 없던 일반 민중들이라면, 게다가 가난하고 가엾은 그들의 어린 아이들이라면 더더욱, 역사적 배경은 먼 딴 나라 이야기일 뿐, 당장에 살아남는 생존 이상 중요한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폭격이 쏟아지는 그 거리에서 그래도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서로의 생존에 안심하며 위안을 찾는 이들의 따뜻한 마음을 애써 편견을 고수하려 한 내 마음이 참 못나 보였다.

권정생 선생님이 처음 이 책을 집필했을 때의 반일 감정은 더 심했을 터인데, 그분은 어떤 화해의 손짓을 하려 이 책을 쓰시기로 하셨을까.  그 마음이 숭고하고 놀랍고 존경스럽다.

전쟁이란 승자도 패자도 모두 아프고 괴롭고 서러운데, 그렇지만 게 중에서 가난하고 어리고, 거기에 여자가 더 비참해지곤 하는데, 그 피차 서러운 이름들에 '나라'부터 들먹이는 것도 도의가 아닌 기분이 든다.

물론, 그렇다고 그들의 나라 이름이 주는 '전체성'을 여전히 용납할 수는 없지만.

이 책을 아이들에게 읽히게 하려면, 그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먼저 우리의 역사적 배경부터 설명해 주어야 하는가.  다만 전쟁은 끔찍한 것이야.  서로 싸우지 말고 사이 좋게 지내야 해~!! 정도로 끝내야 하는가.

의문이고, 숙제이다.  좀 더 배우고 성숙해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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