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의 노래 - 마음에 용기와 지혜를 주는 황선미의 민담 10편
황선미 지음,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그림 / 비룡소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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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온 어린이들 한자리에 모여 앉아

즐거워 손뼉치며 함께 보는 명작동화

해처럼 밝게 커라 정의의 새싹들아

손짓해 사랑 주는 어린이 명작동화

신난다 재미난다 어린이 명작동화


지금도 흥얼거리게 되는 어린시절에 보았던 만화 주제곡이다. 

사신을 보게 된 남자가 아름다운 공주를 살리려고 머리 맡에 앉아 있는 사신의 위치를 발쪽으로 돌리려고 지혜를 짜낸다. 병사들을 시켜 침대 네 귀퉁이를 들어 잽싸게 위치를 바꿔 공주를 살렸지만 꺼져가는 촛불이 자신의 것이 되면서 주어진 목숨보다 일찍 죽어야 했던 이야기도 막 떠오른다.


또 다른 기억도 있다. 어릴 적 주인집 아줌마가 아이들 나이에는 아직 이르지만 계몽사 세계문학 전집을 샀더랬다. 애들은 어리고 한글도 몰라서 관심이 없었지만, 그 집 마루에 걸터앉아 내가 다 읽고 좋아하던 기억도 떠오른다. 초등학교 2학년 때였다.


그렇게 어릴 적에 좋아하던 이야기들이 사실은 원전을 많이 줄인 주니어용 이라는 건 한참 뒤에나 알게 되었다. 민담 10편을 골라 다시 쓴 황선미 작가님처럼. 아무튼 그때의 기억을 되살리며 아주 즐겁게 이 책을 읽었다. 수십 개의 포스트 잍을 붙여가면서.


한국과는 여러모로 인연이 깊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작가가 그림을 그렸다.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민담처럼, 역시나 평범하지 않은 그녀의 그림체가 이 독특한 분위기의 이야기들에 제법 잘 어울렸다. 예쁘거나 사랑스러운 느낌은 아니지만, 적어도 신비롭기는 하다.^^


고사리 꽃 /폴란드 
왕이 된 농부 /폴란드 
인어의 노래 /폴란드 
황금 오리 /폴란드 
밀납 아가씨 /프랑스 
작은 정어리 /프랑스 
현명한 카테리나 /이탈리아 
오두막의 검은 고양이 /터키 
용과 소녀 /스페인 
사이먼의 칠 년 /영국 


이보나 작가님 덕분인가. 폴란드의 민담이 40%를 차지한다. 낯선 나라의 낯선 이야기들이 더 반가우니 기울어진 저울 추도 싫지 않다. 



우리 옛 이야기들이 자주 그러듯이, 이 민담 속의 주인공들도 가난뱅이가 많았다. 찢어지게 가난한 청년이나 아가씨, 혹은 농부 등이 나온다. 첫 이야기 '고사리 꽃'도 그랬다. 반복되는 이야기 설정도 그렇게 불행하게 살고 있던 주인공이 뜻밖의 행운을 만나서 갑작스럽게 출세를 한다든지, 큰 재물을 갖게 되는 둥의 변화가 찾아온다. 그 행운을 가져다 주는 이는 주인공의 선행에 보답하려는 이도 있고, 주인공의 심성을 시험하려는 자도 있고, 처음부터 저주를 걸기 위한 대상도 있었다. 그들은 초월적 존재인 경우가 많은데, 그러니 주인공을 갑자기 변신시키는 그 신비로운 힘의 정체는 의심하지 말자!


인간이란 욕심 사나운 존재여서 서 있다 보면 앉고 싶고, 앉다 보면 눕고 싶은 존재! 갑자가 찾아든 행운을 감당해내는 지혜로운 이가 있는가 하면, 그 행운에 짓눌려서 복을 차버리는 경우도 많이 소개했다. 그럴 때 미끼로 던지는 메시지가 "그 행운을 누구하고도 나누어서는 안 된다!"라는 것. 이것 참 신선했다. 인간은 욕심 사납기도 하지만 더불어 사는 존재이기도 해서 혼자만 행복해서는 또 마냥 행복하지 않은 존재이지 않던가. 하룻밤 사이에 금화를 모두 소진하라는 조건을 걸었던 '황금 오리' 이야기도 마찬가지였다. 이 사람을 돕는 게 '나를 위한 것'이라는 명분을 몰랐다는 게 안타까웠다. 내게 그 행운을 준다면 잘 사용할 텐데 말이다.ㅎㅎㅎ


고사리 꽃의 주인공 야첵은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없는 부귀영화를 혼자서 누리는 게 힘들었다. 가난한 가족들이 눈에 밟혔던 것이다. 괴로움을 잊기 위해서 향락에 빠져들고 남을 괴롭히기도 했지만 마음이 가벼워지지 않았다. 남부러울 것 없이 너무 많이 가진 금수저 물고 태어난 이들이 쉽게 마약에 빠져드는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결핍의 결핍이 오히려 마음을 더 공허하게 만드는 걸지도.


'왕이 된 농부'의 주인공 가베우는 착하고 지혜롭고 겸손한 인물이었다. 착하고 지혜롭기도 쉽지 않지만, 그런 인물이 겸손하기는 또 얼마나 어렵던가. 재밌는 것은 이 이야기 안에 내가 알던 이야기가 들어 있었다는 것이다. 반지를 입에 문 고양이를 등에 태우고 강을 건너는 개 이야기 말이다. 반지를 잘 갖고 있는지 재차 묻자 답답해진 고양이가 대답을 하다가 반지를 물에 빠뜨린다. 어린 시절 읽은 이야기 책에 있던 구조다. 그때도 개와 고양이였는지는 정확히 떠오르지 않지만. 그게 우리 전래동화인지 외국의 이야기인지도 선명하게 구분이 안 가지만. 아무튼 이런 이야기들이 곳곳에 있구나 싶어 재미가 컸다. 


표제작 '인어의 노래'는 우리가 떠올리는 인어의 꼬리가 왜 생겼는지를 말해주는 이야기였다. 육지에서는 다리를 갖고 있던 여자로 묘사한 캐리비언의 해적도 떠올랐다. 그 인어 참 예뻤었지!



'밀랍 아가씨'는 피그말리온 이야기와 신데렐라 이야기가 겹쳤다. 도시의 아가씨들을 초대하여 무도회를 연다는 설정말이다. 심봉사를 초대한 잔치처럼 말이다. 익숙한 이야기 패턴이지만 결코 진부하지 않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에게 요정들이 선물을 준 것처럼 밀랍 아가씨에게도 요정들이 선물을 주었으니까. 그 선물이 '음악'과 '기억'과 '숨결'이라는 건 얼마나 신선하던가. 밀랍 아가씨가 살아 숨쉬는 아가씨가 되려니 숨결은 무척 자연스럽다. 그러나 거기에 더 가치를 부여하는 건 '음악'과 '기억'이다. 문득 스필버그 감독의 'A.I'도 같이 떠오른다. 세상이 다 사라지는 그 순간까지도 간절히 소망했던 엄마와, 엄마와의 기억 말이다. 



옛 이야기에 요정만큼이나 많이 나오는 소재는 '수수께끼'다. 수수께끼를 내서 상대를 낭패에 빠뜨리는 건 스핑크스 뿐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오이디푸스가 그랬듯이 수수께끼를 풀어내는 주인공들이 있으니 독자는 즐거울 뿐이다. 

'현명한 카테리나'는 제목 그대로 정말 지혜로운 여자였다. 하나만 갖고 성을 나갈 수 있다는 조건에 그녀가 무얼 갖고 나갈 지가 이미 짐작된 건, 이 이야기의 구조가 익숙하기 때문일 것이다. 


익숙한 패턴은 또 있다. 세 자매나 세 형제가 나오면 셋째가 꼭 주인공이 되더라는 것. 욕심 사납고 친절함 따위는 없는 첫째 둘째와 달리 셋째는 꼭 착하고 용맹하고 지혜롭게 나오곤 한다. 그 셋째의 달란트가 내게도 좀 있었으면 좋겠지만, 그 선물의 대가가 앞서 제시한 첫째 둘째 같은 형제 자매를 두어야 한다면 그 선물 반사하겠소!


암튼 '오두막의 검은 고양이' 편에서는 바로 그 조건의 세번째 공주가 나온다. 착하고 지혜로운 것보다 더 크게 갖춘 이 막내공주의 장점은 '호기심'이 충만하고 도전정신도 하늘을 찌른다는 것. 위기를 기회로 여기고 적극적 긍정적 마인드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동력을 갖추고 있다. 이야기 속 세째 딸이 될 자격이 충분하오!


10편의 이야기 중 가장 좋았던 것은 마지막 이야기 '사이먼의 칠 년'이다. 그가 행운을 거머쥐게 된 초기 선행보다, 그가 위기를 맞게 되기까지의 시간을 아주 '성실'하게 보냈다는 게 참 인상 깊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행운이 몇 년짜리로 시한부라고 한다면, 그 시간을 충분히 즐기며 후회없이 보내야 하는 게 정석이지만, 인간의 마음이 어디 그렇게 잘 돌아가던가. 계약 종료를 늦추기 위해 아등바등하다가 뒤늦게 흘려보낸 시간을 아까워하는 게 보통의 인간이니 말이다. 이런 사이먼의 됨됨이에 은혜를 갚은 신비한 존재는 또 얼마나 지혜롭고 쿨하게 멋지던지. 모든 이야기의 끝이 왕자와 공주인이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더랍니다~로 끝내지 않는 시크함! 이야기의 대미를 장식하기에 꼭 알맞는 배치였다. 


제법 두꺼운 양장본이지만 활자도 크고 이야기가 워낙 흥미진진해서 단번에 읽을 수 있다. 사실 너무 빨리 읽는 건 좀 아까운 책이다. 야금야금 아껴 읽는 걸 추천한다. 하루에 이야기 하나씩만! 열흘 동안 아주 행복해질 것이다. 


추억의 노래 하나 또 달아본다. 구수한 우리나라 걸로~



덧글) 72쪽 5줄의 '빛나는 언어가 너무나 아름다웠기 때문이지요'는 '빛나는 인어가' 맞을 것 같다. 밀랍으로 귀를 틀어막고 있는 중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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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5-12-10 0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10월에 황선미 선생님 모시고 좋은 시간 보냈어요.
강연 끝나고 고려인센터와 박용철 시인 생가도 모시고 다녔어요.
우리밀 살리기에 관심 많으시고.... 두루두루 좋은 시간보냈어요.
이 책은 마노아님께 땡투하고 주문해요!^^

마노아 2015-12-10 10:16   좋아요 0 | URL
와우, 바로 얼마 전에 황작가님과 좋은 시간 보냈군요!
프로그램이 늘 알차요. 물개 박수 쳐드립니다. 짝짝짝짝!!!!
이 책은 기대가 있었는데, 기대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좋았어요.
글을 쓴 분과 그림을 그린 분 모두 믿고 보는 작가님인데 역시나 제 역할을 해주시네요.
오, 땡투! 가뭄에 콩나듯 들어오는 땡투! 고맙습니다.
요새는 땡투 모으는 재미는 까맣게 잊었어요.^^ㅎㅎㅎㅎ

살리미 2015-12-10 0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려온 어린이들 한자리에 모여앉아~
저도 아직 생생히 생각납니다^^
저도 계몽사 세계문학전집 읽으며 자랐고요^^ 어릴때 읽었던 동화들을 어른이 되어서 다시 읽어보면 느낌이 많이 달라지던데, 그림체도 무척 독특하고 한번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마노아 2015-12-10 10:19   좋아요 1 | URL
노래가 귓가에서 마구 재생되지요?
뭔가 라임도 딱딱 맞고,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 잊혀지지 않네요.
계몽사가 지금도 있네요. 오래도록 잊고 지냈는데 새삼 추억이 방울방울 돋습니다.^^
전집 사두면 밀리고 안 읽는다 우려를 많이 하는데 꼭 그렇지도 않은가 봐요. ㅎㅎㅎ
어제는 오랜만에 음악 틀어놓고 책을 읽었는데 좋더라구요.
불같이 일던 마음을 좀 가라앉혀 주었달까요. 하하핫, 오로라님께도 이 책을 추천합니다.^^
 
이승환 - 미니앨범 3+3
이승환 노래 / 지니(genie)뮤직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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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발표했던 세곡을 다시 손봐서 3

그리고 신곡을 추가해서 +3

 

미니 앨범인데도 이렇게 꽉 찬 구성이다.

 

  • 1-1. 그 한 사람
  • 1-2. 다 이뻐
  • 1-3. 아무 말도
  • 1-4. 지구와 달과 나
  • 1-5. 참 쓰다
  • 1-6. 가만히 있으라

 

드라마 연애의 발견 ost로 작업한 '그 한 사람'은 방송 거의 마지막회에 전파를 타서 드라마에 최적화 되었음에도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가수 본인도 그게 많이 안타까웠다고.

 

정말 애절하고 달달하고 조심조심... 소중한 사람을 향한 마음이 잘 전달되는 곡이다.

 

두번째 곡 '다 이뻐'는 성형미인을 사랑하게 된 남자의 애정 충만한 고백송이다. 아, 이런 설정 정말 이승환스럽다. 앙증맞다.^^

 

세번째 곡 '아무 말도'는 아주 마이너한 곡이다. 예전에 발표했을 때에도 공연에서 들은 건 정말 손꼽을 정도였다. 앨범 발표 직후 연 클럽 공연에서 이 노래를 다시 들었을 때 얼마나 충만하던지...

 

첫번째 신곡 '지구와 달과 나'는 그가 키우는 반려견 두 마리를 향한 가족송이다. 반려동물을 키워본 적 없고, 동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임에도 '애완'이 아닌 '반려'로 느끼는 그 소중한 감정이 내게도 절절하게 전달되었다. 지구와 달이 그의 곁에서 오래오래 건강하게 함께 하기를!

 

두번째 신곡 '참 쓰다'는 '원더풀 라디오'에서 이민정이 불렀던 곡을 이승환이 다시 부른 곡이다. 아무렴 직업 가수의 보컬을 따라갈 수는 없는 법! 고품격 노래로 연애의 쓴맛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키게 되는 그 애증을 잘 표현해 주었다.

 

마지막 곡 '가만히 있으라'는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곡이다. 영화 '나쁜 나라' 예고편에도 쓰여서 더 애틋함으로 남아 있는데, 땅에도 가슴에도 무을 수 없는 희생자들을 향한 가족들의 마음이 그대로 전달되었다. 오늘 영화 '나쁜 나라'를 보고 왔기에 이 노래가 더 남다르게 느껴진다.

 

참사 600일이 지났다. 유가족이 되는 게 소원이라는 실종자 가족들의 피맺힌 절규가 아직도 들리고 있다. 그런데도 가만히 있으라니. 우리는 어떤 세상을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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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15-12-08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듣고 있어요 너무 좋아요 ㅎㅎ
히든싱어 나오기 전엔 소규모 공연 많이 해서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는데 요즘은 멀리서 보기도 힘들더라구요~ 좋지만 안 좋은 이 머랄까...흠
잘 지내시죠?^^

마노아 2015-12-09 00:35   좋아요 0 | URL
시절이 하도 엄중해서 마음만큼 공장장님 음반을 양껏 못 듣는 게 안타까워요. 제 이어폰은 내내 팟캐스트 방송만 울리고 있네요.^^
요새도 작은 클럽에서 공연 많이 해요. 서울뿐 아니라 다른 지방에서도요.
페북 즐찾해 놓고 수시로 접속해 보셔요. 분명 작은 공연장에서 다시 맞닥뜨릴 겁니다.
지금은 연말 시즌이어서 공연 규모가 크지만요.^^
꼬마요정님도 잘 지내시지요? 얼마 남지 않은 2015년, 우리 마무리 잘 하도록 해요.^^

순오기 2015-12-09 0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만히 있으라~ 들었어요.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현실이 미안하고 부끄럽고 먹먹해지는...
문자 보시면 답주세요~

마노아 2015-12-09 23:00   좋아요 0 | URL
가만히 있으란 여섯 글자만 보고도 울컥울컥 치밀어요.
막장 대한민국입니다.ㅜ.ㅜ
서재에 댓글 남기고 왔어요. 축하 고맙습니다.^^

건조기후 2015-12-09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사놓고 아직 못 들었네요. 가만히 있으라는 어디서 잠깐 들어봤는데 가슴이 울렁울렁하더라고요.. 뭐 하나 부족할 게 없이 그냥 누리면서 살아도 될텐데 이승환도 참 멋있게 늙는 거 같아요. 늙는다는 표현이 엄청 안 어울리지만 ㅎ

마노아 2015-12-09 23:01   좋아요 0 | URL
원래 새 앨범 나오면 닳도록 들어야 하는데 이 앨범은 너무 아파서 반복해서 듣기가 힘들어요.
건너 뛰고 듣는 건 더 마음이 아프고요. 그렇게 앨범 표지만 자꾸 바라보게 되네요.
내 가수가 이렇게 멋지게 늙어가는 게 참 고마워요. 닮아가는 팬이 되어야 할 텐데요.^^
 
지저귀는 새는 날지 않는다 2 - 뉴 루비코믹스 1356
요네다 코우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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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네다 코우는 아주 우연히 발견한 작가다. 나는 몰랐던 작가인데 리뷰 반응이 장난 아니어서 호기심으로 구입했다. 당시 같이 샀던 책들과 마찬가지로 수위가 꽤 세서 읽고 바로 중고로 팔았다. 올리자마자 팔렸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한참 있다가 2.3권이 나온 걸 알고 구입했다. 읽고는 아련해져서 1권을 다시 찾아봤는데 방을 몇 바퀴 돌아도 안 보여서 혹시나 하고 검색해 보니 이미 팔아버린 뒤다. 하하핫.... 다시 사야 하나.ㅡ.ㅡ;;;;;


'부디 내게 닿지 않기를' 이나 '그래도 다정한 사랑을 한다'는 평범한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다만 그게 남남 커플이라는 것만 독특할 뿐. 그런데 이 작품은 주인공이 조폭이고, 게다가 대놓고 변태를 자처하는 인물이므로 읽다가 식은땀이 날 때가 있다. 지난 번엔 랩핑도 뜯지 않은 책을 지하철에서 뜯어 읽다가 몇 페이지만에 가방에 집어넣었다. 얼굴이 화끈거려서 도무지 더 읽을 수가 없....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끌리는 건 역시 작가의 내공 때문이다. 아주 극단적인 설정을 가진 주인공인데, 그런 주인공한테 반한 도메키가 '다정하고 강하고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말한다. 무뚝뚝하고 표정도 없고 감정도 잘 보이지 않는 이 사내가 표현한 두목의 성향이 독자도 공감이 갔다. 그걸 자연스럽게 인식시키는 작가의 필력과 그림 신공이 정말 대단하다. 


조폭 배경이므로 칼부림도 나고 총부림도 나고... 정말이지 누구에게 권하기 뭣하지만, 뭐 성인이니까 알아서 판단해서 읽는 걸로!


이제 이 책 들고 나가야 하므로 사진까지는 바빠서 못 찍겠다. 버스 안에서 찍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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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5-12-05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보려면 로그인이 필요하다는데요^^ 연령제한가 책은 그렇게 나오나봐요,^^;
마노아님, 즐거운 주말 되세요^^

마노아 2015-12-07 20:55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연령제한 책은 표지도 함부로 보여주질 않네요.^^
바빴던 주말이 지나고 또 바쁜 월요일이 지나가네요. 이렇게 한 해가 가려나 봅니다.
서니데이님 힘차게 한주 보내셔요.^^
 
휴먼스 오브 뉴욕
브랜던 스탠턴 지음, 박상미 옮김 / 현대문학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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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브랜던 스탠턴은 채권중개인 일을 그만두고 카메라를 집어들었다. 세계에서 가장 바쁠 것 같은 도시 중 하나인 뉴욕이 그를 꽉 붙들었다. 기꺼이 그의 사진 앞에서 포즈를 취해준 개성 넘치는 당당한 사람들. 그들의 표정을, 패션을, 메시지를 읽어내는 게 참으로 즐거웠다. 3년에 걸쳐 수천 km를 걸으면서 1만 명이 넘는 사람을 만난 작가의 노고에 박수를!



그야말로 백조의 호수!

남자와 여자 사이의 특징을 구분 짓는 건 문화차이라는 것에 공감!

소방관들에게 선물하려고 피자를 주문했는데 피자값을 받지 않았다고 한다. 소방관님들에게 존경과 고마움의 박수를!

부의 분배! 적나라한 대비를 찰나에 잡은 이 놀라운 센스!



186cm의 키를 자랑하면서 8cm 굽을 신고 나온 강동원이 생각난다.

인구 6백만의 나라에서 조회수가 2천만이었다굽쇼?

월리를 찾았다!

반바지 입고 등교하는 게 어때서요! 시원하고 편하기만 한 걸요!



시크교도 할아버지의 시크한 수염!

시간 여행자의 아내를 보셨나요?

전직 변호사. 에이즈에 걸린 이후 미스 콜롬비아가 되었다고. 원래부터 자유로운 영혼이었죠?

당신의 비뚤어진 지문이 참 인상적이에요.



이 앙증맞고 사랑스러운 아이들!

꿈으로 가득한 젊은이들!



누구 머리가 더 대단한지, 누구 패션이 더 훌륭한지 경합을 벌이는 것 같군요!



이런 순수함과 순진함이라니!

그럼에도 한없이 톡톡 튀는 이 개성이라니!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도 지금처럼 계속 멋지기를!



일흔 두살 노인의 발이라굽쇼? 마라톤을 했다구요?? 그것도 북극에서???!!!

앵두 패션, 내 취향이에요!

아르테미스 여신에게도 뒤쳐지지 않아요.

그 겨자색 가방 유난히 마음에 드네요. 빨간 의자와 함께!



어떻게 하면 이렇게 자연스럽게 포즈를 취할까? 거리낌 없이? 의심 없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 1위는 우리나라가 차지했는데, 우린 이렇게 적극적으로 모델이 되어줄 것 같지 않다.



모두들 영화속 한 장면을 찢고 나온 듯한!!!



청바지로 윗옷을 만든 것도 놀랍지만, 거침 없이 적극적인 포즈를 취해주는 건 더 놀랍고 대단해 보인다. 

Why n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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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겹 - 중국에 남겨진 일본군 '위안부' 이야기
안세홍 지음 / 서해문집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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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였던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 지원금을 내년 전액 삭감하겠다고 정부가 발표했다가 몇 시간 안 되어서 번복했던 일이. 그런 식으로 삭감했던 예산이 한 두 개는 아니지만 그 모든 것들에서 공통점은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런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에게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 해방이 되고도 조국이 살뜰하게 보살펴주지 못한 그들을 사진작가 안세홍이 찾아다녔다. 그가 방문한 곳은 중국. 전쟁이 끝났음에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그곳에 살아야 했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찾아다닌 것이다. 세월이 흘러 이주한 곳을 못 찾기도 했고, 이미 돌아가신 분도 계셨다. 그렇게 재차 방문이 가능했던 여덟 할머니들의 육성을 사진과 인터뷰로 담아냈다. 


이수단 “이 사진 한 장밖에 없어. 유일한 가족사진이야.”
김순옥 “어디메로 도망을 쳐, 잡히면 죽어요.” 
배삼엽 “일주일 동안 거기서 피가 나대요. 아프고 붓고 걷지도 못했수다.”
김의경 “꽃이 피어오르는 걸 끊어낸 거지.”
박대임 “밤에는 잠을 안 재워. 그 짓을 안 하면 밥도 안 줘.”
현병숙 “혼은 조선에 가 있어요. 꿈을 꿔도 조선 꿈이지.”
박우득 “갈 수만 있다면 고향에 가고 싶어요.”
박서운 “나이가 원수라……. 인자 여기가 고향이여.”


목차만 보고도 짠해진다. 사진도 같이 보자. 



지구 반대편도 얼마든지 오고 갈 수 있는 세상이 되었건만, 이분들의 물리적 거리는 여전히 멀다. 그리고 아마 그들이 기억하고 있던 고향과 현실의 모습은 물리적 모습 뿐아니라 심리적 간극이 더 클 것이다. 




저렇게 속아서 온 분들을 '자발적으로' 간 거라고 우기는 사특한 것들이 있다. 사람이라고 부르고 싶지도 않다.



당신은 조국의 말을 잊어버린 게 이렇게 마음이 아픈데, 조국은 당신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듯합니다...ㅜ.ㅜ



주름 가득한 얼굴에 젊을 때의 모습이, 흔적이 그래도 느껴진다.



한복 입고 사진 찍는 게 소원이라던 할머니를 위해 안세홍 작가님이 사진을 찍어주셨다.

할머니, 소원 이루셨어요.ㅜ.ㅜ



고향 말과, 고향 노래가 얼마나 많은 눈물을 달래주었을까. 동시에 얼마나 많은 눈물을 불러왔을까.



이래서 할머니들은 젊어서 불임이 많았다. 이분들의 인생을 얼마나 너덜너덜하게 만들었던 것인가. 그런데 아직도 사과 한마디 못 받고 있다. 인정도 안 한다. 징글징글하다.



그 시절에 바람 난 남편을 향해 이혼을 선언한 대찬 여인은, 홀로 아들을 키우며 열심히 살았건만, 이토록 무참한 일을 당하고야 말았다. 국가는 이분들에게 어떻게 속죄할 것인가.



떨어져 지낸 시간이 너무 길었다. 반가운 마음도 육신의 고단함이 받쳐주질 못했다. 할머니는 사흘 만에 중국으로 돌아와야 했다.




미국 군인도 있었다는 것이 충격적이다. 서로 적군인데?? 헐!



가난이 원수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그건 이 나라의 면죄부가 될 수 없다.



어렵게 국적을 회복해서 가족과 함께 살게 되었지만, 그것이 더 큰 상처가 되어서 중국으로 돌아가신 할머니. 그 서운함과 상처가 얼마나 컸을까. 한국의 가족들만 나무랄 수도 없다. 그들 모두가 피해자다.



사진전이 무사히 열릴 수 있도록 힘을 보탠 깨어있는 시민들도 분명히 있었다. 일본에서도 말이다. 


현재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 생존자는 47명에 불과하다. 이 숫자가 줄어드는 가속도가 더 붙을 것이다. 


언제 후원했는지 기억도 안 나지만, 아무튼 위안부 피해자 소녀 이야기 '귀향'이 곧 영화로 올라간다고 시사회 안내 메일을 받았다. 이런 민간 차원에서의 움직임도 물론 중요하지만, 국가 차원에서 좀 더 영향력 있고, 영양가 있는 활동을 보고 싶다. 제발,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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