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아...
채옥아.....

나는 너의 그 상처입은 눈빛이 늘 애처로왔다.

늘 너의 아픔은 무시하고 나를 위해 너의 길을 걷지 않는.
그래서 더욱 더 내게는 아리기만..하구나.

옥아.
생각해보면 우리는 몹시도 깊은 연이 이어진 것 같다.

서얼과 관비..세상에서  버려졌던 우리..

너만큼 날 웃게 한 이가 누가 있겠느냐..

태초부터 웃음은 내게 허락되지 않았는데...

널 보면
그저 웃음이 머금어지곤 했다.

날 위해 네 목을 바칠 수 있다 했지.
분명 너는 그리 말할 것이다.

옥아.너는 내게 누이고, 정인이었다.
내 생따위는 버릴 수 있다.

하지만 네가 그를 벨 생각을 하게 만들게 되었구나..
옥아.그는 너와  너무도 많이 닮아 있더구나..

나는 벨수가 없었다..
차라리 내 목을 내미는 것이 나을 정도로 말이다.

옥아, 결코 분노를 가지지 말아라.

그도 나를 벨때 너를 떠올렸을 것이다.
나는 스스로 죽음을 택한 것이다.

옥아,결코 네 책임이 아니다.


내 탓이다.너를 이런길에 들어서게 한 내 탓이다.

무장은 이 땅 어디든 몸을 누이면 그것이 곧 무덤이다.
이미 칼을 들때 각오했던일이다.

아프지는 않구나.
다만 조금 아릴 뿐이다.
나 때문에 울어야 할 너 때문에 많이 아리구나.

나는 널 한번이라도 환하게 웃게 만들어 주고싶었다.

울지 말거라.

그리고 그를 베려하지 말고....

나는 말이다....
이 빌어먹을 나라보다 네가 더 소중하다.

내가 베여야만 하고 그가 나를 베게 만든 이 나라 보다.
나는 네 앞에 상관이기 전에 그저 정인이고 오라비이고싶었다.

그 뿐이다. 너에게 한번쯤 가죽신을 신겨주고,
가채를 올려주고,너의 그 상처를 보듬어 주고 싶었다.

분명 너는 과분하다 말하겠지만...

옥아...
너는 내 숨이었다.너없는 저곳에서 살 수 있을까.

옥아.

채옥아...

널 내 아래에 두고 살뜰히 보살펴 네가 커가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지켜볼 것이다.

목숨을 가벼이 여기지 말고.

반드시 너만은 살아남기를..

네 곁에 있을 것이다.

영원히 곁에 있을 것이다. 그러니.
울지 말거라.

이제 네 곁에서 보듬어 줄 수가 없으니.

제발...
울지 말거라..

널 아끼는 사람들이 있어 다행이다.
그들에게 널 맡길 수있어 다행이구나...

이리 너를 보지 못하고 가는구나..
나 오늘 가슴속에 ..너를 묻고..가마..

다만..식은 몸뚱아리...거두러 오는 네 어둔 길에..
보이지 않는 길라잡이라도 되어 주마..

다음 생애는 ..다음 생에는..
어둔 길을 함께 밝히는 그런 인연으로 만나자꾸나

눈..이 감긴다....감기기 전에 너의 얼굴을 한번쯤 더 보고싶었는데..

잘...있거라.



 

한달 쯤 전에 다모의 원작 만화 '다모'를 보았다.  아무래도 극화체의 투박하고 거친 붓자국이 이미 영상으로 길들여진 드라마의 맛을 따라가긴 어려웠지만, 원작 나름의 힘이 느껴지면서 진지함에 새삼 감탄했었던 기억이 난다.

이 글은 오래 전에 누군가 내게 주었던 글로, 자료를 정리하다가 다시금 보게 되었다.  지금 읽어보아도 참 절절하다.  물론, 드라마에서 이런 글귀는 나오지 않았다.  비슷하게는 나왔어도.  아마 어느 팬이 황보 윤의 마음으로 이렇게 옮겨본 것이 아닐까.

만화보다 드라마가 월등하게 우수했던 게 있다면 바로 황보 윤의 캐릭터인데, 만화에서의 황보 윤은 당시 조선시대 사대부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담아 훨씬 리얼리티가 살아 있었지만, 그래도 사람 마음이 어디 그런가.  당시 이서진을 스타의 반열로 만들어준 명 캐릭터 황보 윤인 것을.. 게다가 이서진은 목소리가 참 마음에 들었는데, 캐릭터를 뒷받침하는 이미지 형성에 목소리가 크게 한몫을 한 것 같다.

하지원도 이 작품을 기점으로 쉽게 넘보기 어려운 일정한 '영역'에 들어선 느낌이었고, 이 때 보여주었던 카메라 기법 등등은 드라마를 영화의 반열로 세웠다고 할 수 있겠다.  또 HD 드라마의 진수를 처음 보여주었지 않은가.

끝심이 약해서 뒤로 갈수록 응집력이 떨어지고 설득력도 많이 약해졌지만, 그래도 전반적으로 드라마 다모는 수작이었다.  그 작가가 이제 '주몽'을 집필한다고 하던데...

많이 기대가 되긴 하지만 소서노 역할에 '한혜진'이라는 말에 좀 뜨악한 기억이..ㅡ.ㅡ;;;; 송일국은 역시 목소리가 중후하고 좋으니 다소 기대가 되지만 말이다.

뭐, 속단은 금물!  뚜껑은 열어야 아는 법...

요새 우리 한국 드라마 대체 왜 이리 잘 만드는 지.... 닥본사!를 고수하지는 못하지만 끊임없는 애정으로 지켜보리라...

그러나 현재 내가 제대로 올인하고 있는 드라마는 '굿바이 솔로'

뭐, 한참 뒷북이긴 하지만 늦게 타올라도 오래 가는 법. 조만간 몇 마디 중얼거려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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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즐겨보는 드라마이다. 워낙 네 멋대로 해라를 인상깊게 보았던 터라 더 기대가 되었는데 양동근과 한가인 등, 출연진도 더 맘에 들어 기대치가 더 높았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 이상이었다.  뭐랄까.  식상한 드라마 투성이였는데 몹시 신선한 새 작품을 만난 기분.

이를 테면 그런거다.  모든 드라마에는 사랑하는 남녀가 나온다.  그런데 그들이 사랑하게 되는 과정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데에 몹시 인색하다.  그냥 설정이 사랑한대니까 사랑하는가 보다... 하고 넘어가는 수준. 그래서 드라마 보는 재미가 뚝뚝 떨어지곤 했는데.... ('운명적인 사랑'이 갖다 붙이면 다 되냔 말이다ㅡㅡ;;;) 이 작품은 달랐다.  그들이 교유하고 가까워지고 또 서로에게 끌리는 과정은 몹시 현실적이었다.  그래서 박수쳐주고 싶고,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

물론, 그들의 운명이라는 것도, 모질기만 하여서 쉽게 마음을 열 수도 다가갈 수도 없지만, 그래도 진실이 통하고, 진실이 승리할 거라고 조건 없이 믿어줄 수 있는 힘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 극 중에서 김유나를 좋아하는 두 남자, 강달고과 석희정 검사.

강달고는 깡패 출신이고 고등학교 중퇴에 내세울 것이 하나도 없다.  그저 김유나를 여신처럼 모시겠다는 각오로 온 마음을 다해 위해주고 아껴주고 살펴주지만, 그래도 현실의 눈으로 볼 때 배우자로서는 참... 대답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거기에 비하면 검사 석희정은, 한마디로 엘리트다.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수재이지만 어리숙하고 순진하기까지 하며 또 지나친 결벽증에 여자에 대해선 전혀 모르고....;;;;; 쿨럭, 쿨럭.... 하여간 영악하고 잘난척하는 검사 캐릭터는 적어도 아니다.

이런 조건을 가진 두 남자가 한 여자를 동시에 사랑한다.  이미 사랑에 빠진 이후가 아니라, 두 사람 모두에게 아무 감정이 없을 때 이 여자는 대체 누구에게 끌릴 것인가.

이 부분이 참 재미있다.  물론, 드라마 속의 그녀는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역시 엘리트라면 엘리트랄 수 있는 재원이다.(강하고 곧은 성격으로 곧잘 잘리기는 하지만...;;;;)

현실에서라면 이 여자가 검사 아닌 건달 강달고에게 끌릴 일도 드물지만, 석희정 같은 검사도 드물 것 같고, 그 중에서도 강달고 같은 캐릭터가 가장 드물 것 같다.  그것이 드라마와 픽션의 매력일 수 있겠지만.

글쎄, 내가 너무 세속적인가?  강달고같은 남자와 연애하고 석희정 같은 남자와 결혼한다가 모범답안은 아니었던가?  (여기서 또 갈림길은, 주인공 김유나 같은 능력이 있는가 없는 가에 따라서 또 모범 답안이 바뀐다...;;;;;)

확실히 나이가 차긴 찼나 보다. 드라마 보면서 이런 자도 들이대 보고...;;;;

조금 씁쓸하기도 하지만, 또 그만큼 환상 아닌 현실을 보는 것도 같고...

그래도 아직 끝나지 않은 환상. 주인공 유나와 달고가 끝까지 행복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기왕이면 석검사도 자신의 반려를 찾고.... ^^

아무튼 기대되는 작품을 만나서 반가운 마음. 시청률도 잘 나와서, 엠비씨가 앞으로도 이런 종류의 드라마를 계속 제작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인정옥 작가는 요새 뭐한담? 몹시 기다려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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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05-02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좋았던 부분 빼먹었다. 유나가 의사로서의 자신의 능력을 표출하기 어렵고 기가 죽어 있을 때에 헤어 에센스를 잘못 사용해서 온 여자 환자를 돌보는 과정에서 자신감을 찾아가는 과정이 참 보기 좋았다. 삶이란, 꼭 그렇게 거창한 일에만 감동을 주진 않는다. 그렇게 작고 소소한 일에도 우린 살풋이 웃을 수 있는 것이다. 유나가 달고가 마련한 우유쇼(?)에 감동 받은 것처럼. 자잘한 에피소드를 적재적소에 잘 활용한 작가에게 박수를~
 

매우 즐겁게 보고 있는 미국 드라마다.  씨즌 2가 진행 중이고, 국내에도 씨즌 2가 방영되고 있다. 

작품 속에는 네 명의 주부들이 주인공이고, 그들이 함께 모여 사는 마을에서 그들의 삶을 얘기하고 있다.  특이하게도 첫 회에서 한 주부가 자살을 하였고, 바로 그 여자의 나래이션으로 내용이 진행된다.

네명의 여자들은 모두 다른 성격과 환경을 가지고 있다.  저마다 열심히 살고 있지만, 하나 씩의 단점은 갖고 있고 그 단점 이상의 장점들도 물론 가지고 있다. 


로이스와 클락의 수퍼맨의 그 로이스, 이제는 나이를 꽤 먹었다.

덜렁대고 실수도 많고 머피의 법칙도 늘 끼고 살지만 그래도 미워할 수 없는 수잔.  그러나 때로 그녀는 그 실수들로 인해 자신도 모르게 남들에게 상처도 주곤 한다.  그녀에게는 엄마보다 더 성숙하고 지혜로운 예쁜 딸이 있고, 이혼한 전남편은 이웃집 이디의 애인으로 남아 있으나 아직도 그녀를 잊지 못하고 있고, 그녀의 용서받기 힘든 실수로 헤어진 애인 마이크도 여전히 이웃으로 살고 있지만 그녀는 새 남자친구 의사 론을 만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그녀의 마음 속엔 마이크가 있고 또 전남편이 자신을 아직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에 흔들리고 있다.

 


키가 몹시 크다. 180은 족히 될 것 같다.
브리는 완벽한 여자였다.  완벽한 여자로 보였다. 그녀의 음식 솜씨는 호텔 요리사 버금 갔고, 정원도 늘 훌륭했으며 집엔 먼지 하나 없이 깔끔 했다.  그런데 그녀는 오해 속에서 남편을 잃었고, 아이들은 제멋대로 구느라 그녀를 법정까지 소환했다.  그녀는 알코올 중독자가 되었고, 자신 앞에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인정하기가 힘이 든다.  가장 완벽하게 보이는 그녀의 아이들이 오히려 수잔의 딸 줄리와 정 반대로 말썽꾸러기에 문제아들이라는 것은 인상적이다.

 

 

사막에 그녀의 대형 포스터가 걸려 있어 비행기로만 보인다고 하던데..^^

가브리엘은 탐욕적인 성격을 가졌다.  사치스럽고 바람도 피웠고 목표를 이루
기 위해서 거짓말도 한다.  그러나 그녀는 누구보다도 솔직했다.  남편과의 갈등도 슬기롭게 이겨내었고, 욕망을 잠재우기 위해 애쓰기도 했다.  아이를 낳는 문제로 인해 가졌던 갈등이 남편이 누구보다도, 아이보다도 그녀를 더 사랑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순간 그녀의 마음은 열린다.  그러나 문제는 또 다른 데서 발생하였으니, 임신 중에 사고를 당했던 터라 아이를 가질 수 없게 된 그녀는 입양을 선택하나, 입양하는 기관의 관리자가 그녀가 바람을 피웠던 존의 어머니인 까닭에, 합법적인 방법으로 아이를 키우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다른 생모에게서 아이를 양도하는 방식으로 데려오고 싶어하지만, 이 또한 또 다른 문제점과 갈등이 불거졌으니, 다음 이야기들에 어떤 문제가 생길지...;;;;


미모는 좀 떨어지지만,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르넷이다.  그녀의 가족은 네 명의 주인공들 중 가장 생활 형편이 빠듯했고, 아이들은 넷이나 되는데 하나같이 말썽구러기 악동들이고, 남편은 그녀보다 능력이 떨어지는 편이었다.  아이를 키우느라 부사장까지 했던 그녀가 직장을 그만두고 수년이 흘렀는데, 남편의 실직으로 다시 직장으로 돌아간 그녀의 활약상과 에피소드는 눈부셨다.  그녀가 얼마나 지혜로운지가 드러나는 에피소드들은 내가 참 좋아하는 이야기였다  직장 상사와의 갈등, 직장 내의 부조리, 아이를 키우는 문제, 기타 등등... 가장 현실적이고 또 가장 바람직한 사고관을 가진 그녀의 이야기가 위기의 주부들 전 시리즈 중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극본을 쓴 사람이 게이라는 소리를 들었는데, 그래서일지 모르지만 인종 편견과 동성연애자, 섹스 알코올 중독자, 부도덕하고 무책임한 아버지, 인디언 등등...

작품 속에는 소수에 해당하지만 분명히 이 사회에서 하나의 몫을 해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튀지 않고 모나지 않게 잘 스며들어 있다. 

게다가 가장 큰 매력은 누구도 좇아가지 못할 위트다.  어찌나 재밌고 웃기던지, 배꼽 잡았던 적이 여러번이다.

또 구성 상으로, 처음에 나래이션에서 언급한 내용이 작품의 마지막에서 다시 한번 언급되면 작은 종결을 맺는다.  수미상관? 음, 뭐 그런 용어로 불린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잘 생각이 안 남^^;;;;

작품 전반적으로 유기적으로 잘 연결되어 있지만, 어느 에피소드 하나만 뚝 떼어놓고 보아도 크게 문제되지 않을 독립성.  이런 글쓰기는 정말 힘든 건데, 작가가 무척 뛰어난 실력을 가진 듯하다.

또한 현재 부시 정권의 미국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현장감도 느끼게 해서 더 건질 것이 많아 보인다.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윤리의 문제. 유혹의 문제. 애정, 갈등....

그런 여러 이야기들을 이렇게 자연스럽게 풀어나가는 작가가 부럽고, 내가 그런 작품의 시청자가 될 수 있다는 행운에 기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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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회 당첨. 9시 시작, 11시에 끝난 영화.

감독이나 기타 다른 정보 없이 그저 주연 배우가 누구인지만 알고 본 영화인데,

느와르 장르였고, 꽤 잔인한 장면도 여럿 보여 18세 관람 불가 이유를 선명히 납득하였다.

사투리와 전문(?) 용어가 난무하여 못 알아듣는 대사도 꽤 있었지만, 두 배우의 강렬한 연기와 포스가 모든 것을 압도하고도 남았다. 옥의 티라면 추자현이 너무 연기를 못하고 사투리도 어색했다는 것. 사실 왜 출연했는 지도 잘 모르겠음.ㅡ.ㅡ;;;;

그래도 잘했다고 해주고 싶은 부분은 여배우를 단순히 눈요깃감으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 훨씬 선정적일 수도 있는 장면을 부러 그렇게 가지 않은 것은 칭찬해주고 싶다.(영화 청연에서 장진영의 고문씬을 떠올려볼 수 있는데, 불필요한 성적 수치감을 주지 않는 연출이 종종 나오는 것에 안심이 된다.)

영화가 얼마만큼 수작이었냐고 평가하기보다, 영화 제목이 영화와 얼마만큼 잘 맞아 떨어지는지에 감탄했다.

달콤한 인생을 또 다른 표현으로 보는 기분이랄까. 끝까지 가보는 것. 그 끝이 파멸일지언정, 포기하지 못하는 무엇... 그런 느낌이 들었다.

중요한 것은 영화가 아니라...^^;;;

영화마치고 감독과의 시간이 있었는데, 너무 늦은 시간이라 부랴부랴 일어서려는데, 특별손님이 있다는 것이다.

헉, 설마?????

앗뿔싸! 느낌은 적중! 황정민씨가 오신 것이다.T^T(호칭 바로 바뀌고...;;;;)

청바지에 점퍼, 모자 꾹 눌러쓰고, 예의 그 어눌한 평범한 아저씨 말투를 한 그가 무대에 올라섰다.

스크린 속의 바로 그 남자와 동일인물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의 평범함.

스스로도 그냥 별볼 일 없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표현하는 사람.

지하철을 타고 다닌다는 말에 우리 일반인들을 놀래켰는데, 평소 책읽기를 무척 좋아한댄다. 그런데 집에서는 몇장 못 읽고 잠들어버리기 때문에 2호선 타고서 한바퀴 돌며 책 읽는 것 무지 좋아한단다. 우리에게도 해보라고 권한다^^

매번 같은 사람이 연기한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놀라운 연기변신을 하는데,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는 질문에, 연기를 할 때는 '황정민'을 모두 잊고 캐릭터에 올인하는데 애쓴단다. 그 과정이 몹시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또 재밌기도 하다며... 일종의 카타르시스? 뭐 그런 얘기를 하는 것 같았다.  앞으로도 자신은 그렇게 연기를 할 거라고...

영화 자체에 대한 기대보다 배우 황정민씨에 대한 기대치가 더 높아져버렸다. 다음 번 그의 변신은 무엇일까.  그는 또 우리 관객을 어떻게 놀래킬 것인가.  기다려볼 법한 두근거림이 아닌가.

늦은 시간 귀가하여 내일의 출근이 걱정이 되지만, 그래도 이 흥분을 조금 옮겨보고 싶었다.

카메라가 없었던 것이 다만 아쉬울 뿐. 인터뷰 녹음이라도 해올 것을... 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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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6-04-26 0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자현 나오는 장면이 많이 짤린게 아쉬운 부분이라는 류승범 인터뷰 기사를 본 것 같아요. 황정민 정말 멋지군요.

마노아 2006-04-26 0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독님은 그저 서로 밑바닥을 친 젊은이들이 서로를 이해하는 모습을 담아냈으니 그걸로 충분하다고 말씀하셨어요. 아무래도 러닝타임 등등 제약이 있었겠죠. 좀 더 설득력을 주지 못한 부분이 저도 아쉬워요^^
 

 

 

 

 

제목 그대로다.  로맨틱하고 달콤하게 보였던 그들의 연애 이야기는 어느 순간 살벌한 호러로 바뀌어 있었다.

박용우가 김치 냉장고를 들여다볼 때의 긴장감 넘치는 음악은, 냉장고 속이 비어 있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가볍게 바뀌었다가, 그가 그 안에서 썩어가는 손가락을 발견하는 순간 바로 긴장모드 음악으로 바뀐다.

영화가 여러 장르의 혼합 예술임을 새삼 깨닫게 하는 부분이었다.  요새는 드라마의 음악을 담당하는 사람을 보아도 공중파에서 인기를 끌지 못한, 지극히 마이너틱한 뮤지션들을 자주 보게 된다.  아쉬운 대로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본다.

최강희와 박용우 모두 꽤 많은 작품에 출연해 왔지만, 별로 뜨지 못한 배우들이다.  그런데 이번에 극을 보면서 박용우의 재발견이란 생각이 들었다.(최강희야 워낙 연기 잘했으니까...)  그는 소심하고 지극히 단순하고, 적당히 지적인 허영심도 갖고 있는, 그러면서도 나름대로 로맨틱 순정파인 캐릭터를 잘 소화해 내었다.

최강의 역시 가녀린 외형으로 보호본능을 자극하지만, 적당히 뻔뻔하고 놀라울 만큼 무식한 면모도 보이면서 야누스적인 캐릭터를 연기했다.

그런 설정을 세운 작가에게도 박수를.

언젠가부터 코믹 호러가 뜨고 있다.  시작은 "조용한 가족"(유사품 불량가족이 있다. ^^ㅎㅎㅎ) 같은데, 이제는 그때보다 더 웃기게, 더 진지하게 이야기를 끌어나간다.

사람 죽는 이야기가 개그의 소재로 나오는 것이야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기지만, 18세 관람 등급이니 쉬이 웃고 지나가자. ㅡ.ㅡ;;;

영화제작비도 그다지 많이 들었을 것 같지 않다.  블록버스터만 노릴 게 아니라, 이렇게 아이디어와 연기력 등으로 승부를 거는 영화가 더 많이 만들어지기를.. 그게 장기적으로도 헐리우드 영화에 우리 영화를 지키는 지름길일 테니까.

밤이 깊고 몸은 피곤해 두서 없이 적었는데, 하여간 영화 재밌었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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