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파크 예매 관람권 당첨되어서 보게 되었다. 사실 당첨된지 석달 가까이 지났는데, 담주 금요일 만료인지라 부랴부랴 보고 온 것.
원래 재밌단 소리 들어서 약간의 기대가 있었지만 기대 이상으로 재밌었다.
특별히 멋진 배우가 등장하는 것도 아닌데, 모두들 연기파 배우로 실력을 보여주었고, 처음 보는 얼굴들도 제 몫을 훌륭히 해주었다.
주인공 오동구는 여자가 되고 싶다. 친구 누나(서춘화였던가??)의 옷을 빌려다가 몰래 입어보고는 찢어먹기 일쑤고, 일본어 시간엔 일본어 선생님(초난강)이 자신을 향해 사랑의 하트를 날려주는 것으로 보인다.
책상 서랍을 열어보면 어린 소녀가 좋아할 잡다한 물건들이 가득 채워져 있다. 동구의 소원은 돈을 모아서 여자가 되는 수술을 받는 것.
(친구가 늦게 오는 바람에 앞에 10분 정도를 잘리고 보았는데, 수술 비용이 500만원이라고 앞에 나왔을까? 근데 생각보다 금액이 적네...;;;)
그래서 물게 된 미끼가 바로 씨름부였다. 대회 나가서 우승하면 장학금이 오백만원이라고.
이때부터 좌충우돌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씨름부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들은 모두 배꼽 잡을 만큼 웃기다. 한마디 대사로도 좌중을 웃길 수 있는 카리스마를 지닌 백윤식과, "난 씨름하기에는 겨드랑이가 너무 민감해"라고 말하는 선배나, 춤추는 모습도 귀염둥이 선배, 툭하면 동아리를 바꾸며 새로운 꿈을 꾸는 친구 녀석도 모두 재밌으면서 적당히 제 위치를 지킨다.
오랜만에 얼굴을 보게 된 이상아는, 눈가에 주름이 가득한 것이, 컨셉인지 세월의 힘을 버틸 수 없는 것인지 알 수가 없지만, 하여간 얼굴에 가면 쓰고 등장할 때는 인형처럼 예뻤다.
몇몇 인상적이었던 대사들...
"당신이 진짜 미운 이유는, 당신은 당신 자신을 너무 미워한다는 거야. 동구는 그렇지 않아."(이상아가 도망친 남편에게 한 말)
"넌 꿈이 있어서 좋겠다. 난 내 꿈이 뭔지 모르겠거든."(동구 친구의 대사)
"난 뭐가 되고 싶은 게 아니라 그냥 살고 싶은 거라고!"(거기에 발끈해버린 동구 대사)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힘들고 고통스러울 지도 몰라. 그래도 괜찮겠니? 네가 괜찮다고 한다면, 엄마가... 엄마가 네 생각... 존중해 줄게."(엄마가 동구에게 해준 말)
'존중'이라는 말이 그토록 따스하게, 그리고 장엄하게 들릴 수가 없었다. 참으로 힘든 말이었다. 내 아들이 남자로 태어났는데, 여자로 살고 싶어한다는 것. 어느 부모가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러나 그들 부부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서로 다른 길로 아들의 삶을 받아들여 준다. 아버지는 인정할 수 없다고 말하지만, 아들의 경기를 끝까지 지켜봐주는 것으로 아들에 대한 응원을 대신해 준다.
마지막 엔딩에서 노래하는 아들을 향해 박수 쳐주는 엄마의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을 때 영화를 만든 사람들을 향해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저예산 영화일 지는 모르겠는데, 스타배우 안 쓰고도 이 정도의 영화를 만들다니, 그 저력과 노력에 대한 영광이 뒤따르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