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끝난 지 한달도 더 지났는데 이제사 마지막 회를 보았다.
세편이 밀렸었는데 한편만 봐야지...했던 게 내리 세 편을 다 보고 말았다.
71회의 분량 중, 아프지 않은 내용은 없었다.
일제 강점기 때는 물론이요. 해방공간에서, 그리고 한국전쟁까지...
너무 가혹한 시대를 살았던 까닭에 그저 한 가족 한 지붕 아래서 사는 것도 버거웠고,
사랑하는 사람이 그 사랑하는 마음에 솔직해지는 것도 사치스러운 시절이었다.
네 명의 주인공의 관계는 사랑과 우정, 그리고 애증을 뛰어넘어 일종의 인류애마저 느껴지는... 그런 복잡한 기분.
처음 캐스팅이 발표되었을 때 우려가 많았다. 내 보기에 다 연기가 별로일 것 같아서.
그러나 작품을 다 본 지금, 그들 넷의 연기는 다 너무 훌륭했다.
가장 크게 성장한 것이 한은정이고, 김호진은 연기 인생이 걸었건만 제대로 '배우'로 보였고, 소유진도 그녀의 끼를 그대로 발산했고, 류수영은 아주 못하지는 않지만 아주 탁월치도 않은 정도였는데, 죽기 직전의 그 씬은 몇번을 돌려볼 만큼 절절했었다. 드디어 '자유'를 얻은 느낌의 편안한 미소!
그들 네 명의 주인공 모두가 해경, 동우, 운혁, 석경의 얼굴과 마음과 인생 역경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들의 연기 투혼에 박수를...
실제 역사가 끼어들면 언제든지 시끄럽기 마련이었다. 이번에도 소송에 휘말렸고, 제작진들은 조금은 주춤하는 듯도 보였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소신은 보여준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친일의 문제와 좌우의 대립, 동족상잔 등등... 이렇게 불편한 소재를 다루는 데 균형잡힌 시각을 유지한다는 것은 엄청 힘든 일이고, 어찌 보면 완벽하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게다가 이 작품은 '드라마'였고, 시청률에 보다 관대 혹은 초월한 KBS1 방영이라 할지라도 '로맨스'를 아예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 힘겨운 줄타기를, 내 생각엔 비교적 잘 탄 것 같다. 너무 잘 타서 마지막까지도 누구도 손가락질 할 수 없고, 온전히 편들어줄 수 없을 만큼 시청자도 함께 아파해야 했던 게 힘들다면 힘든 일이었지만.
풍조가 많이 달라져서, 과거라면 '영웅' 최운혁이 가장 멋진 캐릭터가 되었겠지만, 이젠 인간적인 로맨티스트 이동우가 더 호감이 가는 캐릭터가 되어버렸다.
실제로 난 이 방송이 끝난 직후 친구와 전화 통화하다가 언성이 높아지기까지 했는데, 당시 나로선 5회 분량을 아직 덜 본 상태였고, 친구는 이미 다 본 상태였다. 녀석은 해경이가 지조가 없다고 팔딱팔딱 뛰었는데 나로서는 절대 동의할 수 없었다. 옥식각신 하는데, 난 완결까지 못 보아서 그렇다고 하니 더 열이 받을 수밖에.
아무튼, 다 보고 얘기하자고 했는데, 지금 다 보고 나니 난 여전히 그녀가 지조 없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배신도 아니다. 그녀는 자신의 감정에 충실했고, 그리고 도리를 지켰으며, 그리고 그 모든 버거운 짐을 지고도 '희망'을 잃지 않으며 이 작품에 유종의 미를 거두는 존재로 남겨졌을 뿐이다.
드라마는 미적 감탄을 자아내며 끝이 났지만, 실제로 그와 같은 삶을 살았던 많은 사람들의 한과 눈물과 설움은 어찌 되는 것인가 탄식이 난다. 아직도 만날 날을 기다리는 이산 가족들... 분단 조국, 북의 핵무장화와 그에 따른 국제 사회의 변동, 중국의 역사 왜곡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마음이 무거워진다.
모든 사람이 바라듯이, 우리 나라의, 아니 우리 민족의, 아니 우리 개개인의 삶이... 한줄기 희망을 늘 유지할 수 있는, 그래서 행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메피스토님 서재에서 보았듯이, 우리들의 밝은 미래 때문에 나는 너무 눈이 부셔요!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