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투를 빈다 - 딴지총수 김어준의 정면돌파 인생매뉴얼
김어준 지음, 현태준 그림 / 푸른숲 / 2008년 11월
품절


기본부터 되짚자. 자, 대체, 결혼이 뭐냐. 두 어른이 하나의 독립 채산 가족, 창설하는 거다. 부모 가족에 인수합병, 아니라고. 그런데 언젠가부터, 우리 가족 시스템, 이 ‘어른’ 육성에, 실패하고 있다. 삶의 불확실성, 제 힘으로 맞서는 어느 순간, 아이는 어른이 된다. 그런데 우리 시스템, 그 대면, 부모가, 최대한, 지연시킨다. 부모의, 내가 널 어떻게 길렀는데-채권, 그리 확보된다. 그리고 그렇게 삶 자체를 위탁한 아이들, 결혼하고도, 평생 누군가의 자식으로 산다.

그래서, 이 땅에서 효도는, 채무다. 허나, 삶 자체의 변제, 애당초, 불가능한 거다. 그리하여 대한민국에서, 효도, 죄의식이 되고 만다. 명절은 그 죄의식 탕감받으러 가는 날. 길이 막혀 다행이다. 갇힌 시간만큼 속죄의 진정성은 입증되니. 반면 그 죄의식이 버거운 자들, 그 대리 지불, 자식된 권리로 합리화해 버린다. 유학도 결혼도 자식된, 합당한 권리. 그거 풀서비스 못하는 부모는 자격 미달자. 이들에게 부모는, 유산이다.

우리 사회, 이 과도 사육과 성장 지체를, 효와 사랑이라 부른다. 이 병든 패러다임에선, 자식은, 자식인 게 유세가 된다. 미친 거지.
-91쪽

자식이 부모에게 갖춰야 할 건, 효가 아니라, 인간에 대한 예의 그리고 애틋한 연민이다.
-93쪽

결혼날짜 정해 졌다면 알고 있었겠네, 동생도. 그 돈, 형 결혼자금이란 거. 근데 신나한다고. 이런 씨바. 돈, 주지 마. 자기 위해 형의 삶이 통째로 지체되는 걸, 당연할 걸로 치부하는 정도의 싸가지 위해, 당신 인생 유보할 필요, 뭐 있나. 그래봐야 겨우 공부 좀 잘한다는 게 남 밟고 서도 좋단 허가증이라도 되는 줄 안다. -99쪽

존재를 질식하게 하는 그 어떤 윤리도 비윤리적이다. 관계에서 윤리는 잊어라. 지킬 건 인간에 대한 예의다.-100쪽

인류 역사에서 가족이 종교 교리에 버금가는 신성함을 획득하고 사회보편적 가치가 된 것은 바로 그렇게 20세기에 이르러서의 일이다. 가족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을 하려는 건 결코 아니다. 가족이 중요한 건 너무 당연하다. 하지만 가족이란 단어가 만들어내는 사회적 신성함은 그렇게 최근에야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인간이 의도적으로 만들어내는 모든 사회규범은 언제나 그 방향이 옳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 압력의 도가 결국 인간의 존재 자체를 질식케 하는 데까지 이른다는 게 문제다. 가족이라는 규범이라고 해서 거기서 예외일 수는, 결코, 없다.-102쪽

우리는 부모를 욕망을 가진 한 사람의 독립된 여자와 남자로 바라보지 못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그런 시각은 불경스럽거나 외람되다. 부모는 사람이 아니라 부모다. 부모와 자식이 인간 대 인간으로 연민하고 신뢰하는 대등한 동지적 연대는, 자식이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성립될 수 없다. 이 전복 불가능한 절대 위계 위에 가족이 구축된다. 그리고 그 질서에 따라 각자 자신의 고정 배역만 연기한다. 이 질서를 교란하는 건 패륜이다. 패륜, 사람으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를 지키지 않는 것. 본능이 아니라 도리를 지키지 않는 거다. 그러니까 생물학적으로 자연결속된 생활 결사체이기만 한 것으로 오인되는 가족은 사실은 그렇게 사회적 역할극이다.-107쪽

한국 남자들, 아시아에서 가장 체격 좋고 교육 수준도 세계 톱클래스다. 근데 한 항목이 다 까먹는다. 독립지수. 우리 남자들, 평생 누군가의 아들이다.
최소한의 사회 안전망조차 작동하지 않았던 탓도 크겠다. 대한민국의 20세기는 개인이 스스로를 보호할 수 없을 때 국가 복지도, 지역 사회도 아닌 오로지 가족이 마지노선이었다. 오로지 비빌 데라곤 가족 밖에 없었던 게다. 가족 구성원 간 과잉 감정은 이 자폐적이고 방어적인 가족주의의 필연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과도하게 기대하고 요구하며 또 그로 인해 과도하게 상처 받고 실망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정도 이상의 감정 비용을 지불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바가지를 쓰고 있다고 여긴다. 모두가 모두에게 그렇게 채무관계로 결박되어 있다. -108쪽

명절은 이제 씨족 행사도, 집단 귀향도 아니다. 평소 마땅한 분량의 가족 의무를 수행하지 못한 자들이 그 죄의식을 탕감받으러 가는 날. 그러니 길이 막혀 다행이다. 차에 갇힌 시간만큼 속죄이 진정성은 입증된다. 도착한 자식들이 부모와 대화의 절반을 얼마나 길이 막혔는지에 소비하고 나머지 절반을 언제 가야 안 막히는지에 쓰는 건 그 번제의 의례다. 명절은 그렇게 죄의식만으로 작동한 지 오래다. 즐거울 리 없다. 명절이 다시 즐거워지는 길은 미풍양속 따위와는 상관없다. 부모는 신분이 아니라 실체다. 가족극의 배역이 아니라 구체적인 여자와 남자다. 그들은 숭고한 효의 대상이 아니라 애틋한 관심의 대상이다.
독립하자. 어른이 되자. 그래서 빚 없는 가족을 만들자. 명절이 즐거워지는 건 그 덤이다. -109쪽

후천적으로 획득한 ‘시누이’ 유전자. 그게 뭐냐. 전통적 의미에서 우리네 고부갈등의 본질은 가부장 가족체제 아래서 육아에서 봉양까지 담당하며 착취당하던 여성들이, 가부장이 취하고 남긴 자투리 권한을 놓고 벌였던 권력투쟁이야. 그리고 그 쟁투에서 승리한 유사가부장-시어머니의 후광 업고 섭정 권력을 후천 학습한 이가 시누이고. 시누이의 가학성은 개인 품성이 아니라 그렇게 권력구조의 소산이라고. 그 구조가 유효한 한 그 가학성은 사회적으로 유전되어 왔고. 시누이는 그래도 되는 법이란 집단유전자가 후천 획득되는 거지. 그러니까 고부 올케시누이 갈등을 개인 품성 문제로 죄다 환원시키는 티브이 아침상담 프로들은 모다 쉣인 거고. 이건 탓해봐야 뭔 소린지도 몰라. 지가 당해보기 전엔.
-111쪽

다 큰 어른들이 비루한 자신의 삶을 부모 탓으로 돌리는 것처럼 꼴불견도 없다. 그러니 떠날지 말지는, 그런 기준으로, 스스로에게 물어보시라. 당신이 감당할 수 있는 선택만 하라는 거다.
당신은 지금 한 인간으로서의 바닥을 드러내는 선택의 순간을 맞이했다. 그러니까 당신이 어떤 결정을 하든, 그 결정이 곧 당신이다. -117쪽

가족 간 문제의 대부분은 그렇게 서로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조차 지키지 않아 발생한다. 존재에 대한 예의란 게 친절하고 상냥하다고 지켜지는 게 아니다. 아무리 무뚝뚝하고 불친절해도 각자에겐 고유한 삶에 대한 배타적 권리가 있으며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스스로의 자유의지로 그 경로를 최종 선택하는 것이란 걸 온전히 존중하는 것, 그게 바로 인간에 대한 예의다. 그 어떤 자격도 그 선을 넘을 권리는 없다. 가족 사이엔 아예 그런 선이 없다는 착각은 그래서 그 자체로, 폭력이다.-120쪽

당신은 이제 '누군가의 아들'이 아니라 '누군가'가 되어야 할 나이다. 만에 하나, 당신이 아무리 요청해도 걱정된다며 당신들이 계속 통장을 쥐고 있겠다면, 그땐 월급이 문제가 아니다. 집, 나오시라. 당신이 지금 위탁 관리하고 있는 건 월급이 아니라 당신 삶 자체니까.-123쪽

당신 삶의 기준은 부모의 기대가 아니라 당신 욕망이어야 한다. 부모에 대한 예의로, 기왕이면 그들 기대치를 반영하려고 노력할 순 있다. 하지만 당신, 부모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이 땅에 태어난 거 아니다. 자기 인생, 남의 기대를 위해 쓰는 거 아니라고. 그것이 부모라도 마찬가지다.-125쪽

책임질 순 없지만 개입할 순 있다 생각하나. 책임 못지면 권리도 없다. 게다가 형수는 당신 집안에 들어가는 게 아니다. 당신은 그녀가 당신 집안에 소속될 사람인데 결격 사유가 있어 합류시킬 수 없단 툰데 그녀가 왜 당신 집안에 들어가나. 그녀는 당신 형과 함께 당신 집안과는 별개의 독립적 가족관계를 새롭게 만들어내는 거다. 당신 가족만의 영역에 그녀가 유입되는 게 결코 아니라고. -1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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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08-12-08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원하게 잘 썼네요.특히 영원히 아들기질을 못버리는 한국남자 이야기는 사실 정신분석 쪽에선 상당히 많이 지적해왔지요.

마노아 2008-12-08 21:01   좋아요 0 | URL
읽을수록 팬이 되어가요. 어찌나 지당한 얘기만 쏙쏙 집어주는지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어요. 물론, 싫어하는 사람도 많을 거예요. 하도 옳은 얘기만 해서요.;;;

네꼬 2008-12-08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하도 옳은 얘기만 해서"요? 나 올해에 김어준 아주 좋아하게 된 글이 있었어요. (우리집 냉장고에 오려붙여 뒀음.) 이거 보니까 이 책도 만만치 않겠는데요!

마노아 2008-12-08 22:43   좋아요 0 | URL
오옷, 냉장고에 붙여지는 그 명예를 얻은 글이 뭘까요? 공개해 주세요! ^^

노이에자이트 2008-12-09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영희 씨는 단칸방 시절부터 노모를 모시고 살았는데 <우상과 이성>에 그런 말을 썼죠.부모 모시지도 않은 사람들이 효도에 대해 이러니 저러니 고상한 말들을 많이 하더라 진짜 부모 모시는 사람은 남 얘기하듯 효도에 대해 그런 고상한 말을 할수 없는 법이다..

마노아 2008-12-09 12:27   좋아요 0 | URL
연말에 기부하는 행위에 대해서 이맘 때면 생색낸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자기 주머니를 절대 털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비슷한 예네요.
 
건투를 빈다 - 딴지총수 김어준의 정면돌파 인생매뉴얼
김어준 지음, 현태준 그림 / 푸른숲 / 2008년 11월
품절


지난 아테네 올림픽 때다. 우리 리포터가 풍물취재로 한 어부를 인터뷰했다. 잡은 생선 중 크고 좋은 놈들 따로 놓는 걸 보고 리포터는 당연하다는 듯 이쪽 상등품은 팔 거냐고 묻자, 어부는 무슨 소리냔 표정으로 먹을 거란다. 왜 값을 더 쳐줄 물건을 팔지 않냐 하자 나머지 판 돈만으로도 먹고살 수 있단다. 좋은 놈들은 와이프랑 먹을 거란다. 행복관이 판이한 게다. 이런 어부, 우리나라엔 없다. 왜. 우린 그렇게 배우질 않는다. 스웨덴 교과서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인간은 소유욕과 존재욕구를 가지는데 소유욕은 경제적 욕망을, 존재 욕구는 인간과 인간이, 인간이 자연과 더불어 살고자 하는 의지를 뜻한다고. 그런데 그 존재 욕구를 희생해 소유욕을 충족시키는 건 병적 사회라고. 공교육이 처음 가르치는 게 그런 거다. 사회 시스템 역시 그 가치관에 기초해 구축되고.
아이가 어른이 되는 과정서 가장 먼저 배워야 할 건 그렇게 자신의 삶을 어떻게 상대할 것인가, 그 기본 태도에 관한 입장이어야 한다. 우린 그런 거 안 배운다. 대신 성공은 곧 돈이라는 거. 돈 없으면 무시당한다는 거. 그 경쟁에서의 낙오는 인생 실패를 의미한단 거. 그렇게 경제논리로 일관된 협박과 회유로 훈육된다.-13쪽

p.s. 행복에 이르는 방도의 가짓수가 적을수록 후진국이다. '747' 과업을 못 이룬 나라가 아니라. -15쪽

우리나라엔 남의 욕망에 복무하는 데 삶 전체를 다 쓰고 마는 사람들, 자기 공간은 텅텅 빈 사람들, 너무나 많다. 당신만의 노선을 찾고 그리고 거기서 자존감, 되찾으시라. 시간이 오래 걸릴지도 모른다. 쉽지도 않다. 하지만 그 길은 당신 스스로 찾는 수밖에 없다. 다만, 결코 친절해지진 말라는 거. 오히려 이제부턴 차근차근, 남의 기대를 저버리는 연습을 하라는 거. 남의 기대를 저버린다고 당신, 하찮은 사람 되는 거 아니다. 반대다. 그렇게 제 욕망의 주인이 되시라. 어느 날, 삶의 자유가, 당신 것이 될지니.


p.s. 사람이 나이 들어 가장 허망해질 땐, 하나도 이룬 게 없을 때가 아니라 이룬다고 이룬 것들이 자신이 원했던 게 아니란 걸, 깨달았을 때다.

-25쪽

자존감이란 그런 거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부족하고 결핍되고 미치지 못하는 것까지 모두 다 받아들인 후에도 여전히 스스로에 대한 온전한 신뢰를 굳건하게 유지하는 거. 그 지점에 도달한 후엔 더 이상 타인에게 날 입증하기 위해 쓸데없는 힘을 낭비하지 않게 된다. 누구의 승인도 기다리지 않고 그저 자신이 하고 싶고, 재밌어하는 것에만 집중하게 된다. 다른 사람 역시 어떤 왜곡 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만약 내가 서울대를 갔더라면 분명 그렇게 살지 않았을 것이다. 세상의 수많은 가치 중 겨우 공부 하나 잘하는 걸 가지고 스스로 존재 자체가 우월하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어린 시절의 편협하고 유치한 멘탈리티, 그걸 결코 내려놓지 못했을 게다. 그리고 거기에 걸맞은 삶이라 생각되는 것들을 위해 내 인생 대부분을 소비하고 살았을 게다.
그렇게 누구의 기대도 저버리지 못했을 게다. 누군가의 기대를 저버린다는 건 내 존재의 우월함을 스스로 저버리는 거라 여겼을 테니까.
-28쪽

난 이제 자신이 온전히 자기 욕망의 주인이 된다는 게 얼마나 힘이 드는 것인지 안다. 그래서 이제 누구나 기대를 저버리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기대를 저버리는 연습 없이는, 평생을, 남의 기대를 위해 자신의 인생을 쓰고 만다. 단 한 번밖에 없는 삶에 그만한 낭비도 없다.

p.s. 그해 여름, 난 <딴지일보>를 창간했다. -29쪽

내 입장이 아니라 상대의 입장에서 상대의 처지를 이해하는 능력, 그렇게 세상을 보편타당한 시각으로 바라볼 줄 아는 능력을 우린 지성이라고 한다. 역시 언제나 문제는 '지능'이 아니라 '지성'인 것이다. -37쪽

공부 열심히 하면 훌륭한 사람 된다? 거짓말이다. 우리나라 공교육 열심히 따라가면 시험 잘 치는 사람 된다. 그럼 시험 잘 치면 훌륭한 사람 되나? 아니다. 시험 잘 치면 점수 잘 나온다. 하지만 점수와 훌륭한 사람과의 상관관계, 없다. 그럼 판검사나 의사들은 다 훌륭하시게? 단, 점수 높으면 연봉 높을 확률, 상대적으로 높다. 하지만 반드시 그런 건 또 아니다. 돈 버는 능력과 공부 능력, 별개다. 그럼 왜 어른들이 공부 공부 하나. 불안해서. 공부 외에 어떻게 훌륭한 사람 되는 건지 어른들도 모르니까. 아니 보다 근본적으로는 어떤 사람이 훌륭한 사람인지, 어른들 모른다. 물론 공부 잘하면 좋다. 유용하다. 하지만 공부와 훌륭한 사람, 관계없다. -43쪽

될 성싶은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 한 우물을 파라? 아니다. 떡잎만 봐선 모른다. 떡잎은커녕 나이 서른 넘어도 몰라. 우리 공교육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자신의 재능이 무엇인지, 자신이 원하는 게 뭔지 사유하고 각성할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다. 공교육 바로 그거 하라고 있는 건데. 하여 우리나라엔 대학 졸업하고도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원하는 게 뭔지, 뭘 하고 싶은지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다. 그런데 어떻게 한 우물을 파. 그러니 호기심 가고 궁금한 건 뭐든 닥치는 대로 덤벼들 보시라. 인생 790년 못 산다. 하고 싶은 건 겁먹지 말고 다 해봐. -44쪽

영어는 도구다. 어른들은 영어를 신분의 표식, 능력의 징표로 여겼기 때문에 자기 열등감에 그렇게들 영어, 영어 하는 거다. 다시 말하는데 영어는 도구다. 취미 맞으면 하고 안 맞으면 그냥 다른 과목처럼만 해. 그래도 된다.

사랑의 매? 그런 거 없다. 매는 그냥 매다. 악법도 법이다? 아냐. 악법, 바꿔야 한다. 악법 만나면 싸워. 시민불복종 공부하고.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노. 하나 보면 하나 안다. 사람 속단하는 거 아니다. 남자는 군대 가야 사람 된다? 천만에. 가야 하니까 가는 거야.

가난 구제는 나라도 못한다. 핑계다. 최소한의 사회 안전망 구축하라고 국가 있다.

동방예의지국, 이건 우리 조상들이 공물 상납 잘하고 종주국 예우 잘했다는 중국인들 칭찬이다. 뭐 자랑스러울 거 없다. -45쪽

미래란, 애초, 불안한 거다. 누구도, 모르니까. 그 공포가 금융시스템 탄생의 주역이다. 그거 통제코자 저금하고 펀드 사고 보험 든다. 당장의 즐거움 중 일부는, 그렇게 이자율과 수익률로 계량되어, 유보된다. 차후 인출될 현금으로 그 희열, 보상받으리라 믿으며. 그렇다면, 그 쾌락 중 과연 얼마를 털어, 예치할 것인가. 이 교환가치의 개인적 기준을 관장하는 게, 바로 세계관이다. 당신과 남친은 이게, 안 맞는 거고. 당신 믿음과는 다르게, 여기에, 옳고 그르고, 없다. 근검절약에 의한 부의 축적을 신의 축복으로 환산해 낸 칼뱅 자본주의는, 절묘하긴 하나, 절대적인 거 아니다. 사표 내고 전세 털어 세계일주 하는 커플들, 삶에 무책임해 그러는 게 아니라고.
-48쪽

자기 선택이 곧 자신이란 거, 이거, 사실, 곧이곧대로, 수용키 어렵다. 누구나 야비하고 몰염치하고 이기적이며 부도덕한 선택, 한다. 그리고 그런 선택 뒤 대다수는 사연부터 구한다. 그 선택을 합리화하고 정당화할. 그리고 그 속에 숨는다. 그리고 공감해줄 사람 찾는다. 피치 못 할 사연 있었단 거지. 자긴 원래 그런 사람 아니란 거지. 그런데. 아름답지 않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기 객관화의 임계점이란 게 있다. 그랬으면 하는 자기가 아니라 생겨 먹은 대로의 자신을, 덤덤하게, 정면으로 받아들이는, 그런 순간 있다. 자신이 멋지지 않다는 걸 인정하지 않고서 멋질 수는 결코 없는 법이란 걸 깨닫는. 이거 절로 안 온다. 도달해야 한다. 그러자면 대단한 분량의 용기가 지성과 함께 요구된다.




3. 모든 선택은 선택하지 않은 것들을 감당하는 거다. 사람들 선택 앞에서 고민하는 진짜 이유는 답을 몰라서가 아니라 그 선택으로 말미암은 비용을, 치르기 싫어서다. 당신은 그 관계로써 이젠 정숙한 아내, 윤리적 엄마가 아니다, 란 사실 감당하기 싫다. 그로 인한 죄의식, 불안 비용도 싫다. 반대 선택도 마찬가지다. 설레는 가슴, 정서적 충만, 격정적 사랑 잃고 건조한 결혼, 평범한 일상으로 되돌아가기 싫다. 둘 다 갖고 싶다. 선택하기 싫은 거다. 하지만. 공짜는 없다. 우주 원리다. 뉴턴은 이걸 작용, 반작용이라 했다. 근데. 이 말 가만 뒤집어 보면, 비용 지불한 건, 온전히, 자기 거란 소리다. 이 대목이, 포인트다. 공짜가 아니었잖아.


4. 내 결론은 그렇다. 자기 선택과 그 결과로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그로 인한 비용 감당하겠다면, 그렇다면, 그 지점부터, 세상 누구 말도 들을 필요 없다. 다 조까라 그래. 타인 규범이 당신 삶에 우선할 수 없다. 당신, 생겨 먹은 대로 사시라. 그래도 된다.

-54쪽

자기객관화란 입체의 연속된 공간 속에서 자신의 상대적 위치를 스스로 인지하는 거다. 그리고 그렇기에 거기 도달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여행이다. 세계 속에 연결되어 존재하는 자신의 상대적 위치를 오감으로 직감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일정 거리 이상이 확보되어야 제 모습 전체가 조감되는 법이니까.
그러기 위해 우리 땅의 물리적 연결이 필요하다. 서울역에서 기차 타고 평양 거쳐 모스크바 지나 파리까지 갈 수 있어야 한다.

전쟁 끝난 지 50년이 넘었다. 싸우다 말고 50년씩 쉬는 전쟁, 인류 역사에 없다. 이거 휴전 아니다. 종전이다. 미국, 이거 50년째 안 하고 있다. 전쟁이 일시 중지 상태인ㅇ 건 전쟁이 거대한 비지니스 모델인 자들에게나 짭짤하다. 맥아더, 벌써 40년 전에 죽었다.
이제, 땅을, 연결하자. 그게 진짜 세계화다.-57쪽

당신이 지불할 수 있는 비용은 어디까진가. 어느 것도 포기할 수 없다고? 그럼 아무것도 가질 수 없는 거다. 어느 것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하는 건 삶에 대한 응석에 불과하다. 어느 것도 포기할 수 없다가 아니라 어디까지 포기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게다가 꿈을 말하며 용돈 타서 쓴다는 당신, 부끄러워해야 마땅하다. 수입 적으면 적게 쓰라. 없으면 자신이 번 만큼만 쓰라.
정신 똑바로 차리고 위의 세 가지 질문에 냉정하게 답한 후 '꿈'을 말해도 말하시라. 그런 질문 생략하고 그저 꿈만 말한다면, 그 단어 뒤에 숨어 부모한테 얹혀사는 팔자 좋은 놈팽이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꿈은 목표이지 핑계일 수 없다. -65쪽

어떤 일을 하고자 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그냥 그 일을 하는 거다. 실패를 준비하며 핑계를 마련해두는 데 에너지를 쓸 게 아니라. 토 달지 말고, 그냥, 그 일을 하는 거, 그게 그 일을 가장 제대로 하는 법이다. 그런다고 하고 싶은 대로 다 되느냐. 세상에 그런 게 어디 있겠나. 도리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는 거지. 하지만 해보지도 않는데 그걸 도대체 어떻게 알겠나. 하지도 않고 하고 싶은 대로 되길 바라는 건 멍청한 게 아니라 불쌍한 거다. 자기 인생에 스스로 사기 치는 거라고. 그리하여 난 꿈을 말하는 대신 이렇게 외쳐야 한다고 믿는다.
"하면, 된다! 아님 말고."-67쪽

다행히 여행이 선사한 선과 색과 면의 세례를 나도 모르게 받아, 운 좋게도 몇 마디 더듬거릴 줄은 알게 된 난 이제, 돈 많이 버는 것보다, 비싼 집에서 사는 것보다 훨씬 더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 제 나름의 고유한 스타일을 가지는 거라 믿는다. 그게 없는 사람은 도무지 섹시하지가 않다. -76쪽

더치페이가 결코 나쁜 건 아니지만 동시에 이걸 기억해둘 필요 있겠다. 딱 반이 항상 가장 공평한 건 아니라는 거. 사실 모든 인간관계가 다 그렇다. -81쪽

은퇴는 30대부터 대비해야 한다......

그렇게 지나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시간을 어차피 다가올 시간을 위해 유보해버린다는 사고방식도 매력적이지 않지만, 나이를 먹으면 나이를 먹는 대로 하고 싶은 것이 또 따로 존재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 사고방식은 노년이란 젊었을 때 모아둔 연금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퇴물이 되는 게 당연한 순리라고, 아예 사회적으로 못 박아버리는 것 같다는 거다. 물론 체력도 지력도 따라주지 않아 그러고 싶지 않아도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는 건 안다. 하지만 젊었을 때부터 미리 그런 상황만을 준비한다는 게 나로선 마뜩지 않다. 30대에 하고 싶은 것의 리스트가 있는데 70대에 하고 싶은 것 리스트가 없으란 법이 어디 있는가. -82쪽

테이블은 서너 개만 둘 것이며 부자 되자고 하는 건 아니니 가격은 딱 식당 돌아갈 만큼만 책정한다. 그러니 손님은 그냥 내가 준비한 걸 먹거나 아니면 꺼지거나 둘 중 하나만 할 수 있다. 그리고 지들끼리 밥만 처먹는 것들은 퇴장이다. 오면 당연히 대화에 동참해야 한다. 조선일보를 칭송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대화 내용에 문제 있어도 바로 퇴장이다. 그렇게 취향과 세계관이 비슷한 사람들과 먹고 마시고 떠들며 늙어가고 싶다.
이 식당을 위해 난 50대부터 요리를 배울 생각이다. 어느 날 갑자기 요리 학원 3개월 다녀 배우는 게 아니라 살면서 두 달에 하나씩 일년에 다섯 가지 정도. 그렇게 50대 내내 요리를 배울 생각이다.
그리고 그 모든 걸 한 사람의 동업자와 하고 싶다. 서빙을 내가 하면 요리를 그가 하고 요리를 내가 하면 서빙을 그가 하는. 따로 설명이나 지시 필요 없고 이윤과 역할 때문에 다투는 법 없는, 그런 동업 한 사람과 인생 마지막을 보내고 싶다. 인생 전체를 털어서 그런 동업자 한 사람, 그 나이에 남길 수 있다면, 그럼 성공한 삶이 아니겠나 싶다.-84쪽

부모를 바꾸려는 모든 시도는, 그것이 논리적이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들이 살아온 방식 자체를 부정하란 것으로 여겨지기에, 실패한다. 설득 대신 한겨레 구독해 우편으로 보내드리시라. 거기까지가, 예의다. 그리고 그 문제로 당신들끼리 싸우지 마시라. 슬프다. 대신 당신들 다음 세대에게는 이 유산, 절대로, 물려주지 않겠다는 걸로 매듭지으시라. 나쁜 것의 가장 나쁜 점은 유전된다는 거니까.

p.s. 조선일보, 편파적이어서가 아니라 그 편파에 이르는 과정이 공정하지 않기에, 나쁘다.-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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쟈니 2008-12-04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의 욕망에 복무하는 데 삶 전체를 다 쓰고 마는 사람들" 여기에 백배 공감합니다. 한국인은 타인의 기준으로 자기의 행복을 판단한다고 하죠..

마노아 2008-12-04 22:48   좋아요 0 | URL
한국인들은 본인이 가진 것에 비해서 힘들게, 혹은 불행하게 사는 듯 보여요. 그게 바로 남의 욕망에 복무하는데 삶 전체를 쓰는 까닭인 듯 싶어요. 휴우...

다락방 2008-12-04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재미있겠어요. 보관함에 또 넣고.

마노아 2008-12-04 22:48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이 책 생각보다 훨씬 더 괜찮아요! 전 후배 선물하려고 한 권 더 주문했어요.
오늘 주문하면 알사탕 1,100개 주거든요^^ㅎㅎㅎ

노이에자이트 2008-12-05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가 공부라고 생각하는 거 교과서 참고서 자습서 읽고 쓰고....그거 공부 아닙디다.제가 아는 캐나다 사나이가 그랬어요.한국학생들 학교에서 밤 늦게까지 있는데 그건 공부가 아니다...

마노아 2008-12-05 20:35   좋아요 0 | URL
어릴 때 우리나라와 민족의 자질, 능력에 대해서 자학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나쁘다고 배웠어요. 그런 건 일제 때 심어진 나쁜 습관이라고요.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요즘엔 식민사관이 아니라 진짜 뭔가 나쁜 형질이 있는 건 아닐까 갑갑스럽기도 해요. 대체 제대로 하는 건 뭐가 있나 싶어서요. 이런 피로감, 절망감이 그때 그들이 원했던 정체성일까요.

순오기 2008-12-06 0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간밤에 여기에 내가 댓글 달았는데 어디로 사라졌지?
꿈속에서 달았나? 분명 감동받고 끼적거렸는데~~~~~
댓글저장을 안 눌렀나? 귀신이 곡할 노릇이군!ㅜㅜ

마노아 2008-12-06 08:18   좋아요 0 | URL
아아, 이런! 순오기님의 댓글을 누가 삼켰을까요! 아까워요. 우워어!!ㅜ.ㅜ

노이에자이트 2008-12-06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학도 나쁘지만 모든 걸 남의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가장 비주체적인 사고방식이지요.일본이 들어오기 전에 이미 뿌리박힌 관행도 많다고 봐야죠.

마노아 2008-12-06 23:06   좋아요 0 | URL
그게 정답이네요. 자학도, 남탓도 금물이지요. 속도 상하고 화도 나고 답답하기도 한데, 그래도 그조차도 못 느끼는 것에 비하면 낫다는 생각은 합니다. 지레 지쳐서도 안 되겠고요.
 
베트남 - 동남아학총서 10 동남아학총서 10
한국베트남학회 엮음 / 한국외국어대학교출판부 지식출판원(HUINE) / 2000년 9월
절판


베트남 북부지역에는 중국 운남성에서 발원하여 그 길이가 400km에 달하는 홍하강이 있다. 홍하가 바다로 흘러 들어가면서 홍하델타(15.000km2)를 형성하였는데, 베트남에서 이 지역의 인구밀도가 가장 높다. 남쪽에는 중국 티벳고원에서 시작되어 그 길이가 4.500km에 달하는 메콩강이 있어 베트남에서 가장 쌀을 많이 생산하는 메콩델다(60.000km2)를 형성하였다.
베트남 국토의 3/4은 산과 구릉지이며 가장 높은 산은 3.143m 높이의 판시판 산으로 서북쪽에 위치. 베트남 중부 고원지대는 산간 분지를 이루고 있다.
메콩강은 수 백만년 동안 강 아래로 흘러 내려오는 침전물로 세계에서 가장 큰 델타지역의 하나를 만들었다. 이 델타평원은 매우 비옥하여 베트남 사람들은 여러종류의 양질의 열대작물을 경작. 메콩델타는 해마다 100m씩 바다 쪽으로 늘어나고 있다.-1쪽

베트남은 남북 간 위도 차이가 크고 지역에 따라 고저가 심하기 때문에 다양한 기후를 보여주고 있다.
전 국토의 1/3이 해발 500m 이상이므로 국토의 많은 지역이 아열대 기후이거나 해발 2,000m 이상의 지역은 온화한 기후를 보여주고 있다.
베트남의 기후는 아시아 몬순지대에 속하여 우기와 건기가 번갈아 나타난다. 지역에 따라 습기가 많고 서늘한 산지기후, 약간 건조한 적도 기후 등을 비롯하여 북부 산간지대는 냉량기후, 북부에서 중부에 걸친 지역은 온습한 열대기후를 나타낸다. 그리고 남부 저지대는 열대몬순 기후를 보여주고 있다. 베트남 대부분의 지역은 연간 평균 2,000mm 강우량을 나타내고 있다. -4쪽

남부지역은 아적도대의 기후. 6월부터 8월까지가 가장 습하고 건기는 12월부터 4월까지이며 2월 말부터 5월까지 무덥고 습하다. 남부의 중심도시인 호찌민 시의 연 평균 기온은 27도

중부지역의 해안 저지대는 4,5월부터 10월까지 많은 비가 오지 않는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에도 매우 습하다.

북위 18도 선 이북 지방은 겨울과 여름의 두 계절이 있다. 북부의 중심 도시인 수도 하노이의 1월 평균 기온은 20도이고 가장 더운 7~8월은 30도가 넘는다. -5쪽

베트남은 인구의 약 70% 이상이 농업에 종사하는 농업국이다. 이들 농민들은 매우 가난하며 특히 북쪽의 홍하 델타 지대는 인구 밀도가 매우 높고 그 만큼 빈곤지수가 더 높다. 이들 농민들은 그들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산림을 파괴함으로써 심각한 자연 재해를 야기시키고 있다. 원래 베트남 전 국토는 밀림으로 덮여 있었다. 산림의 파괴는 이따금 홍수를 일으키고 있다.
아직까지 공업제품의 생산시설을 위한 공장이 부족하여 공해는 그리 문제되지 않으나 최근 외국으로부터 공해물질 생산을 위한 시설이 유입되고 인구의 급속한 도시 집중으로 환경문제 심각해지고 있다. -6쪽

베트남 전쟁 기간인 1962년부터 1971년까지 10년 동안 미군은 7.200만 리터에 달하는 고엽제를 남베트남 밀림지대에 살포. 고엽제의 살포는 남베트남 내에서 베트콩의 지형지물을 파괴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졌는데, 이로 인해서 남베트남 전 영토의 16%가 철저하게 유린되었다. -8쪽

베트남은 야생동물이 많이 서식하고 있었으나 최근 밀렵이나 사냥, 각종 공해에 의해 이들의 서식지가 파괴되어 급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베트남은 동아시아의 철새 이동통로에 위치하고 있다.
베트남을 여행하는 사람들이 흔히 볼 수 있는 동물들에는 짧은꼬리원숭이나 붉은털원숭이, 나무다람쥐 등이 있다.
베트남 정부가 특별하게 보존하려는 동물들은 코끼리, 코뿔소, 호랑이, 표범, 흑곰, 벌꿀곰, 넓적코원숭이,몸이야윈인도산 원숭이, 긴팔짧은꼬리원숭이,붉은털원숭이,산염소의 일종인 세로우, 박쥐, 검갈색의 수풀 황소인 코우프레이, 들황소의 일종인 반땡, 악어, 비단뱀, 코브라, 자라 등.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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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02 1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2-02 12: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2-02 18: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2-02 18: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2-02 2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2-02 2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08-12-03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트남 전문가가 탄생하겠군요.열심히 공부하십시오.풍속이나 식생환경에 대한 정보가 매우 유용합니다.

마노아 2008-12-02 19:00   좋아요 0 | URL
공부할수록 재밌고, 경이롭기까지 해요. 몽골하고는 또 다른 느낌이에요.
베트남을 설명하기 위한 몇 가지 키워드가 필요한데, 북부,중부,남부(혹은 북부, 남부)의 다른 발전 과정 하나랑 저항과 독립, 통일이라는 키워드 하(여기서 전쟁이 같이 설명되고) 그리고 도이머이까지 하면 세 개인데, 뭔가 부족해 보여요. 뭘 더 골라야 하는지 마구마구 고민중이랍니다!

네꼬 2008-12-02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렇게 다양한 관심사라니. 마노아님은 알수록 모르겠어요. (^^)

마노아 2008-12-02 23:04   좋아요 0 | URL
앗, 베트남은 일 때문에 공부하는 거예요. 베트남을 설명해야 할 일이 생겼거든요^^;;
 
Enjoy 베트남 - No plan! No problem! 인조이 세계여행
장준영 지음 / 넥서스BOOKS / 2008년 1월
구판절판


자연환경
위치 : 북위 16도, 동경 106도
국토면적 : 한반도의 1.4배 정도
표준시각 : 한국의 표준 시각보다 2시간 늦다.
기후와 날씨 : 남북으로 긴 국토로 인해 지역에 따라 기온과 기후 차이가 크다. 남부는 전형적인 몬순 기후로 5월~10월은 우기, 10월~3월은 건기이다. 남부 지역의 평균 기온은 26~28도이다. 북부 지역은 사계절이 있어 여름에는 30도 이상으로 무덥다가 겨울에는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지역도 있다.
지형 : 남부지역의 메콩 델타 유역과 북부지역의 홍하 델타를 제외한 국토의 75%가 산악지대이다.

인문환경
인구 : 85,262,356명(2007년 7월)
인구증가율 : 1.004%(2007년)
성비 : 여자 1명당 남자 0.982명(2007년)
종족 구성 : 다수종족인 낑족(또는 비에트족) 86.2%
종교 : 불교 9.3%, 가톨릭 6.7%, 호아 하오 1.5%, 신교 0.5%, 이슬람 0.1%, 종교 없음 90.8%(1999년). 그러나 유교, 도교, 토착 신앙이 결합한 대승 불교를 국민의 80% 이상이 믿는다.
언어 : 국어는 베트남어, 영어, 불어, 크메르어, 기타 소수 종족 언어.
-174쪽

경제
1986년 도이머이 정책을 펼치면서 연간 9%대의 GDP 성장을 기록했다. 2001년 이후 세계 시장으로의 편입을 위해 경제의 사유화를 강력히 실시했고, 자본주의 경제로의 도약을 위한 구조적 개혁도 빠른 속도로 이어졌다.
베트남은 섬유 분야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농업이 경제의 20~25%를 담당하는 농업국가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직까지 하루 생활이 1달러 미만의 국민이 즐비한 가난한 국가 중의 하나이다. 풍부한 노동력을 중심으로 노동 집약적인 2차 산업으로 산업 구조가 이동하고 있는 가운데 연 7~8%의 경제 성장을 하는 베트남 경제의 미래는 그리 어둡지는 않다. 현재 수많은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에 진출해 있으며, 도시 농촌 간의 빈부 격차가 상당히 큰 수준으로, 하노이나 호치민의 부유층은 상상 이상의 부유한 생활을 하고 있기도 하다.

주의 : 베트남 사람들은 베트남 전쟁에 대한 얘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민족 상잔의 비극이기도 하고 외국인들이 베트남을 전쟁으로 기억하기를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174쪽

교통
공항수 : 32개(2006년)

군사
공식 명칭 : 인민군.
근무 방법 : 18~40세 징병제로 근무 기간은 24개월, 해군은 3~4년
가용 군사수 : 남 18~49세 21.341.813 여 18~49 21.430.808(2005년)

-175쪽

베트남 여자들의 전통 의상인 아오자이는 관광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쇼핑 목록이다. 아오자이는 중국의 치파오와 비슷한 슬림한 라인의 긴 원피스에다 통 넓은 긴 바지를 받쳐입는데 옷감이나 색깔이 아주 다양하다. 또한 더운 날씨로 얇고 하늘하늘 비치는 옷감이 많다. 아오자이를 살 때는 반드시 입어 보고 사야 한다. 보기에는 예쁘지만 한국인의 체형에는 잘 맞지 않기 때문이다. 골격이 가늘고 팔다리가 긴 베트남 여성의 체형에 어울리는 옷이다.
-176쪽

베트남 요리는 중국의 영향으로 인해 조리법이나 재료가 중국 요리와 비슷하지만 기름지지 않고, 태국 요리와는 달리 맵지 않다. 베트남 음식의 기본은 밥과 국수이다. 우리나라에서 베트남 쌀국수로 유명한 국수는 아침 식사로 애용된다. 남부 지역은 무더운 날씨를 이겨내기 위해 발효 음식을 먹는데 느억 맘이 대표적이다. 느억 맘은 음식의 간을 조절해 주기도 하지만 더운 여름을 날 수 있게 해주는 단백질 공급의 원천이 되며, 돼지고기, 닭고기 등의 요리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양념장이기도 하다.

퍼(Pho) : 말이 필요 없이 베트남을 대표하는 쌀국수이다. 삶은 쇠고리를 얇게 저며 고명으로 얹은 것이 퍼 보 찐, 생고기를 얹은 뒤 뜨거운 국물을 붓는 퍼 보 따이

짜 조(Cha Gio) : 영어 명칭이 스프링 롤. 퍼와 함께 베트남을 대표하는 음식이며 과거에는 설날 음식 중의 하나였다.
-184쪽

인도차이나 3국은 프랑스의 식민 통치로 인해 바게트빵이 아침 대용으로 인기 있는 메뉴이다.
베트남 커피의 질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카페에서 마시는 베트남 커피는 아주 진해서 마치 사약과 같은 느낌을 준다.
-186쪽

안녕하세요? 씬 짜오.
만나서 아주 반갑습니다. 젓 부이 드억 갑 반.
안녕히 계십시오. 땀 비엣.
감사합니다. 씬 깜언.
미안합니다. 씬 로이.
예. 벙.
아니오. 콩.
모릅니다. 콩 비엣.
제 이름은 000입니다. 또이 라 000.
좋습니다. 똣 꽈.
한국인입니다. 또이 라 응어이 한꿕 아.
-부록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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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머리 앤 - 빨강머리 앤 100주년 공식 기념판
루시 M. 몽고메리 지음, 강주헌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8년 10월
구판절판


"왜 기도를 할 때는 무릎을 꿇어야 하죠? 저라면 정말 기도하고 싶을 때 이렇게 하겠어요. 혼자 드넓은 들판에 나가거나 깊고 깊은 숲 속으로 들어가서 하늘을 올려다볼 거예요. 푸른색이 끝없이 펼쳐진 것처럼 보이는 아름답고 푸른 하늘을 높이, 높이, 높이 올려다볼 거예요. 그런 마음으로 기도가 느껴질 거예요. 자, 저는 준비됐어요. 뭐라고 말해야 하나요?"-87쪽

"네, 한꺼번에 다 먹지는 않을 거예요. 오늘 밤에는 하나만 먹을 거예요, 마릴라 아주머니. 절반은 다이애나에게 주고 싶은데, 괜찮겠죠? 다이애나에게 좀 주면 나머지 절반이 두 배는 맛있을 거예요. 다이애나에게 줄 것이 생겼다고 생각하니 너무 기뻐요."-143쪽

"마릴라 아주머니, 뭔가를 기대하는 게 그것에서 얻는 기쁨의 절반이에요. 그걸 얻을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걸 기대하는 재미는 무엇도 막을 수가 없거든요. 린드 아주머니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사람이 행복하다. 실망하지도 않을 테니까'라고 말씀하지만, 저는 실망하는 것보다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것이 더 나쁘다고 생각해요."-150-151쪽

그 길을 걸으며 앤은 "단풍나무는 아주 사교적인 나무야. 항상 바스락거리며 너한테 속삭이잖아"라고 말하곤 했다. -169쪽

"절대로 길버트 블라이스를 용서하지 않을 거야. 필립스 선생님도 내 이름을 쓰면서 e를 빼먹었어. 내 영혼이 학대받았어, 다이애나."-179쪽

"마릴라 아주머니, 10월이 있는 세상에 살아서 너무 좋아요. 만약 9월에서 11월로 곧장 넘어가버리면 끔찍할 것 같지 않나요? 이 단풍나무 가지 좀 보세요. 가슴이 두근대지 않나요? 이걸로 제 방을 장식할 거예요."

미적 감각이 별로 발달하지 못한 마릴라가 말했다.

"지저분하다. 밖에 있어야 할 걸로 방을 온통 어질러놓았잖니. 침실은 잠을 자는 곳이다."

"꿈을 꾸는 곳이기도 해요, 마릴라 아주머니. 또 방에 예쁜 것이 많으면 훨씬 더 멋진 꿈을 꿀 수 있잖아요. 이 가지들을 파란 단지에 꽂아서 제 책상 위에 올려놓을 거예요."-190쪽

길버트에게는 순전히 선의의 경쟁이었지만 앤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바람직하지는 않았지만 앤은 원한을 품어두는 경향이 있었다. 앤은 사랑도 증오도 모두 격렬했다. 앤은 학교에서 길버트와 경쟁하고 있다는 걸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그렇게 되면 앤이 고집스레 무시하던 길버트의 존재를 인정하게 되는 꼴이기 때문이었다. -215쪽

"마릴라 아주머니, 내일이 아직 아무런 실수도 저지르지 않은 새 날이라고 생각하면 기쁘지 않으세요?"

"내일도 너는 많은 실수를 저지를 거다. 너처럼 실수투성이인 애는 본 적이 없으니까."-273쪽

"그래도 제가 상상력이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으세요? 상상을 하면서 지내면 견디는데 도움이 될 거예요. 상상력이 없는 사람은 뼈가 부러졌을 때 어떻게 견뎌낼까요."-289쪽

매슈는 앤의 교육 문제에는 상관하지 않기로 한 걸 벌써 몇 번이고 다행이라 생각했다. 앤의 교육은 전적으로 마릴라의 책임이었다. 매슈가 앤의 교육을 책임졌더라면, 앤이 원하는 대로 해주고 싶은 마음과 의무감 사이에서 갈등하며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럴 필요가 없는 매슈는 마릴라의 표현대로 마음껏 '앤을 망쳐놓을 수 있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그것도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니었다. 때로는 작은 '이해'가 세상에서 가장 공들인 '교육' 만큼 효과가 큰 법이다.-298쪽

"아무것도 먹지 못할 거 같아요. 이렇게 흥분이 되는 순간에 아침은 너무 현실적이잖아요. 전 차라리 이 드레스를 보면서 눈의 성찬을 즐기겠어요. 퍼프소매가 아직 유행하고 있어 정말 다행이에요. 제가 이런 드레스를 입어보지도 못하고 유행이 지나가버렸더라면 그 아쉬움을 절대로 잊지 못했을 거예요. 전 사실 제 옷에 만족할 수 없었거든요. 그리고 저에게 리본을 주시다니 린드 아주머니도 너무 친절하신 분이에요. 이런 때에는 모범생이 아닌 게 정말로 유감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언제나 앞으로는 모범생이 되자고 결심하지만 떨쳐버릴 수 없는 유혹을 이겨내기가 정말로 힘이 들거든요. 다음부터는 정말로 노력해야겠어요."-309쪽

마릴라가 나가자, 한쪽 구석에 말없이 앉아있던 매슈가 앤의 어깨에 손을 얹고는 나지막이 말했다.

"네 낭만을 모두 포기하지는 말거라, 앤. 조금은 괜찮아. 물론, 너무 많이는 말고. 조금은 간직하거라. 조금은."-347쪽

"오늘 저녁은 꼭 자줏빛 꿈같지 않니, 다이애나? 살아 있다는 게 너무 기뻐. 아침에는 아침이 최고라는 생각이 들지만 저녁이 오면 저녁이 더 좋은 것 같아."-349쪽

조시 파이가 레이스 뜨기에서 일등을 했어요. 저도 정말로 기뻤어요. 또 조시가 일등을 해서 내가 정말로 기뻐하는 것도 기뻤어요. 제가 그만큼 나아졌다는 증거잖아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세요, 마릴라 아주머니?"-354쪽

"배리 할머니는 약속하신 것처럼 우리를 손님방에서 자게 해 주셨어요. 정말 멋진 방이었어요, 마릴라 아주머니, 하지만 손님 방에서 잠을 자는 일이 왠지 제가 생각했던 것만큼 좋지는 않았어요. 그 점이 어른이 돼 가면서 나쁜 점이겠죠. 그것을 깨닫기 시작했어요. 어렸을 적에 원하던 일이 실제로 이루어지면 생각했던 것보다 절반도 좋지를 않아요."-356쪽

다이애나는 자기도 도시 체질인 것 같다고 말했어요. 배리 할머니가 저도 그러냐고 물어보셨는데 저는 진지하게 생각을 해본 다음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대답했어요. 그래서 잠자리에 든 다음 생각을 해보았죠. 그때가 뭔가를 생각하기엔 가장 좋거든요. 그래서 결론을 내렸는데요, 마릴라 아주머니, 저는 도시 체질이 아니라는 거예요. 그래서 기뻐요. 가끔은 밤 11시에 멋진 레스토랑에서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도 좋긴 하지만, 평소에는 11시면 제 동쪽 방에서 편안히 잠들어 있는 게 더 좋거든요. 내가 잠든 사이에 밖에서는 별들이 빛나고 바람은 시내를 건너 전나무 숲으로 불어오겠구나 생각하면서요."-357쪽

"세상에, 언제 키가 이렇게 컸니?"
그리고 긴 한숨이 이어졌다. 이상하게도 앤이 크는 것이 아쉬웠다. 마릴라에게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준 아이는 어느덧 사라져버리고, 껑충 커버리고 진지한 눈빛과 생각에 잠긴 듯한 이마와 자신감에 넘치는 작은 얼굴을 가진 열다섯 살의 소녀가 눈앞에 서 있었다. 마릴라는 과거의 작은 아이만큼이나 지금의 이 소녀를 사랑했지만 뭔가를 잃어버린 느낌이 들었다. 그날 밤 앤이 다이애나와 기도회에 간 후, 마릴라는 겨울 저녁의 어스름 속에 혼자 앉아 울음을 터트렸다. -383쪽

아, 다이애나, 수학 시험만 끝낸다면! 하지만 린드 아주머니가 말씀하셨듯이 내가 수학에서 실패하든 성공하든 태양은 변함없이 떠오르고 또 지겠지. 맞는 말이지만 특별히 위로가 되지는 않아. 차라리, 내가 실패하면 태양도 뜨지 않는 게 낫겠어!

-너의 충실한 친구, 앤-393쪽

3주가 지나도 합격자 명단은 발표되지 않았다. 앤은 그런 긴장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식욕도 떨어졌고, 에이번리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관심도 시들해졌다. 린드 부인은 보수당원인 교육감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냐고 빈정댔고, 앤이 매일 오후 우체국에서 창백한 얼굴로 기운 없이 터덜터덜 돌아오는 모습을 지켜보던 매슈는 다음 선거에서는 자유당에 투표를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395쪽

"제 꿈은 그 어느 때보다도 커요. 목표가 좀 바뀌었을 뿐이죠. 저는 좋은 선생님이 될 거예요. 아주머니의 눈도 지켜드릴 거예요. 공부는 여기 집에서도 할 수 있어요. 저 혼자서 대학 과정을 조금씩 공부해나가면 돼요. 계획이 아주 많아요, 마릴라 아주머니. 1주일 내내 생각했거든요. 여기서 최선을 다할 것이고 그렇게 하면 뭐든 얻게 되겠죠. 퀸스 학교를 졸업할 때는 제 미래가 곧게 뻗어있는 길롬나 나아갈 줄 알았어요. 그 길을 따라가면 많은 이정표를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제 그 길에 굽은 길이 생겼어요. 그 모퉁이를 돌아가면 무엇이 저를 기다리고 있을 지 저도 몰라요. 하지만 좋은 게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생각할 거예요. 모퉁이 너머에 어떤 길이 있을지 궁금해요. 어떤 초록빛 영광, 부드럽고 얼룩덜룩한 빛과 그림자가 있을지 궁금해요. 어떤 새로운 풍경이 펼쳐지고, 어떤 새로운 아름다운 모습이 나타날지, 또 어떤 모퉁이와 언덕과 골짜기가 있을지 궁금해요."-455쪽

퀸스에서 집에 돌아와 그곳에 있던 날 밤 이후로 앤의 세계는 좁아지고 말았다. 앤은 앞에 놓인 길이 좁아지긴 했지만, 그 길을 따라 평화로운 행복의 꽃이 피어나리라고 확신했다. 성실한 노력과 가치 있는 꿈, 마음이 맞는 친구에게 얻는 기쁨이 앤의 것이 될 테고, 타고난 상상력과 꿈에 그리는 이상적인 세계를 앤에게서 빼앗아 갈 것은 없었다. 길에는 언제나 모퉁이가 있기 마련이다!

앤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하느님은 천국에 계시고, 땅에서는 모든 것이 평화롭도다."-4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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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나 2008-12-01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릴라 울때 저도 울컥하네요. 저도 앤이 커버렸을때 좀 슬펐어요 -

마노아 2008-12-01 21:01   좋아요 0 | URL
우리 안의 앤은 여전히 작고 귀여운 꼬마인데, 그 앤이 자란다는 건 저도 참 슬퍼요.

코코죠 2008-12-01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릴라가 나가자, 한쪽 구석에 말없이 앉아있던 매슈가 앤의 어깨에 손을 얹고는 나지막이 말했다.

"네 낭만을 모두 포기하지는 말거라, 앤. 조금은 괜찮아. 물론, 너무 많이는 말고. 조금은 간직하거라. 조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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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옷장 속에는 한번도 입고 나가지 못한 빨간 벨벳 드레스가 있어요. 제 비밀상자 속에는 공주의 큐빅 왕관과 진주 귀걸이가 들어 있구요. 제게는 핑크색의 10센티짜리 하이힐도 있답니다. 이 구두를 신고 걸을 수는 없어요. 발이 진짜 아프거든요. 그러나 제 낭만을 포기하지는 않을 거예요. 물론, 너무 많이는 말고, 조금은 간직할래요. 조금은.



마노아 2008-12-01 21:03   좋아요 0 | URL
아, 공주의 큐빅 왕관과 진주 귀걸이, 게다가 핑크색 하이힐이라구요! 이건 절대적으로 낭만적이군요! 그 낭만을 포기할 수는 없지요. 조금은, 꼭 간직해야지요. 아, 역시 오즈마님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