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달빛푸른고개 > <핑퐁>(박민규 장편, 펌-오마이에서)

다 죽이는 걸 써보고 싶었다
[오마이뉴스 2006-09-22 17:35]    
[오마이뉴스 조은미 기자] 그는 새까만 고글을 쓰고 나타났다. 고글의 고무줄이 그의 머리 뒤로 둥그렇게 돌아가 뒤통수를 단단하게 껴안았다.

머리는 길었다. 등줄기를 타고 내려가는 긴 머리를 질끈 묶었다. 최근 <카스테라>를 낼 때만 해도 뽀글뽀글 볶아 펑키하게 부풀렸던 주홍색 머리는 다시 얌전한 생머리로 돌아갔다.

하얀색 티셔츠 위에 그려진 그림이 강렬했다. 까만색 그림 속 인간들은 어딘가를 가리켰다. 그 그림 위에 하얀 아이팟이 매달려 꼼짝도 안 했다. 복잡했다.

"완전 칩거죠. 글을 쓰는 거 외에는 기타, 하고 그 외엔…."

그는 특유의 느릿느릿한 말투로 말했다. 말은 느릿느릿, 생각하는 듯, 할 말이 없는 듯, 뭔가 물으면 "으음…" 스타일로 포즈를 잡고, 받아적기 너무나 좋게 천천히 말했다. 강렬한 이미지와 느리고 참한 말투가 묘하게 충돌했다.

어째, 말투가 누굴 닮았네…. 곰곰이 생각하다 엘리베이터에서 퍼뜩 생각났다. 맞다. 전유성이다. 물론 전유성보단 굵고 저음이지만.

ⓒ2006 이장욱(창비)
진득진득한 암울한 위로 핑.퐁.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으로 대번에 팬클럽을 거느린 박민규가 돌아왔다. 아니, 또 사고를 쳤다. 이번엔 <핑퐁(창비)>이다.

맞다. 탁구를 가리키는 핑퐁이다. 그렇다면 탁구 선수들의 애환과 좌절과 로망을 그렸느냐? 물론 아니다. 이번엔 '왕따'다. 그것도 덜 자란 중학생이다. 이 어린 남학생이 꾸는 꿈은 섬찟하다. 다수인 척 세상을 살아가는 것, 그게 꿈이다.

그런데 왜 하필 왕따일까? 그것도 10대 이야기를? 혹시 어린 시절 경험일까? 아니면 뉴스를 보다가? 아니면 그가 처음 소설을 쓰게 만들었다고 누차 말한 것처럼 이종격투기를 보다가?

"우연이었죠. 커피 마시고 있는데, 음악이 '퍼햅스 러브'가 나오는데, 앞에 통유리가 길쪽으로 나있었어요. 그걸 보고 있는데 이 앞에서 누가 맞고 있으면 분위기가 희한하겠다. 중학생 누군가 맞고 있으면….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럼 생각만 하고 요즘 중학생에 대한 취재는 전혀 안한 거?

"취재하면 더 잔인한 일이 많을 거예요."

어쨌든 이 <핑퐁>도 잔인하다. 왕따 소년 '못'과 '모아이'(둘 다 별명이다)는 못 볼 꼴을 당한다. 이야기는 탁구공처럼 핑. 퐁. 어디로 튈지 모르게 튀지만, 그 밑바닥엔 진득진득한 암울함이 물먹은 카펫처럼 좌악 깔려있다.

"남 비판할 만한 자격은 못 되고요. 저를 포함해서 다 죽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안될 거 같아요. 인류라는 게. 그렇잖아요. 전쟁도 할 만큼 많이 했고, 해봤고, 종교문제 여러 가지 2000년 동안 해봤잖아요. 지금은 선진국도 많고, 잘 살고, 하지만 잘 사는 민족이나 못 사는 사람이나 왜 사는지 알고 사는 사람이 아무도 없잖아요. 아무리 잘 살아도. 왜 사는지 모르고 살잖아요.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렇게 죽여주는 이야기를?

"다른 이야기는 많은 희망을 가지잖아요. 누가 살아남고…. 정말 다 죽이는 걸 한 번 써보고 싶었어요. (두 주인공이) 동성이니 2세가 태어날 확률도 없잖아요. 희망 아니죠."

이렇게 절망적일 수가. 그렇다면 그는 항상 날마다 이렇게 죽고 싶은 생각만 할까?
"아니죠. 평소에 절대 그런 얘기 안 하죠. 평소 잘 살아야겠다 싶죠. 그래서 죽여야겠다 생각한 거구요."

야구 다음은 탁구?

 
ⓒ2006 이장욱(창비)
그런데 신기하다. 그가 낸 첫 장편은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다. 한 마디로 야구다. 단세포적으로 나누면 야구 이야기다. 그런데 이번엔 <핑퐁>이다. 바로 탁구다. 그렇다면 왜 탁구일까? 축구는 <아내가 결혼했다>의 박현욱이 이미 써버려서?

"왜 그랬을까요. 진짜."

그가 되물었다. 자기도 정말 모르겠다는 듯이, 아주 어눌한 목소리로. 그리고 또 덧붙였다. 알 수 없다는 듯이.

"다른 것도 많잖아요."

그러게 말이다. 다른 근사한 종목 다 놔두고 왜 하필 탁구였을까? 삼미 슈퍼스타즈가 한물 간 야구구단이었듯이 탁구도 한물 가서, 아무도 그 "핑. 퐁." 소리를 기억하지 않으며, 급기야 '우리의 옛것을 찾아서'에 곧 출연할 듯한 종목을?

"이런 이유가 아니었을까요. 만날 두들겨 맞는 중학생이 당구를 하나 축구를 하기도 그렇고 야구를 하기도 그렇잖아요. 그런 점이 많이 작용한 거 같아요. 축구나 야구는 혼자 여러 명 상대로 하잖아요. 몇 명 공격수가 볼 주고받거나 기회 균등하지도 않잖아요…. 하지만 탁구는…. 유일하게 내가 한번 치면 저쪽에서 한번 치고 그런 경기 같아요. 세상에 이견이 발생하는데…. 스포츠와 비슷해요. 한 명 상대로 여러 명이 상대하잖아요. 탁구는 근데 특별 케이스이구요…."

소설가 박민규 하면 이야기되는 게 꼭 있다. 스타일이다. 박민규식 스타일. 단락을 나누기보다 행간을 마구 나눠버리는 스타일? 또는 딱히 뭉뚱그려지지 않는 독특한 스타일? 그렇다면 얼핏 스타일리스트같이 느껴지는 그가, 지금 스타일을 바꿔볼 생각 같은 건 안 할까?

"굳이 '바꿔야겠다' 해서 그런 생각 없어요. 쓰고 싶은 대로 계속 쓸 거고 스타일 억지로 바꿔야지 한다고 바뀌나 싶기도 하고…. 음악하는 사람은 스무 살 때 데뷔곡 가지고 평생 불러야 하잖아요. 작가는 행복한 거예요. 스타일 바꾸기보다 인간이 바뀌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럼 이 인간은 어찌 바뀔까?

"모르겠어요. 희망이 있을지. 별 기대는 안 하는데 고만고만 하겠죠."

"행간 띄우는 거, 처음엔 몰랐어요"

 
ⓒ2006 창비
그래도 그렇지. 그는 어떻게 이렇게 독특한 스타일을 만들 생각을 했을까? 글 쓰는 이의 강박 같은 엄밀한 단락 나누기를 해체할 생각을 했을까?

이번 <핑퐁>도 특이한 스타일이 등장한다. 지금껏 콩알만하던 글자는 갑자기 주인공인 '나', 별명이 '못'인 '나'가 혼자 독백할 때마다 깨알만한 크기로 바뀐다. 진짜다. 글자 크기가 깨일만 하다. 신기하다. 그리고 재밌다.

"이런 거 (글자) 작게 하고 행간 띄우고…. 처음엔 몰라서 그랬던 거예요. 처음 등단했을 때, 원고 가지고 '문학동네'인가? 편집자가 이렇게 하는 게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왜 이렇게 하는 게 아닌지 알 수 없었어요. 원래 다 붙이는 거래요. 생각해보니 왜 이리 하면 안 되는지 알 수 없었어요."

처음에 그렇게 다 붙이는 건지 몰라서 띄었고, 그 다음엔 왜 다 붙여야 하는지 알 수 없어서 붙이지 않았다니. 이렇게 싱거울 수가 없다. 그런데 이상하다. 그가 그걸 모르다니. 그는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했다. 대학에서 글쓰기를 전공한 그가, 글쓰기의 기본인 그걸 몰랐다는 게 말이 될까? 아니면 소가 될까?

"그게 참 부끄러운 건데 내가 대학갈 인간이 아니에요. 고등학교 때 15등급까지 있었는데 진짜 15등급이었어요. 문창과(문예창작학과) 다닐 때 수업 거의 나간 적 없어요. 사람은 배워야겠다 생각하는데, 돌이킬 수 없는 거잖아요.

그거, <카스테라> 내고 알았어요. 전지적 작가 시점, 3인칭 시점…. 누가 '왜 1인칭만 쓰느냐?' 그래서 '1인칭이 뭐예요?' 그랬더니 '나'를 쓰는 거래요. 그래서 충격 받았어요. 다른 소설 보니까 '나'가 없어요. 사람은 정말 배워야 해요. 후회 되지만, 한편으론 '다행이다' 생각해요. 문교부 교육 받지 않아서요. 어차피 독학이었으니까, 요즘 열심히 혼자 나름대로 노력 많이 해요."

신기한 건 그뿐만 아니다. 이번 그가 낸 장편소설 <핑퐁>에는 특이한 게 더 있다. 소설 속에 소설이 등장한다. 존 메이슨이란 소설가가 썼다는 소설이다. 그런데 그게, 이런 말 해서 미안한데, '뻥'이다. 최근 진짜 소설가나 진짜 브랜드 이름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이 마당에, 그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소설가나 소설은 '뻥'이다. 그것도 다 그가 만든 거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영화 속 주인공들이 영화관에서 보는 영화가, 사실 또 그가 따로 만든 가짜 영화를 끼워넣은 것처럼? 소싯적 배운 소설 기법을 들먹여서 말하면 액자 구성이랄까? 그런데 그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을까? 어찌 보면 식상하지만, 소설 읽어보면 기발하다는 생각이 물결치는 그런 생각을?

"처음, 그걸 구성이라 부르나? 그런 얘기를 같은 축으로 쓰면 어울리겠다. 처음 거기 사용한 존 메이슨 소설부터 썼어요. 인용할 수 있게. 그걸 골라서 넣었어요."

그런데 그는 다른 작가 책은 안 읽나?

"읽죠. 책 많이 읽어야지. 배운 게 없으니까. 책을 통해 배워야죠. 최근에 김사인 시집 <가만히 좋아하는>을 새벽에 읽다가 울고 그랬어요. 시집 많이 읽는 편이에요."

그는 시인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다고 했다. 언어로 할 수 있는 가장 큰 영역이 시라나? 그래서 작가들이 모인 술자리에서도 소설가들만 있을 때는 방만하게 있다가 시인이 계시면 예의를 갖추고 공손하게 대한다고도 했다.

"전 고유명사 그냥 지어진 게 없다 생각해요. 시는 받아쓰기다 생각해요. 인간 쓴 게 아니고. 진짜 시인이 쓴 시는…. 가짜 시인 많지만. 소설은 한문 '小' 자 쓰잖아요. 시에 비해 분량은 많은데 처음 의아했어요. 써보니 알겠더라고요. 소설은 작은 이야길 길게 쓰는 거예요. 그냥 수다떠는 거요. 진짜 이야긴 시라 생각해요."

ⓒ2006 이장욱(창비)
이렇게 시를 흠모해 마지않는다면 과연 그가 시를 읽고만 있을까? 시를 "꿈같은 거"니 "멋진 영역"이니 온갖 찬사를 쏟아붓는 마당에? 그가 쑥스러운 듯이 사뭇 빨라진 어투로 말했다.

"사실은 지금도 몰래 쓰고 있어요. 습작이지만."

그럼 기타는? 무규칙이종소설가인 박민규는 가끔 밴드로 무대에도 섰다. 역시 무규칙이종예술가이며 <황신혜밴드>리더인 김형태와 같이. 그 밴드, 지금은 안 하나?

"어릴 때 꿈이 락밴드 가지는 게 꿈이었어요. '여생'이라 그러잖아요. 주어진 삶 살 동안 열심히 글 쓰고 나중에 여생 온다면, 머리 희끗희끗한 양반들 모아가지고 락밴드 하는 게 꿈이에요. 그 때까지 10년 남았나, 20년 남았나…. 매일 기타 연습해요. 기타 학원 다니고…. 기타 가방 메고 고삐리 애들하고 '중주주중' 이거 하고…. 네. 밤에."

성실하고 착한 무규칙이종 소설가

신기하다. 한편으론 오늘이라도 그래야할 듯이 "다 죽어야 한다"고 말하는 그가, 아름다운 내일을 위해 오늘도 기타를 치다니? 인생에 희망이 없다는 듯이, 꿀 꿈이 없다는 듯이 말하는 그가 꾸는 노년의 꿈이라? 이거 어째 앞뒤가 안 맞는 거 아닌가? 이렇게 열심히 살아도 되는 건가? 이런 말이 가당치 않지만.

"누구나 열심히 살지 않나요? 글…. 매일 써요. 쓰다 망치기도 하고. 애초 시작이 작가로 시작한 게 아니고…. 일반 직장 생활 8년 하다 하는 거라서요. 매일 8시간 일하는 게 당연하다 느껴져요."

무규칙이종소설가 박민규가 너무나 성실하고 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직장인도 일, 좋아서만 하나요? 아니잖아요. 글 쓰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지겨울 때도 있구요. 그러다 깨지기도 하고. 작가도 잘못 써서 깨지기도 하고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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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09-29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담아갑니다..

마노아 2006-09-29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퍼오긴 했지만 얼마든지 가져가셔요^^;;;
 

글 / 윤하정 anchoryoon@naver.com
바야흐로 공연의 계절이 찾아왔다. 아침저녁으로 스산한 바람이 불어오면서 왠지 모르게 멜랑꼴리(melancholy)하고 센티멘탈(sentimental)한 마음에 환상의 세레나데를 퍼부을 굵직굵직한 가수들의 콘서트가 잇따르고 있다. 그 시작은 ‘라이브의 귀재’이면서 가히 ‘우리나라 공연문화를 선도해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이승환이 문을 열었다. 돈 내고도 보기 어렵다(표를 구하기 힘들어..)는 이승환 콘서트에는 과연 무엇이 있는 것일까?

환장남녀

이승환 콘서트 <이승환이 꿈꾸는 음악회>
또 볼 거냐.. 지금 옆 사람 또 볼일 없으니 맘껏 즐기자!
나 몰라라.. 나만 즐거우면 되는 거 아냐?!
나 하나쯤이야.. 나 하나 환장한다고 해서 세상이 어떻게 되는 건 아니다!

이승환이 장려하는 ‘공연에 임하는 팬들의 자세’다. 실제로 영화 값의 10배 이상을 주고 보는 콘서트임에도 분위기가 낯설어, 주위 사람 의식하느라, 남자니까, 제대로 웃지도 울지도 못하고, 신나게 박수도 못치고, 두 팔 벌려 소리 한 번 시원하게 지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이승환 콘서트에는 오랜 세월 위와 같은 지침에 세뇌당한 무수한 환장남녀들이 있다. 진짜 옆 사람 또 볼 거냐? 비싼 돈 내고 왔으니 ‘나 몰라라’ ‘환장’해보자!

기발한 아이디어 + 수많은 볼거리

‘환장’을 그냥 할 수는 없다. 그만한 무대가 마련되어야 한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이승환이 꿈꾸는 음악회’는 자칭 ‘액션.율동’가수인 그가 올곧게 음악만 하겠다며 우주복을 벗어던진 공연이다. 따라서 평소 난무하는 물쇼와 불쇼가 배제되고 음악을 보다 돋보이게 하기 위한 장치들이 마련됐다.

일단 라이브 무대에서만 들을 수 있는 special version들을 보자. 그야말로 뛰고 또 뛰는 ‘붉은낙타’를 비롯해 탭 댄스가 가미된 ‘왜’, 마임으로 성찰의 분위기를 높이는 ‘내가 바라는 나’. 그리고 이 노래! 한때 ‘천일동안’과 ‘변해가는 그대’의 라이브 버전이 팬들의 가슴팍을 저몄다면, 최근에는 울부짖는 창하는 소리에 묻어나는 ‘당부’가 그야말로 단장의 슬픔이 되어 눈물을 똑똑 흘리게 만든다. 노래가 이다지 슬퍼도 된단 말인가..?!

창자가 끊어질 듯 애절하게 노래하는 이승환

이벤트도 새롭다. 모든 공연에서 진행되는 사랑고백 이벤트는 이제 지겹다. 어쩌면 가수들은 공연 때마다 새로운 이벤트를 구상하느라 괴로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역시 공연의 선두주자 이승환은 다르다. 공연장에 들어설 때 각자의 휴대전화 번호를 적었는데, ‘세 가지 소원’이 흐를 때 이승환이 전화를 거는 것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 마이크를 떼고, 전화기에만 대고 노래를 불렀다. 그렇다. 그 순간 단 한 사람은 수많은 인파 속에서 이승환의 달콤한 노랫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대신 나머지 팬들은 질투에 귀가 멀어 고함을 질러댔다.

그런가하면 이번 공연에서는 올 연말 발매 예정인 9집 에 실릴 곡들도 간간히 소개했다. 게다가 노래에 담길 팬들의 음성을 현장에서 직접 녹음까지 했다. 9집에서 듣게 될 'rewind'라는 함성은 이번 공연장에서 맹렬한 훈련 뒤에 녹취된 것이다. ‘내 목소리가 이승환 앨범에 실린다’, 그 뿌듯함이 오죽하겠는가? 그러니 공연장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질 수밖에 없다.

달리고 달려도 끄떡없는 가창력

이승환을 두고 ‘라이브의 귀재’라고 하는 이유, 그래서 공연 때마다 예매가 시작된 지 채 10분도 안 돼 표가 매진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두말없다. 바로 그의 가창력 때문이다. 라이브 무대에서의 가창력! 참아왔던 슬픔을 어루만지는 애절한 발라드를 부를 때는 물론이고, 무대를 휘젓듯 뛰고 또 뛰는 노래에서도, 또는 공연장이 부서질 정도로 내리치는 폭발음 속에서도 그는 진정한 가수로서의 진가를 보여준다. 설령 가사는 까먹더라도 음정은 하나도 놓치지 않는다.

보통 4시간을 넘나드는 공연동안 팬들마저 지쳐 주저앉아도 이승환은 끄떡없다. 그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에, 그 속에 담긴 절절한, 폭발할 듯한 감성에 몇 번이나 몸에 소름이 돋는다. 공연의 완성도, 바로 재미와 감동을 함께 맛보게 된다.

무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라이브의 귀재’ 이승환

이승환이 뛰어넘어야 할 산

이승환 세대의 모든 가수들이 풀어야 할 과제겠지만 새로운 팬 층을 확보하기란 쉽지 않다. 실제로 공연장에서 10대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그래서 이번 공연의 컨셉도 ‘대책 없는 유치함’이었다. 또 자신의 노래만 불러왔던 그가 지난 3월 공연부터는 Queen이나 타샤니 등 다른 가수의 노래도 부르고 있다.

그러나 세밀한 수위조절이 필요하다. 물론 이승환 공연이 갖는 재미가 ‘깊이’와 더불어 공존하는 ‘유치함’이긴 하지만, 자칫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어차피 새롭게 그의 공연장을 찾는 사람은 ‘동방신기’에 열광하는 10대보다는 기존 골수팬의 손을 잡고 오는 20-30대일 가능성이 크다. 그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지 않을까? 어차피 좋은 노래는 언젠가는 세대를 가리지 않고, 시대를 뛰어넘어 사랑받게 되어 있다.


<이승환이 꿈꾸는 음악회>가 9월 한 달 동안 전국 투어에 나선다. 연말에는 9집 발표와 함께 그야말로 ‘환장'할 공연도 마련될 것이다. 그의 공연은 진화한다. 한번쯤 그 과정에 직접 참여해 보는 것은 어떨까? 가수 이승환의 팬은 되지 않더라도, 이승환 콘서트는 다시 가겠다고 다짐하게 될 것이다.

제3회 이승환이 꿈꾸는 음악회
2006년 9월 2일 ~ 3일
MelOn-Ax
라인
저자소개
KBC 광주방송과 조흥은행 사내방송에서 아나운서로 일하다 지금은 프리랜서 기자로 TBS 교통방송과 <좋은콘서트> 웹진에서 활동하고 있다. 한동안 정체성에 일대 혼란이 일었으나, 먼 훗날 따져 묻기로 한다.

판도라가 상자를 열어버린 것처럼 눈이 나풀거리던 어느 해 3월, 이소라 콘서트에 가지 않았다면 분명 다른 삶을 살고 있을 거란 생각을 종종 한다. 그래도 상자에 남아있던 '희망'처럼 그 후회의 시간에 '공연으로 보는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었다.

사그라들지 않는 꿈과 열정, 감동과 위로가 있는 공연장이 좋다.

 

********

그래24에서 퍼왔어요. 이게 내 공연 후기면 얼마나 좋을까.(>_<)

그런데 이번 공연에 "왜"는 안 불렀을 텐데....;;;;;;

하여간, 대체로 맞는 표현과 지적들이다. 한번 그의 팬이 되면 골수팬이 되고, 그 사람들이 다시 공연장을 찾는다.  그래서 새로운 관객이 들어설 틈이 부족하다.  십대팬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압도적으로 적은 것도 사실. 이번 서울 공연에는 초딩 팬이 왔었다 한다.  그리고 서울 이틀 째에는 외국인이 왔었고.

아, 이 글 쓰는 와중에 드팩에 이승환 글 올라왔다는 어느 동지의 문자가 도착함. 음하하핫, 운명이야(>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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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중국팬의 작품 

봉구황 선전활동 때...

 

 

 

 

아애하동사 선전활동 때.. 

 

 

 

 

 

 잘 나가다가 마지막에 반전드라마ㅡ.ㅡ;;;; 아, 머리를 심어주고 싶다.  머리만 아니면 아직도 조각인데...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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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06-09-05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느끼하긴 하다. 이렇게 보니 전혀 나와는 거리가 멀구만....ㅎㅎㅎ

마노아 2006-09-05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가경 아니라니까요ㅠ.ㅠ 글구 하가경은 더 느끼해요.(후다다다닥!!)
 

중국팬들이 모처럼 포샵질을 열심히 해주었다.  음.. 이렇게만 보면 아직도 한창때 같은데, 가발만 벗겨 놓으면 너무 명백히 보이는 예비대머리...ㅠ.ㅠ 그래도 추억은 아름답고, 나에게 그는 여전히 멋진 전조다. ^^

전조 역할 이외의 사진도 많지만...;;; 얼라, 박시연과 찍은 "봉구황"은 없네. 둘이 이쁘게 나왔는데..^^

 

 

 

지금부텀은 작품별로..

루흔검... 

 

 

랑협...

 

 

시공기안...

 

전세영웅...

 

칠협오의...

 

 

 

 

신포청천... 백옥당

 

 

 

비도문정...

 

 

요기부텀은 상대여배우와...

소이비도...

 

비도외전...

 

비도문정...

 

청사여백사...

 

무당1...

 

목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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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06-09-05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어찌 제가 여기 있을까여. ㅎㅎㅎ
저는 단지 포청천의 전조(전호위)만 알고 있는 데 이렇게 상세히 알고 계시다니 넘 고맙습니다. 사실은 전호인은 회사동기들이 포청천을 보고 나와 닮았다고 지어진 별명이랍니다. 전호위보다는 호인이 좋다고 하면서........... 퍼갑니다.

마노아 2006-09-05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전호인님 사진 보고서 하가경 닮았단 생각했어요. 여기 사진의 전조는 "초은준"이구요. 다음에 제가 하가경 사진도 올려드릴게요. 많이 달라요^^

Mephistopheles 2006-09-05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 보고 살짝 오해했습니다..=3=3=3=3

마노아 2006-09-05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살짝 어떤 오해이신지? 제 남친 공개하는 줄 아셨나요? ^^;;;

마태우스 2006-09-05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제가 이 사람과 같은 호모 사피엔스라는 게 안믿겨요..^^

마노아 2006-09-05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핫, 전 믿겨요, 마태우스님^^
 

  세븐시즈 8권 나왔다. 

그린빌에서 만나요 4권이랑 같이 주문해야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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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9-05 0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래곤볼과 슬램덩크를 기다리던 그때가 새록새록하옵니다..;;;

마노아 2006-09-05 0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슬램덩크는 너무 오래 걸려서 마음을 비워야 했고, 드래곤볼은 해적판 엄청 보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