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바람의 나라 뮤지컬을 보면서 '의상'의 역할이 꽤 크다는 것을 알았다.

의상 뿐 아니라 모든 것이 다 중요한 종합 예술이었다.

음악, 안무, 의상, 배우들의 연기, 조명, 음향, 연출, 연주 기타 등등...

이번에 찬사를 많이 받은 것은 거의 대부분인데, 그 중 참 신선했던 게 안무와 의상이었다.

이미지 뮤지컬이라는 전제 하에 원작의 내용을 이미지로 압축해서 보여주는 데 노래도 좋지만, 춤이 연기를 대신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그 춤을, 그 동작의 의미를 또 압축해서 보여주는 것이 의상이었다.

바람의 나라 싸이 홈페이지에서 읽은 것인데, 모두 공개 오디션을 통해서 배우를 뽑았고, 일반적인 오디션과 달리 워크숍 형태로 진행해서 배우들이 편하게 임할 수 있다고 했다.(그런데 워크숍 형태라는 게 어떤 건지 내가 감이 안 온다.ㅡ.ㅡ;;;;)

특히 남자 배우들의 경우 상체라인을 보기 위해 웃옷 벗고 오디션을 진행했단다. 으하하핫. 이부분 읽고 어찌나 므훗하던지..;;;

확실히 이번에 보면서 뮤지컬 배우 하려면 노래만 잘해야 할 게 아니라 몸매도 잘 빠져야한다는 생각을 했다. 여자배우들 뿐아니라 남자 배우들까지.

이번에 많은 찬사를 받은 부분이 바로 남자 배우들의 실루엣과 의상의 조화였다.


무휼 고영빈
상의는 몸에 밀착하는 망사 형태의 흰 옷으로 가까이서 보니 빈티지 스타일이 났다. 팔에는 역시 타이트한 장갑(?)이 끼워져 있고, 골반에 걸친 랩스커트는 슬릿 형태로 양 옆이 갈라져 있어 움직일 때 주름 선이 아주 예쁘게 잡혀진다. (물론 다리도 보이지..;;;) 맨 처음에 시작할 때 막을 치고 그 뒤에서 혼자 검무를 추는 장면이 나오는데 실루엣이 예술이었음! 작품 중간에도 홀로 맨손으로 춤추는 장면이 나오는데 아주 기묘하고 독특했다.  안무는 안무가의 지도도 있었지만, 배우들이 스스로 만들어 나가도록 요구했단다.

첫공연 땐 몰랐는데, 둘째 날 알았던 것은, 신혼 첫날밤 씬 때에는 의상이 바뀌어 있었다. 그렇게 다른데 왜 첫번째 때는 몰랐을까...(얼마나 잿밥에 관심이 많았기에...;;;)


해명, 연, 무휼, 호동
이 중에서 무휼이 입은 옷은 지지대에 비즈가 예쁘게 박혀 있어서 첫날밤의 예복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극 중에서 왕족은 모두 흰옷을 입고 나왔는데, 호동이 옷은 아랍풍으로 아주 귀여웠음^^


도약하는 괴유

괴유 역을 맡은 김영철씨는 아무래도 싸우는 씬이 많아서 점프를 한다던가 쌍검을 휘두르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었다.

해명과 검을 겨루는 장면도 연습을 엄청 했을 것 같다. 검을 빼앗는 장면까지 들어갔으니...

의상도 나풀나풀한 것이 천기를 읽고 백호를 신수로 둔 자의 신비로운 느낌을 잘 살려주었다. 

 


괴유

그리고 출연자들 옷 중에서 가장 노출이 많았으므로 팬들은 이를 가리켜 "바람직한 옷"이라고 명명하였다...ㆀ(동의함...;;;)

 

생각해 보니, 예전에 이승환이 공연에서 입고 나온 "이순신 장군" 의상도 이런 분위기였다. 흰색과 은색이 겹쳐진 갑옷 스타일이었는데, 어찌 보면 날개를 단 것 같은 느낌이어서 異세계의 사람을 보는 기분이었다.  경매에 붙여져서 자선행사에 모금을 하게 한 의상도 같은 옷이었던가? 아무튼 그 분위기였음.

만화책을 보면, 이런 종류의 옷이 나오는 것을 좋아한다.(아르미안의 네 딸들...같은 책.. 그러니까 그리스 풍인가???)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 신비롭기는 하지만 서구적이라던가 외국풍이라는 기분은 들지 않았다. 오 히려 저게 고구려 의상이야!라고 해도 믿어질 만큼 이입이 잘 되었음.(최면일지두...;;;)

그런데 어제 사인 받으면서 느낀 건데, 원래 연극이나 뮤지컬 할 때 분장을 아주 진하게 하던 것 아니었나?

공연 끝나고 바로 나와서 싸인회를 가진 거였기 때문에 손 볼 틈이 없었는데, 배우들 분장이 모두 화장한 것 정도로 보일 뿐 오버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모두들 자연스러웠고, 화장도 안 한 것처럼 한 피부들 하셨다.  그리고 실물이 모두 100배 아름다웠다. 남자배우 여자 배우 모두들. 신기했음^^;;;

지금 이 시간엔 막날 낮공연이 진행중이다. 좋겠다. 낮 공연은 김법래 해명에 고영빈 무휼인 것을...어흑.... 부디 앵콜 공연 꼭 해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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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공연이나 영화 등을 보고 난 후의 감상문은 개인홈에만 올리는데 원작을 향한 한없는 애정과 [바람의 나라-무휼]을 한번이라도 더 보고싶은 열망이 결국 여기에까지 글을 올리게 만드는군요. ^^

 다소 긴 글이라 읽는 분들을 오히려 지치게 만들지도 모르지만,이렇게 홀릭한 관객도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단점을 잡아내려면 물론 잡아낼 수도 있지만 굳이 이 글에서 언급하지 않은 것은 그저 지금 이 순간만큼은 2시간 여 동안 제 몸을 휘감았던 '바람'에 대한 그 느낌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였음을 미리 밝혀둡니다. 

그런 의미에서 다시 한번 외칩니다.

공연실황DVD+OST+지방순회공연!!!!! 

자, 그럼 길고 지루한,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문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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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나라-무휼]-원작을 존중함으로써 더 넓은 곳으로 나아간 새로운 바람

원작·1차 각색: 김진
연출·2차 각생: 이지나
작·편곡: 이시우
작사: 정 영
음악감독: 구소영
안무: 안애순
무술연기 감독: 와이킷 탕
의상디자인: 홍미화
타악구성: 서한우
주연: 무휼-고영빈(15일 19:30)/김산호(16일 15:00)
     해명-김법래(15일 19:30/16일 15:00)
     혜압-고미경
     호동-조정석
     이지-도정주
     연-유나영
     괴유-김영철
     세류-신영숙
     가희-이채경
     마로-김백현(15일 19:30)/이종한(16일 15:00)
     배극-임춘길(15일 19:30)/배성일(16일 15:00)
     병아리-심정완
     새타니(젊은 시절의 혜압)-김은혜
     대소-박원묵
     연비-박석용


2006. 7. 15. 19:30 2층 C열 40번/2006. 7. 16. 15:00 1층 B열 92번


미리 말해두지만, 2006년 7월 새롭게 단장하여 무대에 올려진 [바람의 나라-무휼]은 지금까지 접해온 뮤지컬과는 사뭇 다르다. 원작 일러스트에 배우 얼굴을 합성한 공연 포스터를 보고 이미 짐작하신 분들도 있겠지만 이 작품은 철저히 원작을 존중한다. 원작의 팬이자 15, 16일 공연을 거의 홀린 상태에서 관람한 본인이 한 마디 더 덧붙인다면, [바람의 나라-무휼]은 원작 『바람의 나라』에 바치는 헌사이자 오마주라고도 할 수 있겠다.

무대의 세트는 최대한 간결하게 유지한 채 부족한 부분은 무대 뒤의 스크린에 비춰지는 원작의 일러스트를 최대한 활용하는데, 시작부분에서 낮게 깔리는 바람소리와 함께 갑옷을 입은 무휼의 이미지가 입체적으로 떠오른다. 맙소사, 그때부터 감잡았다. 이 공연은 팬들의, 팬들에 의한, 팬들을 위한 공연이란 것을!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철저하게 원작의 이미지로 공연을(심지어는 포스터에서 프로그램까지도) 도배할 리가 있나. 여기서부터 공연은 이미 50점 먹고 들어갈 수도 있고, 반대로 50점을 잃고 들어갈 수도 있다. 원작을 아느냐 모르느냐에 따라 호오(好惡)가 완전히 갈릴 수 있다는 뜻이다. 대사의 대부분은 원작 만화에 나오는 대사 그대로이고, 그때그때마다 해당 장면의 일러스트가 스크린에 비춰진다. 혜압이 ‘내가 그의 피를 닦고 그의 숨을 거두었다! 그리고 내가 그를 이승으로 불러 올리는 굿을 했다.’라는 대사를 치는 부분에서 팬들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앗, 저건 3권 105쪽의 혜압!(시공사판 기준)’으로 바로 싱크로해버리는 거다. 몇 십번, 몇 백번을 곱씹어 읽으며 마음에 드는 대사를 수첩에 옮겨 적고 머릿속으로 그리며 꿈에라도 나와 주기를 꿈꿔온 시간이 10년이 넘거늘(참고로 『바람의 나라』는 1992년부터 연재되었다), 바로 무대 위에서 살아있는 배우가 감정을 실어 말하고 노래하고 춤을 추고 전투를 벌인다. 이러니 원작의 팬들이 어찌 감격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결국 원작을 접하지 않은 관객들에게 있어 이 작품은 굉장히 난해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주요 등장인물만 손가락으로 꼽아봐도 다섯손가락이 넘는데, 그 중 어느 하나를 접어버리면 작품의 맥이 끊겨버린다. 결국 원작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이들은 공연을 보며 모든 관계를 짐작해야 하는데, 이게 결코 쉽지가 않다. 왜냐하면 2006년의 [바람의 나라-무휼]은 매 장면이 사슬처럼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그 한 장면의 이미지 자체에 정성을 기울인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무대 우측 하단에서 무휼과 이지의 첫날밤이 진행되는 동안 좌측 중단에서는 연이 호동을 구하기 위해 절규하고, 좌측 상단에서는 해명이 나타나 연에게 칼을 건넨다. 한 장면 안에서 현재와 과거, 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완전히 허물어지며 인물간의 갈등 역시 덩굴처럼 얽혀 들어간다. 흔히들 예상하는 일반적인 극의 흐름으로 작품을 이해하려 한다면 십중팔구 1막이 끝나자마자 GG를 외칠지도 모른다. 뮤지컬이면서도 노래에 기대지 않고 대사와 안무, 그 모두를 감싸안는 음악이 빚어내는 이미지로 승부를 내려는 작품이 바로 [바람의 나라-무휼]이다. 그 때문인지 공연이 끝나고 앵콜을 외치려고 해도 그에 화답할 만한 적당한 넘버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그나마 적당한 곡이 ‘바람이 온다’나 ‘저 부도로’ 정도?). 이 부분만큼은 조금 보완이 있어야 할 듯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1년의 공연되었던 [바람의 나라]에 비해 이번 공연은 굉장히 짜임새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2001년의 (호동왕자와 낙랑공주의 이야기를 다룬) [바람의 나라]는 한 곡 한 곡을 떼어놓고 들으면 상당히 좋았지만, 막상 공연장에서는 일관된 흐름을 타지 못하고 끊기는 부분이 없지 않았다. 한번에 듣고 귀에 꽂히는 곡보다 두고두고 들어야 인상에 남는 곡들이 많았던(=어려운 곡이 많았던) 공연이었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는 일단 음악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굉장히 편하게 와닿는다. 극의 이미지는 여러 챕터로 나뉘어지는데도 음악만큼은 전혀 어색함 없이 자연스레 이어지고 장면장면에 녹아든다(공연을 보는 중에도 음악이 마치 영화나 드라마의 사운드트랙 같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아닌 게 아니라 작·편곡을 하신 분이 드라마 [대장금]의 음악을 담당하신 분이었다). 원작을 모르는 관객이라면 애써 작품의 흐름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차라리 음악에 귀를 맡기고 무대 위에 시선을 고정한 채 배우들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소득을 얻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공연의 진면목을 느끼고 싶다면 적어도 공연 시작 전 프로그램을 미리 구입해서 인물관계만이라도 숙지해두는 것이 여러모로 좋을 것이다.

그러나 재차 언급하자면 이 작품은 (원작의) 팬들에 의한, 그리고 (원작의) 팬들을 위한 작품이다. 공연을 보러가는 사람들도 팬이고, 공연을 만든 사람들도 팬이다. 팬이 아니고서야 원작의 이미지를 이렇게까지 뽑아내어 무대 위에서 형상화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모르긴 해도―비록 스태프 전원까지는 아니겠지만― 배우들 역시 원작을 적어도 세네 번은 읽고 또 읽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 시놉시스나 대본만으로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이해하고 소화해내기란 불가능했을 테니까.

킹메이커 해명태자와 무휼
아싸 저 팔근육, 골반께에 걸쳐진 랩스커트, 쫙 뻗어주신 다리(참아라 좀;)


음악 외에 이번 공연에서 중요한 부분을 꼽아보자면 바로 안무이다. 2001년도의 공연에서 군무 장면이 다소 혼란스럽고 복잡하다는 느낌이었다면 이번의 군무는 훨씬 간결하면서도 움직임이 크고 박력이 넘친다. 특히 2막의 전쟁 장면은 결코 많은 인원을 동원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무대 전체를 꽉 채울 정도로 더없이 충만하다. 타악기 리듬에 맞춰 발을 구르며 전투태세를 갖추고 귀면 형태의 거대한 방패가 서로 모였다 흩어지는 부분은 마치 난타와도 같은 퍼포먼스를 연상시킨다. 2막 초반의 고구려와 부여의 전쟁 장면에서 급격히 몰아치는 음악에 맞춰, 노래나 대사 없이 12분이라는 시간동안 벌어지는 배우들의 춤과 무술연기는 영화의 그것 못지않게 단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박진감있고 전투의 중심에서 무대를 휘어잡는 괴유의 안무는 더없이 화려하고 날이 서 있다. 배우들에게 상당히 무리가 가는 장면이었을 텐데도 다들 무난하게 소화해낸다(만쉐이!!). 다만 발을 구르는 장면 등에서 한번에 ‘쾅’하고 울리는 게 아니라 살짝 엇박자로 비껴가는 부분이 있었던 것은 아쉽다. 이는 공연을 하면서 점차 나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군무뿐만이 아니다. 시작 부분에서 무휼의 움직임은 너무나 아름다워서 이미 스크린에 비춰지는 무휼의 일러스트로 입은 충격에 더해서 크리티컬 히트를 먹여버린다. 이 작품의 색다른 점이라면 분명 주인공은 대무신왕 무휼임에도 불구하고 극의 흐름을 관장하는 역할은 해명태자가 맡고 있고(나는 이 공연의 해명태자를 명실공히 ‘킹 메이커’로 불러야 한다고 굳게 믿는다;) 일종의 나레이터 역할은 혜압이 맡고 있다. 무휼의 대사나 노래는 다른 등장인물에 비해 극히 적으며 때로는 무휼의 대사까지 혜압이 대신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바람의 나라-무휼]의 중심은 분명 무휼이다. 명림의 귀신들이, 마로가, 해명태자가, 혜압이, 세류가, 괴유가, 호동이, 연이, 이지가, 대소와 동명왕의 구신들이 제 아무리 그를 비난하고 애원하고 사랑하고 책임을 지우고 꿈을 걸고 목숨을 걸어도 왕인 그는 늘 중심에서 흔들림이 없으며 또 그래야만 한다. 그런 그의 의지를 표현하는 것이 바로 춤이다. 어린 호동은 ‘울어서 내보내도 가슴속에 눈물이 차오른다.’며 슬퍼하고 괴로워할 때 무휼은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지기보다 자신의 아픔과 그를 덮고도 남을 굳은 의지를 유려하면서도 단호한 안무로 형상화한다(2막에 나오는 이 장면은 호동과 무휼의 차이를 한눈에 부각시키는 부분이기도 하다). 백호의 안무 역시 춤이라기보다 액션 연기에 가까울 정도로 강렬한데 그저 강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음악에 몸을 싣고서 칼을 휘두르며 춤을 춘다(맙소사, 저 좀 살려주셈. OTL). 설문지에도, 그리고 프로그램을 팔고 있던 극단 관계자께도 애원했지만, 이 작품의 공연실황 DVD를 목이 터져라 부르짖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단 일주일 만에 막을 내리기에 너무나 아까울 정도로 이 작품의 안무는 무척 공을 들였고, 그 아름다움 또한 쉬이 잊혀지지 않는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이라면 무휼과 이지의 첫날밤이다. 정략결혼으로 왕비가 된 이지는 무휼을 본 순간 사랑에 빠지게 되고, 직접 몸을 부딪치면서까지 그의 사랑을 얻으려 안간힘을 쓴다(1층 객석에서 자세히 보면 무휼 앞에서 휘장을 두르고 있는 이지의 팔이 계속 떨리는 것을 알 수 있다). 원작에서도 팽팽하게 당겨진 실처럼 긴장감 넘치던 장면이었지만 무대 위에서 이렇게까지 관능적으로 묘사될 줄은 몰랐다; 15일 공연을 본 관객 중 한분은 ‘마치 탱고의 한 장면 같았다.’라고 말씀하셨는데, 동작 하나하나는 절제되어 있는데도 성적인 긴장감이 넘쳐서 보는 사람이 절로 얼굴을 붉히게 될 정도다(오해 마시라, 좋아서 그런 거다;). 마치 침상의 휘장(揮帳)을 연상시키는 하늘하늘한 긴 천으로 무휼의 몸을 감싸고 풀어내며 매달리는 모습은 무휼을 향한 이지의 갈구를 표현하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다.

무휼(김산호)+연(유나영)

 


15일 19:30, 고영빈 씨의 무휼이 부도를 향한 의지로 모든 아픔을 억누른 채 부도를 향해 내달리는 강인한 무휼이었다면, 16일 15:00 김산호 씨의 무휼이 주는 느낌은 한(恨)이 섞인 애잔함이다. 일단 두 배우는 같은 장면에서 대사를 치는 톤이 완전히 다르다. 공연을 보고 난 후 고영빈 씨의 무휼이 주는 느낌이 훨씬 강렬했던 것만은 사실인데, 신기하게도 자고 일어나니 이젠 김산호 씨의 무휼이 자꾸 머릿속에서 맴돈다. 사실 원작의 무휼은 강하디 강한 왕이었음에는 틀림없지만 그 강함만큼 한과 슬픔을 품은 왕이기도 하다. 처음부터 태자의 자리는 그의 것이 아니었음에도 일곱 살 어린 나이에 맞지도 않은 투구를 눌러 쓴 채 학반령에서 적장의 목을 베며 그 피에 온몸을 적셔야만 했던 사내아이, 그가 바로 무휼이다. 명림의 군사들이 그의 앞에 무릎꿇고 일어나는 장면을 기억하는가? 전장에 죽어 널브러져 있던 군사들이 천천히 일어나 무휼의 뒤를 따르던 장면을 기억하는가? 해명과 괴유, 그리고 세류가 끊임없이 되뇌던 말을 기억하는가? ‘우리는 그대의 머리 위에 얹힐 것이다.’―무휼은 이제 그 혼자만의 목숨을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그에게 삶과 죽음, 과거와 현재를 이어 미래까지 모든 것을 건 모두를 위해 살아야만 한다. 그것이 왕의 자리인 것이다. 그 단호한 목소리의 울림, 칼같이 딱딱 맞아 떨어지는 절도있는 움직임, 왕으로서의 굳은 의지를 담아내는 힘찬 노래(마마님, 저도 솥단지 이고 전장 따라가게 해주세요 제발. ㅠ_ㅜ). 고영빈 씨의 무휼은 왕으로서의 무휼에 더없이 어울렸다.

그러나 김산호 씨의 무휼은 왕으로서의 무휼보다 ‘인간’으로서의, ‘아버지’로서의 무휼에 더 초점을 맞춘 연기를 보여준다. 단 한명 사랑했던 여인이 자신의 목숨과 바꿔 남긴 소중하기 그지없는 아들과의 살(殺). 무휼 자신이 나아갈 부도와 호동이 지향하는 부도가 다름을 알고, 호동이 자신을 따르기 위해 왕될 자의 표식인 신수를 버린 순간 아들을 왕으로 세울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 아버지. 해명은 괴유에게 무휼을 두고서 ‘그는 다른 왕이 될 것이다.’라고 말한다(무휼 역시 자신은 아버지처럼 되지 않을 것이라고 읊조린다). 해명의 이 대사는 왕으로서의 무휼을 두고 한 말이지만 내게는 아버지로서의 무휼을 해석할 수 있는 또 다른 부분으로도 읽혀진다. 어쩌면, 아버지 유리처럼 아들을 셋이나 죽이고 남은 생을 회한에 젖는 업을 되풀이하지 않고, 오히려 호동이 꿈꾸는 부도에의 열망을 더욱 자극하여 자신과 반목하게 되더라도(그로 인해 무휼 자신이 죽음을 맞게 되더라도) 자신을 뛰어넘는 왕이 되어주기를 바란 아버지로서의 소망. 김산호 씨의 무휼에서 받은 느낌이 이러했다면, 이건 나만의 지나친 아전인수격인 해석일까? 하지만 원작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이러한 해석이 가능한 것도 뮤지컬 [바람의 나라-무휼]의 묘미가 아닐는지.

무휼 못지않게 극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역할이 바로 해명태자인데, 15, 16일 모두 김법래 씨의 해명태자를 관람했다. 명림의 새타니에게 말을 건넬 때는 그리도 사근사근하게 말씀하셔서 마지막 남은 한 조각 소녀심을 채가시더니 나중엔 진정 ‘해명태자’의 목소리로 말하고 노래하셔서 여심을 온통 뒤흔들고 말더라(에잉 나쁜 사람). 특히 무휼이 노래를 부르는 대신 안무로 자신의 의지를 표명하는데 비해 해명태자는 자신의 의지에 더하여 무휼의 의지까지 함께 실어 노래한다. 나중에는 분명 무대 위에 있는 사람은 배우인데 어떻게 된 게 그 얼굴은 원작의 해명태자 얼굴이 오버랩되어 보이는 착시현상까지; OTL 해명태자와 함께 극을 이끌어가는 주요 인물인 혜압(고미경) 역시 원작의 팬으로서도, 뮤지컬의 관객으로서도 참으로 만족스러웠다. 특히 혜압의 연기뿐만 아니라 극의 장면을 설명하는 나레이터 역할에 시공간을 넘나들며 함께 무대 위에 있는 다른 배우의 연기에 맞춰가는 장면도 많았는데도 전혀 튀지 않는다. 사실 혜압의 카리스마도 무시 못 할 정도인데 그 완급조절이 너무나 매끄러워서 배우의 연기력에 다시 한번 감탄하기도 했다.

무휼과 해명태자, 괴유 등의 남자 캐릭터들이 부각되다 보니 아무래도 세류와 연, 이지, 가희 등의 여자 캐릭터가 약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남자 캐릭터들의 너무나도 바람직한 의상에 비해(하체 선이 확 드러나는 과감한 슬릿, 골반께에 걸친 랩스커트, 헐벗은 상반신,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 남자배우들의 탄탄한 몸매…오 하늘님, 제작진들은 이미 너무나 많은 것을 알고 있습니다!!!) 여자 캐릭터들의 의상이 다소 불만족스러운 것도 사실이다(특히 세류 마마님 팔에 둘러진 그 어설프게 나풀대는 하얀 천, 그거 좀 어떻게 해주면 안 될까;). 하지만 공연을 보며 새삼 놀랐던 것은 결코 적지 않은 등장인물들의 이미지를 무척이나 잘 잡아냈다는 것인데 특히 이지가 그러하다. 이번 공연에서는 이지의 권력욕이나 개인적인 야심을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 전무하기 때문에 내세울 수 있는 것은 오직 무휼에 대한 감정 뿐인데 이 감정이 바로 그 문제의 ‘첫날밤’에서 적나라하게 표현된다(다시 한번 연출가님과 안무가님께 감사의 삼천배를 마음속으로 올린다). 목소리도 굉장히 아름다워서 ‘모래꽃’을 부를 때의 이지는 정말이지 애절함 그 자체다. 그렇게 애절한 노래를 부르고 나서 ‘―이제! 나는 그가 밉다.’라고 대사 한번 강하게 찔러주시니 보는 사람은 그냥 흐물흐물 녹아버리고; 노래도 좋았지만 ‘이제!’를 외칠 때의 그 감정선이 훌륭했기에 매우 만족.

연의 경우 노래도 연기도 굉장히 강하게 나오는 터라 원작의 연을 기억하는 이들은 살짝 혼란스러울 수도 있겠다. 게다가 해명태자마저 ‘그대는 고구려 왕될 자의 아내요 고구려의 어미’라며 칼까지 쥐어주니 용기백배, ‘내가 왕자의 어미요 고구려의 국모다!’ 딱 이 분위기랄까. 물론 그 장면이 연의 강인함을 보여주는 부분인지라 상당히 부합하기는 한데 사실 그런 연이라면 무휼이 돌아오지 않아도 필요할 때마다 해명태자 불러 올려서 잘 살아갈 수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연과 대립되는 입장에 있는 이지가 한 남자를 사랑하는 여인의 모습을 그려냈다면 연은 똑같이 한 남자를 사랑하는 데 더해 한 아이의 어머니로서의 면모를 더욱 강조하고 있다. 이지와의 차이점을 부각시키기 위해서였다면 연의 강인함을 강조하는 것도 나름대로 현명한 선택이었다 싶다.

세류를 연기한 신영숙 씨의 경우 [로미오와 줄리엣]에서의 연기를 본 이후 이번 공연에서 세류 역을 맡았다는 얘기를 듣고서 무척 기대하고 있었는데 역시 당찬 세류 공주에 잘 어울렸다. 다만 원작에서 세류가 차지하는 중요도에 비해 공연에서의 세류는 그 역할이 무휼의 부하이자 조력자로 많이 축소되었기에 그만큼 세류의 진면목을 보여주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어린 동생을 염려하고 그를 대신하여 싸울 것을 강조하는 누나 세류와, 전장에서 그의 충직한 부하로서 왕을 보필하는 장군이자 한 나라의 공주인 세류로 연기할 때의 대사 톤이 확실히 다르다. 세류의 노래가 더 있었으면 하는 게 바람이긴 하지만 극의 전체적인 흐름을 생각하자면 역시 개인적인 욕심이므로 살짝 접어둔다.

여럿 아낙네 벌써 잡아먹은 문제의 그 백호;;(저 근육, 아주 바람직하다. ㅠ_ㅜ)


무휼의 유려한 움직임과 강인함, 해명태자의 진중한 대사와 듣는 이를 사로잡는 노래에 이어 관객석에 앉아있는 여인들의 혼을 홀랑 빼놓은 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백호, 괴유이다. 원작에서도 숱하게 많은 여성 독자들을 울고 웃게 한 인물이 무대 위에 턱하니 나타났으니 어떻게 관객들이 진정할 수 있단 말인가; 첫 등장에서부터 어깨에서 허리께로 이어지는 문양하며, 칼을 휘두를 때마다 꿈틀거리는 그 근육하며, 조명이 비춰질 때마다 근육의 굴곡에 따라 지는 그림자하며, 내 분명 장담하는데 이건 제작진이 대놓고 노린 거다! 안무나 무술 연기에서 가장 고난이도의 연기를 선보이는 것도 바로 괴유인데, 고구려와 부여의 군사들이 2막 군무에서 간결하지만 힘찬 동작으로 전투의 시작을 알리면 고구려의 상장군인 괴유가 검무를 추는 양 화려하고 날렵한 동작으로 군무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한다. 양손의 단도를 이용한 기교도 많아서 보는 이도 함께 연기하는 이도 잠시도 안심할 수 없는 장면들인데 무리없이 소화해낸다. [바람의 나라-무휼]의 이미지들을 완벽하게 구현화하는 데 있어서 괴유는 가히 일등공신감이다.

호동과 병아리는 공연 전부터 내심 걱정하던 부분이었는데 생각 외로 참 훌륭했다. 와이어를 이용한 병아리의 아크로바틱 연기는 무대 위에서 봉황인 병아리를 묘사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 아니었을까. 두 캐릭터가 무휼을 두고 대립하는 부분은 랩으로 처리되는데, 이 또한 작품 내에서 어린 축에 속하는 두 캐릭터를 더욱 신선하게 돋보이게 하는 부분이다. 호동과 병아리는 서로 반목하면서도 떨어질 수 없는 관계인데 호동은 자신의 신수를 내칠 수도, 신수와 함께 자신이 바라는 부도로 나아갈 수도 없다. 그는 병아리를 버리면서까지 아버지 무휼을 따르고자 하지만 기실 그의 꿈은 무휼의 그것과는 겹쳐지지 않는다. 1막 마지막에서 ‘칼을 갖다줘.’라고 호동이 말하며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아쥐면 붉은 빛 조명이 그 손에 가득 비춰지는데 그 붉은 빛이 강렬해질수록 호동의 말끝은 흐려진다. 아버지 무휼이 어린 나이에 스승 연비를 비롯한 사랑하는 이들, 백성들이 눈물 흘리는 것을 보지 않겠다고 다짐할 때 역시 나어린 호동은 손에 쥐어진 피에 물든 칼을 보며 두려움을 감추지 못하는 것이다. 유약하다? 맞다. 2006년 공연의 호동은 여리고 착하고 순진한 아이다. 그런 호동이기에, 그의 죽음을 뒤로 하고 부도로 가야 한다고 발걸음을 옮기는 무휼과 그를 따르는 수많은 이들의 발걸음에 그 피의 무게가 더해지는 것이다. 이미 무휼은 너무나 많은 것을 지고 있고, 아들의 죽음을 이유로 부도로의 열망을 늦춘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아버지인 자신을 접어두면서까지 왕으로 살 수밖에 없었던, 그래서 후대에 대왕(大王)으로, 무왕(武王)으로, 신왕(神王으)로 불린 인물이 바로 무휼(大武神王, 4~44)인 것이다.

원작을 조금이라도 읽어본 이들이라면 공감하겠지만, 『바람의 나라』는 무척이나 방대한 작품이다. 분명 처음 시작은 색색의 실 몇 가닥이었던 것 같은데 어느새 읽다보면 거대한 비단 위에서 세세한 문양을 짚어나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원작의 팬들도 어차피 그 유장한 서사를 두 시간 남짓한 시간에 풀어낼 거란 기대는 하지 않는다. 한 몇십부작 정도 되는 대하드라마 정도라면 또 모를까. 그렇다 해도 제작진이 서사적 흐름으로 작품을 풀어내는 것을 포기하고 원작의 이미지를 무대 위에서 형상화한다는 과감한 결단을 내리기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저 아름다운 몇몇 장면을 단순히 빌려오는 것만으로 작품이 성립될 수가 없다. 그러면 어떻게? 제작진이 선택한 것은 바로 원작에 대한 존경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원작의 탄탄함은 새로운 장르를 창작하는데 가장 심한 압박감이다. 만화 ‘바람의 나라’ 마니아들은 원작이 심어준 이미지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고, 따라서 원작과 새로운 장르와의 비교 평가는 불가피하다. 제작진의 원작에 대한 존경심은 만화 캐릭터의 이미지와 흡사한 배우를 캐스팅하는 것, 뮤지컬 1차 각색을 김진 원작자가 직접 진행하는 것으로 추진되었다.
-서울예술단 변화의 바람, <뮤지컬 바람의 나라> 프로그램 17쪽에서 발췌



바로 이거다. 이쯤 되면 이 공연을 만들기 위해서 제작진들이 과연 얼마나 원작을 들이팠을까 궁금해질 정도다. 무휼을 설명하기 위해 꼭 필요한 부분들을 추려내고, 그 부분 중에서도 시청각적으로 형상화할 수 있는 부분들을 다시 모아서 재구성했다. 대부분의 대사는 원작의 대사를 거의 그대로 따오고(『바람의 나라』의 문학성은 『불의 검』과 쌍벽을 이룬다), 노래로 장면을 설명하려 하지 않고 안무와 그를 뒷받침하는 음악으로 ‘그려’낸다. 그리고 90% 성공했다. 나머지 10%는 원작을 보지 않은 관객들마저 사로잡을 수 있을 정도로 [바람의 나라-무휼]이 앞으로 갖추어갈 매력으로 메꿔야만 할 것이다. 이토록 다채로운 이미지들이 독립적으로,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유기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가능한 것은 분명 원작이 지닌 힘이다. 그러나 뮤지컬 [바람의 나라-무휼]은 『바람의 나라』라는 거대한 서사에 짓눌리기보다 그를 최대한 존중하며 팬들이 꿈꾸고 바라는 이미지들을 무대 위에서 빚어냈다.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뮤지컬과는 사뭇 다르게 받아들여질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그로 인해 창작 뮤지컬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진다면 그 또한 분명 의미있는 일이 아닐까. 단순히 좋아하는 원작이 뮤지컬로 만들어졌다는 감동에서 그치지 않고, 뮤지컬 관람객으로서 기존의 뮤지컬의 틀을 깨고 더 넓은 곳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노력을 보고 듣고 느낀 것으로도 이 작품은 오래토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불과 일주일 남짓의 기간으로 막을 내리기엔 너무나도 아까운 작품, [바람의 나라-무휼]. 때로는 산들바람처럼 잔잔하게, 때로는 모든 것을 휩쓸어가버리는 태풍처럼 강렬하게 우리를 감싸안는 바람처럼, 그렇게 그치지 않고 꾸준히 그 시도, 그 흐름을 이어가주기를 간절히 기대해본다.


꼬리1> 이 아름다운 안무들이, 이미지들이 서서히 잊혀지게 놔둘 수는 없다! 서울예술단은 공연실황 DVD를 내든가, 빨리 지방순회공연일정을 발표해주세요! 아님 적어도 OST라도 내든가(흑흑).
꼬리2> 16일 낮의 김산호 씨는 ‘저 부도로’ 첫부분이 다소 불안했다. 시간이 지나면 좀더 안정될 수 있을런지. 그리고 역시 16일, 연의 노래도 박자가 갈수록 빨라지고; 15일은 괜찮았는데 말이지(훌쩍).

다른 분들의 감상:
팬심으로 만든 뮤지컬 바람의 나라(2006)-빨간그림자 님
원작을 읽지 않은 분들을 위한 가이드:
뮤지컬 <바람의 나라> 장면 해석-빨간그림자 님

2006. 7. 17. by misha(별님사랑/12345)

 

http://misha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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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나라 싸이 홈페이지에서 퍼왔어요. http://town.cyworld.com/70045130/6100511193333


굵은 글씨체는 읽으면서 공감간 부분 제가 강조한 것^^

그런데 고영빈씨는 사진발이 안 받는군요.

아니면 노메이크업 상태였던가^^ㅎㅎㅎ

실제로 공연장에선 엄청 근사했는데 보도 사진에서 몇몇은

이상하게 나왔더라구요.(ㅡㅡ;;)

김산호씨는 안 봐서 모르겠는데, 81년생이라고...;;;;;

아들 호동 왕자 역을 맡은 배우가 80년생인데...(둘 다 어리다....;;;)

그나저나 진짜 DVD가 나와야 할 텐데... 과연....

하다 못해 OST라도 나와야 하는데...

물어보았을 땐 온라인 판매한다고 했지만, 음반시장이 워낙 악조건인지라 나올 지...

작년에 불의 검도 다급히 공연실황으로 대체했었지. 하지만 그땐 한달이상 공연을 했지만 이번엔 겨우 일주일 뿐인지라....  듣고 들어도 목마르다. 음... 그렇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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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가질 수 있는 모든 재능 중에서 가장 갖고 싶고 또 부러운 것은 바로 타고난 목소리, 노래 실력이다.

연습으로 후천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타고난 성량이라던가 감각... 그런 것이 너무도 탐이 난다.

짚어 보니,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개 목소리가 좋거나 아니면 아예 직업이 노래 부르는 사람이었다.

가수 이승환이 그렇고, 크로스 오버 테너 임태경, 그리고 새롭게 추가된 뮤지컬 배우 류정한도 그렇다. 성우로는 홍성헌씨!(노래도 잘 부르신다>_<)

노래 부르는 것을 들어 보면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이다. 저건 신의 선물 아니면 신의 질투, 혹은 신의 유혹이나 심판이 아닐까.  늘 나를 시험들게 하는 것을 보면...;;;;;

부모님 몰래 3개월 간 레슨 받고 서울대 성악과를 붙었다면, 확실히 그건 노력만 가지고는 아니될 문제가 아닐까..@.@;;;;

하여간, 조승우 지킬만 워낙 부각되다 보니 류정한에 대한 자료는 거의 없다. 억울할 정도로.

게 중 올댓뮤지컬이라고 하는 프로에서 지킬앤 하이드에서 가장 유명한 노래 "지금 이 순간"을 부른 것 하나를 건졌다.  으하하핫. 3분짜리건만 어찌나 반갑던지...T^T

공연에선 이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불렀는데, 솔직히 이 무대에선 많이 오버한다. 그치만 그조차도 좋아보인다.  입을 저렇게 크게 벌려야 더 잘 불러지는 걸까? 뭐 이런 생각도 하면서.(소냐의 영상을 보니 확실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음, 이승환은 별로 입 크게 안 벌리는데.... 임태경도.....ㆀ)

하여간. 오늘도 너무너무 부러워서 몸부림쳤다.  이건 받은 자와 준 자... 공연을 본 자, 노래를 들어본 자만이 느낄 수 있는 갈급함이다. 아흑.... 애가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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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그렇겠지만, 좋아하는 일엔 보다 집중하게 되고 관심을 더 쏟게 되고, 유독 눈에 띄게 된다.

지금도 물론 그렇지만, 이승환 노래를 달고 다니던 때에는 내가 이어폰을 끼고 있어도 버스 라디오에서 그의 노래가 나오면 여태 들리지 않던 이어폰 밖의 노래 소리에 깜짝 놀라 얼른 이어폰을 빼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감상하게 된다.

그러면 꼭 나의 외사랑이 어쩐지 통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흐뭇해진다.

그가 불렀다는 노래 정보가 없어도, 그의 목소리가 들리면 단번에 알아보는 그런 예들...

이를 테면. 크로스 오버 테너 임태경씨를 작년에  뮤지컬 불의 검을 보고 난 뒤로 줄곧 좋아하게 되었는데, 그래서 그가 불렀던 각종 노래들을 마구 섭렵해 왔었다.  최근엔 예전에 열린 음악회에서 부른 정지용 시인의 시에 곡을 붙인 "향수"를 줄곧 듣고 있다.  노래는 유열과 조영남, 그리고 임태경이 불렀는데, 한 사람씩 부를 때에 당연히 상관 없지만, 다 함께 부를 때는 음이 섞여서 각 개인의 목소리가 잘 안 들릴 때가 있다.  게다가 셋이 모두 같은 파워로 부르다 보니 한 사람만 유독 잘 들리지가 않는다.

그런데, 자꾸 듣다보면 그 속에서 내가 듣고 싶어하는 하나의 목소리를 찾아내게 된다.  그때가 되면 유열이나 조영남의 목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게 된다.  내가 반한 목소리 하나만 귀에 감기게 된다.  그러면 나는 또 황홀경에 빠지게 된다.

어제 방영했던 주몽12회.  뒤늦게 오늘 보는데, 해모수가 죽을 때 즈음 나오는 배경음악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어라? 임태경인데....!!!!

바로 주몽 ost로 검색해 보니, 다들 나처럼 난리다. 노래 언제 나오나, 어디서 듣나, 뭐 이런 내용들^^

사실, 나만 특별한 것이 아니라, 모두들 이 정도 알아듣고 사는데, 꼭 내게만 나타난 마법처럼 느껴져서 기분이 너무 좋다.

게다가 기다리던 프린세스 27권도 나왔다. 으하하핫, 오늘 기분 많이 좋다. 비가 더 왔으면 했는데 덜 온게 섭섭하지만... 그 정도는 얼마든지 괜찮음^^

요새 드라마 보다가 느낀 건데,

예전처럼 무조건 '영웅'보다는 2인자일지언정 자상하고 착한 사람이 좋더라는...

이를테면, 해모수보다는 금와왕이,

그리고 서울 1945에서 최운혁보다 이동우가 더 끌린다는 사실.

물론, 난 유호부인도 아니고 김해경도 아니지만..ㅡ.ㅡ;;;;;

하여간... 그렇다고... 트렌드가 그렇게 바뀌는 것 같다.

오연수도 해모수보다는 금와가 낫다잖아^^;;;

그나저나 ost어여 듣고 싶다. 아직 미발간이라던데... 느긋이 기다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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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영화보다는 고비용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생각만큼 자주 뮤지컬을 보지는 못하지만, 뮤지컬이란 장르는 너무 좋고 또 애정이 간다.

내 인생 최초의 뮤지컬 관람은 아마도 '코러스 라인'이었던 것 같다.  당시 나는 비디오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는데, 가끔 텔레비전에 단역배우로 출연하시던 한 손님이 종종 연극이나 뮤지컬 티켓을 주시곤 했다.

그때 호암 아트홀에서 코러스 라인을 공연했고, 당시 R석 5만원 권 좌석 두장으로 언니와 함께 눈과 귀가 호강했던 기억이 난다.  심사위원 역할은 배우 이병헌이 하였는데, 노래 부르는 씬은 없었지만 어찌나 목소리가 좋던지...ㅠ.ㅠ 정말 @;@ 딱 이런 눈으로 두시간 이상을 버텼었다.  게다가 지휘자의 연주로 실황 오케스트라 반주를 들으니, 영상이라곤 영화관에서 본 영화 정도가 고작인 내게는 얼마나 놀라운 경험이었겠는가.

그밖에 넌센스 1.2 기타 등등, 여러 뮤지컬을 전전하기도 했는데, 내 인생 최고의 뮤지컬은 '바람의 나라'다.  원작 만화 바람의 나라도 몹시 인상적이었는데, 그 대서사시를 다 옮겨올 수가 없어 그 중에 호동왕자와 낙랑 공주의 사랑 이야기만 뮤지컬로 옮겼었다.

당시 우연히 길을 가다가 육교에 걸린 플랭카드를 보고서 관람하러 갔는데, 평일 낮 시간 공연을 예술의 전당 4층석에서 7천원에 보았다.  으하하핫, 울며 나왔다. 이렇게 멋진 작품일 줄 알았더라면 돈 더 주고 좋은 자리에서 볼 것을...ㅠ.ㅠ

고개 60도로 꺾어 보는 공연이란...ㅠ.ㅠ 그때 낙랑 공주는 박화요비였고, 낙랑공주를 사랑한 오라비는 가수 박완규씨였다. 두 사람 다 연기는 못했지만 노래는 어찌나 잘하는지, 게다가 창작 뮤지컬이었는데, 그 노래의 웅장함이란, 우리가 고구려 하면 떠오르는 그 기상 그 자체였으니, 내 가슴이 어찌 안 흔들렸겠는가.

그때 실황 OST라도 사왔어야 했는데, 감동만 잔뜩 받은 채 아무 것도 사지 않고 돌아온 내가 지금 생각하면 참 한심스럽다. 그땐 주머니도 빈약했지만, 그래야겠단 생각 자체를 못했었다...;;;;

역시 창작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는 강현성씨와 가수 김현성씨 버전으로 보았는데, 역시 인상적이었지만, 노래가 그닥 생각이 많이 나지는 않는다. 

그밖에 서울예대 졸업 작품전에서 가스펠을 보기도 했었는데, 내가 간 공연 바로 전이 우희진 출연분이었다고 안타까워했던 기억이 난다. 내가 새내기 무렵이었으니 정말 오래 전 일.. ^^

 

그리고 작년엔 역시 만화 불의 검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불의 검'에 제대로 올인했었다.  당시 이벤트가 진행 중이었는데 DVD를 목표로 클릭질 500번의 신화를.ㅡ.ㅡ;;;

그러나 천번을 찍은 누군가(아마 내 예상...)에게 밀려 나는 7만원권 시사회 두 장에 만족해야 했으니...임태경 이소정 버전인 줄 알고 관람했는데, 남자 배우가 다른 사람인 것을 이틀 뒤에 알고 몹시 허무했었던 기억이 난다.  결국 한 달 뒤에 임태경 홍금단 버전으로 다시 보고 말았다.

작품이야 원작의 맛을 결코 따라갈 수 없었지만, 이번에도 그 노래에 흠뻑 빠져 지금도 두고두고 듣는 노래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남은 꼬리는 임태경의 팬이 되어버린 나... ^^

에, 뮤지컬을 이용한 영화도 몹시 좋아했다. 마돈나 주연의 에비타도, 장국영 주연의 야반가성도, 그리고 최근에 본 퍼햅스 러브도...

장학우가 왜 歌神이라고 불리는 지 충분히 이해했다.  주인공은 금성무였지만 장학우에 올인해버린 나.

영화가 흥행하지 못했고, 나도 극장에서 보지 못하고 지나쳤는데, 이번에 보면서 극장의 사운드로 보지 못했음이 참 안타까웠다.  왜 좋은 작품은 늘 지나고서야 눈에 띄는가...;;;;

그밖에... 지킬 앤 하이드는 예매 전쟁에서 실패...;;; 결국 EBS 실황으로 만족해야 했는데, 역시 한 동안 내 귓가를 떠나지 못했던 멜로디들. 조승우 버전도 좋았고, 류정한 버전도 미치도록 좋았다^^

게다가 소냐는 루시의 현생이 분명하다(>_<)

아, 빼먹은 것. 예전에 오페라의 유령을 김소현 버전으로 보았는데, 당시 남자 배우가 더블 캐스팅이어서 누구였는지 정확히 기억이 안 나지만 중간에 삑사리가 나서 엄청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당시 나는 바로 전날 이승환 공연을 보았는데, 그가 6섯 시간 가까이 열창을 하면서 호흡 하나 흩어지지 않는 무대를 느끼다가, 너무나 정적인 무대, 게다가 엘지 아트센터의 구라(..;;;;)로 자리보다 비싼 티켓을 사야 했고,  또 배우가 노래 부르다가 이상 목소리까지 냈으니 열이 받을 만도 했다. 그때 그 배우가 누구인지 모르고 넘어간 것이 차라리 다행일 지도^^;;;(두고두고 그 원망을 어찌 감당하리...)

팬텀의 노래를 가장 잘 한 사람은 영화 오페라의 유령에서의 그 배우... 이름은 까먹었다.  하여간 성악을 전공한 것도 아니었는데, 어찌나 노래를 잘하고 또 그 음색이 딱 팬텀이던지.. 역시 오래오래 내 귓가를 장악한 노래가 되어버렸다.

지금도 내게는, 뮤지컬보다는 공연, 특히 이승환의 콘서트가 최고이지만, 이승환 이름 석자를 공연에서 빼 버리면 그 다음은 뮤지컬이 참 좋다.

보다 대중화가 되고, 가격도 제발 대중화되고, 창작 뮤지컬도 더 많이 제작되어 우리 배우들의 무대가 곧 세계의 무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

아, 쓰고 보디 또 무언가 보고 싶다. 지름신이 강림하기 전에 일단 마무리 지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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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05-03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또 기억나는 것.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창작 뮤지컬 '안악지애사'를 보았는데 기대와 달리 참 재미 없었다. 노래도 그냥저냥 수준. 다만 배우들의 목소리는 참 좋았다. 나중에 창작 오페라 "정조대왕의 꿈"에서 동일 배우를 보았다는 기억이 있을 뿐. 게다가 역사 고증을 잘못해서 틀린 내용도 종종 보이고..ㅡ.ㅡ;;; 그땐 제법 좋은 자리에서 보았는데 표값이 쪼매 아까웠다는...ㅠ.ㅠ 이래서 창작 뮤지컬은 모험이 필요하다. 어떤 작품은 더 좋은 자리에서 못 보아서 아깝고, 어떤 작품은 너무 좋은 자리에서 보아서 아깝고...^^;;; 그래도 창작 뮤지컬은 계속되어야 한다. 쭈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