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난 열차 작은 동산 2
헤미 발거시 지음, 크리스 K. 순피트 그림, 신상호 옮김 / 동산사 / 2009년 12월
절판


한국전쟁을 다룬 그림책인데 작가가 모두 외국 이름이어서 눈길이 갔다. 글을 쓴 이의 외할머니의 경험을 책으로 옮긴 것인데 작가는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어려을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간 사람이었다. 작품 속 인물의 이름이 수미인데 작가의 이름 헤미와도 어감 상의 공통 분모를 노린 건 아닐까 싶다.

첫번째 그림은 시원하게 뻗어있는 들판을 가로지르는 열차의 모습이다. 작품의 배경이 수미의 엄마가 갓 태어났을 때의 한국전쟁이니까 수미의 나이를 고려하면 80년대 초 쯤으로 봐야지 싶다. 당시 우리나라 열차로 보기엔 다소 무리가 있고, 저 멀리 보이는 나무 통나무집도 우리나라 정경은 아니라고 본다.
80년대에 저런 부엌 싱크대도 역시 만나기 힘들었을 것이다. 뚝배기는 한국스럽지만 오븐렌지는 좀...

주인공 수미는 외할머니와 함께 꽃마을에 산다. 어감이 어쩐지 꽃동네를 연상시킨다. 엄마는 군복무 중이고 아이는 5시면 지나가는 기차를 날마다 보는 취미가 있다.
며칠 뒤면 수미의 생일. 오지 못하는 엄마가 선물을 먼저 보냈다.
엄마가 그리운 수미는 심통이 나버린다.
실내에서 신발을 신지 않는 우리네 정서를 생각하면 역시 그림이 외국 사람이 그린 티가 난다.

아빠를 교통사고로 잃고 봉투 공장에서 근무하던 엄마는 지난 봄에 군대에 가셨다. 군인이 되면 대학에 다닐 수 있게 학비가 나온다는데, 그 학비는 엄마의 학비라는 의미일까?
아무튼 엄마가 군대에 입대한 것도 우리네 분위기와는 사뭇 차이가 난다.

어느덧 할머니도 나오셔서 수미 곁에 앉으셨다. 그리고 기차를 보면 떠오른다는 할머니의 추억 이야기가 시작된다.
할머니에게 기차가 주는 연상은 춥고 고단했던 한국전쟁의 순간이고 이별의 시간이다.

외할머니 부부는 서울에서 살고 계셨는데 그림을 보니 꽤 부유했나 보다. 자개장식이 들어간 문갑도 그렇고, 그 위에 놓여진 도자기며, 밥상에 놓인 신선로까지!
근데 수미의 외삼촌은 젓가락질을 잘 못하네...^^
외할아버지는 왼손잡이고.

외할머니 부부는 전쟁이 났을 때 깜깜한 지하실에서 숨어 지내면서 버텼다.
외할아버지는 한시 바삐 피난을 떠나자고 했지만 할머니는 집을 두고 떠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버텼는데 추운 겨울날 중공군에 의해서 다시 UN군이 후퇴하자 할아버지는 끝내 피난행을 결심했다.
보따리 세 개와 그들 네가족이 가진 것의 전부였다.
무사히 강을 건너 남쪽으로 하염없이 걸었던 외할머니 가족.

부산으로 가는 기차를 겨우 잡았지만 좌석이 없었다.
마지막 열차일지도 모르기 때문에 기다릴 수도 없다.
결국 외할아버지는 외할머니께 기차 지붕 위로 올라가라고 하셨다.
그리고 당신은 자원입대하겠다며 아이들을 맡기신다.
난 이 부분이 상당히 불만이었는데, 달리 가족을 돌봐줄 사람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애국심에 겨워 가족을 위험한 피난길에 방치한 채 군으로 간다는 것이 심정적으로 용납이 안 됐다.
실제로 작가의 외할아버지는 전기 기술자로 전쟁 초기에 북한군에 잡혀가셨다고 한다.
이야기의 감동을 위해서 나름 변형을 준 것 같은데 다소 불편하다.
실제로 대의를 생각하며 자원입대한 분들이 분명 계실 거지만, 그리고 그런 분들을 영웅으로 추앙하는 분위기가 아직도 진행되고 있지만 씁쓸한 일이다.

부산에 무사히 도착한 외할머니는 그곳에서 한동네서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을 모두 만났다고 한다. 뭐, 그것도 불가능하진 않겠지만, 무슨 드라마처럼 너무 작위적이지 않은가? 어째 책을 읽으면서 자꾸 삐딱하게 반응하게 된다.

그림을 그린 작가는 한국에서 태어나 어려서 부모를 여의고 미국의 한 가정에 입양된 분이다. 이 작품에 그림을 그릴 때 사진 자료를 많이 참고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외할아버지는 자꾸 간송 전형필 선생님이 떠오른다. 뭐, 내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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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11-06-24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해맑은 웃음 여전하시지요?
알라딘에 못 들어오는 동안 마노아님의 그림책 소개 항상 궁금했어요.^^

마노아 2011-06-24 20:53   좋아요 0 | URL
같은하늘님, 이제 좀 여유가 생긴 거예요? 그 동안 소식 궁금했어요.^^

후애(厚愛) 2011-06-25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이 6.25 한국전쟁날이네요.

즐거운 주말 되세요^^

마노아 2011-06-25 10:24   좋아요 0 | URL
네, 오늘이 그날이네요. 마음 착잡한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그래도 주말은 즐겁게 보내어요, 우리.^^
 
돈이 열리는 나무 온세상 그림책
사라 스튜어트 지음, 유시정 옮김, 데이비드 스몰 그림 / 미세기 / 2007년 2월
절판


눈이 번쩍 뜨이는 제목이다. 세상에, 돈이 열리는 나무라니!
그런 나무를 어디서 보셨나요??

1월에 맥 아주머니는 거실 난로 앞에서 바느질을 하고 있었다.
문득 창밖을 내다보니 무언가 처음 보는 것이 눈에 띄었다.
아주머니는 2월이 되어서야 낯선 그 무엇이 나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새가 준 선물인가 보다 무심히 넘기는 맥 아주머니.
3월에는 아주머니가 아끼던 연 꼬리가 나뭇가지에 걸리고 말았다.
마치 곡예라도 부리는 것처럼 쑥쑥 자라는 나무는 모양새가 상당히 특이했다.
저런 나무가 주변에서 자라고 있다면 '세상에 이런 일이'에서 벌써 취재를 나오고 말았을 것이다.

4월에 완두콩을 심다가 잠시 고개를 든 맥 아주머니는 봄기운에 파릇파릇 푸른 잎사귀로 덮인 나무를 바라보았다.
저렇게 금세 자란 나무가 신기하다고 여기면서도 맥 아주머니는 크게 관심을 쏟지 않으셨다. 정말 무심 대마왕이다.
5월에는 이웃 아이들에게 주려고 메이폴을 만들다가 맥 아주머니는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나무 잎사귀가 나뭇잎 모양이 아니었던 것이다.
저 빳빳한 푸른 돈잎을 아주머니는 조심조심 따서 아이들에게 선물로 주었다.
그 아이들이 집에 돌아가서 소문을 냈을 거라는 건 뻔한 이치다.
6월이 되어 맥 아주머니가 장미꽃을 따고 있을 때, 이웃집 아이들의 부모가 정원으로 들어왔다.
나무 구경을 하고 싶다는 이웃들에게 아주머니는 나뭇가지를 잘라 조금씩 가져가도록 해 주었다.
그 나뭇가지가 이웃의 집에서 다시 자라 돈이 열렸는지는 알 수 없다.
돈이 열렸어도 안 열렸어도, 이웃들은 맥 아주머니에게로 다시 찾아왔을 것이다.
사람의 욕심이란 그렇게 끝이 없는 법이니까.

7월에 맥 아주머니는 과수원에서 버찌를 따고 있었다.
이번엔 마을의 공무원들이 찾아와서 특별한 사업에 저 특이한 나무의 잎을 사용해도 되겠냐고 물어온다.
나무는 여전히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기 때문에 아주머니는 기꺼이 사다리를 빌려주었다.
그리고 사람들을 무엇을 하든 내버려둔 채 버찌 파이를 만들러 집안으로 들어가셨다.
8월에는 사람들이 더 뻔뻔해졌다. 아주머니가 외출했다 돌아와 보니 사람들이 나뭇잎을 따서 가방과 바구니에 정신없이 담고 있지 무언가.
그런데 우리의 속세를 초월한 맥 아주머니는 이렇게 중얼거릴 뿐이다.
"괜찮아. 어차피 가치를 쳐 주지 않으면 제 무게를 못 이겨 부러질 테니까."
아, 이건 대인배라고 해야 할지 해탈이라고 해야 할지......
9월의 달밤, 우리로 치면 한가위 쯤 되었을 무렵의 둥근 달이 뜬 날, 사람들은 구름같이 모여들어 쉬지도 않고 나뭇잎(이라고 쓰고 돈이라고 읽는!)을 줍고 있다.
맥 아주머니는 걱정스레 그들을 바라볼 뿐, 참여하지도 제어하지도 않는다.

저렇게 정성을 다해, 온 힘을 다해 사람들이 집착하고 있는 돈이 열리는 나무.
사실, 눈앞에 저런 나무가 있고 누구든 주워갈 수 있다면 저 안에 참여하지 않을 자신이 내게는 없다.
중학교 시절 지하 보도에 3천원이 떨어져 있어서 앞에 가던 직장인 여성에게 돈 떨어뜨렸냐고 하니 자기 돈이 아니라고 하고 가버렸다.
그리고 초등학생 하나가 내 옆을 지나갔다.
난 고민하다가 그 돈을 거기다 도로 내려놓고 지나갔다.
사실 주인이 다시 찾아가기 힘든 돈이고, 분명 내 뒤에 올 사람이 횡재다~ 하고 주워갈 게 분명한데, 어쩐지 난 줍지 못하고 지나치고야 말았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생각난다. 그때 주웠어야 했어...;;;;;

10월에 맥 아주머니는 할로윈 데이를 준비하며 호박 등불을 만들고 있었다.
초록빛 잎사귀였던 돈 나무는 이제 노랗고 빨갛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지혜의 색이 바뀌면 화폐의 단위가 바뀌는 것인지, 그냥 돈의 색깔이 바뀌는 것인지....
11월에는 겨울을 알리는 매서운 바람이 불어왔다.
나무 아래에 낯선 사람들이 굳은 표정으로 쌓인 눈을 파헤치고 있다.
앞서 왔던 사람들인지, 뒤늦게 소문을 듣고 온 사람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미 늦었다. 때는 가을이고, 나무는 자연의 법칙을 무시하지 않는다.
12월이 되자 맥 아주머니는 이웃집 아이들과 함께 나무를 베었다.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서 필요한 땔감 때문이었다.
봄이 오면 다시 돈이 열릴지도 모를 나무를 개의치 않고 베어버린 맥 아주머니는 진정 용자!

욕심도 내지 않고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지 않는 맥 아주머니,
이제 아주머니는 평온한 일상으로 고요히 돌아왔다.
그리고 이제서야 편안한 미소를 짓는다.
그 동안 사람들 때문에 얼마나 피곤하고 신경이 쓰였을까.
다시 나무가 자라지 않았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지만, 깨끗이 사라졌으니 그런 사람들은 금세 돌아갈 것이다.
아주머니의 평범한 일상은 무엇으로도 흔들리지 않는다.

이 책은 사라 스튜어트와 데이비드 스몰 부부의 첫번째 그림책이다.
풍성한 색깔과 자유로운 그림체가 이때에도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
촉수를 건드리는 자극적인 제목에 비해 이야기는 지극히 교과서적으로 끝났다.
독자가 오히려 아쉬워서 입맛을 다신다.
황금 알을 낳는 거위처럼 뜻밖의 횡재를 겪고 욕심이 지나쳐서 오히려 망하는 이야기가 많았지만, 이렇게 욕심에 초연하여 스스로 원위치 시키는 이야기는 흔치 않았던 것 같다. 맥 아주머니는 역시 안드로메다에서 오신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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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6-17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방금 <최고의 사랑>을 본 영향인지
저 나무를 베었다고 사람들이 벌떼처럼 공격하면 어쩌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에고.

중간까지 읽다보니 돈나무의 끝이 너무 궁금했는데, 맥아주머니가 따스하게 쓰셨다니 좋네요.
직접 구운 빵과 딸기잼, 말린 꽃 한다발... 그보다 소중한게 있을까요. ^^

마노아 2011-06-17 00:47   좋아요 0 | URL
맥 아주머니 기자 회견해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자숙하고 반성하겠다고 말해야 하는 걸까요? ^^

맥 아주머니는 분명히 만족하셨는데, 그림 속 얼굴이 그렇게 평안해 보이지 않는 건 저의 심술일까요? ^^ㅋㅋ

saint236 2011-06-17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옛날에 봤단 우스개소리와 비슷한데요. 김이병의 이야기...초코파이가 열리는 나무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름은 오리온이라고 져야지....^^

마노아 2011-06-17 10:20   좋아요 0 | URL
초코파이가 열리는 나무는 귀여운 걸요. 소박한 소원이에요.^^ㅎㅎㅎ

꼬마요정 2011-06-17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나무 가지고 있어도 살아있는 맥 아주머니가 정말 대단한 듯...
총 든 놈들 여럿 와서 온 일대가 피바다가 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잖아요.. 총 겨누고 죽고 싶지 않으면 나무 내 놔라느니, 소유권 이전 하라느니.. 막 이러거나요, 정치인들 떼거지로 와서 이런 나무는 국가 소유라고 한다거나, 맥 아주머니 자식들, 친지들 우루루 달려와서 죽 치고 산다거나.. 특히 땔감으로 벨 때 동네사람들이나 조폭들 달려와서 못 하게 막는다거나..

아.. 이런 생각을 하는 저는 어떤 인간인가요..ㅜㅜ

마노아 2011-06-17 21:03   좋아요 0 | URL
허거거거, 그야말로 호러군요. 저 작품이 영화 버전이면, 특히 성인용 영화라면 꼬마요정님 얘기처럼 진행될지도 몰라요. 크게 공감하는 저는 또 어떤 인간인간요....(>_<)
 
나와 너 웅진 세계그림책 132
앤서니 브라운 글.그림, 서애경 옮김 / 웅진주니어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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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발머리와 곰 세마리 이야기는 노부영으로 먼저 읽었다. 읽고 나서도 잘 이해가 되지 않아서 영어책이어서 그런가보다 했다. 알고 보니 꽤 유명한 이야기인지라 여러 그림책으로 자주 접할 수 있었는데, 그럼에도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 책 역시 곰 세마리와 금발 머리 소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앤서니 브라운답게 조금 다른 접근이 보인다. 친절하게 작품 안내 글까지 있어서 이제까지보다는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게 되었다. 다행히! 

 

곰 세마리네 예쁜 집이 보인다. 창을 열고 고개를 내민 아빠와 유리창을 닦고 계신 엄마, 그리고 창끝으로 머리만 조금 보이는 아기 곰이 살고 있다. 집 뒤쪽으로 이 예쁜 집과 별로 어울리지 않는 고층 빌딩과 공장의 굴뚝, 철근 골격 등이 보인다. 몹시 도시적인 분위기 안에 전원 주택스러운 곰 가족의 집이 있는 것이다.  

어느 날 아침, 엄마가 만든 죽이 너무 뜨거워서 죽이 식을 동안 공원을 산책하기로 했다. 아빠는 아빠 회사 이야기를 하고, 엄마는 엄마 회사 이야기를 하고 아기 곰은 딴청을 피웠다. 돌아올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한 가족이지만 뭔가 합이 잘 맞지 않아 보인다.  

 

그리고 또 다른 주인공 금발머리 소녀. 엄마와 함께 집에서 나오는데 아이의 금발 머리 외에는 모든 색깔이 전부 흑백 톤이다. 색깔 때문에 두 사람의 분위기는 다운되어 보이고 어둑어둑한 느낌이다. 정육점 앞에서 날아가는 풍선에 마음을 빼앗긴 소녀는 풍선을 따라 달렸다. 낯설고 낯선 동네에서 멈춰선 소녀는 곰 가족의 열린 문 안으로 들어선다. 

 

단순한 호기심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소녀는 밝은 색상의 페인트가 칠해진 이 예쁜 집으로 들어가 보고 싶었을 것이다. 그 안에 차려진 아침 밥상은 소녀를 더욱 두근거리게 했을 것이다. 비록 아빠 곰의 죽은 너무 뜨겁고, 엄마 곰의 죽은 너무 차가웠지만 말이다. 아기 곰의 죽만 적당히 식어서 소녀가 깨끗하게 비웠다. 똑같이 끓였을 죽이 왜 서로 온도가 다른지는 나도 모른다. 그냥 넘어가자. 

배를 채운 소녀는 안락해 보이는 의자에 앉아 보았다. 커다란 아빠 곰의 의자를 너무 딱딱했고, 엄마 곰의 의자는 지나치게 푹신했다. 아기 곰의 의자가 딱 적당했지만 소녀가 앉자 부서지고 말았다. 어이쿠!  

2층 침실까지 올라가 본 소녀는 아빠 곰의 침대도 아닌, 엄마 곰의 침대도 아닌, 역시나 아기 곰의 침대에서 편안한 잠에 빠져들고 말았다. 곤히 잠든 소녀의 표정은 지치고 쇠락한 중년 부인의 표정으로 보인다. 소녀는 필시 많이 지쳐있었던 게 분명하다.  

 

그리고 집에 돌아온 곰 가족은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 챘다. 아빠 곰과 엄마 곰의 죽그릇과 의자는 손을 댄 정도로 끝났지만, 아기 곰의 죽은 깨끗이 비워져 있고 의자는 심지어 망가져 있기까지 했다. 침입자가 생겼다는 것을 알아차린 일가족은 잔뜩 긴장해 버린다. 먼저 용감하게 2층으로 올라가 보는 것은 엄마 곰. 아빠 곰은 조심해~라는 당부와 함께 한 발 뒤에서 따른다. 역시 남다른 가족이다.   

그리고 마침내 목격한 이 집의 침입자 금발 머리 소녀.

 

잠에서 깨어난 소녀가 보고 있는 모습과, 곰 가족이 보고 있는 소녀의 모습을 한 화면에 연출했다. 재미있는 설정이다.  

곰 가족의 털이 바짝 선 것처럼, 잠에서 깬 소녀의 머리카락도 곤두선 것처럼 보인다. 아빠 곰과 엄마 곰은 화가 잔뜩 난 얼굴이지만 아기 곰은 그보다 호기심과 놀람이 앞선 표정이다.  

소녀는 서둘러 집을 나가버린다. 달리는 소녀의 머리 위로 비바람이 몰아치고 심지어 눈발도 날린다. 단순히 집으로, 엄마에게로 돌아가는 모습뿐인 것일까? 혹시 소녀는 고난과 역경의 시련을 딛고 어른으로 성장해 가는 중인 것일까? 의미심장한 것은 그 다음 장면이다. 

 

이제껏 소녀의 머리카락 외에 다른 컬러를 허락하지 않던 그림의 톤이 바뀌었다. 그리고 모자가 벗겨질 정도로 달려간 소녀를 품에 안아준 엄마의 안도에 찬 따뜻한 표정이 잠시 보인다. 엄마의 머리카락 역시 소녀처럼 밝고 빛나는 금발. 입은 옷마저도 색깔이 보인다. 안도와 평안이 느껴지는 따뜻한 그림이다.  

아기 곰이 걱정한 금발 머리 소녀의 앞날을 염려하지 않아도 되겠다. 소녀는 엄마와 함께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을 테니까. 그 집은 아기 곰네 집처럼 예쁘거나 따뜻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충분히 맛있는 밥이 없을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아이를 기다려주고 반갑게 맞아줄 가족이 분명히 있는 공간일 것이다. 나와 너가 만나서 우리를 만들어가는 그런 가족이 있는 집 말이다.  그리고 그 소녀 덕분에 서로 다른 이야기만 하고 공감대가 좀처럼 형성되지 않던 곰 가족네 집에도 공통된 화제가 생겼을 것이다. 그들 가족의 식탁도 좀 더 두런두런 따뜻하고 풍성해질 것이다.

 

책의 맨 뒤에 붙어 있는 포스터 겸 작품 안내서다. 펼치면 표지 그림이 나오고 뒷면에 앤서니 브라운에 대한 소개와 이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금발 머리 소녀의 이야기는 대사 없이 진행되고 곰 가족 이야기만 짧은 대사로 이야기를 엮어나간 것이 인상적이다. 글을 줄인 만큼 생각의 여지는 깊어지고 상상의 폭도 넓어진다. 이 책을 읽는 다양한 사람들의 무수한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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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alei 2011-06-15 0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걸 보며 스쳐가는 생각.
1. 참 많은 정성과 시간을 들이시는구나.
2. 이 시간의 생존자 분이랑 커필 마시면 어떨까.

마노아 2011-06-15 11:48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참 많은 정성과 시간을 제가 쏟고 있어요.^^;;;
그 시간에 커피를 마시면 생존 시간이 좀 더 길어질 거예요.
저는 확인 버튼 누르고 바로 전멸했답니다.^^
 
데이비드 맥컬레이 건축 이야기 2
데이비드 맥컬레이 글 그림, 장석봉 옮김 / 한길사 / 2003년 11월
절판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성은 가상의 성이지만, 영주 케빈의 성은 1277년에서 1305년 사이 웨일스 정복 사업을 활발하게 하기 위해 지은 몇몇 성들의 구조, 건설 과정, 외관에 근거한 것이다. 애버위번 타운 역시 가상의 공간이지만 이 역시 웨일스에 지어진 성에 딸린 타운들에 근거한 것이다.
잉글랜드에서 성장기를 보낸 작가의 경험이 밑바탕이 된 것이다.

1283년 3월 27일, 잉글랜드 왕 에드워드 1세는 케빈 르 스트레인지를 웨일스 북서부에 있는 애버위번의 영주로 봉했다. 웨일스 정복을 꿈꾸는 에드워드 왕은 케빈처럼 사비를 털어서라도 성을 짓고 싶어하는 귀족으로 하여금 전략적 요충지에 성과 타운을 건설하려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케빈은 실력이 뛰어난 기술자인 제임스를 총감독으로 고용했다. 제임스와 그가 데리고 온 감독들은 성을 짓기에 최적의 장소를 골라냈다. 석회암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높은 절벽은 최적의 입지였다.

성의 설계도와 바깥쪽 문루의 단면도다.
이렇게 보면 무척 작게 느껴지지만 실물은 무척 클 것이다.

설계가 채 끝나기도 전에 총감독 제임스는 일꾼들을 고용하기 시작했다.
공사가 한창일 때는 무려 삼천 명의 일꾼이 동원되었다.
그 중에는 채석공, 석공, 미장공, 목수, 대장장이, 배관공, 갱부, 잡부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각 분야는 한 명 혹은 그 이상의 부감독들이, 부감독들은 모두 총감독인 제임스가 감독했다.

연장들이다.
왼쪽에는 채석공과 석수, 갱부, 석공과 대장장이, 목수들이 사용하는 연장들이고,
오른쪽은 각종 무기들이다.
동양과는 휘어진 모습이 다른 활이 눈에 띈다.
석궁용 화살을 쏘려면 가로로 공간이 더 넓어야 하기 때문에 아래 그림과 같은 구조가 필요하다.

벽이 함락되면 수비병들은 각 구역에 있는 다리를 치웠다.
다리가 없으면 적군은 벽 안쪽 면에 있는 계단으로 내려와야만 했다.
계단으로 내려온다는 것은 적군이 성 안에 있던 사람들에게 자신의 존재와 위치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을 의미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려면 온 길을 되돌아가야 했다.

오른쪽 그림은 위에서 설명한 궁수대다. 활을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뒤쪽으로 갈수록 넓게 되어 있다.

중요한 곳, 바로 화장실이다.
막벽에 위치한 화장실에 가기 위해 사람들은 좁은 통로를 지나가야 했다.
저래 보여도 오물 구덩이를 정기적으로 청소한다고 한다.
우리네 전통 재래식 화장실을 떠올리게 한다.

책은 성과 타운의 공사 과정을, 각각의 공간이 담당하는 기능을 설명한다.
이어서 이 성의 진정한 목적인 방어의 기회까지 보여준다.
1295년 4월에 귀네드 출신의 제후 대퓌드 휘하의 웨일스 병사 수백 명이 타운을 둘러싼 것이다.
6월 말에는 타운 벽 바깥에 있는 건물들 대부분이 파괴되고 경작지도 피해를 많이 입었지만 양쪽 모두 후퇴하지 않았다.
반란군 진압을 위해 잉글랜드에서 지원군이 오고 있다는 소식에 제후 대퓌드는 공격을 명령했다.
하지만 성은 튼튼했고 공격을 막아내었다. 결국 대퓌드는 후퇴 명령을 내려야 했다.
성은 제 임무를 제대로 수행해 내었지만 에드워드 왕은 웨일스인을 정복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성밖 주민의 수가 늘어갔고 그 바람에 애버위번은 타운 안의 타운이 되어버렸다.

웨일스의 정복은 잉글랜드인과 웨일스인들이 애버위번과 같은 타운들처럼 자유롭게 출입문을 통과할 수 있게 되고 각자의 건물을 짓고 각자의 풍습을 지켜 줄 때만 완성될 수 있는 것이었다. 에드워드 왕의 승리는 그가 죽고 난 이백 년이 지나서야 진정으로 달성되었다.
그리고 그 시간이 되었을 무렵에 튼튼하고 아름답던 성은 망가진 채로 방치되어 버린 골칫덩어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시간이 흘렀고 역사가 되어버린 것이다.
마지막의 시커먼 실루엣의 그림은 성의 흥망성쇠를 보여주며 역사의 깊이를 보여준다. 장중한 엔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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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06-13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책 저도 읽었어요.
전 중세에 화장실 시설이 저렇게 있다는 것 자체가 흥미로웠어요.
중세에는 화장실이나 하수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서...전염병이 창궐했다고 알고 있었거든요.

마노아 2011-06-13 16:01   좋아요 0 | URL
근대에 들어서까지도 유럽에서 화장실 문제는 굉장히 취약했다고 알고 있는데 이 책에서는 저리 번듯한(!) 화장실이 있네요. 화장실이 없다기보다 많이 모자랐기 때문에 위생 문제가 있었던 거니까... 그림 속의 중세 성도 그 안의 인구를 다 커버하기에는 많이 모자라 보입니다.^^;;;

Mephistopheles 2011-06-13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옷...이건 제법 재미있을 법한 책...^^

마노아 2011-06-13 16:01   좋아요 0 | URL
메피님의 전공 촉수를 건드렸군요.^^

굿바이 2011-06-13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번 주 저를 즐겁게 할 책을 찾았어요. 저 연장들 보기만해도 좋아요~^^

마노아 2011-06-13 16:01   좋아요 0 | URL
아아, 고백하자면 저는 사실 재미는 없었어요....ㅜ.ㅜ

2011-06-14 09: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14 15: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 화원의 하루 - 궁중 화가와 우리 그림 이야기 전통문화 즐기기 7
조정육 지음, 배현주 그림 / 문학동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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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전통 문화 즐기기 시리즈를 좋아한다. 앞서 즐겨 보았던 책들의 여운에 힘입어 이 책도 구입했다. 조선 화원의 하루라니, 흥미가 마구 솟는 제목이 아니던가. 어떤 이야기를 꾸려서 조선 화원의 이야기를 표현해낼지 궁금했다. 도화서에서 근무하는 화원의 입을 빌려 이야기를 꾸려 나간 것은 맞는데, 설명해 주어야 할 것과 이야기로 진행되는 부분이 잘 조화되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유익한 재미가 분명히 있었다. 

화원의 휴일 : 조선 시대에는 오늘날처럼 쉬는 일요일이 없었습니다. 대신 관직에 있는 관리들은 한 달에 네 번 쉬는 날이 정해져 있었습니다. 매달 1일, 7일, 15일, 23일이 쉬는 날이니까 거의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쉬는 꼴입니다. 또한 입춘, 경칩, 청명, 입하 등 24절기에도 모두 쉬었고, 대보름, 단오, 연등회날은 3일 연이어 쉬었으며, 추석은 하루, 설날은 7일 동안 쉬었습니다. 또한 시간과 계절의 변화를 자, 축, 인, 묘 등 십이지의 열두 동물로 표시한 조선 시대 음력 달력에서 1월에 '子'와 '午'가 들어간 날은 쉬었답니다. -11쪽 

조선 시대의 관리들이 쉬는 날이 생각보다 많다. 암, 사람은 쉬어가며 일을 해야지... 

도화서 : 조선 시대 궁중에서 그림 그리는 일을 광장하던 관청입니다. 처음엔 중앙 관청으로 설치됐다가(도화원) 1405년에 육조의 하나인 예조로 옮겨졌고, 1460년대에는 도화원보다 격이 낮은 도화서로 바뀌었습니다. 예조 건물 안에 있지 않고 그곳에서 조금 떨어진 견지동에 있었습니다. -12쪽 

견지동은 지금의 조계사 부근에 해당한다. 

화원 중의 화원, 자비대령 화원 : 1700년대 후반 정조 때는 궁중에 왕의 직속으로도 화원을 두었는데 바로 규장각의 자비대령 화원입니다. 도화서 화원이 중앙 관청에 소속되어 궁궐과 나라에 관련된 일을 하는 화원이었다면 자비대령 화원은 왕이 곁에 두고 직접 부리는 화원입니다. 자비대령 화원은 왕과 규장각 신하들이 특별 시험으로 뽑은 최고의 화가였습니다. 열 명 미만을 뽑아 관리하고 후원하였는데 이들의 활동은 고종 때까지 활발하게 이어졌습니다. 언제든지 왕이 부르면 달려갈 수 있도록 '차비'를 하고 기다리라는 뜻의 '차비대령 화원'을 궁중에서는 거센소리를 피해 '자비대령 화원'으로 불렀습니다. 이들은 삼 개월에 한 번씩 일 년에 네 차례 시험을 치렀는데, 성적이 좋은 사람은 높은 봉급과 직위를 받았어요. 닭과 고양이를 잘 그린 변상벽, 초상화의 대가 이명기, 산수화의 이인문, 인물 풍속화의 김홍도, 김득신, 유숙 등 각 시대를 대표하는 화가들이 모두 자비대령 화원이었어요. -12쪽 

 

배현주 작가의 그림은 원색 대비에서 더 매력을 느끼게 한다. 설빔 시리즈의 예쁜 한복이 떠오른다. 더불어 화원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드라마 이산의 한지민도 떠오른다. 참 고왔더랬지... 

책에는 도화서에서 그리는 각종 그림들에 대한 소개와 설명이 이어진다.  특히 많은 그림을 그리게 했던 정조 임금의 화성 행차 이야기가 많은 지면을 차지했다. 다만 옥의 티가 있는데 23쪽에 <원행을묘정리의궤>를 설명하면서 경복궁을 출발 지점으로 쓰고 말았다. 경복궁은 이때 당시 불에 탄 채 복원되지 않았고 출발 지점은 창덕궁으로 보아야 한다.  

 

더불어 이어서 설명하는 임금이 그림을 보는 장면의 배경에 등장하는 건 경복궁의 경회루다. 창덕궁의 부용지를 그렸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그랬다. 

 

그림 연습용 책을 '화보'라고 하는데, 강희안의 유명한 그림 '고사관수도'도 화보를 보고서 그린 그림이라고 한다. 이럴 수가! 정말로 저렇게 사색하는 선비를 보고 그린 건 줄 알았지.... 어쩐지 약간의 배신감이 들려고 한다.  

안중식의 '해상신선도'와 전기의 '매화서옥도'도 역시 화보를 보고 그린 그림이라고 소개했다. 화보의 그림보다 더 멋진 그림을 그렸으니 보기에 좋다. 느낌이 확 달라진다.  

 

풍속화를 소개하면서 김홍도의 씨름이 빠질 수가 없다. 그걸 배현주 작가 스타일로 표현하니 저렇게 나온다. 귀엽고 앙증맞고 재밌다.  

지난 주 단오날에 남산 한옥 마을을 갔더니 씨름과 그네뛰기 행사가 있었다. 나무에 매단 긴 그네줄을 보니 한 판 뛰어보고 싶었건만, 사람도 많고 일정이 있어서 해보지 못한 게 참 아쉬웠다. 줄이 기니까 더 멀리 날아갈 것이고 더 스릴이 있겠지만 그만큼 무섭겠지? 설마 무겁다고 안 올라가는 건....;;;; 

 

같은 장면 다른 그림을 소개한 부분도 재밌었다. 김홍도와 김득신의 대장간이, 그리고 김홍도의 행상을 보고 신윤복이 그린 어물장수가 흥미롭다. 소설 '바람의 화원'에서도 이런 내용이 나오는데 그때도 함께 소개된 그림의 비슷하면서 각기 다른 매력들에 참 즐거워 했더랬다.  

친구의 딸에게 선물할 책으로 골랐는데, 그러고 보니 그 아이가 그림을 좋아한다고 해서 그림 관련 책을 많이 선물했던 기억이 난다. 이전에도 우리의 옛 그림을 소개하는 책을 선물했지만 이 책도 다른 매력으로 좋아해 주면 좋겠다. 아울러 '전통 문화 즐기기' 시리즈를 함께 보라고 추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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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11-06-14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거 수업시간에 아는 척 할 때 도움 될 거 같아요.

마노아 2011-06-14 15:37   좋아요 0 | URL
저도 그런 마음으로 샀는데 생각보다는 좀 별로였어요. 브라이니님께는 무척 약할 거에요.^^ㅎㅎㅎ

카스피 2011-06-14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어느 시대나 엘리트들을 팍팍 쉬었군요.하지만 조선 신대 서민들은 그닥 쉴 시간이 없었을것 같은데요^^

마노아 2011-06-14 20:35   좋아요 0 | URL
조선 시대 서민들 쉴 틈 없었지요.
어디 그때 뿐인가요? 오늘날의 서민도 쉴 틈이 없어요. 쉬지 않고 일해도 일년에 등록금 천만원은 당해낼 재간이 없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