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민의 특별한 보물 무민 그림동화 1
토베 얀손 지음, 서하나 옮김 / 어린이작가정신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무민의 역사는 무려 194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니 꽤 나이가 두둑한데도 우리나라에 소개된 것은 무척 늦은 편이다. 오죽하면 진즉에 소개되지 못한 게 안타까웠다고 핀란드 대사가 직접 추천사를 썼을까.^^  

 

어느 날 무민은 큰 고민에 빠져버렸다. 

엄마는 늘 가방을 들고 다니시는데, 배가 고프다고 하면 과자가 나오고 배가 아프다고 하면 약이 나오는 신기한 가방이다.
아빠는 멋진 모자를 갖고 계시는데 모자를 쓴 아빠는 더 멋지시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술술 나오는 것은 모자의 힘일지도 모르겠다.
가장 친한 친구 스터프킨은 낡은 모자와 하모니카를 좋아한다. 항상 불고 다니는 하모니카는 스너프킨의 보물이다.
또 무민의 사랑하는 여자 친구 스노크 아가씨는 예쁜 앞머리가 있어 꽃을 꽂으면 더 사랑스럽다.  

 

무민 골짜기에 사는 헤물렌 씨는 수집가인데 세계의 우표를 다 모은 뒤 요즘은 식물을 모으고 계시다. 
소꿉친구 스티프는 자기가 발견한 동굴을 갖고 있고,
스너프킨의 여동생이지만 무민네와 함께 사는 꼬마 미이는 어떤 물건이라도 장난감으로 바꿔 놀 줄 아는 재주를 가졌다.
모두들 자신만의 소중한 보물을 지니고 다니는데 무민은 그런 것이 없다는 게 속상했다. 

그래서 무민은 자신만의 보물을 찾기로 결심했다.  

 

먼저 무민은 바닷가로 갔다. 동그란 유리조각이 반짝반짝 빛나는 것이 무척 예뻐보였다. 하지만 그때 스니프가 생각났다.
보석처럼 빛나는 걸 좋아하는 스니프에게 유리조각이 더 어울릴 것 같았다. 

해변가에서 작은 병도 발견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글자가 쓰여 있는 것이 먼 나라에서 흘러온 모양이었다.
멋진 보물로 삼기에 충분하다고 여겼지만 그때 무민은 아빠가 생각났다.
아빠가 이걸 보시면 재미있는 이야기를 떠올리지 않을까? 무민은 작은 병을 아빠의 몫으로 남겨놓았다. 

이번엔 바다 속으로 들어가 보았다. 하늘하늘 흔들리는 바다풀 사이로 분홍색 조개껍데기가 보였다.
꽃잎처럼 생긴 예쁜 조개를 보물로 삼으로 했는데 이번엔 엄마가 떠올랐다.
엄마가 꾸미는 꽃밭 주변에 나란히 놓으면 잘 어울릴 것만 같았다.  

바다에서 자신만의 보물을 구하지 못한 무민은 이제 숲으로 들어갔다. 길모퉁이에 핀 예쁜 꽃이 무민을 보고 손짓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스노크 아가씨가 떠올랐다. 스노크의 앞머리에 꽂으면 최고로 예쁠 것만 같았다.
숲으로 더 들어가서는 처음 보는 커다란 풀을 발견했다. 하지만 식물 수집으로 취미가 바뀐 헤물렌 씨가 생각나지 뭔가! 

좀 더 깊숙이 들어갔을 때에도 무민만의 보물을 좀처럼 찾지 못했다. 그리고 그때 발견한 새둥지!
남아있는 예쁜 깃털은 스너프킨의 낡은 모자에 꽂으면 최고가 될 것 같았다.
무민은 주운 물건들을 모두 새둥지에 담아서 일어났다. 하.지.만. 아뿔싸! 

 

어둑어둑해진 숲 안에서 무민을 길을 잃어버린 것이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무민의 3단 콤보 표정 변화가 사실적이다. 자주 길을 잃는 나로서는 무민의 저 심정이 크게 공감간다. 눈이 퀭해지고 눈물도 찡하니 나오고, 스스로가 바보 같아서 우울해지기까지 한다. 

하지만 무민에게는 좋은 이웃과 가족이 있으니 다행이다. 그들이 무민을 찾으러 나선 것이다. 덕분에 무사히 귀가한 무민! 

 

엄마는 무민이 좋아하는 차와 과자를 준비하고 기다리고 계셨다. 따뜻한 차 한 잔으로 마음을 달랜 뒤 무민은 보물을 찾으러 나섰다가 길을 잃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 그리고 모두를 위해 준비한 물건들을 하나씩 테이블 위에 늘어놓았다. 친구들이 모두 기뻐한 것은 당연지사! 꼬마 미이는 새둥지에 들어가며 그 안에서 자겠다고 말한다. 잔뜩 신난게 분명하다. 

무민은 분명 자신만의 보물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이미 무민이 갖고 있는 보물이 무엇인지는 충분히 알 수 있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생각하는 착한 마음씨! 눈에 보이지 않지만 무엇보다 더 멋진 보물이 아니고 뭐겠는가.

정확하게 무민이 어떤 동물인지 모르겠다. 돼지도 아니고 곰도 아니고... 하마?? 핀란드에 하마가 사나? 아님 스머프처럼 상상의 동물일까. 좀 더 시리즈를 읽어보면 궁금증이 풀리려나...  

아무튼, 무민의 정체는 모르겠지만, 얼마나 귀엽고 착한 녀석인지는 충분히 알 것 같다. 기대되는 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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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 2011-07-05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여워라. 저도 하마 생각했습니다. ㅋㅋ
어떤 분이 그릇인가? 컵인가?.. 무민 산 거 봤는데
정말 뺏고 싶었어요. ^-^;;

마노아 2011-07-06 00:20   좋아요 0 | URL
우왕, 캐릭터 상품으로도 있나보군요.
지금 찾아보니까 예쁜 게 많네요. 알라딘에는 컵은 보이지 않는데 컵도 무지 깜찍할 것 같아요.^^ㅎㅎ

블루데이지 2011-07-05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민이 표정과 행동이 정말 폭~빠져들게 하는데요~~
묘한 끌림~~

마노아 2011-07-06 00:21   좋아요 0 | URL
그림도 예쁘고 색채도 좋고, 내용도 좋고, 오래오래 사랑받는 이유를 알 것 같아요.^^
 
시끄러운 그림책
데보라 언더우드 글, 레나타 리우스카 그림, 홍연미 옮김 / 미세기 / 2011년 5월
절판


속표지다. 종이컵으로 만든 전화기같은 모양새인데, 저기에 대고 소리를 지르니 작가의 이름과 역자의 이름이 표현된 게 재밌어서 한 컷 찍어봤다.
얼마나 시끄러운 그림책인지 한 번 들여다 보자.

세상에는 시끄러운 순간이 아주 많다.
아침에 울리는 자명종 소리는 천둥치는 것처럼 귀가 따갑고,
식판 떨어뜨리는 소리는 또 얼마나 큰가.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는 순간, 얼굴은 빨개지고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가득일 것이다.
야구장에 직접 가서 관람을 한 것은 딱 한 번 뿐이었는데
야구 배트에 공이 맞아서 깡!하는 소리를 내며 홈런 치는 모습을 못 본 게 무척 아쉽다.
그 소리가 시원해서 야구장을 간다던데 정말 그런가?
모두가 한 마음으로 박수를 쳐줄 때의 소리도 가슴을 벅차게 한다.
참 잘했어요!!!!

극장에서 바스락바스락 사탕을 까먹으면 또 시선 집중.
팝콘이 가장 무난한 것은 먹는 소리가 잘 나지 않는다는 건데,
다른 종류의 과자는 먹는 소리가 너무 커서 옆 사람을 방해하게 된다. 주의요망!
도서관에서 구슬을 떨어뜨려도 대략 난감.
구슬 가지고 도서관 갈 일은 없지만, 도서관에서는 전화벨 소리가 제일 민망. 벨소리 아니라 진동이어도 시선은 집중되기 마련이니까.
가슴이 시원해지는 소리도 있지만
가슴이 철렁하는 소리도 내 귀엔 얼마나 크게 들리던가.
아찔한 순간이 닥쳐오면 세상의 소리와 내 안의 소리는 철저히 불리되기 마련.
그리고 이 책에서 가장 끔찍했던 개미!!
중3때였는데, 포테토칲 봉지를 열어둔 채 잠이 들었더니 불개미가 까맣게 앉아버렸다.
언니가 그걸 모르고 냉큼 집어 먹었다가 입안에 개미가 들어가버리는 경악할 사건이 있었다.
내가 먹은 것도 아닌데 그 영상이 너무 강렬해서 이후 감자탕에 들어가 있는 들깨를 볼 때마다 그때 그 개미가 생각난다. 들깨 싫어...ㅜ.ㅜ

팡!팡! 불꽃놀이도 가슴을 시원하게 만들어주는 소리!
그렇지만 눈 내리는 소리는 하나님의 발자국만큼 조용한 소리!
캠핑장의 모닥불이 타닥타닥, 활활~
이럴 때는 마음 속 진심의 소리도 크게 들릴 것 같은 분위기!
누나 코 고는 소리는 정말 시끄러워. 누나가 아니라 노인 분들 코고는 소리는 천장이 꺼질 것만 같지.
귀뚜라미 소리도 만만치 않게 크다.
십수년 전에 살던 집에는 화장실에 늘 귀뚜라미 가족들이 변기에 앉아 있어서 늘 난감했다. 밤마다 귀뚤귀뚤 우는데, 가끔 들으면 운치있을지 모르겠지만 날마다 들으니 정밀 시끌시끌!!
찾아보면 시끄러운 소리는 참 많을 것이다. 물리적인 소리 말고도 정신적으로 시끄러운 소리도 많고...
시끄러운 그림책을 읽으며 시끄러운 소리를 찾아보고, 조용한 소리도 꼽아보면 재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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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7-03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끄러운 그림책 궁금했는데 잘 봤어요~~~~ ^^
세상이 조용할 날이 없으니 시끄러운 소리도 극에 달하지요.ㅜㅜ

마노아 2011-07-03 15:04   좋아요 0 | URL
세상이 조용하지 않으니 시끄러운 소리가 더 두드러져요.
지금은 빗소리가 또 가득하네요.^^;;

세실 2011-07-03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책 표지가 신선합니다. 저자, 역자들이 마이크를 통해서~~

이곳 청주에도 빗소리가 제법 커요.
나이가 드니 소리에 둔해집니다. 다행이지요.
도서관에서 울리는 이용자의 핸드폰 소리에도 웃음으로 대꾸하니 저 도인인가봐요. ㅋ

마노아 2011-07-04 00:08   좋아요 0 | URL
표지 아이디어가 재밌지요? ^^
하루종일 비가 참 많이 왔어요. 잠시 소강상태에 빠졌다가 다시 온다고 하는 걸 보니 장마가 아주 끝난 건 아닌가봐요.
저는 교무실에서 늘 벨소리 모드로 해놓는 선생님들이 참 신기했어요.
어쩌다 실수한 게 아니라 자신이 편해서 벨소리로 해놓더라구요. 허허...;;;
 
지하 100층짜리 집 (양장) 100층짜리 집 2
이와이 도시오 글.그림, 김숙 옮김 / 북뱅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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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층짜리 집을 처음 서점에서 보았을 때 술렁술렁 넘겨보고는 곧 내려놓았었다.
다큰 성인인 내게 1부터 100까지의 숫자 익히기 책이 유익할 일이 뭐 있겠는가.
하지만 유아라면 다르다.
사랑스러운 내 둘째 조카 다현 양만 해도 아직 숫자는 30까지만 셀 줄 안다.(오늘 물어봤다!)
이 책을 보면서 다현양도 100까지는 너끈히 셀 날이 오고 있다고 굳게 믿게 되었다. (못 세면 또 어떤가.... 정말??)

암튼,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목욕을 좋아하는 쿠가 어느 날 목욕ㅇ을 하고 있을 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쿠, 지하 100층에 있는 우리 집에서 곧 잔치가 열려. 놀러 오지 않을래?"
뜻밖의 손님은 그렇게 호수 건너편 화산 기슭에 있는 자기 집으로 쿠를 초대했다.
낯선 자를 따라가면 안 된다고 하지만, 낯선 동물은 또 다른 법!
쿠는 기어이 화산 기슭까지 가고 말았다.
입구를 찾기 위해 두리번거리다가 어느 구멍을 통해 쑤욱 빠지게 된 쿠!
이제 지하 100층까지의 여행을 시작해보자.

무려 100층짜리 아파트(?)에는 10종류의 동물들이 살고 있다.
10층씩 끊어서 살고 있는 동물 친구들.
지하 1층부터 10층까지는 토끼 가족이 살고 있다.
10개 층을 모두 쓰고 있다니, 토끼네가 좀 사는 편이다.
그리고 다음 지하 20층까지는 너구리가 살고 있다.
빨래가 취미인 엄마 덕분에 너구리 친구들은 옷에 진흙이 잔뜩 묻어도 걱정이 없다.
빨래는 세탁기로 돌려도 널고 걷고 정리하는 것까지 얼마나 일인데 손빨래라니, 너구리 엄마 대단하다.
비가 많이 와서 안 마른 빨래를 우리 집에선 현재 선풍기가 말리고 있는데 지하에서 너구리 아줌마는 능력도 좋다.

지하 30층까지는 매미 가족이, 40층까지는 공벌레가 살고 있다.
쿠는 매미 식구들에게 나무 뿌리 주스를 대접 받았다.
열심히 노래 연습하는 매미 가족이 신 나 보인다.
나도 요새 기타가 무지 땡기는데 이 친구들도 기타를 치네.
공벌레는 몸을 돌돌 말아 공처럼 보여서 공벌레인가 보다.
이런 이름은 처음 들어본다.
다리 많은 곤충들이 싫어서리...ㅜ.ㅜ

다음 지하 50층까지는 개미 가족이 살고 있다.
잔치에 입고 갈 옷을 선물 받았지만 팔이 두 개뿐인 쿠에게는 어울릴 수 없는 옷들이다.
지하 60층까지는 지렁이 가족들이 살고 있다.
도자기도 만들고 붓글씨도 쓰는 지렁이들은 진정 예술가!

지하 70층까지는 고슴도치가 살고 있었는데 보석을 모으는 취미가 있다.
오호, 지하 70층이 좀 마음에 든다.
벽장에 진열되어 있는 갖은 보석들이 찬란하다.
별과 달 대신 보석을 천장에 달아놓아도 충분하겠다.
지하 80층까지는 공룡을 닮은 도마뱀이 살고 있다.
꼬리가 잘려도 다시 재생되는 도마뱀 식구들의 생태까지도 잘 묘사되어 있다.

이제 고지가 멀지 않았다.
지하 90층까지는 두더지가 살고 있었다.
금을 캐내는 일을 하고 있는 두더지!
고슴도치만큼이나 마음에 든다. ^^
그리고 마지막 층인 지하 100층까지는 거북이 가족이 살고 있다.
가장 느린 녀석들이 가장 깊이 살고 있는 것은, 혹시 수명이 길어서일까? ㅎㅎ

드디어 생일 잔치에 도착!
쿠를 초대한 것은 거북이였다.
거북이 할머니의 100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서였다.
거북이 세계에서 100살은 혹시 초등학생 수준인 것은 아닐까?
암튼 돌아갈 길이 걱정일 법한 쿠를 위해 할머니는 화산의 물줄기 힘에 기대어 하늘을 뻥~ 날아버리셨다.
온천욕을 제대로 했다면 쿠의 피부가 더 반짝반짝 해졌겠다.

언제든 또 놀러오라는 인사를 뒤로 하고 헤어지는 쿠!
지하 100층이라니, 다리 운동은 제대로 되겠다.

숫자를 하나씩 꼽아 보며, 각 동물들의 생태에도 눈길을 주며 공부하기에 좋은 책이다.
이로써 7월 다현양 생일에 줄 선물 하나를 더 추가해 본다. 차곡차곡 리스트 만드는 중이다.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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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집 - 생명.평화.자연을 노래하는 글 없는 그림책, 2010 볼로냐 라가치 픽션부문 최우수상 수상작 날개달린 그림책방 4
로날트 톨만.마리예 톨만 글 그림 / 여유당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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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찬을 받은 작품이어서 내내 궁금했는데, 처음 책을 받아보고는 어리둥절했다.
내가 좋아하는 글 없는 그림책이지만, 지나친 생략에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잡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또 몇 달 흘렀다. 오늘 환경 관련 그림책을 찾다가 문득 이 책에 눈길이 갔다. 생명과 평화를 노래하는 책이라고 하니 다시금 천천히 그림을 넘겨본다. 먼저 보았을 때보다 마음에 와서 부딪히는 것들이 있다. 왜 좀 더 차분한 눈으로 바라보지 못했던 것일까. 

 

표지를 펼쳐보니 고래 위에 올라탄 북극곰이 정겹기 그지 없다. 푸른색과 하얀 색의 조화가 더더욱 생명과 평화와 자연을 노래함에 큰 도화지가 되어주는 것 같았다. 

 

나무 위에 지어진 나무집 아래에서 평화로워 보이는 하얀 곰. 그리고 조각배를 타고 다가서는 갈색 곰이 마주본다.  

비가 그치고 수위가 낮아지니 점점 땅이 드러난다. 계절이 바뀐 것이다. 바뀐 계절은 그림의 톤 변화로도 알아차릴 수 있다.

 

곰을 받아들인 것처럼 나무집에서는 홍학도 받아들인다. 학을 등위에 태우고 다가서는 코뿔소 역시 얼마든지 받아줄 수 있다. 이곳에서는 누구도 이방인이 아니다. 모두 어우러져 함께 할 수 있는 친구일 뿐이다. 

 

나무 위에 걸터앉은 동물들이 멀리서 보면 각양각색의 나무 열매로 보일 것 같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올곧이 서로의 시간을 즐긴다. 모두가 지극히 평화로워보인다. 이 따뜻한 보금자리에 대한 소문이 곳곳에 퍼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림책에서는 샛노랑 색인데 사진에서는 초록빛으로 보인다. 내가 사진을 잘못 찍었나... 

둥실 떠가는 저 배가 나무집의 친구들에게는 신기한 구경거리가 된다. 타고 싶니? 얼마든지 이리 오렴! 하고 말해주는 것 같다.  

 

다시 계절이 바뀐다. 철새들은 제가 있을 곳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혹 모른다. 반대편에 나무집처럼 흥미로운 곳이 또 있을지도. 얼마든지 가도 좋고, 얼마든지 다시 돌아와도 좋다.  

언제나 대가 없이 포근했던 나무집은 그 자체로 무럭무럭 성장하는 듯 어느새 구름 사이를 거닐고 있다. 

 

겨울이 되어 하얀 눈을 망에 담아보는 곰 녀석의 얼굴에 만족스런 미소가 가득 걸려 있다. 달밤에 욕심 없이 하늘을 바라보는 그림은 또 얼마나 마음을 달뜨게 하는지...  

효과를 주는 바람에 달이 반이나 잘려나간 게 그저 아쉬울 따름이다.ㅜ.ㅜ 

 

이 책은 아버지와 딸이 함께 만든 그림책이다. 어떤 직접적인 메시지나 교훈도 주지 않으려고 글도 없이 그림만 담아냈다.  

하지만 비어 있기 때문에 꽉 찬 그림 곳곳에는 자연에 가득 담긴 조화로움과, 그 조화로움이 빚어내는 평화가 물씬 묻어있다. 

보고 있는 자체만으로도 마음을 비워주는 그림은 수채화의 특성을 살려 물과 색과 빛의 조화를 멋지게 이루고 있다.  

조화! 그 어느 때보다 새겨야 할 메시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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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1-06-30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우리 아이들이 엄청 좋아하는 책이에요.^^

마노아 2011-06-30 00:52   좋아요 0 | URL
아이들의 마음을 닮은 그림책이에요.^^

꿈꾸는섬 2011-06-30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머리 너무 예뻐요.^^ 근데 왜 제 머린 아직도 촌스러운걸까요?ㅜㅜ

마노아 2011-06-30 00:52   좋아요 0 | URL
아아, 꿈섬님의 머리는 적응 기간이 좀 오래 걸리네요. ^^;;;

순오기 2011-06-30 0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마노아님이 들려주는 글자없는 그림책, 참 좋아요~~~~~~
신선한 아침에 보고 있으니 더 좋군요!^^

마노아 2011-06-30 09:48   좋아요 0 | URL
신선한 아침에 글자없는 그림책, 잘 어울려요.^^
아버지와 딸이 함께 그림을 그린 것도 참 멋져요~

굿바이 2011-06-30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이렇게 순한고 선선한 그림책이 있었군요. 좋은 책 정보 감사합니다~!^^

마노아 2011-06-30 09:47   좋아요 0 | URL
정말 순하고 선선한 그림책이에요. 눈이 막 환해지는 기분이랍니다.^^

블루데이지 2011-06-30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명,평화,자연을 노래하는 책에 글이 없다니까....더 강렬하게 느껴지네요~~
역시 역시~~최고최고!!
저도 그 조화로움속으로~~빠져볼래요!! 오늘도 감사드려요!!

마노아 2011-06-30 11:27   좋아요 0 | URL
맞아요. 메시지가 큰데도 오히려 침묵으로 나아가니 더 묵직하게 느껴져요.
이런 날씨에 조화를 생각하니 어울려요. 좋은 하루 보내셔요.^^
 
평화란 어떤 걸까? 평화그림책 3
하마다 케이코 지음, 박종진 옮김 / 사계절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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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하지 않는 것.
폭탄 따위는 떨어뜨리지 않는 것.
집과 마을을 파괴하지 않는 것.
왜냐면,
사랑하는 사람과
언제까지나 함께 있고 싶으니까.

엄마가 아이를 꼭 끌어안고 있는 저 평화로운 그림이 곧 평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배가 고프면
누구든 밥을 먹을 수 있고,
친구들과 함께공부도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또 평화란
이런 걸 거야.
사람들 앞에서 좋아하는 노래를 맘껏 부를 수 있는 것.

그런 자유가 당연히 주어지고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것!

싫은 건 싫다고
혼자서라도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것.
잘못을 저질렀다면
잘못했다고 사과하는 것.
어떤 신을 믿더라도,
신을 믿지 않더라도,
서로서로 화를 내지 않는 것.

당신의 용기와 당신의 관용, 그리고 이해가 필요한 것!

마음껏 뛰어놀 수 있고,
아침까지 푹 잘 수 있는 것.
목숨은 한 사람에게 하나씩,
오직 하나뿐인 귀중한 목숨.
그러니까 절대
죽여서는 안 돼.
죽임을 당해도 안 돼.
무기 따위는 필요 없어.

누구한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해당되는 명제지.

얘들아, 모두 함께
잔치를 준비하자.
기다리고 기다리던 날이 왔다.
다 같이 산 나게 행진을 하자!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걷다 보면 분명 다시 만나게 될 거야.

평화란
내가 태어나길
잘했다고 하는 것.
네가
태어나길
정말
잘했다고 하는 것.
그리고
너와
내가
친구가
될 수 있는 것.

우리 모두에게 절실히 필요한 평화!
그러니까 지키고 누리기 위해서 같이 노력해야 할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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