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티라노사우루스다 고 녀석 맛있겠다 시리즈 2
미야니시 타츠야 글.그림, 허경실 옮김 / 달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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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녀석 맛있겠다!로 알게 된 미야니시 타츠야. 이후 메리 크리스마스, 늑대 아저씨!에서도 특유의 따뜻한 감성을 느낄 수 있었고, 크림, 너라면 할 수 있어!에서는 투박하지만 진정성 느껴지는 용기를 얻게 했다. 개구리의 낮잠에서는 먹이사슬을 재밌게 표현해 주었는데, 이젠 영화로도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이 기뻐서 기념으로 고 녀석 맛있겠다 시리즈 2편을 구입했다. 사실 좀 전까지 '그녀'라고 여겼는데 사진을 찾아보니 턱수염 난 엄연한 남자였다. 그림만으로는 쉽게 구분이 안 가는 성별이었는데, 아마도 이런 따뜻한 감수성이라면 여자일 거라고 지레 짐작했던 모양이다.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 공룡들이 살던 까마득한 옛날에 아빠 프테라노돈과 엄마 프테라노돈이 살았다. 어느 날 엄마는 바위산 꼭대기에 알 하나를 낳았고, 그 속에서 귀여운 아기 프테라노돈이 태어났다. 아빠와 엄마는 아기를 예쁘고 소중하게 키웠다. 튼튼하게 자라라고 멀리서 물고기를 잡아다가 먹여 주었고, 따뜻하고 상냥한 아이가 되라고 꼭 안아서 재웠다.  

"날개를 쭉 펴서 힘껏 땅을 차고 바람을 타렴. 높이 날면 사나운 티라노사우루스도 무섭지 않지." 

아빠는 하늘을 나는 법을 가르쳐주고,  

"누구라도 도움이 필요할 때엔 도와주어야 한단다."  

엄마는 아기가 차가운 비에 젖지 않게 날개를 펴서 막아 주었다. 최고의 사랑과 최상의 가르침을 받으며 아기 프테라노돈은 성장한 것이다. 

어느덧 아기가 아빠만큼 크게 자라자 두 부부는 아이의 독립을 결정한다. 그리하여 아이가 잠든 틈을 타 넓은 밤하늘로 날아가는 부부. 

아침에 깨어난 프테라노돈은 엄마 아빠를 부르다가 지쳐서 잠이 들었다. 그리고 그때 티라노사우루스가 눈을 번뜩이며 바위산을 오르는 것이 아닌가. 프테라노돈에게 큰 위기가 닥치고 말았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화산이 폭발하면서 지진이 나고 말았다. 티라노사우루스는 바위산 꼭대기에서 데굴데굴 데구르르르르르르 구르고 말았다. 어이쿠! 이거 다쳐도 크게 다친 모양이다. 바위더미 속에 파묻힌 티라노사우루스는 움직이지도 못했고 눈 도 뜨지 못했다.  

프테라노돈은 난폭하고 무섭다는 티라노사우르스가 겁이 났지만, 누구라도 도움이 필요할 때엔 도와줘야 한다는 엄마의 가르침을 기억해 냈다. 결국 티라노사우루스를 돕기로 결심한 프테라노돈은 바위를 하나씩 하나씩 치우기 시작했다.  

거기 있는 게 누구냐고 버럭 소리를 지르는 티라노사우르스에게 프테라노돈은 자신도 티라노사우르스인 척했다. '고 녀석 맛있겠다'에선 태어나자마자 제일 먼저 마주친 티라노사우르스를 자기 아빠라고 여기던 고 녀석과는 반대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프테라노돈은 지극 정성이었다. 비가 내리면 나뭇잎으로 따뜻하게 덮어 주었고, 빨간 열매도 티라노사우루스에게 먹여 주었따. 사실 프테라노돈은 물고기를 더 좋아하지만 아직은 바다까지 날지 못했던 것이다.  

 

시간이 흘렀다. 그날도 프테라노돈은 빨간 열매를 구해 왔는데 티라노사우르스가 벌떡 일어난 채 눈을 번뜩이며 물고기를 입에 물고 있는 게 아닌가! 화들짝 놀라버린 프테라노돈은 아빠의 가르침대로 날개를 쭉 펴서 힘껏 땅을 차고 바람을 탔다. 높이 날아올라 티라노사우르스를 떠나는 프테라노돈의 마음은 아쉬움이 가득했다. 자신이 진짜 티라노사우루스라면 정말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이다.  

떠나는 프테라노돈을 바라보는 티라노사우르스의 마음은 어땠을까? 이 책의 제목은 '나는 티라노사우르스다'이다. 이렇게 바꿔 부르고 싶다. 나는 네 친구 티라노사우르스다!라고... 프테라노돈이 놓친 것이 무엇일까? 그리고 티라노사우르스의 진심은 무엇이었을까? 이미 짐작했겠지만, 그래도 마지막 말은 아껴두고 싶다. 곱고 따뜻한 이야기여서 말이다. 

프테라노돈이 익룡인 것은 알겠는데, 미야니시 타츠야의 그림으로는 어떤 생김새였을지 좀처럼 상상이 되지 않아서 찾아보았다. 네번째 그림처럼 생겼다고 한다. 물론, 저것도 어느 정도의 상상이 가미된 거겠지만, 저 모양새는 가장 익숙한 익룡이 아니던가! 

미야니시 타츠야에게로 가면 포악한 티라노사우르스도 휴머니즘 넘치는 신사로 바뀌고, 욕심쟁이 늑대 아저씨도 선량한 이웃으로 변한다. 이 작품의 감동은 흡사 가부와 메이 시리즈를 떠올리게 한다. 염소와 늑대의 그 찡한 우정이라니, 단순히 생태계와 먹이사슬의 변형으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녹아있는 애틋한 정서를 읽는다면 이 짧은 그림책 앞에서도 얼마든지 눈시울이 붉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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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7-12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 시리즈를 다 구매하겠지만~~~ 아직은 고녀석 맛있겠다만 있어요.^^

마노아 2011-07-12 10:28   좋아요 0 | URL
간을 보느라 시리즈2권만 구매했는데 나머지도 이어서 구입해야겠어요.
만족도가 아주 커요.^^

북극곰 2011-07-12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작가 좋아요. 미소짓게 만드는 따뜻함 때문에요.^^

마노아 2011-07-12 10:29   좋아요 0 | URL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는 작가분이에요. 이런 따뜻함이 참으로 고마워요.^^

카스피 2011-07-12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넘 무서운 공룡이 요로크롬 귀엽게 나오네용^^

마노아 2011-07-12 13:29   좋아요 0 | URL
미야니시 타츠야가 표현하면 어떤 괴수도 다 요렇코롬 귀엽게 변신해요.^^

moonnight 2011-07-12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녀석 맛있겠다 조카랑 즐겁게 읽었는데 이 책도 사야겠어요. 와, 그런데, 작가분이 남자였군요!!! 저도 여자분이리라 짐작했었는데요. +_+;

마노아 2011-07-12 17:53   좋아요 0 | URL
일본 이름을 잘 몰라서 이름만 가지고는 남자인지 여자인지 분간을 못해요.
책 내용만 생각하고 으레 여자 작가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울보 2011-07-12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은 항상 관심만 가지고 도서관에서 빌려만 읽었는데,,
살짝 흔들리는데요,,ㅎㅎ

마노아 2011-07-12 17:53   좋아요 0 | URL
이 시리즈는 갖추고서 두루두루 봐야 합니다! 더 흔들리세요.^^ㅎㅎㅎ

saint236 2011-07-12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이거 얼마전 여동생이 제 아이디로 구매했던 그 책이군요. 시리즈를 다 구매한 것 같더라고요. 다른데 없고 알라딘에서 간신히 구했다고 하더라고요...

마노아 2011-07-12 17:54   좋아요 0 | URL
오, 다른 데는 없대요? 일단 1탄 격에 해당하는 고녀석 맛있겠다는 알라딘이 50% 세일 중이어서 저도 얼마 전에 하나 더 구입했어요.^^
 
소미네 똥가게 모두가 친구 11
퍼시래빗 지음, 라이마 그림, 심윤섭 옮김 / 고래이야기 / 2008년 10월
품절


어느 날 쇠똥구리 소미는 친구들이 똥을 편하게 먹을 수 있게 똥가게를 열면 좋겠다는 기발한 생각을 해냈다.
가게를 열려면 시장 조사가 필요한 법!
소미는 어떤 똥이 인기 있는지 친구들에게 물어보았다.
가는 똥, 굵은 똥, 찐득찐득한 똥, 딱딱한 똥 등... 다양한 똥들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제 소미는 똥을 구하러 바쁘게 다니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찾아간 것은 토끼였다.
토끼가 알려주길, 자신은 아침에 처음 누는 똥에 영양분이 많으니 아침에 오라고 한다.
착한 소미는 점심에 누는 똥도 괜찮다고 대인배스런 대꾸를 한다.
그런데 이 그림은 아무리 봐도 바둑이인데 어떻게 토끼가 될 수 있는 거지?
혹시 대만의 토끼는 이렇게 생긴 건가???
뒷편의 설명을 보니 토끼는 제가 싼 똥을 다시 먹는다고 한다. 소처럼 되새김질을 하는 그런 현상인가보다. 토끼의 새하얗고 이쁘장한 모습을 떠올리다가 똥을 다시 먹는 토끼를 연상하려니, 마음이 아프다....

산양의 똥을 구하러 가자 산양은 자신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똥 누는 걸 좋아한다고 말한다. 소미는 기꺼이 함께 다녀주겠다고 한다.
그런데 뒷편의 설명을 보니 실제로 산양은 따로 자리를 마련해 놓고 그 곳에다 주로 똥을 눈다고 한다. 아니, 작가는 왜 이런 설정을 썼을까??

사자는 고기만 좋아해서 똥 냄새가 지독했다고 한다. 바우기 냄새는 태풍 수준. 소미는 그만 도망가고 말았다. 아마 사자 똥은 별로 인기가 없을 것 같다.

사찰에는 일반 방문객과 스님들의 해우소를 따로 분리해서 퇴비를 쓴다고 하던데 현대인들은 인스턴트 음식과 육식 위주의 식생활로 퇴비조차도 쓸모가 없는 모양이다.

많이 먹는 코끼리는 많이 싸기도 하는데, 소미 입장에서 코끼리 똥은 거의 지진 수준이다. 아, 그림이지만 참으로 리얼하구나....;;;;

고슴도치는 부끄러움을 많이 타서 소미가 기다리자 좀처럼 똥을 누지 못했다.
소미는 귀뚜라미에게 바이올린 연주를 부탁했는데, 연주를 듣고 똥도 스르륵 밖으로 나오고 싶어질 거라나...
하지만 누가 쳐다보는데 뉘라서 똥이 잘 나올까...
만약 귀뚜라미 연주가 정말 효과있다면 제대로 된 천연 변비약이 되겠다.

몸이 아파서 설사를 해버린 오랑우탄에게 소미는 몸에 좋은 풀을 찾아주었다.
맘씨도 좋지만 영업에도 귀재인 소미라고 할까.

하마는 깜깜한 밤에 물 밖으로 나와서 풀을 뜯어 먹으러 돌아다니다가 여기저기 똥을 눈다. 하마가 길을 못 찾을까 봐 걱정하는 오지랖 넓은 소미.
반딧불이들에게 하마 똥이 있던 자리에 있어 달라고 부탁을 했다.
하마도 길 잘 찾고, 자신도 똥을 잘 찾고... 일석이조를 아는 소미다.

등장하는 동물들의 하일라이트는 나무늘보였다. 자신의 똥을 기꺼이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좀처럼 똥이 마렵지 않아서 소미는 여러 날을 기다려야 했다.
하루에 18시간이나 자는 녀석이니 똥을 만들고 싸는 시간까지 부족한 건 아닌가 모르겠다. 아무튼 나중에 나무늘보 똥이 가장 인기 최고였다는 후문이다!

마침내 선반 위에 똥을 진열해서 가게를 연 소미!
무척 보기 좋게 생겼다.
심지어 어떤 똥은 꽃까지 피었다.
똥에 숨어 있던 씨에서 싹이 나온 것이다.
영화 '김씨 표류기'에서 새똥을 가지고 밀을 재배하던 눈물 겨운 장면이 떠오른다.
이렇게 재치 만점에 부지런하고 영악하기까지 한 소미네 똥가게, 구경하고 싶지 않은가요?
(난 그림으로 만족하련다!)

작가 소개가 재밌다.
글을 쓴 퍼시래빗은 본명이 '당총'이다. 퍼시래빗은 필명인 것.
스스로도 자신이 쓴 똥 이야기가 가장 재밌다고 말하는, 똥 이야기가 이렇게 예쁠 줄 몰랐다는 작가의 입담이 재밌다.

그림을 그린 작가는 라이마. 대만의 그림 작가다.
자신의 표정을 5개로 구분해 주었는데 원고료 받았을 때의 표정이 압권이다.^^

이렇게 재밌는 작가 소개를 읽고 나서 평범한 번역가 소개를 읽으니 그 획일성에 한숨이 나온다. 이런 기발한 소개, 더 많이 만나고 싶다.


댓글(9) 먼댓글(2) 좋아요(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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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멋진 똥을 누고 싶다면 똥코끼리처럼!
    from 그대가, 그대를 2012-03-27 01:05 
  2. 밥 먹을 때 똥 얘기 하지 말라니까!!!
    from 그대가, 그대를 2013-05-14 23:15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말린 자두를 먹는다. 변비에 좋다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저녁 먹고도 말린 자두를 두알 먹는다. 역시 변비에 좋을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아침을 열고 저녁을 닫을 똥! 우리 몸에서 뗄 수도 없는 중요한 똥! 그러나 '똥덩어리!' 소리가 욕으로 들릴 만큼 무시 당하는 가엾은 똥! '바른 우리 말 읽기책'으로 기획돈 '병만이와 동만이 그리고 만만이' 이야기의 첫 시작은 '똥' 이 담당했다. 어린 동생 동만이의 별명은 '똥만이'
 
 
순오기 2011-07-12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아지는 완전 토끼잖아요.ㅜㅜ
나도 이거 쓰려고, 강아지똥, 누가 내 머리에 똥쌌어~ 랑 비교도 하고 사진도 찍어뒀는데...^6^

마노아 2011-07-12 10:26   좋아요 0 | URL
강아지는 완전 토끼라고요? 저 그림이 토끼로 보이나요? 내 눈엔 강아지인데...ㅜ.ㅜ
똥 이야기 나오는 책 중에 좋은 책이 많아요. 게다가 재밌기까지 하고요.^^ㅎㅎㅎ

순오기 2011-07-13 07:46   좋아요 0 | URL
귀가 아래로 쳐져서 토끼가 강아지처럼 보여요.ㅋㅋ

마녀고양이 2011-07-12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의 다섯가지 표정이 모두 험악하네요. ㅎㅎ
그나저나 똥 진열한 가게가 저렇게 이쁠 수도 있군요.

마노아 2011-07-12 10:27   좋아요 0 | URL
개그컷이라 험악해 보이나봐요.^^ㅎㅎㅎ
똥을 진열해도 예쁘게 진열하는 소미의 솜씨에 감탄했어요.^^

블루데이지 2011-07-12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똥에 숨어 있던 씨에서 싹이 나온 그림이 제일 압권인데요^^
<<자신의 표정을 5개로 구분해 주었는데 원고료 받았을 때의 표정이 압권이다.^^>> 라는
마노아님의 글을 보고 자세히 보고싶어지네요..읽어봐야겠어요~~
저 표정들 5종세트 스탬프로 나오면 잘 팔릴까요??ㅋㅋ

마노아 2011-07-12 10:27   좋아요 0 | URL
재밌는 책이에요.^^
5종 스탬프라니, 무척 흥미로운걸요. 갖고 싶어지는 스탬프가 될 거예요.^^ㅎㅎㅎ

감은빛 2011-07-12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아이가 무척 좋아하는 책이예요. 한동안 계속 이책만 읽어달라고 졸라대곤했죠. 마노아님 덕분에 그때의 아이 얼굴이 생각나네요^^

마노아 2011-07-18 21:30   좋아요 0 | URL
앗, 댓글을 하나 놓쳤네요.^^;;;;
아이들의 똥에 대한 사랑(?)은 유별나요. 애들은 그조차도 사랑스러워요.^^
 
누구 발일까? - 세계의 신발 그림책은 내 친구 21
정해영 글.그림 / 논장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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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발을 보고서 누구 신발인지 맞춰 봅시다! 

 

1. 달각달각 울퉁불퉁한 자갈길도 문제 없고, 질퍽질퍽한 진흙길도 문제 없습니다. 누구 발일까요?
2. 뽀드득뽀드득 차가운 눈도 밟을 수 있고, 씨잉 씽씽 거친 바람도 막을 수 있어요. 누구 발일까요?
3. 따각따각 서둘러서 걸으면 또각또각 나무 굽이 노래한답니다. 이건 누구 발일까요?
4. 뚜벅뚜벅 휘고 높은 굽이 멋지지요? 철컥철컥 힘차게 한 바퀴 돌아봅니다. 누구 발인지 맞춰보세요! 

몇 개나 맞췄나요? 쉬운가요, 어려운 가요? 몇 개 더 문제를 내 보지요. 

 

5. 짝자작짝짝 캐스터네츠 소리 들리면 딱다닥 딱딱 흥겹게 리듬을 탑니다. 누구 발일까요?
6. 휘리릭휙 꼬부라진 신발 끝에 폭신폭신 자그만 털 방울이 콕! 달려있는 이 신발, 누구 발일까요?
7. 나풀나풀 노오란 나비들이 사뿐사뿐 빠알간 꽃밭에 앉았네요. 이 예쁜 발은 누구 발인가요?
8. 통통통 어, 없네. 신발이 없네. 이 당당한 맨발은 또 누구의 발일까요? 

세계 각지의 다양한 신발들을 꼴라쥬 기법을 담은 재미난 그림으로 정겹게 소개하고 있는 멋진 책이다. 신발의 특성은 곧 그 나라의 자연 기후의 특징을 담고 있고 풍습의 묘미도 담고 있다. 신발을 이해한다는 것은 곧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한다는 것! 

 

네덜란드의 클로그, 일본의 게다, 스코틀랜드의 길리, 우리나라의 나막신과 설피, 이누이트의 머클럭, 아르헨티나의 보타, 미국의 카우보이 부츠까지, 저마다 특색있는 신발들을 맛깔스런 우리의 의성어와 함께 설명해 놓았다.  

 

에스파냐의 플라멩코 구두, 몽골의 고탈,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신는 모카신, 터키의 전통 신발 예메니, 인도의 주티, 중국의 화펀시에, 우리의 꽃신까지 전통의상과 함께 선을 보였다. 커다란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각각의 나라가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적도와 얼마나 가까운지, 극지방과 또 얼마나 가까운지를 가늠해 보는 게 중요하다. 바닷가에 위치해 있는지, 네덜란드처럼 바다가 육지보다 높은 땅인지, 터키처럼 하루 다섯 번의 예배를 위해서 자주 신을 벗어야 하는 나라인지를 함께 기억해 보자. 저절로 나라별 자연환경과 풍습, 종교까지 두루 공부하게 될 것이다. 

 

글자수까지 맞춘 우리의 의성어가 맛깔나고 재밌다. 각각의 소리를 상상해보면서 신발의 느낌을 떠올려 보면 좋을 것 같다. 

 

보다 자세한 신발에 대한 설명은 맨 뒤에 나온다. 개인적으로는 네덜란드의 클로그가 눈길을 끌었다. 작년에 몹시 신고 싶었던 이 신발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일명 아로아 신발! 플란더스의 개 네로에서 아로아가 신고다니던 그 부드러운 느낌의 신발을 떠올리게 한다. 겨울에 신기에는 발목이 짧아서 종아리가 추울 것 같지만, 치마 입었을 때 아주 귀엽고 앙증맞을 것만 같다.  

카우보이 부츠가 내게도 있는데, 사실 사고서 한 번도 못 신고 수년이 흘렀다. 7cm 굽은 둘째 치더라도 앞코가 너무 뾰족해서 나의 마당발에는 좀처럼 어울리지가 않고 화려한 웨스턴 무늬가 옷을 맞추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도 올 겨울에는 좀 도전해 볼까나... 한 번도 안 신고 묵히자니 몹시 아깝다.  

이누이트의 머클럭은 우리나라에서 대박 유행한 어그 부츠! 겨울엔 정말 최고로 따뜻한 신발이지. 모카신과 주티도 꽤 흥미롭지만 바닥이 거칠면 발이 아플 것 같다. 기념으로 하나 갖고 싶기는 하다. 저 신발을 주인으로 한 나라들을 가볼 기회가 생긴다면 꼭 사고 싶다.  

그나저나 계속 비가 내리니, 내일은 며칠 전에 작심하고 산 장화를 꼭 신고 말리라. 장마엔 장화가 최고지.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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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7-10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신발을 소재로 한 그림책, 참신하네요~~~~^^

마노아 2011-07-10 13:07   좋아요 0 | URL
아이디어가 무척 훌륭한 책이에요. 그림 보는 재미도 크구요.^^

bookJourney 2011-07-10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이 책 찜이에요~ ^^

마노아 2011-07-10 16:21   좋아요 0 | URL
선물하기도 좋지만 그냥 제가 갖고 싶기도 한 책이에요.^^

마녀고양이 2011-07-12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봐도... 마노아님 사진은 너무 이쁘군요.
이쁘게 찍고 이쁘게 편집해서 올리시네요. 구두가 참 이뻐요.

그런데 아로아 신발은 천이 아닌거 같아요, 여름 크록스 신발과 비슷한 재질같죠? 고무같은..

마노아 2011-07-12 10:28   좋아요 0 | URL
예쁜 구두지요?
아로아 신발은 크록스 특유의 그 고무재질 맞아요. 고무지만 가벼워요.
요새 고무로 된 장화 신고 있는데 확실히 크록스에 비하면 많이 무거워요.
크록스가 비싼 게 이유가 있나봐요.(>_<)
 
무민과 마법의 색깔 무민 그림동화 3
토베 얀손 지음, 서하나 옮김 / 어린이작가정신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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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무민 시리즈는 그림이 귀엽고 깜찍해서 어린이 친구들이 무척 좋아할 것 같은데 어른들에게 권해도 손색 없는 것이 내용이 무척 철학적이다. 어른을 위한 그림 동화 카테고리에 추가해도 문제 없을 것 같다.  

 

어느 날 바다를 보던 무민은 문득 궁금해졌다. 파란 바닷물을 손으로 떠올려 보면 물 색깔이 하나도 파랗지 않은 이유가 말이다.  

바다가 장난을 치고 있는 건가 싶어 등을 돌리고 있다가 갑자기 휙 뒤돌아 재빨리 바닷물을 떠보기도 했지만 손바닥에 있는 바닷물은 조금도 파랗지 않았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꼬마 미이가 깔깔깔 웃어버렸다. 눈에 보이는 건 뭐든 만지고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냐는 선문답을 남기고 미이는 사라졌다. 어린 꼬마지만 내공이 보통이 아닌 게 분명하다! 

 

미이의 비웃음을 샀지만 여전히 바닷물에 대한 궁금증이 가시지 않은 무민은 바다색 표본을 만들고 싶었다.  

맑은 날 바다색/비 오는 날 바다색/ 밤 바다색/ 달밤 바다색/ 흐린 날 바다색/ 아침노을 바다색/ 깊은 바다색/ 아침 바다색 

선반 위에 늘어놓은 병에 담긴 물빛이 참 곱다. 저렇게 보이는 바다 색깔이지만, 실제로 물을 담아 놓으면 모두 투명하게 보일 텐데 무민은 과연 실험을 성공할 것인가! 

 

집에 돌아오니 엄마가 냄비에 뭘 끓이고 계셨다. 천을 물들이는 중이라고 하셨는데 분홍색 천을 물들일 재료는 갈색 나무껍질이었다. 무민은 또 의문을 갖게 된다. 

엄마는 이 나무가 곧 분홍색 꽃을 피울 거기 때문에 껍질을 가져다 물들여 본 거라고 하셨다. 얼라, 나무 껍질을 끓이면 원래 꽃색에 해당하는 염료가 나오나???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아무튼 무민은 신기하기만 했다.(나도 신기해!) 바다 색깔은 보이지만 잡을 수 없고, 꽃 색깔은 보이지 않지만 나무 속에 숨어 있다. 색깔은 그 자체로 마법 같은 것이다. 보이는데 보이지 않고, 보이지 않는데 보이기도 하니 말이다. 

 

다음날 무민은 길에서 스니프를 만났다. 스니프는 강가에서 보석처럼 예쁜 돌을 발견하고 잔뜩 흥분해 있었는데 손바닥 위의 돌은 그냥 거무스름한 보통 돌이었다. 실망한 스니프는 돌을 내던지고 돌아가버렸다.  

이 이야기를 스너프킨에게 해주자 스너프킨은 미이의 오빠답게 역시 도통한 얘기를 한다.  

"갖고 싶은 것이 생기면 나는 우선 그걸 가만히 지켜볼 거야. 그리고 그걸 소중하게 머릿속에 담아 두는 거지. 그렇게 하면 없어지지도 않고 고장 나지도 않아. 많이 가져도 무겁지 않고, 색깔이 사라지지도 않지." 

많이 가져도 무겁지 않다는 말이 가장 마음에 든다. 저런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는 건 솔직히 자신 없지만, 멋있다고 생각한다. 

돌아가는 길, 비가 톡톡 내리는 길목에서 무민은 스니프가 버렸던 돌멩이가 예쁘게 빛나는 걸 발견했다. 비를 맞은 후에야 예쁜 제 색깔을 보여주는 것이다. 스니프도 강물 속에서 예뻤던 돌을 발견하고 건진 것인데 그걸 갖겠다고 건진 뒤 제 빛을 잃은 것이었다. 욕심 많은 스니프도 이번 기회를 통해서 깨달음을 하나 얻었다. 물론 무민도 마찬가지다. 구상했던 바다색 표본은 마음과 머릿 속에 넣어두기로 결심했다. 무겁지도 않고 사라지지도 않는, 아름다운 빛깔이 무민의 가슴에 오래오래 남을 것이다. 

 

그날 저녁 노을은 굉장히 멋졌다. 꼼짝않고 노을을 바라보는 무민. 무민의 가슴에 바다색처럼 노을 빛도 차곡차곡 쌓이는 중이다. 그렇게 무민은 부자가 되어가고 있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배우고 또 마음으로 성장하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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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 2011-07-08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서재서 리뷰보고
낼 놀러갈 친구네 선물로 줄 책 중에 무민씨 한 권 넣어서 주문했어요.
^^

마노아 2011-07-08 12:23   좋아요 0 | URL
헤헷, 좋은 선물이 될 거예요. 무민은 사랑스러워요.^^
 
무민의 단짝 친구 무민 그림동화 2
토베 얀손 지음, 서하나 옮김 / 어린이작가정신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무민이 어떤 생물인가 궁금해서 책 정보를 찾아보니 상상의 생물이라고 한다. 다만 북유럽 신화의 트롤에 기초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운 트롤이라니, 노말 시티의 트롤이 더더욱 좌절할 것만 같다.^^ 

 

무민은 고민이 생겼다. 단풍지는 계절이 오고 곧 추운 겨울이 닥쳐올 때가 되니 분명 단짝 친구 스너프킨이 남쪽 나라로 여행을 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렁그렁한 눈망우로 스너프킨을 바라보지만 말없는 스너프킨은 도통한 얼굴로 슬쩍 웃을 뿐이다. 이런 무민의 마음을 몰라주는지 아빠는 친구를 웃으면서 보내줘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무민의 시무룩함은 더더욱 깊어질 뿐이다. 

다음날 스너프킨은 여행 준비를 하느라 아예 같이 놀아주지도 못했다. 더더욱 어깨가 쳐지는 무민! 
이때 스노크 아가씨가 두리번거리면서 무언가를 찾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늘 앞머리에 꽃을 꽂는 스노크 아가씨인데 날이 추워져서 꽃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둘은 함께 꽃을 찾기 위해 들판으로 나갔다. 그곳에는 희귀 식물을 모으는 헤물렌이 있었다. 그런데 헤물렌의 말이 걸작이다. 

"꽃은 지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준비를 하고 있어." 

지금은 바짝 마른 민들레를 가리키면서 헤물렌은 설명해준다. 뿌리가 아주 긴 민들레는 이렇게 말라버려도 언젠가 다시 꽃이 피기 마련이라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준비를 한다는 건 그런 뜻이라고 말이다. 

역시 도통한 이야기. 무민과 스노크 아가씨에게는 아직 어려운 얘기 같다. 다시 꽃을 찾으러 숲에 갔다가 발견한 것은 꽃이 아닌 작은 번데기. 

무민과 스노크 아가씨는 번데기가 홀로 겨울을 나다가 얼어죽을까 봐 걱정이 되었다. 심지어 집에 데려갈 생각까지도 했다.
그러자 때마침 지나가던 꼬마 미이가 버럭 해버린다. 번데기가 혼자서 추위를 견디지 못하면 강한 나비가 될 수 없다는 쩌렁쩌렁한 가르침! 

집에서는 엄마가 튤립 알뿌리를 심고 계셨다. 따뜻한 걸 좋아하는 튤립이지만 겨울을 확실히 배우지 않으면 봄이 와도 모른다는 얘기에 드디어 무민은 감 잡았다. 겨울 다음에 봄이 오고, 봄이 오면 친구 스너프킨도 돌아온다는 것도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우울함이 사라져버렸다. 친구를 위한 노래를 함께 불렀고, 웃으면서 먼 여행길 떠나는 친구를 배웅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무민은 또 성장했다. 조금씩 느리지만 하나씩 배우고, 소중한 것들을 가슴 속에 하나둘씩 쌓을 수 있게 되었다.
무민의 내공이 자라 긴 겨울 뒤 봄이 오면 더 멋지게 자라 있을 테지. 무민들의 찬란한 봄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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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데이지 2011-07-05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금씩 느리지만 하나씩 배우고, 소중한 것들을 가슴 속에 하나둘씩 쌓을 수 있게 되었다'라는 문장이
너무 맘에 와닿아요~~캐릭터 독특하네요~~귀엽기도 하고 왠지 낯설기도 한.....

마노아 2011-07-06 00:22   좋아요 0 | URL
무민처럼 배워야 하는데, 스스로 알기 전에 다그치며 왜 모르냐고 야단치는 것 같은 조바심을 우리에게서 보아요.
캐릭터가 무척 독특하지요? 전 하마인가 했는데 상상의 동물이라고 해요. 참 귀여워요.^^ㅎㅎ

순오기 2011-07-06 0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 전에 '무민'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분은 아이디를 '무우민네'로 쓰죠~
그림 사진발이 좋은데요~ ^^

마노아 2011-07-06 18:08   좋아요 0 | URL
아핫, 닉네임이 거기서 유래한 거군요. 햇살과 나무꾼에서 나온 무민 시리즈는 두껍더라구요.
작가정신 책도 좀 더 나왔으면 좋겠어요.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느낌의 그림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