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야, 안녕! - 2011년 제17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비룡소 창작그림책 39
한자영 글.그림 / 비룡소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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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표지의 그림이다. 내리는 비의 모습이 글자 '보슬'의 모습을 하고 있다.
조금 거리를 두고서 내리는 비의 모습을 보면 정말 보슬보슬의 느낌이다.

지렁이의 머리 위로 툭!하고 빗방울이 떨어졌다.
지렁이의 몸체 수준에서는 저 빗방울이 마른 하늘의 물벼락처럼 아주 컸을 것이다.
그렇지만 뜨겁게 달구어진 지표면 위로 올라와 있었더라면, 아주 단비처럼 느껴졌을 테지.

빗방울이 톡토도독! 하고 떨어지는 모양새가 음악을 연상시킨다.
지렁이는 빗방울 연주에 맞춰 춤이라도 춰야 할 것 같다.
꼬물꼬물 꼬물꼬물~
나름대로 솜씨를 부린 지렁이의 댄스랄까.

지렁이만 신난 게 아니다.
달팽이도, 거북이도, 지렁이도...
모두 모두 빗방울에 제 몸을 맡기고 리듬을 탄다.
어떤 물방울은 머리 위로 떨어졌다가 튕기면서 근사한 왕관 모습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비를 좋아하는 꼬물꼬물 삼총사가 빗방울에 제 얼굴을 비춰보고 있다.
발그레 상기되어 있을 것이다.

이 그림책을 본 날, 정말 저렇게 커다란 물방울이 후두둑 떨어져서 순식간에 뜨겁던 대지를 하얗게 식혀주었다.
그대로 맞고 있을 수 없어서 실내로 피신하기는 했지만 떨어지는 빗소리가 오래도록 시원하게 들렸다.

수채화로 그려진 그림이 물냄새가 가득했고, 글씨도 많지 않고 동물 친구들의 꼬물거리는 모양새가 아기들을 기쁘게 한다. 유아용 그림책으로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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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1-08-09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책 참 좋았어요 그런데 님 님 사진 넘 이쁘네요

마노아 2011-08-10 12:11   좋아요 0 | URL
적게 보여주고 많은 걸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어요. 칭찬 고맙습니다.:)

순오기 2011-08-09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유리 슐레비츠의 그림책과 견줄만하겠네요.
황금도깨비상을 그림책에도 주나 봅니다~ 아니면 그림책 분야를 따로 시상하는 걸까요?

마노아 2011-08-10 12:12   좋아요 0 | URL
황금도깨비상을 그램책에만 주는 줄 알았어요. 칼데콧 상도 소설에도 주는 것 같던데 이것도 통틀어 주는 걸까요?

순오기 2011-08-10 23:22   좋아요 0 | URL
나는 황금도깨비상은 동화책에만 주는 줄 알았는데...^^

마노아 2011-08-11 00:23   좋아요 0 | URL
으하하핫, 역시 쿵짝이 맞아요.^^ㅎㅎㅎ
 
토비아스와 수호천사 읽기의 즐거움 2
수산나 타마로 지음, 우테 크라우제 그림, 유혜자 옮김 / 개암나무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열 살 마르티나는 세상의 수많은 말들에 대해서 고민한다. 사람의 언어, 동물의 언어, 그리고 사물들의 말까지...
수줍은 소녀 마르티나는 학교에서 좀처럼 말을 하지 못한다. 혼자서 중얼거리고, 말 못하는 사물들과 대화를 하는 마르티나, 그러면서 급우들과 선생님께는 말도 잘 하지 못하는 마르티나가 그들 속에서 외톨이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마르티나가 이렇게 된 데에는 환경의 영향이 컸다. 실직 상태에 계신 아빠와 청소부로 일하는 엄마는 하루가 멀다 하고 싸우시기에 바쁘다. 서로의 불행으로 가라앉아 있는 두 부부는 어린 딸의 심리 상태를 돌아볼 겨를이 없다. 아이가 보내는 무언과 유언의 신호를 모두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들의 감정에 치우쳐 아이를 나쁜 딸로 느끼게 만들고 말았다. 이런 마르티나에게 유일한 힘이 되어준 존재는 외할아버지다.   

 

마르티나를 둘러싼 세계에서 유일하게 할아버지만이 뒤죽박죽 시끄러운 말과 날카로운 화살말, 그리고 얼굴에 돌을 던지는 것 같은 무서운 말을 하지 않는다. 일주일에 두 차례씩 집에 와서 마르티나의 숙제를 봐주고, 마르티나와 놀아주고, 마르티나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소중한 할아버지. 하지만, 그 할아버지가 어느 날부터 소식도 없이 오시지 않고 있다. 엄마와 아빠가 할아버지가 오는 것을 싫어해서일까, 아니면 다른 큰일이 난 것은 아닐까. 어느 쪽도 마르티나에겐 상상하기도 싫은 이유들이다.  

그런 일이 있었다. 집에서 애완동물을 기르고 싶었지만 마르티나의 집 재정 상태로는 무리수였다. 그러다가 마르티나가 금붕어를 데리고 왔는데 이 야만스런 부모님은 금붕어를 변기 속에 흘려버리고 말았다. 백번 양보해서 실수였다고 해도 마르티나가 받았을 상처가 얼마나 컸겠는가. 이때도 할아버지가 나서서 금붕어가 더 넓고 좋은 곳으로 갔다고 마르티나에게 일러주었다. 언제든 그렇게 질문에 답해 주고, 더 좋은 길로 인도해 주던 소중한 할아버지의 부재, 그리고 부모님의 연이은 싸움과 학교에서의 부조화까지, 모든 것이 마르티나를 힘들게만 한다. 결정적으로 이 무식한 부모님들이 서로 거칠게 싸우고는 열살 짜리 아이만 남겨둔 채 집을 나가버린 것이다. 아무도 남겨질 아이를 책임지지 않았고 염두에 두지 않았다. 집을 나간 것은 엄마와 아빠지만, 마르티나가 버림받았다고 느끼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결국 마르티나는 집앞 밤나무의 조언에 따라 집을 나서기로 했다. 밤나무는 네 운명을 찾으라고 했다. 운명이 뭐냐는 질문에 밤나무의 대답은 훌륭했다. "네가 너 자신을 만나기 위해 걸어가야 하는 길을 운명이라고 하는 거야." 

아, 근사하다. 나 자신을 만나기 위해 걸어가야 하는 길이라니! 그렇게 말해 준다면 '운명'이라는 말이 덜 무섭고 덜 고단하게 느껴질 것만 같다. 이미 정해진 것이라고 어깨 움츠릴 필요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열살 짜리 아이가 추운 겨울에 집을 나서서 갈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되겠는가. 때는 크리스마스 시즌이었고, 거리의 사람들은 모두 즐거운 기대감으로 가득차 있었지만 마르티나는 성냥팔이 소녀가 된 기분이었을 것이다. 마침내 쓰레기통 안에서 잠이 든 마르티나를 찾아낸 것은 트룰라 부인이다. 본인의 가혹한 기억으로 살짝 정신줄을 놓은 이 아주머니는 마르티나를 잃어버린 물건의 나라로 데려온다. '잃어버린 물건의 나라'란 온갖 잡동사니가 모여있는 트룰라 아줌마의 움막집이다. 엄마 아빠에게 자신이 나쁜 애로 통했다는 아이의 고백이 참 마음이 아팠다. 나쁜 아이의 정의라는 것이 엄마 아빠가 원하지 않았던 아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너무 이른 나이에 아이를 갖고 결혼 생활을 하게 된 부모는 채 어른이 되지 못한 상태에서 큰 책임을 맡게 되어 스스로를 주체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내 인생의 발목을 잡은 아이라고 은연중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생각들은 분명 전염병처럼 아이에게 옮겨갔을 것이다.  

마르티나는 트룰라 부인 집에서 아토스라는 토끼와 친구가 된다. 토끼와도 말이 통하는 마르티나. 여기서도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명제가 등장한다. "계속 도망치는 사람은 그 어느 곳에도 도착하지 못한다라는 게 진리라는 것." 그렇다면 진리란 무엇일까? 아토스는 말한다. "진리는 너를 네 운명으로 이끌어 주는 길이야." 

밤나무가 토끼가 되어 다시 마르티나를 격려해 주는 것만 같다. 그리고 마침내 제목에도 등장하는 '수호천사'도 만나게 된다. 가장 어렵고, 가장 외롭고 힘든 시간, 그래서 가장 극적인 순간에 마르티나는 수호천사를 만났다. 누구에게나 자신을 따라다니는 수호천사가 있다고 천사는 설명했다. 아이들의 수호천사는 아이가 위험에 빠질까 봐 몹시 긴장된 모습으로 대기 중이라나. 

수호천사도 마르티나에게 조언을 해준다. 그들은 자신이 지키는 상대가 옳은 결정을 내리게 도와준다는 것이다. 이때의 결정이란 운명을 만나기 위한 결정이라는 것! 반복해서 운명이 등장한다. 아직 어린 마르티나에겐 벅찬 이야기일 수 있지만, 이 어린 아이도 제 운명에 지쳐서 지금 나름대로의 개척을 위해 열심히 뛰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마침내 이야기의 맺음글에서는 아이를 통해서 집안에 행복이 찾아온다. 아이가 사라진 것을 알고 철없던 부모가 얼마나 놀랐을까. 영영 아이를 찾지 못하면 자기 자신들을 결코 용서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할아버지를 다시 만날 수 있게 되어서 마르티나는 행복했다. 교통사고를 당해서 그동안 오시지 못했던 거였는데, 어린 마르티나는 할아버지의 부재 기간 동안 너무나 많은 일들에 노출되고 겪어야 했다. 시련은 왔지만 그 고비가 현실을 이겨낼 새 힘이 되어주었다.   

수호천사의 부모님에 대한 진단이 마음에 남는다.

   
 

"너의 부모님은 그동안 너무 불행해서 네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잘 모르고 살았어. 나쁜 사람들은 아니고, 너를 사랑하면서 그것을 너한테 잘 보여 주지 못한 것뿐이야. 두려움의 포로가 된 거지."

"왜 두려워하는데요?" 

"인생을 잘못 살아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 그래서 스스로를 비난하고, 아직 살지 않은 미래를 안타까워하는 거야. 그들의 미래는 바로 너야. 인간은 행복에 대해 종종 두려움을 느끼지. 행복이 바로 앞에 있어도 그것을 잡으려고 손을 뻗지 않아. 행복을 식인종보다도 더 무서워하지."

 
   

비록 잃어버려본 다음에야 소중한 것의 존재를 깨닫는 어리석은 인간들이지만, 늦더라도 다시 시작하려는 기특한 마음을 가진 게 또 인간이다. 마르티나의 말은 엄마와 아빠가 이해할 수 없는 언어였지만, 이제 아이에게 집중하고 귀를 기울이려는 노력은 분명 그들 사이의 소통의 벽을 허물어 줄 것이다.  

번역을 맡은 유혜자 씨는 옮긴이의 말에서 말도 수줍음을 타고 겁쟁이에 낯가림도 많이 한다고 표현했다. 전적으로 동감한다. 말이 살아 움직이는 생명력이 있기 때문에 그같은 감정적 표현도 가능하고, 또 그렇기에 말을 얼마나 가려서 잘 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새겨본다. 마르티나의 부모님같은 실수를 해서는 안 되니까... 

 

그림이 정겹고 따스하다. 색채도 포근하고, 제목의 어감도 참 좋다. '토비아스'는 할아버지의 강아지란 뜻에서 마르티나가 자신에게 붙여준 이름이다. 원제는 Tobia E L'Angelo이다. 

덧글) 65쪽 마지막 줄에 "아예 먹지도 하지 않았어."는 의도된 것인지, 단순히 비문인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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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7-31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순오기 언니 서재에서 본 책인데
예쁜 그림이 있었네요... 파스텔 톤의 스며들 듯 부드러운 그림이군요.

마노아 2011-07-31 21:51   좋아요 0 | URL
이탈리아 작가의 글에 독일 작가의 그림이 조화를 이루었어요. 그림이 참 따뜻해요.^^
 
돌멩이 국 - 초등학생 그림책 1
존 무스 글 그림, 이현주 옮김 / 달리 / 200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돌멩이국 이야기는 어릴 적 옆집 아이네 집 계몽사 시리즈에서 '단추로 끓인 수프'로 처음 만났다. 같은 뿌리를 지닌 이야기지만 서로 조금씩 다른 이야기들이 유럽에도 동양권에도 있었다 한다. 존 무스는 이 이야기의 배경을 중국으로 잡았다. 등장인물의 차림새를 보아하니 청나라 쯤으로 보여진다.  

 

복福, 록祿, 수壽 세 스님이 산길을 따라 여행하면서 고양이 수염과 해님 빛깔과 남에게 베푸는 일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셋 중에서 가장 어린 복 스님이 가장 지혜롭고 나이가 많은 수 스님께 물었다. 

"스님, 무엇이 사람을 행복하게 하나요?" 

지혜로운 스님은 무엇이다!라고 단정하지 않고 함께 알아보자고 하셨다.  

멀리 보이는 만리장성을 배경 삼으니 스님들이 구름 위를 걷는 신선처럼 보인다. 

 

세 스님이 도착한 마을은 가뭄에 홍수, 게다가 전쟁까지 겪은 뒤라 사람들이 너무 지쳐 서로를 믿지 않고 있었다. 낯선 사람은커녕 이웃끼리도 서로 의심하며 살게 된 것이다. 장사꾼에 농부에 학자에, 가정부에 의사에, 목수까지... 저마다 서로를 나 몰라라 하고 자기만을 위해서 일했다. 당연히 이들의 얼굴엔 웃음이 없었고 행복하지도 않았다.

스님을 맞아주는 이들도 없었고, 문을 두드려도 불을 끄고 나오지를 않았다. 행복하지 않은 마을 사람들에게 돌멩이국 끓이는 법을 가르쳐 주자고 수 스님이 제안했다. 돌멩이국이 마을 사람들을 행복의 길로 인도할지니!! 

 

스님들이 작은 냄비에 물을 붓고 불을 피웠다. 호기심 많은 용감한 소녀가 다가와서 무엇하냐고 물었다. 스님들은 돌멩이로 국을 끓일 참인데 동글 납작한 돌멩이 세 개가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냄비가 너무 작아서 탈이라고 중얼거리자 소녀는 자기 집에 큰 솥이 있다고 했다. 커다란 솥을 굴려서 스님들께로 가져온 소녀.  

사람들은 하나 둘 얼굴을 내밀고 스님들이 국 끓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처음엔 창문 위로 삐죽이 나온 얼굴들이 점차 커다란 솥 주위로 몰려든다. 

 

이때부터 스님들의 감칠나는 한 마디씩이 추가된다. 소금하고 후추가 있어야 제 맛인데.... 지난 번에 당근을 넣어서 맛이 달콤했는데... 양파가 들어가면 제 맛이지.... 

 

그리고 이렇게 말할 때마다 사람들은 자기 집에서 하나둘씩 필요한 양념들을 갖고 왔다. 한 사람이 이만큼 가져오면 다른 사람은 그보다 더 많이 들고 왔다. 국은 점차 그럴싸한 냄새를 풍기며 맛있게 익어갔다.  국을 들여다보는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이 피어난다. 벌써부터 입맛도 다시고 있다. 스님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말없이 웃으신다. 

 

결국 돌멩이로 시작한 국에는 버섯도 들어가고 완두콩에 배추까지 들어갔다. 건더기가 많아지면서 맛도 훨씬 좋아졌고 냄새는 또 얼마나 자극적이었겠는가. 이제 마을 사람들은 앞다투어 제 집의 음식을 가져오기 시작한다. 고기만두에 두부, 강낭콩에 감자, 시금치, 토란 뿌리와 호박, 마늘, 부추, 생강, 간장, 파!!! 

이윽고 국이 다 끓자 마을 사람들 모두 한 자리에 모여 잔치가 벌어졌다. 사람들은 제 집에서 밥도 가져오고 떡도 가져오고 과자도 가져왔다. 환하게 등불을 밝히고 차도 함께 마셨다. 실로 오랜만의 일이었다. 전쟁과 오랜 기근으로 마음의 즐거움을 모두 잊었던 사람들이 더불어 한 자리에서 정을 나누고 있다. 

음식을 다 먹은 뒤에는 그림자 연극도 보고 노래도 부르면서 밤 깊도록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냈다. 스님들께도 포근한 잠자리를 마련해 준 것은 물론이다. 스님들은 행복이 멀리 있다고 생각하는 마을 사람들에게 행복이 돌멩이국 끓이는 것만큼이나 간단하다는 것을 가르쳐 주셨다. 닫힌 마을이 열린 마을로 거듭난 것이다.  

이 책에는 여러가지 상징들이 숨어 있다. 스님들의 이름은 건강, 부귀, 장수를 가져다 주는 신들의 이름이다. 복은 행운과 번영을, 록은 가정의 행복과 화목을 상징하고, 수는 탈 없이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을 상징한다.  

황실에서만 쓸 수 있었던 노랑 옷을 입은 소녀가 비록 공주는 아니지만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열 수 있는 첫 발자국을 딛었다는 점에서 특별한 존재임을 알 수 있다. 마지막 이별 장면에서는 버드나무가 등장하는데 버드나무는 이별의 상징이다. 국수 가락은 한자어로 가르친다는 뜻인 敎를 나타내고, 처음에 나온 돌멩이 세 개를 쌓은 모습은 부처님의 모습을 닮았다. 악사들이 연주하는 비파와 얼후를 보는 것도 즐거웠다. 존 무스가 동양적인 가치에 대해서 푹 빠져 있는 것을 알았지만, 이 책이 그 정점이었던 듯하다. 그가 또 어떤 아름다운 빛깔로 그가 추구하는 가치들을 표현할 지 사뭇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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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07-29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이현주 목사님이 번역한 책이어서 저도 한때 눈독 들이고 있었는데 까먹었네요.
역시나...볼거리 생각할 거리를 넉넉히 제공하는 것이 좋네요~^^

마노아 2011-07-29 17:54   좋아요 0 | URL
앗, 이분이 그분이군요! 그냥 으레 여자분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책도 읽은 책을 또 읽었더니 저자 약력을 흘려버렸네요.^^;;;
 
달을 줄걸 그랬어 - 달리 초등학생 그림책 13
존 J 무스 지음, 이현정 옮김 / 달리 / 200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리뷰를 썼다고 생각했는데 읽고서 리뷰는 쓰지 않았나보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두번째 선 이야기 리뷰를 먼저 쓰고 첫번째 선 이야기를 이어서 쓴다. 

 

아이들이 평심과 처음 만나게 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밖에 곰이 있다는 칼의 말에 마이클과 에디가 반응을 보였다. 시큰둥하게 대답하고 보지도 않던 어른 엄마와는 확실히 다른 반응이다.  

평심은 바람에 우산이 날리는 바람에 아이들과 만나게 되었다. '고요한 물' 이라는 의미의 한자 이름 평심이 아이들에게는 판다 곰만큼이나 신기하게 들렸을 것이다. 

 

다음 날 에디는 직접 만든 케이를 들고서 평심의 집을 찾아갔다. 45도 각도를 자랑하는 저런 언덕에 산다면 판다곰도 날씬한 곰이 될 것만 같다. 판다가 좋아하는 대나무가 꽂힌 케이크가 녹차 케이크처럼 보인다. 아, 맛나겠다! 

평심은 텐트 안에 있었다. 평심의 라이 아저씨가 자신의 생일 선물로 보내주신 것이다. 라이 아저씨는 독특하게도 자신의 생일날을 축하하며 선물을 보내주곤 하신다. 에디가 준비한 케이크는 어쩌다 보니 라이 아저씨의 생일 축하 선물도 되는 셈이다. 선물을 받은 기념으로 평심은 이야기 선물을 해준다. 

 

언덕 위의 작은 집에 살고 계신 라이 아저씨네 집에 어느 날 도둑이 방문했다. 도둑조차도 반갑게 맞아주신 라이 아저씨는 그가 손님이기에 빈손으로 돌려보낼 수가 없었다. 줄 것이 없었던 라이 아저씨는 하나밖에 없는 가운을 벗어서 밤손님에게 안겨 주었다. 도둑이 오히려 놀라서 후다닥 도망가버리고 말았다. 

손님이 가고 나서 라이 아저씨는 달빛을 바라보다가 그만 안타까움을 느끼셨다. 고작 다 해진 옷을 줄 것이 아니라 이 아름다운 달을 줄 수도 있었을 텐데... 하고 말이다. 그렇게, 이 책의 제목이 탄생했다. 세상에, 달을 줄 걸 그랬다니.... 그가 도둑이고, 도둑을 잘 대접해서 보내는 거야 도통한 라이 아저씨나 가능한 일이지만, 달을 기꺼이 선물할 수 있는 대상이라고 볼 수 있는 그 마음가짐이 반짝반짝 빛이 난다. 게다가 달이 사라지지도 않고 줄지도 않는데 정말 기꺼이 선물할 수 있는 멋진 대상이 아니던가! 

그나저나 라이 아저씨는 혹시 북극곰??? 

 

그 다음 날은 마이클이 평심을 찾아갔다. 평심은 나무 위에서 종이 비행기를 날리며 놀고 있었다. 평심과 나란히 나무 위에 올라간 마이클. 밑에서 올려본 각도로 그린 그림이 훌륭하다.  

하늘을 날 수 있다면 구름 위에 그림자를 드리울 수 있다는 평심의 말도 라이 아저씨를 닮았다.
나무에서 떨어지는 것에 대해서 '끌쎄'로 대답하는 평심이 마이클은 놀랍기만 하다.  

이참에 평심은 마이클에게도 이야기를 하나 전해준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새옹지마'의 고사다. 그러니까 좋은 일이 있을 수도 있고, 나쁜 일이 생길 수도 있지만, 전적인 행운과 불행으로 여기지 않는 그 마음가짐이 평심의 이름과도 통한다. 온통 동물들만 등장하는 이야기 속 이야기의 그림들이 재밌다.

 

그 다음 날에는 칼이 찾아왔다. 형이 수영하러 가는데 이 물건들을 다 못 가져가게 한다고 화가 잔뜩 나 있는 상태였다. 평심의 수영장에 담아보아도 사람이 들어갈 수 없을 만큼 좁게 만들어버린 수영 용품들.  

평심은 칼과 재밌는 시간을 보냈지만, 칼은 오후가 되어서까지 형에게 난 화가 풀리지 않았다. 칼을 데려다 주면서 평심은 또 이야기 하나를 건네준다.

 

수도승이 귀부인을 들어올려 진흙탕을 건네준 이야기에서 젊은 수도승의 타박에 나이든 수도승이 "나는 그 여인을 벌써 몇 시간 전에 내려주었다네. 그런데 자네는 왜 아직도 등에 업고 있나?"라고 답한 그 이야기이다.   

세 가지 이야기 중 뒤의 두 개는 익히 잘 알려진 이야기이고 전해지는 버전도 여러 가지이지만 존 무스는 자신의 '선 이야기'에 가장 어울리는 것을 각색해서 책에 실었다. 세 명의 아이들도 모두 큰 깨달음을 얻었을 것이고, 평심과는 더 깊은 사이가 되었을 것이다.  

서양인이 그린 동양적인 내용의 그림책이 신선하고 재밌다. 이 책은 칼데콧 아너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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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열 일곱 자의 마법
    from 그대가, 그대를 2015-02-09 23:40 
    류시화 시인의 전작 "한 줄도 너무 길다"를 무척 인상 깊게 읽었는데 그게 벌써 15년 된 작품이라고 한다. 당시의 부족함을 메워서 무려 750쪽에 달하는 하이쿠 모음집을 다시 냈다. 일본의 대표 하이쿠 시인들의 시를 소개하고 이 짧은 시의 몇 배에 달하는 해설을 붙였다. 130명의 시인들에게서 1,370여 편을 소개했는데 하이쿠이기에 이 정도 분량이 가능하지 싶다. 그밖에 책 말미에는 150쪽에 달하는 해설도 붙였는데 하이쿠에 대한 보다 깊은 소개와
 
 
무스탕 2011-07-28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그림 끝내줍니다!!! 꼭 봐야겠어요!! (불끈!)

마노아 2011-07-28 17:59   좋아요 0 | URL
그림책 매니아로서 의지를 다지게 만들지요? 불끈!!

무스탕 2011-07-28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440, 총 444424

무스탕 2011-07-28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444, 총 444428

무스탕 2011-07-28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그냥 오늘 마노아님네 집에 버티고 앉아서 다~~ 잡아 버릴꼬야~~~~ ㅋㅋㅋ

무스탕 2011-07-28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456, 총 444440

무스탕 2011-07-28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460, 총 444444

멋진 숫자 축하합니다 ^^*

마노아 2011-07-29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오, 무스탕님의 독무대였군요! 놀라운 숫자를 챙기셨으니 선물이 가야겠습니다.ㅋㅋㅋ
 
혼자서는 살 수 없어 - 존 무스의 두 번째 선 이야기
존 J 무스 지음, 이현정 옮김 / 달리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존 무스의 그림을 좋아한다. '세가지 소원'으로 처음 그를 만났는데, 깊은 이야기를 짧고 간결하게 압축하는 그의 글이 좋았고, 그런 그의 글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물기 많은 그의 그림도 참 좋아한다. '달을 줄 걸 그랬어'에 이어 이번에도 평심이 등장한다. 평심(Stillwater:고요한 물)은 우리가 평심을 유지한다고 말할 때의 그 평심으로, 판다 곰의 이름이다.  

 

 역에 곰이 있다는 아이의 말에 엄마는 시큰둥하게 반응했다. 곰이 앉아서 누구를 기다리는 모양이라고 고개도 들지 않고 말하는 엄마는, 아이처럼 저 특별한 판다 곰을 볼 수가 없다. 어른의 한계이자 아이의 특별함이다.

 

평심은 정말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꼬마 시인이자 조카인 '쿠'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저 귀엽고 조그마한 판다 곰 쿠가 '하이쿠' 시인이란 것은 정말 매력적이다. 팀 마이어스가 그랬듯이 존 무스 역시 동양의 선에 대해서, 그리고 하이쿠의 매력에 대해서 푹 빠진 게 분명하다. 동경과 감탄의 느낌이 가득 배어 있다. 

환영 인사로 풍선을 선물하는 평심 산촌! 아무리 아기 곰이라 할지라도 풍선에 매달려 날아가진 않겠지만, 이 세계에선 충분히 가능하다고 얼마든지 상상할 수 있다. 

 

 돌멩이에 풍선의 끈을 묶어 놓았다. 그들만의 아름다운 소풍 잔치가 되어버린 듯하다.  

"정말 맛있는 차!
이제 비어 버린 컵,
어디다 버려요?" 

쿠의 질문이다. 일상의 언어도 하이쿠 시인처럼 나온다. 아껴 쓰는 걸 좋아하는 평심은 여기서 지내는 동안 매일 이 컵을 쓰게 될 테니 버리지 말고 가져가자고 한다. 생활 습관조차 평심이다.

 그리고 이때 등장한 평심의 친구들! 애디와 마이클, 그리고 칼이다. 마치 바람돌이를 만난 꼬맹이들처럼 반가워한다. 평심은 바람돌이보다 훨씬 친절하다 착하다.^^

 

애디는 평심 위에서 점프하는 놀이를 생각해내었다. 평심의 푹신한 배 위로 뛰어내려도 평심은 전혀 싫어하지 않을 것 같다. 아프지도 않을 것 같고.... 언덕 아래 집들이 자그마하게 보인다. 꼭 평심 옆에 있어서 작게 보이는 효과도 있다.  

마이클은 철자 맞히기 대회에 나가게 되었는데 실력에 자신이 없어서 걱정이 이만저만 큰 게 아니다.

 

평심은 오후에 휘태커 부인 댁에 병문안을 가면서 아이들을 데리고 갔다. 평소 마당에서 공놀이 하지 말라고 소리를 버럭 지르는 할머니를 아이들은 무서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평심은 휘태커 부인이 친절하고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애디와 마이클에 비해서 어린 칼은 확실히 일손에 도움은 안 되지만 적극 참여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부엌 안에서 평심은 고개도 못 들고 있지만 역시 든든한 존재! 

휘태커 부인은 여전히 아이들을 향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셨다. 노인 분들은 신경이 예민한데 아이들이 집 앞에서 자꾸 떠들고 공을 던져서 정원을 망치거나 하는 일이 화가 났을지도 모르겠다. 혹은 혼자서 보낸 시간이 길어서 아이들에게 다가가는 법을 잊었을지도 모른다.  

아이들은 휘태커 부인의 집을 청소했고, 부인에게 선물할 그림도 그렸다. 놀기 바쁘던 칼도 모처럼 쿠와 함께 솜씨를 발휘하고 있다. 

 

철자 맞히기 대회 공부 때문에 다음 날은 휘태커 부인 댁을 못 갈 뻔했지만, 평심의 설득으로 마이클은 부인 댁을 방문했다. 알고 보니 휘태커 부인은 예전에 영어 선생님이셨다고 한다. 부인 덕분에 마이클은 단어의 뿌리를 공부하며 철자를 훨씬 쉽게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칼은 휘태커 부인께 드릴 사과를 열심히 땄다. 나무 위에서 떨어져도 평심이 푹신하게 받아줄 테니 아무 염려도 없다.  

"아침 햇살이
사과와 한 소년을
품에 안아요." 

꼬마 시인 쿠의 하이쿠 실력이 다시 빛나는 순간이다. 

 

휘태커 부인 덕분에 철자 맞히기 대회를 무사히 마친 마이클은 빨간 리본 상장을 부인께 선물로 드렸다. 칼은 직접 딴 사과를 드렸다.  

선물을 잔뜩 받은 휘태커 부인은 어머니로부터 배운 사과차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아이들이 도와줄 것은 자명한 일! 

빠르게 시간이 지나 이제 쿠가 돌아갈 시간이다. 

"여름이 저물자
집에 가는 길 밝혀주는 
새 친구들의 얼굴" 

쿠는 인사도 시인의 언어로 답한다. 좋은 친구들을 만났을 뿐아니라, 어려운 이웃을 돕는 법을 배울 수 있었고, 또 물자를 아껴쓰는 법까지 배웠으니 쿠는 많은 공부를 한 셈이다. 이제 쓰던 컵을 버려도 된다고 하자 청출어람 이 귀여운 조카가 또 이렇게 화답한다. 

"돌아갈 때가 되니 알겠어요.
여름은 사과차 향기가 난다는 걸.
향기가 남은 이 컵을 간직할래요." 

우리 말로 옮기니 음절수가 좀 늘었지만, 하이쿠의 음률과 곡조로 들리는 효과가 일어난다.  

연세 많은 휘태커 부인도, 꼬마 시인 쿠도, 그리고 개구쟁이 아이들도, 더불어 힘을 합치며 서로의 정을 나눌 때 더 풍성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평심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러니 이런 제목이 나올 수밖에! "혼자서는 살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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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11-07-28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동네 도서관을 검색해 보니 있네요. 흐흐흐 ^^

마노아 2011-07-28 18:00   좋아요 0 | URL
바람직한 도서관이에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