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야행 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정태원 옮김 / 태동출판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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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영화를 먼저 보고 원작을 보았으니, 결말도 이미 알고 있고 다만 원작과 영화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를 느끼는 게 목표였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상당히 다르다. 굳이 어느 쪽이 더 좋냐고 묻는다면, 나로서는 늘 먼저 접한 매체의 손을 들어준다. 그러니까 내 경우, 영화 쪽이 나았다는 이야기이다.

확실히, 일본과 우리의 정서 차이가 있다. 영화는 한국 버전으로 많이 순화(?)시켰다는 느낌이다. 일본 원작은 좀 더 잔인하고, 좀 더 치명적이고, 좀 더 섬뜩하다. 반면 한국 영화는 보다 당위성을 주려고 많이 애썼다는 느낌이다. 팔이 안으로 굽어서라기보다 정서의 차이로, 한국 영화 쪽이 더 마음에 닿았고 그래서 더 애절했다. 물론, 원작의 힘에 기댄 덕이었지만.

책에서는 실제 직업이 탐정인 양반이 뒤를 밟았는데, 영화에서는 비서가 뒷조사를 하는 것으로 옮겨갔다. 한국에선 '탐정'이란 직업이 낯선 까닭일 것이다. 영화에서도 고수는 대사가 거의 없었고 표정과 몸으로만 연기를 했지만, 원작에서도 료지가 그랬다. 다만 영상과 활자의 차이로 독자는 영상에서의 이미지에 더 기대게 된다. 

영화만 보았을 때는 하얀 어둠 속을 걸어온 이가, 줄곧 태양 아래를 걷고 싶었던 이가 남자 주인공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원작을 읽어 보니 여자 주인공 유키호도 똑같았다. 하얀 어둠 속을 내리 걸었던, 태양 아래를 당당히 걷고 싶었던 소망을 가졌던 것이다. 삶의 굴곡을 생각해볼 때, 그와 그녀에게 연민을 아니 가질 수 없지만, 그 연민으로 그들의 모든 행보를 정당화할 수 없다는 것이 또 안타깝다. 

피해자가 다시 가해자가 되는 악순환의 고리도 안타깝기 그지 없다. 그래서 영화 속에서 한석규가 요한에게 좀 더 일찍 널 잡아주지 못해서, 널 말려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말한 것이 절절하게 와 닿았다. 그 폭주를 누구보다도 자신이 더 제어하고 싶지 않았을까. 그러니 원작에서도 료지는 그렇게 스스로 끝장을 내버린 것이 아닐까. 

마지막 씬의 그 충격적인 장면도 나로서는 영화가 더 압권이었다. 그녀에게는 그게 최선의 방법임을 알지만, 그렇게 봉합해버린 병든 마음으로 어찌 살아갈까 안쓰럽다. 

미스테리물을 많이 읽어보지 못했는데, 내가 읽어본 책들은 대개 슬펐던 것 같다. 범죄와 피와 살인 사건이 연루되는 내용이기 때문에 피할 수 없는 감정의 부산물일까? 좀 더 통쾌하고 통렬하고 시원한 미스테리물을 읽고 싶다. 이렇게 아프고 슬프고 찝찝한 기분이 아니라... 작품이 나쁜 게 결코 아니지만 감정이 불편하다. 하얀 어둠 속의 그 소년 소녀가, 채 자라지 못하고 상처입은 채 웅크리고 있는 그들이 아직도 눈에 밟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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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12-15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을 그래서 못읽겠어요. 영화를 봐도 아프고 힘들었는데 세권짜리 원작 책으로 보면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거 아녜요. 아마 울어버리지 않을까 싶어요. 자꾸만 그래도 읽어보고 싶어진다는 생각이 치고 올라오는데 마노아님의 리뷰만 읽고 역시 읽고싶은 마음은 접어버리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이 리뷰는 그래서 순전히 제 개인적으로 고마워요, 마노아님.

마노아 2009-12-15 23:35   좋아요 0 | URL
원작이 더 참혹하고 잔인해 보여요. 영화는 한국적으로 그나마 좀 순화를 시킨 느낌이에요.
배우들이 소화도 잘 해냈고요. 히가시노게이고의 책은 겨우 두 가지 읽었지만 참 우울하네요.
골든 슬럼버도 갖고 있는데 이 녀석도 이런 분위기일까요? 벚꽂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와 '이유'도 대기 중인데, 아 이누가미 일족도 있구나. 알라딘에서 다른 분들 리뷰나 페이퍼 보고서 주섬주섬 모아논 책들이네요. 그래도 차차 읽어야죠. 이런 종류의 책들도 아프지 않고 감동을 주는 이야기가 고파요...

다락방 2009-12-16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골든 슬럼버]는 전혀 그런 내용이 아니에요! 안심하고 읽으셔도 좋아요. 저랑은 완전 다른 취향을 가지고 있는 제 여동생 말에 의하면 [골든 슬럼버]는 여태 자기가 읽은 책 중에 으뜸이래요.(물론 소설로 따지면 제 여동생은 살면서 아마 50권도 안읽었을 것 같긴 하지만요. ㅎㅎ)

마노아 2009-12-16 09:05   좋아요 0 | URL
아, 골든 슬럼버가 다락방님 페이퍼 읽고서 제가 산 책인가봐요. 분명 누군가의 서재에서 좋다는 얘길 듣고 중고샵에 나왔을 때 잽싸게 건졌었거든요. 우려하는 내용이 아니어서 다행이에요.
다락방님! 굿모닝~ 이렇게 추운 날 다락방님이 막 그리워지는거 있죠.^^
 
백야행 2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정태원 옮김 / 태동출판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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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73년에 첫 살인 사건이 벌어졌는데, 이제 등장인물들이 모두 성인이 되어 80년대로 접어들었다. 
여전히 어디선가 사람이 죽고, 어디선가는 정보가 빼내져 불법적인 방법으로 돈을 벌고 있고, 
유키호의 주변에선 음모가 진행되며 누군가 불행에 빠져들고 있다. 

한국판 영화와는 내용의 차이가 상당히 벌어지고 있다는 걸 느끼지만, 결말은 같을 거라고 예상을 하며 읽고 있다. 
거의 시간 순서대로 진행되고 있는데, 어떤 사건이 벌어지면 그 다음 장에선 사건의 배경이나 과정에 대해서 말해준다.
누군가 어떤 피해를 입었고, 그 목적성이 같이 드러난다. 
기리하라와 유키호는 무시무시한 포스를 자랑하며 '독하게' 살아가고 있다.
빼어난 미모와 지성, 또 카리스마로 목표로 삼은 것을 반드시 이뤄내지만, 그들의 목적은 공허하기만 하다. 

어려서 받은 충격과 상처, 그리고 주어진 운명에 저항하고자 하는 몸부림까지도 이해하겠지만, 그네들의 종착역이 어떤 모습일까를 짐작하면 여간 안쓰러운 게 아니다. 단 한뼘도 나아가지 못하고 웅크리고 있는 모습, 온 세상을 향해 적의를 드러낸 추운 어깨, 다가가면 함께 불행해지는 사람들... 결국엔 그 자신들도 제일 불행해지고 말 텐데, 그럼에도 섶을 지고 불속으로 뛰어드는 속절없음이 막막하다. 

밝은 태양 아래 거닐고 싶다는 기리하라의 작은 소망은, 그러나 그 죄많은 영혼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희망이었다. 유키호는 그렇게 망가져가는 기리하라를 어떻게 견딜 수 있을까? 그렇게 망가져가는 유키호를 기리하라는 또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그들의 사랑은 서로에게 가혹하고 지독해서 응원을 해줄 수도 없고 이별을 강요하지도 못하겠다. 

내가 맨 처음에 읽었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용의자 X의 헌신' 쪽이 개인적으로는 더 긴박한 긴장감을 느끼게 하고 사랑 쪽도 더 절절하게 보여졌다. 그쪽의 사랑도 가히 평범하진 않았지만 백야행 속의 두 주인공의 사랑은 정상적인 범주에도 들기 힘드니 말이다. 

페이지가 그렇게 많지 않은데 굳이 3권으로 나눌 필요가 있었나 싶다. 개정판 내면서 두 권으로 묶어도 되었을 것을...
암튼, 마지막 남은 3권도 몹시 기대 중이다. 너무 아프지는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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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 상 - 비밀 노트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용경식 옮김 / 까치 / 199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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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표지만 본다면 심리 철학 에세이스러워 보이건만, 이 책은 소설이다. 세 권으로 구성된. 아직 1권밖에 보지 못했기 때문에 2권과 3권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1권만 본 소감을 얘기한다면 몹시 충격적이다.  

배경은 2차 세계대전 중으로 보인다. 대도시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던 쌍둥이는 시골에 있는 할머니 집에 맡겨진다. 온 동네 사람들이 '마녀'라고 수근대는 할머니. 남편을 독살했다는 소문이 자자하고, 어머니도 그 이유로 그곳을 떠나서 10년 동안 소식이 없다가 전쟁으로 인해 도시에서는 도저히 먹을 걸 구할 수가 없어서 이곳에 온 것이다. 어머니는 아이들의 옷가지와 필요로 하는 물건들을 바리바리 싸들고 와서 함께 맡겼지만 곧 할머니에 의해 모두 팔려버린다. 심지어 어머니가 부치는 편지도 모두 없애버리는 할머니. 모녀 사이의 골은 생각 이상으로 깊다. 지독하기만 한 할머니의 행동은 상식 밖으로 보이고 대체 왜 이렇게 꼬이고 꼬였을까 싶건만, 작품을 다 읽다 보면 어느 정도 그 노파의 심사가 이해가 간다.  

화자는 쌍둥이 소년들이지만, 그들은 자신들을 '개인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우리'나 '하나'로 구분되어 지칭되는 그들. 어린 소년들의 눈과 귀와 입을 통해서 모든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그 서술은 지극히 건조하기 짝이 없다. 애어른으로 보이는 이 아이들은 단지 조숙하다는 말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이를 테면 이런 식의 반응 말이다. 

   
 

  우리가 '잘했음'이나 '잘 못했음'을 결정하는 데에는 아주 간단한 기준이 있다. 그 작문이 진실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것들, 우리가 본 것들, 우리가 들은 것들, 우리가 한 일들만을 적어야 한다.
  예를 들면 '할머니는 마녀를 닮았다'라고 써서는 안 된다. 그것은 '사람들이 할머니를 마녀라고 부른다'라고 써야 한다. '이 소도시는 아름답다'라는 표현도 금지되어 있다. 왜냐하면 이 소도시는 우리에게는 아름다울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추하게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당번병은 친절하다'라고 쓴다면, 그것은 진실이 아니다. 당번병이 우리가 모르는 심술궂은 면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렇게만 써야 한다. '당번병은 우리에게 이불을 가져다주었다.'
  우리는 또한 '호두를 많이 먹는다'라고 쓰지, '호두를 좋아한다'라고 쓰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좋아한다'는 단어는 막연한 단어이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정확성과 객관성이 부족하다. (......)
  감정을 나타내는 말들은 매우 모호하다. 그러므로 그런 단어의 사용은 될 수 있는 대로 피하고, 사물, 인간, 자기 자신에 대한 묘사, 즉 사실에 충실한 묘사로 만족해야 한다. (33-34쪽)

 
   

아직 젖니가 다 빠지지도 않은 어린 녀석들인데 사용하는 단어도 남다르지만,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들의 모호함을 파악하고, 사물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기 위해 거르는 작업을 해낸다. 아이들은 자신들을 훈련시키기도 하는데, 아픔을 참아내기 위해서 부러 때리기도 하고, 배고픔을 참아내는 법을 익히기 위해서 단식을 하고, 심지어는 구걸을 연습해보기도 한다. 전쟁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자신들을 지키기 위한 생존 본능이라고 하기엔 그 치밀함에 섬뜩함마저 느껴진다. 

그런데 또 아이러니하게도, 이 아이들은 나름의 동정심을 갖고 있다. 이웃집 소녀와 그 어머니를 도울 때 그랬고, 탈주병을 도울 때도 그랬다. 동정심은 아이들이 가진 순수한 감정이기도 하지만 복수심 또한 그 못지 않다. 자신들이 생각하기에 정의에 어긋난다면 몇 갑절의 심판을 돌려주는 아이들. 단지 어리기 때문에 판단력이 미숙하다고 보기엔 아이들은 놀라우리만치 이성적이다.  

   
 

 -아저씨도 아다시피, 우는 건 소용없는 짓이에요. 우리는 절대로 울지 않아요. 우리는 아직 아저씨처럼 어른이 아니라두요. (50쪽)

 
   

아이들은 혈육이라는 이유만으로 휘둘리지 않는다. 가족이니까 꼭 함께 살아야 한다고 여기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목표에 도움이 된다면 누구라도 이용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이라도 미끼로 사용할 수 있고 무엇에도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묘사되진 않았지만, 예쁜 아이라는 강점을 스스로 활용하는 교활함마저 보인다.  

이 건조하고 살벌한 가운데에도 주변 인물들을 통해서 외롭고 두려운 인생들이 비쳐진다. 남편을 독살하고 딸을 증오하고, 돈을 갈취하기 위해서 맡겨진 소녀를 죽일 결심까지 하는 피도 눈물도 없는 할머니도 어느덧 이 아이들에게 의지하고 잔잔한 정을 느낀다. 인간이라면 당연히 갖게 되는 마음이건만 할머니의 변화가 놀랍다. 어린 소년들은 전쟁이 깊어지면서 더 잔인해지교 치밀해지지만, 할머니는 오히려 혼자서는 단단했던 마음이 함께 살면서 더 약한 모습으로 변해간다. 그렇지만 읽으면서 느껴지는 건, 이들이 전쟁 때문에 그런 성정을 갖게 된 것 같지는 않다는 느낌이다. 주어진 환경이 보다 독해지게는 만들겠지만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어떤 인성을 무시하긴 어려워 보인다.  

이 책 (상)권의 제목은 '비밀노트'이지만 시리즈 전 권의 총 제목은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이다. 세 가지 거짓말. 어떤 거짓말일까? 실존에 관한 질문일까? 인간의 본성에 관한 물음일까?  

이토록 담담한 목소리로, 단 한 번도 흥분하지 않은 채 이 정도로 독자를 뒤흔들 하드코어를 보여주다니, 작가의 역량이 보통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약간의 소름과 함께 어찔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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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01 2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01 23: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같은하늘 2009-12-02 0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표지와 제목만 보고 철학책인줄 알았다는...

마노아 2009-12-02 06:57   좋아요 0 | URL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이 책을 잘 이해 못한 것 같아요. 더 읽어야 제목을 파악할 수 있겠어요.^^;;;

무해한모리군 2009-12-02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참 스산하지요. 저도 저 말에 대한 대목이 생각이 납니다.

마노아 2009-12-02 13:41   좋아요 0 | URL
예, 맞아요. 스산하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네요. 읽으면서 내내 움찔했어요....
 
백야행 1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태동출판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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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영화를 먼저 접하고 원작을 나중에 읽을 경우, 영상의 이미지가 강해서 영화가 더 재밌었던 적이 많았다. 반지의 제왕이 그랬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그랬고, 트와일라잇이 그랬다.  

그런데 이 작품은 원작을 먼저 읽기 위해서 책을 미리 구입해놨는데, 뜻하지 않게 영화를 먼저 보게 되었다. 상영 날짜가 잡혔으면 부랴부랴 책을 읽었겠지만, 편집이 아직 안 끝난 영화의 시사회에 초대받은 것은 처음이라서 그야말로 불시에 보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3개월도 더 전에 말이다. 

영화는 충격적이었다. 대단히 슬픈 내용일 거란 얘기는 이미 오래 전부터 알았지만, 그야말로 비극 그 자체. 그들의 아픔과 고통도 이해하고, 그래서 그들에게 일방적인 비난도 쏟을 수 없지만, 그렇다 하여도 또 합리화할 수 없는 그들의 다른 죄에 대해서 불편하게 마음이 쓰였다. 

그리고 지금은 영화가 이미 개봉한 상태. 편집이 완성된 영화는 아직 보지 못했다. 원작을 먼저 읽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읽어 나가다 보니, 내가 본 영화와는 무척 분위기가 다르다. 일본판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손예진 고수 주연의 우리나라 영화 '백야행'은 내용을 상당히 바꾼 듯 보인다. 아무래도 영화화 시키면서 세 권에 달하는 긴 내용을 좀 줄일 필요가 있었을 것이고, 원작은 배경이 70년대 초에서 후반으로 넘어가는 이야기이다 보니 설정들도 상당수 바꿔줘야 했을 것이다. 

나를 가장 충격으로 몰아넣은 건, 일본 학교의 70년대 현실이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요즈음에 들어서야 나올 법한 끔찍한 이야기들이 거기서는 이미 30년 전에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해방 이후의 우리나라 상황은 많은 부분 일본이 이미 거쳐온 과정을 답습하고 있고, 사회 문제 역시 그렇게 반복되고 있었다. 우리가 선진국이라며 선망해하며 추켜세우는 그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가 손에 잡히는 것 같아 아찔한 공포를 느끼게 된다.  

어제는 좋은 부모와 나쁜 부모에 대해서 학생들과 잠시 얘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좋은 부모의 기준을 '돈'의 유무로 판단해 버리는 아이들의 상처가 보이는 것 같아 많이 아팠다. 이 사회가 아이들을 이렇게 비정하게, 삐딱하게 만들어버리는구나 싶어서... 그게 아니라는 증거를 믿게 해주기 힘들어서...... 

이 작품 속 두 주인공은 서로 깊은 상처를 갖고 있다. 남자 아이는 아버지가 죽었고, 여자 아이는 엄마가 죽었다. 그 죽음에는 어떤 연관이 있고, 거기에 그들이 감당하기 힘든 고통이 묻어 있다. 그리고 그 강렬한 기억은 이 아이들이 성장하는 내내 꼬리표처럼 따라올 것이고, 이 아이들이 진정으로 행복해질 어떤 순간은, 너무도 멀게만 보인다.  

감정을 말살시켜 버린 아이들. 제 목표를 위해서 무엇이든 수단화할 수 있는 아이들. 마땅히 누려야 했을 순수한 기억과 사랑에 대한 추억을 갖지 못한 아이들.  

괴롭다. 비록 소설이라 할지라도, 그 끝을 향해 같이 달려나가는 게 숨이 차다. 더군다나 이미 결말을 알고 있는 상태라면 더욱. 

내가 갖고 있는 책은 구판 버전인데 영화 개봉에 맞추어 새로이 책이 나왔다. 처음에 책장에 꽂혀 있는 노란 책등과 빨간 책띠를 볼 때는 표지가 마음에 안 들었는데, 전면 표지의 그 희끄무레한 하얀 빛이, 이 책의 제목처럼 느껴져서 마음에 든다. 반면 새로 나온 책의 표지는 그닥 내 마음에는 들지 않는다.  

미스테리 소설을 많이 읽은 편은 아니지만, 이런 종류의 책을 읽을 때는 작가의 마음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이렇게 어둡고 아픈 이야기, 혹은 잔인한 이야기를 쓸 때, 작가는 어떤 표정을 짓게 될까. 다 쓰고 난 다음에 그 마음은 얼마나 지치게 될까. 그럼에도 또 쓰게 되는 동력은 어떻게 얻을까? 아님, 소설은 소설일 뿐~ 하면서 훌훌 털어버릴까. 어느 쪽도 분명하게 똑 떨어지는 기분은 아니겠지만, 이렇게 아픈 이야기를 쓰고 나면 진이 빠질 것 같다. 독자도 이렇게 힘이 드는데 말이다.  

영화와 달리 원작 소설은 아이들의 성장 과정에서의 이야기들이 풍성하다. 시간을 보채지 않고, 기억을 서두르지 않고 차분히 쌓아간다. 그 호흡에 벌써부터 힘 빠져하면 안 되겠다. 아직 두 권의 이야기를 더 만나야 하니까. 연민을 느끼되, 그로 인해 억눌리지는 말자. 그것도 독자의 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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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2009-12-04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엥, 영화 나오니까 표지갈이 했구만. 난 좀 밋밋한 표지의 책으로 읽었는데. -_-

마노아 2009-12-04 11:50   좋아요 0 | URL
제 책도 그거예요~ 바뀐 표지는 별로예요. 근데 예전 책은 검색도 안 뜨더라구요.-_-;;;

다락방 2009-12-07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붉은 손가락]도 엄청 힘들게 읽었어요. 눈물 흘리면서 말이죠. 그런데 백야행은 붉은손가락보다 더 힘들것 같아서 차마 도전을 못하겠어요. 영화로도 힘들었는데 말이지요..

어휴...

마노아 2009-12-07 14:02   좋아요 0 | URL
붉은 손가락도 마음을 지치게 하는 내용인가봐요. 그런걸 보면 용의자 x의 헌신은 그의 작품 중 꽤 소프트한 편이었나봐요...
 
브레이킹 던 - 나의 뱀파이어 연인 완결 트와일라잇 4
스테프니 메이어 지음, 윤정숙 옮김 / 북폴리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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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다 읽었다. 책이 너무 무거워서 손목이 어찌나 부담스러워하던지...... 그나마 양장본이 아닌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할 정도였다. 1권부터 계산하면 564+620+680+821=2,685에 달하는 긴 이야기의 끝은, 한 마디로 상콤하다. 이 책을 처음 펼쳐 들 때부터 환상을 짙게 깔아놓은 예쁜 로맨스 이상을 기대한 건 아니니까. 그렇다 하더라도 읽게 되면 계속해서 뒷 내용을 궁금하게 만든다는 건 부정하지 못하겠다. 개인적으로는 2권 뉴문이 가장 재밌었고 다음엔 마지막 권인 브레이킹 던, 그리고 트와일라잇이고 이클립스가 가장 재미 없었다. 3권 이클립스에서는 그야말로 벨라를 이해하기 너무 힘들었기 때문. 그런 의미에서 4권은 많은 부분에서 벨라를 이해하거나 수긍하게 만들어주었다. 여전히 답답한 성격은 싫었지만 그녀와 제이콥이 왜 그렇게 떨어지기 힘든 사이인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완결편 '브레이킹 던'은 벨라와 에드워드의 퍼펙트한 결혼식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턱이 빠질 것 같이 놀라운 신혼여행으로 이어지며 그 속에서 새로운 사건이 터져버린다. 서둘러 집으로 돌아온 이후로 그들 가족 사이에 팽배한 긴장감과 공포는 어마어마했고, 그때 제이콥은 에드워드의 표정을 마치 화형당하는 사람의 얼굴로 비유했다. 충분히 공감할 만큼의 위기가 분명했다.  

몇 번의 위기가 닥쳐오고, 다시 그걸 이겨낸 다음의 짧고 아름다운 평화가 이어지고, 다시금 그들의 행복한 일상을 방해하는 사건들이 연달아 터진다. 그렇게 잠시도 가만두질 못하고 무시무시한 일들이 연달아 일어나는데, 그 와중에 엄청난 숫자의 새로운 뱀파이어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 친구들도 모두 작가의 머릿 속에서 언제 탄생한 것일지 궁금해졌다. 처음부터? 아니면 쓰다 보니? 확인할 수 없는 궁금증이다.^^ 

앞의 이야기들과 달리 좀 특이한 구성으로 전개된다. 162쪽까지는 지금까지처럼 벨라의 시선으로 벨라가 이야기를 하고 있고, 그 다음 398쪽까지는 제이콥의 시선으로 그의 목소리가 이야기를 끌어간다. 그리고 그 다음은 다시 벨라의 시점으로 돌아간다. 개인적인 관심으로는 제이콥이 아닌 에드워드의 관점이었음 더 좋았을 테지만, 이야기 구성상 그건 힘들겠다.^^ 

난 그런 상상을 했었다. 벨라와 에드워드가 결혼을 한다. 둘의 아이가 태어난다. 아이와 함께 인간의 시간을 살아주기 위해서 벨라는 뱀파이어가 되는 걸 포기한다. 에드워드는 그들의 사랑의 결실이 자라는 것을, 그 후손의 후손까지를 지켜보며 영원을 산다.... 이렇게. 아주 약간은 닮아 있지만 거의 대부분은 닮아 있지 않다. 벨라에게는 다행히도. 

딱히 어떤 구절이 너무 인상깊어서 적어두고 싶다...라는 감정을 갖게 하지는 않았지만, 어떤 부분들은 그 디테일함에 있어서 몹시 흥미를 끌었다. 이를테면 이런 부분들이다. 

   
 

 그들은 그저 습관 때문에 앉아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체중을 다른 쪽 다리에 옮겨 싣지도 않고 몇 시간씩 꼼짝 않고 있는 누군가를 본다면 당연히 이상하게 생각한다. 심지어 지금도 로잘리는 손가락으로 머리를 쓸어올리는 중이었고, 칼라일은 다리를 꼬고 있다. 그들은 지나치게 뱀파이어처럼 보이는 일이 없도록, 끊임없이 작은 동작들을 반복하고 있었다. -506쪽

 
   

벨라의 시선에서 뱀파이어들의 모습을 설명할 때는 표현의 한계가 있었다. 그건 인간의 시력과 청력과 감각은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달라진 벨라의 육체는 이제 그 모든 감각들을 제대로 포착해낼 수 있었다. 따라서 그녀가 전달하는 표현은 좀 더 구체화되고 더 실감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벨라가 이전에 알지 못했던 것들을 직접 경험하게 되면서 느끼는 경이로움도 흥미로웠다. 에드워드가 잠든 그녀를 밤새 지켜보면서 잠꼬대만으로도 긴 밤을 지새울 수 있었던 까닭을 깨닫는 그녀 말이다.  

잠들지 않는 삶. 인간의 기준으로 보면 상상할 수 없는 피로감이 덮치지만, 뱀파이어라면 입장이 다르다. 하루 8시간이 아닌 하루 6시간만 계산하더라도 불멸의 삶 동안 확보할 수 있는 시간은 영원이 되어버리니, 에드워드가 뛰어난 음악가가 된 것도, 수많은 독서를 한 것도, 그 어떤 대단한 대학도 가뿐히 입학하고 졸업할 수 있는 것도 놀라울 일이 아니다.(사실 놀랍긴 하다!)  

그런 의미에서 앨리스와 로잘리가 패션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그들은 같은 옷을 두 번 입지 않고, 하루 온종일 쇼핑만 해대도 충분할 만큼의 재력을 갖고 있다. 본문 속에 나오는 표현으로는 작은 나라가 10년 동안 쓸 수 있는 만큼의 현금을 집안에 보유하고 있단다. 전 세계에 널려 있는 그들의 금고는 제외하더라도 말이다. 이런 부분들이 역시 독자들의 환타지를 너끈히 채워주는 부분일 것이다. 현실에선 결코 있을 수 없는 놀라운 세계. 동화보다 더 동화같고 마법보다 더 마법같은 세계.  

그들이 단지 늙지도 않으며 불멸의 삶을 살고, 가진 것도 많고 누구라로 우러러볼 육체적 아름다움과 강인한 힘을 지니기만 했다면 질투에 눈이 먼 독자들의 돌팔매를 맞을 수 있겠지만, 그들은 충분히 고뇌하고 있었다. 칼라일처럼 의료계에 종사하면서 주어진 힘과 재능을 이타적으로 쓰는 이도 있고, 적어도 그들은 인간의 피를 취하지 않고 있으며 인간의 생명을 아낄 줄 아는 존재이니까. 그렇게 대단한 힘과 부를 이용해서 세계의 빈곤과 부조리함을 좀 뜯어고칠 수는 없냐고 묻는다면, 그들은 햇볕 아래 나갈 수 없는 존재니(햇볕이 피부에 닿으면 몸이 다이아몬드처럼 빛나서 너무도 시선을 끈다!) 어쩔 수 없다는 그럴싸한 핑계도 준비되어 있다. 슈퍼영웅같은 인물이 인간 세상에서 안전하게 살아남을 거라고 기대하기엔 인간들의 질투심과 공포심이 너무 크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니까 그런 이야기들은 어디까지나 이야기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안전하다. 

최후의 이야기는 결국 볼투리가와의 일전으로 마무리 된다. 무려 2,500년을 살아온 고대의 뱀파이어들은 자신들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서 함정을 파고 계략을 꾸미고 누군가를 희생시키고 만다. 여기에서 드디어 우리의 주인공 벨라가 제대로 한몫을 해내는데 나중에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그래픽을 엄청 써야할 거라는 상상을 했다. 이미 뱀파이어나 늑대인간 등등 피할 수 없는 선택이긴 하지만.  

강력한 제국을 갖고 있는 볼투리 일가에 대항해서 각지에 흩어져 있던 뱀파이어들이 하나로 뭉쳐 대항하는 장면은 인상 깊었다. 아로가 제안했듯 볼투리 일가라는 우산 아래서 협력하자는 제안은 마치 '합종 연횡'을 보는 기분이었다. 기실, 거대한 세력 앞에서 작은 자들이 단결 외에 무엇으로 대항할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면 비슷한 예는 너무도 많아지지만. 

워낙 이야기가 커져 있었기 때문에 최종 이야기의 결말에서 조금은 맥빠지는 부분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내가 작가라 해도 그 이상의 더 좋은 결말을 내보이기는 힘들 것 같다. 그들의 오래오래 지속될 행복이 너무 부러워서 좀 배가 아프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벨라가 뱀파이어가 되기 위해서 태어난 사람 같다는 얘기에는 동의한다. 전생에 우주를 구했나 보다...;;;;;

인기를 생각해서 이야기를 더 끌고 가지 않은 것도 맘에 든다. 시리즈가 더 나올 수 있는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일단의 마무리가 깔끔해서 좋다. 이들은 늙지 않는데 영화가 만들어져서 새로 개봉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니 괜히 팬의 입장에서 초조하다. 뉴문 개봉과 동시에 이클립스 어서 찍고 브레이킹 던도 어여 찍기를 바란다. 원작의 팬들에게 '새로운 새벽'을 보여줘야 할 게 아닌가. 설마 시리즈 완결판까지는 영화로 만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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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 2009-11-30 0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영화에 감동이 아주 적었기 때문에, 책도 볼까말까..에잇. 하고 포기했는데...무려 4권..다 보셨군요. 일단 마노아님 리뷰를 보니, 슬쩍 땡김 증세가 나타나긴 합니다. 유쾌한 뽐뿌질이셔요...음음..^^;;

마노아 2009-11-30 01:29   좋아요 0 | URL
헤헤헷, 저는 영화를 먼저 보고 책을 읽어서 첫 권 트와일라잇이 재미가 덜했답니다. 이미 시각적으로 매료된 상태였으니까요. 기왕에 시작한 것 끝까지 보자 주의라서 기어이 다 봤어요. 이 시리즈 다 읽는데 1년이 조금 덜 걸렸네요. 어휴..^^;;;;

머큐리 2009-11-30 0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 번 읽어보려고 생각중인데요... 새책은 좀 그렇고 해서 중고책을 이용하려해도 이 시리즈는 중고가로 바싸요..ㅠㅠ 조만간 도서관 대출로 읽을까 생각 중입니다

마노아 2009-11-30 16:14   좋아요 0 | URL
도서관에서 빌려 보셔도 무방하지요. 베스트셀러라 중고가도 정가의 70%더라구요.
머큐리님은 금세 읽으실 거예요.^^

다락방 2009-11-30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요 마노아님, 브레이킹던이 가장 재미없었어요. 이게 뭐야, 하는 느낌.. ㅠㅠ
그렇게 길게 길게 이야기를 늘여놓고 정말 한마디로 맥 빠지는. 제게 최고는 트와일라잇 이었어요. 저는 영화 나오기 전에 두권짜리 트와일라잇 봤었는데 제가 그때 상상했던 에드워드보다 영화속의 에드워드가 오백배쯤 멋진 것 같아요. 그래서 영화보고 완전 만족 만족 대만족 했죠. 결국 극장에 두번 갔었어요. 하하하핫. 저는 뉴문도 두번 볼 생각 입니다요.

벨라는 정말 전생에 지구를 구했나봐요. 어쩜 그런 능력을 -.-

개인적으로 브레이킹던에서 벨라의 임신 기간에 대한 묘사가 너무 반복되어 길게 늘여졌다고 생각해서 이 책이 쓸데없이 두꺼워진 것 같았어요. 물론 그래도 단시간안에 책을 읽어낼 정도로 몰입했었지만 말예요. 다시 읽어도 '트와일라잇'이 재미있어서 저는 간혹 트와일라잇을 꺼내본답니다. 히히히히

마노아 2009-11-30 16:15   좋아요 0 | URL
아, 무슨 얘긴지 알 것 같아요.
장황하게 준비해놓고 팍 김새게 만들었지요? 거기서 제대로 한 판 붙는다면, 영화로는 장관이겠지만, 글로 쓰기엔 무척 힘들것 같아요.
아하핫, 상상보다 오백 배 멋진 영화 속 에드워드군요!
벨라는 복 터졌어요ㅜ.ㅜ
전 읽느라 너무 힘들어서 두 번은 못 읽겠지만, 뉴문은 재밌으면 한 번 더 봐도 좋아요. 유후~

후애(厚愛) 2009-11-30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구입해서 택배으로 보냈는데... 아직까지 안 도착하고 있어요.
정말 잃어버린 것 같아요.ㅠㅠ
시리즈로 읽으려고 아직 브레이킹던을 못 읽고 있어요.ㅠㅠ


마노아 2009-11-30 16:16   좋아요 0 | URL
아, 책 보따리 어쩜 좋아요. 안타깝네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