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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의사는 벚꽃을 바라보며 그대를 그리워한다 ㅣ 마지막 의사 시리즈
니노미야 아츠토 지음, 이희정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3월
평점 :
'마지막 의사는 벚꽃을 바라보며 그대를 그리워한다'라는 책 제목과 좀 어두운 톤이기는 하지만 벚꽃을 바라보는 두 남자의 시선이 담겨있는 일러스트 책 표지는 정말 총체적으로 감상적인 소설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그래도 왠지 조금은 감성적인 소설을 읽어보고 싶어서 그냥 그런 소설이라 하더라도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더구나 이 소설은 서점 직원이 뽑은 감동소설 1위라고 하지 않는가. '죽음을 받아들이는 의사, 삶을 놓지 않는 의사'에 대한 궁금증이 들게 하는 띠지의 광고문구 역시 어떤 감동을 준비하고 있는 것일지 조금 궁금하기도 했고.
이 소설은 모두 세 사람의 죽음을 그려내고 있다. 급성혈액암에 걸린 평범한 회사원과 근위축성 측삭경화증에 걸려 어렵게 의대에 합격해 훌륭한 의사가 되려고 하는 의대생의 안타까운 죽음, 그리고 어느 한 의사의 죽음.
어떠한 상황에서라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치료를 하고 환자를 살리려는 의사 후쿠하라와 완치가 아닌 의학기술적인 의미에서의 연명치료는 환자를 힘들게하고 결국 병원에서 무의미하게 힘든 투병생활을 하다 사망에 이르게 할 뿐이므로 불필요한 의학처치를 중단할 것을 권하는 의사 키리코가 있다. 그리고 그 두 의사와 동기생인 의사 오토야마.
이 세 의사의 시선을 통해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하는 소설이다.
이렇게 이야기한다면 뭔가 너무 심오하고 소설이 아니라 철학책을 읽는 느낌인거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게될까?
사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어떤 쪽을 더 선호하고 내가 그들의 경우라면 어떻게 할 것인지 머리속으로 생각하고는 있지만 막상 실제 죽음에 직면한다면 또 어떤 마음일지는 확신이 가지 않는다. 그만큼 소설속의 인물들이 그려내는 이야기는 그냥 평범한 우리들의 실제 이야기에 가깝다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의대생의 죽음에 대한 에피소드를 읽을 때는... 잘은 모르지만 그와 비슷하게 어느날 갑자기 근육이 서서히 마비되면서 종일 집에서만 지내던 그 누군가를 떠올리게 해 조금 많이 힘들었다. 혼자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되면서 집안에서만 생활을 하지만 커피를 빨대로 마셔야된다면서 뜨거운 커피를 식혀 먹는 것에 익숙해지고, 아직은 책을 읽고 자판을 두들길 수 있는 손의 힘이 있어서 괜찮다고 하던. 책 속의 주인공처럼 말도 조금씩 어눌해지면서 발음이 부정확하지만 통화하고 싶다면서 전화통화를 했을 때 내가 오히려 잘 못알아들어 미안했지만 그래도 서로 대화가 되어 너무 기뻤던 그런 기억들이 떠올라서.
더 이상의 의학적 처치는 할 수 없음을 알고 있으면서 재택진료를 선택한 의사 오토야마의 마음이 또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금세 읽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지만 또 그런 이유로 금세 읽어나가지 못했다. 그리고 예상치 못하게 어떤 의사의 죽음을 읽을때는 과연 '죽음'앞에서 나 답게 죽는다는 것의 의미, 인간답게 죽을 수 있는 권리의 의미는 무엇일까, 라는 생각에 빠져 조금씩 글을 읽어나갔다.
"사람이 너무 소중해서 가볍게 보지 못하는 거야. 사람의 죽음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아무도 생각해 내지 못하는 선택지를 도출해내지."(345)
만일 내게도, 어쩌면 내 가족에게도 '죽음'을 앞두고 어떤 선택지를 택해야한다면 나는 가장 먼저 무엇을 생각하고 선택을 해야할까... 여전히 답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왠지 어렴풋이 그것이 무엇일지는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