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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물건 - 김정운이 제안하는 존재확인의 문화심리학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남(男)은 밭 전과 힘 력이 모여 밭에서 힘들여 쟁기를 가는 모습을 추상화하고 있다.힘과 정력,지혜,조화와 균형을 겸비한 건강한 남성이 많은 사회라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현실은 돈과 물질에 지배되어 찌들어 살아가야 하고 결국 돈이 없고 능력이 부족하여 삶을 마감하는 중년 남성들의 비관적인 삶과 사회에서 낙오자가 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며 살아가야만 하는 질척질척한 땅 위를 걷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그만큼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남녀동등하게 능력위주의 사회로 변환되다보니 직업과 직종도 크게 변모하고 있다.그래도 남과 여가 만나 한 가정을 이루고 그 보금자리를 지켜 나가기 위해 서로가 존중하고 배려하면서 가정과 사회에 꼭 필요한 존재가 된다면 그 사회는 보다 밝고 미래가 열려 있다고 생각된다.
한국 사회에서의 남성은 아직도 유교주의,가부장제도의 영향을 받고 자라난 성인들이 많다.특히 40대를 넘은 남성들은 유교적인 질서와 규칙,무뚝뚝함,근엄,권위의식,연장자 의식 등이 머리 속에 잠재되어 있다.많이 대화하고 상냥하며 배려하는 섬세한 모습은 그래도 시대의 변화 및 요청에 의해 나아지고는 있지만 아직까진 경직되고 권위적이며 체면의식이 강한게 사실이다.아무리 돈과 물질이 지배하는 사회라 하더라도 나와 관계를 맺고 나를 통해 물건을 사가고 거래하는 사람들에게 내 자신을 알리고 좋은 영향을 주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해 본다.
남성도 이제는 외모와 지성,언행 등에 신경을 써야 하는 시대다.화술도 배우고 배려하는 법도 배우며 기다리고 인내하는 진중함도 필요하다.예를 들어 영업직이든 사무직이든 사람을 만나고 자신의 풍모를 알리려면 옷도 깔끔하게 차려 입고 구두도 말끔하게 닦은 상태에서 미소로 인사를 하고 차 한 잔이라도 나눌 여유를 먼저 제안한다면 그 날 만큼은 업무도 잘 되고 행복도 두 배로 굴러오지 않을까 한다.반면 개방적이고 활달한 서양 남성들은 잘 웃고 친절하며 유머가 넘친다.어릴 때부터 배우고 몸에 단련된 습관일지 모르겠지만 한국 남성도 늘 긍정적이고 친절한 자세로 외유내강하는 모습을 견지한다면 건실하고도 멋진 한국 남성들로 넘치지 않을까 한다.
40이 넘으면 자신에게 책임을 지라는 말이 불혹인가 보다.아직은 나이든 몸이든 창창한 시기임에도 은연중에 40이 넘었다하면 좀 거리감을 두고 보려는 이들이 많다.그렇기에 젊은이들과 어울리고 소통이 되려면 그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좋아하는지를 발견하고 그들의 생각과 감정을 들어주는 편안한 길동무라도 되어 준다면 세대간의 격차도 줄어들거라 생각된다.
남자들은 친구 및 동료들과 만나면 어쩌다 술 한 잔 걸치고 노래방이나 당구 한 게임으로 끝난다.참 싱겁다.그간 살아오면서 자식 키우고 부부간의 수많은 사연,경제적인 문제는 꼭 다물고 겉도는 얘기만 하다 헤어지고 마는게 실상이다.이 글의 저자가 밝히는 한국 남성들의 실체란 무엇일까,당신만의 이야기는 무엇일까이다.나 역시 결혼하고 집을 장만하기 위해 돈 모으고 아이들 교육,경제적인 문제로 나 만의 생각과 아지트,기호다운 기호품을 모으는 행복한 시간과 공간을 만들기에는 너무나도 각박하게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다.
한국의 명사들이 갖고 있는 생각과 취미,인생관을 듣는 시간이다.이어령의 책상,신영복의 벼루,차범근의 계란 받침대,문재인의 바둑판,안성기의 스케치북,조영남의 안경,김문수의 수첩, 유영구의 지도,이왈종의 면도기,박범신의 목각 수납통 등에서 십인십색의 개성이 물씬 배어나오고 그들의 삶의 자세와 인생관이 그들의 물건에 배어 있다.그곳에는 인간의 욕망과 외로움,행복한 순간,신뢰,자화상,당당함,다양한 관점,섬세함과 대범함,내면의 상처와 슬픔을 씻기 등이 저명 인사들의 물건에서 빚어내고 현현하는 모양이다.
솔직히 나의 물건은 없다.말 그대로 잡동사니다.우표,외국돈,(일본인들과 펜팔)편지 몇 백통,책 모으기쯤인데 내 마음의 깊은 곳에는 유년 시절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살았던 먼 기억과 그 분들의 자애로운 시절을 생각하고 추억을 끄집어 내어 정감어리고 서정적인 글을 남겨 보고 싶다.내겐 그 분들이 주신 말씀과 사랑,잔소리와 배려 등이 오래도록 삶을 유지하고 인간관계에 복사되고 있기 때문이다.봄부터 겨울까지 20~32년을 함께 살았던 할아버지,할머니의 자애로움이 따뜻하고도 근엄하며 경우와 사리를 알게 해 준 인간적으로 고마우신 분들이기 때문이다.남자들의 물건을 통해 저명 인사들의 삶을 훔쳐 보는 낭만과 사유를 안겨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