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꼬불꼬불 옛이야기 2
서정오 지음 / 보리 / 199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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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책을 꺼내 펴 든 순간,
'......!'
너우 예쁜 그림에, 잠시 숨쉬는 것도 잊었답니다. 눈이 편해지고 마음도 환해지는 연두색 가득한 화면에, 색연필의 터치가 그대로 살아 있는 그림. 우리 옛 이야기 그림책에서는 흔히 보지 못한 독특한 그림입니다. 그렇다고 우리 것이 아니라고 느껴지진 않습니다. 그림 속의 엄마, 아이, 할아버지 모두가 자그마하고 정겨운 우리 얼굴 그대로이거든요. 임금님 귀는...얘기에 엄마와 아이가 왜 나오냐구요? 국어시간에 배웠던 액자구조 있잖아요. 그런 구성이거든요.

이거 하고 놀자~ 저거 하고 놀자 아이가 조르지만, 아기 동생이 있는 엄마는 계속 바쁩니다. 결국 아이는 토라져서 커튼 뒤에 숨어 버리지요. 그런 아이에게 엄마는 빨래를 널며 옛이야기를 한 자락 해줍니다. 이야기가 펼쳐지는 도중에도 아이는 화면을 넘나들며 함께 즐거워하는 모습입니다. 상상력을 한껏 자극하는 그림이지요. 글도 그림도 요즘 우리집 풍경과 어찌 그리 닮았는지, 보면서 저절로 미소가 떠오르더군요. 동생 본 지 얼마 안 되는 딸아이도 느꼈나봐요.

'엄마, 나도 화나면 커튼 뒤에 숨는데, 그지? 엄마, 이 아가 우리 연우랑 똑같다. 그지?'
연신 그지? 그지? 하며 신나합니다.

옛 이야기 구성지게 풀어내기로 유명한 서정오님의 입담은 이 책에서도 여전합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정리한 이야기를 입말체로 정겹게 써서 그림에 잘 녹아든답니다.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에 이은 두번째 고개도 이렇게 마음에 드니...다음 고개가 어서 빨리 나왔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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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 부엌에서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5
모리스 샌닥 지음, 강무홍 옮김 / 시공주니어 / 199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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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스 샌닥, '그림책계의 피카소'라는 별명이 딱 어울립니다. 주인공 미키가 벌거벗었다고 다시 옷을 입혀 그리라 강요하던 시대에, 어떻게 이런 상상력을 펼쳤을까요?

<괴물들이 사는 나라>에 이어 아이에게 <깊은 밤 부엌에서>를 읽어 주며 느낀 것인데, 샌닥의 그림책에는 어떤 마법 같은 능력이 배어 있는 것 같습니다. 어른은(특히 동심을 잃고 피폐해진 나같은) 잘 이해할 수 없는 아이들만의 마법. 그래서 아이들은 그의 그림책에 무조건 푸욱 빠져 듭니다.

녹색과 푸른색이 주를 이루어 환상의 세계를 펼쳐 냈던 <괴물들이..>와 달리 이 책에서는 포근한 느낌의 갈색과 황토색이 넘쳐납니다. 아마도 '부엌'이라는 공간의 특성이 그만큼 정겹고 포근해서가 아닐까요? 하긴, 다른 이유를 가져다 붙일 필요도 없이 화면 전반에 넘치는 빵 반죽이 갈색과 황토색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미키가 끌고 나가는 이야기는 가끔 우리 딸아이가 지어내는 이야기만큼이나 황당하고 일관성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아이들은 더욱 빠져듭니다. 게다가 이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는 침대에서 떨어져내리는 미키와 침대로 돌아오는 미키를 그려 넣음으로써 '이것은 꿈입니다'하는 구차한 설명 없이 매끈하게 마무리 됩니다.

<깊은 밤 부엌에서>를 한 결 더 재미있게 읽으려면~ 노래 연습을 많이 해야 합니다. 요리사들이 부르는 노래는 테너톤으로 우스꽝스럽게, 미키의 노래는 귀엽고 깜찍하게...물론 마음과 같이 목소리가 따라주진 않지만, 최선을 다하는 엄마를 보면서 아이는 깔깔대며 좋아합니다.

'난 밀크가 아니야, 밀크는 내가 아냐! 난 미키란 말이야!'등의 여러 문장을 보면 아마도 원작에서는 영어 발음의 압운을 살려 재미있게 표현되었으리라 생각되는데요, 기회가 닿는다면 외서로도 구입해서 영어 말놀이 책으로도 쓰고 싶습니다. 똑같은 책을 우리말과 영어로 두 권 갖게 되면, 아이는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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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야기 찔레꽃 울타리
질 바클렘 지음, 이연향 옮김 / 마루벌 / 199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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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피터 래빗을 더 구입하고 싶었는데, 이 시리즈는 안타깝게도 낱권으로는 구할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내심 '꿩 대신 닭'이라는 기분으로 구입했는데...지금은 찔레꽃 울타리 시리즈의 팬이 되었습니다.

제가 처음 구입한 것은 '가을 이야기'입니다. 책을 펴 들고는 글이 꽤 많은 편이라 조금 걱정 했지요. 우리 아이는 집중시간이 짧은 편이라 활기차고 짤막한 말놀이 책을 선호하는 편이거든요. 하지만 기우였습니다. 잔잔하고 예쁘게만 보이는 이 그림책 속에는 흥미진진한 모험이 가득하거든요.

아빠와 겨울 양식을 준비하던 아기들쥐 앵초가 길을 잃습니다. 마음 착한 들쥐 부부의 티타임에 초대되기도 하지만, 집주인을 짐작할 수 없는 복잡한 땅굴 속에 들어갔다 나온 후로는 날이 어두워져 버리지요. 가시 덤불 밑에 떨고 있던 앵초는 불빛이 어룽거리는 무서운 형태의 괴물을 봅니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을 찾으러 나온 가족들이었죠!

줄거리는 평이한데, 실제 이야기는 어린 앵초의 심정이 되어 대변한 듯 생생해서 아이가 넋을 잃고 포옥 빠져듭니다. '엄마, 이 괴물, 괴물 아니지 응? 사과 할아버지지 응?'하며 미리미리 줄거리를 주워 섬기는 아이. 길을 잃은 앵초에게 동화되어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두려움과 긴장감을 떨칠 수가 없나 봅니다.

그런 절정을 넘어 서면 결말은 너무도 포근합니다. 집에 돌아와 젖고 더러운 옷을 갈아 입는데, 침대 곁 탁자엔 따뜻한 도토리 죽이 준비되어 있지요. 그리고 엄마와 함께 푹신한 침대에 누워 잠이 듭니다. 게다가 자장가까지...

'수염을 내리고 편안히 쉬거라.
꿀과 우유와 과자가 가득하단다~
밤새 부디 좋은 꿈만 꾸거라.
내일 아침 해님이 떠오른단다.'

^^ 외워서 쓰는 겁니다. 곡을 붙여서, 우리만의 자장가를 만들었거든요. 사실 아이가 계속 이 책을 읽어 달라고 하는 것도 이 자장가 때문입니다. 잠이 들때도 '엄마, 수염을 내리고~ 불러줘.'하기도 해요.

예쁜 그림에, 더 예쁜 이름을 가진 들쥐들(앵초, 얼마나 이쁜 이름인가요!)이 딸과 저에게 둘만의 자장가를 선물했습니다. 겨울이 되고, 새봄이 오고, 또 여름이 되고...그 때마다 찔레꽃 울타리 시리즈를 한 권씩 살 겁니다. 그리고 나중에는 책날개의 김은하님이 말하신 찔레꽃 울타리 커피잔 세트를 장만해서 아이와 함께 향기 좋은 차를 한 잔 즐겨보고도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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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잡은 피리 옛이야기 그림책 까치호랑이 18
강무홍 글, 김달성 그림 / 보림 / 199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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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한창 우리 이야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요즘, 다양한 전래동화를 들려 줘야 할텐데...조바심이 났습니다. 그런데 외국 그림책들에 비해 전래동화 그림책은 양과 질이 현저하게 떨어지더군요. 어쩔 수 없이 방문판매하는 전집을 구입해야 하나, 망설이고 있던 차에 <호랑이 잡은 피리>와 만나게 되었습니다.

도서관에서 마땅히 대출할 것이 없어서 뽑아 든 것인데, 기대 이상이라 아이도 저도 너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우리 세대는 '세계명작' 세대잖아요. 소공녀나 십오소년 표류기의 줄거리는 그토록 생생한데, 이 이야기는 언젠가 들은 듯 하면서도 새로왔습니다. 하긴, 어쩌면 정말로 못 들어본 얘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것이라서 그런 친숙한 느낌이 들었을 수도 있죠.

다른 여러 분들이 칭찬하셨듯이 뭐니뭐니해도 그림이 돋보이는 책입니다. 빛깔 고운 수채화로 우리네 옛 모습이 구석구석, 아기자기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그렇게 볼거리가 많은 그림이 좋다죠? 딸아이도 장승을 가리키며 이게 뭐냐고 묻더라구요. 마침 같이 빌려온 <시장 나들이>(솔거나라)에도 장승 그림이 있기에 이거랑 같은 것이고, 마을을 지켜주며, 이름은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이라고 열심히 가르쳐 주었습니다. '아~ 처나대장 지아여장~' 하는 아이의 까만 눈이 어찌나 귀엽던지^^

중간에 여우가 재주를 넘어 둔갑하는 모습도 재미있습니다. 삼형제를 졸졸 따라다니는 동물들 또한 귀엽구요. 막내의 피리에 맞춰 춤을 추는 다람쥐며 토끼며는 어찌나 잘 표현되어 있는지! 정말 덩실덩실 어깨춤들을 추는 것 같답니다.

더불어 그림을 받쳐주는 글도 탄탄합니다. 똑같은 이야기도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재미가 사뭇 다르잖아요. 특히 옛이야기는 그렇죠. <호랑이 잡은 피리>는 사건들을 적절한 리듬으로 느슨하지 않게 끌고 갑니다. 그리고 슬픔, 공포, 모험, 성취 등의 다양한 테마와 느낌을 장면마다 잘 살려서 읽어 주는 저도 듣는 아이도 함께 흥이 납니다. 한 이야기에서 그렇게 다양한 감정을 체험할 수 있는 것은 전래동화 이기에 가능한 일 아닐까요?

저도 처음에는 글씨가 좀 작다 싶었지만 아기자기한 그림을 해치지 않으려면 그 정도 크기가 적합할 듯 싶습니다. [까치호랑이]라는 전래동화 시리즈로 스무 권 가까이 다른 이야기가 있더군요. 우리 것을 소중히하는 보림이기에 기대가 큽니다. 권당 만원을 호가하는 전집보다 이렇게 한 권 한 권 공들인 전래동화가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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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유령들의 저녁식사 - 친구와 함께보는 그림동화 6 친구와 함께보는 그림동화 6
쟈끄 뒤케누아 지음 / 사계절 / 199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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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받아 보고는 속으로 '에게?' 했습니다. 생각한 것보다는 사이즈도 작고, 종이도 좀 얇은 듯 했거든요. 하지만 읽어주다 보니 내용과 그림에 딱 알맞은 크기였습니다.

우선 발상이 기발하지요? 꼬마 유령 앙리가 친구들을 초대해 만찬을 벌이는데, 친구들은 먹는 음식과 똑같은 색깔로 변합니다. 그러다가 후식인 아이스크림을 먹고는 녹아서 투명 유령들이 되지만 설겆이를 마치고 커피, 마지막으로 우유를 마시고는 도로 하얀 유령들이 되지요.

친구들을 '왁'하고 놀라게 하는 앙리나, '아유~ 얄미운 앙리!'하는 친구 유령들 모두 친근하고 귀엽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덕분에 요즘 한창 무서움증이 생겨서 컴컴한 곳을 지날 때면 '엄마! 저기 귀신 나와!'하는 딸아이(이게 다 여름 내내 공포물로 도배를 한 그놈의 TV때문이죠!!!)를 다독거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 어디? 엄마는 귀신은 안 보이는데? 아, 앙리가 왔나? 앙리야, 오늘은 저녁 식사에 널 초대하지 않았어. 다음에 와~' 하면 아이도 신이 나서 이 얘기 저 얘기를 하다가 귀신은 홀랑 잊어버리지요.

페이지 수는 꽤 되지만 한 면엔 기껏해야 한 두 줄의 이야기 뿐입니다. 잘 나눠진 컷 속의 그림들이 대신해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읽어 주기도 편안하고 부담 없습니다. 매일매일의 긴 그림책 대장정에(이 놈들은 엄마 목 아픈 건 아랑곳 없이, 책 읽어 주라며 최소 열 권은 끌고 와요...그죠?) 가벼운 에피타이저로 딱이죠.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중간에 색깔들이 약간은 선명치 못하고 사실감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커피 색은 너무 옅게 표현되어 연한 황토색에 가까운데요, 그런 색이름을 모르는 아이는 그냥 '노랑'이라고 말합니다. 엥? 노랑 커피라니...프림을 너무 많이 탔나?

한국판 <꼬마 유령들의 저녁 식사>가 나온다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김치 색깔, 된장 찌개 색깔, 멸치 볶음 무늬 유령들... 보기엔 별로겠지만, 혹여 아이들의 편식 습관을 살짝~ 자극해 줄 수 있진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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