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자연사 박물관 미래그림책 10
에릭 로만 글 그림, 이지유 해설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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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집에서 이 책을 처음 넘겨보았을 때의 충격이 아직도 생생하다. 제목을 보고 막연히 공룡에 대한 백과사전적인 그림책일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아, 그 생경한 감동이라니!

<이상한 자연사 박물관>은 내게 남아 있던 그림책에 대한 고정관념을 말끔히 청소해주는 책이었다.
그림책은 어린 아이들을 위한 책인가?
그림책에는 꼭 글자가 있어야 하나?
그림책은 아이들에게 교육적(?)이어야 하나?
그래, 모두 아니다. 머리 속으로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해와 공감은 다른 것. 그동안 머리로만 이해되었던 모든 사실이, 이 책 한 권을 넘기는 동안 가슴으로 스르르 스며들었다.

그렇게 감명깊었으면서도 섣불리 사들이지는 못했다. 왜냐고? 부끄러운 고백인데.....
나는, 글자 없는 그림책을 무서워 한다! -.-;;;
상상력이 결여되거나 언변이 딸리는 사람은 아니라고 스스로를 평가해 왔는데....이상하게 글자 없는 그림책 앞에서는 한 없이 작아지는 나. 이유가 뭘까? 아마도....피곤하고 귀찮다는 핑계로 아이와 그림책을 보는 것을 진심으로 즐기지 않는 탓이거니, 싶다. 그렇다. '그림책은 교육이 아니다. 즐겨야 하는 것이다.'라는 사실도 이해만 하고 공감은 하지 않았던 것.  

막상 손에 들어오긴 했지만....아직 아이와 함께 보지는 않았다. 자, 힘을 내보자. 내가 재미있어 하는 그림책은 대부분 아이도 즐겼다. 뭐, 꼭 이야기를 만들어서 완벽하게 구연을 해 줄 필요는 없지 않는가? 그림을 넘겨가며 무슨 일이 일어났나 이야기를 나누어 봐도 좋을 것이고, 그냥 눈요기만 해도 충분하다. (그림이, 어찌나 멋지고 근사한지!!!) 관심을 가지지 않아도 상관 없다. 지금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꼭 아이를 매료시킬 흡인력을 가진 책이니까.

월요일에는, 직장에서 꼭 가져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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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18 1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구렁덩덩 새 선비 옛이야기 그림책 까치호랑이 10
한유민 그림, 이경혜 글 / 보림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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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이야기...가끔은, 당혹스러울 때도 있다. 구렁덩덩 새 선비의 마지막 페이지에는 이런 말이 있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옛이야기 중에서 여성이 주인공인 이야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중략> 주인공의 성별이나 성에 따른 역할이 편향되면, 은연중에 어린이들에게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중략>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여성일 뿐 아니라, 착한 마음씨와 용기,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의지력 그리고 모성적인 힘을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맞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좋게 표현해서 '모성적인 힘'이지...사실상 남존여비에 기초한 전통적인 여인상을 그려내고 있는 부분도 많다. 아버지의 질문 한 마디에 다소곳이 구렁이 신랑에게 시집간다 하다니....의지박약으로 보인다.-.-;
옛이야기, 도대체 어떻게 읽어야 하나....남녀차별(특히 남아선호) 등의 잘못된 성의식을 은연중에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단점과 우리에게 맞는 우리 것을 접한다는 장점 사이에서 가끔 난 길을 잃는다. 아무래도 옛이야기에 대한 공부를 좀 해야 할 것 같은데.... 고수 선배님들, 추천해줄 책 없나요?

고민과는 별개로, 잘 만들어진 그림책으로 보인다. 신윤복의 미인도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이 분명한 다소곳한 각시의 모습과 더불어 우리 옛그림을 다양하게 응용한 그림이 정겹다. 권말에 실린 말마따나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마법과 변신, 금기 등의 환상적인 요소때문에 아이도 좋아하고. 하긴, 옛이야기에서 개연성이나 논리를 찾으려는 시도는 바보같은 발상일지도 모른다. 아이들은 그걸 알고 있다. 그림책을 펴 보며 내가 만들어 보는 예상 질문(예를 들어 "엄마, 이 구렁이 나쁘지? 왜 엄마한테 못된 짓하면서 졸라?")은 한 번도 나온 적이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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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성 2004-07-11 0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고새 새글을 씀풍!하시다니.....
세상에, 구렁덩덩이라뇨. 구렁덩덩이라뇨...
정말 재밌고 참신한 제목이네요ㅠㅠ
저라면 '초특급미녀언니의 은밀한 사생활'이라던가, '미녀는 변비에 걸리지 않는다'
이렇게 아름다운 제목밖에 못지을텐데..
님의 글 덕분에 갑자기 동화책이 보고 싶어졌어요..ㅠㅠ

진/우맘 2004-07-11 0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아이들의 정신세계에 보탬이 될만한 제목은 아니군.^^;

마태우스 2004-07-11 0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 평정을 위해 마음을 단단히 먹으신 것 같네요. 한번 해봅시다. 전 지금도 정신이 맑습니다. 그리고 옛이야기 중에 문제많은 거 많은데요, 진보라는 게 원래 더디게 온답니다.

아영엄마 2004-07-11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엄마들, 특히 딸을 둔 엄마들의 고민이 그런 거 아닐까 싶습니다. 명작이나 전래에 스며있는 고정화된 여성의 이미지... 그렇다고 전혀 접해주지 않을 수도 없는지라 대안이 될 동화나 그림책을 찾아 내는 것에도 애를 쓰게 되네요.. 전 특히 딸이 둘이라...널리 알려진 <종이 봉지 공주>도 그렇고, <세상에서 가장 큰 여자아이 안젤리카>, <용감한 아이린>등 나약하지 않은 모습을 지닌 여자가 등장하는 책들 말고도 괜찮은 책들이 찾아 보면 있을 거예요~
이야기를 읽어주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불평등하게 느껴지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야기도 나누어 보심이 좋을 듯...
 
10까지 셀 줄 아는 아기 염소 내 친구는 그림책
알프 프료이센 글, 하야시 아키코 그림, 고향옥 옮김 / 한림출판사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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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가 나중에, "나의 첫 전작주의는 하야시 아키코로 시작되었다."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싶다.
책 편식 하지 말자고 띄엄띄엄 사 모으는 이 추세로는 언제 그녀의 작품을 다 구비하게 될 지 모르겠지만(이 책도 도서관에서 빌렸다.), 하야시 아키코의 그림책은 '아이가 이런 그림책과 함께 자라줬으면...' 생각되는 대부분의 요소를 품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다 모아주고 말테다.

<열까지 셀 줄 아는 아기 염소>의 지은이는 알프 프료이센, 노르웨이 사람이란다. 소작인의 아들로 태어나 노래와 민요를 즐겼다는 어린 시절로 미루어 볼 때, 아기염소의 이야기도 혹시 그 나라의 옛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이 아닐까? 즐거운 반복과 확장, 행복한 결말을 가진 이야기의 구조는 옛 이야기가 주는 푸근함을 빼 닮았다. 거기에 하야시 아키코의 그림! 그녀의 그림에서는 언제나 아기에게서 풍기는 달큰한 젖내가 난다. 섬세하고도 부드러우며 때로는 코믹한 이 그림들은, 이야기와 어쩜 그리 잘 어울리는지!

송아지, 엄마소, 아빠소, 망아지, 돼지들을 본의 아니게(?) '세 버리는' 아기염소와 그 뒤를 줄지어 쫓아가는 동물들의 모습을 보고 딸아이와 나는 내내 큭큭거렸다. 화난 아빠소의 심정을 대변하듯 하늘로 치솟은 그 꼬리라니~^^ 결국 '열 명(마리)만 탈 수 있는' 나룻배에서 수 세는 일을 할 수 있게되는 아기 염소의 행복한 표정을 보며 책장을 닫으면, 마음도 뿌듯해진다.

참 신기하다. 조금만 재미 없다, 싶으면 가차 없이 딴청을 부리는 딸아이다. 헌데 하야시 아키코는 한 번도 중간에 퇴짜를 맞아본 적이 없다. 그녀가 신기하게도 동심을 꿰뚫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딸아이에게도 생래적인 '그림책 취향'이 있고 하야시 아키코가 그 취향에 들어맞는 것일까? 아니, 그도저도 아니면, 혹시 하야시 아키코를 너무나 좋아하는 엄마의 마음이 딸아이에게 자연스레 옮아 간 것인가?
여하간 즐겁고도 평화로운 이 책은 수 세기를 배우기 시작한 3~4세 유아에게도, 이미 열까지 줄줄 셀 줄 아는 어린이 친구들에게도 재미있는 그림책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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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4-07-09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큰한 젖내... 표현이 멋지군요.
그런데 왜 전 하야시 아키코랑 궁합이 안 맞을까요. 갸우뚱...

진/우맘 2004-07-09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갸우뚱....정말, 왜 그럴까요? 전 하야시 아키코가 무지무지 무난한 작가라고 생각해 왔는데...^^;

반딧불,, 2004-07-09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저도 아주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몇권은 좋아하지만, 몇권은 그냥 그저그랬던 기억이^^;;;

비로그인 2004-07-10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ㅋ저도 아들 5개월때 이책샀는데..아직 이해를 못하더라구요..전 좋던데..ㅋㅋ
 
그림으로 수학 재능 키우기
빨간 뽈로기 그림세탁선 그림, 최혜영 글 / 창해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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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아이가 굉장히 좋아한다는 점! 5살 딸래미, 제가 설겆이 하는 동안에도 이 책 품고 저를 기다리다가 잘 때도 곁에 끼고 자네요.^^ 고미 타로의 그림으로 생각 키우기는 본 적이 없어서...비교 평가를 못 하겠습니다. 하지만 그림 실력과 상상력을 키운다는 목적 하에 나온 몇 몇 책과, 최근에 써 본 유아 수학 학습지를 떠올려 보면, 개중 낫군요.

가뿐한 재생지에 큼직한 사이즈가 좋구요, '수학' 하면 우선 숫자와 계산만 떠올리게 되는 엄마들을 다양한 수 개념의 세계로 이끌어 주는 구성도 좋습니다. 옛 이야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점도 괜찮네요. 아이가 쓱싹쓱싹 색칠하는 동안 이야기를 들려줄 수도 있으니까요.

엄마가 꼭 곁에 붙어서 함께 해야 하는 책입니다. 아이가 예쁘게 색칠을 하는지, 틀리지는 않는지 감시하는 역할이 아니고, 함께 즐기는 조언자 로서요.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가끔 돌아서서 큰 숨을 몇 번 들이쉬고 내쉬어야 하겠지만.^^ 어제 컴퓨터 하느라 잠깐 혼자 갖고 놀게 했더니, 그 사이 스티커를 여기저기 마음대로 붙여놓았네요.

리뷰 쓰는 것보다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절실하게 느낍니다.

참, 제안 하나....책 값이 쪼금 비싼 것 같아요. 스티커가 많이 들어 있긴 하지만 내용은 모두 흑백 인쇄인데....9000원보다 조금 쌌으면.^^
제안 둘.... 스티커에 페이지 표시가 안 되어 있어 불편했답니다. 어떤 이야기에 해당되는 스티커인지만 나와 있고, 페이지가 안 적혀 있으니(사실, 책 자체에 페이지가 없었던 기억이...) 한참을 뒤적거려야 했어요. 앞에서부터 차곡차곡 하는 친구들에게는 별 불편이 없겠지만, 딸아이와 저처럼 성질 급한 모녀(스티커부터 다 붙여보고 시작하는^^)에게는 페이지 표기가 필수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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훨훨 간다 옛날옛적에 1
김용철 그림, 권정생 글 / 국민서관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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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는 그랬습니다. 옛이야기 그림책에 '지은이-000'하고 씌여 있으면, 내심 '에이...다 아는 이야기 몇 줄 쓴 것도 지은이라고 할 수 있나?' 했지요. 하지만, 이제는 알겠습니다. 옛 이야기일수록 지은이가 중요하다는 사실을요. 같은 옛이야기라도 누가 썼냐에 따라 입맛이 틀립니다. 흥이 다르고, 분위기가 달라서 전혀 다른 이야기처럼 읽히기도 하지요.

 지은이의 이야기가 그림과 잘 어우러지는 것도 중요한 관건입니다. 물론 나만 느끼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가끔 이야기와 그림이 뭔가 안 맞아떨어지는 듯한 그림책을 만나기도 합니다. 몰입하기가 힘들어서 재미 없어지고, 읽는 엄마가 신을 내지 않으면 당연히 아이도 딴청을 부려요.

 그렇게 이모저모 꼼꼼히 따져볼 때, <훨훨 간다>는 참 잘 만들어진 옛이야기 그림책입니다. 보송보송 촉감 좋은 표지에 적당한 크기가 우선 흐뭇했구요, 이야기를 읽어 나가면서는 절로 어깨가 들썩이는 것이 느껴지더군요. 권정생 선생님이 참 이야기를 잘 쓰셨다...새삼 감탄한 것이, 몇 달 전 모 어린이 서점 회원들이 이 책을 그림자극으로 만들어 상영했는데요, 극본으로 고치면서 할아버지 할머니의 대사를 조금씩 손을 봤더군요. 헌데....전문가에 가까운 사람들이 목소리 연기를 하는데도, 이상하게 신명이 나질 않는 것입니다. 아주 작은 변화가 전체 이야기의 기운을 빼놓는 것을 보며, 권정생 선생님...옛 이야기에는 정말, 일가견이 있는 분이라 탄복했지요.

 그림과 글도 잘 어울립니다. 여러 번 치댄 찰떡처럼 쫀득쫀득하게 맞아 떨어지는 것이, 할아버지 할머니는 물론 혼이 빠져 도망가는 도둑까지도 정겹고 해학적으로 잘 묘사되어 있답니다.

 <옛날 옛적에 하나>라는 소제목을 달고 있더군요. 국민서관에서도 옛이야기 시리즈를 낼 모양입니다. 여러 유명 어린이 출판사에서 공들인 옛이야기 그림책을 펴 내주는 것이 얼마나 반가운지 몰라요. 수지 타산이 안 맞느라 그런지, 정말 열심히 만드느라 그런지 나오는 속도가 영 신통치는 않지만....멋진 옛 이야기 그림책이 한 권, 두 권 늘어나는 것이 우리 나라 그림책을 발전시키는, 그래서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읽을거리가 늘어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하기에, 느긋하게 기다리겠습니다. 다음 그림책도 <훨훨 간다>처럼 흥겹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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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4-06-25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찬성입니다.
우리 것이 언제나 먼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요번에 우리가 알아야 할 우리 이야기 백가지(??)
제목이 생각이 잘...^^;;
선물을 받았는데...어찌나 기쁘던지요.
마음으로...누군가가 좋아하는 것을 보내주신 고운님이...좋아서..
여유만 생기면...꼭..
제일 먼저 읽으려 합니다..

언제나..내가 있다는 것은 과거가 ...대물림된 피가 있었음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