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꼬마 산타클로스
헨리케 빌존 그림, 아누 슈토너 글, 이현정 옮김 / 달리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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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들렀는데, 운 좋게도 새 책 무더기가 막 풀리고 있었다. 깨끗한 새 책을 처음으로 대출하는 그 기분은~^^ 아이에게 꼭 보여주고 싶었던 그림책이 여러 권 있어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지만...결국은 처음 보는 이 책을 들고 나오게 되었다. 그림도 포근하고 내용도 좋았지만, 무엇보다도 압도적인 크기에 홀딱 넘어가버린 것이다.

커다란 그림책을 보면 무조건 끌린다. 책꽂이에 안 꽂아져서 눕혀 놓아야하는 안타까움이 있지만, 가끔 아이가 올라타고 봐서 망가지지 않을까 걱정스럽지만, 그래도 '큰 책'은 유명작가나 예쁜 그림보다도 더 구매를 충동질한다.

집에 가서 딸아이에게 읽어주었는데, 얘가 시즌에 둔감한가? 반응은 그저 그렇다. 작다고 어린이들에게 찾아가지 못하는 땅꼬마 산타가 숲속 동물들의 산타가 되는 이야기. 교훈도 많고 정겹긴 한데, 아이들을 열광시키는 1%의 어떤 것...재미있는 표현이 조금은 부족해서 약간 심심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림책이 꼭 읽어야만 맛인가. 누워서 펼쳐들고 그림만 봐도 좋다. 큼지막한 그림에는 차가운 눈 마저도 포근하게 표현되어 있다. 하긴...오래 보니 팔은 좀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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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영 Snow (Paperback + Tape) - 노래부르는 영어동화 [노부영] 노래부르는 영어동화 362
유리 슐레비츠 지음 / JYbooks(제이와이북스)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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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는 그림이 너무 아름다운 책입니다. 온통 회색이었던 도시가 눈과 소년으로 점점 생기를 띄는 모습이, 맑은 느낌의 수채화로 표현되어 있지요. 다양한 화면구성으로 적절하게 들어간 여백도 그 아름다움을 한결 돋보이게 합니다. 저는 책을 넘기며 그림만 봐도 행복해 진답니다.^^

내용도 아주 간단합니다. 페이지 당 기껏해야 한 줄이 채 안 되지요. (하지만 눈송이가 날리는 모습을 표현한 다양한 단어들이 낯설어서 읽어 주기 전에 제법 사전을 뒤져야 했답니다.) 그렇다고 그냥 쉽게만 볼 수는 없습니다. 날리는 눈송이를 보고 눈이 온다고 외치는 아이와, 그런 하찮은 것은 눈이 아니라고 무시하는 어른들의 모습은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거든요. 유리 슐레비츠의 다른 책들처럼, 제법 철학적이지요.

함께 들어 있는 테잎에서는 잔잔한 음악과 더불어 이웃의 할아버지(혹은 아저씨)인 듯 한 다정한 목소리가 책을 읽어줍니다. 그림과 내용의 분위기에 꼭 알맞는 푸근하고 서정적인 구연이지요. 사그락, 책 넘기는 소리마져도 배경음악인 듯 정겹습니다. 하지만, 사실 아이의 반응은 담담하네요. 이전에 접한 구연들이 모두 노래나 챈트가 곁들여진 흥겨운 것이라, 거기에 길들여졌나봐요. 그래도 테잎을 틀어놓고 엄마가 동시통역(?)으로 읽어주면 그 분위기 자체를 제법 즐기는 모습입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세상의 온갖 지저분함에 찌들었던 머리와 마음이 한결 정화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다른 분들도 모두 저와 같은 느낌이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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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대장 존 비룡소의 그림동화 6
존 버닝햄 지음, 박상희 옮김 / 비룡소 / 199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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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버닝햄, 너무도 유명한 이름이지만 전 개인적으로 그의 그림책 세계를 이해하기가 어렵더군요. 예쁜 구석이라고는 전혀 없는 그림도 그렇고, 쉽고 단순한 듯 하면서도 심오한 생각에 빠져들게 하는 글도 그렇고... 그래서 <지각대장 존>도 유심히 살펴보질 않았습니다. 이번에 아이와 함께 보게 된 이유도, 사실은 도서관에서 대출할 것이 마땅치 않아서 였습니다.

그런데 왠걸, <지각대장 존>, 보면 볼수록 매력이 넘치는 책이네요. 반복의 재미를 살리려고 일부러 길게 지은 듯한 존의 이름(몇 번이나 읽어줬는데 아직도 외우질 못해요^^)부터, 가볍지 않은 주제를 은근히 일깨우면서도 코믹한 상황 연출까지...아이와 엄마에게 각자 다른 재미를 동시에 제공하는 독특한 책입니다.

천장에 고릴라와 매달린 선생님을 보고도 '우리 교실 천장에 고릴라 같은 건 살지 않아요, 선생님.'하는 존의 모습에서, 저는 통쾌함과 동시에 서늘한 한기마져 느껴지더군요. 상상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고 무심결에 짓밟는 어른들 때문에 변해가는 존, 혹시 나도 은연중에 선생님 같은 말과 행동을 내뱉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어서 였습니다

하지만, 엄마 머리속의 이런 복잡한 감상과는 상관 없이 딸아이는 까득거리며 좋아합니다. '천장에 고릴라가 진짜 있는데, 그지?' 상황 그대로의 반전과 유머만을 즐기고 있는 거죠.(아니, 그건 모르겠습니다. 이 꼬마 아가씨의 머리 속에 무슨 생각이 들어있는지 알게 뭐예요. 섣불리 넘겨짚지 말자!)

요즘 들어 질리지도 않는지 매일매일 책꽂이에서 뽑아 오는 책입니다. 대출기간이 끝나가는데, 어쩌면 사 주어야할 지도 모르겠네요. 역시, 유명한 데엔 이유가 있나봅니다. 이젠 존 버닝햄의 다른 작품들에도 조금은 더 애정이 생길 것 같은 느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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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의 숨바꼭질 내 친구는 그림책
하야시 아키코 그림, 수에요시 아키코 글, 고광미 옮김 / 한림출판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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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을 넘겨본 순간, 마리 홀 에츠의 <숲 속에서>가 떠올랐습니다. '이거...표절 아닌가?' 하지만 아이와 함께 숲속 숨바꼭질을 마친 지금은, 아무래도 상관 없다는 기분이 드네요. <숲 속의 숨바꼭질>에 홀딱 반해서, '표절은 무슨, 아이디어를 빌려왔을 수도 있고...아닐 수도 있지.'하고 무작정 편을 들어주고 싶어졌어요. 읽어 주기 전에는 내용이 좀 길지 않나 싶었는데, 아이가 책에 너무 몰입을 잘 해서 그런 생각은 싹 사라졌습니다.

오빠와 달리기 시합을 하던 민희가 울타리 밑 구멍으로 기어들어 간 순간, 평소엔 모르던 깊은 숲 속으로 접어들게 되지요. 거기에서 숨바꼭질 요정을 만나게 됩니다. 민희는 술래가 되어 여러 동물들을 찾아 내고, 이번엔 숨바꼭질 요정과 함께 꼭꼭 숨었는데...어?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아파트 단지네요.

아이가 상상의 세계로 빠져들었다가 현실로 돌아오는 과정이 매끄럽고 재미있게 잘 표현되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멋진 것은 하야시 아키코의 그림이죠. 온통 노랗게 물든 아름다운 숲 속 정경도, 나뭇가지 팔다리를 하고 나뭇잎 모자를 쓴 숨바꼭질 요정도 새롭고 아름답습니다. 그 환상적인 숲에 동물들을 어찌나 교묘히 잘 숨겨 놓았는지, 지금껏 스포츠 신문에서 보던 숨은 그림 찾기와는 차원이 다르네요.

딸아이도 처음에는 잘 못 찾겠다고 투정이더니, 옆에서 살짝 힌트를 주며 북돋아 주니 뚫어져라 화면을 보며 집중하더군요. 요 며칠은 매번 읽어달라며 이 책을 들고 옵니다. 어제는 '엄마, 나도 여기 가서 숨바꼭질 하고 싶다.'하더군요. '엄마도~' 정말, 딸아이와 은행잎 소복한 아름다운 숲에 가서 숨바꼭질을 할 수 있다면...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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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쉬는 항아리 - 솔거나라 전통문화 그림책 6 전통문화 그림책 솔거나라 2
정병락 글, 박완숙 그림 / 보림 / 199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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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딱하고 따분해지기 쉬운 전통 문화를 다양한 시선에서 재미있게 펴 낸 '솔거나라' 시리즈는 아무리 칭찬해도 별이 모자랄 지경입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분명 옥석은 있겠죠. 그리고, 제가 볼 때 <숨쉬는 항아리>는 돌보단 빛 고운 옥에 더 가깝겠네요.

후한 평가를 하게 된 데는 무엇보다도 그림의 공이 큽니다. 우리의 전통 옹기를 최대한 사실에 가깝게 표현하고, 그 위에 귀여운 표정들을 입혔습니다. 정보의 전달과 친근감이라는, 어찌 보면 양 극단에 있는 두 토끼를 가뿐하게 잡아냈네요. 주인공 항아리의 표정이 참 귀여워요.

<숨쉬는 항아리>에서는 전통 옹기가 만들어지고, 메주가 담겨 된장과 간장이 되는 과정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그려집니다. 물론 옹기의 제조 과정이나 메주가 된장이 되는 과정에서 설명할 내용이 더욱 많겠지만, 제 딸아이(4살)의 입장에서 보면 자질구레한 설명이 없는 편이 더욱 효과적이었습니다. 그저 이런 그릇이 있구나...우리 흙으로 만든 그릇은 숨을 쉬는구나...하고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워요. 혹시 더 커서 다른 궁금증이 생기면, 그 때는 다른 책이나 매체를 통해 자세히 설명해주면 되겠지요.

아이에게 처음 책을 읽어 주면서 반응을 보면 앞으로 이 책을 좋아할지, 안 좋아할지를 자연히 알게 됩니다. 책 읽는 도중에 딴 짓을 하거나 다른 책을 들고 오면 연령이나 취향에 맞지 않는 것이고, 몇 번이고 다시 읽어달라고 하면 그 후로도 계속 좋아하지요. <숨쉬는 항아리>는 한 번 반 읽었으니, 별 세 개 정도? 그런데, 정보나 지식을 전달하는 그림책은 대부분 싫어하는 아이의 취향을 고려하면, 대 히트에 가깝다 봐도 되겠네요.

간결한 내용에 들춰보기가 가능하니 유아들도 부담 없이 볼 수 있겠고, 우리 전통 옹기에 대한 정보 전달을 생각하면 초등 저학년까지도 권해줄만 한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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