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
채인선 글, 이억배 그림 / 재미마주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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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도서관에서 뽑아들 때는 수수한 외관에, '도대체 이 책이 왜 유명한거야?'하는 심정이었다. 그러나...사람이고 책이고 겉만 보고 섣불리 판단하면 안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절실하게 깨달았다. 이렇게 흥겨울수가! 이렇게 정겨울수가!

손 큰 할머니와 만두 만들기를 하다 보면, 중간에 실린 노래 가사에 절로 우리 가락이 실린다. 채널 돌리다가 실수로 '국악 한마당' 한 두 번 본 기억만 있다면 누구나 그럴 것이다. 이억배님의 그림과, 거기에 찰떡궁합인 채인선님의 글이 저절로 해학과 기지가 넘치는 우리 것을 깨닫게 해주기 때문이 아닐까?

이 책 한 권으로 나는 이억배님의 팬이 되었다. 할머니와 함께 만두를 빚는 동물들이 익살스러운 표정을 보면, 웃지 않을 수가 없다. 함지박 보고 놀라는 모습, 만두 빚다 조는 모습, 만두 먹고 뛰어 노는 모습...각각에 개성이 넘친다. 표정 하나로 이 동물이 어른인지 아기인지 구분이 될 정도이다. 어지간히 공을 들이지 않고서야 동물의 얼굴에 어찌 이런 표정이 담길까.

사실, 처음에 딸아이는 나처럼 열광하지는 않았다. 거기에는 이 책이 페이퍼백이라는 안타까움도 일조했다. 책꽂이에서 뽑아오기에는 너무 눈에 띄지 않았던 것. 그러나 한 번, 두 번 거듭 읽어주자 아이도 이젠 그 흥을 이해한 듯 하다. 중간중간 내가 멋대로 지어붙인 노래를 제법 민요 비슷하게 흉내 내는 아이를 보면, 소홀했던 우리 것을 깨우쳐주는 것 같아 괜히 가슴이 뿌듯해진다.

참, 그런데 이 멋진 책에서 옥의 티를 하나 발견했다. 동물친구들과 커다란 만두를 나누어 먹는 장면. 손 큰 할머니가 대장금의 금영이도 아닐진데, 마치 금영이가 어선경연에 내놨던 것 같은 만두 속 만두가 등장한다. 큰 만두를 나눠 먹는 동물들의 접시 속엔 맛깔스런 만두속과 찢어진 만두피 대신에 오목조목 자그마한 만두들이 가지런히 얹혀 있는 것. 혹시, 이것이 '만두'라는 것을 재차 강조하고 싶었던 이억배님의 의도일까? 여하간, 워낙 마음에 드는 책이라 내가 옥의 티라고 믿는 이 부분도 왠지 정겹다.^^ 아이 키우는 집이라면 꼭 한 권씩 꽂혔으면, 싶은 즐거운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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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8-07-23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채인선 작가의 <시카고에 간 김파리>가 새로 출간되었습니다.
 
나무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46
옐라 마리 지음 / 시공주니어 / 199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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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내가 생각하고 있던 것 보다 창의성이 떨어지는 사람인걸까? 글자 없는 그림책들을 사 주자, 사 주자 몇 번 마음 먹으면서도 결국은 장바구니에서 보관함으로 보내버린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책을 펴들고 그림에 맞추어 이야기를 지어 줘야 한다는 것이 굉장한 부담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그런데 <나무>를 만나고 나서 그동안 단단히 잘 못 생각해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글자 없는 그림책 읽어 주기는 대단한 문장력이나 창의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말 그대로 장면들을 읽어내 주면 되는 일이었다. 이야기를 짜 내는 것이 아니라 화면을 설명해 주노라면 매번 이야기가 짧아지기도 하고, 길어지기도 하면서 대강의 공통 맥락을 갖게 된다. 그 맥락을 따라가면서 아이나 엄마가 새로운 것을 발견하면 끼워 넣기도 하고, 책 읽어주기가 피곤한 날은 과감히 생략하기도^^; 한다.

요즘 한글 몇 자 깨우쳤다고, 긴 글에서 한 두 토막 잘라먹으면 기세등등 추궁하는 무서운 딸래미, 그 잔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심지어, '네가 읽어 봐.'하는 요구도 가능하다! 글자 있는 그림책을 읽어 보라 하면 우선 글자를 읽어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싫다고 하거나 떠듬떠듬거리기 일쑤인 딸아이도 <나무>만은 자신만만 읽어낸다. 아이가 <나무>를 읽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그 어떤 글자들을 읽어낼 때보다도 즐겁고 뿌듯하다.

나무 한 그루와 동물, 풀 몇 포기만으로도 이런 훌륭한 그림책이 태어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그런데, 너무 궁금한 사실 하나...도마우스는 도대체 어떤 동물인걸까?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 봐도 <나무> 책에 대한 설명만 뜰 뿐 도마우스 자체에 대한 자료는 찾아볼 수가 없으니...도대체 어느 지역에 서식하는 동물인지, 딸아이가 그저 다람쥐라고 생각하고 아무것도 묻지 않음에 안심하고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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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엄마는 너를 사랑한단다 벨 이마주 4
이언 포크너 글 그림, 서애경 옮김 / 중앙출판사(중앙미디어)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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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디자인, 일러스트로 더 유명한 작가의 작품이라서일까? 캐릭터와 전체적인 느낌이 예사롭지 않다. 기존의 그림책들과는 확연히 다른 세련되고도 창의적인 느낌. 그 느낌에 확 빠져서 영문판 <올리비아>를 구입하고, <그래도 엄마는...>은 도서관에서 대출했다. 다른 아이들 얘기를 들어보면 영어그림책도 나름대로 좋아한다는데, 딸래미는 같은 책이 두 언어로 나란히 있으면 꼭 국내판 번역본을 선택한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영어그림책을 읽을 때면 아직도 어깨와 목에 조금은 힘이 들어가는 나. 그리고, 사실을 고백하자면 이 그림책으로 영어 한 두마디쯤은 깨우쳤으면...하는 흑심을 완전히 버리질 못했다. 예리한 넘...그걸 어찌 눈치챘누.

각설하고, 기발하고 독창적인 그림과 에너지 충만한 캐릭터 올리비아가 주는 재미는 쏠쏠하다. 많은 엄마들이 입을 모으듯이, <여자아이판 데이빗>인 올리비아. 하는 짓을 면면히 들여다보면 정말 딸래미와 똑같다. 딸래미 먼저 쿡쿡 웃으며 말한다. '엄마, 나는 자기 전에 책 열 권 읽어달라고 하지, 응?' 그러면서 올리비아와 엄마의 책 권수 흥정이 재미있어 보이는지 꼭 따라해보려고 한다. 기껏 공들여 세 권으로 깎아 놓으면 홀랑 무시하고 열 권을 들고 오는 매너 빵점의 독재자. -.-

그러나 그런 매력과 더불어 약간 거슬리는 점이 있다. 지나치게 세련되어서 차가운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 그리고 무슨 의도인지 깔끔치 못하게 길~어진 제목도 내 취향은 아니다. <올리비아>라는 간결한 제목이 훨씬 멋지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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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룬파 유치원 내 친구는 그림책
니시우치 미나미 글, 호리우치 세이치 그림 / 한림출판사 / 199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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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룬파 유치원은 첫 페이지부터 마법이 스며 있습니다. <구룬파 유치원>이라는 삐뚤삐뚤한 먹물 글씨 아래에 <이것은 구룬파가 쓴 글자입니다.>라는 간결한 한 마디. 구룬파가 책 속의 코끼리가 아니라고, 이웃 나라, 아니면 한 차원 다른 곳일지라도 꼭 존재하고 있는 친구라고 주문을 거는 것 같지 않습니까?

사실, 마쯔이 다다시님의 극찬이 아니었다면 저도 이 그림을 보고 조금은 당혹스러워 했을 것입니다. 원근법도 없고, 구도나 크기 비율도 무시한 채 아이가 그린 듯이 제 멋대로이지요. 그러나 하나 하나 들여다보면 그림은 동심 그 자체인듯 자유롭고 생기 있으며 유쾌합니다. 존 버닝햄도 동심에 호소하기 위해 일부러 미숙한 방식으로 그림을 그린다잖아요. 구룬파 유치원은 버닝햄의 그림에 비하면 훨씬 예쁘지 않습니까?^^ 구룬파와 친해진 이제는 어느 아름다운 수채화보다도 정이 가네요. 그림만 봐도 즐거울 정도로요.

그리고 이야기. 더 말할 것도 없지요. 오랜 세월 아이들 마음에 파고들어 이젠 감히 <고전>이라고 말할 만 하니까요. 굳이 제일 큰 매력 요소를 하나 짚어 내자면, 반복이 있습니다. 반복, 그것도 비스킷- 비스킷과 접시 - 비스킷과 접시와 구두... 하나씩 더해가는 반복의 묘미는 아이와 더불어 엄마까지 묘하게 흥분시키지요. 그래서 더욱에 이어 더, 더, 더, 더욱까지 이르면 목소리가 저절로 커집니다.

막바지, 아이와 함께 구룬파의 노래를 부를 때 즐거움은 절정에 이르지요. 무슨 가락인지 대충 짜맞춘 노래지만, 음악성이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모-두 볼이 빨갛네. 손은 진흙으로 시커멓네. 나는 커다란 코끼리라네~'
마쓰이 다다시님에게 편지를 보낸 어느 여고생이 그랬다는군요. 서점에서 우연히 <구룬파 유치원>을 발견하고 행복했다구요. 어린 시절, 마지막 장에서 비스킷이 아직 많이 남은 것을 확인하며 즐거워했던 때의 기억이 고스란히 떠올랐다나요. 우리 아이들에게도 이 책이 유년의 행복했던 기억에 빠질 수 있는 촉매 역할을 해준다면...더 바랄 것이 없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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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선물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74
존 버닝햄 글, 그림 | 이주령 옮김 / 시공주니어 / 199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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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고르는 기준엔 여러 가지가 있지 않습니까? 특히 작가를 보고 책을 고를 경우, [내가 좋아하는 작가라서...]하는 이유도 있지만 가끔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도 기본은 하는 믿을만한 작가라서...]의 이유도 있지요. 굳이 영화에 비유하면, 성룡이 제작한 영화는 기본적인 재미는 항상 보장되잖아요.

사설이 긴 이유는? 요즘 존 버닝햄의 책에 대한 리뷰를 자주 쓰는데, 매번 [존 버닝햄을 좋아하지는 않지만...]하기가 좀 민망해서 랍니다.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왜 매번 아이에게 읽어주고 리뷰를 쓰느냐?고 자신을 질책하면서 얻은 답변이라고나 할까요. 존 버닝햄이 기본은 하는 작가, 믿을만한 작가인 것은 분명합니다.(그렇다고 그림책계의 성룡이라고 비유하는 건 아닙니다!^^)

시즌에 기막히게 찾아 온 <크리스마스 선물>도 기본이 튼실하고 존 버닝햄의 특성이 잘 살아있는 그림책입니다. 세상 아이들에게 선물을 다 전하고 집으로 돌아 온 산타 할아버지, 녹초가 된데다가 순록 한 마리는 배탈까지 났습니다. 그런데 이걸 어쩌지요! 머나먼 롤리폴리 산에 사는 하비 슬럼펜버거(이거 발음하기 무지 힘들답니다)에게 선물을 주는 걸 깜박한겁니다. 그래서 썰매 없는 산타의 각종 교통기관 체험기가 시작되지요. 비행기-자동차-오토바이-스키-등산가의 밧줄까지... 버닝햄은 아이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것에 흥분하는지 정확히 알고 적절히 사용하는 작가입니다. <크리스마스 선물>에도 같은 말의 반복, 여러 가지 교통기관의 순차 배열 같은 요인들이 자연스럽게 배어 있지요. 그래서 글의 분량이 꽤 되는데도 딸아이는 끝까지 잘 집중합니다. 산타할아버지가 사람들을 만날때마다 되풀이되는 대화글을 읽다보면 저 역시도 반복의 미학에 빠져 묘한 흥분과 재미를 느끼고는 한답니다.

산타와 크리스마스에 대한 책이 쏟아지는 요즘, 옥석을 고르는 것이 만만치는 않지요? 그럴 때는 [기본은 하는 믿을만한 작가, 존 버닝햄]의 책을 고르는 것도 좋은 방법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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