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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어 - 구로사와 기요시

세기말 일본에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묵시록적인 해답

지난 세기말, 유난히도 세기말의 불안한 공포를 다룬 작품들이 많이 터져나왔다. 그 대표적인 호러 스릴러가 아마도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세븐>이 아닌가 싶다. <세븐>은 갈수록 흉폭해져만가는 세기말 혼돈의 사회에 일침을 가하는 무시무시한 스릴러물이다. 지구 한 쪽 끝에선 폭동으로 수십만명의 사람들이 절규속에 죽어가고, 도시의 뒷골목 어딘가에서 10대들의 이유없는 살인이 너무나도 가볍게 일어나고 있었도 사람들은 그것들에 무감각해져 있다. 살인에 대한 공포를 더욱 잔혹한 살인으로 덮어버리는 사회. 오늘 열 명이 죽은 사건은 내일 스무 명이 죽은 사건에 가려져 너무나도 쉽게 잊여져간다. 목이 잘려나간 시체가 발견된다 하더라도 그것이 사람들에게 공포를 가져다주는 시간은 채 24시간이 못 될 것이다. 곧바로 사지가 절단난 시체가 발견될테니 말이다.

공포불감의 시대를 살아가는 세기말 현대인들의 신경세포를 자극하기 위해선 보통의 노력으로는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리고 <세븐>에서 우리들의 살인마는 기어코 그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이루어내고야 만다. 그는 이제껏 단 한번도 볼 수 없었고 앞으로도 두 번 다시 볼 수 없을, 인류 역사상 가장 잔혹하고 강렬한 메시지의 연쇄살인을 계획한다. 수년 전부터 꼼꼼히 준비해온 그는 마침내 묵시록적 예언과도 같은 일곱가지 엽기살인을 세상에 공개하게 된다. 성서에 명시된 일곱가지 대죄악에 맞추어 심판을 하듯 행해지는 끔찍한 살인들은 제아무리 공포불감시대에 사는 현대인들이라고해도 기억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어버린다. 그것이 살인마가 원했던 것이고 그는 결국 자신을 뒤쫓는 형사마저도 철저하게 이용하며 자신의 희생물로 만들어버리는 완전 범죄의 극치를 보여준다.

<세븐>은 범죄 스릴러의 최고 걸작으로 떠올랐으며 스릴러영화중에서도 가장 작품성과 완성도가 높은 작품으로 평가되었다. 뿐만 아니라 세기말을 사는 현대인들에게 지울 수 없는 강렬한 메시지를 남겼다.

그리고 이듬 해, 일본에서는 또 하나의 묵시록적 호러스릴러가 탄생한다. 호러영화에 남다른 재능과 관심을 보여왔던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이 5년여간의 준비끝에 완성한 각본을 토대로 <세븐>에 버금가는 끔찍한 영화를 만들어 낸 것이다. 그것이 바로 오늘날 일본 스릴러를 거론할때 빠지지않고 등장하는 걸작, <큐어>이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지성을 대표하는 다카베 형사(야쿠쇼 코지)는 일본 열도를 뒤흔들어 놓는 엽기적인 살인사건과 맞닥뜨린다. 모든 피해자의 가슴에 X자로 길게 상처를 입힌 후 죽여버리는 살인사건이 계속해서 발생하는 것이다. 사건마다 현장 근처에서 범인은 체포되지만 문제는 더 복잡해져만 간다. 사건마다 범인들은 모두 다 틀리나, 살인수법만 똑같았던 것이다. 게다가 체포된 범인들은 하나같이 넋이 나간 상태였으며 살인에 대한 동기가 불명확했다.

사건을 수사하던 중, 다카베 형사는 사건의 배후인물로 최면술을 연구하면서 기억상실에 걸린 청년, 마미야(하기와라 마사토)와 만나게 된다. 마미야는 자신의 과거는 물론이고 몇 분 전에 일어난 일조차도 기억하지 못한 채 계속해서 '뭐라고?''어째서?''왜?'를 반복해대는 기억상실증 환자. 하지만 그는 살인사건의 범인들이 하나같이 최후로 만난 사람이었으며 그는 만나는 사람들에게 '넌 누구지?'라는 질문을 던졌었다.

마미야의 이런 황당한 질문에 사람들은 당황해하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모든 이야기들을 끄집어 놓는다. 하지만 마미야가 던진 말들은 불안한 현대를 살아가는 나약한 자기 자신에 대한 연민과 공포를 극단적으로 끄집어내게 하는 힘이 담겨있다. 즉, 자신에게 주어진 현실의 불안감과 두려움이 순식간에 증폭해버리는 무시무시한 최면에 빠져드는 것이다. 일단 최면에 빠져들게 되면 누구도 예외없이 자신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를 죽이게 되고 목에 X자의 상처를 남기게 된다. 아무도 이런 마미야의 최면술을 눈치채지 못하지만 이성의 힘이 강한 다카베 형사만은 마미야의 이 질문이 뜻하는 바를 직감적으로 알아차린다.

감정을 누르고 이성을 콘트롤 할 줄 아는 다카베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마미야의 최면속으로 동화되어 가고 그는 자신의 본능속에도 불안하고 혐오스럽기까지한 현실이 버티고 있음을 자각하게 된다. 바로 정신병자인 자신의 아내였던 것이다. 자신에게 있어서 짐밖에 되지 않는 아내를 다카베를 죽이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힌다.

기요시 감독은 <큐어>를 통해 결국 가장 무서운 공포는 나 자신 속에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이다.

과연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정면으로 맞설 이성을 가진 사람이 존재할까. 특히 불안한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일수록 자신의 실체를 다 드러내 보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회만 된다면 자신 조차도 알 수 없는 깊은 곳에 꽁꽁 숨겨두고 영원히 봉인해버린다. 그리고 혹시라도 그 실체들과 직면하게 될까봐 두려워한다. 기요시 감독은 이러한 불안감들을 <세븐>에서 처럼 전지전능한 살인마를 앞세워 직접적으로 보여주려 하지 않고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들이 자신의 불안감을 들춰내보게 하는 방식으로 좀더 현실감있는 공포를 전달하고자 한다. 즉, <세븐>에서는 결국 살인마를 처단하면 공포는 해소되지만 <큐어>에서는 스스로를 죽이지 않는 이상 공포는 계속될 것이라는 암담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 보인다. 그것은 <세븐>식의 충격적인 공포효과보다 오히려 더 깊이있는 전율을 선사한다.

뿐만 아니라 냉철한 이성이 지배하는 다카베 형사는 곧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 자신이다. 그를 통해서 감독은 결국 이성이 내면에 잠재된 공포를 떨쳐버리기엔 역부족이라는 비극적인 공포를 연출해낸다.

필자는 영화를 보는 내내 고요하면서도 뼈속까지 시리는 차가운 공포를 느껴야만 했다. 저것이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살아야만 할 현실이었기 때문이다. 삶에 있어서 공포라는 것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자신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X자로 목이 그여져서 발견되는 피투성이의 시체들과 특히 최면에 의한 집단 강박증과 삶에 대한 의지를 상실케해버리는 설정들이 국내 검열을 통과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큐어>는 매우 잘 만들어진 호러 스릴러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윤리상 도저히 심의를 통과할 수가 없었다는 것이 국내 호러매니아들에겐 안타까운 또 하나의 현실일 것이다.(개봉이 된다는 소문이 돌기는 벌써 몇년 전인데 아직 정확한 날짜가 잡혀있지 않으니...)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되는 현대인의 모습을 리얼하게 열연한 다카베 역의 야쿠쇼 코지는 97년 도쿄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였다. 한편 자아를 상실한 마미야역을 소름끼칠 정도로 완벽하게 소화해낸 하기와라 마사토의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금방이라도 그의 최면속에 빠져들것만 같은 리얼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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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수들의 밤 - 오시이 마모루

오시이 마무루의 디스토피아적 상상! 어둠의 도시와 뱀파이어! 독특한 호러의 세계~! 세일러 복의 미소녀가 일본도를 휘두르며 피를 뿌린다! 가공할 위력의 뱀파이어 척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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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트루더 - 다카시마 데츠오

어느날 당신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침입자~ 과학 문명 속에 갖혀버린 인간 존재를 위협하는 차가운 호러 서스펜서~! 제 16회 산토리 미스터리 대상, 독자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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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앙의 거리 - 엘러리 퀸

문학적 완성도가 절정에 다른 퀸의 후기 걸작! 결혼 전날 홀연히 사라진 남편이 3년만에 돌아온다! 아내는 남편이 읽다 만 책에서 기괴한 편지를 발견하고 경악을 금치 못하며 쓰러진다! 인간 심리에 대한 퀸의 깊이 있는 통찰력이 돋보이는 라이츠빌 시리즈 최고 작품!

 

 

 

 

 

 

소년 명탐정 김전일 1 <P로부터의 살인예고장> - 아마기 세이마루

p로부터의 살인예고장! 오페라 극장 살인사건의 후속편격! 두 개 짜리 비디오 애니메이션으로도 출시되어 있다! 오페라의 유령을 연상케하는 참극과 슬픈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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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팅 걸><퍼스트 러브>등의 인기 드라마와 <링2><돌스><음양사2>등의 화제의 영화에 잇따라 출연하며 일본 최고의 여배우로 자리매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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