씬시티

로베르토 로드리게즈,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작품

장르 : 액션 스릴러 호러 판타지 러브 로망

(다섯 개 만점)

 

액션과 폭력으로 점철된 펄프 느와르! 그리고... 판타지와 비애!


지금부터 거론되는 스타들...! 브루스 윌리스, 미키 루크, 제시카 엘바, 클라이브 오웬, 닉 스탈, 파워스 부스, 룻거 하우어, 일라이저 우드, 로자리오 도슨, 베니치오 델 토로 제이미 킹, 드본 아오키, 브리터니 머피, 마이클 클락 던칸, 칼라 구지노, 알렉시스 블레델, 조쉬 하트넷 마리 쉘톤,  마이클 매드슨...! 이 모든 스타들이 한 영화에 출연한다는 비현실적인 가능성! 이들 몸값만 합쳐도 블록버스트 한 편의 제작비가 나온다는 계산은 이러한 캐스팅이 도저히 나올 수 없다고 합리적으로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비현실적인 캐스팅을 합리적으로 처리한 두 괴물이 있었으니 그들은 헐리웃 최고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두 영화 악동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두번째 에피소드를 연출한 타란티노는 로드리게즈와의 우정을 과시하듯 단돈 1달러의 연출료만 받았다고 한다! 과연 영화광답다!

(이제부터 시작될 리뷰에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영화를 온전하게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리뷰를 읽지 말것!)

 

기본적으로 씬시티는 미국의 삼류 펄프지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녹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나치게 황당무계하고 지나치게 감상적이다! 마치 만화처럼! 아닌게 아니라 원작은 프랭크 밀러의 만화다! 미국 개봉당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북미지역에서만 7천만불이 넘는 흥행을 기록했다. 평단의 평도 무척 호의적이었다. "이 영화는 할리우드가 일찍이 포기한 것 처럼보이는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다. 바로 대담하고 타협할 줄 모르는 비전(vision)이 그것이다." "지금까지 만들어진 가장 화려한 디지털 영화. 디지털 시네마 기술과 영화제작의 예술, 양쪽 측면 모두에서 영화는 한단계 점프한다.""이 영화야 말로 순수한 펄프 메타픽션이다." 등의 찬사가 이어졌던 것이다!

 

개인적인 평을 내려보자면 위의 화려한 수식들은 이 영화가 가진 만화적 특성처럼 좀 과장된 면이 없지 않지만, 실제로 또 과장됨을 미덕으로 하는 영화기에 과장됨을 미덕으로 찬사할 법도 하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이 영화는 이제껏 보지 못한 화려하고 색다른 영화임에는 틀림없고 그것은 창작의 관점에서 분명 환영할 만한 사건이다. 스타일리쉬의 발전도 철학적 주제의 숭고함 만큼이나 영화 창작의 중요한 일부분이니까! 모든 영화가 오슨 웰즈나 페데리코 펠리니 같아야 훌륭하다는 법은 없으니까.

 

영화는 일차적으로 관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어야 한다고 본다. 눈과 귀를 지루하게 하는 대신 네 인생에 무언가 커다란 철학을 던져주었지 않느냐, 하는 것은 이차적인 문제다. 눈과 귀도 즐겁고 무언가 커다란 철학을 던져준다면야 두말할 것도 없이 걸작이겠지만, 개인적으로 재미없는 영화를 만들어놓고 그래도 주제가, 철학이, 사상이 들어가 있지 않느냐, 하는 것은 팔리지 않는 소설을 쓴 작가들이 연합해서 만들어 낸 '핑계'에 다름없다고 본다! 그네들은 이렇게 말할테지. 그래도 우리는 '순수'한 '문학'을 한다고! 웃기는 소리다! 그들은 다만 자기 만족을 위한 개인적인 '학문'의 '수순'을 밟는데 지나지 않는 것이다. 말하자면 책상서랍속의 일기장이나 필사본과 같은 것이다.

 

각설하고, 이 영화는 재미있다. 시종일관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준다. 영화가 관객들에게 반드시 제공해야할 일차적인 서비스, 관객들의 돈과 시간을 보상받을 수 있는 '재미'를 이 영화는 확실히 만족시켜 준다. 그래서 일단 별 세 개부터 시작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는다.

 

이쯤에서 이 영화가 주는 거부감에 대해 일견을 가질 수 있는 부류의 사람들에 대해 말해보겠다. 블랙 느와르를 싫어하는 사람, 하드고어 잔혹 호러의 폭력 자극에 비위가 상하는 사람, 오락영화를 보고 나서 어떤 도덕적 주제가 남기를 원하는 사람, 현란한 스타일리쉬 영상에 눈이 아픈 사람,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를 보며 저건 너무 만화 같잖아, 라고 빈정대는 고상한 사람, 팝콘 무비, 펄프 무비에 일말의 매력도 느끼지 못하는 사람. 이런 사람들이라면 이 영화를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다! 그런 사람들이라면 아마도 '로베르토 로드리게즈' 영화에서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일 테다.

 

마침 다행인지는 몰라도, 필자는 로베르토 로드리게즈 영화를 딱 좋아하는 사람이다! 오우삼과 하드보일드 소설이 만나 화학작용을 일으킨 '데스페라도', 장르의 벽을 파괴해버린 '황혼에서 새벽까지', 스크림의 신체 강탈자의 침입 버전 '패컬티', 007의 유쾌한 아동버전 '스파이 키드' 등 그의 작품은 적어도 영화를 보는 재미라는 측면에서 필자를 만족시켜주었다. 철학적인 것을 원한다면 언제라도 테리 길리엄의 작품을 보면 되는 것이다. 때문에 필자는 로드리게즈에서 테리 길리엄을 찾는 일 같은 것은 하지 않는다.

 

이 영화를 영화적으로 비유하자면 '데어데블'+'데스페라도'+'펄프픽션' 정도가 될 것이다. 하지만 데어데블보다 과장된 상상력을 자랑하고 데스페라도보다 현란한 스타일리쉬를 추구하며 펄프픽션보다 과격한 느와르를 지향한다. 참으로 이 영화에 비한다면 데어데블, 데스페라도, 펄프픽션이 점잖게 느껴질 정도니. 이정도면 이 영화가 어떠한 스타일의 영화인지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으리라.

 

영화는 크게 세 가지 에피소드가 엮어진다. 첫번째 이야기 '힘든 이별'은 하룻밤을 같이 한 여신(창녀)의 죽음에 대해 괴력의 사내가 펼치는 복수극이다. 세 에피소드 중 가장 만화적인 상상력이 큰 작품이다. 그만큼 가장 화끈한 에피소드다. 두번째 이야기 '엄청난 살인'은 창녀들로 이루어진 비밀 킬러조직이 한 부패 경관의 죽음을 두고 벌이는 사투다. 칼을 쓰는 미호라는 여자 킬러가 무척 인상적인 에피소드다. 세번째 에피소드 '노란 녀석'은 은퇴를 앞둔 경관이 '악질'에게 납치된 소녀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으로 영화의 처음과 마지막으로 나뉘어져 전개된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에피소드이고 브루스 윌리스가 맡은 하티건이라는 캐릭터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사실 이러한 에피소드들은 각각 그다지 특별하다고 할 만큼 창의적이지는 않다. '펄프픽션'이 그러했듯 이 영화는 아주 창의적인 스토리라인으로 승부를 거는 영화가 아니다. 오히려 50년대 미국 펄프지, 하드보일드 추리물, 비정파 소설 등에서 찾을 수 있는 진부한 복수극, 추격, 암투 등을 역으로 이용하여(참으로 두 감독은 영리한 천재들이다) 식상함을 향수와 애수로 승화함으로써 관객들을 매료시켰다고 볼 수 있겠다. 이러한 기획 방식을 필자는 두 손 다 들 만큼 축복한다. 조금 경우는 틀리지만 류승완 감독의 작품 중 '다찌마와 리'가 바로 이러한 기획 방식으로 성공한 사례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는 50년대 펄프지, 싸구려 하드보일드 소설 등에서 느낄 수 있는 카타르시스와 비장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사건 중심의 스토리라인과 그것을 화려하게 포장해주는 과격한 영상미가 그것을 입증해준다. 엄청난 스타 플레이 만큼 엄청나게 쏟아져나오는 각양각색의 캐릭터들도 이 영화의 볼거리다. 또한 펄프 픽션 구성이라 할 수 있는 시간과 인물의 교차와 재분배 등도 흥미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필자가 이 영화를 정말 좋아하게 된 것에는 조금 다른 이유도 작용한다. 그것은 바로 이 영화만이 가진 '애수'였다. 그 애수란 것은 코넬 울리치의 작품이나 레이먼드 첸들러의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바로 그 '애수'다. 겉모양으로 본다면 틀림없이 과격한 폭력물임에도 이 영화에는 전반적으로 도시 속에서 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슬픔과 비장미가 묻어난다. 그것은 의외로 고혹적인 미학이다. 피와 복수, 암투와 죽음이 난무하지만 그 모든 사건들과 그 모든 인물들 속에는 그러한 미학적 분위기가 느껴진다. 그것은 마치 괴물의 가면을 뒤집어쓰고 도시를 살아가는 모든 인간들의 마음 속에 자리하고 있는 어찌할 수 없는 고독의 쓸쓸한 뒷맛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죽어가는 이들은 두려움에 비굴해지기보다 씁쓸하게 웃어버린다. 참으로 코넬 첸들러 적이다.

 

그래서 필자는 이 영화에서 주인공이 나레이션으로 내뱉는 말들에 많이 매료되었다. 그럴때면 정말로 한 편의 하드보일드 추리 소설을 읽는 듯한 기분마저 든다. 멋진 말들이 많이 나오고 그것은 하드보일드 답게 조금은 거창하고 조금은 감상적이고 아주 많이 비장하다. 그러나 비장미를 필자는 꽤 선호하는 편이고 그래서 브루스 윌리스의 마지막 대사가 무척 가슴에 와닿았다.

 

"늙은이는 죽고, 젊은 여자는 산다. 공평한 거래다!"

 

이 외에도 밑줄 긋고 싶은 대사는 많았다. 일일이 기억해서 기록할 수 없었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객관적으로 평하자면 로드리게즈와 타란티노의 팬이라면 필견의 가치가 있는 영화다. 둘 중 한 명의 팬이라고 해도 볼만한 영화다. 데어데블, 데스페라도, 펄프 픽션을 잊지 못하는 팬들에게도 볼 만한 작품이다. 또는 무수한 스타들 중 어느 누구의 팬이라고 해도 볼 만한 작품이다. 특히 브루스 윌리스와 미키 루크는 상당한 호연을 펼친다. 제시카 알바는 굉장히 예쁘게 나온다.(다크 엔젤의 그녀)

 

이 영화는 미국 및 서양 쪽에서 큰 인기를 끈 반면 국내에서는 비교적 저조한 흥행을 기록 중이다. 아마도 국내 정서와는 별로 맞지 않는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영화의 저변에 녹아있는 배경은 대다수 미국 및 서양 문화의 아이콘들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정서가 국내 정서와 일치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안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그러나 필자는 미국의 팝콘 문화, 하드보일드 펄프 문화를 정서적으로 잘 소화하는 편이라 이 영화에 별 넷 정도는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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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적으로 '링''주온''디아이'로 이어지는 아시아 '특급 공포'의 뒤를 이어갈만하다, 라는 느낌이었습니다. 링, 주온, 디아이, 셔터로... 갈수록 그 힘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쨌든 이정도면 굉장히 잘 만든 공포영화라 할 수 있습니다. 감독이 오랜 시간동안 구상을 해왔고 '제대로 된 호러'를 보여주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던데, 과연 그 노력의 면면이 보였습니다.(이미 헐리웃에서 리메이크 결정이 났음)

 

귀신 찍는 카메라, 라는 익숙하지만 신선한 아이디어가 우선 영화 전체를 힘있게 이끌어가고 있으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에피소드와 에피소드가 촘촘한 복선으로 꽉 짜여져서 이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공포영화가 절대적으로 본받아야 할 부분이지요. 조금은 익숙한 설정이라고 할 지언정, 각본상에서 대충 '공포로 때우기'식의 전개가 나오면 영화는 아주 망쳐버리죠! 우리나라 공포영화가 가진 가장 큰 문제점이 바로 최근 유행하는 성공한 '공포영화'들의 '공포장면'을 차용해 오는 것 만으로 어깨에 힘을 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셔터가 좋았던 이유는 공포영화가 가질 수 있는 매력을 아주 충실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것에 있습니다. 몇 몇 장면은 감독의 호러에 대한 천재적인 감각을 느낄 수도 있었습니다.(진짜로 등골이 오싹해지는 그런 순간이 몇 번 있었지요) 적어도 감독은 관객이 어느 때에 지루해할지를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관객이 지루하지 않을 만큼의 감각적인 연출력을 보였고 '아주 걸작'이 아닌 이상 그정도면 관객은 대게 만족하는 편입니다. 복선은 치밀하게, 반전은 단 한번의 스트레이트로, 플롯은 복잡하지 않고 타이트하게, 공포는 화끈하게, 대략 이정도면 호러 매니아들을 만족시키기엔 충분할 겁니다. 간단해보이지만 사실 이게 쉬운 게 아니죠! 복선은 산만하게, 반전은 시시한 잽으로, 플롯은 복잡하고 늘어지게, 공포는 짜증나게, 이런 식으로 만들어지기 십상이죠!

 

특히 마지막 반전과(물론 예상 가능한 반전이었지만, 이런 식으로 앞뒤가 딱맞아 떨어지는 반전은 그 자체로 충분한 카타르시스를 안겨다 줌) 함께 이어지는 최후의 공포는 역시 이 작품이 꽤나 수작일 수 있는 이유를 보여주었습니다. 질질 짜면서 슬픈 호러, 감동 호러를 표방하지는 않았으니까요! 각본상으로 안 되면 꼭 이런 식으로 한국인의 눈물 정서를 자극하며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공포 같지 않은 공포, 많이 봐 왔죠...!

 

크게 기대하고 본다면 크게 만족할 만한 영화는 아닐 것입니다. 또한 개인적인 편차에 따라 시시하네, 라는 말이 나올 수도 있겠지요. 링, 주온, 디아이도 시시하다, 라고 말하는 사람은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주관적, 객관적인 평을 종합적으로 아우러 볼때 '셔터' 정도면 상당히 깔끔하게 잘 만들어진 공포영화라 할 수 있습니다! 충분히 섬뜩했고, 으스스했고, 이야기가 재미있었으며, 무엇보다 귀신이 무서웠으니까요!  

 

-> 남자 주인공이 '리마리오'를 닮았다고들 하던데, 조금 닮긴 닮았더군요. 리마리오가 조금 더 샤프해지면... 검색해보니, 이제 겨우 81년생의 태국 영화계 스타더군요. 어쨌거나 남녀 주인공이 상당히 잘생기고 예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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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여우
콘 사토시 감독 / 대원DVD / 2004년 8월
평점 :
품절


천년여우  千年女優: Millennium Actress / Chiyoku-Milleniem Actress

 

감독 : 곤 사토시
주연 : 쇼지 미요코, 코야마 마미, 이즈카 쇼조
장르 :
애니메이션, 환타지, 로맨스, SF
등급 : 전체관람가
상영시간 : 85분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

 

'그 사랑을 찾아 꿈속으로까지 달려왔건만, 그는 눈덮인 안개 언덕 저 너머로 또 한번의 그리움만 남기고 사라지네'

나름대로 이 영화의 이미지를 한 문장으로 표현해 본 것이다.

 

창립 70주년을 맞아 개축을 위해 촬영장을 철거하는 `은영' 영화사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전설적인 여배우 `후지와라 치요코'의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을 `타치바나 겐야' 에게 맡긴다. 평소 그녀의 작품을 수십 번이나 봤을 정도로 열혈 팬이었던 그는 그녀를 찾아 나선다. 그녀는 전성기를 누리던 30년 전 갑자기 은막 뒤로 사라진 뒤, 신비에 둘러싸여 온 인물. 타찌바나는 어렵게 찾아낸 그녀에게 그녀가 잃어버린 추억의 열쇠를 내 놓으며 인터뷰를 시작한다.

 

'퍼펙트 블루'로 이 감독의 놀라운 재능은 이미 간파하고 있었다. 지나치게 '미야자키 하야오' 종교에서 헤어날 줄 모르는 일본인들에게 곤 사토시는 신선한 자극이라는 표현을 넘어서는 전율의 영상으로 단숨에 매니아층을 확보했다. 실사로 찍었어도 무방했을 '퍼펙트 블루'의 사실적이고도 충격적인 영상에 매료되었던 팬들이라면 '천년여우'에 다시한번 감탄의 황홀경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로맨스,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판타지,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의 범위를 극한으로 넘나드는 각본과 표현의 절대 수위! 언어로는 더 이상 형용할 수 없는 이 환상적인 영화는 인간의 한계적 시각과 청각으로 미처 좇아가기조차 힘든 경이로움의 서사시다!

시작부터 이렇게 과다한 칭찬을 늘어놓는 데에는 필자로서 정말로 '이런' 애니메이션을 접한 것은 '처음'이었다는 것에 대한 감격 때문이다.

 

위에서 잠시 줄거리를 언급했지만 사실 이 영화에서 액면 줄거리는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다. 단 한번의 만남이 있고, 그 만남을 가슴속에 간직한 한 여인이 있고, 그녀의 순정과 그녀의 열망과 그녀의 그리움이 녹아든 사랑이 있다. 그 사랑의 이야기가 시같이 아름다운 영상속에 질주하듯이 숨가쁘게 펼쳐진다. 그리고 그 무한의 로맨스를 아우르는 것은 곤 사토시 특유의 화려하고 충격적인 연출력이다.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미스터리 액자 구성을 취하고 있다. 전설적인 여우가 절정의 시기에 돌연 은막을 떠나고 30년간 은둔생활을 한다. 어째서 그녀는 돌연 은막을 떠난 것일까! 그 여배우의 열혈 팬이었던 감독이 그녀의 인생 다큐를 찍기 위해 그녀를 찾아온다. 그녀의 입을 열게 한 것은 감독이 그녀에게 건넨 '비밀의 열쇠'이다. 그리고 노여우는 그녀의 과거, 사랑을 찾아 끝없이 헤맸던 벅찬 기억들을 풀어놓는다. 그 때부터 현재와 과거, 심지어 미래까지, 모든 상식적인 시공의 범위는 무너진다. 여우의 일생을 좇아 카메라는 끊임없이 그녀의 곁에 머물고 심지어는 직접적인 개입까지 한다. 전국시대부터 에도, 막부 시대, 전쟁과 근대 시대, 나아가 미래의 우주까지, 가슴 속에 순정을 품은 여우의 사랑찾기는 장대하게 펼쳐진다. 그리고 '퍼펙트 블루'에서 그랬던 것처럼, 아니 그것을 훨씬 뛰어넘어 더욱 복잡하고 전율적인, 그러나 더욱 치밀하고 세련되어진 퍼즐 게임이 시작된다. 시공간의 해체는 기본이고 현실과 환상, 허구와 진실, 영화 속과 영화 밖, 심지어는 다큐 속과 다큐 밖까지, 가능한 모든 스토리텔링의 문법은 해체되고 재구성된다. 이 기막힌 연출법은 감독의 능수능란하고 감각적인 재능 때문에 전혀 산만하지 않고 꿈 같은 황홀감에 빠지게 한다. 그 무아지경의 마지막에는 얼개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은 미스터리의 답이 기다리고 있다. 결국 사랑을 찾아 천년을 헤맨 여우의 스토리가 우리네 가슴속에 누구나 간직하고 있을 불변의 진리 중 하나였음을 우리는 자각하게 된다. 그것을 느끼는 순간 우리는 '비밀의 열쇠'로 우리의 가슴 속을 열어보게 되고, 우리의 일상과 잃어버린 어떤 것에 대한 기억들을 떠올리며 벅찬 감동 속으로 젖어들게 되는 것이다. 참으로 마법같은 연출력이 아닐 수가 없었다!

 

장황한 미사여구가 사실상 이 영화에게는 무색할 정도로 그 신비로움은 어떻게 설명되어질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직접 보고 느끼지 않고서야 어찌 그 터질 듯한 무한의 감각을 한낱 글자로 적어낼 수 있으랴!

 

'퍼펙트 블루'의 충격을 사랑한 팬들이라면 '천년여우'를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 영화는 필자가 최고의 저패니메이션으로 꼽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한치도 뒤짐이 없는, 굳이 순위를 매긴다면 공동 1위로 할 만큼, 걸작 중의 걸작이다! 걸작 중의 걸작이 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러한 애니메이션은 지금까지 그랬고, 앞으로도 두번다시 만날 수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2001년 만들어진 이 영화는 같은 해에 만들어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함께 제5회 일본 미디어예술영화제에서 공동대상을 수상했고, 스페인 시체스 영화제에서 최우수 아시아영화상을 수상했으며, 캐나다 판타지 영화제에서 최우수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치요코의 달리는 모습이다. 그녀는 무수한 모습으로, 무수한 방법으로 사랑을 찾아 달리고 또 달린다. 특히 극후반에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 달리고 또 달려 눈덮인 홋카이도, 땅끝까지 도달하는 모습은 영화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이제까지 그녀의 마음 속에, 피 속에, 시간 속에, 그리움 속에 녹아있던 모든 열정의 응어리들이 다시한번 풀로 가동되며 그녀를 한없이 격정적으로 몰아가는 하일라이트였다. 그 때 흘러나온 웅장하면서도 아름다운 음악과 화려하고 빠른 교차편집, 그리고 반복되는 이미지의 세련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압권이었다!

'퍼펙트 블루'에서 처럼 관객들에게 작은 파문과 여운을 던지며 새로이 해석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이 영화는 개인적으로 '열정'에 관한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인생은 곧 영화이고 그것을 이끌어가는 것은 바로 다름아닌 무언가에 대한 '열정'이 아닌가 싶다!

 

첫사랑의 열정을 간직한 어리고 순수한 여배우는 천년의 시공을 뛰어넘는 사랑을 간직하며 달리고 또 달렸다. 사랑하는 이가 혹시 보아주길 갈망하며 영화를 찍고 또 찍었다. 그것은 그녀의 예술이었고 그녀의 사랑이었고 그녀의 인생이었다. 우주의 어느 별 한 가운데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을 그, 가장 소중한 것을 여는 '비밀의 열쇠'의 주인공, 그를 찾아 우주까지 달리는 그녀의 목마른 그리움과 열정은 그녀를 이루는 전부였고, 그 순간 그녀는 언제까지나 만월(滿月)을 꿈꿀 수 있는 14일째의 달(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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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등뼈 (2001)

감독 : 기예르모 델 토로

 

한편의 성장소설 같은, 그러나 무섭고 참혹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그린 주옥같은 호러영화!


'잘 만들어진 공포영화'를 본 것이 도대체 얼마만이던가. 아주 어릴 적 엄마 손을 잡고 극장가를 돌며 거대한 간판에 붙여진 무시무시한 그림들이 뿜어내던 광기의 아우라에 매혹되곤 했던 그 시절의 황홀한 공포감은 언제부턴가 필자의 마음 속에서 사라져버렸다. 실제로 그 때 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13일의 금요일''블랙 후라이데이''나이트메어''공포의 여대생 기숙사''버닝''헬나이트''서스페리아''캐리''이블데드''후라이트 나이트''아쿠아리스''더플라이'등의 작품들은 초등학생이라는 신분의 격차를 극복할 수 없어 가슴에 한이 사무쳤던 그리움의 대상이었다.(삼류극장에 걸렸을때 미친듯이 달려가 만나보았던 그 때의 흥분이란 이루 다 표현할 수 없다) 시간히 흘러 중학생이 되어 설레는 마음으로 당당하게 극장에서 본 '나이트 메어5'라던가 '바탈리언' 같은 영화들은 더 이상 그 옛날의 짜릿한 흥분 같을 제공하지 않았다. 마치 '이제는 너무 늦어버렸어. 호러영화가 좋았던 시절은 벌써 지났어' 라고 말하는 것처럼. 재미는 있으되 무섭지 않은 영화들, 이런 영화들에선 '잘 만들어진 공포영화' 특유의 황홀한 공포감을 느낄 수 없었던 것이다. 실제로 '사탄의 인형' '영혼의 목걸이' 같은 영화에서 필자는 그런 것을 느꼈고 재미있고 없고를 떠나서 묵직한 공포를 안겨다줄 수 있는 제대로 된 '공포'영화를 진정 보고싶었다. '스크림''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있다'를 그래서 필자는 엄청 기대했었다. 그러나 그들 영화 역시 '재미'는 있으되 '공포'는 없는 영화들이었다. 어째서 공포영화가 안무서워 진 거지, 하는 공허함에 시달려 공포영화에 대한 사무쳤던 감정마저 서서히 식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얘기가 길어졌는데 아무튼 요 근래 '식스센스''링''주온''디아더스' 같은 영화가 필자로 하여금 그 잊혀진 황홀한 감각을 되살려주었다. '왓 라이즈 비니스' 정도만 되어도 충분히 좋다고 할 수 있었다. 근래 개봉한 영화 중에서는 '엑스텐션' 정도면 대 만족이다. '캠퍼스 레전드''컷''발렌타인' 같은 영화들만 안나와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던 중 제대로 된 물건을 발견한 것이다. '악마의 등뼈'는 이런저런 소식지를 통해 잘 된 영화라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다. 국내 미개봉이고 비디오로도 없으니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었던 영화였는데 얼마전 드디어 그 '제대로 된 물건'과 조우할 수 있었다.


대략의 줄거리를 말해보라면, 열 두살의 카롤로스가 마을에서 엄청 떨어져있는(차를 타고 가도 왕복에만 한나절이 걸리는) 외딴 고아원에 들어가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 고아원은 원장인 카르멘을 위시로 좌파를 돕는 일종의 비밀 기지로 우파에 발각되는 날에는 처형당할 위기를 안고있다. 그곳에서 카를로스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지하실의 유령 '한숨짓는 아이'와 조우하게 되고 '한숨짓는 아이'의 비밀을 알고 있는 듯한 라이벌 제이미와도 격돌하게 된다. 하지만 아이들간의 마찰은 곧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덮어지고 그들은 '한숨짓는 아이'의 정체를 밝혀내고자 그들만의 모험을 강행한다. 그러던 중 좌파의 붕괴가 눈앞에 다가오고, '한숨짓는 아이'는 카롤로스에게 무시무시한 경고를 하고, 부랑자 카신토는 끔찍한 살육을 계획하며, 고아원에는 걷잡을 수 없는 참담함 공포가 엄습하게 된다.


이 영화의 라스트는 '특별'하다. 그 특별함 속에는 공포와 충격, 스릴과 서스펜스, 감동과 비애, 그리고 참혹함과 의외의 반전이 모두 담겨있다. 스페인 내전이라는 배경이 이 영화의 주제를 어떤 식으로 상징화시켰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필자가 본 이 영화는 어떤 '유령'에 관한 보고서였다. 그 어떤 '유령'은 많은 것을 포함하고 있었다. 두려움, 탐욕, 비밀, 절망, 애수, 원한, 살의, 회한, 그리고 자아찾기까지. 때문에 유령은 곧 인간 내면의 탐구이며 문명 내면의 탐구였다. 정말로 '한숨짓는 아이'의 유령과 둘러싼 이 미스터리 모험담은 그 모든 고찰을 가능하게 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영화가 그러한 주제나 사상을 전달함과 동시에 관객의 시각적 재미에도 무척 충실하다는 것이다. '공포'적인 측면에서 감독이 정교하게 만들어낸 몇 몇 장치들은 심장이 요동칠만큼 만족스러웠다. 특히 '한숨짓는 아이'는 호러영화 캐릭터를 다시 정리할만큼 인상적인 캐릭터였다. 물속을 부유하듯 흐너적거리는 그 그로테스크한 움직임은 과연 압권이었다. '공포'적인 측면 외에도 이 영화의 스토리는 너무나 꽉 짜여진 재미를 선사한다. 고아소년이 겪게 되는 여러가지 위기와 마찰은 성장소설적인 재미를 안겨다주고, 인물들간에 펼쳐지는 기이한 관계와 욕망들은 숨막히는 심리 스릴러적인 재미를 선사한다. 또한 전형적인 '유령의 집' 스토리라인을 거부하는 충격적인 시나리오의 힘은 모험 미스터리의 흥미마저 느끼게 하며 그 끝을 쉽게 예측할 수 없게 한다.  


한 마디로 '잘 만들어진 공포영화'였다. 스페인 내전이라는 무거운 배경을 깔고가면서도 이토록 아기자기한 호러 미스터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다들 별로라고 말하는 '미믹'도 필자의 경우는 꽤 흥미롭게 보았던지라 필자는 이 감독의 '호러적 재능'에 피터 잭슨, 샘 레이미 못지 않은 기대를 걸고 있다. 2001년 만들어진 이 영화는 같은 해 개봉한 '디아더스'에 가려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지는 못했지만 당시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그 해 최고의 공포영화로 인정받았다고 한다. 필자가 보기에도 '디아더스'와 비해서 한점 뒤떨어질 것이 없는 작품이었다. 어째서 국내 개봉이 되지 않았는지 그것이 의문일 따름.(물론 개봉해도 '디아더스'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끌수 있었을지 역시 의문이지만. '디아더스'만큼 감칠맛 나는 자극은 없기에)


끝으로 몇 가지 덧붙이자면, 카를로스와 제이미, '한숨짓는 아이' 역을 맡은 아역배우들의 연기가 놀라울 정도로 눈부셨다는 것이다. 연기의 자연스러움(자연스러운 척, 연기 잘하려는 척, 그런 척 하는 것이 아닌 절실하게 느껴지는 자연스러움)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고 있는 애들이었다. 중견 연기자들의 연기력이야 거론해서 무엇하랴, 싶을 만큼 최고였다.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로베르토 베니니의 장모 역을 맡았던 그 여배우의 장애인 연기도 좋았고 악역을 맡았던 '오픈 유어 아이즈'의 주인공, 에두아르도 노리에가의 연기도 정말 찔러 죽이고 싶을 만큼 완벽했다. 극중 이름은 잘 기억 안나지만 '카르멘'을 진정으로 사랑했던 수호천사적인 노의사 페데리코 루피의 연기는 가장 여운이 남았다. '산티' 역을 맡은 젊은 여배우도 무척 인상적이었다. 순수한 영혼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듯한 그 미모가 다른 많은 작품에서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특히 그녀가 건네는 '체력 한알'은 정말 어떤 맛일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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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발간 즉시 100만부가 팔렸다는 호러베스트셀러!!

빨리 구입해서 보고싶다~!

그런데 이 작품이 영화로도 만들어졌다는데...

그렇다면 '착신아리'의 원작소설?

'착신아리'도 분명 엄청 히트한 원작소설이 있다고 했으니-

아마도 이 '베이비 메일'이 '착신아리'의 원작소설인가 보다!

전화 메일로 죽음이 찾아온다는 설정 또한 비슷한 것을 보니!!!

아무튼- 오랜만에 만나는 제대로 된 공포소설인 것 같다.

그래서- 가슴이 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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