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권영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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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 전개는 흥미로웠으나 소설 속 세계로 들어가는 중반부터 신비감은 사라지고 상상력은 진부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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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범인
쇼다 간 지음, 홍미화 옮김 / 청미래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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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갓길에서 한 남자의 시체가 발견된다. 남자는 41년 전 유괴 살해된 아동의 아버지로 밝혀진다. 41년 전 전국을 들썩이게 했던 아동 유괴 살해 사건의 피해자 아버지가 어째서 41년이 지난 후 시체로 발견된 것일까. 더구나 그 장소는 41년 전 납치범이 몸값을 건네받기로 했던 곳이다. 남자의 죽음과 함께 41년간 묻혀 있던 아동 유괴 살해 사건의 충격적인 전모가 드러난다.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쇼다 간의 '진범인'은 한 편의 잘 짜인 범죄 수사극이다. 이 소설에는 불가능한 살인도, 기막힌 트릭도, 명쾌한 추리도 없다. 비교하자면 에드 맥베인의 '87분 서 시리즈'와 무척 닮았다. 하나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애쓰는 경찰들의 치열한 탐문 수사 과정을 리얼하게 그린 작품이다. 한 남자의 죽음으로 시작하는 이 이야기는 41년 전 유괴 사건 당시와 26년 전 시효 1년을 앞둔 상황, 그리고 현재의 시점 이렇게 세 갈래로 나누어진다. 현재와 과거가 왔다 갔다 해서 처음엔 조금 산만하게 느껴지지만, 결국 이 이야기는 두 번째 과정, 시효 1년을 앞둔 상황에서 형사들의 치열한 재수사 과정을 다룬 대목이 주 스토리다.


오래전 본 미드 '콜드 케이스'가 문득 떠오른다. 살인사건에 공소시효 따윈 없다고 말하는 콜드 케이스 수사관들의 끈질긴 탐문 수사는 이 책 속 형사들과 닮았다. 시효를 1년 앞둔 상황에서 급하게 조직된 특별 수사반 대원들은 각자의 신념과 수사 방식을 총동원해서 어떡해서든 범인을 찾고자 노력한다. 그들에게 있어 과거는 현재다. 14년이 지나 모두의 기억 속에서 흐릿해진 그 과거가 형사들에겐 놓을 수 없는 마지막 진실의 끈인 셈이다. 사건을 처음부터 다시, 새로운 방향으로, 그리고 각자의 시각으로 재해석해서 남은 시간 전까지 최후의 투혼을 불사르는 형사들의 분투는 그 자체로 묵직한 재미와 감동을 자아낸다.


'콜드 케이스' 얘길 했지만, '실종 사건 전담반'이라는 미드와도 닮았다. 그리고 로스 맥도날드의 소설과도 스타일이 비슷하다. 현실 속 사건은 그런 법이다. 명탐정이 나타나 놀라운 추리로 단번에 범인을 잡아내는 것은 책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영화 '살인의 추억' 속 송강호처럼- 현실 속 사건은 두 다리가 아프도록 달려야 한다. 끝없이 탐문수사를 하고 작은 실마리 하나에 희망을 걸고 미친 듯이 뛰어다녀야 한다. 범죄는 일어난 그 시점부터 과거가 된다. 끊임없이 과거로 밀려난다. 형사들의 피와 땀은 그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힘겨운 몸부림이다. 그 속에 피해자의 아픔과 진실의 절규가 있기에 마지막 순간까지 외면할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이 형사의 사명이다.


낯선 작가, 낯선 제목의 책이었지만 대단히 만족스러운 독서였다. 저력이 만만치 않은 작가였다. 이 작가의 다른 작품도 출간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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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의 약속 나츠메 형사 시리즈
야쿠마루 가쿠 지음, 남소현 옮김 / 북플라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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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는 성인 DVD를 훔치려다 매장 직원에게 붙잡히자 호신 스프레이를 뿌리고 달아난다. 꼬마는 엄마가 아닌 여자와 함께 살고 있다. 그리고 모르는 아저씨가 매달 선물과 생활비를 보내준다. 꼬마는 도서관에서 7년 전 사건 기사를 한참 보다가 택시를 타고 어딘가로 급히 간다. 그런데 택시비가 모자라 기사에게 호신 스프레이를 뿌리고 도망치려다가 경찰에 붙잡힌다. 경찰서에서 한 마디도 하지 않는 꼬마를 조용히 바라보는 나츠메 형사의 눈빛이 번뜩이기 시작한다. 


'형사의 눈빛', '그 거울은 거짓말을 한다'에 이은 나츠메 형사 시리즈 3탄. 전작 '그 거울은~'이 장편이었는데, 이번에는 다섯 편의 에피소드를 담은 소설집이다. 다양한 인간이 저지르는 기묘한 사건 뒤에는 언제나처럼 나츠메 형사가 있다. 그는 사건 해결 자체 보다 진실을 찾고자 애쓴다. 그리고 그 진실 너머에서 진정으로 피해자와 피의자를 구원하는 길이 무엇인지를 생각한다. 늘 느끼지만 야쿠마루 가쿠는 범죄라는 끔찍한 이면에 숨겨진 인간의 나약한 본성을 파고든다. 그래서 스릴러 물이지만 매우 서정적이고, 휴머니즘이 짙게 깔려 있다.  


어떻게 보면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가 형사 시리즈와 닮았는데, 두 작품 모두 주인공의 인간적인 매력이 작품 전체를 이끄는 동력과도 같다. 가가 형사처럼 나츠메 형사도 시리즈를 읽다보면 캐릭터의 과거와 현재의 사연을 연대기처럼 알아갈 수 있는 부가적 재미가 있다. 특히 이번 작품에선 나츠메 형사 신상에 굉장히 중요한 일이 발생한다. 이 시리즈를 쭉 지켜본 독자라면 가슴이 뛸 정도로 기쁘면서도 동시에 가슴이 무너질 정도로 아픈 사건이라 추후 이 시리즈에 중요한 변곡점이 될 듯하다. 


야쿠마루 가쿠는 국내 출간작을 다 읽었는데, '데스미션'을 제외하고는 모두 만족스러웠다. 더구나 나츠메 형사 시리즈는 미스터리적 재미와 강렬한 인간 드라마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보기 드문 걸작이다. 앞서 히가시노 게이고 얘기를 했지만 야쿠마루 가쿠야 말로 이미 차세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자리에 우뚝 올라선 가장 대중적인 미스터리 작가가 아닌가 싶다. 무엇보다 한 순간도 독자를 지루하게 만들지 않는 가독성 넘치는 필력이 히가시노와 닮았다. 작가가 빨리 다음 나츠메 시리즈를 내놓길 기대한다.  


p.s. 독립된 다섯 편의 에피소드를 묶은 작품이라 이 한편으로도 충분한 재미를 느낄 수 있지만 그래도 앞선 시리즈를 먼저 읽고 이 작품을 읽는 것을 추천한다. 나츠메 형사의 개인적 사연, 그리고 그가 과거에 접한 사건과 사람들이 이번 시리즈에서 언급되거나 재등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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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죄 : 검은 강 심리죄 시리즈
레이미 지음, 이연희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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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지키는데 목숨이 대수인가? 진정한 형사의 자세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범죄소설의 걸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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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죄 : 검은 강 심리죄 시리즈
레이미 지음, 이연희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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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는 파트너에게 연락을 받고 호텔 룸으로 들어간다. 방안에는 샤워 소리만 들린다. 잠시 후 샤워실에서 나체의 여자가 걸어 나온다. 여자 뒤로 칼을 쥔 남자가 있다. 찰나의 순간 남자는 여자를 찌르고 달아난다. 형사는 곧바로 남자의 뒤를 쫓는다. 이윽고 남자는 형사의 총에 맞아 죽는다. 그러나 남자의 손엔 칼 대신 숟가락이 쥐어져 있다. 그는 죽기전 묘한 말을 남긴다. 당신은... 끝났어. 그때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들이 형사를 에워싼다. 호텔 방에 있어야 할 여자의 시체는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렇게 싱즈썬 부국장은 살인혐의로 체포된다. 그 소식은 다른 도시에서 납치 사건을 해결하던 팡무에게 전달된다. 팡무는 믿을 수 없다. 싱 부국장은 함정에 빠졌다. 싱을 구하기 위해 팡무는 혈혈단신으로 사건에 뛰어든다. 


'심리죄 검은강'은 팡무 시리즈 총 5권(프로파일링, 교화장, 검은 강, 도시의 빛, 일곱번째 독자) 중 세 번째 작품이다. 1편 '프로파일링'에서 경찰을 돕던 대학원생 팡무는 2편 '교화장' 때의 새내기 형사를 거쳐 이번 '검은 강'에선 이제 어느 정도 연륜이 쌓인 베테랑 형사의 모습을 보인다.1편의연쇄살인마, 2편의 이상 심리 실험에 이어 3편은 도시의 어둠을 장악하고 있는 거대 '아동 인신매매 조직'과의 싸움이다스케일이 커졌고상대해야 하는 악의 세력도 엄청 강하다. 한마디로 가장 처절한 작품이었다.


프롤로그에서 싱 부국장이 딩수청을 인신매매 조직에 잠입시키고 그로부터 연락을 기다리다가 마침내 연락을 받고 그 장소로 가보지만 함정에 빠진다. 그후 팡무가 그를 도우려 하지만 싱은 이런 말을 한다. 우선 딩수청을 찾아라. 만약 딩수청이 변절했거나, 혹은 그가 죽었다면- 이 사건은 절대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사건이니 그 즉시 손을 떼라. 그러나 팡무는 언제나처럼 위기나 시련에 굴복할 남자가 아니다. 1,2편 때도 그는 꽤 심한 심리적 육체적 고통을 당하면서 사건을 끝내 완수했지만 이번에는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본편에서 팡무는 정말 지옥 한가운데로 떨어지는 듯한 극한의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감내하면서까지 사건을 실체를 파악하고자 애쓴다. 게다가 1,2편 때도 그랬지만 작가는 팡무 주변의 인물들을 가차없이 죽음으로 내몬다. 이번에는 그 정도가 심하다 할 만큼 레귤러 캐릭터들이 사망한다. 읽다 보면 팡무의 심리에 이입되어서 아득하고 참담한 지옥도를 경험하는 듯하다. 


아이들을 지키는데 목숨이 대수인가! 책 띠지에 적힌 이 강렬한 문구는 이 책의 서사를 그대로 상징한다. 어린 소녀들이 납치되어 성노예로 팔려나가고 있는데, 그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목숨 따윈 가차없이 내버리는 게 형사의 사명이다. 그러나 이 썩은 도시는 정의로운 사람일수록 일찍 제거해버린다. 그래도 팡무는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혼자서 아무리 애쓴들 절대로 쓰러트릴 수 없는 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는 몸이 부서지도록 덤빈다. 절망과 좌절이 괴물처럼 덥쳐도 눈앞에서 도움을 청하듯 손을 뻗는 아이들을 위해 끝까지 일어서는 팡무의 모습은 커다란 울림으로 다가온다. 


시리즈 모두 재미와 완성도가 뛰어났지만 3편은 그중에서도 최고였다.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미스터리, 치밀한 복선, 압도적인 서사와 장렬한 희생! 모든 면에서 전작을 능가했다. 1,2편을 읽지 않아도 스토리 이해에는 무리가 없으나 기왕이면1,2편을 먼저 읽는 것을 추천한다. 1,2편의 인물 및 주요 사건에 대한 언급이 몇번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종 라스트에 전편의 동료들이 팡무를 돕는 과정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팡무는 지나치게 사건에 자신의 감정을 대입한다. 그것이 자신의 영혼을 파괴시킨다. 그래도 그는 어쩔 수가 없다. 양심이 부르는 소리를 절대로 외면할 수 없는 인물이기에...!


p.s. 사실상 다음편인 4부 '도시의 빛'이 완결이라고 한다. 5부는 '심리죄' 이전의 이야기로 '심리죄'때 내내 그를 괴롭힌 '친구들이 모두 죽은 사건'을 다루는 프리퀄이다. 4편이 빨리 출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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