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그러지고 흠집많은 가슴

어딜 보는지 방향없는 눈

일분에 한번씩 우울해지다가

문득 정신이 들어

간신히 한 번 지어보는 웃음

그 웃음에 너는

그렇게 좋아하는구나

그 별 것 아닌 웃음을

그렇게 기다리고 있었구나

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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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11-20 0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오늘 제게 들려주는 말같아서 찡해집니다

hnine 2006-11-20 0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기분 안 좋은 일이 있으셨나봐요. 편히 주무시고 내일은 싹~ 잊어버리세요 ^ ^
 

다린이가 할머니와 전화 통화를 할 때 나는 다린이에게 종이로 물고기를 접어 주고 있는 중이었다.

무의식적으로 내가 무슨 노래인가를 흥얼흥얼하고 있었던 모양인데 전화기 너머 할머니에게까지 들렸나보다. 나중에 다린이에게 물으니 할머니께서 지금 누가 네 옆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냐고 하셨단다.

다린이 대답, "엄마가 노래 불러요." 하더니 이어서, "엄마는 내가 옆에 있으면 맨날 기분이 좋대요, 그래서 노래 불러요." 그런다.

내가 그런 말을 한적이 있던가? 함께 있을 때 노래를 부르는 건 다린이 쪽이지 내가 노래를 부르는 일은 좀처럼 없었는데~ 그런 말 한 기억도 없고 말이다...

아마도 아이의 머리속 생각인가보다. 엄마가 즐거워 하면 자기와 있는 것이 좋아서라고 생각하는.

책에서 본 기억이 난다. 부모가 싸우는 것을 아이가 보며 하는 생각은 엄마 아빠가 자기때문에 싸운다고 생각한단다.

내가 기분이 안 좋고 말이 없으면 옆에 있는 아이는 아마 자기랑 있는 것이 엄마는 싫은가보다 생각하겠지.

다린이 말 한 마디에서 또 한가지를 깨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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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모두 미국에 살고 있는 두 친구가 생각이 난다.

한 친구는 대학교 동창인데, 같은 과는 아니었지만 한 동네에 살았었다. 대학 시절 내내 친하게 지냈고, 졸업하고 결혼해서 미국으로 가서도 가끔 전화를 통해 사는 얘기를 주고 받곤 했다. 삼남매중 막내였던 이 친구는 키도 내가 올려다 봐야 할 만큼 컸지만 가끔 막내같은 귀여움과 엉뚱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아빠가 증권사에 가서 뭘 하라고 심부름을 시키시고 가셨는데 자신없다며 같이 가 달라고 해서 기어이 나를 대동하고 그 증권사에 함께 감으로써 나도 잘 모르는 그 심부름에 대한 책임감을 나눠지기도 했었고, 여운형 선생과 관련된 레포트를 써야하는데 어느 책을 봐야 금방 머리에 들어올지 모르겠다고 나에게 물어봐서 언뜻 생각나는 해방전후사의 인식을 보는게 어떻냐고 했더니 나를 너무나 존경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넌 모르는게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 내가 민망했던 기억도 있다 (참고로 그 친구는 문과, 나는 이과 ^ ^). 미국으로 가서도 아이낳고 집안에서만 지내다가 남편있는 학교에서 공부도 더 하고, 나중엔 직업과 연결될수 있는 공부를 하고 싶어 도서관학과가 있는 조그만 대학에 다시 들어갔다. 도서관학과와는 전혀 상관없는 나에게  수강신청을 앞두고 나에게 상의차 전화를 했던 정말 재미있는 친구이다. 둘째 아이가 장애아로 태어나 나는 이제 웬만한 일엔 눈물도 안 나온다던 친구. 보고 싶다. 지금은 전화 번호도 이메일 주소도 가지고 있지 않아 연락도 못하지만, 아이들과 남편과 잘 지내고 있기를, 또 그럴거라고 믿어본다.

또 한 친구는 고등학교, 대학교 동창인데, 나의 고등학교 일기장을 보면 이 친구 얘기가 없는 날이 거의 없을 정도로 내가 집착을 했던 친구이다. 딸 넷인 집의 둘째딸. 체구는 크지 않으나 카리스마도 있고 보스 기질도 있으며 남을 자상하게 챙길줄도 아는 친구였다. 그런데 내 속을 잘 드러내지 않던 나는 고등학교 1, 2학년 내내 이 친구 속을 좀 태웠었나보다. 본격적으로 공부에 매진해야할 3학년에 올라가자 이 친구가 갑자기 나를 보고 아는 척을 안 하는 것이다. 너 왜그래? 하고 물었으면 될 것을 나는 그냥 속상하고 상처받으며 1년을 보냈다. 고등학교 졸업식 무렵, 그 친구로부터 받은 편지에는 너를 아끼는 사람들의 애정에 벽을 쌓지 말라고, 그건 감정의 사치일 뿐이라는, 나를 정말 되돌아보게 하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그런데 이 친구와 같은 대학엘 들어가게 되었고, 이 친구 역시 결혼하고 미국으로 가게 되어 이제 못만나나 했더니 내가 미국에 잠깐 가 있는 동안 우연찮게 연락이 되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 의사로 일하던 이 친구는 나랑 만난날 갑자기 병원에서 oncall이 걸려 바로 나가야되자 나를 결국 끌고 병원까지 가서 나는 그 병원 도서실에서 시간을 보내는 색다른 경험을 해보게 된 적도 있었다. 결혼이 늦어 아이의 연령도 내 친구들과는 많이 동떨어져 있던 내게 이 친구는 그나마 아이를 늦게 낳아 나이차가 제일 적게 나는 아이들을 가지고 있다. 내가 아이를 낳을 거란 소식을 듣고서부터 연령대 별로 아이에게 보여주면 좋을 책 리스트를 만들어 내게 메일로, fax로 보내주던 친구. 아이가 태어나서 당장 카시트가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아이를 병원 밖으로 데리고 나와 차에 태울수도 없는 미국의 실정에 맞게 튼튼한 카시트를 선물로 보내주어 지금까지 우리 아이가 애용하고 있다. 이 친구의 큰 아이 생일이 내 생일과 같아 잊을래야 잊을수가 없다며 거의 매년 내 생일엔 국제 전화로 생일을 축하해 주는 친구. 이번에도 통화하며 너무 보고 싶다는 말을 서로 연발했다.

이제 우리, 정말 언제나 만날수 있을까. 고등학교, 대학교때의 그 앳된 모습 대신 어떤 모습으로 만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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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6-11-18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구분들이 멀리 떨어져 있군요. 안타까워요.
님은 한번 맺은 우정 끝까지 지키실 듯 한데.....
이웃에도 좋은 친구가 계셨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조금 덜 외로우셨으면 좋겠습니다....

hnine 2006-11-18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제가 사람을 잘 못사귀는데 한번 사귀면 오래 가긴 하지요. 위의 친구도 언젠가 꼭 다시 만나게 될 것같은 예감을 그냥 믿고 있어요.
 

아침에 엄마가 일어나셨을 즈음을 기다려 전화를 했다.

"엄마, 오늘 내 생일이네...

새벽에 낳았다고 했으니 벌써 낳았겠구나"

"그래, 벌써 너 낳고 나는 진이 다 빠져 인사불성 되있을 시간이다 " 하신다.

나 낳고 다음 날은 눈이 하얗게 왔다고.

 

내가 아이를 낳아보니

아이의 생일은 곧 엄마에게도 큰 의미가 있는 날임을

엄마에게도 기념이 될 만한 날임을 알게 되었다

엄마, 낳아주시고 키워 주셔서 고맙습니다...라는 말은 차마 못하고

미역국도 귀찮아 안 끓였네 어쨌네

헛소리만 하다가

아이가 욕실에서 부르는 소리에

통화를 끝낼 수 밖에 없었다

 

엄마...그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이름, 엄. 마.

 

엄마,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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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6-11-17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생일이시군요. 축하드립니다~~~

아이를 낳고 나니 엄마의 크신 사랑을 이제야 알겠습니다.
'엄마'라는 단어만 들어도 눈물이 나려고 합니다.
늘 그립고 애틋하지요.

오늘 행복한 시간 되셨나요?
님께 선물을 드리고 싶네요.....
쪼금만 기다리세요~~

다시한번 생일 축하드립니다. 늘 지금처럼 행복하시길.



 


2006-11-17 23: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06-11-18 0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감사합니다. 제 얼굴도 저 꽃다발 만큼 활짝 벌어졌습니다 지금 ^ ^

해리포터7 2006-11-18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생일이셨군요..님의 마음 알것 같아요..늦게나마 축하드려요^^

hnine 2006-11-18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리포터님, 감사드려요. 늦긴요 바로 어제인걸요 ^ ^
어제 아침부터 자동차 회사, 보험회사, 핸드폰사 등등에서 얼마나 많은 생일 축하 문자 메시지를 받았던지 ㅋㅋ...


LovePhoto 2006-11-23 0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위에 보이는 큼지막한 꽃다발, 참 멋있습니다!

hnine 2006-11-23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Lovephoto군, 부럽습니까? ㅋㅋ
 

올해의 뒷모습이 보이기 시작하다.

어떤 해였나.

정리를 잘 해야해 정리를.

조금 이르지만 올 한해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자.

잘 했나 못 했나를 따지기보다

내 인생의 어떤 의미로 남을 한 해였나 생각해보자.

그래서 정말 연말이 되었을때

덜 심난하게

덜 외로와하며

덜 허무해하며

담담하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가는 해에

굿바이 인사를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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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6-11-17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정리 들어가시는거예요? 우리 한 해 마무리 잘 해보아요~

hnine 2006-11-18 0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 정리를 한참 해야할 것 같아서요 ^ ^

해리포터7 2006-11-18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정리할 시간이 남았네요..전 12월이 되면 왠지 끙끙 앓곤 했어요..한해를 잘 마무리하지 못해서요..정말 이렇게 순식간에 2006년이 흘러가다니...

해적오리 2006-11-18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회사에서 벌써 송년 모임 이야기들이 나오기 시작하더군요..
2006년은 정말 쏜살같이 지나가 버리네요... 올해도 님은 먼곳에..ㅠ.ㅠ

hnine 2006-11-18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리포터님, 매도 먼저 맞는게 낫다고, 우리 12월엔 꿋꿋하게 지냅시다~ ^ ^

날나리난쟁이해적님, 나이 드니까 정말 시간이 더 빨리 지나가요. 먼곳에 계신 님, 야속하네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