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시라고 하지만, 아파트 단지 속에서 파묻혀 살고 있긴 하지만, 집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논이 나오고 밭이 나옵니다.

집에서 차로 20분 쯤 갔을 뿐인데 아마도 제 기억으론 지금까지 가까이서 본 가장 크고 오래된 나무가 아닐까 싶은 큰 나무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나무 전체를 다 담기 위해서 뒤로 좀 물러나서 사진을 찍어야했어요.

700년 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나무는 2013년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는데, 높이가 16m, 둘레가 9.2m 라고 안내표지판에 써있습니다. 700년이라. 700년을 한 자리에서 이어온 생명체를 눈 앞에서 보고 있자니,

'나무가 보기에 나는 애기구나 애기.'

라는 생각이 들어 든든한 마음이 생기고 안심도 되고 그랬답니다. 나이들어 자꾸 늙어간다고 툴툴거리던 평소 생각은 잠시 도망갔어요. 

 

우리 나라 오래된 나무들을 보면 느티나무, 소나무, 아니면 은행나무인것 같아서 찾아보니 우리나라에 있는 수령 1,000년 이상된 나무 60여 그루중 25그루가 느티나무랍니다.

 

느티나무 주위엔 배롱나무가 보라색으로 예쁘게 꽃을 피우고 있었고 밤나무, 대추나무, 감나무, 옥수수밭, 포도밭, 가지, 오이, 수박, 참외 등 열매가 열린 밭, 잘자라고 있는 벼 등 많이 많이 구경하고 왔습니다.

 

 

 

 

 

 

 

 

 

 

 

 

 

 

 

 

 

 

 

 

 

 

 

 

 

 

 

 

 

 

 

 

 

 

 

 

 

 

 

 

 

 

 

 

 

 

 

 

 

 

 

 

 

흐리고 습하고 더운 날이었지만, 각자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열매 맺고 자라고 있는 나무들과 70년이 아닌 700년을 한 자리에서 버티고 있는 느티나무를 보고 온 감상으로 가슴이 꽉 채워진 날이기도 했습니다.

 

생명은 치열하고, 그래서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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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d 2019-07-22 08: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정말 좋은 사진들이네요. 느티나무, 감나무, 밤나무, 호두나무, 포도나무, 도라지, 연초록으로 펼쳐진 논과 야산, 이런 사진들 보니까 고향에 돌아온 느낌입니다. 정말 너무 좋습니다.

hnine 2019-07-22 12:04   좋아요 0 | URL
도시에서 나고 자란 제 눈에도 이렇게 푸근하고 든든한 느낌이었는데, 정말 이런 곳을 고향으로 두신 분들이 도시에서 살면 고향 생각이 자주 날 것 같아요. 열매, 과실들이 익어가는 것을 보니 이 더위가 결국 가을을 향해서 갈것임을 상기시켜 주는 것 같아 위안도 되었고요.
함께 느껴주셔서 감사합니다.
(비로그인 댓글을 다셨지만 누구신지 알것도 같은데...^^)
 

 

 

 

 

 

 

 

 

 

 

 

햇빛이 아주 뜨겁지 않다면 이 용감한 아줌마는 모자, 양산 없이 산책을 한다.

얼굴 좀 타는 것에 대해 대범할 수 있어서가 아니다. 차라리 얼굴 타는 것, 기미, 주근깨보다는 비타민 D 와 세로토닌이 더 절실하게 생각되기 때문이다. 골다공증 예방, 우울증 예방. 햇빛 받아 부디 내게 부족함이 없는 비타민 D 와 세로토닌이 합성되기를 바라는 마음.

낮에 이렇게 돌아다니고 나서도 요즘은 저녁 때 또 한번 동네 산책 하는 버릇이 생겼다. 저녁 먹고 설겆이까지 하고 난 후. 해가 길어 아직 어두워지기 전, 저런 하늘을 보며 어제도 걸었다.

 

 

 

 

 

 

 

 

 

 

 

공작 단풍의 꽃.

저 볼록한 속에 씨앗을 담고 멀리 멀리 날아갈 것 같은 날개.

색깔이 예뻐서 찍어놓았다.

 

 

 

 

 

 

 

 

 

어릴 때 일이다. 나무를 좋아하시던 아버지. 엄마와 나무 얘기를 하시는 것 같았는데 자꾸 목빼기롱이 어떻고 저떻고 하시는거다.

'나무 이름이 일본 이름인가? 아버지께서 좋아하시는 나무구나'

그날 일기장에 난 '우리 아버지께서 좋아하시는 나무는 목빼기롱'이라고 썼다.

나중에 엄마께서 보시더니 '목백일홍'이라고 고쳐주셨다.

요즘은 '배롱나무'라고 더 많이 부르는 것 같다.

연분홍, 진분홍, 연보라 색의 꽃을 흔히 보는데 흰색꽃이 피는 것도 있다.

 

 

 

 

 

 

 

 

안그래도 산책길에 배롱나무꽃을 보며 아버지 생각을 했는데 돌아오는 길에 과일 가게에 들러 체리를 보니 아버지 생각이 또 났다. 나무도 좋아하셨지만 과일도 좋아하셨던 아버지. 예전에는 지금보다  체리 가격이 더 비싸서 일부러 사다 먹은 기억이 없다.

언젠가 나 미국에 있을때 아버지께서 오셨다가 마트에 가서 체리를 보시더니 여긴 체리가 싸다고 하시며 거의 매일 즐겨 드셨었는데.

이번 달 24일이면 아버지 돌아가신지 벌써 4주기. 이번엔 아버지 산소에 가서 체리도 한 접시 올려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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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3 05: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9-07-13 21:03   좋아요 1 | URL
그러셨군요. 더 친해지지 못했던게 아쉬워요. 이렇게 종종 추억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도 좋긴 하지만요.
기분이 가라앉아있다가 의외로 사소한 것에서 웃음을 터뜨리고 기운이 나기도 해요. 저도 제 본성을 잘 모르겠어요 ^^
 

 

 

 

 

 

 

 

 

 

 

 

 

 

 

 

 

 

 

 

 

 

 

엊그제 다락방님 덕분에 최영미 시인의 신간 시집이 출간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제 배송된 시집을 비오는 오늘, 처음부터 주욱 읽고, 다시 첫장으로 돌아가 또한번을 주욱 읽었다.

최영미의 시는 시로 쓰여진 일기장이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누구도 이런 식으로 일기를 쓰지 못하리라.

1990년대 중반, 서른 언저리에 낸 첫 시집으로 베스트 셀러 시인이 되었던 그녀의 나이 이제 오십대 후반이다.

열 다섯 살엔 가장 먼 미래였던 서른 살. 도저히 도달할 수 없을 것 같던 서른을 넘겼고 이제 오십이 지나 뻣뻣해진 손가락으로 쓰는 나이가 되었다고 했다. 어제도 오늘 같고 오늘도 내일 같아 달력을 보지 않는 새벽을 맞이하는 나이라고 ('낙원').

 

지난 사랑의 기억, 페미니즘, 미투 운동, 부친상, 요양원에 있는 모친 병간호 등 외롭고 고달픈 시간의 일기장이다.

힘 앞에, 권력 앞에, 거짓 앞에, 굴복하지 않고 살아내느라 버티는 사람에게 위로가 필요했을 시간들의 기록이다. 아마 시인은 시를 쓰며, 시로 풀어내며 스스로 위로하지 않았을까.

문제의 시 <괴물>도 이 시집에 다시 실었고, 재판 과정을 소재로 한 시들이 이 외에도 더 수록되어 있다.

시의 형태로 태어나면서도 여전히 퍼렇게 날이 살아있는 기록들을 읽으며 마음이 무거워져오다가 정작 눈물이 차오른건 오랜만에 시 청탁을 받고 쓴 '원고 청탁'이라는 시를 읽을 때였다. 시인은 오랜만에 흥이 나있는데 그런 시인을 보며 나는 왜 참고 있던 감정을 터뜨렸을까.

 

시집은 두번 연달아 읽고, 시에서 언급된 노래 '미친 여자의 사랑 노래 (Mad girl's love song)'는 듣고, 듣고 또 듣고 했다. 아마 수십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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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06-29 21: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벌써 읽으셨군요. 저도 곧 읽을게요, 나인님.

hnine 2019-06-30 05:50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서재에서 보고 바로 주문하고, 바로 받고, 바로 읽고, 그랬네요. 감사합니다~ (꾸벅)
제가 워낙 최영미 시인 팬이라서요.
최영미 시인 나이들어가는 모습 보는 것이 좀 서글프네요. 저도 늙어가면서 말이죠 ^^

Nussbaum 2019-06-30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서재 들렀다가 한 여름의 더위에 그늘진 곳처럼 잠시 쉬었다 갑니다 :)

hnine 2019-07-01 06:15   좋아요 1 | URL
점점 낮 더위가 본격적으로 느껴지는 때가 왔어요. 그래도 아직은 견딜만한건 밤에는 그나마 서늘하다는거죠. 밤까지 더운 열대야가 오는 여름을 어떻게 날지 모르겠어요. 더위도 참고 공부하는 수험생들, 생활전선에서 땀흘리는 분들 생각하면 투덜거림이 좀 들어갈까요? 제 서재 들어오셨다가 더 더워지시면 안될텐데 말이죠 ^^
 

 

 

 

 

 

 

 

 

 

 

 

 

 

 

 

 

 

 

 

 

 

 

 

 

 

 

 

 

 

 

 

 

 

 

 

 

 

 

 

 

 

 

 

 

 

 

 

 

 

 

 

 

 

 

 

 

 

 

 

 

 

 

 

 

 

 

 

 

 

 

 

 

 

 

 

 

 

 

 

아침 산책을 나가는 날은 대개 일요일 아침이다.

날이 훤해도 겁이 많고 길치여서 안가본 길을 못가고 매번 다니는 곳만 다닌다.

요즘 어디나 제일 흔하게 보는 꽃 중 하나인 개망초. 이꽃이 무리지어 피어있는 곳을 지나며 남편이 예쁘다고 하기에 무슨 꽃인지 아냐고 했더니

"그냥 잡초 아냐?" 라고 했다.

"이 세상에 잡초가 어디있어? 우리가 이름을 모를 뿐이지. 개망초야 개망초." 라고 알려주었는데 오늘 같이 걷다 또 물어보니 그새 이름을 잊어버렸네.

집 뒤에 작은 대학 캠퍼스가 있는데 뒷동산과 연결되어 있어 산책할때 들르곤 한다. 캠퍼스내에 감자꽃이 무리지어 피어있는 곳이 있었다. 자주색 꽃이 피었으니 자주 감자가 달릴까?

나무중 요즘 꽃이 한창인 밤꽃. 작고 기다란 솔 모양에 눈에 띄는 색이 아니다.

자 대고 그린 오각형 같은 도라지꽃도 보았고, 아파트 단지 내 노각나무에도 꽃이 한창 피었다. 차나무과 노각나무. 꽃이 나무에 오래 붙어있질 않고 쌩쌩할때 떨어진다. 나무에 달려있는 것보다 떨어져 있는 것들이 더 많아서 그중 몇개는 주워들고 집에 와서 물에 담가놓았다.

등껍데기를 어디서 다쳤는지 일부 부서져 잎 위에 앉아 있던 무당벌레. 날지 못하고 기어만 다녀야 할 것 같은데 어찌 되었을까.

 

 

 

최근에 읽은 두 권의 책.

두 권 모두 처음 읽을 때와 다 읽고 난 후 느낌이 달라서 기억에 더 남을 것 같다.

 

 

 

 

 

 

 

 

 

 

 

 

 

 

 

 

DH 로렌스, <사랑에 빠진 여인들>

제목 보고 대충 로맨스 소설로 넘겨 짚으면 안될 소설이다.

780쪽 분량 내용 전체가 시대, 사상, 종교, 관계에 대한 작가의 독특하고 날카로운 생각으로 가득 가득하다.

 

 

 

 

 

 

 

 

 

 

 

 

 

 

 

 

 

또 한권은 찰스 부코스키, <호밀빵 햄 샌드위치>

원제는 Ham on rye인데, 이 책 역시 제목 처럼 감칠 맛 나는 내용을 기대했다가는 충격받기 딱 좋게, 남자 아이들의 성장기는 이럴까 싶을 정도로 적나라하게 성적인 관심과 행동 일색이라 놀라기도 했었다.

 

곧 리뷰를 올릴  것이다. 잘 쓰든 못 쓰든 리뷰를 올리기 전까진 다 읽은게 아니라는 건 나 만의 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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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ssbaum 2019-06-25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저는 저녁 여섯시에 시작하는 한 라디오 방송을 매일 아침 여덟시에 듣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퇴근 무렵이 마치 출근길 같고, 해가 지는 것이 아니라 뜨는 것 같은.

지난주 토요일이 하지였지요? 잠깐 밖에 나갔다가 여름이 꽤 가까이 있구나 하는 기분이었습니다. 봄 꽃은 가고, 여름 꽃이 오네요. hnine님 덕분에 여름이 꽤 가까이 다가왔음을 다시 한 번 느낍니다 ^^

hnine 2019-06-26 04:45   좋아요 1 | URL
어제는 이제 올것이 왔구나 싶게 더웠어요. 몇년 전 부터 여름 나기가 좀 겁나는게 사실이지요. 너무 더워서요.
그래도 피할 수는 없고 덥다 덥다 하면서 또 한 계절 보내야지요.
어떤 방송 들으시는지 알겠는데 저도 저녁 여섯시엔 듣기 힘들더라고요. 그런 방송이 없지요. 그 분위기에, 그런 선곡에. 저도 좋아하는 방송이랍니다.
계획하시는 일들이 차근 차근 잘 진행되면 좋겠습니다.
새벽에 답글 쓰고 있어요. 오늘 또 좋은 하루 되시기를 바랍니다. 다시 글을 올려주셔서 좋아요 ^^
 

 

 

 

오랜만에 만들어본 당근케이크 옆에 두고

찍어놓은 사진들 훑어 본다.

사람 사진 보다 사람 없는 사진들이 더 많다.

사람만 사는 세상이 아니니까.

알 품고 있는 새, 꽃 피기 시작한 노각나무, 작아도 색깔 때문에 금방 눈에 띄는 산딸기, 이름 모를 나방, 전방 주시하고 있는 까치, 아직 애기인 초록색 감.

 

 

 

 

 

 

 

 

 

 

 

 

 

 

 

 

 

 

 

 

 

 

 

 

 

 

 

 

 

 

 

 

 

 

 

 

 

 

 

 

 

 

 

 

 

 

 

 

 

 

 

 

 

 

 

 

 

 

 

 

 

 

 

 

 

 

 

 

 

 

 

 

 

 

 

 

 

 

 

 

 

 

 

 

 

 

 

 

 

 

 

 

 

 

 

 

 

 

 

 

 

원래 당근 케이크에 들어가야하는 크림 치즈 프로스팅 생략.

설탕도 조금 줄였다.

호두 같은 견과류도 넣어야 하는데 그것도 뺏다.

집에서 먹을 거니까.

귀찮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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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8 2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9-06-18 22:36   좋아요 1 | URL
비주얼이냐, 건강이냐. 저는 비주얼 포기하고 건강을 선택했지요 ^^
아주 소박하고 꾸밈없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케잌이랍니다.